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창작동네 시인선 199)
전문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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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세월의 무늬를 일깨우는 시인의 정체성 속에는 한 인간이 걸어온 가족의 삶과 인생 철학이 정직하게 스며 있다.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시인의 내면에 닿아 있는 향수와 사색의 정원 속을 천천히 거닐게 된다. 『흐름』은 바로 그 시간의 강물 위에 놓인 시인의 마음의 기록이며,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조용한 울림의 시집이다.
이 시집 속 「마른 대화」 「저 꽃잎」 「시인과 건달 농부」 「친구가 좋아 필드로 간 시」 「청혼」 등의 작품들은 시인이 삶을 통해 길어 올린 진솔한 언어들로 가득하다. 그 언어들은 마음의 고향, 가족, 친구,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 보인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면, 어느새 변해버린 세월 앞에서 우리는 숙연해지고, 그 속에서 흘러간 시간의 냄새와 눈물의 온도를 느낀다.
전문구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원고 100여 편을 받아들었을 때, 나는 시 한 편 한 편을 마주하며 깊은 경외심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안개 같은 세월 속에서도 묵묵히 글을 써 내려간 시인의 정서가 얼마나 고요하고도 단단한지, 그 열정의 마음결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시 한 편의 탄생은 고단한 노동의 결과이며, 그 속에는 바람 소리와 침묵이 교차하는 무언의 세계가 있다. 시인은 그 세계의 여정을 담담히 견뎌내며, 고독 속에서도 언어를 피워 올렸다.
이번 시집 『흐름』은 그러한 여정의 정점에서 피어난 '고소란' 같은 시집이다. 들꽃처럼 피어나 독자의 마음을 향기로 물들이고, 잊혀진 시간의 강가에서 다시 삶의 본질을 묻는다. 시인의 시어 속에는 바람의 결이 있고, 고요히 흐르는 물소리가 있다. 그것은 인생의 한 흐름이자, 시인이 살아온 세월의 숨결이다.
『흐름』을 읽는 일은 단순히 시를 감상하는 일이 아니라, 시인의 삶을 함께 걷는 일이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흐름 속에 서 있는가?』 이 시집은 그 물음에 대한 따뜻한 대답이며, 우리가 잊고 지낸 마음의 근원을 다시 일깨워 주는 시집 형식이다.
이제 전문구 시인의 한편 한 편의 시울림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허기진 꽁보리밥
목 넘길 때는 몰랐습니다
나만의 향기가 나올 수 있음에
코를 비틀며 감사했습니다
짠지 한입 오물거릴 때
눈웃음 짓는 누이가 가물거리고
버짐 먹은 얼굴이 보일 때
세수 안 한 조각인 줄 알았지요
한 시간 도로를 잡고
보리밥을 찾을 때는
빈 배가 아니었습니다
미끄덩거리는 납작보리
고향을 그리는 마음의 결이
김칫국물에 눈물을 떨굽니다
가난이 멀어진 줄 알았는데
고향이 멀어져 있었습니다
_「흐름」 부분
전문구 흐름의 시는 「보리밥」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과 그 속의 따뜻한 정(情)을 회상하고 있다. 흐름의 시 정서는 과거의 기억이 현재로 흘러드는 「시간의 흐름」 속에 고향을 사유하며 언제나 변하지 않는 젊음을 간직한 애잔함이 짓누르고 있다.
첫 연의 「허기진 꽁보리밥 목넘길 때는 몰랐습니다」라는 구절은, 가난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주던 보리밥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 회한을 담고 있다. 화자는 「코를 비틀며 감사했다」라고 표현함으로써, 냄새조차 감사의 대상으로 승화시키며 인간적인 진심을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음식의 묘사가 아니라, 삶의 근원적 향기를 되새기는 순간이다.
둘째 연에서는 「짠지 한입 오물거릴 때/ 눈웃음 짓는 누이가 가물거리고」라는 장면을 통해 가난한 식탁의 풍경 속 가족애가 그려진다. 보리밥 한 끼가 단순한 생존의 상징이 아니라, 가족의 사랑과 유대감을 품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연으로 갈수록 시의 정서는 회한과 그리움으로 짙어진다. 「가난이 멀어진 줄 알았는데/ 고향이 멀어져 있었습니다」라는 결말은, 물질적 결핍이 사라진 현대의 삶 속에서 정서적 결핍이 오히려 커졌음을 보여준다. 이 역설적 깨달음이 시의 핵심이다. 결국 「흐름」은 「가난에서 벗어났지만」 마음의 고향은 멀어진 시대의 아이러니를 잔잔하게 노래한다.
보리밥 한 그릇에 담긴 시인의 정서는, 우리가 모두 잊고 있던 감사와 향수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시인의 다음 문장이 기다려진다.
애타게 기다리는
꽃이랍니다
그대가 오면
춤을 추어요
말없이 기다립니다
다가오면 꽃 깃을 엽니다
그대를 몸으로 받아 숨기려
하지만 생태계가 달라
조심스럽습니다
실수로 뒤를 밟아
밀려납니다
신발을 거꾸로 신은 채
떨어진 꽃잎을 밟고
눈물을 흘리며 그대를 탓합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면서
_「바람」 부분
전문구 시인의 「바람」은 기다림의 미학을 섬세하게 노래한 시다. 겉으로는 단순한 '꽃'과 '바람'의 만남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관계의 긴장과 삶의 거리감, 그리고 다가섬의 두려움이 함께 서려 있다.
첫 연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꽃」은 이미 사랑의 주체이자 존재의 상징으로 제시된다. 시 속의 '꽃'은 바람을 기다리는 대상이지만, 동시에 기다림의 자체가 존재의 이유가 되는 존재이다. 「그대가 오면 춤을 추어요」라는 짧은 구절 속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 그것은 인간이 타인을 향해 마음을 여는 순간의 떨림, 그리고 사랑이라는 생태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자기 보호의 본능을 함께 담고 있다.
둘째 연의 「그대를 몸으로 받아 숨기려/ 하지만 생태계가 달라/ 조심스럽습니다」는 이 시의 핵심이다. 시인은 자연의 언어를 빌려 관계의 간격을 표현한다. 바람과 꽃은 서로를 향하지만, 결코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이 다름의 세계를 인정하면서도, 시인은 여전히 그 만남을 갈망한다. '조심스러움'은 단순한 거리 두기가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마지막 연에서의 전환은 인간적이다. 「실수로 뒤를 밟아/ 밀려납니다/ 신발을 거꾸로 신은 채」라는 표현은 어긋난 관계의 상징이자, 세상 속에서 자주 상처받는 인간의 초상이다. 꽃잎을 밟고 흘리는 눈물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상처를 향한 반성이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면서」라는 구절은 냉철한 자기 인식으로 마무리되며, 시적 주체가 다시 성찰의 자리로 돌아오게 한다.
이 시는 바람과 꽃의 은유를 통해 「만남과 상처, 사랑과 거리, 그리고 인간의 숙명적 기다림」을 그린다. 그 기다림은 고요하지만, 결코 멈춰 있지 않다. 바람이 지나가면 또다시 꽃은 흔들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시인은 자신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낀다.
「바람」은 그렇게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기다림은 지금 어떤 방향으로 불고 있습니까?」
전문구 시인의 「흐름」의 시에서 주는 의미와 시대적 시의 흐름을 성찰해 보는 시간이다.
박목월 시인 '사계절과 인생을 아우르는 정제된 시어. 대표작 〈하관〉 〈산이 날 에워싸고〉 〈나그네〉 중에서 자연의 풍경을 빌려 인생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노래한 시이다.
전문구 시인의 『흐름』의 서정성은 박목월의 정갈한 언어와 매우 가깝습니다. 「마른 대화」나 「저 꽃잎」 등의 작품도 박목월의 시인의 '자연과 인생이 맞닿는 자리'를 보여주는 시와 같은 맥락의 서정시들이다.
