아마 토마토(문학의전당 시인선 166)
조연수 시집
조연수의 시집 『아마 토마토』. 시적 가치관 속에서는 끊임없는 자아 찾기가 이뤄지고 있다. 삶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부재를 정면으로 마주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존재의 자신을 발견해내고 있다. 《나는 K가 아니다》, 《뿔이 자라는 의자라니》, 《무덤을 날고 있는 반딧불이》, 《관념이 관절을 앓고 있는 저녁 》 등 다양한 시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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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추천 글]
한국 근대시가 들어선 지 근 백 년 동안 대부분의 시는 시각과 청각 이미지에 집중했다. 21세기에 진입하면서 신체의 감각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시들이 나타났다. 보고 듣는 차원에서 벗어나 이제 시적 화자의 몸이 찢기고 뚫리고 문드러지고 먹히는 새로운 차원의 영상이 펼쳐졌다. 조연수의 시 역시 그 다채로운 화폭의 중심을 관통한다. 그가 만들어낸 허구적 타자들은 날름거리는 혀를 잘라 참기름에 찍어먹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물뱀이 몸 위에 끈적이는 자취를 남기는가 하면 달팽이나 지렁이 같은 징그러운 생물이 귀를 물어뜯으며 출몰하기도 한다. 내 몸에 물고기가 살고 있다고 고백하고 나서 그 물고기를 온탕 속에 풀어놓아 멍들게 한다. 자학과 통증으로 얼룩진 악몽의 역정은 사실은 자신의 실체를 파악하여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상처 받은 자아의 힘겨운 몸부림이다. 쾌적한 독서 환경에서는 쉽사리 읽어내기 어려운 그의 시들은 초록빛 비자림이나 보랏빛 제비꽃의 환영을 은밀히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비관적이지는 않다. 무덤 위로 날아오르는 반딧불의 영상을 가슴 한편에 간직하고 있기에 「13월 32일」 저녁 「착한 샐러리」 곁에 나란히 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연수의 시는 우리에게 가만히 속삭이는 듯하다.
ㅡ이숭원(문학평론가·서울여대 교수)
[시인의 말]
짧은 통증이 지나는 길마다
연두가 자랐다.
연두를 쫓아 여기까지 왔다.
2013년 시월
조연수
[시집 속의 시]
침착한 균열
흔들리는 못을 빼서 다시 박는다
헐거워진 구멍은 시멘트 가루를 흘려보낸다
못을 향한 망치의 두드림, 커질수록
벽의 구멍은 더 느슨하고 못은 휘어진다
받아주는 것이 없다는 것이
몰래 창을 넘은 햇살처럼 문득 서글프다
적막함이 소리를 가져가듯
못이 바닥에 덩그러니
망치와 휘어진 못과 시멘트 가루 떨어지는 벽이
일정한 균열을 이루며 침묵한다
갈라진 골을 따라 흘러 들어가는 노래
어젯밤이 끝이야
얇은 계절을 좋아하는 너의 균열을 읽지 않을 거야
노래는 침착하게 갈비뼈 사이를 관통한다
아물지 않은 가사는 식탁 위에서 곪아가고
기억이 없는 혀는 갈라진 벽을 핥아댄다
어젯밤이 끝이라구
끈적한 노래가 사각으로 흘러나오는 스피커 위로
침착하게 균열이 지나가고
철지난 엉겅퀴들이 벽에 기대 흔들리고 있다
목차
목차
제1부 웃는 뱀
피어싱과 함께
유령식사
나는 K가 아니다
웃는 뱀
오랜 시간 바나나
어젯밤 이야기
처절한 정원의 상상
구토
구두 장례식
나비는 날아야 한다
낙타 등에 물고기를 태우고
나의 왼쪽을 쓰다듬는 일
낡은 모자처럼
내가 없는 오후
제2부 아마, 토마토
오후 두 시쯤
아마, 토마토
뿔이 자라는 의자라니
축 축축 축축축
아직
첫눈이 오는 전의역
거울의 착각
상처투성이 원숭이가 자라네
붉은 유년기
맨드라미와 염소
주차금지
달팽이의 착각
엄마의 연애
소를 끄는 소크라테스
제3부 슬픈 낮잠
비자림에서 건배를
정기검진
사거리 고물상
제비꽃 날다
천정의 꿈
비릿한 균열
무덤을 날고 있는 반딧불이
침착한 균열
착한 샐러리
국화빵아 달려라
13월 32일
하우스에 불을 켜요, 언니
슬픈 낮잠
임플란트
제4부 관계없는 관계
기억이 사라졌다
변명하기 오 분 전
나를, 찾아주세요
관계없는 관계
까딱 까딱, 까딱
잠시 구름을 보는 시간
구름밭 가는 길
오후 두 시의 관음죽
아직 플라타너스 달팽이
그늘의 틈
관념이 관절을 앓고 있는 저녁
호두까기
괜찮지 않을까
멍
해설 불균형으로 날아가는 세계, 지금 여기로부터―이승희(시인)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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