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비랑 한약국(화가야 2)
이영희 장편소설
「화가야」 시리즈 제2권 이영희 로맨스 장펴소설 『이랑비랑 한약국』. 이랑비랑 한약국, 그곳에 이 년 만에 손님이 찾아온다. 이 년 전 이곳에서 함께 살았었던 윤세! 빈유 오라버니부터 동무인 미우까지 어머니를 제외하고 모두가 반기는 그를, 어째서인지 빈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예전처럼 가까워진 두 사람. 하지만 미우가 윤세를 좋아해도 되냐고 묻는 말에 빈하는 어쩐지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리고 불현듯 찾아온 잃어버린 이 년 전의 기억! 믿고 싶지 않은 기억의 진실에 빈하는 충격을 받고 윤세를 피하는데……. 그리고 빈하의 오라버니 빈유는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이어지지 못할 인연에 괴로워한다. 사시사철 꽃을 피우는 화가야, 신비한 꽃의 나라에서 또다시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꽃으로 가득한 신비스러운 나라에서 펼쳐지는
화가야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이랑비랑 한약국, 그곳에 이 년 만에 손님이 찾아온다. 이 년 전 이곳에서 함께 살았었던 윤세! 빈유 오라버니부터 동무인 미우까지 어머니를 제외하고 모두가 반기는 그를, 어째서인지 빈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예전처럼 가까워진 두 사람. 하지만 미우가 윤세를 좋아해도 되냐고 묻는 말에 빈하는 어쩐지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리고 불현듯 찾아온 잃어버린 이 년 전의 기억! 믿고 싶지 않은 기억의 진실에 빈하는 충격을 받고 윤세를 피하는데…….
그리고 빈하의 오라버니 빈유는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이어지지 못할 인연에 괴로워한다.
사시사철 꽃을 피우는 화가야, 신비한 꽃의 나라에서 또다시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월이 되니 온 산천에 비비추가 피어올랐었습니다.
그리워서, 보고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참아보려 하였습니다.
잊어보려고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빈하는 참아지지도, 잊혀지지도 않았습니다.
일 년 내내 얼음이 어는 얼음폭포에서
빈하에 대한 기억을 얼려보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빈하는 저에게 언제나 봄 같은 이름이라서
살얼음 한 번도 얼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비비추 꽃잎이 벌어질 때마다
제 심장도 칼로 쪼개듯 벌어졌습니다.
돌아오는 일이 저에게는
죽을 만치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어서,
그래서 돌아왔습니다.
※편집자 코멘트
꽃과 사람이 어울려 사는 환상의 나라 화가야에서 펼쳐지는 두 번째 이야기. 본의가 아닌 업보를 짊어지고 떠나야 했던 이, 그리움과 애절함을 떨쳐 내지 못하고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랑을 이겨내려 하려는 남자와 사랑의 기억을 지웠던 여자는 다시 만나 사랑을 완성할 수 있을까? 독자님의 눈으로 확인을 해보시길 바란다. / 편집자 C
전작, 화가야 시리즈 1편이 꽃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였다면 이번 이야기는 인간들끼리의 이야기이다. 기억을 잃어버린 빈하, 이 년 만에 돌아온 윤세. 그들 사이에 숨겨진 비밀과 이루어질 수 없는 연모를 시작한 빈유의 안타까운 마음 역시 갖가지 꽃들로 인해 아름답고 향긋하게 풀어 나가는 이야기. 전작과 마찬가지로 꽃을 좋아하신다면 이 글 역시 마음에 들 것이라 자신한다. / (편집자 L)
꽃의 작가, 이영희 작가님이 꽃 향기가 듬뿍 나는 또다른 이야기로 돌아왔다. 한 편의 향긋한 시를 읽는 듯한 문체는 몇 번을 곱씹어도 아름답다. 돌쟁이 때 선택한 꽃을 평생의 반려화로 삼아 몸에 새기고, 그 꽃말처럼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힐링 받고 싶다면 꽃잎이 이랑이랑 흩날리는 이랑풍 같은 글에 마음을 맡겨보자. /편집자 G
책속으로 추가
"빈하야, 한여름에 웬 기침인 게냐?"