정호승 시인 '슬픔과 기다림을 시적 위로로 바꾸는 서정성' 대표작 〈수선화에게〉,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시는 삶의 고통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위로의 언어로 가득합니다.
전문구 시인의 『흐름』 역시 가족, 고향, 친구, 세월이라는 정서의 뿌리 속에서 「상처를 품은 따뜻한 사람의 시」를 들려줍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한 줄처럼, 『흐름』 속 시들도 「시간 속을 흘러가는 인생의 여정」이라는 기차에 올라탄 듯 조용히 삶의 울림을 되새깁니다.
전문구 시인의 「바람」의 존재와 관계의 거리감을 성찰해 보는 시간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에는 늘 '바람', '거리', '빈자리', '만남' 같은 단어가 등장합니다. 그는 세상과의 접촉을 「가벼운 바람의 통과처럼」 표현하면서, 존재 간의 거리를 부드럽게 드러냅니다.
전문구 시인의 「바람」 또한 「그대를 몸으로 받아 숨기려/ 하지만 생태계가 달라/ 조심스럽습니다」처럼, 서로를 향하지만 닿을 수 없는 존재의 간극을 시적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매우 닮았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 정현종의 구절처럼, 「바람」도 「그대가 오면/ 춤을 추어요」라는 표현으로 존재의 '만남 그 자체'를 경외와 설렘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박남수는 '바람', '꽃잎', '빛' 같은 자연의 이미지로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표현합니다.
그의 시어는 부드럽지만, 한 줄 한 줄이 의미의 결로 엮여 있어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전문구 시인의 「바람」 또한 「신발을 거꾸로 신은 채/ 떨어진 꽃잎을 밟고/ 눈물을 흘리며」와 같은 장면에서 박남수의 시처럼 '정서가 형상으로 바뀌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전문구 시인의 「흐름」 「바람」을 통한 시는 단순한 삶의 묘사가 아니라 그가 살아온 인생철학과 가족, 친구 그리고 자신은 세월 속에 흐르는 강물이며 그 속의 한 물결로 바라보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2
전문구 시인의 삶의 흐름 속에 존재 의식과 인생 철학이 궁금하다. 시인은 자신의 발자취를 남겨놓는 성찰이 있다. 그 성찰을 통해 시인의 치부까지 드러나는 게 시인의 진솔한 정체성이다. 시인은 자연의 흐름과 삶은 공존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주는 순환의 시대는 기억을 더듬고 삶에서 오는 둔탁한 소리를 느끼고 있음을 예시해 준다. 어쩌면 세월이 주는 삶의 진리 속에서 붉은 단풍잎처럼 물들어 가고 있음을 환유하고 있다.
가난이 엉덩이를 밀고 올 때
할배는 조팝나무 한 아름 안고
밀린 장사葬事에 어머님이 보낸 거라며
함박웃음에 향기를 다듬어
대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웃음 사라진
밭을 더듬고 다녔는데
무엇이 저렇게 행복한 웃음으로
자리 잡고 있을까
마루에 앉은 도토리들은
거른 끼니에 고개를 숙이고
할머니 머리에 꽃이
아이고 저 양반
곤충채집 하러 간다더니
곡물 채집하고 왔네
멀뚱한 눈들이 갑자기 쏠린다
아버지의 지게에 얹힌 자루가
부엌을 넘어설 때까지 따라간다
아이들 배는 이미 불러오고 있다
기다리는 시간이 풀어진 얼굴
부엌에서 들리는 달그락 소리로
작곡을 하고 있다
내일은 칫간에 갈 수 있겠다.
_「보릿고개」 부문
『결핍 속에서 피어난 생명의 의지』
이 시는 가난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절망이 아닌 삶의 환희를 보여줍니다. 「조팝나무 한 아름 안고 함박웃음 짓는 할배」의 모습은, 궁핍 속에서도 사람을 살게 하는 웃음의 철학을 상징합니다. 할머니의 농담과 아이들의 배고픔까지도 '생존의 유머'로 버무려내며, '달그락 소리로 작곡한다'는 구절은 결핍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인간의 창조성을 은유합니다. 인간은 결핍 속에서도 웃음과 사랑으로 삶을 견딜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엽록소 사라진 팔십이라 해도
미워지지 않은데 어떡해요
엉덩이도 무른 호박이라지만
생겼다가 넘어간 구석이에요
호박 주름이 가득해 하얀 분을 바르고
가슴통은 산사태로 주르륵 흘러내리고
펴야 할 곳은 굽어진 굴뚝 항아리
머리는 볶아진 라면에 수프가 듬성듬성
얇은 포대를 걸친 사리마다
살이 많으면 힘들게 해 부은 것
말라비틀어지면 자식이 빼앗아 버린 살
커피믹스가 맛있다고 다시는 입맛
멀리 보이는 실루엣만 보아도 우리 엄마
우리 엄만데 동물도 엄마가 나타나면 시시덕
대문도 우리가 열면 삐이딱 엄마가 열면 발그레
엄마 젖은 두 갠데 아이들은 다섯
모두 제 것이라 착각하지
뚫어지게 봐도 예쁘게 마모된 요술 거울은 없는데
돌아보면 너무도 사랑스러워요
하늘에 귀를 박고 들으면 그런 소리가 들려요
가난한 식탁으로 마음이 아팠고
힘 빠진 황소걸음으로 걸었고
울퉁불퉁 살아온 모습이 허리춤에 숨었고
가늘어진 가슴을 두 꼭지에 달고
엄마는 녹이 슨 보석이래요
닦으려 해도 늦었대요
침침해진 흔적으로
엄마를 지우려는 모습에
당신이 좋아했던
커피 향기가 나요
_「엄마」 부분
『소멸의 미학, 사랑의 잔향』
이 시는 노년의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식의 깊은 연민과 자기 성찰이 녹아 있습니다. 「녹이 슨 보석」이라는 표현은, 세월이 만든 상처마저도 존엄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철학을 담습니다. '가난한 식탁', '황소걸음' 같은 구절들은 한 세대의 희생과 노동을 통한 존재의 숭고함을 드러냅니다. 커피 향기는 엄마의 흔적이자 '사라진 존재의 영혼'을 느끼게 하는 감각적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사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향기로 남아 삶을 지탱한다.
「보릿고개」는 가난이라는 절망의 풍경을 '웃음'과 '향기'로 치환한다. 가난을 비극으로만 보지 않고, 결핍 속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노래한다. 그 웃음은 허무의 웃음이 아니라, 「내일은 칫간에 갈 수 있겠다」는 소박한 희망의 철학이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삶은 굶주림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노래다.
「엄마」는 시간에 깎여 사라져가는 어머니의 육체와 정신을 **'녹슨 보석'**으로 형상화한다. 사라져가는 존재이지만, 그 녹은 빛나는 흔적이며, 그 흔적 속에 사랑의 지속성이 깃든다. 자식의 시선 속 어머니는 흉터가 아니라 사랑의 퇴적물로 존재한다. 이는 시인이 가진 삶의 인식 노쇠 또한 아름답고, 사랑은 소멸이 아니라 잔향이다.
