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배
최선을 다한 내 삶의 흔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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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현존과 비현존의 어름' 그 통고 체험
- 문혜영 시집 『축배』 평설
김 봉 군
(문학평론가,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1. 여는 말
문혜영 시인은 문단의 중진이다. 일찍이 첫 수필집 『언덕 위에 바람이』로 탁월한 필력을 입증하였고, 수필문학진흥회 이사를 지내는 등 그 입지를 다지며 본격 수필의 본령을 바로잡은 명수필가다. 그의 수필 「어린 날의 초상」이 국정교과서, 중학 국어 1-1에 실리기도 한 것마저 옛일이 되었다.
1982년 『시와시론』에 수필 「그네」 「매듭」으로 추천 완료되었고, 그 후 2017년 『창작산맥』에서 시인으로 등단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필자가 예상했던 바 필연이다. 그의 풍부한 예술적 감수성은 다분히 예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시집 『겁 없이 찬란했던 날들』 『숨결』 등에 이은 새 시집 『축배』는 아픈 감성과 깊은 사유의 짧은 에피그램(Epigram)을 품었다.
2. 문혜영 시에서의 현존과 비현존의 문제
현존과 비현존은 종교적, 형이상학적 용어다. 문혜영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또 한 번 숨결을 모아 시집을 엮는다."고 한다. 평생 '감사를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온 삶, "몸으로 겪는 시간조차 삶의 향방이나 존재의 본질을 알려주는데 친절하지 않다."면서 "일어남과 스러짐이 하나여서 소멸은 곧 무無라는 진리가 나를 자유롭게 하면서 또 허망에 빠뜨린다."는 대목이 가슴을 치며, 저 20세기 프랑스 철인 장 폴 사르트르를 환기하기에, 평설자의 마음도 묵중한 통고痛苦에 사로잡히려 한다.
그런 극한의 정신적 통고 체험에 흔들리면서도 가족과 모든 아름다운 것에 「축배」를 들며 감사를 잊지 않는다. 뜨겁게 살아온 문혜영 시인답다. 섬세하면서도 한결같은 항심恒心, 자연 만유와 사람들에게 최선의 사랑, 잔잔한 미소를 전하며 살아온 문 시인의 '소리 죽인 절규'가 아프게 들려온다. 그는 지금 현존現存과 비현존非現存의 어름(Borderline)에 있는 실존적 상황에서 외롭게 고투苦鬪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혜영 시집 『축배』는 모두 5부, 102편의 시가 실려 있다. 모두 '관계의 미학'으로 묶인다.
(1) 순수 자연과 관조하는 자아
문혜영 시인은 자연 현상을 조응照應하기에 익숙하다. 자연을 그 자체로 관조하는 작품을 보기로 한다.
달맞이꽃에 파묻혀/ 꽃가루에 무아지경인 벌
자작나무 가지를 흔들며/ 벌레 잡는 참새 한 마리
청아하게 바람을 연주하는/ 처마 끝 '우드스탁 윈드차임'
탐스러운 앵두를 따/ 입 안에 넣으며 미소 짓는 나
파란 하늘 한 자락 붙들고/ 우리 집 마당 내려다보는 흰 구름/ 방금 그려진 유월의 풍경
- 「유월의 풍경」
달맞이꽃과 벌, 자작나무와 참새, 청아한 바람과 우드스탁 윈드차임, 앵두와 나, 마당을 내려다보는 하늘의 흰 구름, 시의 화자인 '나'는 단지 '보는 자'일 뿐 주인공이 아니다. 자연 만상을 '관계의 미학'으로 관조한다. 설명과 비판은 극히 절제된 '보여 주기 화법(A way of showing)'이다. 자연의 정적미靜寂美를 이렇듯 말로 그렸다.
어느새 거목이 된/ 우리 집 벚나무들/ 햇살 창창하고/ 바람 한 점 지나지 않는데/ 하르르 하르르/ 온종일 꽃비 내리던 날/ 마당으로 참새 떼가 날아와/ 포르릉 폴짝
새싹 돋기 시작한 잔디 사이로/ 철없는 아이들처럼/ 숨바꼭질하며 놀더이다
장엄한 오케스트라 없어도/ 내 심장을 쿵쿵 울리며/ 꿈인가, 생시인가
눈물짓게 하더이다/ 무슨 복으로/ 이 평화로움 누리고 사는지
- 「꽃비 내리던 날」
말로 그린 그림 속에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의 자연 만유의 편린이 압축되어 보인다. 문제는 시의 화자와 자연이 조성하는 평화의 정감이다. 안식의 정원이 독자들의 심금을 켕기게 한다.
따따따따따따따따/ 방금 울고 간 저 딱따구리는
마치 전기 드릴처럼 소리 내었지/ 부리가 아무리 견고해도
(중략)
각자의 개성대로/ 다양한 생명들이 나를 두드린다
내 비어가는 생명력에/ 기운을 나누어 주며
?
신의 한 수다, 노후의 터를/ 이곳으로 택한 것은
- 「딱따구리」
생태계의 신비를 딱따구리의 경우에 비추어 '신의 섭리'를 문득 깨우친다. 서울서 떠나 전원도시 원주살이에서 발견하는 생태계의 신비다.
(2) 가족사
문혜영 시인의 가족사에는 6·25 전쟁이라는 변란이 개입해 있다. 원산 앞 바다 '모도'라는 섬에 가족을 피신시킨 다음, 가족을 이끌고 남하할 배를 구하러 다시 육지로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신 아버지, 그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한시도 놓은 적이 없으리라.
