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로부터의 전라도(자기 역사 쓰기 1)
『내 아버지로부터의 전라도』는 한 개인의 삶 중에서 아프고 슬픈 측면의 기록이다. 전라도라는 아픈 땅의 역사에 대한 기록이며, 그 땅에서 숨쉬고 살아온 이들의 고통에 관한 기록이다. 여전히 그 콤플렉스의 힘으로 미래를 모색해가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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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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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내면에 살아있는 지역감정이라는 유령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은 마흔 살 대한민국 남자인 저자가 임상 역사학자 이영남 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며 쓴 《자기 역사 쓰기》 작업 결과물이다. 저자는 30대 후반이 되었을 때 불편한 내면과, 갈등으로 치닫는 관계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의 객관적 모습은 대한민국 표준 직장인이지만 내면의 주관적 삶은 불안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그는 마음의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결심하고 아내와 함께 인문학 강좌를 들으러 다녔다. 그 과정에서 임상 역사학자 이영남 선생님을 만나 자기 치유 작업의 일환으로 삶의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저자가 자기 역사를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찾아낸 삶의 키워드는 《전라도》였다. 프란츠 파농의 "니그로는 비교다."라는 문장처럼, 그도 자신의 삶을 구속했던 모든 감옥이 결국 전라도라는 키워드로 수렴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전라도 출신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목포로 이사했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왔을 때 전학 첫날 한 아이가 묻는다. "너 전라도에서 왔다며? 너도 빨갱이지?"
언제부터인가 그에게 《전라도》는 좌천과 좌절과 모욕과 불안의 근원이 되어 있었다. 그는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세상으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웃음 띤 얼굴로 모든 것을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 되었다.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다시 광주로 이주했을 때 전라도는 더욱 무거운 것으로 다가왔다. 그곳에는 전라도라는 특별한 명사를 정체성의 일부로 삼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었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오월의 거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 패배 등을 경험하면서 중학생이던 그의 어깨에도 지역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판검사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지워진다. 광주를 떠나 다시 수원으로 이사했을 때 그는 광주에게 짊어졌던 책임감과 함께 공부 자체를 내려놓는다. 대입 시험 때 기숙사 같은 방에 배정된 대구 학생은 엄마와 통화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룸메이트 서울 아다. 전라도 새끼랑 같은 방 쓰면 재수 없을 뻔했는데 다행이다."
저자가 자기 역사 쓰기 작업에서 찾아낸 자신에 대한 자신에 대한 최종 진실은 이렇다.
"나는 한국의 니그로였고, 세상에 잘 보이고 싶어하는 화냥이였다."
저자는 그동안 자신의 삶을 살았던 게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타인의 마음에 드는 삶을 살고자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에게 《전라도》는 단순한 지역감정이나 차별의 언어가 아니라 스스로를 변방에 위치시키는 마음 속 감옥이었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전라도 ≫는 개인의 미시사와 함께 가족사, 사회사를 함께 써내려간다. 식민지 시대의 일본의 광산 도시에서 시작되는 할아버지 이야기부터, 한국 전쟁과 이념 갈등, 빨치산 활동과 토벌 작전, 이후의 보복 살인 등 현대사를 관통하는 가족 드라마가 서술된다. 그가 늘 시달려오던 모호한 불안감의 근원에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족사 전체를 밀봉해둔 아버지의 노력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아버지의 불안감이기도 했다. 친밀한 관계에서 오류를 범하는 태도 밑바닥에는 어머니의 엄격하면서도 소극적인 양육 방식이 있었다. 경제 개발정책과 함께 어린 나이에 경제 활동에 뛰어든 어머니는 그에게 영원한 모성 결핍과 여자에 대한 공포심을 물려 주었다.
"자기 역사 쓰기는 한 개인이 이룩한 업적보다는 좌절에 주목한다. 사람은 좌절할 때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상 역사학자 이영남 선생님 말씀처럼 《내 아버지로부터의 전라도》는 한 개인의 삶 중에서 아프고 슬픈 측면의 기록이다. 전라도라는 아픈 땅의 역사에 대한 기록이며, 그 땅에서 숨쉬고 살아온 이들의 고통에 관한 기록이다. 여전히 그 콤플렉스의 힘으로 미래를 모색해가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미시사와 거시사를 가로지르며 자신을 탐구해가는 저자의 역사 쓰기 첫 작업은 2010년에 시작되었다. 이후 5년간에 걸쳐 그는 이 글을 틈틈이 꺼내 보며 여러 각도에서 고쳐 쓰곤 했다. 침묵과 공란이 많은 아버지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묵은 신문이며 자료를 조사했다. 또한 한국 현대사와 사회학, 심리학과 픽션을 넘나드는 많은 책들을 읽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전라도》라는 공간에 대한 자극적인 고백이나 기억 나열식 글쓰기와 차별성을 확보한다. 저자는 스스로 선택한 적 없는 삶의 조건이 어떻게 마음속에서 불안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었는지를 탐구하며 동시에 마음을 치유하고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정립해가는 모색의 과정을 보여준다.