"기후 오라버니."
빈하는 입을 가리며 진료실로 다가갔다. 지금은 약국의 점심시간이었다.
삼 년에 한 차례 태양궁에서는 약사를 선출하는 과거를 시행했다. 여기에서 삼위 안으로 급제를 해야 약국에 '한'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허락되었다. 국읍(수도)에서도 '한'이 붙은 약국은 몇 되지 않았다.
"혹 또 그 꿈을 꾼 게야?"
기후가 손에 든 약재를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기후는 중간쯤 되는 키에 마른 몸을 지녔다. 반으로 묶은 풍성한 머리카락은 유난히 탐스러웠다.
"네."
"한낮에 웬 꿈을?"
내용까지는 몰라도 빈하가 이 년 동안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기후도 알았다.
"낮잠에 잠시 들었는데 어지러운 꿈을 꾸었어요."
"이리 앉아보거라. 고 약사는 잠시 출타를 하였다."
빈유는 나간 모양이었다. 기후는 약재 상자를 열더니 사간, 길경(도라지 뿌리)과 감초를 꺼냈다. 일대일 같은 양으로 덜어서 일부는 유리 항아리에 담고 일부는 그 자리에서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
"빈하야, 이 사간이 뭔지 알지?"
"범부채꽃의 뿌리줄기가 아닙니까?"
"그럼 쓰임에 대해서도 아느냐?"
"인후 질환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약재이지요. 길경, 감초와 함께요. 봄가을에 캐서 수염뿌리는 제거하고 햇볕에 말린 후 사용합니다. 열담으로 기침이 나고 숨이 찰 때 담도 제거하고 통증을 가라앉히지요."
"약사인 나만큼이나 잘 알고 있구나. 약학생이 되어도 되겠어."
약국에는 과거를 준비하며 약학 공부를 하는 문하생들이 있었다. 그들을 약학생이라고 부르는데 빈유의 약국에는 약학생 없이 빈유와 기후 둘이서만 환자를 보았다.
"그렇기야 하겠어요?"
"부지런히 음용하거라. 인후 화농(가래)을 예방하여 줄 터이니. 혹시 게을리 먹으면 효과를 못 볼 수도 있어."
"명심할게요."
기후도 점심시간을 틈타 저자에 볼일이 있다며 약국을 나섰다.
"어찌 그리도 오래 같은 꿈을 꾸는 것이냐?"
약국을 나서며 기후가 근심스럽게 물었다. 끓기 시작하는 찻물을 보면서 빈하는 소리 없이 웃었다.
한번 피기 시작한 꽃은 첫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지지 않는 꽃의 가야. 봄꽃과 여름꽃이 어우러진 길가에 이랑풍을 타고 내리는 꽃잎까지 가세하여 꽃향기가 온몸에 저몄다.
윤세는 꽃향기에 묻혀서 그 길을 걸었다. 많이 그리웠던 풍경이었고, 이 년 만에 다시 돌아온 거리였다. 저자 길 끝에 드디어 빈유의 약국이 보였다. 윤세의 걸음이 빨라졌다. 문을 열고 발소리를 죽이며 약국 안으로 들어섰다.
"계십니까? 아무도 안 계십니까?"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윤세는 입구를 한참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진료실이 나왔다. 문을 밀어서 열었다.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참 오랜만이다! 이 친근한 약재 냄새도.'
잠시 기억 속에 잠겨 있던 그의 시선이 한 곳에 머물렀다. 강인해 보이는 눈매가 살짝 찌푸려졌다.
눈을 내리깔고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빈하를 발견한 것이다. 일렁이는 촛불 빛이 빈하의 속눈썹 그림자를 길게 늘이고 있었다. 미인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동그란 귀여운 얼굴.
'빈하야!'