내가 사는 원주에/ 눈이 펄펄 내린다
저 멀리 누워있던 치악산이
눈 외투를 걸치고 뚜벅 다가온다
우람한 등뼈를 드러내며
문득,/ 기억에 없는 두 남자를 생각한다
전란 중에 실종되신 아버지/ 아홉 살에 저세상으로 간 오빠
그들이 살아 함께 했다면/ 저 치악산 품처럼 든든했을까
내 시린 생애가 조금은 안온했을까
- 「치악산」
문혜영 시인의 외적 수난사다. 고향을 떠나 어머니와 남은 형제들이 살아온 세월은 늘 '결핍의 가족 체험'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친과 오라버니에 대한 결핍감은 본질적인 '그리움'의 세계를 형성하며 그의 내면을 자주 허하게 하였을 것이다. 치악산을 활물화活物化한 현대 시학적 가진술(Pseudo-statement)이 호소력을 높였다.
?그 여름밤/ 남부터미널 돌담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능소화/ 가로등 불빛 때문이었을까/ 방금 듣고 나온 안데스 인디언의/ 전통음악 때문이었을까/ 묘한 열정에 사로잡혔던 밤/ 우린 꽃물이 들었나보다
오늘 그림 한 점이 당도했다. '문혜영'이란 작품명으로 그린/ 이십 년 세월 피어있는/ 그리움이란 꽃
- 「능소화」
이십 년 된 '그리움'이란 꽃, 능소화의 내막은 드러나 있다. 다만, 문혜영 시인의 서정 저변에는 '그리움'이 불멸의 서정으로 자리해 있으리라. 이 그리움의 긴 줄기는 가족사적 '분리의 비극(Seperation Tragedy)' 때문이 아닐까?
내 정신의 밑바닥엔/ 모도의 밤바다가 있다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망부석으로 서 있는/ 만삭의 내 어머니가 있다
?
세 살이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전설로 새겨진 겨울 칼바람 속 어머니는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나를 견디게 하는 근원이 되었다
뿌리째 흔들려 봐야/ 어떤 바닥에서도 바로 서기를 하고
처절하게 외로워 봐야/ 어떤 허공에서도 홀로서기를 한다
오늘은 이미 고인이 되신/ 어머니의 생신날
미역국을 먹으며 남편과/ 모도의 겨울 밤바다를 불러왔다
- 「모도의 겨울 밤바다」
문혜영 시인에게 아버지가 그리움의 대상으로 문학의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어머니는 시인의 삶을 지탱케 하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견디게 하는 정신적 힘의 근원이다. 문 시인이 그동안 써온 많은 수필 속에서도 어머니는 거의 삶의 모델이며 신앙에 가까울 만큼 존경의 대상으로 드러났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모도'라는 작은 섬에서 겨울 밤바다에 서 계셨던 만삭의 어머니,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남하하여 빈손으로 삶을 일구며 살아오신 어머니의 존재는 시인에게 20여 년의 지난한 투병을 견디게 하는 원천이었을 것이다. '전설로 새겨진 겨울 칼바람 속 어머니는/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나를 견디게 하는 근원이 되었다'고 「모도의 겨울 밤바다」에서 언급한다.
(3) 현존과 비현존의 절박한 실존
사실, 문혜영 시집 『축배』는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그는 지금 현존과 비현존, 시간 안의 존재와 시간 밖의 존재, 원색적으로 말하여 그는 생존과 죽음의 어름에서 사투 중이다. 이 시집의 작품 대다수가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온전한 몸으로
한 삼 년 누려봤으면
- 「한 삼 년」
두 줄만으로 된 짧은 시다. 그가 이런 절박한 심경을 피력한 데는 까닭이 있다.
세 번째로 겪는 요추 압박 골절상/ 모르는 순간 또
겪을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가/ 무섭게 뼛속에 각인되어
꿈에서조차 난 암투병하는 골절환자/ 지팡이를 짚고 낯선 길을 헤맨다/ 현실보다 더 막막한 꿈자리
- 「꿈에서조차」
꿈에서도 암으로 투병하는, 골절환자인 자신을 목도하는 통고 체험이다.
구규九竅에 난리 났다/ 눈 점막이 터져/ 토끼 눈으로 한 달 살고/ 코피를 하루에도 여러 차례 쏟는다/ 급성 방광염으로 진저리치고/ 만성 설사로 밤낮없이 화장실을 드나든다/ 구규마다 봉화 올려도/ 속수무책, 지원군이 없다
- 「비상사태」
구규는 비어卑語를 피하기 위하여 쓰는 말이다. 눈·코·귀의 여섯 구멍과 입·항문·요도의 세 구멍을 합친 인체의 아홉 구멍을 가리킨다. 매우 원색적으로 병의 증상을 노출한 시다. 어쩌면 건강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암 환자로선 설상가상, 극한 상황을 예감케 한다. 그런 절박함을 드러냄 속에서도 '구규'라는 시어 하나로 시의 품격을 격상시킨다.
통증 환자로 이십 년 살면서/ 스키타이 절벽에 쇠사슬로 묶인/ 프로메테우스를 계속 떠올렸다
이번 회차는/ 유독 전신이 끓는다/ 누웠거나 앉았거나/ 난 그저 통증의 노예
일주일에 두 번/ 요양 방문간호사 권선생의/ 물리치료를 받는다/ 그의 극진한 손길이 닿으면/ 사슬이 한결 느슨해진다
- 「사슬」
문혜영 시인은 자신의 극한적 고통을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의 ?운명적 비극과 동일시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전해 준 죄로 절벽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는다. 시인은 끝없이 이어지는 통증을 프로메테우스의 사슬에 비유하면서, 방문간호사의 극진한 손길에서 그 사슬이 잠시 느슨해지는 위안을 받는다.
