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시의적절 34)
신용목의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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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열번째 이야기!
시인 신용목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10월의, 10월에 의한, 10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우리의 몸은 때로 포도가 된다.
사과가 되는가 하면 슬픔의 전부가 되고
오로지 사랑 자체가 된다.
그 향기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처럼.
2026년의 열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10월의 책은 2000년 『작가세계』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산문집 『당신을 잊은 사람처럼』, 시론 『비로 만든 사람』 등을 쓴 시인 신용목의 신작 산문집 『포도』이다. "사람이 잃어버린 계절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시작"되는 시를 쓰며 "많은 존재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가능성을 지켜내고자 성실하게 움직여온"(양경언) 그가 매일매일의 시와 산문으로 10월 한 달을 빼곡히 엮어냈다. 시인은 비가 이상한 빛을 머금고 포도밭으로 쏟아지는 모습을 보았다. 비스듬히 쓰러지는 하루를 대패로 밀어내듯 허공을 깎으며 포도밭을 뒤덮고 있었다. 어떤 밤은 재배되고, 몸이라는 경작지에 뿌려져 울창한 마음으로 자란다. 포도밭 앞에서 시인은 하루의 끝에 매달린 기억의 이파리들과 웃자란 마음, 끝내 솎아내지 못한 후회를 들여다본다. 몸속 붉은 장기에 고여 있는 어둠을 밤으로 꺼내놓기 위해 쏟아내던 고백을 떠올리고,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우르르 떨어지고 마는 포도알을 맴돌며 윙윙거리던 가을의 말을 생각해본다(작가의 말). 어느 순간 커다란 잎 모양의 덥수룩한 털을 가진 짐승처럼 보이기도 하는 포도밭. 쓸모가 다한 것 같은 몸을 건조한 바람에 위탁한 채 싸늘한 적막에 감겨 있는, 내내 악몽과 신음을 안고 어른이 된 육체처럼 느껴지는 포도밭. 짐승이 축축한 몸을 일으켜 낮 동안 자신의 품속에 숨겼던 얼굴을 들고 떨어지는 빗방울에 자신의 눈물을 씻고 있을 것만 같은 밤이 이 책 속에 있다(「앞바퀴와 뒷바퀴의 거리」).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게 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세계의 언어를 몸으로 살게 하는 사랑. 그런 예외 없는 사랑의 장소로서의 몸 또한, 그에게 세계를 쓰게끔 만든다. "이제 마음은 젖지 않고 가을은 가지 않고 계절의 수많은 일들을 두드린다. 가을은 빗소리를 탁본한 문자들로 가득하다."(「사라진 나의 짐승」)
기억하는 십대의 마지막 가을날, 플라타너스 커다란 잎들이 먼저 온 저녁을 착륙시키는 것처럼 보도블록 위로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하루이틀만 치우지 않아도 낙엽이 금세 바닥을 가득 메웠다. 나뭇잎이 떨어진 길을 걸었다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무너져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앞으로 삶에서 부서질 것들의 목록이 미리 발밑에서 바스러지고 있는 것 같았다(「내 가을의 시작」). 그렇게 같은 곳에서 다른 시간을 사는 것을 느낀다. 어린 시인은 마을 첫번째 집 '첫집할매'와 정류장에 앉아 있다. 할머니를 사이에 두고 끝없이 이어지는 양쪽이 있고, 그것을 향해 오는 것들과 가는 것들이 시간의 전후를 만들며 계속해서 태어나고 있다. 시인은 어떤 느낌 속에서 할머니가 잃어버린 것이 그의 몸 어두운 중심에서 자라난 침묵의 공간 어딘가에서 기묘하고 뜻밖의 조합을 이룬 정밀한 이미지들로 차곡차곡 쓰여지며, 그의 생을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신비롭고 낯선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쓰러진 풍경들을 태운 자전거는 얼마간 시인을 지나쳐갔고, 그와 자전거 사이에는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풍경이 시간을 잘라놓은 단층처럼 비스듬한 사선을 그리며 예리하게 갈라져 있을 것이다(4일 산문).
시인 신용목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10월의, 10월에 의한, 10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우리의 몸은 때로 포도가 된다.
사과가 되는가 하면 슬픔의 전부가 되고
오로지 사랑 자체가 된다.
그 향기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처럼.
