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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세계사(양장본 Hardcover)
네안데르탈인에서 신자유주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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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체제 변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자!
영국의 좌파 역사학자 닐 포크너 교수가 인류의 기원부터 21세기 현시점까지 행위의 주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제시하는 『좌파 세계사』. 이 책은 시대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고 인류 사회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 본질적인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한다. 문명과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외침속에 자칭 '사회주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좌파가 사회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향하는 세계는 무엇이며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까? 이 책은 이에 대해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동시대까지 역사를 깊이 있게 관찰하며 해결방식을 제안한다.
저자는 역사의 중요한 동력으로 기술의 발전, 지배계급 간의 투쟁, 계급 간의 투쟁 세 가지를 꼽는다. 즉 이 세 가지 동력이 상호작용을 하며 역사는 만들어 졌고 그 작용 역시 지역적 특성과 특수한 상황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방대한 양의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겨냥하고 있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가 유럽에서 시작된 이유를 중세 봉건사회의 역동성에서 찾은 저자는 전쟁을 유발하는 자본주의의 원초적 모순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펼쳐 보인다. 이처럼 지금, 저자는 새로운 세상이 필요한 때라고 말하며 새로운 체제 변화가 필요함을 호소한다.
영국의 좌파 역사학자 닐 포크너 교수가 인류의 기원부터 21세기 현시점까지 행위의 주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제시하는 『좌파 세계사』. 이 책은 시대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고 인류 사회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 본질적인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한다. 문명과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외침속에 자칭 '사회주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좌파가 사회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향하는 세계는 무엇이며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까? 이 책은 이에 대해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동시대까지 역사를 깊이 있게 관찰하며 해결방식을 제안한다.
저자는 역사의 중요한 동력으로 기술의 발전, 지배계급 간의 투쟁, 계급 간의 투쟁 세 가지를 꼽는다. 즉 이 세 가지 동력이 상호작용을 하며 역사는 만들어 졌고 그 작용 역시 지역적 특성과 특수한 상황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방대한 양의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겨냥하고 있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가 유럽에서 시작된 이유를 중세 봉건사회의 역동성에서 찾은 저자는 전쟁을 유발하는 자본주의의 원초적 모순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펼쳐 보인다. 이처럼 지금, 저자는 새로운 세상이 필요한 때라고 말하며 새로운 체제 변화가 필요함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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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책 소개
좌파의 눈으로 본 솔직한 세계사
좌파의 시각에서 세계의 역사를 새롭게 들여다 본 책이다.
전 세계적으로 좌파의 세계관이 부각되고 있는 지금, 영국의 좌파 역사학자 닐 포크너 교수는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21세기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시대가 득세한 현시점까지 방대한 역사를 다룬다. 저자는 '왜 역사는 중요한가' '전쟁과 종교의 기원' '문명의 확산' '역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시간의 순환과 화살' '유럽의 특이성'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제국주의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는 무엇인가' 등의 꼭지를 통해 세계사를 다시 보라고 권한다. 시대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인류 사회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금 이 시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미래의 인류는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등 본질적인 질문에 솔직하고 분명하게 답변한다.
역사의 중요한 동력을 기술발전, 지배계급의 경쟁, 계급투쟁 등 크게 세 가지로 꼽는 저자는 이들 동력이 어떠한 상호작용을 거쳐 역사를 만들어왔는지 구체적으로 펼쳐 보인다. 고대문명은 왜 무너졌는지, 아프리카는 왜 낙후됐는지, 자본주의는 왜 유럽에서 시작됐는지,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세계를 위기에 빠뜨렸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자연적이고 필연적인 역사는 없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실천하는 지성'답게 행위의 주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이 책에서 제시한다. 아울러 이 시대의 들끓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
독자와의 소통에 초점을 맞춘 연재 글답게 이 책은 꼭지마다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기승전결의 구성을 갖추고 있어, 관심 있는 사건과 주제를 찾아 읽어도 좋다. 특히 각각의 장 앞에는 '핵심정리'를, 책 말미에는 동서양 연대표를 배치해 독자가 어느 시대의 어떤 사건과 만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 출판사 리뷰
지금 이 세계는 왜 이 모양일까? 도대체 인간 사회는 어떻게 돌아가기에, 문명과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갈수록 사는 게 힘들다고 할까? 인간 사회의 작동방식에 무슨 큰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남미에 이어 유럽에 좌파 정권이 등장하고, 자본주의 본거지 미국에서조차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자칭' 사회주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좌파가 이처럼 새롭게 일어서는 것은, 지금의 방식과 체제로는 이 세계가 안고 있는 위기와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좌파는 이에 응답할 수 있을까. 1%의 극소수가 99%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지구촌 곳곳에서 내연하는 전쟁의 위기를,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재앙을 해결할 수 있을까? 좌파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과연 좌파가 지향하는 세계란 무엇일까? 좌파는 세계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까. 이 책은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동시대까지의 역사를 깊이 있게 관찰함으로써 이들 질문에 대한 답과 위기 해결방식을 제안한다.
역사는 무기다
과거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 시대의 위기, 전쟁, 혁명은 모두 역사와 관련이 있기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바꾸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역사의 진행 방향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정치가나 군인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이 행동을 통해 세상을 바꿔가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현시점까지의 역사를 뚝심 있게 밀고 가는 이 책에서 저자는 역사의 세 가지 중요한 동력을 꼽고 있다. 첫째, 기술의 발전, 즉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해 생산성을 증가시켜온 혁신(농업혁명, 철기 문명, 산업혁명). 둘째, 지배계급 간의 투쟁 즉 부족, 제국, 국가 등 시대별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된 지배계급 간의 경쟁. 셋째, 계급 간의 투쟁. 이 세 가지 동력이 상호작용을 하며 역사를 만들어왔다고 본다. 그 작용 역시 지역적 특성과 특수한 상황 여건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유럽과 아프리카와 중국은 왜 다르게 발전했을까
유럽과 아프리카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것도 지리적 조건 때문이다. 작은 땅덩어리가 모여 이뤄진 유럽은 그 어디서든 바다와 가깝고, 북-남, 동-서 어떤 방향으로도 막혀 있지 않으며 다양한 생태구역을 갖고 있어 커뮤니케이션, 갈등, 상호작용이 유별나게 두드러졌다. 때문에 사람, 상품, 아이디어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아프리카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6500킬로미터 길이의 대륙이다 보니 다양한 기후대를 거치고 큰 장벽을 넘어서 가야 했기 때문에 문명이 발전하는 데 제약 조건이 많았다. 그 어느 지역보다 일찍이 첨단문명을 개척한 중국이 뒤처지게 된 것도 '회전문 역사'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사는 각 지역마다 고유한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모습과 흐름을 이어갔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21세기를 만든 근현대의 역동성
770여쪽에 달하는 이 책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겨냥하고 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부터, 그러니까 21세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근현대사를 깊이 파고듦으로써 우리가 현재 짊어지고 있는 역사의 실체에 다가가도록 이끈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가 유럽에서 시작된 이유를 중세 봉건사회의 역동성에서 찾은 저자는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이후에도 착취와 빈곤이 끊이지 않고, 산업화된 학살 즉 전쟁을 유발하는 자본주의의 원초적 모순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관점이 살아있는 세계사
이 책은 팩트의 기계적 나열, 장황한 설교 대신 역사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왜 역사는 중요한가' '전쟁과 종교의 기원' '문명의 확산' '역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시간의 순환과 화살' '유럽의 특이성'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제국주의란 무엇인가'란 꼭지가 그것이다. 아울러 인류의 놀라운 혁신과 발전 양상을 보여주기 위해 시대별 생산성을 비교하는가 하면, 인류의 더 놀랄 만한 야만성을 고발하기 위해 역사 속 지배자들과 제국주의 국가들의 구체적 만행까지 밝혀낸다.