보너스로 받은/ 투병 이십여 년/ 생사의 갈림길마다
시간을 조율하신/ 그분의 손길이 있었다
- 「타이밍」
문혜영 시인은 지금껏 견딘 투병의 시간을 보너스로 받은 거라 이른다. 그 기적엔, 시간을 조율하신 그분의 손길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사막 모래바람 속에 있어도/ 바다 태풍을 맞고 있어도
포기하지 않으면/ 시간이 길을 만든다
- 「시간이 길을 만든다」
우리는 어떤 위기 속에서도 단지 포기하지 않으면, 시간을 주관하시는 그분이 길을 만들어 주시는 거라고 견딤에 대한 공도 다 그분, 신께 돌린다.
아울러 훌쩍 가버린 이들을 향하여 미지의 세계, 비현존의 실상을 묻는다.
이 가을엔 하나둘/ 떠난 이들이 많다/ 삼십여 년을 내 삶에/
소울메이트로 깃들었다가/ 훌쩍 날아가 버린 친구
어둠이 깔리면/ 허공을 향해 쉰 소리로/ 멧비둘기 울음을 울어봐도/ 휴대폰에 빈 둥지로 남은/ 그에게선 화답이 없다/ 어느 숲으로 날아갔는지/ 친구여/ 그 숲에도 가을이 지나가나요
- 「빈 둥지」
사람은 필경 혼자다. 육친도 친구도 여느 지인들, 심지어 소울메이트, 제 마음의 분신도 언젠가는 영결하고 홀로 남는 존재, 사람은 이같이 고독한 실존이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사람을 '마음'으로 품게 마련인 문혜영 시인에겐 이 같은 실존 의식이 짙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환에 신음하며, 심적으로 현존과 비현존의 어름에 선 문혜영 시인에게.
뿌리가 뽑혀도/ 예초기에 잘려도/ 땅 부여잡은
그 정신만은 놓지 말아라.
묵묵한 외침이/ 가슴에 푸른 멍으로 번진다
단지 살아남는 자가 되려고/ 버둥거려온 모진 세월이
꿈틀 숨을 토한다
- 「잡초의 독백」
시인은 잡초라는 대상에게서도 자신을 본다. 귀히 대접받는 존재가 아닌, 뽑히고 버려지는 한낱 잡초, 단지 살아남는 자가 되려고 버둥거려온 모진 세월에 공감하면서 연민을 보낸다. 또한 생존을 위해 어떤 순간에도 마지막 끈을 놓지 말라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과제이기도 하지만, 모진 고통을 견디며 산 시인 자신에게 보내는 절실한 메시지였을 것이다.
해마다 겪는/ 작은 개미군단과의 전쟁/ 시골에서 살다 보면/ 온갖 생물들이/ 내 공간을 기웃거린다/ 검은깨보다 작은 녀석들이/ 대대를 이뤄 행진하다가/ 허둥지둥 대책 없이 틈을 준 사이/ 점령지역 탈취한 침략군 되어/ 침대와 책상 주위 활보하는/ 소대 병력을 보는 순간/ 돌아버렸다
홈키퍼 발사! 발사!/ 분명히 죽었었는데/ 기절이 아니고 사망이었다/ 몇 시간 후 스멀스멀 기는 너에게/ 진짜 묻고 싶다/ 네가 본 사후세계가 어떠하더냐?
- 「근사체험近死體驗」
해학이 느껴지는 이 시의 핵심은 종결부에 있다. 전반부는 '적군 박멸'인데, 종결부는 근사近死 상태에서 회생한 한갓 미물에게 사후세계의 실상을 묻는다. 시인에겐 너무도 절박한 물음인, 사후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풀어낼 수 있는 기량은 삶에 대한 내공과 필력에서 오는 것이다.
(4) 소망과 구원 의식
투병의 고비마다/ 몸도 마음도 집요하게 무너졌던 지난해
오래전, 오스트리아 여행 중/ 중심 잃고 우스꽝스럽게 엎어졌던/ 할슈타트 소금 광산의 미끄럼틀/ 그 착지 장면이 자꾸 생각났다
그런데 연말이 가기 전/ 귀인 두 사람이 나타나 나를 건졌다
투병 이십 년 세월/ 가장 취약했던 먹거리
요양보호사 원선생의 밥상으로/ 비로소 환자 대접을 받는다
세 번째로 겪는 요추 압박 골절상에/ 늘어가는 병 진단으로/ 맡기 꺼리는 골치 아픈 환자를/ 따뜻하게 품어준 기독병원 임교수
희망이란 참 대단한 마술이어서/ 다시 오르막길로 나를 이끈다
- 「다시 오르막길에」
수많은 한국어 어휘 중에 '다시'라는 부사만큼 정신의 정점에 놓인 단어도 드물다.
상승과 추락의 꼭대기에 선 이 부사는 전환점의 결정적 좌표에 놓인 짓궂은 한국어라는 뜻이다. 문혜영 시인은 이 '다시'에서 상승의 지향점으로 전환한다. 이것이 설령 상승과 하강의 시행착오를 보인다 해도, 일단 이 시점에선 '오르막길'을 더위잡는다. 갈채를 아낄 순간이 아니다.
