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피
이중용 첫번째 잡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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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벗기는 것들과 벗겨지는 인간에 관하여
건축편집자가 빚은 생각으로의 초대
오픈북, 생각 속에 짓는 집
건축가는 자신이 계획하여 지어진 집을 ‘오픈하우스(open house)’라는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소개하기도 한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기대가 겹쳐 있다. 작업에 몰두하느라 소원했던 관계들을 다지기도 하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도 하고, 매체 PR 과정의 연결고리로 활용하기도 하고, 비평가 등 건축 전문가들과 더불어 건축적 평가 가능성을 살피기도 하고, 더불어 이러한 과정들 전부가 SNS 및 개인 웹 미디어의 홍보 소스이기도 하다. 건축 전문가들은 ‘건축’에 대해 논하기를 즐기지만, 그것을 포함한 많은 일들이 ‘집’을 포함한 결과물을 통해 비롯된다. 건축 전문 에디터는 특히나, 건축가가 만들어낸 결과물과 더불어서 그 역할에 가치가 생기는 것으로 생각돼 온 직업 중 하나다. 하지만 건축잡지 에디터가 굳이 비판하기 위해 건물과 건축가를 선별하는 경우를 보기도 드문 일이고, 건축 단행본 에디터는 당연히 결과물의 좋은 면이 세일즈·마케팅 포인트와 연관돼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오늘의 건축 분야 전문 에디터들은 건물에 있어서도 건축가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면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무한 긍정에 가까운 관점과 태도가 건축 전문 에디터들의 다양한 문화적 가능성 뒤에 도사리는 부정적 인식의 배양액이 되기도 한다.
상품을 곱게 포장해서 신속하게 배달하는 것이 건축 전문 에디터의 작업이나 능력과 다르지 않다면, 건축 전문가 계통 내에서의 건축 전문 에디터에 대한 의심과 등한시는 오히려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러한 기능은 이미, 언제든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축가의 말하기를 대신하는데 몰두해 온 에디터의 글은 말하기처럼 익숙해지는 글쓰기를 통해 건축가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성으로 건축의 권위를 형성하는데 기여했던 비평가의 글이 대중의 관심과 자리를 차지하여 자신의 권위를 형성한 동료 건축(전문)가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과 결과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건축의 문화를 만드는 에디터나 비평가 등의 업역이 오늘날 포장 기술과 권위를 위한 사인으로 취급되거나 대체되는 것은 온당한가? 부당함을 전제할 필요는 없지만 합당함에 대한 모색은 필요할 것이다. 물론 건축을 읽는 노력 없는 포장 기술과 건축을 읽을 준비 안 된 보증서 사인의 문제에서 에디터나 비평가가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때 건축 전문 에디터였던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문제들에서조차 격리돼 있는 상황이다. 그는 매체라는 껍질을 벗은 에디터가 문화 생산자로서의 역할과 가능성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단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되는 동안에는 성급히 껍질 속으로 들어가거나 만들기보다 건축 전문 에디터라는 자신이 선택한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중이다. 비평가는 ‘고쳐 쓰기’ 등을 통해 외부의 정보를 수용하면서도 창작이라는 작업의 가능성 안에 머무를 수 있다. 중간 영역에서 건축가든 비평가든 그 누구든 말을 하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정리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대신 쓰기’라는 본연의 역할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느낄 때, 에디터는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스스로 문제를 설정한 저자는 넓은 길로 나가는 대신 좁은 길을 택한다.
