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농민시장과 공동체지원농업
농민시장과 공동체지원농업은 대안적인 농업 혹은 먹거리 시장으로 꼽힌다.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생산자농민과 소비자가 얼굴을 맞대고 농산물을 거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거래를 한다는 것만으로 ‘대안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두 방식은 어떤 면에서 대안적인 것일까? 사회학자 김원동 교수는 대안농업이 가장 발달한 것으로 꼽히는 미 북서부의 농민시장과 농장을 직접 방문하고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저서 《미국의 농민시장과 공동체지원농업》에서 바로 이 점을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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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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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시장(Farmers' Market)이란 농민이 직접 자신의 생산물을 도심의 장터로 가져다 판매하는 장이다. 이런 방식의 농산물 거래는 우선 농산물 판로의 다각화와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고안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도 농민시장은 가까운 농장에서 갓 수확한 농산물을 농민으로부터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고마운 존재다. 이는 농민시장이 갖는 중요한 대안성 중 하나가 '공동체성'임을 알려준다. 즉 농민시장은 생산자농민과 소비자가 '지역(local)'과 '건강한 먹거리'라는 접점을 갖고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공간인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먹거리를 매개로 만나는 시장이라는 것에서 더 나아가, 농민시장이 만들어가는 공동체성을 여러 방면에서 찾고 있다. 농민시장은 지역 주민들의 나들이 장소이기도 하고, 여러 이슈를 가지고 시위하거나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기도 하며, 조리 방법을 비롯해 로컬푸드, 유기농 등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에 대해 교육하는 장이기도 하다.
한편 저자는 자리 잡고 있는 입지의 다양성 때문에 농민시장이 열리는 요일, 주력하는 판매 목록 또한 지역마다 다양함을 지적한다. 샌프란시스코라는 같은 시에서 열리는 농민시장이라 해도, 도심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 열리는 '도시의 심장 농민시장'은 점심을 해결하거나 퇴근길에 저녁거리를 구입하는 인근 회사원이 주 고객이라 주말보다는 주중에 열리는 시장의 규모가 크다. 반면, 유명한 관광지를 끼고 열리는 '페리 플라자 농민시장'은 지역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이 모이는 주말에 훨씬 규모가 큰 장터가 된다. 또한 농민시장은 장터가 서는 날 노점을 열어 음식을 만들어 팔던 판매인들이, 인근 건물에서 상설 매장을 내는 보육 공간의 역할도 한다.
이처럼, 농민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 이웃인 지역 주민, 관광객, 그리고 연주자와 음식 판매인들이 상생하는 공간이다.
공동체지원농업, 상호 신뢰와 헌신의 농업 방식
그런데 상생과 신뢰라는 측면에서 농민시장보다 한 수 위의 대안성을 가진 것이 바로 CSA라는 약자로 불리는 공동체지원농업(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이다. 공동체지원농업은 회원으로 가입한 소비자들이 매년 영농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한 해의 농장 운영비와 농민의 생활비에 해당하는 비용을 선납하면, 생산자농민이 정기적으로 농산물 박스(국내에서는 주로 '꾸러미'로 불리는)를 회원에게 보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는 악천후나 해충 등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 농산물 가격의 급등락 등 영농 활동 전 과정에서의 위험부담을 회원소비자가 농민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상호 신뢰와 헌신의 영농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공동체지원농업은 농민시장과도 다른 특징을 갖는다. 그 첫 번째는 이미 서로를 잘 아는 농민과 소비자들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에 '유기농 인증' 같은 외부의 공인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계를 기반으로, CSA 농가는 공적 인증에 들일 시간과 비용을 아껴 영농에 몰두할 수 있다. 한편, 공동체지원농업은 단지 회비 선납을 통해 영농위험을 공유하는 데서 나아가, 영농 작업에 직접 소비자가 참여함으로써 영농 자체를 공유한다는 개념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들여다본 미 북서부의 CSA 농가 중 회원의 영농 참여가 실제로 이뤄지는 곳은 거의 없었다. 농사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부담이 될 만큼 농가들이 영세하려니와 농사에 동참하는 것을 원하는 소비자 역시 없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CSA가 봉착해 있는 딜레마를 보여주는데, 상호 헌신과 신뢰를 내세우는 영농 방식임에도 실제로는 특이한 거래 관계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딜레마는 CSA에 참여하는 소비자가 주로 중간계급이라는 데서도 드러난다. 그렇다면, 농민시장과 공동체지원농업에 저소득층은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을까?
저소득층의 건강한 먹거리보장을 위한 정책
미국의 연방정부나 지방정부는 매년 예산을 편성해 저소득층의 먹거리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먹거리사막에 사는 저소득층 여성과 어린이, 노인이 신선하고 영양 많은 먹거리를 더 많이 구입해 먹을 수 있도록, 농민시장에서 그들이 받은 먹거리 구입 지원비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여러 방안도 내놓고 있다. 저자는 '식품보조금 전자전환 시스템', 대응자금 조성 등의 노력으로 저소득층의 농민시장 이용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었음에도, 액수 자체가 적음으로 인해 한계가 여전함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지원금은 일시금 선납이 불가능한 점, 액수 자체가 1년 회비로는 너무 적다는 점 등으로 인해 공동체지원농업에서는 농민시장만큼의 성과조차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농민시장과 공동체지원농업의 이런 특징을 설명하며, 그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농민시장과 공동체지원농업에 참여하는 농가가 지속가능하려면 시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일반 시장과는 달리 소비자의 이익이나 생산자의 이윤 논리에 전적으로 좌우되고 있지는 않는다. 저자는, 농민시장과 공동체지원농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농민시장과 CSA가 비경제적 가치를 구현해갈 통로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소비자들의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함을 강조한다.
목차
목차
제1부 미국의 농민시장
1장 도농통합형 공동체의 형성과 지속가능성의 매개공간, 농민시장 … 21
2장 농민시장과 저소득층 먹거리 정책의 만남 … 65
3장 농민시장의 경제사회학적 함의: 길거리음식 판매인의 보육과 활동 및 상생의 공간, 농민시장 … 100
제2부 미국의 공동체지원농업
4장 신뢰·헌신·공동체성에 기초한 영농 방식, 공동체지원농업 … 137
5장 미국의 먹거리 정책과 공동체지원농업 … 181
제3부 미국의 농민시장과 공동체지원농업
6장 농민시장과 공동체지원농업의 특징과 활성화 방안 … 201
주석 … 251
참고문헌 … 280
찾아보기 … 293
저자
저자
주요 저(역)서로는 《농민시장의 사회학》, 《정보사회와 지역정보화》,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정치변동》, 《ICT 클러스터의 혁신과 진화》(공저), 《오늘의 사회이론가들》(공저), 《탈산업사회의 도래》(공역)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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