다 품고 싶었다/ 내 마음 밭이 박토薄土라서
나무 한 그루 못 키우면/ 잡초라도 무성히 자라거라
혹시 아는가/ 그 덤불 숲에
어리숙한 어미 새 둥지 틀어/ 생명을 품을 수 있을지도
- 「마음 밭」
문혜영 시인 본연의 자아, 품 넓은 마음 밭은 살아 있다. 생명을 크게, 널리 품어 안을 마음으로 살아온 세월이 시 한 편에 녹아있다.
어미 배 속에서 나오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들
본능적으로 아는 걸까/ 생존의 고난을
엄청난 확률로 선택된 생명/ 그 삶의 흔적이 비록 뜬구름이어도/ 제풀에 스러지는 파도여도/ 눈물겹게 아름다운 생명의 몸짓
앞산에서 우는 멧비둘기가/ 쉰 소리로 파장을 보내온다
한 생애 울다가, 울다가 가더라도/ 생명이 축복임을 의심치 않는다고
- 「생명으로 태어남이」
출생에서 마침까지, 생의 고난을 되새기는 시, 하지만 "울다가, 울다가 가더라도 생명이 축복임을 의심치 않는다"는 문 시인의 인생을 위한 결론에 축도를 보낸다. 생명으로 태어남에 대한 경건한 의미 부여로 지난했던 투병의 생마저 초긍정의 마음으로 갈음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마침내 고백한다.
고열 감기와 코피로 시달리며/ 멘탈 관리 최악일 때
천사 대신 보내준 제자 유연샘/ 불쑥 던져준 잠언 한 구절로/ 또 나를 붙들어 주시네/ 그분의 사랑 놀라워라
- 「네 마음을 지키라」
문 시인은 구약성서 욥기. 시편에 이어지는 잠언에 마음 밭을 일구려 한다.
의인의 길은 돋는 햇볕 같아서 점점 빛나서 원만한 광명에 이르거니와/ 악인의 길은 어둠 같아서 그가 거쳐 넘어져도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느니라/ (중략) 무릇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19~23
문 시인은 『잠언』 4장 23절을 주석으로 달았다. 기쁜 소식이다. 인생은 카뮈나 사르트르 등 무신론적 실존주의자처럼 궁극적 의미가 절멸한 무無의 존재가 아니다.
문혜영 시인은 평설자가 근무한 성심(聖心, Sacred Heart)여자대학(지금의 가톨릭대학교) 출신이다. 직계 사제 관계는 아니라도, 성심 출신 특유의 온유함이 기본 품성인 탁월한 재원才媛이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인 1800년(나폴레옹 시기) 21세의 마들렌 소피 바라 수녀(성녀)가 "한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이 세상 끝까지 가기를 마다하지 않겠습니다."는 뜻으로 창립한 교육기관이 성심 학교이다. 초창기에는 경기여고, 춘천여고 등 유수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한 "소수 정예 교육"의 특수 학교였다.
문혜영 시인 역시 이 소수 정예 교육 시대에 성심여대에서 수학하였던 영재英才였다. 그가 성서 말씀에 깊이 감동한 대목에서 성심인다운 소명을 읽는다.
(5) 예술적 천분
문혜영 시인은 예술가적 천분을 부여받은 탁월한 예술가요 사유思惟의 주인공이다. 그가 사랑하는 시 5편을 보기로 한다.
태양은/ 제 뜨거움으로/ 하루 종일 창공을 가로질러 간다
서녘 산그늘에서 숨 한번 챙기고/ 다시 이어지는 행군
?
나도 매일 길을 나선다/ 오 년째 다져졌는데/ 매번 낯설고 서러운/ 투병의 하루, 하루,/ 혼자 뚜벅이로/ 허공을 가로지른다
- 「길을 간다」
구체적인 고통의 실상이 추상화된 삶의 궤적이다. '뜨거움으로', '낯설고 서러운', '허공'이 분위기와 서정과 어조를 조절한다. 주지시적 어조(Tone)에 근접해 있다.
내 기억 속 풍경들이/ 하나씩 사라져간다
고통의 도가니에서/ 정신 줄 놓고 허우적대며
고통을 잊으려고 나를 지운다
살아온 날의 흔적들이/ 뜬구름보다 빠르게 흩어져 가는데
빈 들녘 전신주에서/ 아이처럼 울고 있는 통증
- 「나를 지운다」
통증에서 해방되기 위한 존재론적 장치다. 주관의 객관화, 대상화를 통하여 정신적 우주에서 자아 멸각의 철학적 명제를 정립한다. 눈물겨운 행위라는 마음마저 무화無化하려는 지성적 용단이다.
?
시집을 엮으면서/ 시를 골라 버린다/ 머리에서 뽑아낸
기계면 같은 시들은/ 어쩐지 가짜 같아서
울퉁불퉁 거칠고/ 때론 늑골까지 다 드러나/ 부끄럽고 민망해져도
가슴에서 펌프질로 퍼낸 시/ 그게 진짜 나니까/ 물맛이 안 나면 시를 버린다
?
시를 버리듯/ 나를 버릴 날도 오겠지/ 언젠가는
- 「시를 버린다」
물맛이라는 단어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예술의 진실에 대한 문혜영 시인의 관점은 비정하리만큼 매섭다. 오직 진심, 그것만이 예술의 진수眞髓라는 그의 시론이다.