자신을 ‘건축편집자’로 소개하는 이유 역시 일단은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선을 그은 것이고, 그럴수록 현실에서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새로운 문화적 가능성을 그 좁은 부분에서부터 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오히려 거기야말로 가능성의 자리라는 예감을 주저 없이 밀고 나간다. 이 책이 직접적으로 건축을 다루지 않고 몇몇 사회적인 현상들을 바라보는 저자 자신의 다채로운 시각의 레이어들을 예지적인 분위기로 엮어내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항상 이전에 만들어진 결과물의 후속 작업으로밖에 태어나지 못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축 전문 에디터 작업의 바탕이 보다 근원적이고 독자적인 별도의 작업에 근거할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한 그 나름의 진지한 물음이자 탐색인 것이다. 그는 거칠게, 거침없이 생각을 흘려보낸다. 현상이 기술되고, 비유가 작동하고, 신조어가 나타나고, 구조를 더듬고, 현실로 돌아온다. 때로는 허덕이고 때로는 허겁지겁 읽히는 문장들은 아가미도 산소호흡기도 없이 생각 속으로 다이빙하여 속이 울렁거리고 숨이 가빠오면 몸부림치듯 생각 밖으로 달아나기 바쁜 저자를 고스란히 닮았다. 문장 하나, 어쩌면 단어 하나도 건지지 못 하는 채로 자신을 괴롭히기만 하는 생각하기와 글쓰기의 과정은 가치 있는 이야기를 발견하고픈 기대감만큼이나 반복되는 과정에 지치지 않고 자신의 몸을 만들기 위한 기획이다. 건물을 만들 몸을 갖췄지만 이야기를 발견하고 만들어 낼 몸까지 만들지는 못한 대부분의 건축가들에게서 건축의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는만큼, 저자는 건축가들에게 기대해야 할 것과 건축 전문 에디터로서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구별하려는 의지가 있다. ‘건축’이라는 하나의 분과 안에서 ‘건물’을 짓기 위한 고민과 ‘생각’을 짓기 위한 고민은 많은 부분 교집합을 이룬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다른 영역일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기술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그것들을 포함하여, 무엇보다 저자는 글 안에서 건축 전문 에디터를 통해 발견되거나 떠올려져야만 하는 여러 가지 겹쳐진 기대를 지어진 책이라는 형식으로 소개하고/제안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건축가들의 오픈하우스처럼 건축편집자가 생각 속에 짓는 집을 독자들에게 개방하는 일종의 오픈북(open book)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편집자가 빚은 생각으로의 초대
오픈북, 생각 속에 짓는 집
건축가는 자신이 계획하여 지어진 집을 ‘오픈하우스(open house)’라는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소개하기도 한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기대가 겹쳐 있다. 작업에 몰두하느라 소원했던 관계들을 다지기도 하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도 하고, 매체 PR 과정의 연결고리로 활용하기도 하고, 비평가 등 건축 전문가들과 더불어 건축적 평가 가능성을 살피기도 하고, 더불어 이러한 과정들 전부가 SNS 및 개인 웹 미디어의 홍보 소스이기도 하다. 건축 전문가들은 ‘건축’에 대해 논하기를 즐기지만, 그것을 포함한 많은 일들이 ‘집’을 포함한 결과물을 통해 비롯된다. 건축 전문 에디터는 특히나, 건축가가 만들어낸 결과물과 더불어서 그 역할에 가치가 생기는 것으로 생각돼 온 직업 중 하나다. 하지만 건축잡지 에디터가 굳이 비판하기 위해 건물과 건축가를 선별하는 경우를 보기도 드문 일이고, 건축 단행본 에디터는 당연히 결과물의 좋은 면이 세일즈·마케팅 포인트와 연관돼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오늘의 건축 분야 전문 에디터들은 건물에 있어서도 건축가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면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무한 긍정에 가까운 관점과 태도가 건축 전문 에디터들의 다양한 문화적 가능성 뒤에 도사리는 부정적 인식의 배양액이 되기도 한다.
