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모르다시피(시의적절 33)
김이강의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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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는 가슴을 누르지만,
사랑이고 우정이어서, 과거이자 미래여서,
현재의 저에겐 언제나 간직했던 것이고
언젠가 써야 했을 이야기였을지요.
2026년의 아홉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9월의 책은 2006년 『시와세계』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이강의 첫 산문집 『알다시피 모르다시피』이다. "정해지지 않았던 발걸음의 이유를 스스로 채워가"며 "아직 오지 않은 현재와 이미 일어난 미래 사이를 진동하는"(조대한) 시를 써온 그가 시와 에세이, 짧은 픽션과 편지 등으로 9월 한 달을 빼곡히 엮어냈다. "애틀랜타에서 매일 하게 될 너의 산책이 글이 될 거야." 시인 김이강은 언제나 '걷고 있는 인간'. 걷다보면 조금씩 평평한 인간이 되는 것 같다. 나를 내려놓고 다시 내가 되어 걸을 수 있다. 가을엔 그렇게 걸을 수 있는 날이 많으니 좋다. 아직 열기가 남은 9월, 단순하고 투명하게 걸으면서 새로운 밀도와 부피로 채워질 수 있다. 작고 투명한 입자에 가까워지며, 아주 조금만 존재하게(「미술관 구역」). 시인은 그럴 때 너무 오래되어 단단해진 사랑과 슬픔을 생각하게 되었다. 알다시피 모르다시피. 그 말 안에는 모든 스승님들의 음성이, 모든 모호함과 망설임이 담긴 기분이 든다. 우리의 언어는 언제나 알게 하고 모르게 하며 작동하므로(「당신의 새벽과 나의 낮과」). 누구나 알고 모른다는 걸, 손톱만큼 알고 머리카락의 수만큼 알고 심장만큼 아는 것이 모두 다른 양과 질을 지닌 채로 알거나 모르는 상태라는 사실을 되짚는다(11일 에세이). 그렇게 말들의 부스러기를 딛고 일어서면 남겨진 미래의 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터다. "당신의 언어는 오늘도 붙잡을 수 없네요/나에게로 와서 나를 겪고/당신 쪽으로 끌어당기네요//왠지 그런 쪽으로 가까워지고/비스듬히 엎드려 생각하면/여러 겹의 생을 믿게 되는군요"(「사슴인가요」)
한없이 느리게 오는 가을. 우리는 아직 남은 열기 안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애틀랜타에서 매일 하게 될 너의 산책이 글이 될 거야." 시인은 그 예언 같은 말에 따라 글을 쓰고, 그것을 묶고, 완성하게 된 책과 더불어 9월을 통과한다. 어느 일요일 아침에는 삼청동을 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은 어딘지 낡아 있는 듯한 회색빛이다. 흐린 날이 아니어도 금세 채도가 빠져나갔다. 그럴 때, 집을 벗어나서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어떤 공간으로 들어가는 행위를 통해 생기나 활로를 찾으려 했을 것이다. 그늘도 뉘앙스도 없는 공간 안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순간 비로소 오브제들의 상연과, 새로운 혈관들이 돋아나는 것을 본다(6일 에세이). 미국에 온 후 시인의 어떤 영역에서는 끝없이 서울의 거리들이 나타난다. 꿈처럼 스며들어오는 것 같은 감각으로, 머리 뒷면에서부터 느리고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동행자들과 걸으며 느꼈던 바람의 감촉, 갈대들이 모여 있는 구역의 모습, 새로 들어선 호텔의 불빛을 보며 주고받았던 말들까지도(「Sad Part」).
단속과 연속 사이에서
잠깐씩 나타나는 너
망설이며 현관문 앞에 선다
누락된 얼굴을 문 앞에 걸어두고
밤새 깜빡이는 빛을 본다.