관객 없는 독무대에서/ 온종일 곡예를 한다/ 어둠이 깊어지면 아슬아슬/ 생사 경계 넘나들기도 하지만/ 날 밝으면 또 태연하게 하루를 맞는다
한목숨 동아줄 놓친다 한들
밤하늘 무수한 별 중/ 별똥별 하나 획을 그은 거고
바람이 스쳐 간 자리/ 꽃잎 하나 지는 거다
누군가 머물다 떠난 후에도/ 햇살은 여전히 생명을 깨우고
새들은 날갯짓하며/ 아침을 노래하리라/ 내가 품고 가고픈 우주
- 「내가 사랑한 우주」
광대무변한 우주 속의 여러 현상, 특히 '나'라는 존재 그 개아個我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광폭적 생명 철학, 우주론을 펼친 시다. 현존과 비현존의 의미에 대한 우주론적 사유다.
어느 한 시절도/ 괜찮아 본 적 없으면서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고 살았지
내 문간방에서 평생 함께 사는/ 아홉 살짜리 어린아이 때문에/ 울 줄도, 떼쓸 줄도 모르면서/ 홀로 감당하려고 애쓰는
그 눈빛이 시려서 다독이던 말,/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내일모레가 여든 살인데/ 여전히 내 안에서 떠나지 않는/ 아홉 살 아이
- 「괜찮아」
우주론적 생명관에서 달관에 이르려던 철학적 자아와 현실적 불안감이 길항을 빚는 장면이다. 문혜영 선생의 진실한 자아상이다. 하지만, 우주론적 존재관으로 자아를 객관화하는 문혜영 시인의 사유는 그 나름 위대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오래전 철인 키르케고르마저 사람에 대한 『불안의 개념』을 쓰지 않았던가. 불안은 실존의 본질이다.
3. 맺는말
무릇 창작이란 진실, 진리를 탐색하는 고도의 정신 활동이다. 예술 창작은 그 모색 과정에서 감성과 지성이 혼연일체가 된 자기 고백적 표출 행위를 통해 독자를 감동케 한다. 그 대상이 아무리 일반적인 것이라도 궁극적으로 자아상의 표출과 무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문혜영 시인의 시집 『축배』에 실린 102편의 시는 현저한 자기 고백록이다. 그는 극한의 병고와 20년을 함께했고, 그 고통의 치명적 실사까지도 숨김없이 고백하고 있다. 그의 시를 읽으며 그의 통고 체험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는 진실의 힘이다.
그는 일찍이 탁월한 수필가로 문명文名을 날렸고, 시단에 나온 이후에는 수필과 시로 우리 문단의 정신세계를 실팍하게 한 우리 문예계의 중진이다.
그런 귀한 재사才士가 극한에 직면해 지금 현존과 비현존의 어름(Borderline)에서 더할 나위 없이 위중한 통고 체험痛苦體驗에 부대끼고 있다. 현존의 위기다. 그럼에도 그의 시가 품은 철리哲理와 심미안, 고통의 무게는 불가사의하게 양립해 있다.
이런 통고의 시기에도 문혜영 시인의 예술적 재기才氣는 촉수를 벼리며 생기를 잃지 않는다. 특히 순수 자연 현상을 조응照應하기에 익숙하며, 그 자체를 '관계의 미학'으로 관조하는 자세야말로 경이롭다. 그의 시적 화법話法은 '보여주기 기법(A way of showing)'이어서, 독선에 빠져들 위험은 원초적으로 배제된다. 그가 말로 그린 아픈 그림을, 우리는 그의 시에서 보게 된다.
6·25전쟁으로 인한 문혜영 시인의 비극적 가족사는 그의 시 정신의 심층에서 집요하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더욱이 극한적 병고 체험은 오죽해야 "온전한 몸으로/ 한 삼 년 누려봤으면" (시 「한 삼 년」 전문)이라 하겠는가. 오래된 암 투병 중에 '세 번째로 겪는 압박 골절상' 역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자신의 처지를 프로메테우스의 운명적 고투에 비유할 만큼 처절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는 그 극한의 병고에도 꺾이지 않는다. 그의 정신 밑바닥엔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묵묵히 견디며 살아낸 어머니가 신앙처럼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살이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전설로 새겨진 겨울 칼바람 속 어머니는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나를 견디게 하는 근원이 되었다
- 시 「모도의 겨울 밤바다」
문혜영 시인 역시 어머니가 살아오신 것처럼 묵묵히 삶의 자리에 순응하며 늘 대긍정의 자세를 지키며 힘든 시간을 견디어 왔다.
때론 불교적 무상감을 빌려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견뎌내기도 하지만, 마침내 구약성서 『잠언』을 붙들고 오르막길을 더위잡는다. 성심聖心여자대학에서 가톨릭 신앙, 그 거룩한 사랑에 순명順命하던 본연의 모습으로 회귀한 것이기를 바란다.
요컨대, 그는 타고난 예술적 천분과 심도 있는 이성과 드높은 초월관으로 명시들을 남긴다. 「길을 간다」 「나를 지운다」 「시를 버린다」 「내가 사랑한 우주」 「괜찮아」로 대표되는 명작들이다.
현존과 비현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쓴 그의 시집 『축배』의 상재上梓에 축도를 보내며, 신약 성서 『야고보서』 5장 15절 말씀으로 우뚝 일어서기를 빈다. 평설자는 이 글을 쓰는 동안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참기 어려웠다. 결론이 길어진 부득이한 이유다.?
