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짢은 사실(문학의전당 시인선 171)
송일순 시집
송일순의 시집 『언짢은 사실』. 분명한 사실에서 작품들이 빚어지고, 매우 강한 미덕 하나를 시집 전반에 걸쳐 드러냈다. 표제작인 《언짢은 사실》을 비롯하여 《생닭집이 없던 그 시절》, 《집사람은 한글을 모른다》, 《은혜와 원수 맺음을 경계하였건만》, 《눈물이 앞설 때》 등으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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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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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글]
이런 게 시인가 하다가 이래서 시가 되는구나 하는 지점이 송일순의 시다. 남들처럼 보고, 남들처럼 느끼지만 남들처럼 쓰지 않으려는 생뚱맞음은 이 시집의 매력이자 희한한 얼룩이기도 하다. 언어에다 의미를 쑤셔 넣고 밀봉하려는 게 아니라 언어의 거푸집에서 의미가 달아날 길을 터주려는 열망에 한 표! 시집이 펼쳐놓은 의미론적 심해를 건너다가 혹여 익사할 독자도 있겠으나 표4는 알 바 없다는 것.
―박세현(시인)
세상의 순리를 깨치고 나면 많은 말이 필요 없다. 송일순의 이번 시집이 그렇다. 시인은 명사들만으로, 동사들만으로, 또는 몇 마디 자문자답들만으로 시를 만들어낸다. 설명과 수사를 제거한 이들 시 속에서는 삶의 지혜와 순수함이 빛을 발한다. 이 지혜와 순수함이 "빗장 없는 강산"을 볼 수 있게 하고, 삶의 "곁"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송일순의 시는 불멸하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 바로 지금이 불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회한이 있되, 회한을 순식간에 초월해버리는 해학 또한 존재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새벽닭 우는 소리를 들으며 "볏처럼 붉은 아침 해를 잡아넣고/오늘은/꽃/비빔밥을 해야지"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이홍섭(시인)
[시인의 말]
나를 핥아가며 살아온 날들이 시가 되었다.
참 고맙다.
[해설 중에서]
송일순 시인의 이번 시집, 『언짢은 사실』은 매우 강한 미덕 하나를 시집 전반에 걸쳐 때론 후광(後光)처럼, 때로는 배면(背面)처럼 드리우고 있다. 복잡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에서 작품들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건으로부터 동기화된 작품들은 원인-결과와 그것의 영향이라는 좁은 그물망에 갇히기 십상이다. 반면에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은 시인의 체험에서 비롯되었기에 넓게 퍼져나갈 수 있는 자기 동력을 그 자체로 함축하게 된다. 사족으로 비유하자면, 마른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저수지 둑을 허물면 순식간에 논 전체를 해갈할 수 있겠지만, 양수기를 이용해 좁은 수관을 사용한다면 천천히 그러나 충분하게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참이라는 말
파란 산나물 위에 얹혀 구르는 참기름 방울 같고
입속에 든 참배 맛 같아
참 그립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토끼 얼굴에 핀 보조개처럼
판다곰 웃음소리처럼
정분이 납니다
한번 써보세요
제가 써보고 권하는 거니까요
아!
그 옛날 순둥이 울 엄니
참! 참! 참! 하시면
참 많이도 화나신 거였습니다
무엇이든 과하면 화를 부른다지요
곁에 두고 가볍게 하나씩만 꺼내 쓰세요
참이라는
참 좋은 말
―「참」 전문
사실로서의 시가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누구나 눈에 보듯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시 이 작품을 언급해야 하는 이유는 '참'을 말하는 것이 결국은 부정의 의미로 소통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인의 강한 의지 때문이다. '참기름'처럼 고소하고, 제 자신이 흔적도 없이 모든 재료들 속에 녹아 배어드는 것. 포섭을 지향하는 시인의 꿈, 그 이상으로 그 가치는 확대된다. 그러나 "참! 참! 참! 하시면", 즉 그것은 지나치게 많아서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참이 아닌 것이 참인 척하는 세태가 일반화될 때, "순둥이 울 엄니"처럼 시인도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를 향한 시인의 '참'다운 자세가 널리 읽힐 필요가 여기에 있다.
목차
목차
제1부
참
상생
섬강
곁
이 저녁
언짢은 사실
가로등
교항리 풍경
나는 보았네
원주 가는 길
늙은 침대
부모
저 새파란 것들
원초적 본능
제2부
연민
외삼촌 생각
재봉틀 1
재봉틀 2
재봉틀 3
발바닥
투신
듣고 있나요 1
듣고 있나요 2
듣고 있나요 3
커피가 떨어진 아침
생닭집이 없던 그 시절
쥐똥이란다
빗장 없는 강산
제3부
고삐
그냥 가자
나이 속에 든 것들
집사람은 한글을 모른다
항변
공포가 사라졌다
여로
그렇게 하자
무욕은 과욕
지천명
시가 있어
시야 일어서라
마땅찮다
지향
제4부
새벽달
나무는 죽거나말거나
산딸기를 따다
은혜와 원수 맺음을 경계하였건만
방생
의지와 한계
쏠비치에서
감옥 보내기
주름은
국제전화
오자미 놀이
어긋난 사랑
하수가 상수
눈물이 앞설 때
어느 이별
해설 웃음과 울음 사이―'사실'의 시
백인덕(시인)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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