시인은 우정의 상태일 때 존재의 형태가 바뀐다는 사실에 대해 종종 생각하곤 했다. 둘이 있을 때 우린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건 완고하게 쌓아올린 나 자신의 어떤 것들을 손쉽게, 때로는 나도 모르게 허물어뜨리고, 다른 세계의 접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새로워지게 만든다. 상대방 또한 이런 것을 겪는 중일 때 우정이라는 이름 안에서 우리는 이전과 다른 존재이며, 그 달라진 존재 상태를 공유하는 중인 것이다. 둘이었다가 셋이 되면 당연하게도 또다른 존재로 변화할 것이다. 셋이었다가 다시 둘이 된다면, 이전의 둘과도 다른 새로운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그러다 하나가 된다 해도 원래의 그 하나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시인은 우정과 사랑을 동의어처럼 혼란스럽게 사용하는 것이 좋고 어느 한쪽이 개방적이거나 폐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둘 모두의 항목으로서 그림자를 나눠 갖는 영역이 있다고 하면 알맞을 것 같다(「우정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춤」). 그러므로 픽션 속의 '장'은 그날의 '이재'가 처음으로 좋았다. 따뜻한 말을 해주지 않고 자기의 팔을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이, 다정하게 바라보지 않고 복잡한 얼굴로 보내준 것이. 아무도 모르는 둘 사이의 우정. 모르는 척함으로써 우정이 된 것. 차갑고 수려한 그 형상을 장은 오래 손잡고 있다. 복잡한 그 얼굴이 장 자신의 것으로 흘러들어온다. 장에게 또다른 이재가 걸어들어온다(26일 짧은 픽션). 우리는 끝내 사랑과 우정 속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벽에 붙은 영화 포스터를 보면 미국으로 올 이삿짐을 포장하던 날이 생각난다. 서재의 책들을 바라보던 이삿짐 센터 아저씨들의 난처한 표정,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물건들이 여전히 책장에 세워진 광경을 바라보는 모두의 얼빠진 표정. 이사 일정은 지나치게 촉박해서 모든 일이 아슬아슬하게 맞추어졌는데 그런 와중에 포스터들이 보호된 일이 감사하게 여겨진다. 그러니 우리에겐 에너지 같은 게 있고 그게 정말로 작동하리라는 이 샤머니즘적인 믿음을, 아주 이성적인 방식으로 가져보려 한다. 계기는 제각각 어떠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그런 마음과 행위들은 스스로를 지키는 힘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또한 에너지는 저 자신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흘러다닐 것이다(「순간들」). 그럴 때, 마지막이 한번 지나가고 또 마지막인 것 같은 만남, 그렇지만 다시 새로운 게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그림자가 거기 있었다. 시인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우리의 미래가 테이블 위로 사뿐하게 비쳐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밝은 창」). "무슨 일인가 벌어진다는 상상이 무거운 구두를 신고 회색빛 다리 아래를 걷는다. 나는 오래 간직했던 것을 주머니에 넣고 힘껏 뛰어내린다. 착지를 했다고 한다면 얼음을 꽝꽝 부수는 중이라고 대답할 것이다."(「강변 산책로 안내」)
ㆍ '시의적절'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시詩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 음식 대신 제철 책 한 권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 매일 한 편, 매달 한 권, 1년 365가지의 이야기.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2026년에도 계속됩니다. 전국 작은 책방에서 독자들과 만나며, 하루 한 편의 글을 읽고 시를 심어온 시간이 켜켜이 쌓여 '시의적절'은 어느덧 세 살을 맞았습니다.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보다 탄탄한 양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인들에게 여름은 어떤 뜨거움이고 겨울은 어떤 기꺼움일까요. 시인은 1월 1일을 어찌 다루고 시의 12월 31일은 어떻게 다를까요. 하루도 빠짐없이, 맞춤하여 틀림없이, 매일매일을 시로 써가는 시인들의 일상을 엿봅니다.
시인들에게 저마다 꼭이고 딱인 '달'을 하나씩 맡아 자유로이 시 안팎을 놀아달라 부탁했습니다. 하루에 한 편의 글, 그러해서 달마다 서른 편이거나 서른한 편의 글이 쓰였습니다. 무엇보다 새로 쓴 시를 책의 기둥 삼았습니다. 더불어 시가 된 생각, 시로 만난 하루, 시를 향한 연서와 시와의 악전고투로 곁을 둘렀습니다. 요컨대 시집이면서 산문집이기도 합니다. 아무려나 분명한 것 하나, 시인에게 시 없는 하루는 없더라는 거지요.