2026년의 열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10월의 책은 2000년 『작가세계』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산문집 『당신을 잊은 사람처럼』, 시론 『비로 만든 사람』 등을 쓴 시인 신용목의 신작 산문집 『포도』이다. "사람이 잃어버린 계절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시작"되는 시를 쓰며 "많은 존재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가능성을 지켜내고자 성실하게 움직여온"(양경언) 그가 매일매일의 시와 산문으로 10월 한 달을 빼곡히 엮어냈다. 시인은 비가 이상한 빛을 머금고 포도밭으로 쏟아지는 모습을 보았다. 비스듬히 쓰러지는 하루를 대패로 밀어내듯 허공을 깎으며 포도밭을 뒤덮고 있었다. 어떤 밤은 재배되고, 몸이라는 경작지에 뿌려져 울창한 마음으로 자란다. 포도밭 앞에서 시인은 하루의 끝에 매달린 기억의 이파리들과 웃자란 마음, 끝내 솎아내지 못한 후회를 들여다본다. 몸속 붉은 장기에 고여 있는 어둠을 밤으로 꺼내놓기 위해 쏟아내던 고백을 떠올리고,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우르르 떨어지고 마는 포도알을 맴돌며 윙윙거리던 가을의 말을 생각해본다(작가의 말). 어느 순간 커다란 잎 모양의 덥수룩한 털을 가진 짐승처럼 보이기도 하는 포도밭. 쓸모가 다한 것 같은 몸을 건조한 바람에 위탁한 채 싸늘한 적막에 감겨 있는, 내내 악몽과 신음을 안고 어른이 된 육체처럼 느껴지는 포도밭. 짐승이 축축한 몸을 일으켜 낮 동안 자신의 품속에 숨겼던 얼굴을 들고 떨어지는 빗방울에 자신의 눈물을 씻고 있을 것만 같은 밤이 이 책 속에 있다(「앞바퀴와 뒷바퀴의 거리」).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게 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세계의 언어를 몸으로 살게 하는 사랑. 그런 예외 없는 사랑의 장소로서의 몸 또한, 그에게 세계를 쓰게끔 만든다. "이제 마음은 젖지 않고 가을은 가지 않고 계절의 수많은 일들을 두드린다. 가을은 빗소리를 탁본한 문자들로 가득하다."(「사라진 나의 짐승」)
기억하는 십대의 마지막 가을날, 플라타너스 커다란 잎들이 먼저 온 저녁을 착륙시키는 것처럼 보도블록 위로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하루이틀만 치우지 않아도 낙엽이 금세 바닥을 가득 메웠다. 나뭇잎이 떨어진 길을 걸었다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무너져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앞으로 삶에서 부서질 것들의 목록이 미리 발밑에서 바스러지고 있는 것 같았다(「내 가을의 시작」). 그렇게 같은 곳에서 다른 시간을 사는 것을 느낀다. 어린 시인은 마을 첫번째 집 '첫집할매'와 정류장에 앉아 있다. 할머니를 사이에 두고 끝없이 이어지는 양쪽이 있고, 그것을 향해 오는 것들과 가는 것들이 시간의 전후를 만들며 계속해서 태어나고 있다. 시인은 어떤 느낌 속에서 할머니가 잃어버린 것이 그의 몸 어두운 중심에서 자라난 침묵의 공간 어딘가에서 기묘하고 뜻밖의 조합을 이룬 정밀한 이미지들로 차곡차곡 쓰여지며, 그의 생을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신비롭고 낯선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쓰러진 풍경들을 태운 자전거는 얼마간 시인을 지나쳐갔고, 그와 자전거 사이에는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풍경이 시간을 잘라놓은 단층처럼 비스듬한 사선을 그리며 예리하게 갈라져 있을 것이다(4일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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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우리가 사는 세계가
사실은 거대한 포도밭이어서,
푸르게 생겨나 검게 익어가는 마음이어서.
가을이 오고, 빨갛게 타오르는 몸으로 바라본다.