구석진 병실에
앵무새 문안하는 흔적
속으로 흥정한다
통장 논과 밭
두툼하게 살진 과수원
내키지 않는 마음을
어떻게 하겠나
이빨 빠진 톱이 날을 세운다
퇴원하려는 통장이
빵빵한 배를 불쑥 내민다
주름진 눈에
나팔꽃 제품이 불쑥 들이민다
마약이라도 먹고 퇴원해야지
멸치처럼 빼빼 말려 버려야 해
병원 밥을 푹 떠
입속으로 욱여넣는다
_「아버지의 마음」 부분
천고에도 없고
만고에도 없다는
할머니는 요술쟁이였지
받침 없는 말을 해도
내 마음을 다 알아버렸어
샛노란 해바라기 꽃처럼
흔들리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굽은 등은 만능 침대보다 편안했지
나는 엄마 자식인데
보기만 하면 내 새끼라며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숨바꼭질해도
술래잡기해도
지나가면서도 못 찾는지
오리걸음으로 넘어질 듯하면
어느새 다가와 잡아주었지
그린 눈썹의 달맞이꽃
바람이 불어도 넘어지지 않고
주름 가득한 손이 부드러웠던 것은
엄마 손보다 깊었고
미소가 담긴 사랑의 눈길
바라만 봐도 행복했지
왜 할머니는
나를 기다리지 않았어요
따스한 손 잡으며 말하고 싶었는데
사랑한다는 단 한마디도 못 했는데
_「할머니」 부분
『노동과 생의 존엄에 대한 묵묵한 성찰』
「아버지의 마음」 이 시는 경제적 현실과 병든 육신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가부장의 내면 갈등을 드러냅니다.'통장''과수원''병원 밥' 등 구체적 사물들은 생의 무게와 책임의 언어로 기능합니다. 「마약이라도 먹고 퇴원해야지」라는 절망적 언어 속에는 오히려 끝까지 버티며 살아내려는 인간의 존엄한 의지가 숨어 있습니다. 삶의 고통은 도피가 아닌, 끝까지 견뎌내야 할 인간의 몫이다. 「아버지 마음」은 물질과 생존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남성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논과 밭, 통장, 병실'이라는 현실적 이미지들은 삶의 무게를 실감케 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노동과 책임의 윤리를 드러낸다. 시인은 아버지의 고통을 연민이 아닌 존엄의 언어로 풀어내며, 삶의 무게를 감내하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무조건적 사랑의 근원』
「할머니」는 시간과 세대를 초월한 원형적 사랑의 근원을 노래합니다.'받침 없는 말로도 마음을 알아버린' 할머니의 모습은 언어 이전의 사랑, 즉 인간 존재의 본질적 따뜻함을 상징합니다.'주름 가득한 손''그린 눈썹의 달맞이꽃'은 늙음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생명력과 사랑의 지속성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사랑한다는 단 한마디도 못 했는데」는 세대 간의 미완의 사랑, 즉 말로 다 닿지 못하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담은 철학적 여운을 남깁니다. 사랑은 언어보다 깊은 곳에서 흐르는 영혼의 유대다. 「할머니」는 인간 존재의 뿌리, 무조건적 사랑의 근원을 상징한다. 「받침 없는 말로도 마음을 알아버린」 할머니의 직감은 언어 이전의 원초적 소통을 보여주며, 그 따스한 손길은 세대를 잇는 '사랑의 전이(轉移)'를 의미한다. 시인은 사랑이란 말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음 자체로 전해지는 감정임을 일깨운다.
「아버지의 마음」과 「할머니」는 각각 **'존엄'과 '사랑'**이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가치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낸다. 전자는 삶의 고통 속에서도 책임을 다하는 인간의 존엄, 즉 노동과 생의 의무를 감내하는 아버지의 내면적 결연함을 보여주고, 후자는 언어 이전의 사랑, 세대를 이어 흐르는 무조건적 사랑의 근원을 통해 인간 존재의 따뜻한 연속성을 노래한다. 결국 두 분은 서로 다른 삶의 국면, **존엄한 생의 투쟁 (아버지)**과 사랑의 원형적 전이(할머니)-을 통해, "인간은 고통 속에서도 살아가야 하며, 사랑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하나의 인간학적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3
전문구 시인의 시적 문체는 극도로 절제되어 있으며, 불필요한 수식이나 감상적 언어가 배제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절제의 미학은 곧 사물을 통해 얻어졌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시인은 「말 많은 관계」가 아닌, 눈빛만으로 통하는 이해의 깊이를 강조하며 시 구절마다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시의 언어는 화려한 상징이나 수사보다, 생활 속 이미지와 인간적 체온으로 구축된 소박한 진실의 시학이다.
그 내면에는 시간의 관계, 존재와 성장의 철학적 성찰이 깊이 흐르고 있다.
시인은 인간관계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 언어의 공감적 공명을 보기로 하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은
뾰족한 마음과 다름이리라
흑백을 가르지 않고
편애하지 못하는 성격
대문 사라진 귀
미세하지만 항상 열려있지
고리에 걸린 소식은 꼭 전해주고
빈 고리로 수그리는 얼굴에
따끔한 침으로 충고
몽롱한 정신은 빨갛게 그려 내지
지나간 발자국은 화합의 자리
삐져나온 마음은 사라지고
매듭을 남겨둔 것은
변하지 말라는 충고
다만 젊음을 편해하는 미움
급한 성격에는 종일 윙크해도
열리지 않는 자물쇠
귓밥 가득한 귀와 긴 꼬리를 싫어하는
따스함을 이어주는 중매쟁이
_「바늘」 부분
이 시는 바늘이라는 사물을 단순한 도구로 보지 않고, 인간의 성격과 삶의 태도를 비유하는 매개로 삼고 있습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은/ 뾰족한 마음과 다름이리라」라는 구절은, 겉으로는 차갑고 날카로워 보여도 내면에는 따스함과 관계를 이어주는 본질이 있음을 말합니다. 즉, 바늘은 상처를 내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옷감을 잇고, 관계를 봉합하는 화해의 상징으로 변주됩니다. 시인은 「고리에 걸린 소식/ 빈 고리로 수그리는 얼굴」「따끔한 침으로 충고」등 바늘의 동작을 인간의 대화와 소통의 메타포로 확장합니다. 바늘귀는 타인의 목소리를 듣는 열린 귀이며, 그를 통해 들어온 「소식」을 다시 전하며 세상과 관계를 이어갑니다. 그러나「빈 고리로 수그리는 얼굴」처럼, 그 소통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미세한 긴장을 내포하고 있지요. 시 후반부의 「매듭을 남겨둔 것은/ 변하지 말라는 충고」는 인상적인 구절입니다. 상처를 봉합하고 마무리할 때 생기는 「매듭」을 시인은 관계의 흔적, 삶의 마침표로 바라봅니다. 그 매듭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변하지 말라」는 기억과 윤리의 약속으로 남습니다. 「급한 성격에는 종일 윙크해도/ 열리지 않는 자물쇠」는 바늘의 성질을 빌려 인내와 절제의 미덕을 은유합니다. 즉, 너무 성급한 마음에는 아무리 노크해도 열리지 않는 진심의 문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다음 시를 하나 더 성찰해 보는 시간입니다
씨앗을 보고
알 수 없잖아요
젖니가 빠지고
발기를 하고
잎에 혓바늘이 돋아도
필 때까지 기다리며
고목처럼 인내하다
방앗간을 알려주는 것이
진정한 가슴이에요
그래서 눈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거잖아요
_「친구는」 부분
전문구 시인의 「친구는」은 친구를 「기다림과 인내, 그리고 깨달음을 주는 존재」로 형상화한 시입니다. 겉모습이 아닌 본질을 보게 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진심을 지켜주는 사람, 그가 바로「방앗간을 알려주는 친구」다. 짧은 시 안에 담긴 깊은 울림은, 오늘날 빠르게 변하는 인간관계 속에서 우정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시입니다.
전문구 시인은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그것을 화려한 말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대신 씨앗이 꽃으로 피기까지의 기다림처럼, 친구 또한 시간 속에서 서로를 믿고 기다려주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씨앗을 보고 알 수 없잖아요」라는 첫 구절은 겉모습만으로 사람의 깊이를 판단할 수 없음을 일깨웁니다. 진정한 관계는 시간과 인내를 통해 드러난다는 철학이 깃들은 성찰입니다.
