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융단 위를 걸으며(시에시선 106)
김광련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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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융단에서 나오는 역설의 힘
김광련 시인의 시집 『푸른 융단 위를 걸으며』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세상에 대한 긍정의 자세와 자신의 언어가 펼쳐 놓은 것들에 대한 반향의 감각이 돋보인다. 시인은 "내게 온 모든 시간이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시를 썼다고 고백하고 있거니와 시인 자신이 공감하는 지대와, 그 공감의 영역이 확장되는 부분, 곧 시와 독자가 하나의 거대한 광장 속에 만드는 시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찐쌀처럼 여운을 남긴다면/배탈이 나도 좋으리//설익은 밥이/농익은 시가 될 때까지/혀끝에 남아 오돌거린다
-「설익은」 부분
한 편의 시가 탄생하는 과정을 한 그릇의 밥에 비유한 것이 이채롭다. 시인이 만들고자 하는 밥은 '구수한 잡곡밥'이다. 여기서 구수하다는 것은 농익었다는 뜻이고, 잡곡밥이란 여러 소재들이 모여서 하나의 '잘 빚어진 항아리', 완결된 한편의 서정시가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시어들이 "행과 행 사이를 넘나들며" "곰삭은 마음들"을 담론화하면서 "연과 연 사이를 오르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이라야 '찐쌀처럼 여운을 남기는 시'가 된다는 것, 그것이 그가 시를 쓰는 목적인 셈이다.
내 고향, 울주군 청량읍 상남리/세월 따라 하나둘 지워졌다/길은 반듯해졌으나/발자국은 어디에도 없다//빨래터 아낙네 웃음은/사진 속에서만 입을 열고/당산나무 서 있던 자리엔/가로등 불빛이 밤을 지킨다
-「지워진 마을에서」 부분
과거 한때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규정하고 있었던 것들이 사라졌다는 것은 아쉬움이랄까 서운함이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 소멸이 무미건조한 현대성 속에 편입되게 되면, 더욱 크나큰 페이소스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소멸이란 발전의 논리와 반비례의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이 논리로 모든 것을 한꺼번에 전복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성의 일시적 속성을 감안하게 되면, 변치 않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은 더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지중지하던 잔가지 하나/우- 심하게 몸을 흔들자//"같잖다, 자고 나면 다 괜찮다/어여 밥이나 먹거라"//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그 자리에 서 있는 어머니
-「고목」 부분
나이 든 어머니와 곰삭은 고목을 유추해서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풀어낸 시인데, 서정적 자아가 여기서 강조한 것은 자신 속에 굳건한 버팀목으로서의 어머니상이다. 말하자면, 어머니는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존재이면서도 또한 현재 자아를 조율하는 존재로서도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과거성이 현재성과 교직되면서 기억이 더욱 애틋한 것으로 오버랩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탐색하는 지대가 추억이라고 했거니와 그러한 감각이 생산적인 것과 분리되어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현재의 일상성이나 자아의 현존을 개선해 나가는 어떤 생산성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불필요한 과거의 퇴적물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시인에게 추억은 과거성에 갇혀 있는, 생산과 관계없는 것들이 아니다. 시인은 이를 자신의 현존과 끊임없이 연결시킴으로써 그 자신만의 고유한 사유의 틀, 혹은 인생관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그래서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을 법한 순간들을 섬세하게 짚어내며, 독자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문장 속에는 깊은 그리움과 아픔이 스며 있어 페이지를 넘길수록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김광련 시인의 시는 지나간 시간을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그보다 그 시간이 지금의 우리 안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조용히 비춘다. 잊힌 줄 알았던 시간이 다시 말을 거는 순간, 그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다시 만나게 된다.
김광련 시인의 시집 『푸른 융단 위를 걸으며』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세상에 대한 긍정의 자세와 자신의 언어가 펼쳐 놓은 것들에 대한 반향의 감각이 돋보인다. 시인은 "내게 온 모든 시간이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시를 썼다고 고백하고 있거니와 시인 자신이 공감하는 지대와, 그 공감의 영역이 확장되는 부분, 곧 시와 독자가 하나의 거대한 광장 속에 만드는 시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찐쌀처럼 여운을 남긴다면/배탈이 나도 좋으리//설익은 밥이/농익은 시가 될 때까지/혀끝에 남아 오돌거린다
-「설익은」 부분
한 편의 시가 탄생하는 과정을 한 그릇의 밥에 비유한 것이 이채롭다. 시인이 만들고자 하는 밥은 '구수한 잡곡밥'이다. 여기서 구수하다는 것은 농익었다는 뜻이고, 잡곡밥이란 여러 소재들이 모여서 하나의 '잘 빚어진 항아리', 완결된 한편의 서정시가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시어들이 "행과 행 사이를 넘나들며" "곰삭은 마음들"을 담론화하면서 "연과 연 사이를 오르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이라야 '찐쌀처럼 여운을 남기는 시'가 된다는 것, 그것이 그가 시를 쓰는 목적인 셈이다.
