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를 기억해
정예인 장편소설
정예인 로맨스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를 기억해]. 스무 살이 되던 해 생일, 유주는 가수가 되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다. 첫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회식을 하러 가던 도중, 이태원의 어느 골목에서 발작을 일으킨 남자를 발견한다.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그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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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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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몽글 분홍색 솜사탕 같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
그리고 매사 까칠, 도도, 시니컬하지만 초록빛 여름을 닮은 노래를 만드는 남자.
두 사람이 만나 초록 나무 숲 위에 분홍색 구름을 피우는 이야기.
스무 살이 되던 해 생일, 유주는 가수가 되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다. 첫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회식을 하러 가던 도중, 이태원의 어느 골목에서 발작을 일으킨 남자를 발견한다.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그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데…… 남자가 겨우 진정을 하자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 사이 그는 홀연히 사라지고, 유주는 그것을 한여름 밤의 꿈처럼 생각한다. 한여름, 이태원의 한 브런치 카페에서 일자리를 구한 유주는 일을 하며 오디션 준비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웬 이상한 아저씨! 매번 같은 시간, 같은 자리,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수상한 손님은 카페 사장님의 친구이기도 했다.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인해 정우와 티격태격하게 된 유주는 어느 날, 카페 뒷골목에서 발작을 일으킨 그를 우연히 보고 그를 구하게 된다. 그 순간 유주가 그에게 불러준 노래로 인해 두 사람은 전에도 같은 상황에서 서로를 만난 적이 있음을 알아보는데…….
뒷 카피
빛을 잃은 채 까맣게 죽어 있던 세상에
어느 순간부터 밝은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너를 알아봤는지 알아? 네가 불러줬던 노래 때문이었어."
기억에 없는 20년 전의 첫 만남과
우연히 스쳐 지나간 두 번째 만남.
"너를 이제야 알아봤어. 이제야, 내가 너를."
그리고 뒤늦게야 서로를 마주한 세 번째 만남.
"난, 너의 목소리가 보여."
그러니 이제는 네 손을 놓지 않을 거야.
절대로 너를 잊어버리지 않을 거야.
네가 어디에 있든, 난 너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오늘은, 무슨 색?"
"여름 색."
눈이 내려도, 안개가 자욱해도, 찬바람이 불어도,
너의 목소리만 들으면 내 눈앞의 세상은 언제나 푸르던 그 시절의 여름이니까.
출판사 리뷰 and 만든 이 코멘트
소리가 색으로 보인다면 어떤 기분일까? 실제로는 볼 수 없을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면? 그러면 세상이 정말 아름다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가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아름다운 소리만 있는 것이 아닌데, 그렇다면 매일매일 그런 소리들을 보고 살아야 한다면? 이 이야기는 소리가 색으로 보이는, 그래서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시니컬해질 수밖에 없던 남자의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스토리이다. / 편집자L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점으로 세상에 단절 아닌 단절을 하고 있는 남자와 가수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올라온 여자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이 소리라는 매개체로 이어진다. / 편집자C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이 있다. 주변인들까지 그 긍정 에너지에 전염시키고 마는. 가수 지망생 여주인공 유주가 그렇다. 가수의 꿈을 꾸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그녀의 열정과 고통에 신음하는 낯선 이에게 다가갈 줄 아는 따뜻한 마음과 순수함은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유주에게 힐링 받은 사람은 비단 정우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는 힐링 로맨스이다./ 편집자G
책속으로 추가
"원호야."
"왜."
"나 너무 못했지, 맞지."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벽에 딱 붙어서 머리를 콩콩 찧던 유주가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무대에서 내려온 다음에야 오히려 더 떨고 있는 그녀를 본 원호가 어처구니없는지 짧게 웃었다. 평소에는 똑 부러지게 당찬 것 같으면서도 이럴 때 보면 꼭 한참이나 어린 여동생 같다.
"못한 거 알긴 알아?"
"실은 너무 떨려서 내가 뭘 어떻게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잘했어."
"진짜?"
"넌 천생 가수야. 볼 때마다 놀란다니까."
늘 장난스럽게 틱틱대는 원호지만, 지금만큼은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대구에서 열린 노래 대회에서 처음 유주를 봤을 때부터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조그만 몸에서 어떻게 그런 가창력이 나오는지 언제 봐도 놀랍기만 했으니까.
원호의 칭찬에 빨갛게 상기된 유주의 볼 위로 웃음꽃이 피어났다. 어디에선가 나타나 그런 유주를 잡아끈 미연이 한층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가자! 이런 날에는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꺾어줘야지!"
각자의 악기와 장비를 챙겨 든 그들은 근처의 고깃집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미 술을 한 잔 걸친 것처럼 들떠서 거리를 활보하는 밴드 멤버들과는 달리 유주는 조용히 뒤처져 걸었다. 아직까지도 무대 위에서 느낀 떨림과 설렘이 가시지 않아 벅차기만 했다. 그 감정을 가슴 가득 안고 천천히 걷던 유주가 불현듯 걸음을 멈춘 건 인적이 드문 골목 앞을 지날 때였다.
"무슨 소리지?"