윤세의 입술이 소리도 없이 빈하를 불렀다. 그의 심장에서 바스라진 돌멩이들이 떨어져 내리며 흙먼지가 일어났다.
윤세가 자신을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빈하는 찻잔에서 김이 오르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한 잔을 더 마신 후에 본채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를 끓이던 불빛이 일렁였다.
'웬 바람이?'
의아한 빈하가 고개를 돌리니 닫아놓았던 진료실 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열린 문 너머에 서 있는 윤세가 보였다. 처방실의 문지방에 맞닿게 큰 키, 반만 묶어 어깨 위로 늘어진 거친 머릿결, 검게 그을린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 곧은 콧대와 강인한 입술, 옷 위로 드러난 단단한 상반신.
어깨 너머로는 이랑풍의 꽃잎이 떨어져 내리는데 윤세에게서는 시린 겨울이 풍겼다. 마치 얼음폭포를 타고 내려온 한 마리 늑대 같았다. 빈유나 기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누구…… 세…… 요?"
괜히 말소리가 떨렸고 빈하는 윤세를 알아보지 못했다.
"진료를 받으러 오셨습니까?"
윤세는 답이 없었다.
"아직 점심시간이 끝나지 않았어요. 이 각(30분) 후에 다시 오시지요."
빈하가 문 쪽으로 다가가며 손짓으로 밥 먹는 시늉을 했다. 문고리만 잡고 선 윤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혹여 말을 알아듣지 못하세요?"
빈하가 진료실을 완전히 나오자 빈하와 윤세가 마주 보고 서게 되었다. 윤세가 잡고 있던 문고리에서 손을 뗐다. 빈하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자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때 윤세의 왼쪽 소매에서 꽃다람쥐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화가야의 다람쥐답게 줄무늬 대신 분홍색 해당화 꽃무늬를 지녔다. 하지만 보통의 꽃다람쥐는 갈색 털에 각각의 꽃무늬를 지닌 것에 비해서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온통 붉은색 털이었다.
붉은 꽃다람쥐는 윤세의 가슴을 타고 올라가 어깨에 앉았다. 윤세처럼 빈하를 빤히 보는데 눈동자가 까망과 빨강으로 두 가지 색이었다. 몸도 눈동자도 처음 보는 색깔이었고 빈하는 그것이 신기했다.
"빈하야, 잠시 약국에 다녀오마 하더니 어째 한나절이냐? 기다리다 지쳐서 찾으러 왔다. 수는 언제 놓을 참이야?"
본채와 통하는 쪽문이 열렸다. 수놓을 거리를 손에 든 미우가 약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미안하구나! 차 한 잔 마시고 가느라고. 오라버니들은 다 출타를 했고 나도 그만 안채로 가려는데 약국에 손님이 오셨어."
"그래? 지금은 점심때인데."
"모르고 찾아오신 모양이야."
"가셨다가 다시 오시라고 말씀드리지 않고?"
"얘기했는데. 이분,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모양이야."
"그래?"
미우가 빈하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윤세가 미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윤세의 얼굴을 확인한 미우의 눈이 화등잔처럼 휘둥그레졌다. 손에서 수놓을 거리가 떨어졌다.
"윤, 세…… 오라버니?"
더듬거리며 윤세의 이름을 부르는 미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째 너는 아는 분이냐?"
빈하의 고개가 한쪽으로 더 기울어졌다. 하지만 의아한 빈하의 물음에 미우도 답을 못 했다.
"미우야."
그제야 윤세가 미우를 소리 내어 불렀다. 그의 입술이 서글프게 구겨졌다. 붉은 다람쥐는 다시 윤세의 소매 속으로 숨어버렸다.
이틀째 이랑풍이 불었다. 꽃잎이 쉼 없이 휘몰아 돌며 꽃대 사이를 스쳤다. 바람에 싸여 이랑이랑 흩날리는 꽃잎이 담장 안을 훔쳐보며 지나갔다.
"오라버니! 소녀 빈하예요. 부르셨어요?"
"그래. 들어오너라."
