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시작, 그러니
김매희 시조집
김매희 시인은 주변의 모든 사물을 시라는 틀어 넣어 독특한 감성을 묘사하고 형상화한다. 또 시에 대한 예의와 시를 향한 열정이 맛깔난 시로 표현된다. 이 시조집 〈 끝없는 시작, 그러니〉에는 인생의 뜨락에 내린 삶의 순간들이 시의 꽃으로 피어나 풍성하게 하고,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심상들이 정선된 언어로 행간 행간을 채워가고 있으며, 시를 향한 엄청난 에너지가 완전한 몰입 속으로 이끈다. 그 과정이 마치 연어가 모천으로 가는 길처럼 험난한 시험의 연속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눈물을 수반한 그리움은 시인과 하나가 될 수 있다. 아니, 그 그리움은 모두 똑같이 정서적으로 반응되지 않기에 시에 대한 목마름으로 타오른다. 그 목마름은 시의 불씨가 되어 모천회귀의 시로 꽃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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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빛과 어둠이 존재하는 시조집 〈 끝없는 시작, 그러니〉에 수록된 시편들은 총 5부로 나뉘어져 74편의 시조, 그리고 오종문 시인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단단한 껍질 안에/갇"혀 산 마음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동안 믿고 따랐던 자아가 아니라 자신을 새롭게 태어나게 해줄 자아의 싹을 틔우기를 희망한다. 꽃씨가 꽃대를 밀어 올리는데 필요한 것들이 햇볕과 물 등이었다면, 시인에게 새로운 자아의 싹을 틔워준 것은 시라고 말한다.
연어가 모천회귀하는 생의 순환을 읽는 듯하다. 시인은 시조를 통해 태어나고 사랑하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연어의 삶이 인간의 삶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태어난 강을 떠난 치어들이 먼 알래스카나 베링 해 등에서 성장한 후 되돌아오는 그 과정은 한 편의 인생 드라마다.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고향으로 돌아와 일생에 단 한 번 자신의 분신인 수천 개의 살굿빛 알을 낳고 수정한 뒤 삶의 모든 에너지를 자연에 돌려주는 모성의 사무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연어라는 말에 그리움을 느끼면서 연어의 독특한 생의 순환을 경이롭게 읽었는지도 모른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 자리에 닿을까요//지나온 고비마다 아픔으로 남을까요"하면서 "생명의 근원 찾아" "본능의 힘"으로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일생을 마치는 연어의 삶에 이입된다. 돌아와 분신을 남기고 생을 마치는 연어의 일생이 감동인 것처럼, 시인은 연어와 같은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또한 현대사회가 물질적 풍요로움과 다양한 선택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내면적으로는 정신적인 결핍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파하는 사람들까지 따뜻한 시선을 보내면서 껴안으려고 한다. "아날로그 쉰세대가/디지털로 살아가"는. "언제나/한 걸음 앞서//내달리는 이 세상"에 적응하려는 안쓰러움도 내보인다. 그렇다고 어떤 거창한 삶을 바라거나 희망하지 않는다. 비록 꽃길이 아닐지라도, "주어진 생의 무게"를 자신에게 주어진 그릇만큼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김매희 시인에게 시는 삶의 전부이고, 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시편 속에 다른 삶의 형태로 그려진다. 매일 혹은 순간순간 내 안에 들어오는 사물의 이미지를 포착해 시로 만들고, 그 위에 은유의 옷을 입히는 과정을 무사히 건넜기에 시가 도착할 수 있었다. '志'(뜻 지)와 '意'(뜻 의)가 마음을 일으켜 가슴 속에서 시가 자란 것이다. 세속에 찌든 인간들을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 바로 시라고 믿었다. 그래서 김매희 시인에게 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나아가서 사람과 자연 간을 연결하고 소통을 시켜주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처럼 시를 향한 그녀의 열정은 많은 시편에서 감지된다.
햇살 바른 담장 아래
철 늦은 채송화
시월의 찬바람에
애처롭게 앉아있네
뭘 하며
늦장 부리다
때 늦어서 피었나
채송화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단풍잎
서로를 보듬으며
이별을 준비하나
늦도록
철들지 못한
내 모습이 거기 있네
-철부지 채송화- 전문
갈급증에 허덕이던
굶주린 새 한 마리
감로수 한 방울에
허기를 달래면서
길 잃고
헤매던 가슴
작은 불씨 지핀다
갈피갈피 묻어둔
삶의 먼지 털어내고
설레인 마음으로
시 한 수 ?조리나
아직은 철 이른 땡감
떫은 맛을 어찌하랴
-작은 불씨- 전문
목차
목차
1부
멈춰도 좋을 시간 / 13
끝없는 시작 / 14
파도치는 얼굴 / 15
한 줄 글이 고프다 / 16
철부지 채송화 / 17
늦은 봄소식 / 18
生도 死도 축복 / 19
살아가는 셈법 / 20
작은 불씨 / 21
갯벌 잔치 / 22
빈 의자 / 23
백년 시간 / 24
찻잔에 머문 삶 / 25
이 또한 / 26
시간을 짠다 / 27
2부
손가락 맛 / 31
뻥튀기 파는 남자 / 32
김광석 거리에서 / 33
배웅하는 꽃 / 34
청춘극장 / 35
제구실 / 36
꿈 해몽 / 37
어떤 이방인의 삶 / 38
어디쯤에 계시는지 / 39
묵묵부담 / 40
홀연 떠난 사람 / 41
코로나19 / 42
거짓 / 43
자화상 / 44
3부
환한 웃음 / 47
능소화 여름 / 48
두물머리 / 49
11月 / 50
봄꽃 멀미 / 51
그리움 / 52
소나무 / 53
낙엽 정원에서 / 54
덕수궁 돌담길 / 55
연어처럼 / 56
사람구경 꽃구경 / 57
하롱베이에서 / 58
멀어진 뒷모습 / 59
봄 볕 의자 / 60
4부
빛바랜 편지 / 63
늘푼수 / 64
미련 / 65
키다리 아버지 / 66
산딸 나무 / 67
뒤척인 하룻밤 / 68
알싸한 기억 / 69
엄마 보석 / 70
미로찾기 / 71
천진한 마음 / 72
빵꽃이 피면 / 73
장독대 이력 / 74
천리향 단상 / 75
동행 / 76
명언 / 77
큰언니 / 78
5부
창槍 / 81
까치발 / 82
일생의 벗 / 83
먼 후일 / 84
시한부 / 85
정오의 미스터리 / 86
하루쯤은 /87
희망 화분 / 88
열熱 / 89
내리사랑 / 90
시샘 / 91
해운대 밤바다 / 92
그릇대로 / 93
해설 / 詩의 불씨가 낳은 모천회귀의 詩 -오종문 / 94
저자
저자
대구 출생. 2019년 〈시조미학〉 신인상 등단.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회원.
한국 시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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