상품을 곱게 포장해서 신속하게 배달하는 것이 건축 전문 에디터의 작업이나 능력과 다르지 않다면, 건축 전문가 계통 내에서의 건축 전문 에디터에 대한 의심과 등한시는 오히려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러한 기능은 이미, 언제든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축가의 말하기를 대신하는데 몰두해 온 에디터의 글은 말하기처럼 익숙해지는 글쓰기를 통해 건축가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성으로 건축의 권위를 형성하는데 기여했던 비평가의 글이 대중의 관심과 자리를 차지하여 자신의 권위를 형성한 동료 건축(전문)가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과 결과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건축의 문화를 만드는 에디터나 비평가 등의 업역이 오늘날 포장 기술과 권위를 위한 사인으로 취급되거나 대체되는 것은 온당한가? 부당함을 전제할 필요는 없지만 합당함에 대한 모색은 필요할 것이다. 물론 건축을 읽는 노력 없는 포장 기술과 건축을 읽을 준비 안 된 보증서 사인의 문제에서 에디터나 비평가가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때 건축 전문 에디터였던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문제들에서조차 격리돼 있는 상황이다. 그는 매체라는 껍질을 벗은 에디터가 문화 생산자로서의 역할과 가능성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단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되는 동안에는 성급히 껍질 속으로 들어가거나 만들기보다 건축 전문 에디터라는 자신이 선택한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중이다. 비평가는 ‘고쳐 쓰기’ 등을 통해 외부의 정보를 수용하면서도 창작이라는 작업의 가능성 안에 머무를 수 있다. 중간 영역에서 건축가든 비평가든 그 누구든 말을 하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정리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대신 쓰기’라는 본연의 역할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느낄 때, 에디터는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스스로 문제를 설정한 저자는 넓은 길로 나가는 대신 좁은 길을 택한다.
자신을 ‘건축편집자’로 소개하는 이유 역시 일단은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선을 그은 것이고, 그럴수록 현실에서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새로운 문화적 가능성을 그 좁은 부분에서부터 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오히려 거기야말로 가능성의 자리라는 예감을 주저 없이 밀고 나간다. 이 책이 직접적으로 건축을 다루지 않고 몇몇 사회적인 현상들을 바라보는 저자 자신의 다채로운 시각의 레이어들을 예지적인 분위기로 엮어내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항상 이전에 만들어진 결과물의 후속 작업으로밖에 태어나지 못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축 전문 에디터 작업의 바탕이 보다 근원적이고 독자적인 별도의 작업에 근거할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한 그 나름의 진지한 물음이자 탐색인 것이다. 그는 거칠게, 거침없이 생각을 흘려보낸다. 현상이 기술되고, 비유가 작동하고, 신조어가 나타나고, 구조를 더듬고, 현실로 돌아온다. 때로는 허덕이고 때로는 허겁지겁 읽히는 문장들은 아가미도 산소호흡기도 없이 생각 속으로 다이빙하여 속이 울렁거리고 숨이 가빠오면 몸부림치듯 생각 밖으로 달아나기 바쁜 저자를 고스란히 닮았다. 문장 하나, 어쩌면 단어 하나도 건지지 못 하는 채로 자신을 괴롭히기만 하는 생각하기와 글쓰기의 과정은 가치 있는 이야기를 발견하고픈 기대감만큼이나 반복되는 과정에 지치지 않고 자신의 몸을 만들기 위한 기획이다. 건물을 만들 몸을 갖췄지만 이야기를 발견하고 만들어 낼 몸까지 만들지는 못한 대부분의 건축가들에게서 건축의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는만큼, 저자는 건축가들에게 기대해야 할 것과 건축 전문 에디터로서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구별하려는 의지가 있다. ‘건축’이라는 하나의 분과 안에서 ‘건물’을 짓기 위한 고민과 ‘생각’을 짓기 위한 고민은 많은 부분 교집합을 이룬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다른 영역일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기술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그것들을 포함하여, 무엇보다 저자는 글 안에서 건축 전문 에디터를 통해 발견되거나 떠올려져야만 하는 여러 가지 겹쳐진 기대를 지어진 책이라는 형식으로 소개하고/제안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건축가들의 오픈하우스처럼 건축편집자가 생각 속에 짓는 집을 독자들에게 개방하는 일종의 오픈북(open book)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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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메타포로서의 기계, 신에 대한 방백(傍白)
전진삼_ 와이드 AR 발행인
이 글을 쓰기 위해 가제본하여 보내온 이중용의 문집을 완독한 후 책장을 덮으면서 보니 이 책의 가제목(못생긴 생각들)이 눈에 거슬린다. 본문 내용과 너무 다르다. 이것은 필시 저자가 작명한 것이 아니다. 확인 결과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 최종본이 다른 책 제목을 달고 나올지, 그냥 이대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저자 이중용은 스스로가 고백하듯이 '기계가 되지 못한 인간'의 전형이다. 그런 그의 생각에 입히는 옷이라면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
이중용은 20대 후반부터 기계가 되기를 소망하며 인생을 설계해왔다. 그는 '말 그대로 평범하고 지루한 시간을 잘 견디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가끔은 제가 마치 입력되는 정보들을 처리하는 기계 같다는 생각'에 빠져든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솔직 순수한 사람은 '기계가 되면 좋을 텐데, 기계가 되지 못 하는 인간의 상태'로 늘 '앓는 중'이라고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정의한다.