올해 시의적절의 표지는 화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매일같이 뼈대를 곧추세우고 마음을 쓰듯 몸을 쓰는 화가인 그의 그림은 아주 솔직하고도 담백한 어떤 일기처럼 느껴집니다. 매일을 사뿐히 걸어가는 시의적절과 결을 같이한다고 말할 수 있겠죠. 화가 노석미의 그림은 '사귐'을 자아냅니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가까이 지내는 일. 자연과 사람을, 사람과 그림을, 마침내 글과 그림을 사귀게 할 그가 열두 달 시의적절을 장식합니다.
한 편 한 편 당연 길지 않은 분량이니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가벼이 읽으면 딱이겠다 합니다. 열두 달 따라 읽으면 매일의 시가 책장 가득하겠습니다. 한 해가 시로 빼곡하겠습니다. 일력을 뜯듯 다이어리를 넘기듯 하루씩 읽어 흐르다보면 우리의 시계가 우리의 사계(四季)가 되어 있을 테지요. 그러니 언제 읽어도 좋은 책, 따라 읽으면 더 좋을 책!
제철 음식만 있나, 제철 책도 있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기획입니다. 그 이름들 보노라면 달과 시인의 궁합 참으로 적절하다, 때(時)와 시(詩)의 만남 참말로 적절하다, 고개 끄덕이시리라 믿습니다. 1월 1일의 일기가, 5월 5일의 시가, 12월 25일의 메모가 아침이면 문 두드리고 밤이면 머리맡 지킬 예정입니다. 그리 보면 이 글들 다 한 통의 편지 아니려나 합니다. 매일매일 시가 보낸 편지 한 통, 내용은 분명 사랑일 테지요.
[ 2026 시의적절 라인업 ]
1월 한여진 / 2월 김상혁 / 3월 권민경 / 4월 김언 / 5월 남지은 / 6월 홍지호
7월 박상수 / 8월 김보나 / 9월 김이강 / 10월 신용목 / 11월 최지은 / 12월 최현우
* 사정상 필자가 바뀔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2026년 시의적절의 표지는 글과 그림을 다루는 작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사랑이고 우정이어서, 과거이자 미래여서,
현재의 저에겐 언제나 간직했던 것이고
언젠가 써야 했을 이야기였을지요.
2026년의 아홉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9월의 책은 2006년 『시와세계』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이강의 첫 산문집 『알다시피 모르다시피』이다. "정해지지 않았던 발걸음의 이유를 스스로 채워가"며 "아직 오지 않은 현재와 이미 일어난 미래 사이를 진동하는"(조대한) 시를 써온 그가 시와 에세이, 짧은 픽션과 편지 등으로 9월 한 달을 빼곡히 엮어냈다. "애틀랜타에서 매일 하게 될 너의 산책이 글이 될 거야." 시인 김이강은 언제나 '걷고 있는 인간'. 걷다보면 조금씩 평평한 인간이 되는 것 같다. 나를 내려놓고 다시 내가 되어 걸을 수 있다. 가을엔 그렇게 걸을 수 있는 날이 많으니 좋다. 아직 열기가 남은 9월, 단순하고 투명하게 걸으면서 새로운 밀도와 부피로 채워질 수 있다. 작고 투명한 입자에 가까워지며, 아주 조금만 존재하게(「미술관 구역」). 시인은 그럴 때 너무 오래되어 단단해진 사랑과 슬픔을 생각하게 되었다. 알다시피 모르다시피. 그 말 안에는 모든 스승님들의 음성이, 모든 모호함과 망설임이 담긴 기분이 든다. 우리의 언어는 언제나 알게 하고 모르게 하며 작동하므로(「당신의 새벽과 나의 낮과」). 누구나 알고 모른다는 걸, 손톱만큼 알고 머리카락의 수만큼 알고 심장만큼 아는 것이 모두 다른 양과 질을 지닌 채로 알거나 모르는 상태라는 사실을 되짚는다(11일 에세이). 그렇게 말들의 부스러기를 딛고 일어서면 남겨진 미래의 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터다. "당신의 언어는 오늘도 붙잡을 수 없네요/나에게로 와서 나를 겪고/당신 쪽으로 끌어당기네요//왠지 그런 쪽으로 가까워지고/비스듬히 엎드려 생각하면/여러 겹의 생을 믿게 되는군요"(「사슴인가요」)