2015년 오늘도 대한민국은 청산하지 못한 과거와 지역 감정이라는 유령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 유령은 우리가 정직하게 인정하지 못한 우리 마음의 열등한 측면이 먼 곳으로 축출되었다가 무서운 얼굴이 되어 돌아온 결과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아버지로부터의 전라도》는 이 땅에서 마흔 살, 남자, 중년이라는 키워드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나 공감의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막 시작된 보편적 치유 작업의 일환으로서 치유 글쓰기, 자기 역사 쓰기 작업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이것은 마흔 살 한 남성의 개인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어디까지나 서울에 사는 평범한 인간에게 있어 대한민국이라는 공간과 해방 후 70년이라는 시간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 시공간을 한 걸음 앞선 곳에서 걸어간 부모의 삶과 뒤에서 걸어간 아들의 삶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부모도 아들도 자주 외면하고 회피하려 했던 전라도라는 숙명이 삶의 빛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하고 답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나는 누구인가, 이런 거창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삶이 어느 순간 도돌이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 수 없는 불안과 외로움이 지속되었다. 최선을 다하더라도 일도 사랑도 결국은 실패하는 인생이 아닌지, 내가 머무는 곳은 무슨 의미인지 늘 이런 의문에서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만나는 사람, 마주하는 사건, 삶에 대한 고민은 조금씩 달랐지만 나는 언제 어디서든 불안하고 외로워하는 마음을 마주하곤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책이 필요했다. 하찮은 감정으로 치부하기에는 그것이 빚어내는 삶의 장벽들이 너무도 거대하고 사실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성실하고 성실하게 불안과 외로움을 떨쳐 보내려 했지만 결국은 잘되지 않았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고, 반복되는 실패는 자주 회환, 비애, 슬픔, 우울, 분노를 동반했다. 어째서 나는 불안하고 외로울까? 어째서 내 인생은 결국 실패일 거라고 생각할까? 어째서 최선을 다해도 결국은 홀로 남겨질 거라고 확신할까? 어째서 이 하늘은 이렇게 슬플까? 그런데도 왜 웃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도 왜 착하고 성실하며 자신 있는 척 연기하는 것일까? 알 수 없었다. 답을 찾기에는 관련된 이야기가 부족했고, 많은 정보들이 삭제되거나 빠져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해명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는 문장으로 '내 이야기'를 써나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무엇이든 글로 써야만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그러나 글을 써야지 하는 생각뿐 오랫동안 손도 대지 못했다. 자주 지난 일기와 앨범을 들춰보고 머릿속으로 과거를 재연했지만 대체 무엇을 써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서 '자기 역사 쓰기'에 관한 특집 기사를 보게 되었다. 개인의 삶을 역사화하는 임상 역사학자의 워크숍을 소개하는 기사였다. 워크숍을 기획한 역사가 이영남 박사는 자기 역사 쓰기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관한 한 전문가들이다. 개인은 살아가면서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고 모순이나 고민을 해명할 수밖에 없다. 이것들이 사적인 것으로 치부되곤 하는데 이런 영역도 공적인 세계로 가져올 수 있다. 인간은 지적인 욕구가 있어서 조금만 훈련을 받으면 누구나 자기 역사를 쓸 수 있다." 그 기사를 본 후 나는 곧장 임상 역사학자 워크숍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1주일에 한 번씩 1년 동안 자기 역사 쓰기를 위한 훈련(?)을 받았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나는 자기 역사 쓰기를 훈련하는 동안 지루함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거기서 배우고 듣고 교류한 이야기들이 내 삶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그 학교에 참여한 사람들이 대체로 비슷한 문제를 품고 살고 있다는 사실에서 위로와 격려를 얻기도 했다. 그곳에서 배운 이야기는 모두 내 삶을 위해 마련된 것들이었고, 내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 문제가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해준 것이다. 