'목아, 항상 약한 자의 편이 되어야 한다.' 코스모스 대궁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열두 살짜리에게 선생님은 무심하게 툭 한 말씀을 던졌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속뜻에 대한 설명도 아무런 단서도 없는 저 말은 어떤 충격처럼 시인을 싸고돌았다. 코스모스 대궁이 바람에 느리게 하늘거리는 모습과 그 위에서 뉘엿뉘엿 몸을 푸는 가을볕, 시리도록 드높은 오후의 하늘이 슬로모션 영상처럼 시야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이끌어가는가 싶더니 그도 모르는 사이에 핑, 눈물이 눈물이 돌았던 것이다(「코스모스의 시간」). 왜 인간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입에 넣은 사탕이 다 녹기도 전에 둘로 쪼개져 불안했던 날, 그날은 누군가와 결별할 것 같았고 위태롭던 사랑이 끝날 것 같았다. 쪼개진 사탕을 억지로 붙여놓으려고 했을 때 뭉텅이째 입에 넣은 불편한 반죽 같던 혀의 우둔함. 시인은 그날의 불행을 모두 사탕 탓으로 돌렸다. 그때 입속의 사탕은 사탕을 넘어서 일순간 전능해졌다(24일 산문). 그리하여 또한 자신의 연한 입속을 보여주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어른이 되는 동안 각자가 거쳐온 계절과 일기와 바람을 모두 물린 채, 생명이 드나드는 가장 여리고 순한 살이면서 동시에 그를 위해 강인해야 하는 이를 가진 입속을 보여주는 일을. 그는 이윽고 그곳이 욕망과 파멸의 입구라는 사실에 도달한다. 가장 먼저 미끼를 향해 다가가는 신체 말이다(「새가 앉았던 자리」). 그건 곧 나를 낚아채는 순간, 그리하여 삶으로부터 도려지는 순간. 그로써 나를 어떤 심연 속으로 내던지는 이질적이고 예외적인 사건과도 같다.
한밤에 도로를 건너다 바퀴에 깔린 두꺼비들의 피부가 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걸 본다. 자신의 표면이었던 피부를 최대한 납작하게 만들어 도로 표면을 만들고 있다. 얼마간은 차들의 바퀴에 묻어 더 멀리 떠났을 것이다. 도로가 된 두꺼비. 비가 흘러내리는 몸이 수로인 듯, 무언가 지나간 몸은 도로와도 같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그것들은 이제 도로인 채로 도로를 건넌다. 그건 소멸의 형식인지도 모른다. 불이 자신의 재료였던 것을 빛으로 만들어 허공을 갖는 것처럼, 재와 연기로 땅과 하늘을 갖는 것처럼(「타오르는 신체들」). 그렇게 죽음이 자연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별도 자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22일 산문). 나의 생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매번 결정적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이 만남이고 무엇이 결별인지 모르는 순간의 반복이 우리를 에워싸는 것이다. 안락했던 자신만의 공간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새로운 것들은 언제나 소외의 형식으로 주어진다(「한 사람의 공동체」). 그렇게 부재는 존재의 일부가 되고 이별은 사랑의 일부가 되며, 이별 때문에 사랑은 전부가 되고 부재 때문에 존재는 세계가 된다. 살과 피와 뼈로 이루어진 물질성으로서의 존재를 상기한다. 필연적인 부딪침, 상처의 모습으로, 거기 있는 통증으로 매순간 퍼져나가는 육체를(17일 산문).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말하기가 끝없는 수다이며 고백할 수 없는 것의 고백이 사랑이라는 것을, 수다에 대한 수다가 침묵이고 사랑에 대한 사랑이 이별이라는 사실까지도(4일 산문).
포도가 사라진 자리에서 자라는 것은 포도의 부재이다. 부재는 반드시 자란다. 없음의 무한한 성장-없음이 커지고 커져서 태초의 부재에 다다를지도 모른다. 포도밭으로 웅크리고 있는 짐승은 기어이 어둠이 될지도 모른다. 밤이 되고 밤으로 가득찬 우주가 될지도 모른다. 우주가 되고 난 뒤 오로지 혼자가 전부인 세계의 공허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를 끝낼지도 모른다. 그렇게 태초의 부재를 창조할지도 모른다.
포도의 부재가 태초의 부재를 창조하는 것을 막으려고 가을이 깊어진다.
생각해보면, 검은 흙의 틈에서 초록 싹이 돋아나는 것처럼, 마른 가지 끝에서 새눈이 생기는 것처럼, 나는 이 세상에 나왔다. 나를 창조한 것은 나 이전의 몸이었고 그들을 휘감던 어둠이었고 이제 그들과 그들의 밤은 없다. 원인으로서의 모든 이유는 간혹 찾아오는 이상한 예감 속에서 부재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_10월 15일 「가을이 태초에 닿기 전에」 부분
사실은 거대한 포도밭이어서,
푸르게 생겨나 검게 익어가는 마음이어서.
가을이 오고, 빨갛게 타오르는 몸으로 바라본다.