한없이 느리게 오는 가을. 우리는 아직 남은 열기 안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애틀랜타에서 매일 하게 될 너의 산책이 글이 될 거야." 시인은 그 예언 같은 말에 따라 글을 쓰고, 그것을 묶고, 완성하게 된 책과 더불어 9월을 통과한다. 어느 일요일 아침에는 삼청동을 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은 어딘지 낡아 있는 듯한 회색빛이다. 흐린 날이 아니어도 금세 채도가 빠져나갔다. 그럴 때, 집을 벗어나서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어떤 공간으로 들어가는 행위를 통해 생기나 활로를 찾으려 했을 것이다. 그늘도 뉘앙스도 없는 공간 안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순간 비로소 오브제들의 상연과, 새로운 혈관들이 돋아나는 것을 본다(6일 에세이). 미국에 온 후 시인의 어떤 영역에서는 끝없이 서울의 거리들이 나타난다. 꿈처럼 스며들어오는 것 같은 감각으로, 머리 뒷면에서부터 느리고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동행자들과 걸으며 느꼈던 바람의 감촉, 갈대들이 모여 있는 구역의 모습, 새로 들어선 호텔의 불빛을 보며 주고받았던 말들까지도(「Sad Part」).
단속과 연속 사이에서
잠깐씩 나타나는 너
망설이며 현관문 앞에 선다
누락된 얼굴을 문 앞에 걸어두고
밤새 깜빡이는 빛을 본다.
시인은 우정의 상태일 때 존재의 형태가 바뀐다는 사실에 대해 종종 생각하곤 했다. 둘이 있을 때 우린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건 완고하게 쌓아올린 나 자신의 어떤 것들을 손쉽게, 때로는 나도 모르게 허물어뜨리고, 다른 세계의 접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새로워지게 만든다. 상대방 또한 이런 것을 겪는 중일 때 우정이라는 이름 안에서 우리는 이전과 다른 존재이며, 그 달라진 존재 상태를 공유하는 중인 것이다. 둘이었다가 셋이 되면 당연하게도 또다른 존재로 변화할 것이다. 셋이었다가 다시 둘이 된다면, 이전의 둘과도 다른 새로운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그러다 하나가 된다 해도 원래의 그 하나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시인은 우정과 사랑을 동의어처럼 혼란스럽게 사용하는 것이 좋고 어느 한쪽이 개방적이거나 폐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둘 모두의 항목으로서 그림자를 나눠 갖는 영역이 있다고 하면 알맞을 것 같다(「우정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춤」). 그러므로 픽션 속의 '장'은 그날의 '이재'가 처음으로 좋았다. 따뜻한 말을 해주지 않고 자기의 팔을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이, 다정하게 바라보지 않고 복잡한 얼굴로 보내준 것이. 아무도 모르는 둘 사이의 우정. 모르는 척함으로써 우정이 된 것. 차갑고 수려한 그 형상을 장은 오래 손잡고 있다. 복잡한 그 얼굴이 장 자신의 것으로 흘러들어온다. 장에게 또다른 이재가 걸어들어온다(26일 짧은 픽션). 우리는 끝내 사랑과 우정 속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벽에 붙은 영화 포스터를 보면 미국으로 올 이삿짐을 포장하던 날이 생각난다. 서재의 책들을 바라보던 이삿짐 센터 아저씨들의 난처한 표정,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물건들이 여전히 책장에 세워진 광경을 바라보는 모두의 얼빠진 표정. 이사 일정은 지나치게 촉박해서 모든 일이 아슬아슬하게 맞추어졌는데 그런 와중에 포스터들이 보호된 일이 감사하게 여겨진다. 그러니 우리에겐 에너지 같은 게 있고 그게 정말로 작동하리라는 이 샤머니즘적인 믿음을, 아주 이성적인 방식으로 가져보려 한다. 