불안정한 숨소리 같기도 하고 신음 같기도 한 거슬리는 소리가 유달리 청각이 예민한 그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소리가 난 쪽으로 휙 고개를 돌렸지만 깜깜한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일행은 어느새 저 멀리 앞서가고 있었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혼자라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유주는 용감하게도 어두운 골목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가기 시작했다.
"거기…… 누구 있어요?"
벽을 짚고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던 유주가 잠시 멈춰 선 채 불안과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 같은 건 없었다.
무서운 마음에 멈칫한 그녀는 이내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는 골목 깊숙이 걸음을 옮겼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점점 분명해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깨진 가로등 밑에 다다랐을 때였다.
"사람?"
누군가가 쓰러지듯 벽에 기대 있었다. 순간적으로 겁도 없이 달려 나간 유주가 그 사람 앞에 섰다. 취객인가 싶어 뒤늦게 덜컥 겁이 났지만 거친 숨소리를 뱉어내고 있는 사람은 젊은 남자였다. 취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발작을 일으킨 사람을 처음 보는 그녀의 얼굴에 얼핏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으나 유주는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 말 들리세요?"
무슨 말을 해도 답이 없는 걸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황급히 이곳저곳을 살폈지만 어딜 다친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지막이 신음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보여서, 자기도 모르게 그를 따라 미간을 찡그린 유주는 그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어떡해……. 119, 119 불러야 되나?"
떨리는 손으로 곧바로 핸드폰을 꺼냈지만 그 순간 유주는 탄식을 내뱉었다.
"아, 핸드폰 정지시켰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핸드폰을 정지시켰다는 사실이 뒤늦게야 떠올랐다. 어찌할 수 없어 답답함에 스스로의 머리를 콩 쥐어박은 그녀가 중얼거렸다.
"이유주, 생각이라는 걸 하자, 생각…….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혼자 이 남자를 부축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았고 유주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잠깐이라도 이 남자를 혼자 두고 간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른 사람들 불러올게요. 그러니까 잠깐만……."
하지만 유주는 하던 말을 다 끝맺지 못했다. 계속해서 과호흡으로 헐떡이며 괴로워하던 남자가 그녀의 팔을 잡고 끌어당긴 탓이었다. 반동에 의해 그 작은 몸으로 넘어질 듯 휘청거리다 엉겁결에 다시 제자리에 주저앉은 유주가 눈을 크게 뜨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그녀를 붙잡았다기보다는 의지하고 기댈 무언가가 필요했던 모양이었다.
"도와줄 사람…… 불러와야 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당혹스러워하던 유주의 눈에 이내 안쓰러움이 스쳤다. 누군가가 아프고 힘들어하는 걸 가만히 손 놓고 보지 못하는 게 그녀의 천성이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핏줄이 튀어나오고 새하얗게 질린 남자의 손을 쳐다본 유주가 다시 그의 얼굴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식은땀이 흐르는 남자의 얼굴은 원래의 생김새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통으로 인해 일그러져 있었다. 그 얼굴을 걱정스럽게 들여다보던 유주가 이내 놀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울어…… 요?"
남자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걸 본 순간 마음이 더욱 초조해졌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 낯선 남자였다. 낯선 이를 조심해야 된다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제 눈앞에서 힘겨워하는 남자를 보니 못 본 척 물러나 달아날 수가 없었다.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유주는 결국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그의 손을 잡았다. 봄도 다 지나고 여름이 코앞인데 남자의 손은 얼음장 같았다.
"괜찮아요."
"……."
"다 괜찮아요."
한 손으로는 남자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서투르게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무슨 말을 해줘야 좋을지 몰라 그저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꼭 잡은 손끝에서 손끝으로 따뜻한 마음과 온기가 전해졌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 입술 끝에서 흘러나온 나지막한 멜로디가 무거운 밤공기를 따뜻하게 에워쌌다.
"조용한 밤하늘에 아름다운 별빛이 멀리 있는 창가에도 소리 없이 비추고, 한낮의 기억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남자의 호흡이 점차 편안해지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유주는 한참이나 자그마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작지만 힘 있는 목소리가 꿈처럼 아득하게 울렸다.
"부드러운 노랫소리에 내 마음은 아이처럼 파란 추억의 바다로 뛰어가고 있네요, 깊은 밤 아름다운 그 시간은……."
이렇게 찾아와 마음을 물들이고, 영원한 여름밤의 꿈을 기억하고 있어요…….
따뜻한 노랫소리는 그 후로도 한참이나 둘만 아는 밤하늘로 퍼져 나갔다. 생일, 처음 온 서울, 낯선 남자. 봄이 끝날 무렵, 뜻밖의 마법이 아무도 모르게 두 사람 사이에 피어난 어느 초여름 밤의 기억이었다.
목차
목차
Track 01. 어쩌다 마주친 그대
Track 02.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Track 03. 그대 안의 블루
Track 04. 8월의 크리스마스
Track 05. 비처럼 음악처럼
Track 06. 말하지 못한 내 사랑
Track 07. 그녀가 처음 울던 날
Track 08.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Track 09.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Track 10. 어디선가 나의 노랠 듣고 있을 너에게
Outro.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
Bonus Track. 내 사랑 내 곁에
작가 후기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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