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풀은 다 커도 강아지풀(책마을해리 어린이시집 3)
『강아지풀은 다 커도 강아지풀』는 길가의 강아지풀 논두렁에서 바라본 개구리밥,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있던 조개, 꼬마시인들의 눈으로 바라 본 2016년 여름 책마을해리어린이시인학교 세 번째 어린이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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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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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예요. 동시콘서트와 동시 달력 이야기를 나누느라고 환해진 제주에서 며칠을 보냈어요. 책마을 초기, 몸 누일 곳 겨우 마련한 그야말로 폐교 책마을에 찾아와 한 이틀 몸 놀려 일손을 보태주었던 안진영 선생님과 품앗이였어요. 그의 동시 이야기 사이사이 동요가 선율을 더했어요. 동네 신부님부터 함덕초등학교 어린이들, 이제 데뷔한 지 석 달 된 신인가수며, 귀향해 노래운동하는 노래선생님까지예요. 또 그 사이가 빌 새라, 두드림 소리가 지하 공간을 잘 어루만져 주었어요. 그리고 달력놀이예요. 지난여름 책마을에 머물렀던 강연서 작가가 안진영 선생님의 동시를 풀어서 숫자로, 이미지로 어루만진 자취들이에요.
"저는 반쯤 완성한 것이구요. 나머지는 이 달력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이 마무리할 거예요."
연서 작가가 동시달력 사용법을 간단히 정리해 주었어요. 누구나에게 열린 동시(혹은 어린이시), 누구나에게 열려있는 동시달력과 만난 행복한 며칠이에요. 제주에서 어린이시인학교를 만난다는 설레는 말씀도 엿들었어요. 벌써부터 <어린이시인학교 제주>는 어떤 빛깔일까, 어떤 맛일까, 소리일까, 궁금해졌어요.
선흘 길을 걸었어요. 습지마을 사이로 난 현무암 길, 구멍이 송송송 난 그 길은 숲이 머금은 수만 년 물기를 뱉어내든지, 마침 하늘이 낮아서든지 차분했어요. 들숨날숨이 참 부드러웠어요. 함께 걸었던 친구들이 정말정말 좋아서 우리는 서로 낮은 목소리로 들리는 것, 만져지는 것, 보이는 것들을 이야기 나눴어요. 아, 저만치 벌써 핀 붉은 동백 사이로 우리 목소리가 반가운지 달려오는, 마을을 지키는 개 몇 마리도 보여요. 우리 손이 닿을새라 멀어지고 멀어지고 해요. 마치 지난 여름 우리를 감싸던 더운 땅의 열기처럼요. 그 기억처럼요.
오늘 이 시집 『강아지풀은 다 커도 강아지풀』을 가득 채운 여러분의 시와 만나면서, 여러분의 시간과도 다시 만날 수 있었어요. 여러분의 시간이 자꾸자꾸 지나서, 어른이 되어서도 시를 쓰던 지금 이 마음을, 꼭 다 커도 강아지풀처럼, 다 큰 여러분 마음 한 켠에 남겨서 힘들 때면 힘이 들 때면 그 때마다 한번씩 꺼내보세요. 그 때는 벌써 낡고 닳았을 이 시집을 펼쳐보세요. 옛날 여러분 마음 하나 길어 올려보세요. 위안이 될 거예요. 새 힘이 나 ㄹ거에요. 아니어도 좋아요. 이 엣 마음의 힘이 필요없이 기운차게만 살아가도 좋아요.
여러분은 몰라도 몰라도, 지금 이 마음, 이 시들이 여러분을 허물어지지 않게 지켜주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커다란 힘이 되었을 테니까요.
2016년 12월 책마을해리
이대건
[시인학교 총평]
한 뼘식 자란 마음의 힘으로
지난여름은 너무도 무더웠죠. 여름 내내 시들시들 지냈어요.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기 일쑤였죠. 여러분을 만나러 가기 전 까지도 그랬어요.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여러분을 만나러 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러분의 해맑은 얼굴을 보고 나니 더위를 이길 힘이 조금 생겼거든요. 팝콘을 튀길 때처럼 터져 나오던 웃음소리, 시끌시끌 교실을 채우던 끊이지 않는 수다 등과 함께 조별로 조 이름을 짓고 깃발을 만들 때나 각자 시를 쓸 때의 진지한 표정들. 그게 다 여러분이 지닌 힘일 거예요. 그런 힘들이 내게도 전해졌어요. 그 힘으로 나는 여름을 무사히 넘긴 셈이에요.