내가 이중용을 처음 만나게 되는 시점은 그가 건축잡지 《건축과환경》(현, C3) 편집부 기자로 재직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대인 청년 이중용은 당시 건축동네를 대표했던 웹진 《아키누드》에서 '지노(JINO)'라는 아이디로 활동할 때에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던 인물이었다. 온라인상의 명성과 다르게 오프라인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 느껴졌던 순수무구 함은 그가 40대 중반에 접어든 오늘의 시점에도 여전한 걸 보니, 이 사람은 분명 나이를 먹지 않는 '기계 인간'에 근접해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중용은 지금 '생각하는 기계'다.
그가 본문을 통해 보여주는 글쓰기 방식은 포스트모던하다. 사유의 파편화된 구성, 패러디적 전략, 상호텍스트성, 자유연상법 등에 기댄 글쓰기는 이중용 특유의 문장을 구성한다. 그가 '생각의 화살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글을 쓰고 있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간은 중력을 느끼지만 텍스트의 장소는 무중력 상태'여서 '문득 저는 생각의 화살에 무게를 넣어보고 싶어졌'다는 고백과 함께 '조준해서 쏜 화살이 ··· 슉 날아가다가 중력을 못 이겨 낙하하고는 어딘가 툭 꽂히듯이 ··· 텍스트가 감성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긴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각각의 장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지도와도 같다.
책의 각 장에는 고대와 현대에 걸쳐서 그가 주목하고 있는 '스페셜리스트들'이 교묘하게 행간을 채우며 등장한다. 앨런 머스크(탈피)-절대자(피라미드)-브루노와 갈릴레이(연체)-장발장(왜곡)-신(이터링과 이미징)-인공지능 A.I.(독사와 불독)-탈레스(믿음과 알음)-슈퍼맨(우리)-스티브 잡스(필문요화)가 그들이다. 모두가 신 그 자체이거나 신에 근접한 세기의 존재들이다. 저자가 이들을 콕 찝어서 생각의 화살을 쏘는 배경을 따라잡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가 될 것이다. 이중용이 말하는 기계는 신에 대한 메타포다. 저자가 은유적 삶을 선택한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만하다.
전진삼_ 와이드 AR 발행인
이 글을 쓰기 위해 가제본하여 보내온 이중용의 문집을 완독한 후 책장을 덮으면서 보니 이 책의 가제목(못생긴 생각들)이 눈에 거슬린다. 본문 내용과 너무 다르다. 이것은 필시 저자가 작명한 것이 아니다. 확인 결과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 최종본이 다른 책 제목을 달고 나올지, 그냥 이대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저자 이중용은 스스로가 고백하듯이 '기계가 되지 못한 인간'의 전형이다. 그런 그의 생각에 입히는 옷이라면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
이중용은 20대 후반부터 기계가 되기를 소망하며 인생을 설계해왔다. 그는 '말 그대로 평범하고 지루한 시간을 잘 견디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가끔은 제가 마치 입력되는 정보들을 처리하는 기계 같다는 생각'에 빠져든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솔직 순수한 사람은 '기계가 되면 좋을 텐데, 기계가 되지 못 하는 인간의 상태'로 늘 '앓는 중'이라고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정의한다.
