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의 시간(시에시선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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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풍경에서 삶의 본질을 길어 올리는 시편
엄태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풍장의 시간』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엄태지 시인의 이번 시편들은 평범한 일상과 사물 속에서 존재의 시간을 길어 올린다. 버려진 자전거,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인, 꽃눈을 밀어 올리는 산수유, 철판을 접는 절곡공 등 시인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지나치는 풍경을 낯선 시선으로 응시하며 생의 본질을 묻는다.
경로당 봄볕 아래 자전거 한 대 삭아가네
안장 없는 안장에
넝쿨 풀 무성하게 올라앉아 있네
한때는 굴곡도 가뿐 사뿐 넘었을 거야
무소의 뿔처럼
바람을 가르던 푸른 질주
사이로 조금씩 뼈대들은 조금씩 어긋났겠지
망가진 뒤에야 주저앉게 되는 관절들처럼
바퀴는 멈췄을 거야
속력을 잃은 저 붉은 녹근육
페달 없는 페달에 바퀴 없는 바퀴가 굴러가네
차르르 바람 물결
시나브로 바람으로 돌아가는 풍장의 시간
풀들이 붉은 핸들을 잡네
뿌리로 내리는 풀빛 종소리
바퀴를 버린 자전거를 풀들은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일까
만장처럼 휘날리는 붉고 흰 꽃 무리
속도를 얻은 자전거 한 대가
빠르게 삭아가네 붉게
-「풍장의 시간」 전문
표제시 「풍장의 시간」은 경로당 한 편에 방치된 자전거를 통해 소멸과 순환의 시간을 그린다. 녹슨 자전거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지만 풀과 바람을 만나 새로운 생명의 일부가 된다. "풀들이 붉은 핸들을 잡네/뿌리로 내리는 풀빛 종소리" 같은 이미지는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자연으로 환원되는 풍장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클래식 오후 두 시」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인을 오케스트라의 악공으로 바라보며 늙음마저 존엄한 예술 행위로 승화시키는가 하면 "겨울 눈보라를 견딘 힘으로/뿌리로 쭉쭉 빨아올린 지층의 기운을 받아서"(「우주 팽창론」) 산수유 꽃눈이 터지는 작은 순간에서조차 우주의 생성 원리를 발견한다. "가지의 뻗어감에 따라 하늘을 받아낸 잎과/잎을 연결해 가면 무수한 별자리들/모서리와 여닫이 이 장과 저 문갑이 성좌로 이어진다"(「목공소 골목」)는 시인의 시선은 나무와 가구, 그리고 우주를 하나의 생명 계보로 연결한다. 시인은 '나무는 가구다'라는 역설적 명제에서 출발해 목재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하늘과 별자리, 새와 바람을 품어온 존재임을 보여준다.
엄태지 시인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사물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은유와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버려진 사물, 늙은 몸, 노동의 현장까지 시인의 손을 거치면 생명의 서사를 품은 존재가 된다. 특히 "돌아간다는 말은 돌아온다는 말"이라는 시적 인식은 끝이 곧 시작이며, 소멸이 또 다른 생명의 출발임을 깨닫게 하며 우리 시대 서정시가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소박한 일상에서 우주를 발견하고, 사물 속에서 인간의 삶을 읽어 내는 엄태지 시인의 시는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사유를 선사할 것이다.
엄태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풍장의 시간』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엄태지 시인의 이번 시편들은 평범한 일상과 사물 속에서 존재의 시간을 길어 올린다. 버려진 자전거,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인, 꽃눈을 밀어 올리는 산수유, 철판을 접는 절곡공 등 시인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지나치는 풍경을 낯선 시선으로 응시하며 생의 본질을 묻는다.