세상은 지금과 다를 수 있었다
인류는 5000년 노동의 결실로 전례 없는 노하우와 부를 만들어 냈다. 그 소중한 자산이 왜 생산적 노동을 전혀 하지 않는 극소수 집단의 탐욕과 폭력에 동원되는지를 설명하려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고 저자는 밝힌다.
세상은 지금과는 다를 수도 있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신자유주의 국민국가와 거대기업을 움직이는 맹목적인 경제-군사적 경쟁으로 인류는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대를 과거처럼 지배자들이 무지와 탐욕과 무책임에 맡겨 두지 않으려면 완전한 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궁극적 주장이다. 새로운 세계혁명으로 나아가자고 촉구하는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초기 농민들은 변화무쌍한 자연에 희생당하던 존재였기 때문에 대지를 어머니-신, 다산과 식량의 근원으로 여겼으며, 대지의 여신에게 은혜를 내려달라고 기도하면서 제물을 바치기도 했다.
다산과 풍요의 신들은 언제나 여성이었다. 여성은 월경, 출산, 수유를 하는 존재로서 자연의 풍요로운 생산력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대지의 신이 여성이어야 할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여성은 계급이 없던 사회에서는 강력한 존재였다. 당시는 모계사회였으며 처가 거주가 일반적이었으며 여성의 권위가 더 우월했다.
왜 그랬을까? 여자들은 집단 소유와 협업에 기반한 단순 사회에서는 중심 역할을 했다.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의 기능을 맡았으므로 지리적으로, 사회적으로 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사유재산이 없었고 사유재산이 낳는 특권이 없었던 사회였기 때문에 특별히 대안이 될 만한 사회적 힘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여성들은 그 사회의 무게중심이었다. 남자들은 그 주위의 궤도를 도는 존재였다. 초기 농부의 위대한 대지-어머니 여신들은 사회 현실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이미지였다.
이후 사유재산, 계급 분화, 국가권력이 동시에 상호의존적으로 생겨났다. 재산을 공유하던 시절에는 거칠게나마 평등이 사회에 내재돼 있었다. 그러나 토지가 개인에게 분할되어 사유 농장이 생겨나고 가축들이 각 가정에 나누어지면서 어떤 이들은 다른 이를 희생시켜 부를 키울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서로 간의 갈등이 생겨났다.
이런 갈등이 사회의 해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통제가 필요했다. 국가는 남자들 중심의 무장된 조직으로서, 새로운 재산에 기반을 둔 현재의 상황을 보호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이렇게 되자 권력을 갖게 된 쪽은 남자들이었다. 밭을 갈고 가축을 모는 사람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사회의 중심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이동하면서 제우스신은 질서, 가부장, 문명을 상징하는 존재로 부각됐다. 128p
중국에서는 연속해서 제국의 왕조가 죽 이어졌다. 한(기원전 206~AD 220), 수(AD 581~618), 당(AD 618~907), 송(AD 960~1126), 위안 혹은 몽골(AD 1279~1368 사이), 명(AD 1368~1644), 만주(AD 1644~1912 사이) 등이 이 시기에 등장한 중국의 제국들이다. 1800년 이전까지 약 2000년 동안 인도는 500년 동안 통일국가를 유지했으나 중국은 1500년 동안 통일국가였다. 이것이 바로 결정적인 차이다.
중국의 중앙집권적 제국은 훨씬 더 무자비하고 강력하고 성공적인 착취자들이었다. 이는 세 가지 결과를 낳았다. 첫째, 더 안정적이었으며 덜 군사적이었다. 둘째, 잉여는 많은 부분을 소유했지만 군사적 필요는 적었기에 국가는 공공사업에 투자해 생산성을 높이고 세금 기반을 더 늘릴 수 있었다. 셋째, 권력이 다른 사회세력에 의해 억제되지 않았기에 국가는 더 과잉 착취로 나아가려는 경향을 보였다.
중국은 배가 다닐 수 있는 강이 많은 축복받은 나라였다. 이 강들은 거대한 운하로 연결되어 8만 킬로미터나 되는 수로 네트워크를 갖추었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국내무역뿐 아니라 해외무역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었고 덕분에 상인들은 거대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는 다시 농업과 경제적 생산을 자극했다. 조선업이 번창했고, 많은 기술적 혁신을 이뤄내며 여러 산업을 신장시켰다.
중국은 한 번에 1000명을 실을 수 있는 큰 배를 생산했다. 11세기의 철 생산량은 18세기 영국의 생산량보다 더 많았다. 중국은 화약을 유럽보다 240년 앞서 소유했고 500년 앞서 책을 인쇄했으며, 700년 앞서 도자기를 만들었다. 중세 중국은 거대 도시들을 낳았다. 송 왕조의 수도 카이펑開封은 오늘날 파리의 12배쯤 되는 크기였다. 항저우杭州에는 적어도 150만가구가 있었고 400만 명의 인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런던 인구는 10만 명 이내였다. 170p
아프리카는 사정이 달랐다. 아프리카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6500킬로미터 길이의 대륙이다. 아프리카는 여러 가지 다양한 기후대를 거치고 큰 장벽을 넘어서 가야 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면서 해안, 평야, 사막, 사바나, 열대 우림, 사바나, 사막 그리고 다시 해안평야 같은 다양한 기후대가 펼쳐진다.
사막과 숲은 이동에 장벽이 되었고 농부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지대였다. 또한 질병 문제도 있었다. 특히 사람과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체체파리가 옮기는 질병도 있었다. 온갖 다양하고 이국적인 생물이 있었지만 정작 아프리카 동물들 중에는 질병에 강하고 쟁기를 끌 만한 동물이 없었다. 이런 지리적 조건 때문에 아프리카는 유라시아와는 다르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제약 조건이 클수록 기회는 적다. 아프리카인들은 로마, 아랍, 중국인들처럼 위대한 예술, 그림, 건축과 기계를 만들 능력은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은 다양한 기후대가 펼쳐져 있어 문명 교류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물리적 장애 때문에 위대한 제국 문명을 건설하기는 힘들었다. 농업 발전은 더디고 고르지 못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는 나일강 유역이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나 갠지스, 황허나 양쯔강과는 사정이 달랐다. 제국을 먹여 살릴 거대한 빵바구니가 없었다. 사하라 사막의 고대 바위 조각에서는 가축을 키우고 이륜 전차를 모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는 북쪽에서 도입된 것이었다.
약 기원전 1000년에서 AD 600년 사이에 사하라 횡단 무역로가 서아프리카를 지중해와 연결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아프리카는 금, 철광, 노예, 소금, 상아를 팔았는데 이 모든 것은 당시 지중해에서 수요가 증가했다. 무역 교역로를 통해 철기 제조법과 가축 목축법도 전파되어 왔다. 175p
역사는 '순환'과 '화살'이라는 두 가지 속성을 함께 갖고 있다. 역사의 '순환'은 자연의 순환법칙을 반영한다. 자연은 출생, 성장, 죽음, 그리고 새롭게 이어지는 삶을 순환한다. 농부의 생산 사이클과 가족의 재생산 사이클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는 역사는 '화살'처럼 앞으로 움직인다. 혁신, 진화, 때로는 혁명이 일직선처럼 이어지며 진보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세계는 그 모습을 바꾸곤 한다.