'목아, 항상 약한 자의 편이 되어야 한다.' 코스모스 대궁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열두 살짜리에게 선생님은 무심하게 툭 한 말씀을 던졌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속뜻에 대한 설명도 아무런 단서도 없는 저 말은 어떤 충격처럼 시인을 싸고돌았다. 코스모스 대궁이 바람에 느리게 하늘거리는 모습과 그 위에서 뉘엿뉘엿 몸을 푸는 가을볕, 시리도록 드높은 오후의 하늘이 슬로모션 영상처럼 시야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이끌어가는가 싶더니 그도 모르는 사이에 핑, 눈물이 눈물이 돌았던 것이다(「코스모스의 시간」). 왜 인간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입에 넣은 사탕이 다 녹기도 전에 둘로 쪼개져 불안했던 날, 그날은 누군가와 결별할 것 같았고 위태롭던 사랑이 끝날 것 같았다. 쪼개진 사탕을 억지로 붙여놓으려고 했을 때 뭉텅이째 입에 넣은 불편한 반죽 같던 혀의 우둔함. 시인은 그날의 불행을 모두 사탕 탓으로 돌렸다. 그때 입속의 사탕은 사탕을 넘어서 일순간 전능해졌다(24일 산문). 그리하여 또한 자신의 연한 입속을 보여주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어른이 되는 동안 각자가 거쳐온 계절과 일기와 바람을 모두 물린 채, 생명이 드나드는 가장 여리고 순한 살이면서 동시에 그를 위해 강인해야 하는 이를 가진 입속을 보여주는 일을. 그는 이윽고 그곳이 욕망과 파멸의 입구라는 사실에 도달한다. 가장 먼저 미끼를 향해 다가가는 신체 말이다(「새가 앉았던 자리」). 그건 곧 나를 낚아채는 순간, 그리하여 삶으로부터 도려지는 순간. 그로써 나를 어떤 심연 속으로 내던지는 이질적이고 예외적인 사건과도 같다.
한밤에 도로를 건너다 바퀴에 깔린 두꺼비들의 피부가 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걸 본다. 자신의 표면이었던 피부를 최대한 납작하게 만들어 도로 표면을 만들고 있다. 얼마간은 차들의 바퀴에 묻어 더 멀리 떠났을 것이다. 도로가 된 두꺼비. 비가 흘러내리는 몸이 수로인 듯, 무언가 지나간 몸은 도로와도 같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그것들은 이제 도로인 채로 도로를 건넌다. 그건 소멸의 형식인지도 모른다. 불이 자신의 재료였던 것을 빛으로 만들어 허공을 갖는 것처럼, 재와 연기로 땅과 하늘을 갖는 것처럼(「타오르는 신체들」). 그렇게 죽음이 자연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별도 자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22일 산문). 나의 생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매번 결정적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이 만남이고 무엇이 결별인지 모르는 순간의 반복이 우리를 에워싸는 것이다. 안락했던 자신만의 공간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새로운 것들은 언제나 소외의 형식으로 주어진다(「한 사람의 공동체」). 그렇게 부재는 존재의 일부가 되고 이별은 사랑의 일부가 되며, 이별 때문에 사랑은 전부가 되고 부재 때문에 존재는 세계가 된다. 살과 피와 뼈로 이루어진 물질성으로서의 존재를 상기한다. 필연적인 부딪침, 상처의 모습으로, 거기 있는 통증으로 매순간 퍼져나가는 육체를(17일 산문).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말하기가 끝없는 수다이며 고백할 수 없는 것의 고백이 사랑이라는 것을, 수다에 대한 수다가 침묵이고 사랑에 대한 사랑이 이별이라는 사실까지도(4일 산문).
포도가 사라진 자리에서 자라는 것은 포도의 부재이다. 부재는 반드시 자란다. 없음의 무한한 성장-없음이 커지고 커져서 태초의 부재에 다다를지도 모른다. 포도밭으로 웅크리고 있는 짐승은 기어이 어둠이 될지도 모른다. 밤이 되고 밤으로 가득찬 우주가 될지도 모른다. 우주가 되고 난 뒤 오로지 혼자가 전부인 세계의 공허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를 끝낼지도 모른다. 그렇게 태초의 부재를 창조할지도 모른다.
포도의 부재가 태초의 부재를 창조하는 것을 막으려고 가을이 깊어진다.