「방앗간을 알려주는 것이/ 진정한 가슴이에요」입니다. 여기서 「방앗간」은 삶의 본질적 에너지, 즉'사람이 사람에게 필요한 마음의 양식'을 상징합니다. 진정한 친구는 단순히 위로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것은 동정이 아니라 성숙한 사랑, 깊은 이해의 태도입니다.
전문구 시인의 「바늘」「친구는」 일상에서 언어로 드러낸 인간학적 삶의 사유를 보며 사물을 통해 진정한 삶의 어우러지는 진리를 보는 듯했다.
전문구 시인은 일상의 사물을 통해 인간 존재의 내면을 투명하게 비추어 낸다. 바늘이 상처를 꿰매며 아픔을 견디듯, 친구 또한 삶의 균열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시인은 이 두 사물을 통해 인간의 관계가 단순한 감정의 교류가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함께 봉합해 가는 과정임을 일깨운다. 결국 두 시의 세계는 '고통을 통해 성숙하는 인간의 존엄'과 '진정한 관계의 깊이'를 성찰하게 하며, 우리가 잊고 지낸 마음의 윤리를 조용히 되살려낸다.
4
이제 전문구 시인의 고단한 삶속에 그려진 절실한 환경을 보기로 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자신의 아픈 상처와 고단한 삶에서 그려지는 시를 쓰게 되어 있다. 지난 시간과 현실에 직시하며 순간의 생각을 내면에서 눈을 통해 바람의 소리를 느끼는 순간 내 앞에 힘찬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글로 풀어나가고 있다.
분리수거가 필요 없는
목적을 숨긴 잡동사니
다양한 세상을 모아 놓았지
쏟아져 나오는 썰물이
한바탕 투정을 부리면
조근조근 밀려드는 밀물
어느새 넘어진 사다리 위로
사각 김밥 기다리는
내용물들로 가득 차지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각진 김밥의 무게를 달고
찰그닥 거리며 다양한
김밥을 나르고 있지
그런데 어디선가는
꼭 옆구리가 터지고 말거든
_「기차역」 부분
전문구 시인의 「기차역」은 일상의 사물과 풍경 속에서 인간 군상의 불안과 관계의 균열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철학적으로 드러낸, 삶의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기차역」은 단순히 열차가 오고 가는 공간이 아니라, 삶의 목적이 교차하는 인간 군상의 압축된 무대로 제시된다. 시인은 「분리수거가 필요 없는/ 목적을 숨긴 잡동사니」라는 구절로 출발한다.
이 표현은 인간이 각자의 목적과 욕망을 숨긴 채 모여 있는 현대 사회의 초상을 상징한다. 「분리수거가 필요 없는」이라는 역설적 구절은, 모두가 다르고 제각각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 공간 안에 뒤섞여 있는 혼종적 인간 군상을 의미한다. 「쏟아져 나오는 썰물이/ 한바탕 투정을 부리면/ 조근조근 밀려드는 밀물」 이 구절은 기차역의 실제 풍경, 즉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들어오는 반복된 장면을 **자연의 조류(潮流)**로 표현한다. 이는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삶의 흐름과 순환 구조를 함축한 상징이다. 「투정을 부리는 썰물」은 현대인의 불만과 피로를, 「조근조근 밀려드는 밀물」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체념적 반복을 암시한다.
기차역의 시간은 곧 인간 존재의 순환적 리듬이다.
전문구 시인의 인생철학을 보기로 하자
보잘것없는
싹이 돋아나고
아직 감춰둔 거름을
빨아들이기 시작하면
보이지 않는 어려움에
동정이 흘러들어
서서히 감동을 먹어요
생이 겹쳐 보이는 날이
시작되고 익숙해지는 날
그런 날이 다가오면 비로소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아요
성공 뒤에는
꼭
보이지 않던 공명이
고된 거름 속에 보이니까요
_「고행 흔적」 부분
전문구 시인의 이 시는 「보잘것없는 싹」에서 출발해 「성공 뒤의 공명」으로 나아가는 생의 순환을 그리고 있다. 시인은 한 생명의 발아 과정을 통해 인간의 노력과 고행이 어떻게 감동으로 변모하는지를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어려움에 동정이 흘러들어/ 서서히 감동을 먹어요」라는 구절은, 타인의 고난을 바라보는 인간적 연민이 결국 '감동'이라는 정신적 결실로 이어짐을 말한다. 또한 「생이 겹쳐 보이는 날」은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포개지는 순간이며, 그때 비로소 진정한 성숙이 도래한다. 마지막의 「성공 뒤에는 꼭 보이지 않던 공명이/ 고된 거름 속에 보이니까요」는 시 전체의 철학을 응축이다. 이 구절에서 「공명」은 단순한 성취의 울림이 아니라, 고행의 흔적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존재의 깊이를 뜻한다. 결국 「고행 흔적」은 「고통의 시간은 헛되지 않다」는 인생의 진리를, 자연의 성장 비유를 통해 따뜻하게 전하고 있는 **인내와 성숙의 시학(詩學)**이라 할 수 있다.
전문구 시인은 시를 통해 문학의 본질적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일깨워 주는 시인이다. 그는 삶의 언어 속에서 길어 올린 진실한 목소리로, 인간이 관계 속에서 부대끼며 얻게 되는 언어의 무게와 아름다움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얻은 언어의 순수한 열정은 그의 시를 구성하는 근원적인 힘이며, 바로 그 점에서 전문구 시인은 일상의 체험을 시적 진정성으로 승화시키는 서정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의 시를 통해 단순히 서정시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성찰의 시학을 배우게 된다. 전문구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흐름』은 이러한 성찰의 결정체로, 시적 언어가 지닌 영혼의 깊이를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흐름」에서 '흐름'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시간과 삶의 변화를 통과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해 가는 존재론적 운동성을 상징한다. 시인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드러나는 삶의 덧없음과 그 안에 깃든 생명의 지속성을 포착함으로써, 정지와 변화, 고통과 회복이 맞물린 인생의 순환 구조를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따라서 '흐름'은 곧 삶을 지탱하는 근원적 에너지이자, 인간이 현실의 무게를 견디며 자기 성찰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정신적 여정을 함축하는 핵심어라 할 수 있다. 『흐름』을 통해 전문구 시인은 다시 한 번 진실한 내면의 독백을 시의 언어로 구현하며, 서정 정신이 지닌 순수한 힘을 새롭게 일깨워 준다. 그의 시가 보여주는 이러한 서사적 확장과 시적 깊이는 앞으로의 시 세계가 더욱 성숙하고 확장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시집 『흐름』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그의 문학적 여정에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이 시집 속 「마른 대화」 「저 꽃잎」 「시인과 건달 농부」 「친구가 좋아 필드로 간 시」 「청혼」 등의 작품들은 시인이 삶을 통해 길어 올린 진솔한 언어들로 가득하다. 그 언어들은 마음의 고향, 가족, 친구,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 보인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면, 어느새 변해버린 세월 앞에서 우리는 숙연해지고, 그 속에서 흘러간 시간의 냄새와 눈물의 온도를 느낀다.
전문구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원고 100여 편을 받아들었을 때, 나는 시 한 편 한 편을 마주하며 깊은 경외심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안개 같은 세월 속에서도 묵묵히 글을 써 내려간 시인의 정서가 얼마나 고요하고도 단단한지, 그 열정의 마음결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시 한 편의 탄생은 고단한 노동의 결과이며, 그 속에는 바람 소리와 침묵이 교차하는 무언의 세계가 있다. 시인은 그 세계의 여정을 담담히 견뎌내며, 고독 속에서도 언어를 피워 올렸다.
이번 시집 『흐름』은 그러한 여정의 정점에서 피어난 '고소란' 같은 시집이다. 들꽃처럼 피어나 독자의 마음을 향기로 물들이고, 잊혀진 시간의 강가에서 다시 삶의 본질을 묻는다. 시인의 시어 속에는 바람의 결이 있고, 고요히 흐르는 물소리가 있다. 그것은 인생의 한 흐름이자, 시인이 살아온 세월의 숨결이다.