자연, 사회, 인류는 언제나 스스로 재생산한다. 우리가 행하는 대부분의 것은 어쩔 수 없이 반복된다. 그렇다고 역사가 똑같이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역사적 국면conjuncture들은 제각각 고유한 모습을 띠고 있다(여기서 국면이라는 말은 사건들의 상태a state of affairs라고 할 수도 있다. 이 말은 '역사적 시간과 지리적 공간 속에서 서로 연관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사건들이 일어나는 특정한 순간을 의미한다.)
각각의 역사적 국면이 고유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하나의 국면 속에 역사의 '연속성'과 '변화'라는 이질적인 측면이 하나로 합해져 있기 때문이다. 즉 하나의 역사적 국면은 역사의 '순환'과 역사의 '화살'이라는 양면성을 다 갖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국면과 다른 국면 사이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역사의 '순환'이 지배적일 때 변화는 양量적이고 제한적이다. 반면 역사의 '화살'이 지배적일 때 변화는 질質적이며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191p
지배자의 삶은 왕조, 제국, 문명의 상승과 몰락을 겪으며 훨씬 더 큰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그것이 피지배자들의 삶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지배자들이란 군사 제국주의를 위해 끝없이 경쟁을 벌이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들이 누구건 피지배자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한 명의 왕은 또 다른 왕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이 넓은 세계의 단 한 곳에서는 주변 환경과 엔진이 독특하게 결합했다. 그 결합은 급격한 사회 변혁을 이끄는 동력을 만들어 낼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물론 과거에도 그랬던 적은 있다. 기원전 7500년부터 AD 12세기 사이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농업 혁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모든 고대와 중세 문명은 본질적으로 이 혁명의 결과물이었다. 인구의 대다수는 땅에서 일했고 거대한 사회적 잉여는 농업 생산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16~18세기의 250년간, 세계는 산업적 자본주의의 발전에 힘입어 새로운 변혁을 다시 맞게 됐다. 이 두 번째 변혁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구의 작은 영역에 불과한 유럽에서 시작돼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간 이 사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194p
사실 혁명이란 권력이 생겨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세력들의 기대와 요구는 부르주아지 혁명 지도자들이 용인할 수 있는 선을 순식간에 넘어 버린다. 이러한 대중운동에는 민주적인 열망과 '수평화'하려는 열망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거대 자산가들은 뿌리 깊은 두려움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부르주아 혁명은 이런 이유들 때문에 좌절됐다. 1520년대, 1620년대 독일의 혁명이 좌절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두 번 다 인민들의 급진적인 개신교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자 보수적인 프로테스탄트 귀족들은 바로 움츠러들었다. 대중운동의 규모와 성격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혁명 과정 동안은 계속 위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혁명세력과 반혁명
세력은 충돌한다. 그 결과에 따라 혁명은 나아가거나 후퇴한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서는 가장 급진적인 부르주아지일지라도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아래로부터의 거센 대중운동을 중지시켜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되살아나는 반혁명을 만날 수밖에 없다. 276p
자본주의는 항상 고도로 모순적이었다. 자본주의의 경제적 역동성은 우리의 능력을 놀랍도록 향상시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용역을 공급해준다.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때문에 세계의 부가 소수에 의해 통제됨으로써 인류 대중을 지속적인 박탈에 시달리게 한다.
18세기에 제국과 식민지의 모습이 정반대였다는 사실은 이런 모순을 확실히 입증해준다. 영국 항구 도시의 상인-자본주의 계층은 부를 쌓았지만, 대서양 항해와 서인도 플랜테이션 농장은 비참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르주아지가 전 세계적인 지배를 향해 급부상하게 된 결과, 인류가 치러야 할 대가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국 통치자들이 식민지에서 값나가는 상품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무자비해야 했다. 권력의 균형이 기울어져 가는 것을 느끼는 다른 통치자들은 그들과 맞서 경쟁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유럽에서는 전쟁이 계속됐고 유럽의 전쟁은 세계 전쟁이 되었다. 282p
마르크스의 관점은 아주 간단했다. 주요한 모순은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역사를 추동하는 것은 실재하는 사회적 세력 간의 충돌(모순)이다. 사고의 역할은 이런 세력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실천적 개입이 더 나은 방향을 향하고,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당시에 현실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세계 안에서 급부상하고 있던 새로운 자본주의 경제를 연구하는 것을 의미했다. 349p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착취와 빈곤에 대한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적대감에 공감했다. 유토피아주의자들처럼 더 나은 세계를 상상했고, 공산주의자들처럼 혁명적인 행동만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유토피아주의자와 공산주의자 모두에게서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토피아주의자들은 순진하게도 부유한 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내놓으리라고 믿고 있었다. 공산주의자들은 군대와 경찰, 감옥을 보유한 국가를 은밀한 쿠데타를 통해 뒤집을 수 있다는 공상에 빠져 있었다. 두 사람은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대중혁명만이 국가를 분쇄할 수 있고, 자산계급의 재산을 빼앗을 수 있으며, 민주주의와 평등, 협동에 기초를 둔 새로운 사회질서를 세울 수 있다고 보았다. 352p
1815년 워털루에서의 프러시아 군대는 기껏 6만 명에 달했고, 1870년 스당에서는 20만 명이었다. 그러나 1914년 서부전선의 독일 군대는 1500만 명에 달했다. 이러한 대규모 전투를 유지하기 위해 총과 탄약, 군수품들이 대량으로 공급됐다. 영국이 1815년 워털루에서 보유한 총은 156대였다. 그들은 당시 수천 번 정도 발포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1916년 솜 전투에서는 1400대의 총이 있었고 며칠 만에 200만 번 발포했다.
근대의 화력은 뚫을 수 없는 '강철의 폭풍'과 '텅빈 전장'을 만들어냈다. 병사들은 포탄 구멍을 따라 기어 다니거나, 폭격 맞은 건물의 잔해에 몸을 숨기거나, 땅에 굴을 파고 숨었다. 교착 상태와 소모전이 곧 전쟁의 모습이었다. 더 많은 총과 더 많은 포탄, 더 많은 폭발물이 언제나 필요한 상황에서 산업 생산량은 결정적인 영향을 발휘했다. 당연히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군수 산업에 동원됐다. 국내 전선은 폭격과 봉쇄의 목표물이 됐다.
1차 세계대전의 참호는 학살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참호가 학살을 유발한 것은 아니다. 참호는 화력이 지배했던 전장에서 강철의 폭풍을 막아내는 방어막이 되어주었다. 교착 상태라는 말은 참상의 절반 정도만 나타내는 표현에 불과하다. 산업화된 군국주의의 동력은 갈수록 더 치명적인 파괴수단을 만들어냈다.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자국 군대의 살상력을 높이는 경쟁을 함으로써 바야흐로 기술적인 무기 경쟁이 시작됐다. 1914년만 해도 기병이 수만 명이었지만, 1918년에는 탱크가 수천 대가 되었다. 1914년 8월에는 영국이 서부전선 전체에 배치한 항공기는 단30대였지만, 1918년 8월에는 단일 전투에서 무려 800대를 출격시켰다. 462p
레닌은 "국가는 계급 간 갈등이 화해할 수 없다는 것을 현실로 보여주는 것이며, 계급갈등의 산물"이라고 썼다. "계급 간 갈등이 객관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 국가가 들어선다. 역으로, 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계급 간 갈등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간단히 말해 '국가는 계급 지배의 도구이며,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억압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국가는 지배층의 착취, 억압, 폭력에 반대하는 인민들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경찰과 군사 같은 무장한 사람들의 집단'(즉 국가 기구)을 만든다.