책마을어린이시인학교에 갈 때마나 나는 설레요. 내가 하는 일이라곤 여러분들과 잘 놀고 여러분들의 생각을 엿보고 여러분이 쓴 시를 칭찬해주는 일뿐이에요. 그 일들이 내겐 무척 기쁜 일이에요. 그 기쁨 때문에 설레고 설레죠. 여름이 다 지나고 이 글을 쓰자니 또 설레요.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여러분의 글을 보고 있자니 여러분의 얼굴이 무척이나 또렷하게 떠올라요. 여러분도 내 얼굴이 떠오르나요? 그 얼굴을 하나하나 그려보면서 여러분 시를 칭찬하려고 해요. 다 칭찬해주고 싶지만, 지면이 모자라 한 편씩만 칭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해주세요.
유진이의 「물, 사람」은 고민이 담긴 시예요. 여러 물과 여러 사람이 결국 다르지만 같은 물이며 같은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시지요. 어쩌면 번연하지만, 다름이 틀림으로 종종 생각되는 세상을 향한 작은 목소리이지요. 유진이는 고민을 통해 세상을 보는 첫 창문을 연 셈이에요. 그렇게 고민해도 다 괜찮다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다경이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짜증이 났나 봐요. 「오늘의 날씨」는 그런 날씨의 변덕을 재미있게 표현했어요. 다경이의 마음 속 날씨는 어떨지 궁금했어요. 아마도 '오늘의 날씨'처럼 예측하기 어렵지 않을까 상상했어요. 「꼭꼭 숨어라, 매미야!」를 쓴 지우는 시끄럽게 울어대는데도 보이지는 않는 매미가 답답했나 봐요.. 우는 것 같기도 하고 노래 부르는 것 같기도 한 매미소리에 화답하고 싶었나 봐요. 결국 매미가 숨바꼭질하려나 보다고 상상했지만, 제목을 보면 꼭 찾아내고 싶은 마음도 보여요. 그 마음이 재미있어요. 기범이의 「인사」를 보면서 인사란 뭘까, 골똘히 생각하게 되었어요. 형식적인 것 같지만, 어떤 목적도 없이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일이 인사일 거예요. 그런 목적 없는 인사를 한 게 언제였더라 반성도 했어요. 가족의 인사말을 각각의 입말로 표현한 게 재미있었어요. 모두모두 따듯하게 인사를 주고받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훈이는 우리 다 함께 바닷가에 갔던 일 중 하나를 썼어요. 「조개 잡으러 간 날」은 그날 동죽을 잔뜩 잡아놓고 바닷가에 도로 놓고 온 아쉬움이 담겨 있는 시예요. 어른들은 속으로 웃으며 동죽이 해감하기 힘든 조개라 놓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지요. 지훈이가 언젠가 놓고 온 것들에서 아쉬움이 아니라 그리움을 발견하게 될 날도 오겠지요. 그때는 살며시 어깨를 토닥거려주고 싶어요. 우리의 「논두렁」을 읽으면서, 왠지 우리랑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짧은 시가 우리 삶의 지표 같아요. 물론, 속단은 금물이죠. 그래도 평범한 도로보다는 샛길에서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씩씩하게 그 길을 가는 우리 모습도 떠올려 봐요. 연우가 시에서 얘기한 것처럼, 그러고 보니 강아지풀은 어려도 강아지풀, 다 커도 강아지풀이네요. 이런 참신한 생각을 한 연우가 부러워요. 앞으로도 많은 사물들을 그런 참신한 생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송연이의 시 「해바라기」에도 재미있는 생각이 들어 있어요.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해바라기를 보고 서로 싸웠나 상상하고 있지요.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웃음꽃 해바라기"라고 표현한 건 정말 웃음이 났어요. 상상만 하는 게 아니라 송연이도 그 키 큰 해바라기들과 친구하고 싶었나 봐요.
우현이의 「우성우」는 새침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시예요. 유성우를 보러 나갔다가 날이 흐려 보지 못한 아쉬움도 담겨 있지만, 베개 싸움의 먼지가 별 같았다는 표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요. 그 먼지들, 그 별들이 우현이의 마음속에서도 풀풀 날리며 반짝거리며 비처럼 너무 많이 쏟아지면 어떡하나 걱정 아닌 걱정도 했어요. 「바다야, 왜 불러?」에서 선우는 "화가 났을 때는/거센 파도로,/기분 좋을 때는/부드럽고 약한 파도로,/속상하고 슬플 때는/ 흐느끼듯 약한 파도로./우리를 부르는 것 같다"고 썼어요. 선우는, 실은 그 파도가 제 마음 속에서 철썩이는 파도였다는 사실을 알았을까요? 제 마음 속 감정으로 파도를 보지 않으면 그냥 흔한 파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선우는 알았을까요? 지헤의 「방아잎」은 방아잎을 먹어보기 전의 상상과 먹어본 뒤의 맛을 잘 표현한 재미있는 시예요. 아마 그 맛은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아요. 그런 맛, 그런 느낌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시도 이루고 삶도 이루지요. 승현이는 자리를 무척 사랑하나 봐요. 「잘 어울리는 맛」에서 자기한텐 단맛이 어울린다고 썼어요. 누구한테나 다 어울리는 맛이 있다는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없는 상상이지요. 누구에게나 달콤한 맛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나도 되고 싶어요.