『흐름』을 읽는 일은 단순히 시를 감상하는 일이 아니라, 시인의 삶을 함께 걷는 일이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흐름 속에 서 있는가?』 이 시집은 그 물음에 대한 따뜻한 대답이며, 우리가 잊고 지낸 마음의 근원을 다시 일깨워 주는 시집 형식이다.
이제 전문구 시인의 한편 한 편의 시울림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허기진 꽁보리밥
목 넘길 때는 몰랐습니다
나만의 향기가 나올 수 있음에
코를 비틀며 감사했습니다
짠지 한입 오물거릴 때
눈웃음 짓는 누이가 가물거리고
버짐 먹은 얼굴이 보일 때
세수 안 한 조각인 줄 알았지요
한 시간 도로를 잡고
보리밥을 찾을 때는
빈 배가 아니었습니다
미끄덩거리는 납작보리
고향을 그리는 마음의 결이
김칫국물에 눈물을 떨굽니다
가난이 멀어진 줄 알았는데
고향이 멀어져 있었습니다
_「흐름」 부분
전문구 흐름의 시는 「보리밥」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과 그 속의 따뜻한 정(情)을 회상하고 있다. 흐름의 시 정서는 과거의 기억이 현재로 흘러드는 「시간의 흐름」 속에 고향을 사유하며 언제나 변하지 않는 젊음을 간직한 애잔함이 짓누르고 있다.
첫 연의 「허기진 꽁보리밥 목넘길 때는 몰랐습니다」라는 구절은, 가난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주던 보리밥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 회한을 담고 있다. 화자는 「코를 비틀며 감사했다」라고 표현함으로써, 냄새조차 감사의 대상으로 승화시키며 인간적인 진심을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음식의 묘사가 아니라, 삶의 근원적 향기를 되새기는 순간이다.
둘째 연에서는 「짠지 한입 오물거릴 때/ 눈웃음 짓는 누이가 가물거리고」라는 장면을 통해 가난한 식탁의 풍경 속 가족애가 그려진다. 보리밥 한 끼가 단순한 생존의 상징이 아니라, 가족의 사랑과 유대감을 품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연으로 갈수록 시의 정서는 회한과 그리움으로 짙어진다. 「가난이 멀어진 줄 알았는데/ 고향이 멀어져 있었습니다」라는 결말은, 물질적 결핍이 사라진 현대의 삶 속에서 정서적 결핍이 오히려 커졌음을 보여준다. 이 역설적 깨달음이 시의 핵심이다. 결국 「흐름」은 「가난에서 벗어났지만」 마음의 고향은 멀어진 시대의 아이러니를 잔잔하게 노래한다.
보리밥 한 그릇에 담긴 시인의 정서는, 우리가 모두 잊고 있던 감사와 향수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시인의 다음 문장이 기다려진다.
애타게 기다리는
꽃이랍니다
그대가 오면
춤을 추어요
말없이 기다립니다
다가오면 꽃 깃을 엽니다
그대를 몸으로 받아 숨기려
하지만 생태계가 달라
조심스럽습니다
실수로 뒤를 밟아
밀려납니다
신발을 거꾸로 신은 채
떨어진 꽃잎을 밟고
눈물을 흘리며 그대를 탓합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면서
_「바람」 부분
전문구 시인의 「바람」은 기다림의 미학을 섬세하게 노래한 시다. 겉으로는 단순한 '꽃'과 '바람'의 만남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관계의 긴장과 삶의 거리감, 그리고 다가섬의 두려움이 함께 서려 있다.
첫 연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꽃」은 이미 사랑의 주체이자 존재의 상징으로 제시된다. 시 속의 '꽃'은 바람을 기다리는 대상이지만, 동시에 기다림의 자체가 존재의 이유가 되는 존재이다. 「그대가 오면 춤을 추어요」라는 짧은 구절 속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 그것은 인간이 타인을 향해 마음을 여는 순간의 떨림, 그리고 사랑이라는 생태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자기 보호의 본능을 함께 담고 있다.
둘째 연의 「그대를 몸으로 받아 숨기려/ 하지만 생태계가 달라/ 조심스럽습니다」는 이 시의 핵심이다. 시인은 자연의 언어를 빌려 관계의 간격을 표현한다. 바람과 꽃은 서로를 향하지만, 결코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이 다름의 세계를 인정하면서도, 시인은 여전히 그 만남을 갈망한다. '조심스러움'은 단순한 거리 두기가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마지막 연에서의 전환은 인간적이다. 「실수로 뒤를 밟아/ 밀려납니다/ 신발을 거꾸로 신은 채」라는 표현은 어긋난 관계의 상징이자, 세상 속에서 자주 상처받는 인간의 초상이다. 꽃잎을 밟고 흘리는 눈물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상처를 향한 반성이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면서」라는 구절은 냉철한 자기 인식으로 마무리되며, 시적 주체가 다시 성찰의 자리로 돌아오게 한다.
이 시는 바람과 꽃의 은유를 통해 「만남과 상처, 사랑과 거리, 그리고 인간의 숙명적 기다림」을 그린다. 그 기다림은 고요하지만, 결코 멈춰 있지 않다. 바람이 지나가면 또다시 꽃은 흔들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시인은 자신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낀다.
「바람」은 그렇게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기다림은 지금 어떤 방향으로 불고 있습니까?」
전문구 시인의 「흐름」의 시에서 주는 의미와 시대적 시의 흐름을 성찰해 보는 시간이다.
박목월 시인 '사계절과 인생을 아우르는 정제된 시어. 대표작 〈하관〉 〈산이 날 에워싸고〉 〈나그네〉 중에서 자연의 풍경을 빌려 인생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노래한 시이다.
전문구 시인의 『흐름』의 서정성은 박목월의 정갈한 언어와 매우 가깝습니다. 「마른 대화」나 「저 꽃잎」 등의 작품도 박목월의 시인의 '자연과 인생이 맞닿는 자리'를 보여주는 시와 같은 맥락의 서정시들이다.
정호승 시인 '슬픔과 기다림을 시적 위로로 바꾸는 서정성' 대표작 〈수선화에게〉,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시는 삶의 고통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위로의 언어로 가득합니다.
전문구 시인의 『흐름』 역시 가족, 고향, 친구, 세월이라는 정서의 뿌리 속에서 「상처를 품은 따뜻한 사람의 시」를 들려줍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한 줄처럼, 『흐름』 속 시들도 「시간 속을 흘러가는 인생의 여정」이라는 기차에 올라탄 듯 조용히 삶의 울림을 되새깁니다.
전문구 시인의 「바람」의 존재와 관계의 거리감을 성찰해 보는 시간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에는 늘 '바람', '거리', '빈자리', '만남' 같은 단어가 등장합니다. 그는 세상과의 접촉을 「가벼운 바람의 통과처럼」 표현하면서, 존재 간의 거리를 부드럽게 드러냅니다.
전문구 시인의 「바람」 또한 「그대를 몸으로 받아 숨기려/ 하지만 생태계가 달라/ 조심스럽습니다」처럼, 서로를 향하지만 닿을 수 없는 존재의 간극을 시적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매우 닮았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 정현종의 구절처럼, 「바람」도 「그대가 오면/ 춤을 추어요」라는 표현으로 존재의 '만남 그 자체'를 경외와 설렘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박남수는 '바람', '꽃잎', '빛' 같은 자연의 이미지로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표현합니다.