레닌은 사회주의자들이 계급을 철폐하고 억압적인 국가를 철폐하기를 추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계급 간 갈등이 사멸되어야만 국가가 '사멸'한다. 계급투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혁명의 용광로 속에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국가를 만들어 스스로의 이익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레닌은 마르크스를 인용해 이를 '프롤레타리아 독재'라고 불렀다. 단어 선택은 좋지 않았다. '독재'란 말은 '민주주의'와 상극인 단어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말에 담긴 생각은 맞는 것이다. 어떤 계층이 통치를 하든 국가는 억압적인 조직이다. 하지만 부르주아 정부가 들어설 경우 부자의 재산만 보호하겠지만, 노동자들의 국가에서는 선출된 대표들이 대중의 의회에 책임을 지며 무장한 민병대들이 민주적 통치 아래에 있기 때문에 다수의 이익을 보호하게 된다. 478p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세상을 잘 이해해야 한다. 야수를 죽이기 위해서는 야수의 본성을 알아야한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19세기 중반 마르크스나 20세기 초반 레닌이 분석한 그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같기도 하다. 자본주의는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경제, 사회 체제다. 자본주의는 성장하고 변화하여 온 세계의 인적 자원을 빨아들이고, 확장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은 가차 없이 짓밟아버린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늘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갖고 있다. 경쟁적인 자본축척 체제, 계획이나 목적 없이 끝없이 부를 늘리는 체제라는 점이다. 자본주의라는 야수의 핵심은 언제나 변치 않고 똑같다. 바로 이윤 추구다.
역사 속에서 자본주의 체제는 다섯 개의 뚜렷한 발전 단계를 거쳤다. 한 단계에서 다음으로 넘어갈 때는 급격한 경제, 사회, 정치변동이 있었으며 새로운 시스템이 세계의 한 곳에서 개척되고 나면 곧 경쟁을 통해 전세계로 퍼졌다. 또한 변화가 일어날 때는 이전 단계의 주요 특성을 재구성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보존하고 있다. 자본주의 발전은 앞 단계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여가는 발전이었지만 때로는 앞 단계와 달리 혁신적으로 변모하는 발전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710p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는 이제 제도적, 존재적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는 경제적, 제국주의적, 사회적, 생태적 측면에 퍼져있다. 두 번째 대공황에 들어선 지 4년이 되었다. 이 공황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심하고 대처하기 힘든 종류의 것이다. 엄청난 군비 투자에도 불구하고 쇠퇴하는 제국주의 주도권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자국의 의지를 강요할 수 없게 됐고, 중동에서 일어나는 혁명의 물결을 막을 수 없으며, 중국 같은 신흥 경제 강국의 등장으로 생긴 도전에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2008년의 붕괴와 그 이후 실행된 구제금융과 긴축정책들로 주요 유럽 도시들의 중심지에서 총파업, 대규모 시위, 격렬한 전투가 일어났다. 그러는 동안에도 산업문명을 파괴시켜 버릴 만한 지구 온난화와 기후 재앙의 초읽기는 계속되고 있다.
인간 소외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한편에서는, 인간의 집단적인 노동이 결핍을 없애고자하는 의지에 힘입어 생산적인 힘을 만들어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힘이 우리의 손을 완전히 벗어나 우리의 건강, 행복감, 생존까지도 위협하는 가공할 만한 위협으로 변해버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716p
지금, 절대적으로 새로운 세상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혁명은 '실제'다. 그러나 그것이 당연히 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싸워 이겨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혁명의 성공은 우리 모두의 행동에 달려 있다. 그것이 가져다 줄 역사적 대가가 이보다 큰 적은 없었다. 722p
좌파의 눈으로 본 솔직한 세계사
좌파의 시각에서 세계의 역사를 새롭게 들여다 본 책이다.
전 세계적으로 좌파의 세계관이 부각되고 있는 지금, 영국의 좌파 역사학자 닐 포크너 교수는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21세기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시대가 득세한 현시점까지 방대한 역사를 다룬다. 저자는 '왜 역사는 중요한가' '전쟁과 종교의 기원' '문명의 확산' '역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시간의 순환과 화살' '유럽의 특이성'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제국주의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는 무엇인가' 등의 꼭지를 통해 세계사를 다시 보라고 권한다. 시대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인류 사회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금 이 시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미래의 인류는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등 본질적인 질문에 솔직하고 분명하게 답변한다.
역사의 중요한 동력을 기술발전, 지배계급의 경쟁, 계급투쟁 등 크게 세 가지로 꼽는 저자는 이들 동력이 어떠한 상호작용을 거쳐 역사를 만들어왔는지 구체적으로 펼쳐 보인다. 고대문명은 왜 무너졌는지, 아프리카는 왜 낙후됐는지, 자본주의는 왜 유럽에서 시작됐는지,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세계를 위기에 빠뜨렸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자연적이고 필연적인 역사는 없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실천하는 지성'답게 행위의 주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이 책에서 제시한다. 아울러 이 시대의 들끓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
독자와의 소통에 초점을 맞춘 연재 글답게 이 책은 꼭지마다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기승전결의 구성을 갖추고 있어, 관심 있는 사건과 주제를 찾아 읽어도 좋다. 특히 각각의 장 앞에는 '핵심정리'를, 책 말미에는 동서양 연대표를 배치해 독자가 어느 시대의 어떤 사건과 만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 출판사 리뷰
지금 이 세계는 왜 이 모양일까? 도대체 인간 사회는 어떻게 돌아가기에, 문명과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갈수록 사는 게 힘들다고 할까? 인간 사회의 작동방식에 무슨 큰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남미에 이어 유럽에 좌파 정권이 등장하고, 자본주의 본거지 미국에서조차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자칭' 사회주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좌파가 이처럼 새롭게 일어서는 것은, 지금의 방식과 체제로는 이 세계가 안고 있는 위기와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좌파는 이에 응답할 수 있을까. 1%의 극소수가 99%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지구촌 곳곳에서 내연하는 전쟁의 위기를,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재앙을 해결할 수 있을까? 좌파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과연 좌파가 지향하는 세계란 무엇일까? 좌파는 세계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까. 이 책은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동시대까지의 역사를 깊이 있게 관찰함으로써 이들 질문에 대한 답과 위기 해결방식을 제안한다.