생각해보면, 검은 흙의 틈에서 초록 싹이 돋아나는 것처럼, 마른 가지 끝에서 새눈이 생기는 것처럼, 나는 이 세상에 나왔다. 나를 창조한 것은 나 이전의 몸이었고 그들을 휘감던 어둠이었고 이제 그들과 그들의 밤은 없다. 원인으로서의 모든 이유는 간혹 찾아오는 이상한 예감 속에서 부재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_10월 15일 「가을이 태초에 닿기 전에」 부분
목차
목차
작가의 말 ─ 밤을 재배하는 과수원 7
10월 1일 산문 ─ '가을'이라는 노동 11
10월 2일 산문 ─ 동시상영관 19
10월 3일 산문 ─ 포도를 떠올릴 때처럼 25
10월 4일 산문 ─ 앞바퀴와 뒷바퀴의 거리 29
10월 5일 산문 ─ 태곳적부터 계속되는 41
10월 6일 산문 ─ 가을은 알고 있을까 47
10월 7일 산문 ─ 헐거운 불빛들 53
10월 8일 산문 ─ 혼잣말의 향기 57
10월 9일 산문 ─ 코스모스의 시간 63
10월 10일 산문 ─ 한 사람의 공동체 73
10월 11일 시 ─ 내 죄를 돌려줘 79
10월 12일 산문 ─ 모든 사랑은 옳다 85
10월 13일 산문 ─ 노래하는 존재들 89
10월 14일 산문 ─ 마음이 있는 곳 95
10월 15일 산문 ─ 가을이 태초에 닿기 전에 99
10월 16일 시 ─ 오선지의 바깥 103
10월 17일 산문 ─ 종소리의 반경 109
10월 18일 산문 ─ 도로 위의 낙엽들 115
10월 19일 산문 ─ 새가 앉았던 자리 121
10월 20일 산문 ─ 예외로서의 전부 127
10월 21일 산문 ─ 타오르는 신체들 135
10월 22일 산문 ─ 화상 병동 139
10월 23일 산문 ─ 아름다움의 법정 145
10월 24일 산문 ─ 삶은 그렇게 특별해진다 151
10월 25일 시 ─ 그림자 섬 157
10월 26일 산문 ─ 우리가 우리일 때 163
10월 27일 산문 ─ 사랑의 기획들 169
10월 28일 시 ─ 사라진 나의 짐승 177
10월 29일 산문 ─ 한 사람의 목소리 181
10월 30일 산문 ─ 무지개를 보았다 185
10월 31일 산문 ─ 내 가을의 시작 191
10월 1일 산문 ─ '가을'이라는 노동 11
10월 2일 산문 ─ 동시상영관 19
10월 3일 산문 ─ 포도를 떠올릴 때처럼 25
10월 4일 산문 ─ 앞바퀴와 뒷바퀴의 거리 29
10월 5일 산문 ─ 태곳적부터 계속되는 41
10월 6일 산문 ─ 가을은 알고 있을까 47
10월 7일 산문 ─ 헐거운 불빛들 53
10월 8일 산문 ─ 혼잣말의 향기 57
10월 9일 산문 ─ 코스모스의 시간 63
10월 10일 산문 ─ 한 사람의 공동체 73
10월 11일 시 ─ 내 죄를 돌려줘 79
10월 12일 산문 ─ 모든 사랑은 옳다 85
10월 13일 산문 ─ 노래하는 존재들 89
10월 14일 산문 ─ 마음이 있는 곳 95
10월 15일 산문 ─ 가을이 태초에 닿기 전에 99
10월 16일 시 ─ 오선지의 바깥 103
10월 17일 산문 ─ 종소리의 반경 109
10월 18일 산문 ─ 도로 위의 낙엽들 115
10월 19일 산문 ─ 새가 앉았던 자리 121
10월 20일 산문 ─ 예외로서의 전부 127
10월 21일 산문 ─ 타오르는 신체들 135
10월 22일 산문 ─ 화상 병동 139
10월 23일 산문 ─ 아름다움의 법정 145
10월 24일 산문 ─ 삶은 그렇게 특별해진다 151
10월 25일 시 ─ 그림자 섬 157
10월 26일 산문 ─ 우리가 우리일 때 163
10월 27일 산문 ─ 사랑의 기획들 169
10월 28일 시 ─ 사라진 나의 짐승 177
10월 29일 산문 ─ 한 사람의 목소리 181
10월 30일 산문 ─ 무지개를 보았다 185
10월 31일 산문 ─ 내 가을의 시작 191
저자
저자
신용목 2000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나의 끝 거창』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우연한 미래에 우리가 있어서』, 산문집 『당신을 잊은 사람처럼』, 시론 『비로 만든 사람』, 소설집 『재』 등이 있다.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시작문학상, 노작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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