책마을어린이시인학교가 끝나고 몇 주 뒤 나는 또 책마을에 갔어요. 시인 윤중호(1956-2004) 선생님의 시비 제막식이 있었거든요. 캠프 때 책마을 뒷마당에서 들리던 쇠 깎는 소리가 사실 시비를 만드는 소리였어요. 윤중호 선생님은 누구보다 열심히 세상을 살다 가신 분으로 나는 기억해요. 그분의 시비에는 아주 짧은 시가 새겨졌어요.
곰삭은 흙벽에 매달려
찬 바람에 물기 죄다 지우고
배배 말라가면서
그저, 한겨울 따뜻한 죽 한 그릇 될 수 있다면
- 윤중호, 「시래기」
누추한 삶이지만 외롭고 배고픈 누군가의 허기를 채워주고 싶다는 선생님의 마음이 잘 드러난 시라고 생각해요. 여러분 시에서도 그런 마음의 씨앗들이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들이 자라서 아름다운 시도 되고 아름다운 사람도 되고 아름다운 세상도 될 테니까요.
벌써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요. 이제 언제 그렇게 더웠나 싶어요. 아침저녁으로 팔에 오스스 소름이 돋아요. 어릴 때부터 이맘때가 좋았어요. 밤새 찬비 온 뒤 나뭇잎 하나가 노랗게 물든걸 보는 아침나절이면 괜시리 마음속에서 쓸쓸한 기분이 들곤 했어요. 요즘도 그런 나뭇잎을 보면 가만 그 앞에 서 있곤 해요. 이상하게 그 쓸쓸함이 좋았어요. 여러분도 그런가요? 이맘때 드는 쓸쓸함은 아직 어린 소년이었던 나와 어른인 내가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쓸쓸함으로 나는 조금씩 나이를 먹어왔다는 생각도 해요.
지난여름 여러분들 마음도 한 뼘씩은 자랐겠지요. 차분히 이제 그 자란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에요. 여러분이 마음속 쓸쓸함을 만나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요? 여러분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속 쓸쓸함을 만나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요? 그때가 기다려져요.
김근
목차
목차
수박씨
문유진 매미 13
물, 사람 14
조개 15
이다경 바다 17
매미소리 18
깨 19
조개야 안녕 20
지우개 21
오늘의 날씨 22
문지우 꼭꼭 숨어라, 매미야! 24
논 25
애벌레 26
여름 27
고기범 고둥 29
강아지풀 30
인사 31
울음소리 32
물총 33
노란색 지렁이
강지훈 물총싸움 37
매미 38
귀신아 39
조개 잡으러 간 날 40
이우리 사그락 사그락 42
논두렁 43
맞바람 44
탁구 45
남연우 개미 47
강아지풀 48
모기 49
매미 50
논두렁 걷기 51
물총놀이 52
류송연 작은 파도, 큰 파도 54
개구리밥 초록길 55
매미합창단 56
여름이 오는 소리 57
해바라기 58
시 59
달바라기
이우현 풍덩! 63
탈주 64
touchmenor 65
물놀이 66
유성우 67
남선우 코피 69
오늘의 날씨 어제의 날씨 70
바다야, 왜 불러? 71
벌레 72
매미 73
허지혜 짠 바다 75
물 76
더운날씨 77
방아잎 78
봉숭아 79
아침체조 80
정승현 모양성 82
강아지풀 83
잘 어울리는 맛 84
잠자리 85
시인학교 총평_김근(시인) 86
사진으로 보는 2016 책마을어린이시인학교 93
저자
저자
2014년에는 멀게는 파주에부터 가까이는 고창읍, 스무 명 아이들이 모였어요. 우리가 본 갯벌과 조개, 우리를 괴롭혔던 모기와 비바람, 우리를 둘러싼 가족들과 친구들 등 꼬마시인들 주변 이야기를 시로 담아 『파도는 내 발이 좋은가 봐』를 출간했어요.
2015년 책마을해리어린이시인학교에는 파주, 대전, 광주, 전주, 순천, 군산, 고창에서 20명의 친구들이 모였어요. 우리 곁의 산과 들, 갯벌을 돌아보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연의 소중함,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작지만 귀한 이야기들이 모여 한 권의 시집 『숨어서, 숨어서』가 되었어요.
2016년 시인학교에는 고창과 파주, 함평, 대전, 광주에서 친구들이 모였어요. 책마을을 둘러싼 마을을 찬찬히 돌아보고, 자연과 사람, 나와 우리,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시와 그림을 만들었지요. 물론 신나는 바다놀이와 물총놀이, 배개싸움도 빼놓을 수 없어요. 올 여름의 추억이 이제 또 한 권의 시집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에요.
시인의 눈으로 관찰하며 시와 그림을 지었지요. 책마을해리어린이시인학교는 앞으로도 쭉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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