그의 시어는 부드럽지만, 한 줄 한 줄이 의미의 결로 엮여 있어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전문구 시인의 「바람」 또한 「신발을 거꾸로 신은 채/ 떨어진 꽃잎을 밟고/ 눈물을 흘리며」와 같은 장면에서 박남수의 시처럼 '정서가 형상으로 바뀌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전문구 시인의 「흐름」 「바람」을 통한 시는 단순한 삶의 묘사가 아니라 그가 살아온 인생철학과 가족, 친구 그리고 자신은 세월 속에 흐르는 강물이며 그 속의 한 물결로 바라보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2
전문구 시인의 삶의 흐름 속에 존재 의식과 인생 철학이 궁금하다. 시인은 자신의 발자취를 남겨놓는 성찰이 있다. 그 성찰을 통해 시인의 치부까지 드러나는 게 시인의 진솔한 정체성이다. 시인은 자연의 흐름과 삶은 공존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주는 순환의 시대는 기억을 더듬고 삶에서 오는 둔탁한 소리를 느끼고 있음을 예시해 준다. 어쩌면 세월이 주는 삶의 진리 속에서 붉은 단풍잎처럼 물들어 가고 있음을 환유하고 있다.
가난이 엉덩이를 밀고 올 때
할배는 조팝나무 한 아름 안고
밀린 장사葬事에 어머님이 보낸 거라며
함박웃음에 향기를 다듬어
대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웃음 사라진
밭을 더듬고 다녔는데
무엇이 저렇게 행복한 웃음으로
자리 잡고 있을까
마루에 앉은 도토리들은
거른 끼니에 고개를 숙이고
할머니 머리에 꽃이
아이고 저 양반
곤충채집 하러 간다더니
곡물 채집하고 왔네
멀뚱한 눈들이 갑자기 쏠린다
아버지의 지게에 얹힌 자루가
부엌을 넘어설 때까지 따라간다
아이들 배는 이미 불러오고 있다
기다리는 시간이 풀어진 얼굴
부엌에서 들리는 달그락 소리로
작곡을 하고 있다
내일은 칫간에 갈 수 있겠다.
_「보릿고개」 부문
『결핍 속에서 피어난 생명의 의지』
이 시는 가난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절망이 아닌 삶의 환희를 보여줍니다. 「조팝나무 한 아름 안고 함박웃음 짓는 할배」의 모습은, 궁핍 속에서도 사람을 살게 하는 웃음의 철학을 상징합니다. 할머니의 농담과 아이들의 배고픔까지도 '생존의 유머'로 버무려내며, '달그락 소리로 작곡한다'는 구절은 결핍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인간의 창조성을 은유합니다. 인간은 결핍 속에서도 웃음과 사랑으로 삶을 견딜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엽록소 사라진 팔십이라 해도
미워지지 않은데 어떡해요
엉덩이도 무른 호박이라지만
생겼다가 넘어간 구석이에요
호박 주름이 가득해 하얀 분을 바르고
가슴통은 산사태로 주르륵 흘러내리고
펴야 할 곳은 굽어진 굴뚝 항아리
머리는 볶아진 라면에 수프가 듬성듬성
얇은 포대를 걸친 사리마다
살이 많으면 힘들게 해 부은 것
말라비틀어지면 자식이 빼앗아 버린 살
커피믹스가 맛있다고 다시는 입맛
멀리 보이는 실루엣만 보아도 우리 엄마
우리 엄만데 동물도 엄마가 나타나면 시시덕
대문도 우리가 열면 삐이딱 엄마가 열면 발그레
엄마 젖은 두 갠데 아이들은 다섯
모두 제 것이라 착각하지
뚫어지게 봐도 예쁘게 마모된 요술 거울은 없는데
돌아보면 너무도 사랑스러워요
하늘에 귀를 박고 들으면 그런 소리가 들려요
가난한 식탁으로 마음이 아팠고
힘 빠진 황소걸음으로 걸었고
울퉁불퉁 살아온 모습이 허리춤에 숨었고
가늘어진 가슴을 두 꼭지에 달고
엄마는 녹이 슨 보석이래요
닦으려 해도 늦었대요
침침해진 흔적으로
엄마를 지우려는 모습에
당신이 좋아했던
커피 향기가 나요
_「엄마」 부분
『소멸의 미학, 사랑의 잔향』
이 시는 노년의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식의 깊은 연민과 자기 성찰이 녹아 있습니다. 「녹이 슨 보석」이라는 표현은, 세월이 만든 상처마저도 존엄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철학을 담습니다. '가난한 식탁', '황소걸음' 같은 구절들은 한 세대의 희생과 노동을 통한 존재의 숭고함을 드러냅니다. 커피 향기는 엄마의 흔적이자 '사라진 존재의 영혼'을 느끼게 하는 감각적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사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향기로 남아 삶을 지탱한다.
「보릿고개」는 가난이라는 절망의 풍경을 '웃음'과 '향기'로 치환한다. 가난을 비극으로만 보지 않고, 결핍 속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노래한다. 그 웃음은 허무의 웃음이 아니라, 「내일은 칫간에 갈 수 있겠다」는 소박한 희망의 철학이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삶은 굶주림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노래다.
「엄마」는 시간에 깎여 사라져가는 어머니의 육체와 정신을 **'녹슨 보석'**으로 형상화한다. 사라져가는 존재이지만, 그 녹은 빛나는 흔적이며, 그 흔적 속에 사랑의 지속성이 깃든다. 자식의 시선 속 어머니는 흉터가 아니라 사랑의 퇴적물로 존재한다. 이는 시인이 가진 삶의 인식 노쇠 또한 아름답고, 사랑은 소멸이 아니라 잔향이다.
구석진 병실에
앵무새 문안하는 흔적
속으로 흥정한다
통장 논과 밭
두툼하게 살진 과수원
내키지 않는 마음을
어떻게 하겠나
이빨 빠진 톱이 날을 세운다
퇴원하려는 통장이
빵빵한 배를 불쑥 내민다
주름진 눈에
나팔꽃 제품이 불쑥 들이민다
마약이라도 먹고 퇴원해야지
멸치처럼 빼빼 말려 버려야 해
병원 밥을 푹 떠
입속으로 욱여넣는다
_「아버지의 마음」 부분
천고에도 없고
만고에도 없다는
할머니는 요술쟁이였지
받침 없는 말을 해도
내 마음을 다 알아버렸어
샛노란 해바라기 꽃처럼
흔들리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굽은 등은 만능 침대보다 편안했지
나는 엄마 자식인데
보기만 하면 내 새끼라며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숨바꼭질해도
술래잡기해도
지나가면서도 못 찾는지
오리걸음으로 넘어질 듯하면
어느새 다가와 잡아주었지
그린 눈썹의 달맞이꽃
바람이 불어도 넘어지지 않고
주름 가득한 손이 부드러웠던 것은
엄마 손보다 깊었고
미소가 담긴 사랑의 눈길
바라만 봐도 행복했지
왜 할머니는
나를 기다리지 않았어요
따스한 손 잡으며 말하고 싶었는데
사랑한다는 단 한마디도 못 했는데
_「할머니」 부분
『노동과 생의 존엄에 대한 묵묵한 성찰』
「아버지의 마음」 이 시는 경제적 현실과 병든 육신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가부장의 내면 갈등을 드러냅니다.'통장''과수원''병원 밥' 등 구체적 사물들은 생의 무게와 책임의 언어로 기능합니다. 「마약이라도 먹고 퇴원해야지」라는 절망적 언어 속에는 오히려 끝까지 버티며 살아내려는 인간의 존엄한 의지가 숨어 있습니다. 삶의 고통은 도피가 아닌, 끝까지 견뎌내야 할 인간의 몫이다. 「아버지 마음」은 물질과 생존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남성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논과 밭, 통장, 병실'이라는 현실적 이미지들은 삶의 무게를 실감케 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노동과 책임의 윤리를 드러낸다. 시인은 아버지의 고통을 연민이 아닌 존엄의 언어로 풀어내며, 삶의 무게를 감내하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무조건적 사랑의 근원』
「할머니」는 시간과 세대를 초월한 원형적 사랑의 근원을 노래합니다.'받침 없는 말로도 마음을 알아버린' 할머니의 모습은 언어 이전의 사랑, 즉 인간 존재의 본질적 따뜻함을 상징합니다.'주름 가득한 손''그린 눈썹의 달맞이꽃'은 늙음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생명력과 사랑의 지속성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사랑한다는 단 한마디도 못 했는데」는 세대 간의 미완의 사랑, 즉 말로 다 닿지 못하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담은 철학적 여운을 남깁니다. 사랑은 언어보다 깊은 곳에서 흐르는 영혼의 유대다. 「할머니」는 인간 존재의 뿌리, 무조건적 사랑의 근원을 상징한다. 「받침 없는 말로도 마음을 알아버린」 할머니의 직감은 언어 이전의 원초적 소통을 보여주며, 그 따스한 손길은 세대를 잇는 '사랑의 전이(轉移)'를 의미한다. 시인은 사랑이란 말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음 자체로 전해지는 감정임을 일깨운다.