역사는 무기다
과거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 시대의 위기, 전쟁, 혁명은 모두 역사와 관련이 있기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바꾸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역사의 진행 방향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정치가나 군인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이 행동을 통해 세상을 바꿔가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현시점까지의 역사를 뚝심 있게 밀고 가는 이 책에서 저자는 역사의 세 가지 중요한 동력을 꼽고 있다. 첫째, 기술의 발전, 즉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해 생산성을 증가시켜온 혁신(농업혁명, 철기 문명, 산업혁명). 둘째, 지배계급 간의 투쟁 즉 부족, 제국, 국가 등 시대별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된 지배계급 간의 경쟁. 셋째, 계급 간의 투쟁. 이 세 가지 동력이 상호작용을 하며 역사를 만들어왔다고 본다. 그 작용 역시 지역적 특성과 특수한 상황 여건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유럽과 아프리카와 중국은 왜 다르게 발전했을까
유럽과 아프리카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것도 지리적 조건 때문이다. 작은 땅덩어리가 모여 이뤄진 유럽은 그 어디서든 바다와 가깝고, 북-남, 동-서 어떤 방향으로도 막혀 있지 않으며 다양한 생태구역을 갖고 있어 커뮤니케이션, 갈등, 상호작용이 유별나게 두드러졌다. 때문에 사람, 상품, 아이디어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아프리카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6500킬로미터 길이의 대륙이다 보니 다양한 기후대를 거치고 큰 장벽을 넘어서 가야 했기 때문에 문명이 발전하는 데 제약 조건이 많았다. 그 어느 지역보다 일찍이 첨단문명을 개척한 중국이 뒤처지게 된 것도 '회전문 역사'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사는 각 지역마다 고유한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모습과 흐름을 이어갔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21세기를 만든 근현대의 역동성
770여쪽에 달하는 이 책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겨냥하고 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부터, 그러니까 21세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근현대사를 깊이 파고듦으로써 우리가 현재 짊어지고 있는 역사의 실체에 다가가도록 이끈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가 유럽에서 시작된 이유를 중세 봉건사회의 역동성에서 찾은 저자는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이후에도 착취와 빈곤이 끊이지 않고, 산업화된 학살 즉 전쟁을 유발하는 자본주의의 원초적 모순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관점이 살아있는 세계사
이 책은 팩트의 기계적 나열, 장황한 설교 대신 역사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왜 역사는 중요한가' '전쟁과 종교의 기원' '문명의 확산' '역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시간의 순환과 화살' '유럽의 특이성'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제국주의란 무엇인가'란 꼭지가 그것이다. 아울러 인류의 놀라운 혁신과 발전 양상을 보여주기 위해 시대별 생산성을 비교하는가 하면, 인류의 더 놀랄 만한 야만성을 고발하기 위해 역사 속 지배자들과 제국주의 국가들의 구체적 만행까지 밝혀낸다.
세상은 지금과 다를 수 있었다
인류는 5000년 노동의 결실로 전례 없는 노하우와 부를 만들어 냈다. 그 소중한 자산이 왜 생산적 노동을 전혀 하지 않는 극소수 집단의 탐욕과 폭력에 동원되는지를 설명하려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고 저자는 밝힌다.
세상은 지금과는 다를 수도 있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신자유주의 국민국가와 거대기업을 움직이는 맹목적인 경제-군사적 경쟁으로 인류는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대를 과거처럼 지배자들이 무지와 탐욕과 무책임에 맡겨 두지 않으려면 완전한 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궁극적 주장이다. 새로운 세계혁명으로 나아가자고 촉구하는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초기 농민들은 변화무쌍한 자연에 희생당하던 존재였기 때문에 대지를 어머니-신, 다산과 식량의 근원으로 여겼으며, 대지의 여신에게 은혜를 내려달라고 기도하면서 제물을 바치기도 했다.
다산과 풍요의 신들은 언제나 여성이었다. 여성은 월경, 출산, 수유를 하는 존재로서 자연의 풍요로운 생산력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대지의 신이 여성이어야 할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여성은 계급이 없던 사회에서는 강력한 존재였다. 당시는 모계사회였으며 처가 거주가 일반적이었으며 여성의 권위가 더 우월했다.
왜 그랬을까? 여자들은 집단 소유와 협업에 기반한 단순 사회에서는 중심 역할을 했다.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의 기능을 맡았으므로 지리적으로, 사회적으로 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사유재산이 없었고 사유재산이 낳는 특권이 없었던 사회였기 때문에 특별히 대안이 될 만한 사회적 힘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여성들은 그 사회의 무게중심이었다. 남자들은 그 주위의 궤도를 도는 존재였다. 초기 농부의 위대한 대지-어머니 여신들은 사회 현실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이미지였다.
이후 사유재산, 계급 분화, 국가권력이 동시에 상호의존적으로 생겨났다. 재산을 공유하던 시절에는 거칠게나마 평등이 사회에 내재돼 있었다. 그러나 토지가 개인에게 분할되어 사유 농장이 생겨나고 가축들이 각 가정에 나누어지면서 어떤 이들은 다른 이를 희생시켜 부를 키울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서로 간의 갈등이 생겨났다.
이런 갈등이 사회의 해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통제가 필요했다. 국가는 남자들 중심의 무장된 조직으로서, 새로운 재산에 기반을 둔 현재의 상황을 보호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이렇게 되자 권력을 갖게 된 쪽은 남자들이었다. 밭을 갈고 가축을 모는 사람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사회의 중심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이동하면서 제우스신은 질서, 가부장, 문명을 상징하는 존재로 부각됐다. 128p
중국에서는 연속해서 제국의 왕조가 죽 이어졌다. 한(기원전 206~AD 220), 수(AD 581~618), 당(AD 618~907), 송(AD 960~1126), 위안 혹은 몽골(AD 1279~1368 사이), 명(AD 1368~1644), 만주(AD 1644~1912 사이) 등이 이 시기에 등장한 중국의 제국들이다. 1800년 이전까지 약 2000년 동안 인도는 500년 동안 통일국가를 유지했으나 중국은 1500년 동안 통일국가였다. 이것이 바로 결정적인 차이다.
중국의 중앙집권적 제국은 훨씬 더 무자비하고 강력하고 성공적인 착취자들이었다. 이는 세 가지 결과를 낳았다. 첫째, 더 안정적이었으며 덜 군사적이었다. 둘째, 잉여는 많은 부분을 소유했지만 군사적 필요는 적었기에 국가는 공공사업에 투자해 생산성을 높이고 세금 기반을 더 늘릴 수 있었다. 셋째, 권력이 다른 사회세력에 의해 억제되지 않았기에 국가는 더 과잉 착취로 나아가려는 경향을 보였다.
중국은 배가 다닐 수 있는 강이 많은 축복받은 나라였다. 이 강들은 거대한 운하로 연결되어 8만 킬로미터나 되는 수로 네트워크를 갖추었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국내무역뿐 아니라 해외무역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었고 덕분에 상인들은 거대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는 다시 농업과 경제적 생산을 자극했다. 조선업이 번창했고, 많은 기술적 혁신을 이뤄내며 여러 산업을 신장시켰다.
중국은 한 번에 1000명을 실을 수 있는 큰 배를 생산했다. 11세기의 철 생산량은 18세기 영국의 생산량보다 더 많았다. 중국은 화약을 유럽보다 240년 앞서 소유했고 500년 앞서 책을 인쇄했으며, 700년 앞서 도자기를 만들었다. 중세 중국은 거대 도시들을 낳았다. 송 왕조의 수도 카이펑開封은 오늘날 파리의 12배쯤 되는 크기였다. 항저우杭州에는 적어도 150만가구가 있었고 400만 명의 인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런던 인구는 10만 명 이내였다. 170p
아프리카는 사정이 달랐다. 아프리카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6500킬로미터 길이의 대륙이다. 아프리카는 여러 가지 다양한 기후대를 거치고 큰 장벽을 넘어서 가야 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면서 해안, 평야, 사막, 사바나, 열대 우림, 사바나, 사막 그리고 다시 해안평야 같은 다양한 기후대가 펼쳐진다.