이 글은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내 불안과 외로움을 이해하기 위해 내 마음을 억누르던 것들, 상처, 콤플렉스, 그림자 들을 기억 위로 꺼내놓았고, 부모의 삶과 시대적 풍경을 들여다보았다. 삶이 불안하고 외로울 때면 공책을 펼쳤고, 이야기는 내게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사회로 확장되어갔다. 모든 이야기의 배면에 깔린 한국 사회의 빛깔 속에서 깊은 슬픔과 적막을 느끼곤 했다. 자기 분석적이고 개인사적인 이야기를 출판물로 기획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이 나르시시즘적인 욕망은 아닌지, 그것이 기억과 아픔을 세상에 파는 행위는 아닌지 자주 머뭇거리게 되었다. 이 글이 발표됨으로써 나와 가족들이 상처를 입지는 않을지, 그런 두려움도 있었다. 여러 번 펜을 놓았다가 다시 시작하는 일을 반복하였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이야기와 그것이 빚어낸 정서들이 한국 사회에서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터, 그렇다면 한 번 작은 고함을 내지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불안과 외로움의 폐허를 질주하는 또 다른 나에게 거침없는 용기는 아니더라도 얼마간의 위안은 주고 싶었다. 내 작은 외침이 용감한 것인지 무모한 것인지 가증스러운 것인지 애처로운 것인지, 지금의 나는 잘 모른다. 역사학, 사회학, 심리학의 관점에서 이 글이 어느 지점에 위치하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어느 관점에서든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만 알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2015년의 나라는 인간이고, 그런 면에서 나는 정직하게 지금 시점에서의 '오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 글은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 그리고 그들이 내게 전한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내가 그들에게 받았던 선의의 자극처럼 나 역시 불안하고 외롭고, 여전히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티끌만큼의 자극과 격려가 된다면 그것은 기쁜 일이다. 아니 이 글을 통해 내 불안과 외로움을 또 다른 나에게 전염시키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읽고 혹시 자기 이야기를 역사로 써보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가 있다면 글 말미에 붙인 참고 문헌이 작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 문헌들은 내 자신마저 속이고 있던 내 이야기를 직시하고 표현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쟁기들이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전달될까 궁금해진다. 내 이야기가 이 땅 곳곳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나와 마주하고 연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좀 더 많은 침묵의 역사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이 땅 위에 작은 희망의 씨앗들을 만들어내기를 소망한다. 그러니까 《내 아버지로부터의 전라도》는 아무것도 아닌 '내'가 불안하고 외로운 또 다른 '나'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겠다는 외침이다.
목차
목차
작가의 말 / 나를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014
프롤로그 서울 2010·019
1장 세상을 만나다 1976?2002?2006
눈 내리던 새벽·027 세상은 나를, 나는 세상을 거부했다·030 서른 살, 잔치는 끝났다·036 나는 엄마의 사랑을 원한다·041
2장 기억의 첫 단추 1980?1981
전라선·053 빛과 그림자, 외갓집 칠보·058 원호원 아줌마·063
3장 어머니와 아들 1934-1973
나 아파 아파·073 엄마의 언니·079 사랑을 모르던 엄마·091
4장 아버지와 아들 1939-1985
목포의 눈물·107 아버지의 아버지·117 전라도의 모스크바·124 침묵의 고향·130 빨갱이라는 주홍글씨·134
5장 전라도, 그 잿빛 기억 1986-1989
전라도 전학생·147 회색빛 도시·152 차별받는 일등의 고장·158
6장 전라도 아이, 세상의 아웃사이더 1996?1998
스무 살, 욕망의 민낯·167 우리는 왜 아웃사이더가 되었을까?·173 상실의 시대·181
7장 그림자는 빛에서 태어난다 1991?1994
짝사랑·189 흩어지고 바래지는 이야기·197 마이크 앞에 앉은 원숭이·203 이길 수 없는 아버지·210 비가 내리지 않는 그늘, 노량진·216
8장 병든 사랑의 도시 1995?2010
오윤의 사랑·225 강한 여자·229 시험에 든 사랑·233 사랑에 맹목적인 여자, 사랑에 수동적인 남자·240 싸움의 공식 그리고 남겨진 흔적·249
9장 변방과 중심의 경계에서 2000?2010
계급과 소속·255 변방에서·258 《전라도 죽이기》와 강준만·265 세상의 에이스가 되기 위해·273 워커홀릭의 뿌리·282 서울과 함께 신음하다·287
에필로그 삼청동 2015·291
참고문헌·306
첨부 / 자기 역사 쓰기란 무엇인가/ 이영남·311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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