「아버지의 마음」과 「할머니」는 각각 **'존엄'과 '사랑'**이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가치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낸다. 전자는 삶의 고통 속에서도 책임을 다하는 인간의 존엄, 즉 노동과 생의 의무를 감내하는 아버지의 내면적 결연함을 보여주고, 후자는 언어 이전의 사랑, 세대를 이어 흐르는 무조건적 사랑의 근원을 통해 인간 존재의 따뜻한 연속성을 노래한다. 결국 두 분은 서로 다른 삶의 국면, **존엄한 생의 투쟁 (아버지)**과 사랑의 원형적 전이(할머니)-을 통해, "인간은 고통 속에서도 살아가야 하며, 사랑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하나의 인간학적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3
전문구 시인의 시적 문체는 극도로 절제되어 있으며, 불필요한 수식이나 감상적 언어가 배제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절제의 미학은 곧 사물을 통해 얻어졌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시인은 「말 많은 관계」가 아닌, 눈빛만으로 통하는 이해의 깊이를 강조하며 시 구절마다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시의 언어는 화려한 상징이나 수사보다, 생활 속 이미지와 인간적 체온으로 구축된 소박한 진실의 시학이다.
그 내면에는 시간의 관계, 존재와 성장의 철학적 성찰이 깊이 흐르고 있다.
시인은 인간관계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 언어의 공감적 공명을 보기로 하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은
뾰족한 마음과 다름이리라
흑백을 가르지 않고
편애하지 못하는 성격
대문 사라진 귀
미세하지만 항상 열려있지
고리에 걸린 소식은 꼭 전해주고
빈 고리로 수그리는 얼굴에
따끔한 침으로 충고
몽롱한 정신은 빨갛게 그려 내지
지나간 발자국은 화합의 자리
삐져나온 마음은 사라지고
매듭을 남겨둔 것은
변하지 말라는 충고
다만 젊음을 편해하는 미움
급한 성격에는 종일 윙크해도
열리지 않는 자물쇠
귓밥 가득한 귀와 긴 꼬리를 싫어하는
따스함을 이어주는 중매쟁이
_「바늘」 부분
이 시는 바늘이라는 사물을 단순한 도구로 보지 않고, 인간의 성격과 삶의 태도를 비유하는 매개로 삼고 있습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은/ 뾰족한 마음과 다름이리라」라는 구절은, 겉으로는 차갑고 날카로워 보여도 내면에는 따스함과 관계를 이어주는 본질이 있음을 말합니다. 즉, 바늘은 상처를 내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옷감을 잇고, 관계를 봉합하는 화해의 상징으로 변주됩니다. 시인은 「고리에 걸린 소식/ 빈 고리로 수그리는 얼굴」「따끔한 침으로 충고」등 바늘의 동작을 인간의 대화와 소통의 메타포로 확장합니다. 바늘귀는 타인의 목소리를 듣는 열린 귀이며, 그를 통해 들어온 「소식」을 다시 전하며 세상과 관계를 이어갑니다. 그러나「빈 고리로 수그리는 얼굴」처럼, 그 소통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미세한 긴장을 내포하고 있지요. 시 후반부의 「매듭을 남겨둔 것은/ 변하지 말라는 충고」는 인상적인 구절입니다. 상처를 봉합하고 마무리할 때 생기는 「매듭」을 시인은 관계의 흔적, 삶의 마침표로 바라봅니다. 그 매듭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변하지 말라」는 기억과 윤리의 약속으로 남습니다. 「급한 성격에는 종일 윙크해도/ 열리지 않는 자물쇠」는 바늘의 성질을 빌려 인내와 절제의 미덕을 은유합니다. 즉, 너무 성급한 마음에는 아무리 노크해도 열리지 않는 진심의 문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다음 시를 하나 더 성찰해 보는 시간입니다
씨앗을 보고
알 수 없잖아요
젖니가 빠지고
발기를 하고
잎에 혓바늘이 돋아도
필 때까지 기다리며
고목처럼 인내하다
방앗간을 알려주는 것이
진정한 가슴이에요
그래서 눈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거잖아요
_「친구는」 부분
전문구 시인의 「친구는」은 친구를 「기다림과 인내, 그리고 깨달음을 주는 존재」로 형상화한 시입니다. 겉모습이 아닌 본질을 보게 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진심을 지켜주는 사람, 그가 바로「방앗간을 알려주는 친구」다. 짧은 시 안에 담긴 깊은 울림은, 오늘날 빠르게 변하는 인간관계 속에서 우정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시입니다.
전문구 시인은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그것을 화려한 말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대신 씨앗이 꽃으로 피기까지의 기다림처럼, 친구 또한 시간 속에서 서로를 믿고 기다려주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씨앗을 보고 알 수 없잖아요」라는 첫 구절은 겉모습만으로 사람의 깊이를 판단할 수 없음을 일깨웁니다. 진정한 관계는 시간과 인내를 통해 드러난다는 철학이 깃들은 성찰입니다.
「방앗간을 알려주는 것이/ 진정한 가슴이에요」입니다. 여기서 「방앗간」은 삶의 본질적 에너지, 즉'사람이 사람에게 필요한 마음의 양식'을 상징합니다. 진정한 친구는 단순히 위로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것은 동정이 아니라 성숙한 사랑, 깊은 이해의 태도입니다.
전문구 시인의 「바늘」「친구는」 일상에서 언어로 드러낸 인간학적 삶의 사유를 보며 사물을 통해 진정한 삶의 어우러지는 진리를 보는 듯했다.
전문구 시인은 일상의 사물을 통해 인간 존재의 내면을 투명하게 비추어 낸다. 바늘이 상처를 꿰매며 아픔을 견디듯, 친구 또한 삶의 균열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시인은 이 두 사물을 통해 인간의 관계가 단순한 감정의 교류가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함께 봉합해 가는 과정임을 일깨운다. 결국 두 시의 세계는 '고통을 통해 성숙하는 인간의 존엄'과 '진정한 관계의 깊이'를 성찰하게 하며, 우리가 잊고 지낸 마음의 윤리를 조용히 되살려낸다.
4
이제 전문구 시인의 고단한 삶속에 그려진 절실한 환경을 보기로 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자신의 아픈 상처와 고단한 삶에서 그려지는 시를 쓰게 되어 있다. 지난 시간과 현실에 직시하며 순간의 생각을 내면에서 눈을 통해 바람의 소리를 느끼는 순간 내 앞에 힘찬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글로 풀어나가고 있다.
분리수거가 필요 없는
목적을 숨긴 잡동사니
다양한 세상을 모아 놓았지
쏟아져 나오는 썰물이
한바탕 투정을 부리면
조근조근 밀려드는 밀물
어느새 넘어진 사다리 위로
사각 김밥 기다리는
내용물들로 가득 차지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각진 김밥의 무게를 달고
찰그닥 거리며 다양한
김밥을 나르고 있지
그런데 어디선가는
꼭 옆구리가 터지고 말거든
_「기차역」 부분
전문구 시인의 「기차역」은 일상의 사물과 풍경 속에서 인간 군상의 불안과 관계의 균열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철학적으로 드러낸, 삶의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기차역」은 단순히 열차가 오고 가는 공간이 아니라, 삶의 목적이 교차하는 인간 군상의 압축된 무대로 제시된다. 시인은 「분리수거가 필요 없는/ 목적을 숨긴 잡동사니」라는 구절로 출발한다.