사막과 숲은 이동에 장벽이 되었고 농부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지대였다. 또한 질병 문제도 있었다. 특히 사람과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체체파리가 옮기는 질병도 있었다. 온갖 다양하고 이국적인 생물이 있었지만 정작 아프리카 동물들 중에는 질병에 강하고 쟁기를 끌 만한 동물이 없었다. 이런 지리적 조건 때문에 아프리카는 유라시아와는 다르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제약 조건이 클수록 기회는 적다. 아프리카인들은 로마, 아랍, 중국인들처럼 위대한 예술, 그림, 건축과 기계를 만들 능력은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은 다양한 기후대가 펼쳐져 있어 문명 교류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물리적 장애 때문에 위대한 제국 문명을 건설하기는 힘들었다. 농업 발전은 더디고 고르지 못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는 나일강 유역이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나 갠지스, 황허나 양쯔강과는 사정이 달랐다. 제국을 먹여 살릴 거대한 빵바구니가 없었다. 사하라 사막의 고대 바위 조각에서는 가축을 키우고 이륜 전차를 모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는 북쪽에서 도입된 것이었다.
약 기원전 1000년에서 AD 600년 사이에 사하라 횡단 무역로가 서아프리카를 지중해와 연결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아프리카는 금, 철광, 노예, 소금, 상아를 팔았는데 이 모든 것은 당시 지중해에서 수요가 증가했다. 무역 교역로를 통해 철기 제조법과 가축 목축법도 전파되어 왔다. 175p
역사는 '순환'과 '화살'이라는 두 가지 속성을 함께 갖고 있다. 역사의 '순환'은 자연의 순환법칙을 반영한다. 자연은 출생, 성장, 죽음, 그리고 새롭게 이어지는 삶을 순환한다. 농부의 생산 사이클과 가족의 재생산 사이클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는 역사는 '화살'처럼 앞으로 움직인다. 혁신, 진화, 때로는 혁명이 일직선처럼 이어지며 진보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세계는 그 모습을 바꾸곤 한다.
자연, 사회, 인류는 언제나 스스로 재생산한다. 우리가 행하는 대부분의 것은 어쩔 수 없이 반복된다. 그렇다고 역사가 똑같이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역사적 국면conjuncture들은 제각각 고유한 모습을 띠고 있다(여기서 국면이라는 말은 사건들의 상태a state of affairs라고 할 수도 있다. 이 말은 '역사적 시간과 지리적 공간 속에서 서로 연관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사건들이 일어나는 특정한 순간을 의미한다.)
각각의 역사적 국면이 고유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하나의 국면 속에 역사의 '연속성'과 '변화'라는 이질적인 측면이 하나로 합해져 있기 때문이다. 즉 하나의 역사적 국면은 역사의 '순환'과 역사의 '화살'이라는 양면성을 다 갖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국면과 다른 국면 사이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역사의 '순환'이 지배적일 때 변화는 양量적이고 제한적이다. 반면 역사의 '화살'이 지배적일 때 변화는 질質적이며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191p
지배자의 삶은 왕조, 제국, 문명의 상승과 몰락을 겪으며 훨씬 더 큰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그것이 피지배자들의 삶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지배자들이란 군사 제국주의를 위해 끝없이 경쟁을 벌이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들이 누구건 피지배자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한 명의 왕은 또 다른 왕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이 넓은 세계의 단 한 곳에서는 주변 환경과 엔진이 독특하게 결합했다. 그 결합은 급격한 사회 변혁을 이끄는 동력을 만들어 낼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물론 과거에도 그랬던 적은 있다. 기원전 7500년부터 AD 12세기 사이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농업 혁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모든 고대와 중세 문명은 본질적으로 이 혁명의 결과물이었다. 인구의 대다수는 땅에서 일했고 거대한 사회적 잉여는 농업 생산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16~18세기의 250년간, 세계는 산업적 자본주의의 발전에 힘입어 새로운 변혁을 다시 맞게 됐다. 이 두 번째 변혁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구의 작은 영역에 불과한 유럽에서 시작돼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간 이 사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194p
사실 혁명이란 권력이 생겨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세력들의 기대와 요구는 부르주아지 혁명 지도자들이 용인할 수 있는 선을 순식간에 넘어 버린다. 이러한 대중운동에는 민주적인 열망과 '수평화'하려는 열망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거대 자산가들은 뿌리 깊은 두려움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부르주아 혁명은 이런 이유들 때문에 좌절됐다. 1520년대, 1620년대 독일의 혁명이 좌절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두 번 다 인민들의 급진적인 개신교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자 보수적인 프로테스탄트 귀족들은 바로 움츠러들었다. 대중운동의 규모와 성격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혁명 과정 동안은 계속 위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혁명세력과 반혁명
세력은 충돌한다. 그 결과에 따라 혁명은 나아가거나 후퇴한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서는 가장 급진적인 부르주아지일지라도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아래로부터의 거센 대중운동을 중지시켜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되살아나는 반혁명을 만날 수밖에 없다. 276p
자본주의는 항상 고도로 모순적이었다. 자본주의의 경제적 역동성은 우리의 능력을 놀랍도록 향상시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용역을 공급해준다.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때문에 세계의 부가 소수에 의해 통제됨으로써 인류 대중을 지속적인 박탈에 시달리게 한다.
18세기에 제국과 식민지의 모습이 정반대였다는 사실은 이런 모순을 확실히 입증해준다. 영국 항구 도시의 상인-자본주의 계층은 부를 쌓았지만, 대서양 항해와 서인도 플랜테이션 농장은 비참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르주아지가 전 세계적인 지배를 향해 급부상하게 된 결과, 인류가 치러야 할 대가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국 통치자들이 식민지에서 값나가는 상품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무자비해야 했다. 권력의 균형이 기울어져 가는 것을 느끼는 다른 통치자들은 그들과 맞서 경쟁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유럽에서는 전쟁이 계속됐고 유럽의 전쟁은 세계 전쟁이 되었다. 282p
마르크스의 관점은 아주 간단했다. 주요한 모순은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역사를 추동하는 것은 실재하는 사회적 세력 간의 충돌(모순)이다. 사고의 역할은 이런 세력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실천적 개입이 더 나은 방향을 향하고,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당시에 현실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세계 안에서 급부상하고 있던 새로운 자본주의 경제를 연구하는 것을 의미했다. 349p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착취와 빈곤에 대한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적대감에 공감했다. 유토피아주의자들처럼 더 나은 세계를 상상했고, 공산주의자들처럼 혁명적인 행동만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유토피아주의자와 공산주의자 모두에게서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토피아주의자들은 순진하게도 부유한 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내놓으리라고 믿고 있었다. 공산주의자들은 군대와 경찰, 감옥을 보유한 국가를 은밀한 쿠데타를 통해 뒤집을 수 있다는 공상에 빠져 있었다. 두 사람은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대중혁명만이 국가를 분쇄할 수 있고, 자산계급의 재산을 빼앗을 수 있으며, 민주주의와 평등, 협동에 기초를 둔 새로운 사회질서를 세울 수 있다고 보았다. 352p
1815년 워털루에서의 프러시아 군대는 기껏 6만 명에 달했고, 1870년 스당에서는 20만 명이었다. 그러나 1914년 서부전선의 독일 군대는 1500만 명에 달했다. 이러한 대규모 전투를 유지하기 위해 총과 탄약, 군수품들이 대량으로 공급됐다. 영국이 1815년 워털루에서 보유한 총은 156대였다. 그들은 당시 수천 번 정도 발포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1916년 솜 전투에서는 1400대의 총이 있었고 며칠 만에 200만 번 발포했다.