잠시 건너오라는 부름을 들은 빈하가 사랑채 빈유의 방으로 들어섰다. 약국도 문을 닫았고 곧 저녁밥을 먹을 시간이었다.
윗목에 빈유가 앉아 있었다. 하루 종일 약국 일을 보았는데도 구김이 별로 없는 바지저고리가 빈유의 조심스러운 성격을 보여주었다. 눈에 확 띄는 미남인데 스물세 살의 나이임에도 앳된 모습은 빈하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옆에는 겨울의 기운을 몰고 왔던 윤세도 있었다. 빈하는 갑자기 저고리 앞섶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왜 그리 서 있는 게야? 앉거라."
빈하는 빈유 앞에 놓인 방석에 가서 앉았다.
"인사하거라. 내 오랜 지기인 설윤세야."
"안녕하세요?"
빈하가 그제야 윤세에게 아는 척을 했다. 붉은 다람쥐는 윤세의 옆에 앉아 있었다.
"네."
서늘했던 첫인상만큼이나 윤세의 음성도 서늘했다.
"어제는 결례를 하였어요. 저랑 전에 알고 지냈던 분이시라는데."
"괜찮습니다. 연유는 고 약사에게 들었고요."
짧게 답하는 윤세의 입김에서도 서리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당혹스러우셨겠어요."
"아닙니다."
답은 빈하에게 하면서도 윤세는 빈유를 보았다.
"차를 좀 준비해 주겠니? 이씨 아주머니는 손이 바쁘시다는구나."
"알겠어요. 마루에서 차를 나누시지요. 이랑풍이 불고 있으니 함께 보시면 좋을 것이에요."
야무지게 대답을 하고 빈하가 나갔다. 윤세의 시선이 방을 나서는 빈하의 뒤를 따르다가 원망이 담긴 눈으로 빈유를 보았다.
"아주머니도 계신데 일부러 빈하를 불렀는가?"
윤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는 자넨 왜 다시 돌아왔는가?"
가늘게 떨리는 윤세의 손을 빈유는 알아차렸다.
"빈하 때문에 돌아온 것이 아닌가? 내가 잘못 알았는가?"
"……그렇지."
망설이면서도 확고한 대답이었다.
"하면 빨리 부딪치는 것이 자네에게도, 빈하에게도 좋을 것이네."
"내게도, 빈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네."
"벌써 이 년이 지났네."
"이 년이라?"
윤세의 굵은 눈썹이 움찔거렸다.
"상처만 주고 떠났던 나일세. 이 년이라는 시간을 벌써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
"해서, 시간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글쎄……."
"언제까지 객사에 머무를 텐가? 기숙실이 비어 있으니 속히 약국으로 들어오게."
"안채 어머니께서도 아시는 일인가?"
"어머니야 약국의 일에는 상관치 않으시네. 어머니를 배려하지 않았다면 자네를 약국이 아닌 사랑채로 들였을 것이고."
"본채와 붙어 있으니 늘 마주치며 봐야 할 텐데. 나는 그냥 객사에 머물러도 아무 상관이 없네."
"내가 상관이 있어. 오랜 벗을 객사에 머물게 할 수야 없지."
"생각해 보겠네."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는데도 윤세는 구태여 객사로 돌아갔다.
빈하와 빈유는 단둘이 저녁을 먹고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 황씨 부인은 머리가 아프다면서 식사를 하지 않았다. 윤세를 약국에 들이겠다는 것에 대해 시위를 하는 것임을 진즉에 알았기에 빈유는 알아서 하시라고 했다.
"오라버니, 어째서 손님이 계시는데 저를 부르셨어요?"
빈하가 한 모금 들이켠 숭늉 그릇을 내려놓았다.
"언제는 손님 앞에 너를 부르지 않았니?"
"이씨 아주머니를 부르실 것이지. 저에게 차 준비까지 시키지는 않으시잖아요."
"왜? 혹여 분주한 틈에 내가 오라 청하였어?"