계기는 제각각 어떠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그런 마음과 행위들은 스스로를 지키는 힘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또한 에너지는 저 자신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흘러다닐 것이다(「순간들」). 그럴 때, 마지막이 한번 지나가고 또 마지막인 것 같은 만남, 그렇지만 다시 새로운 게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그림자가 거기 있었다. 시인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우리의 미래가 테이블 위로 사뿐하게 비쳐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밝은 창」). "무슨 일인가 벌어진다는 상상이 무거운 구두를 신고 회색빛 다리 아래를 걷는다. 나는 오래 간직했던 것을 주머니에 넣고 힘껏 뛰어내린다. 착지를 했다고 한다면 얼음을 꽝꽝 부수는 중이라고 대답할 것이다."(「강변 산책로 안내」)
ㆍ '시의적절'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시詩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 음식 대신 제철 책 한 권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 매일 한 편, 매달 한 권, 1년 365가지의 이야기.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2026년에도 계속됩니다. 전국 작은 책방에서 독자들과 만나며, 하루 한 편의 글을 읽고 시를 심어온 시간이 켜켜이 쌓여 '시의적절'은 어느덧 세 살을 맞았습니다.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보다 탄탄한 양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인들에게 여름은 어떤 뜨거움이고 겨울은 어떤 기꺼움일까요. 시인은 1월 1일을 어찌 다루고 시의 12월 31일은 어떻게 다를까요. 하루도 빠짐없이, 맞춤하여 틀림없이, 매일매일을 시로 써가는 시인들의 일상을 엿봅니다.
시인들에게 저마다 꼭이고 딱인 '달'을 하나씩 맡아 자유로이 시 안팎을 놀아달라 부탁했습니다. 하루에 한 편의 글, 그러해서 달마다 서른 편이거나 서른한 편의 글이 쓰였습니다. 무엇보다 새로 쓴 시를 책의 기둥 삼았습니다. 더불어 시가 된 생각, 시로 만난 하루, 시를 향한 연서와 시와의 악전고투로 곁을 둘렀습니다. 요컨대 시집이면서 산문집이기도 합니다. 아무려나 분명한 것 하나, 시인에게 시 없는 하루는 없더라는 거지요.
올해 시의적절의 표지는 화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매일같이 뼈대를 곧추세우고 마음을 쓰듯 몸을 쓰는 화가인 그의 그림은 아주 솔직하고도 담백한 어떤 일기처럼 느껴집니다. 매일을 사뿐히 걸어가는 시의적절과 결을 같이한다고 말할 수 있겠죠. 화가 노석미의 그림은 '사귐'을 자아냅니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가까이 지내는 일. 자연과 사람을, 사람과 그림을, 마침내 글과 그림을 사귀게 할 그가 열두 달 시의적절을 장식합니다.
한 편 한 편 당연 길지 않은 분량이니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가벼이 읽으면 딱이겠다 합니다. 열두 달 따라 읽으면 매일의 시가 책장 가득하겠습니다. 한 해가 시로 빼곡하겠습니다. 일력을 뜯듯 다이어리를 넘기듯 하루씩 읽어 흐르다보면 우리의 시계가 우리의 사계(四季)가 되어 있을 테지요. 그러니 언제 읽어도 좋은 책, 따라 읽으면 더 좋을 책!
제철 음식만 있나, 제철 책도 있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기획입니다. 그 이름들 보노라면 달과 시인의 궁합 참으로 적절하다, 때(時)와 시(詩)의 만남 참말로 적절하다, 고개 끄덕이시리라 믿습니다. 1월 1일의 일기가, 5월 5일의 시가, 12월 25일의 메모가 아침이면 문 두드리고 밤이면 머리맡 지킬 예정입니다. 그리 보면 이 글들 다 한 통의 편지 아니려나 합니다. 매일매일 시가 보낸 편지 한 통, 내용은 분명 사랑일 테지요.