근대의 화력은 뚫을 수 없는 '강철의 폭풍'과 '텅빈 전장'을 만들어냈다. 병사들은 포탄 구멍을 따라 기어 다니거나, 폭격 맞은 건물의 잔해에 몸을 숨기거나, 땅에 굴을 파고 숨었다. 교착 상태와 소모전이 곧 전쟁의 모습이었다. 더 많은 총과 더 많은 포탄, 더 많은 폭발물이 언제나 필요한 상황에서 산업 생산량은 결정적인 영향을 발휘했다. 당연히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군수 산업에 동원됐다. 국내 전선은 폭격과 봉쇄의 목표물이 됐다.
1차 세계대전의 참호는 학살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참호가 학살을 유발한 것은 아니다. 참호는 화력이 지배했던 전장에서 강철의 폭풍을 막아내는 방어막이 되어주었다. 교착 상태라는 말은 참상의 절반 정도만 나타내는 표현에 불과하다. 산업화된 군국주의의 동력은 갈수록 더 치명적인 파괴수단을 만들어냈다.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자국 군대의 살상력을 높이는 경쟁을 함으로써 바야흐로 기술적인 무기 경쟁이 시작됐다. 1914년만 해도 기병이 수만 명이었지만, 1918년에는 탱크가 수천 대가 되었다. 1914년 8월에는 영국이 서부전선 전체에 배치한 항공기는 단30대였지만, 1918년 8월에는 단일 전투에서 무려 800대를 출격시켰다. 462p
레닌은 "국가는 계급 간 갈등이 화해할 수 없다는 것을 현실로 보여주는 것이며, 계급갈등의 산물"이라고 썼다. "계급 간 갈등이 객관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 국가가 들어선다. 역으로, 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계급 간 갈등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간단히 말해 '국가는 계급 지배의 도구이며,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억압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국가는 지배층의 착취, 억압, 폭력에 반대하는 인민들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경찰과 군사 같은 무장한 사람들의 집단'(즉 국가 기구)을 만든다.
레닌은 사회주의자들이 계급을 철폐하고 억압적인 국가를 철폐하기를 추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계급 간 갈등이 사멸되어야만 국가가 '사멸'한다. 계급투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혁명의 용광로 속에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국가를 만들어 스스로의 이익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레닌은 마르크스를 인용해 이를 '프롤레타리아 독재'라고 불렀다. 단어 선택은 좋지 않았다. '독재'란 말은 '민주주의'와 상극인 단어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말에 담긴 생각은 맞는 것이다. 어떤 계층이 통치를 하든 국가는 억압적인 조직이다. 하지만 부르주아 정부가 들어설 경우 부자의 재산만 보호하겠지만, 노동자들의 국가에서는 선출된 대표들이 대중의 의회에 책임을 지며 무장한 민병대들이 민주적 통치 아래에 있기 때문에 다수의 이익을 보호하게 된다. 478p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세상을 잘 이해해야 한다. 야수를 죽이기 위해서는 야수의 본성을 알아야한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19세기 중반 마르크스나 20세기 초반 레닌이 분석한 그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같기도 하다. 자본주의는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경제, 사회 체제다. 자본주의는 성장하고 변화하여 온 세계의 인적 자원을 빨아들이고, 확장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은 가차 없이 짓밟아버린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늘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갖고 있다. 경쟁적인 자본축척 체제, 계획이나 목적 없이 끝없이 부를 늘리는 체제라는 점이다. 자본주의라는 야수의 핵심은 언제나 변치 않고 똑같다. 바로 이윤 추구다.
역사 속에서 자본주의 체제는 다섯 개의 뚜렷한 발전 단계를 거쳤다. 한 단계에서 다음으로 넘어갈 때는 급격한 경제, 사회, 정치변동이 있었으며 새로운 시스템이 세계의 한 곳에서 개척되고 나면 곧 경쟁을 통해 전세계로 퍼졌다. 또한 변화가 일어날 때는 이전 단계의 주요 특성을 재구성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보존하고 있다. 자본주의 발전은 앞 단계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여가는 발전이었지만 때로는 앞 단계와 달리 혁신적으로 변모하는 발전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710p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는 이제 제도적, 존재적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는 경제적, 제국주의적, 사회적, 생태적 측면에 퍼져있다. 두 번째 대공황에 들어선 지 4년이 되었다. 이 공황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심하고 대처하기 힘든 종류의 것이다. 엄청난 군비 투자에도 불구하고 쇠퇴하는 제국주의 주도권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자국의 의지를 강요할 수 없게 됐고, 중동에서 일어나는 혁명의 물결을 막을 수 없으며, 중국 같은 신흥 경제 강국의 등장으로 생긴 도전에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2008년의 붕괴와 그 이후 실행된 구제금융과 긴축정책들로 주요 유럽 도시들의 중심지에서 총파업, 대규모 시위, 격렬한 전투가 일어났다. 그러는 동안에도 산업문명을 파괴시켜 버릴 만한 지구 온난화와 기후 재앙의 초읽기는 계속되고 있다.
인간 소외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한편에서는, 인간의 집단적인 노동이 결핍을 없애고자하는 의지에 힘입어 생산적인 힘을 만들어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힘이 우리의 손을 완전히 벗어나 우리의 건강, 행복감, 생존까지도 위협하는 가공할 만한 위협으로 변해버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716p
지금, 절대적으로 새로운 세상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혁명은 '실제'다. 그러나 그것이 당연히 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싸워 이겨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혁명의 성공은 우리 모두의 행동에 달려 있다. 그것이 가져다 줄 역사적 대가가 이보다 큰 적은 없었다. 722p
목차
목차
서문 : 왜 역사는 중요한가 4
1장 수렵인과 농경인
호미니드 혁명 17
사냥혁명 23
농업혁명 29
전쟁과 종교의 기원 35
전문가의 등장 40
2장 최초의 계급사회
첫 번째 지배계급 49
문명의 확산 56
청동기시대의 위기 62
역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69
철기인 73
3장 고대 제국들
페르시아 : 아케메네스 왕조 83
인도 : 마우리아 왕국 87
중국 : 진 왕국 93
그리스 민주주의 혁명 100
마케도니아 제국 106
로마의 군사제국주의 111
로마혁명 116
4장 고대의 종말
고대 후기의 위기 127
훈족, 고트족, 게르만족과 로마인들 132
어머니-여신들과 권력-신들 137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143
아랍, 페르시안, 비잔틴 149
5장 중세세계
압바스 혁명 159
힌두교, 불교, 굽타제국 165