- 문혜영 시집 『축배』 평설
김 봉 군
(문학평론가,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1. 여는 말
문혜영 시인은 문단의 중진이다. 일찍이 첫 수필집 『언덕 위에 바람이』로 탁월한 필력을 입증하였고, 수필문학진흥회 이사를 지내는 등 그 입지를 다지며 본격 수필의 본령을 바로잡은 명수필가다. 그의 수필 「어린 날의 초상」이 국정교과서, 중학 국어 1-1에 실리기도 한 것마저 옛일이 되었다.
1982년 『시와시론』에 수필 「그네」 「매듭」으로 추천 완료되었고, 그 후 2017년 『창작산맥』에서 시인으로 등단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필자가 예상했던 바 필연이다. 그의 풍부한 예술적 감수성은 다분히 예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시집 『겁 없이 찬란했던 날들』 『숨결』 등에 이은 새 시집 『축배』는 아픈 감성과 깊은 사유의 짧은 에피그램(Epigram)을 품었다.
2. 문혜영 시에서의 현존과 비현존의 문제
현존과 비현존은 종교적, 형이상학적 용어다. 문혜영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또 한 번 숨결을 모아 시집을 엮는다."고 한다. 평생 '감사를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온 삶, "몸으로 겪는 시간조차 삶의 향방이나 존재의 본질을 알려주는데 친절하지 않다."면서 "일어남과 스러짐이 하나여서 소멸은 곧 무無라는 진리가 나를 자유롭게 하면서 또 허망에 빠뜨린다."는 대목이 가슴을 치며, 저 20세기 프랑스 철인 장 폴 사르트르를 환기하기에, 평설자의 마음도 묵중한 통고痛苦에 사로잡히려 한다.
그런 극한의 정신적 통고 체험에 흔들리면서도 가족과 모든 아름다운 것에 「축배」를 들며 감사를 잊지 않는다. 뜨겁게 살아온 문혜영 시인답다. 섬세하면서도 한결같은 항심恒心, 자연 만유와 사람들에게 최선의 사랑, 잔잔한 미소를 전하며 살아온 문 시인의 '소리 죽인 절규'가 아프게 들려온다. 그는 지금 현존現存과 비현존非現存의 어름(Borderline)에 있는 실존적 상황에서 외롭게 고투苦鬪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혜영 시집 『축배』는 모두 5부, 102편의 시가 실려 있다. 모두 '관계의 미학'으로 묶인다.
(1) 순수 자연과 관조하는 자아
문혜영 시인은 자연 현상을 조응照應하기에 익숙하다. 자연을 그 자체로 관조하는 작품을 보기로 한다.
달맞이꽃에 파묻혀/ 꽃가루에 무아지경인 벌
자작나무 가지를 흔들며/ 벌레 잡는 참새 한 마리
청아하게 바람을 연주하는/ 처마 끝 '우드스탁 윈드차임'
탐스러운 앵두를 따/ 입 안에 넣으며 미소 짓는 나
파란 하늘 한 자락 붙들고/ 우리 집 마당 내려다보는 흰 구름/ 방금 그려진 유월의 풍경
- 「유월의 풍경」
달맞이꽃과 벌, 자작나무와 참새, 청아한 바람과 우드스탁 윈드차임, 앵두와 나, 마당을 내려다보는 하늘의 흰 구름, 시의 화자인 '나'는 단지 '보는 자'일 뿐 주인공이 아니다. 자연 만상을 '관계의 미학'으로 관조한다. 설명과 비판은 극히 절제된 '보여 주기 화법(A way of showing)'이다. 자연의 정적미靜寂美를 이렇듯 말로 그렸다.
어느새 거목이 된/ 우리 집 벚나무들/ 햇살 창창하고/ 바람 한 점 지나지 않는데/ 하르르 하르르/ 온종일 꽃비 내리던 날/ 마당으로 참새 떼가 날아와/ 포르릉 폴짝
새싹 돋기 시작한 잔디 사이로/ 철없는 아이들처럼/ 숨바꼭질하며 놀더이다
장엄한 오케스트라 없어도/ 내 심장을 쿵쿵 울리며/ 꿈인가, 생시인가
눈물짓게 하더이다/ 무슨 복으로/ 이 평화로움 누리고 사는지
- 「꽃비 내리던 날」
말로 그린 그림 속에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의 자연 만유의 편린이 압축되어 보인다. 문제는 시의 화자와 자연이 조성하는 평화의 정감이다. 안식의 정원이 독자들의 심금을 켕기게 한다.
따따따따따따따따/ 방금 울고 간 저 딱따구리는
마치 전기 드릴처럼 소리 내었지/ 부리가 아무리 견고해도
(중략)
각자의 개성대로/ 다양한 생명들이 나를 두드린다
내 비어가는 생명력에/ 기운을 나누어 주며
?
신의 한 수다, 노후의 터를/ 이곳으로 택한 것은
- 「딱따구리」
생태계의 신비를 딱따구리의 경우에 비추어 '신의 섭리'를 문득 깨우친다. 서울서 떠나 전원도시 원주살이에서 발견하는 생태계의 신비다.
(2) 가족사
문혜영 시인의 가족사에는 6·25 전쟁이라는 변란이 개입해 있다. 원산 앞 바다 '모도'라는 섬에 가족을 피신시킨 다음, 가족을 이끌고 남하할 배를 구하러 다시 육지로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신 아버지, 그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한시도 놓은 적이 없으리라.