이 표현은 인간이 각자의 목적과 욕망을 숨긴 채 모여 있는 현대 사회의 초상을 상징한다. 「분리수거가 필요 없는」이라는 역설적 구절은, 모두가 다르고 제각각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 공간 안에 뒤섞여 있는 혼종적 인간 군상을 의미한다. 「쏟아져 나오는 썰물이/ 한바탕 투정을 부리면/ 조근조근 밀려드는 밀물」 이 구절은 기차역의 실제 풍경, 즉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들어오는 반복된 장면을 **자연의 조류(潮流)**로 표현한다. 이는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삶의 흐름과 순환 구조를 함축한 상징이다. 「투정을 부리는 썰물」은 현대인의 불만과 피로를, 「조근조근 밀려드는 밀물」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체념적 반복을 암시한다.
기차역의 시간은 곧 인간 존재의 순환적 리듬이다.
전문구 시인의 인생철학을 보기로 하자
보잘것없는
싹이 돋아나고
아직 감춰둔 거름을
빨아들이기 시작하면
보이지 않는 어려움에
동정이 흘러들어
서서히 감동을 먹어요
생이 겹쳐 보이는 날이
시작되고 익숙해지는 날
그런 날이 다가오면 비로소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아요
성공 뒤에는
꼭
보이지 않던 공명이
고된 거름 속에 보이니까요
_「고행 흔적」 부분
전문구 시인의 이 시는 「보잘것없는 싹」에서 출발해 「성공 뒤의 공명」으로 나아가는 생의 순환을 그리고 있다. 시인은 한 생명의 발아 과정을 통해 인간의 노력과 고행이 어떻게 감동으로 변모하는지를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어려움에 동정이 흘러들어/ 서서히 감동을 먹어요」라는 구절은, 타인의 고난을 바라보는 인간적 연민이 결국 '감동'이라는 정신적 결실로 이어짐을 말한다. 또한 「생이 겹쳐 보이는 날」은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포개지는 순간이며, 그때 비로소 진정한 성숙이 도래한다. 마지막의 「성공 뒤에는 꼭 보이지 않던 공명이/ 고된 거름 속에 보이니까요」는 시 전체의 철학을 응축이다. 이 구절에서 「공명」은 단순한 성취의 울림이 아니라, 고행의 흔적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존재의 깊이를 뜻한다. 결국 「고행 흔적」은 「고통의 시간은 헛되지 않다」는 인생의 진리를, 자연의 성장 비유를 통해 따뜻하게 전하고 있는 **인내와 성숙의 시학(詩學)**이라 할 수 있다.
전문구 시인은 시를 통해 문학의 본질적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일깨워 주는 시인이다. 그는 삶의 언어 속에서 길어 올린 진실한 목소리로, 인간이 관계 속에서 부대끼며 얻게 되는 언어의 무게와 아름다움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얻은 언어의 순수한 열정은 그의 시를 구성하는 근원적인 힘이며, 바로 그 점에서 전문구 시인은 일상의 체험을 시적 진정성으로 승화시키는 서정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의 시를 통해 단순히 서정시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성찰의 시학을 배우게 된다. 전문구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흐름』은 이러한 성찰의 결정체로, 시적 언어가 지닌 영혼의 깊이를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흐름」에서 '흐름'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시간과 삶의 변화를 통과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해 가는 존재론적 운동성을 상징한다. 시인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드러나는 삶의 덧없음과 그 안에 깃든 생명의 지속성을 포착함으로써, 정지와 변화, 고통과 회복이 맞물린 인생의 순환 구조를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따라서 '흐름'은 곧 삶을 지탱하는 근원적 에너지이자, 인간이 현실의 무게를 견디며 자기 성찰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정신적 여정을 함축하는 핵심어라 할 수 있다. 『흐름』을 통해 전문구 시인은 다시 한 번 진실한 내면의 독백을 시의 언어로 구현하며, 서정 정신이 지닌 순수한 힘을 새롭게 일깨워 준다. 그의 시가 보여주는 이러한 서사적 확장과 시적 깊이는 앞으로의 시 세계가 더욱 성숙하고 확장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시집 『흐름』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그의 문학적 여정에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목차
목차
1부. 흐름
010...흐름
011...고마워
012...꽃심
013...꽃
014...나비의 품격
015...달맞이꽃
016...라일락 앞에서
017...바람
018...백년가약
020...버드나무 처녀
021...비탈밭
022...사랑이 생긴다면
024...아람
025...어떡해
026...여름은
028...키스
029...하루의 개그(gag)
030...할머니
032...휴식
033...흐름·2
034...흔적
035...늦가을
2부. 기차역
038...개똥참외
039...그랬구나
040...그런 적 있지
041...기차역
042...길
044...동네 찻집
046...나
047...멍
048...바다
050...뱃살
051...부부 싸움
052...비혼 예술가의 거짓
053...사라진 것
054...삶
055...소문
056...신
057...여보세요
058...의자
059...착각
3부. 내 마음
062...같은 산
064...곁불
065...내 마음
066...방치
067...빨랫줄
068...사기꾼
070...산
071...산사
072...상상
073...새끼
074...숲
075...아버지 마음
076...안하무인
077...여름비
078...엄마
080...외톨이
082...운동
083...유리 지붕
084...인구
085...친구는
4부. 겨울에는
088...가을볕
089...겨울 시기
090...겨울에는
091...결실
092...고행 흔적
093...곡우
094...곰삭는 이유
095...공통어
096...그런 거야
098...나의 봄
100...그리움
101...동네
102...닮은 꼴
104...바늘
105...모르리
106...보글보글
107...봄날이고 싶다
108...보릿고개
110...서리
112...봄소식
113...여행
114...한해
115...허무
116...가족
120...세월 안에 포개진 주름『흐름 시집』평론가 윤기영
010...흐름
011...고마워
012...꽃심
013...꽃
014...나비의 품격
015...달맞이꽃
016...라일락 앞에서
017...바람
018...백년가약
020...버드나무 처녀
021...비탈밭
022...사랑이 생긴다면
024...아람
025...어떡해
026...여름은
028...키스
029...하루의 개그(gag)
030...할머니
032...휴식
033...흐름·2
034...흔적
035...늦가을
2부. 기차역
038...개똥참외
039...그랬구나
040...그런 적 있지
041...기차역
042...길
044...동네 찻집
046...나
047...멍
048...바다
050...뱃살
051...부부 싸움
052...비혼 예술가의 거짓
053...사라진 것
054...삶
055...소문
056...신
057...여보세요
058...의자
059...착각
3부. 내 마음
062...같은 산
064...곁불
065...내 마음
066...방치
067...빨랫줄
068...사기꾼
070...산
071...산사
072...상상
073...새끼
074...숲
075...아버지 마음
076...안하무인
077...여름비
078...엄마
080...외톨이
082...운동
083...유리 지붕
084...인구
085...친구는
4부. 겨울에는
088...가을볕
089...겨울 시기
090...겨울에는
091...결실
092...고행 흔적
093...곡우
094...곰삭는 이유
095...공통어
096...그런 거야
098...나의 봄
100...그리움
101...동네
102...닮은 꼴
104...바늘
105...모르리
106...보글보글
107...봄날이고 싶다
108...보릿고개
110...서리
112...봄소식
113...여행
114...한해
115...허무
116...가족
120...세월 안에 포개진 주름『흐름 시집』평론가 윤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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