경로당 봄볕 아래 자전거 한 대 삭아가네
안장 없는 안장에
넝쿨 풀 무성하게 올라앉아 있네
한때는 굴곡도 가뿐 사뿐 넘었을 거야
무소의 뿔처럼
바람을 가르던 푸른 질주
사이로 조금씩 뼈대들은 조금씩 어긋났겠지
망가진 뒤에야 주저앉게 되는 관절들처럼
바퀴는 멈췄을 거야
속력을 잃은 저 붉은 녹근육
페달 없는 페달에 바퀴 없는 바퀴가 굴러가네
차르르 바람 물결
시나브로 바람으로 돌아가는 풍장의 시간
풀들이 붉은 핸들을 잡네
뿌리로 내리는 풀빛 종소리
바퀴를 버린 자전거를 풀들은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일까
만장처럼 휘날리는 붉고 흰 꽃 무리
속도를 얻은 자전거 한 대가
빠르게 삭아가네 붉게
-「풍장의 시간」 전문
표제시 「풍장의 시간」은 경로당 한 편에 방치된 자전거를 통해 소멸과 순환의 시간을 그린다. 녹슨 자전거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지만 풀과 바람을 만나 새로운 생명의 일부가 된다. "풀들이 붉은 핸들을 잡네/뿌리로 내리는 풀빛 종소리" 같은 이미지는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자연으로 환원되는 풍장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클래식 오후 두 시」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인을 오케스트라의 악공으로 바라보며 늙음마저 존엄한 예술 행위로 승화시키는가 하면 "겨울 눈보라를 견딘 힘으로/뿌리로 쭉쭉 빨아올린 지층의 기운을 받아서"(「우주 팽창론」) 산수유 꽃눈이 터지는 작은 순간에서조차 우주의 생성 원리를 발견한다. "가지의 뻗어감에 따라 하늘을 받아낸 잎과/잎을 연결해 가면 무수한 별자리들/모서리와 여닫이 이 장과 저 문갑이 성좌로 이어진다"(「목공소 골목」)는 시인의 시선은 나무와 가구, 그리고 우주를 하나의 생명 계보로 연결한다. 시인은 '나무는 가구다'라는 역설적 명제에서 출발해 목재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하늘과 별자리, 새와 바람을 품어온 존재임을 보여준다.
엄태지 시인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사물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은유와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버려진 사물, 늙은 몸, 노동의 현장까지 시인의 손을 거치면 생명의 서사를 품은 존재가 된다. 특히 "돌아간다는 말은 돌아온다는 말"이라는 시적 인식은 끝이 곧 시작이며, 소멸이 또 다른 생명의 출발임을 깨닫게 하며 우리 시대 서정시가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소박한 일상에서 우주를 발견하고, 사물 속에서 인간의 삶을 읽어 내는 엄태지 시인의 시는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사유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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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목차
목차
시인의 말·05
제1부
열쇠들·13
느티나무 베틀·14
풍장의 시간·16
사과꽃·18
오늘의 무게·20
기우는 구두들·21
겨울 향적봉·22
천사님께·24
둥지 건축학·26
목공소 골목·28
안부·30
꽃 다는 법·32
진다는 말·34
클래식 오후 두 시·36
월담의 원칙·38
시 값·40
제2부
풀여치·43
버려진 트럭·44
백운화상 초록 밭고랑 경작법·46
우주 팽창론·48
술 주 자에서 길 도 자 찾기·50
숯부작·52
달팽이·54
울음의 그늘·56
사과를 깎는 밤·58
꽃다지·60
절곡·62
죽음에 대한 질문·64
주름의 기원·66
신상품 대방출·68
조릿대 기도문·70
제3부
첨삭·73
쇠주전자별·74
천태산 별·76
배롱꽃이 피면·77
톱·78
옷걸이 성자·80
라일락·82
갈치·84
구름의 정체·85
불이라는 짐승·86
오리·88
울음이 산빛을 깨울 때·90
구두·92
이팝나무 국밥집·94
제4부
문짝·97
4월 저수지·98
구름이 되는 조건·100
폐가 2·102
가족사진·104
바람의 의식·106
조문·108
하늘 공작소·110
거미·112
양파·114
나비가 사라지는 시간·116
시 쓰는 밤·118
민들레 영토·120
금성동 산5-1번지·122
책 무덤·124
시인의 산문·125
제1부
열쇠들·13
느티나무 베틀·14
풍장의 시간·16
사과꽃·18
오늘의 무게·20
기우는 구두들·21
겨울 향적봉·22
천사님께·24
둥지 건축학·26
목공소 골목·28
안부·30
꽃 다는 법·32
진다는 말·34
클래식 오후 두 시·36
월담의 원칙·38
시 값·40
제2부
풀여치·43
버려진 트럭·44
백운화상 초록 밭고랑 경작법·46
우주 팽창론·48
술 주 자에서 길 도 자 찾기·50
숯부작·52
달팽이·54
울음의 그늘·56
사과를 깎는 밤·58
꽃다지·60
절곡·62
죽음에 대한 질문·64
주름의 기원·66
신상품 대방출·68
조릿대 기도문·70
제3부
첨삭·73
쇠주전자별·74
천태산 별·76
배롱꽃이 피면·77
톱·78
옷걸이 성자·80
라일락·82
갈치·84
구름의 정체·85
불이라는 짐승·86
오리·88
울음이 산빛을 깨울 때·90
구두·92
이팝나무 국밥집·94
제4부
문짝·97
4월 저수지·98
구름이 되는 조건·100
폐가 2·102
가족사진·104
바람의 의식·106
조문·108
하늘 공작소·110
거미·112
양파·114
나비가 사라지는 시간·116
시 쓰는 밤·118
민들레 영토·120
금성동 산5-1번지·122
책 무덤·124
시인의 산문·125
저자
저자
엄태지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2018년 『시와정신』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문의 가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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