내 고향, 울주군 청량읍 상남리/세월 따라 하나둘 지워졌다/길은 반듯해졌으나/발자국은 어디에도 없다//빨래터 아낙네 웃음은/사진 속에서만 입을 열고/당산나무 서 있던 자리엔/가로등 불빛이 밤을 지킨다
-「지워진 마을에서」 부분
과거 한때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규정하고 있었던 것들이 사라졌다는 것은 아쉬움이랄까 서운함이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 소멸이 무미건조한 현대성 속에 편입되게 되면, 더욱 크나큰 페이소스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소멸이란 발전의 논리와 반비례의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이 논리로 모든 것을 한꺼번에 전복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성의 일시적 속성을 감안하게 되면, 변치 않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은 더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지중지하던 잔가지 하나/우- 심하게 몸을 흔들자//"같잖다, 자고 나면 다 괜찮다/어여 밥이나 먹거라"//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그 자리에 서 있는 어머니
-「고목」 부분
나이 든 어머니와 곰삭은 고목을 유추해서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풀어낸 시인데, 서정적 자아가 여기서 강조한 것은 자신 속에 굳건한 버팀목으로서의 어머니상이다. 말하자면, 어머니는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존재이면서도 또한 현재 자아를 조율하는 존재로서도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과거성이 현재성과 교직되면서 기억이 더욱 애틋한 것으로 오버랩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탐색하는 지대가 추억이라고 했거니와 그러한 감각이 생산적인 것과 분리되어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현재의 일상성이나 자아의 현존을 개선해 나가는 어떤 생산성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불필요한 과거의 퇴적물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시인에게 추억은 과거성에 갇혀 있는, 생산과 관계없는 것들이 아니다. 시인은 이를 자신의 현존과 끊임없이 연결시킴으로써 그 자신만의 고유한 사유의 틀, 혹은 인생관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그래서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을 법한 순간들을 섬세하게 짚어내며, 독자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문장 속에는 깊은 그리움과 아픔이 스며 있어 페이지를 넘길수록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김광련 시인의 시는 지나간 시간을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그보다 그 시간이 지금의 우리 안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조용히 비춘다. 잊힌 줄 알았던 시간이 다시 말을 거는 순간, 그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다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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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목차
목차
제1부
수선화·11
지워진 마을에서·12
배꽃 피는 저녁·14
이월·16
추어탕 속 여름·18
삼월이·20
마당에 앉은 가을·21
나비의 속옷·22
막내오빠·24
숯가마·25
고목·26
날개를 펴다·28
새우의 변명·30
빨강 롱코트·32
티눈·33
출가·34
은사시나무·36
제2부
몽(夢)·39
불면·40
마른 꽃·41
석류·42
자오련·43
서운암 농담·44
문수사·45
그림 속으로·46
시락국·47
주름을 널다·48
연극배우·50
시간 앞에서·51
설익은·52
호밋자루·53
진분수로 가는 길·54
척추를 세우다·55
매미·56
제3부
진공청소기·59
찌찌뽕·60
둥지를 떠나는 새·62
청국장·64
곰국 끓이는 저녁·66
찰밥·68
풋고추·70
혈꽃·72
막둥이·74
성형·75
강아지·76
여우·77
몽돌 같은 말·78
안방 상전·80
달빛 고양이·82
밤을 훔친 발자국·84
제4부
쌀을 씻으며·89
다시 켜진 심장·90
찰나의 귀환·92
당면과 링거줄·94
감주·96
숙성의 시간·98
수호신·100
남겨진 빛과 향·102
며늘아기, 행복이·103
밤 산책·104
푸른 융단 위를 걸으며·105
바람 쪽으로 걸었다·106
흰 파도를 보다·108
바람이 전하는 말·110
해설│송기한·113
시인의 말·135
수선화·11
지워진 마을에서·12
배꽃 피는 저녁·14
이월·16
추어탕 속 여름·18
삼월이·20
마당에 앉은 가을·21
나비의 속옷·22
막내오빠·24
숯가마·25
고목·26
날개를 펴다·28
새우의 변명·30
빨강 롱코트·32
티눈·33
출가·34
은사시나무·36
제2부
몽(夢)·39
불면·40
마른 꽃·41
석류·42
자오련·43
서운암 농담·44
문수사·45
그림 속으로·46
시락국·47
주름을 널다·48
연극배우·50
시간 앞에서·51
설익은·52
호밋자루·53
진분수로 가는 길·54
척추를 세우다·55
매미·56
제3부
진공청소기·59
찌찌뽕·60
둥지를 떠나는 새·62
청국장·64
곰국 끓이는 저녁·66
찰밥·68
풋고추·70
혈꽃·72
막둥이·74
성형·75
강아지·76
여우·77
몽돌 같은 말·78
안방 상전·80
달빛 고양이·82
밤을 훔친 발자국·84
제4부
쌀을 씻으며·89
다시 켜진 심장·90
찰나의 귀환·92
당면과 링거줄·94
감주·96
숙성의 시간·98
수호신·100
남겨진 빛과 향·102
며늘아기, 행복이·103
밤 산책·104
푸른 융단 위를 걸으며·105
바람 쪽으로 걸었다·106
흰 파도를 보다·108
바람이 전하는 말·110
해설│송기한·113
시인의 말·135
저자
저자
김광련 울산에서 태어나 2006년 『한비문학』으로 등단하였다. 노랫말 시집 『추억이 사랑을 불러오리라』, 『당신이란 사람』. 시화집 『꽃은 봄을 사랑했지』가 있다. 한비작가상, 창작인대상, 울산연예예술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울산문인협회, 한국가요작가협회 회원, 명지갤러리 운영, 작사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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