"그것이 아니라, 낯선 사람 앞에 갑자기 불러내시니 놀랬잖아요."
빈유는 숭늉을 마실 생각도 않고 가만히 빈하를 보았다.
"어이 그렇게 보세요?"
"윤세는 낯선 사람도 아니고 너와 내외를 할 사이도 아니라고 했잖니? 참말로 아무 기억도 없는 게냐? 윤세에 대해서?"
"한 번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에요. 오라버니 또한 말씀하신 적이 없지요."
"잘 익혀두거라. 앞으로 우리 약국의 약학생으로 약국 기숙실에서 기거하게 될 게다."
"약학생을 들이시겠다고요?"
"그래."
"먼 길 떠났다 이제 막 국읍으로 돌아온 이를요? 참 의아한 일이네요."
수많은 약사 지망생들이 빈유의 약국을 찾아왔었다. 하지만 빈유는 그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윤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빈하가 알 턱이 없었다.
배기후는 태양궁의 약사 과거에서 오위로 급제했지만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서 돈을 모은 후에 제 약국을 열겠다면서 빈유의 약국에서 일을 하는 중이었다.
"아직도 기침을 그리 뱉는 게야?"
빈하는 말하는 사이사이에 기침을 토하고 있었다.
"쉬이 멎지가 않네요."
"또 그 꿈을 꾸었다고?"
"어찌 아세요?"
"배 약사가 얘기하더구나."
"어찌 꼭 그 꿈 끝에는 이렇게 기침을 토하네요."
"지금도 꿈에서 똑같은 풍경이 나오느냐?"
"줄곧 그랬잖아요."
"혹시 꿈에 나오는 이가 누군지는 아느냐?"
"오라버니도 참. 꿈에 나오는 이를 어찌 알겠어요? 매번 뒷모습만 보여주니 얼굴도 한 번 본 적이 없고요, 발 앞이 무너져서 떨어져 내리는 저를 보고서도 매번 외면하고 가버려요. 그래서 그 꿈만 꾸고 나면 한기가 들면서 기침이 나나 봐요."
"그이의 얼굴이 궁금하지는 않으냐?"
"꿈속에 나오는 이의 얼굴이 궁금하고 말고 할 게 무엇이에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요. 갑자기 왜 이리 꼬치꼬치 캐물으시는 거예요?"
"아니다. 그냥 궁금하여서."
"숭늉이나 마저 드세요. 그리고 오라버니……."
빈하가 그릇을 정리하여 놓은 소반을 들어 올렸다.
"윤세라는 그이, 저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아요. 앞으로 그이와 있을 때는 따로 소녀를 부르지 말아주셔요."
"왜 그리 말하는 것이냐? 너답지 않게."
"참말이에요. 어제 약국에 처음 왔을 때도 제가 몇 번을 어찌 오셨나 물어도 답도 없이 빤히 쳐다만 보는데, 저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이인 줄 알았다고요. 어찌나 민망하였던지."
정말이었다. 한여름에 겨울의 기운을 몰고 다니는 윤세가 빈하는 불편했다.
목차
목차
2. 봉숭아꽃
3. 까마중
4. 엉겅퀴
5. 물매화
6. 황국
7. 차꽃
8. 여우꼬리꽃
9. 동백꽃
10. 개나리
11. 비비추
작가 후기
저자
저자
경남 진주 거주.
꽃을 사랑하는 글쟁이.
사람들의 삶과 닿아 있는 꽃의 이야기, 야생화 향기가 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2011년 <영남문학> 중편 <배꽃 이울다> 신인상 수상 및 등단
2012년 제3회 통일부 주최 창작동화 <북에서 온 지니> 수상
2013년 대한민국e작가상 가작 수상
2016년 5월 <배꽃 이울다> 출간
2016년 10월 <화인의 꽃달> 출간
현재 화가야 시리즈 계속 집필 중
<출간예정작>
<미행어사 꽃사건 일지>, <온새미로 화원>
작가 블로그
http://blog.naver.com/jjjgarden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