내가 사는 원주에/ 눈이 펄펄 내린다
저 멀리 누워있던 치악산이
눈 외투를 걸치고 뚜벅 다가온다
우람한 등뼈를 드러내며
문득,/ 기억에 없는 두 남자를 생각한다
전란 중에 실종되신 아버지/ 아홉 살에 저세상으로 간 오빠
그들이 살아 함께 했다면/ 저 치악산 품처럼 든든했을까
내 시린 생애가 조금은 안온했을까
- 「치악산」
문혜영 시인의 외적 수난사다. 고향을 떠나 어머니와 남은 형제들이 살아온 세월은 늘 '결핍의 가족 체험'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친과 오라버니에 대한 결핍감은 본질적인 '그리움'의 세계를 형성하며 그의 내면을 자주 허하게 하였을 것이다. 치악산을 활물화活物化한 현대 시학적 가진술(Pseudo-statement)이 호소력을 높였다.
?그 여름밤/ 남부터미널 돌담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능소화/ 가로등 불빛 때문이었을까/ 방금 듣고 나온 안데스 인디언의/ 전통음악 때문이었을까/ 묘한 열정에 사로잡혔던 밤/ 우린 꽃물이 들었나보다
오늘 그림 한 점이 당도했다. '문혜영'이란 작품명으로 그린/ 이십 년 세월 피어있는/ 그리움이란 꽃
- 「능소화」
이십 년 된 '그리움'이란 꽃, 능소화의 내막은 드러나 있다. 다만, 문혜영 시인의 서정 저변에는 '그리움'이 불멸의 서정으로 자리해 있으리라. 이 그리움의 긴 줄기는 가족사적 '분리의 비극(Seperation Tragedy)' 때문이 아닐까?
내 정신의 밑바닥엔/ 모도의 밤바다가 있다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망부석으로 서 있는/ 만삭의 내 어머니가 있다
?
세 살이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전설로 새겨진 겨울 칼바람 속 어머니는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나를 견디게 하는 근원이 되었다
뿌리째 흔들려 봐야/ 어떤 바닥에서도 바로 서기를 하고
처절하게 외로워 봐야/ 어떤 허공에서도 홀로서기를 한다
오늘은 이미 고인이 되신/ 어머니의 생신날
미역국을 먹으며 남편과/ 모도의 겨울 밤바다를 불러왔다
- 「모도의 겨울 밤바다」
문혜영 시인에게 아버지가 그리움의 대상으로 문학의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어머니는 시인의 삶을 지탱케 하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견디게 하는 정신적 힘의 근원이다. 문 시인이 그동안 써온 많은 수필 속에서도 어머니는 거의 삶의 모델이며 신앙에 가까울 만큼 존경의 대상으로 드러났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모도'라는 작은 섬에서 겨울 밤바다에 서 계셨던 만삭의 어머니,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남하하여 빈손으로 삶을 일구며 살아오신 어머니의 존재는 시인에게 20여 년의 지난한 투병을 견디게 하는 원천이었을 것이다. '전설로 새겨진 겨울 칼바람 속 어머니는/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나를 견디게 하는 근원이 되었다'고 「모도의 겨울 밤바다」에서 언급한다.
(3) 현존과 비현존의 절박한 실존
사실, 문혜영 시집 『축배』는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그는 지금 현존과 비현존, 시간 안의 존재와 시간 밖의 존재, 원색적으로 말하여 그는 생존과 죽음의 어름에서 사투 중이다. 이 시집의 작품 대다수가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온전한 몸으로
한 삼 년 누려봤으면
- 「한 삼 년」
두 줄만으로 된 짧은 시다. 그가 이런 절박한 심경을 피력한 데는 까닭이 있다.
세 번째로 겪는 요추 압박 골절상/ 모르는 순간 또
겪을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가/ 무섭게 뼛속에 각인되어
꿈에서조차 난 암투병하는 골절환자/ 지팡이를 짚고 낯선 길을 헤맨다/ 현실보다 더 막막한 꿈자리
- 「꿈에서조차」
꿈에서도 암으로 투병하는, 골절환자인 자신을 목도하는 통고 체험이다.
구규九竅에 난리 났다/ 눈 점막이 터져/ 토끼 눈으로 한 달 살고/ 코피를 하루에도 여러 차례 쏟는다/ 급성 방광염으로 진저리치고/ 만성 설사로 밤낮없이 화장실을 드나든다/ 구규마다 봉화 올려도/ 속수무책, 지원군이 없다
- 「비상사태」
구규는 비어卑語를 피하기 위하여 쓰는 말이다. 눈·코·귀의 여섯 구멍과 입·항문·요도의 세 구멍을 합친 인체의 아홉 구멍을 가리킨다. 매우 원색적으로 병의 증상을 노출한 시다. 어쩌면 건강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암 환자로선 설상가상, 극한 상황을 예감케 한다. 그런 절박함을 드러냄 속에서도 '구규'라는 시어 하나로 시의 품격을 격상시킨다.
통증 환자로 이십 년 살면서/ 스키타이 절벽에 쇠사슬로 묶인/ 프로메테우스를 계속 떠올렸다
이번 회차는/ 유독 전신이 끓는다/ 누웠거나 앉았거나/ 난 그저 통증의 노예
일주일에 두 번/ 요양 방문간호사 권선생의/ 물리치료를 받는다/ 그의 극진한 손길이 닿으면/ 사슬이 한결 느슨해진다
- 「사슬」
문혜영 시인은 자신의 극한적 고통을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의 ?운명적 비극과 동일시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전해 준 죄로 절벽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는다. 시인은 끝없이 이어지는 통증을 프로메테우스의 사슬에 비유하면서, 방문간호사의 극진한 손길에서 그 사슬이 잠시 느슨해지는 위안을 받는다.