내가 이중용을 처음 만나게 되는 시점은 그가 건축잡지 《건축과환경》(현, C3) 편집부 기자로 재직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대인 청년 이중용은 당시 건축동네를 대표했던 웹진 《아키누드》에서 '지노(JINO)'라는 아이디로 활동할 때에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던 인물이었다. 온라인상의 명성과 다르게 오프라인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 느껴졌던 순수무구 함은 그가 40대 중반에 접어든 오늘의 시점에도 여전한 걸 보니, 이 사람은 분명 나이를 먹지 않는 '기계 인간'에 근접해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중용은 지금 '생각하는 기계'다.
그가 본문을 통해 보여주는 글쓰기 방식은 포스트모던하다. 사유의 파편화된 구성, 패러디적 전략, 상호텍스트성, 자유연상법 등에 기댄 글쓰기는 이중용 특유의 문장을 구성한다. 그가 '생각의 화살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글을 쓰고 있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간은 중력을 느끼지만 텍스트의 장소는 무중력 상태'여서 '문득 저는 생각의 화살에 무게를 넣어보고 싶어졌'다는 고백과 함께 '조준해서 쏜 화살이 ··· 슉 날아가다가 중력을 못 이겨 낙하하고는 어딘가 툭 꽂히듯이 ··· 텍스트가 감성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긴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각각의 장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지도와도 같다.
책의 각 장에는 고대와 현대에 걸쳐서 그가 주목하고 있는 '스페셜리스트들'이 교묘하게 행간을 채우며 등장한다. 앨런 머스크(탈피)-절대자(피라미드)-브루노와 갈릴레이(연체)-장발장(왜곡)-신(이터링과 이미징)-인공지능 A.I.(독사와 불독)-탈레스(믿음과 알음)-슈퍼맨(우리)-스티브 잡스(필문요화)가 그들이다. 모두가 신 그 자체이거나 신에 근접한 세기의 존재들이다. 저자가 이들을 콕 찝어서 생각의 화살을 쏘는 배경을 따라잡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가 될 것이다. 이중용이 말하는 기계는 신에 대한 메타포다. 저자가 은유적 삶을 선택한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만하다.
목차
목차
· 글 앞의 글
· 첫 번째 생각_ 탈피
· 두 번째 생각_ 피라미드
· 세 번째 생각_ 연체
· 네 번째 생각_ 왜곡
· 다섯 번째 생각_ 사례
· 여섯 번째 생각_ 이터링과 레미징
· 일곱 번째 생각_ 독사와 불독
· 여덟 번째 생각_ 질문과 답변
· 아홉 번째 생각_ 믿음과 알음
· 열 번째 생각_ 우리
· 열한 번째 생각_ 필문요화
· 추천의 글_ 메타포로서의 기계, 신에 대한 방백
· 첫 번째 생각_ 탈피
· 두 번째 생각_ 피라미드
· 세 번째 생각_ 연체
· 네 번째 생각_ 왜곡
· 다섯 번째 생각_ 사례
· 여섯 번째 생각_ 이터링과 레미징
· 일곱 번째 생각_ 독사와 불독
· 여덟 번째 생각_ 질문과 답변
· 아홉 번째 생각_ 믿음과 알음
· 열 번째 생각_ 우리
· 열한 번째 생각_ 필문요화
· 추천의 글_ 메타포로서의 기계, 신에 대한 방백
저자
저자
이중용
1974년생.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처음에는 설계·디자인 분야가 애매모호하기만 해서 명료해 보이는 시뮬레이션 분야에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당시에 관련 공부는 대학원에서만 가능했고, 그 사이 대학에서 설계 수업을 피하다 필수전공 한 과목에 걸려 어쩔 수 없이 들었던 설계 수업을 통해 건축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설계를 전공했다. 대학원을 마칠 즈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설계사무소를 가게 될 거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건축잡지사로 취직했다. 이후 다양한 소속과 직함으로 활동했지만 작업을 하는 순간 외에는 만족을 얻지 못 했다. 《와이드AR》 2대 편집장(2016.2~2018.1)을 역임한 이후에도 여전히 만족하지 못 하고 있으며, 현재는 '건축편집자'라는 역할과 건축·정보·매체·인간 등에 대해 사색하는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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