[ 2026 시의적절 라인업 ]
1월 한여진 / 2월 김상혁 / 3월 권민경 / 4월 김언 / 5월 남지은 / 6월 홍지호
7월 박상수 / 8월 김보나 / 9월 김이강 / 10월 신용목 / 11월 최지은 / 12월 최현우
* 사정상 필자가 바뀔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2026년 시의적절의 표지는 글과 그림을 다루는 작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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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목차
목차
작가의 말 ─ 우리, 사이 7
9월 1일 에세이 ─ 의례와 격식 13
9월 2일 에세이 ─ 균형과 총량 17
9월 3일 에세이 ─ Sad Part 25
9월 4일 시 ─ 수정과 그 낙엽 31
9월 5일 에세이 ─ Espero 35
9월 6일 에세이 ─ 미술관 구역 43
9월 7일 에세이 ─ 보행불가구역 51
시 ─ 서초동 58
9월 8일 에세이 ─ 자네를 좀 볼 수 없겠는가? 자네, 정말 보고 싶네. 59
9월 9일 에세이 ─ 대만, 소소한 사건들 63
9월 10일시 ─ 담에게 남기는 메모 71
9월 11일 에세이 ─ 우정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춤 75
9월 12일 시 ─ 사슴인가요 85
9월 13일 에세이 ─ 애슈빌에 다녀온 밤 89
9월 14일 에세이 ─ 무경계 95
9월 15일 시 ─ 강변 산책로 안내 101
에세이 ─ 미스터리 104
9월 16일 짧은 픽션 ─ 장의 아침 111
9월 17일 짧은 픽션 ─ 장의 아침 121
9월 18일 시 ─ 환기 125
에세이 ─ 사그라다 파밀리아 128
9월 19일 에세이 ─ 책에 따라 펼치기 131
9월 20일 에세이 ─ 순간들 139
9월 21일 시 ─ 그게 나은지 151
9월 22일 에세이 ─ 밝은 창 155
9월 23일 에세이 ─ 골목길 너머 163
9월 24일 시 ─ 공원에서 만나 169
9월 25일 에세이 ─ 여자들 173
9월 26일 짧은 픽션 ─ 장과 이재 181
9월 27일 에세이 ─ 학원 가는 길 187
9월 28일 편지 ─ 당신의 새벽과 나의 낮과 191
9월 29일 일기 ─ 타락천사 199
9월 30일 시 ─ 평범한 오후 207
9월 1일 에세이 ─ 의례와 격식 13
9월 2일 에세이 ─ 균형과 총량 17
9월 3일 에세이 ─ Sad Part 25
9월 4일 시 ─ 수정과 그 낙엽 31
9월 5일 에세이 ─ Espero 35
9월 6일 에세이 ─ 미술관 구역 43
9월 7일 에세이 ─ 보행불가구역 51
시 ─ 서초동 58
9월 8일 에세이 ─ 자네를 좀 볼 수 없겠는가? 자네, 정말 보고 싶네. 59
9월 9일 에세이 ─ 대만, 소소한 사건들 63
9월 10일시 ─ 담에게 남기는 메모 71
9월 11일 에세이 ─ 우정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춤 75
9월 12일 시 ─ 사슴인가요 85
9월 13일 에세이 ─ 애슈빌에 다녀온 밤 89
9월 14일 에세이 ─ 무경계 95
9월 15일 시 ─ 강변 산책로 안내 101
에세이 ─ 미스터리 104
9월 16일 짧은 픽션 ─ 장의 아침 111
9월 17일 짧은 픽션 ─ 장의 아침 121
9월 18일 시 ─ 환기 125
에세이 ─ 사그라다 파밀리아 128
9월 19일 에세이 ─ 책에 따라 펼치기 131
9월 20일 에세이 ─ 순간들 139
9월 21일 시 ─ 그게 나은지 151
9월 22일 에세이 ─ 밝은 창 155
9월 23일 에세이 ─ 골목길 너머 163
9월 24일 시 ─ 공원에서 만나 169
9월 25일 에세이 ─ 여자들 173
9월 26일 짧은 픽션 ─ 장과 이재 181
9월 27일 에세이 ─ 학원 가는 길 187
9월 28일 편지 ─ 당신의 새벽과 나의 낮과 191
9월 29일 일기 ─ 타락천사 199
9월 30일 시 ─ 평범한 오후 207
저자
저자
김이강 2006년 『시와세계』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타이피스트』 『트램을 타고』 『경의선 숲길을 걷고 있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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