중국의 회전문 역사 170
아프리카 : 가축 목축업자, 철기 제조업자, 그리고 무역국가 174
신세계 제국들 : 마야, 아즈텍, 잉카 180
6장 유럽 봉건주의
시간의 순환과 화살 191
유럽의 특이성 195
서양 봉건제도의 부상 199
십자군과 지하드 204
중세 유럽의 영주, 부르그의 시민 그리고 농민 208
중세 유럽의 계급투쟁 214
새로운 군주제 221
새로운 식민주의 225
7장 부르주아 혁명의 첫 물결
종교개혁 235
반종교개혁 242
네덜란드 혁명 249
30년 전쟁 255
영국혁명의 원인 261
혁명과 시민전쟁 267
신모범군, 수평파, 그리고 영 연방 272
식민지, 노예생활, 그리고 인종주의 277
제국의 전쟁 282
8장 두 번째 부르주아 혁명
계몽사상 291
미국 독립혁명 298
바스티유 습격 306
자코뱅 독재 313
테르미도르에서 나폴레옹까지 319
9장 산업자본주의의 태동
산업혁명 327
차티스트와 노동운동의 기원 333
1848년 혁명 341
마르크시즘이란 무엇인가? 348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354
노동계급의 형성 361
10장 철혈시대
세포이의 항쟁 371
이탈리아 통일운동 378
미국 남북전쟁 383
일본 메이지유신 390
독일통일 395
파리코뮌 401
장기불황 1873~96년 408
11장 제국주의와 전쟁
아프리카 쟁탈전 417
중국 유린 423
제국주의란 무엇인가? 429
1905년 혁명 : 러시아의 위대한 시연회 434
오스만 제국과 '청년 투르크' 혁명 440
1914년 : 야만주의로의 퇴행 446
개혁 또는 혁명 453
1차 세계대전 459
12장 혁명의 물결
1917년 : 2월혁명 469
이중권력 : 혁명의 역학 474
2월에서 10월까지 : 혁명의 리듬 480
1917년 : 10월혁명 485
1918년 : 전쟁은 어떻게 끝났는가 490
독일혁명 496
이탈리아의 '붉은 2년' 502
세계혁명 505
첫 번째 중국혁명 510
식민주의에 대항한 봉기들 516
스탈린주의 : 혁명의 패배가 남긴 쓰디쓴 열매 523
13장 대공황과 파시즘의 등장
포효하는 20년대 533
배고픈 30년대 540
1933년 : 나치의 권력 쟁취 546
러시아의 국가자본주의 553
1936년 6월 : 프랑스 대파업과 공장 점거 561
스페인 내전 567
2차 세계대전은 왜 일어났을까 574
14장 세계대전과 냉전
2차 세계대전 : 제국주의 585
2차 세계대전 : 야만주의 593
2차 세계대전 : 레지스탕스 598
냉전 605
대호황 612
마오주의 중국 617
제국의 종말? 625
석유, 시오니즘, 그리고 서양 제국주의 630
1956년 : 헝가리와 수에즈 운하 636
체 게바라와 쿠바혁명 643
15장 새로운 세계 혼란
베트남 전쟁 653
1968년 660
1968~75년 : 노동자들의 반란 666
장기침체 1973~92년 672
신자유주의는 무엇인가? 677
1989년 : 스탈린주의의 몰라 683
9·11사태,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신제국주의 691
2008년의 붕괴 : 버블에서 블랙홀까지 697
두번째 대공황 702
결론 미래 만들기
세계의 부 708
야수 710
21세기에 혁명을? 717
누구의 종말인가? 721
역자후기 724
세계사 연대표 730
참고문헌에 대하여 754
참고문헌에 대한 메모 756
참고문헌 목록 769
1장 수렵인과 농경인
호미니드 혁명 17
사냥혁명 23
농업혁명 29
전쟁과 종교의 기원 35
전문가의 등장 40
2장 최초의 계급사회
첫 번째 지배계급 49
문명의 확산 56
청동기시대의 위기 62
역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69
철기인 73
3장 고대 제국들
페르시아 : 아케메네스 왕조 83
인도 : 마우리아 왕국 87
중국 : 진 왕국 93
그리스 민주주의 혁명 100
마케도니아 제국 106
로마의 군사제국주의 111
로마혁명 116
4장 고대의 종말
고대 후기의 위기 127
훈족, 고트족, 게르만족과 로마인들 132
어머니-여신들과 권력-신들 137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143
아랍, 페르시안, 비잔틴 149
5장 중세세계
압바스 혁명 159
힌두교, 불교, 굽타제국 165
중국의 회전문 역사 170
아프리카 : 가축 목축업자, 철기 제조업자, 그리고 무역국가 174
신세계 제국들 : 마야, 아즈텍, 잉카 180
6장 유럽 봉건주의
시간의 순환과 화살 191
유럽의 특이성 195
서양 봉건제도의 부상 199
십자군과 지하드 204
중세 유럽의 영주, 부르그의 시민 그리고 농민 208
중세 유럽의 계급투쟁 214
새로운 군주제 221
새로운 식민주의 225
7장 부르주아 혁명의 첫 물결
종교개혁 235
반종교개혁 242
네덜란드 혁명 249
30년 전쟁 255
영국혁명의 원인 261
혁명과 시민전쟁 267
신모범군, 수평파, 그리고 영 연방 272
식민지, 노예생활, 그리고 인종주의 277
제국의 전쟁 282
8장 두 번째 부르주아 혁명
계몽사상 291
미국 독립혁명 298
바스티유 습격 306
자코뱅 독재 313
테르미도르에서 나폴레옹까지 319
9장 산업자본주의의 태동
산업혁명 327
차티스트와 노동운동의 기원 333
1848년 혁명 341
마르크시즘이란 무엇인가? 348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354
노동계급의 형성 361
10장 철혈시대
세포이의 항쟁 371
이탈리아 통일운동 378
미국 남북전쟁 383
일본 메이지유신 390
독일통일 395
파리코뮌 401
장기불황 1873~96년 408
11장 제국주의와 전쟁
아프리카 쟁탈전 417
중국 유린 423
제국주의란 무엇인가? 429
1905년 혁명 : 러시아의 위대한 시연회 434
오스만 제국과 '청년 투르크' 혁명 440
1914년 : 야만주의로의 퇴행 446
개혁 또는 혁명 453
1차 세계대전 459
12장 혁명의 물결
1917년 : 2월혁명 469
이중권력 : 혁명의 역학 474
2월에서 10월까지 : 혁명의 리듬 480
1917년 : 10월혁명 485
1918년 : 전쟁은 어떻게 끝났는가 490
독일혁명 496
이탈리아의 '붉은 2년' 502
세계혁명 505
첫 번째 중국혁명 510
식민주의에 대항한 봉기들 516
스탈린주의 : 혁명의 패배가 남긴 쓰디쓴 열매 523
13장 대공황과 파시즘의 등장
포효하는 20년대 533
배고픈 30년대 540
1933년 : 나치의 권력 쟁취 546
러시아의 국가자본주의 553
1936년 6월 : 프랑스 대파업과 공장 점거 561
스페인 내전 567
2차 세계대전은 왜 일어났을까 574
14장 세계대전과 냉전
2차 세계대전 : 제국주의 585
2차 세계대전 : 야만주의 593
2차 세계대전 : 레지스탕스 598
냉전 605
대호황 612
마오주의 중국 617
제국의 종말? 625
석유, 시오니즘, 그리고 서양 제국주의 630
1956년 : 헝가리와 수에즈 운하 636
체 게바라와 쿠바혁명 643
15장 새로운 세계 혼란
베트남 전쟁 653
1968년 660
1968~75년 : 노동자들의 반란 666
장기침체 1973~92년 672
신자유주의는 무엇인가? 677
1989년 : 스탈린주의의 몰라 683
9·11사태,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신제국주의 691
2008년의 붕괴 : 버블에서 블랙홀까지 697
두번째 대공황 702
결론 미래 만들기
세계의 부 708
야수 710
21세기에 혁명을? 717
누구의 종말인가? 721
역자후기 724
세계사 연대표 730
참고문헌에 대하여 754
참고문헌에 대한 메모 756
참고문헌 목록 769
저자
저자
닐 포크너
저자 닐 포크너는 영국 출신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명문 브리스틀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역사학과 고고학을 연구하고 있다. 예리한 시각과 깊이 있는 내용으로 필력을 과시하는 그는 [고대 올림픽에 대한 안내서A Visitor's Guide to the Ancient Olympics](2012) [로마:독수리의 제국Rome:Empire of the Eagles](2008) 등 여러 저서를 갖고 있다. 영국의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반자본주의 운동을 위한 노동자 조직과 대중운동을 이끌기 위해 만든 단체 '카운터파이어'의 이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실천하는 지성'으로서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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