보너스로 받은/ 투병 이십여 년/ 생사의 갈림길마다
시간을 조율하신/ 그분의 손길이 있었다
- 「타이밍」
문혜영 시인은 지금껏 견딘 투병의 시간을 보너스로 받은 거라 이른다. 그 기적엔, 시간을 조율하신 그분의 손길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사막 모래바람 속에 있어도/ 바다 태풍을 맞고 있어도
포기하지 않으면/ 시간이 길을 만든다
- 「시간이 길을 만든다」
우리는 어떤 위기 속에서도 단지 포기하지 않으면, 시간을 주관하시는 그분이 길을 만들어 주시는 거라고 견딤에 대한 공도 다 그분, 신께 돌린다.
아울러 훌쩍 가버린 이들을 향하여 미지의 세계, 비현존의 실상을 묻는다.
이 가을엔 하나둘/ 떠난 이들이 많다/ 삼십여 년을 내 삶에/
소울메이트로 깃들었다가/ 훌쩍 날아가 버린 친구
어둠이 깔리면/ 허공을 향해 쉰 소리로/ 멧비둘기 울음을 울어봐도/ 휴대폰에 빈 둥지로 남은/ 그에게선 화답이 없다/ 어느 숲으로 날아갔는지/ 친구여/ 그 숲에도 가을이 지나가나요
- 「빈 둥지」
사람은 필경 혼자다. 육친도 친구도 여느 지인들, 심지어 소울메이트, 제 마음의 분신도 언젠가는 영결하고 홀로 남는 존재, 사람은 이같이 고독한 실존이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사람을 '마음'으로 품게 마련인 문혜영 시인에겐 이 같은 실존 의식이 짙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환에 신음하며, 심적으로 현존과 비현존의 어름에 선 문혜영 시인에게.
뿌리가 뽑혀도/ 예초기에 잘려도/ 땅 부여잡은
그 정신만은 놓지 말아라.
묵묵한 외침이/ 가슴에 푸른 멍으로 번진다
단지 살아남는 자가 되려고/ 버둥거려온 모진 세월이
꿈틀 숨을 토한다
- 「잡초의 독백」
시인은 잡초라는 대상에게서도 자신을 본다. 귀히 대접받는 존재가 아닌, 뽑히고 버려지는 한낱 잡초, 단지 살아남는 자가 되려고 버둥거려온 모진 세월에 공감하면서 연민을 보낸다. 또한 생존을 위해 어떤 순간에도 마지막 끈을 놓지 말라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과제이기도 하지만, 모진 고통을 견디며 산 시인 자신에게 보내는 절실한 메시지였을 것이다.
해마다 겪는/ 작은 개미군단과의 전쟁/ 시골에서 살다 보면/ 온갖 생물들이/ 내 공간을 기웃거린다/ 검은깨보다 작은 녀석들이/ 대대를 이뤄 행진하다가/ 허둥지둥 대책 없이 틈을 준 사이/ 점령지역 탈취한 침략군 되어/ 침대와 책상 주위 활보하는/ 소대 병력을 보는 순간/ 돌아버렸다
홈키퍼 발사! 발사!/ 분명히 죽었었는데/ 기절이 아니고 사망이었다/ 몇 시간 후 스멀스멀 기는 너에게/ 진짜 묻고 싶다/ 네가 본 사후세계가 어떠하더냐?
- 「근사체험近死體驗」
해학이 느껴지는 이 시의 핵심은 종결부에 있다. 전반부는 '적군 박멸'인데, 종결부는 근사近死 상태에서 회생한 한갓 미물에게 사후세계의 실상을 묻는다. 시인에겐 너무도 절박한 물음인, 사후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풀어낼 수 있는 기량은 삶에 대한 내공과 필력에서 오는 것이다.
(4) 소망과 구원 의식
투병의 고비마다/ 몸도 마음도 집요하게 무너졌던 지난해
오래전, 오스트리아 여행 중/ 중심 잃고 우스꽝스럽게 엎어졌던/ 할슈타트 소금 광산의 미끄럼틀/ 그 착지 장면이 자꾸 생각났다
그런데 연말이 가기 전/ 귀인 두 사람이 나타나 나를 건졌다
투병 이십 년 세월/ 가장 취약했던 먹거리
요양보호사 원선생의 밥상으로/ 비로소 환자 대접을 받는다
세 번째로 겪는 요추 압박 골절상에/ 늘어가는 병 진단으로/ 맡기 꺼리는 골치 아픈 환자를/ 따뜻하게 품어준 기독병원 임교수
희망이란 참 대단한 마술이어서/ 다시 오르막길로 나를 이끈다
- 「다시 오르막길에」
수많은 한국어 어휘 중에 '다시'라는 부사만큼 정신의 정점에 놓인 단어도 드물다.
상승과 추락의 꼭대기에 선 이 부사는 전환점의 결정적 좌표에 놓인 짓궂은 한국어라는 뜻이다. 문혜영 시인은 이 '다시'에서 상승의 지향점으로 전환한다. 이것이 설령 상승과 하강의 시행착오를 보인다 해도, 일단 이 시점에선 '오르막길'을 더위잡는다. 갈채를 아낄 순간이 아니다.
다 품고 싶었다/ 내 마음 밭이 박토薄土라서
나무 한 그루 못 키우면/ 잡초라도 무성히 자라거라
혹시 아는가/ 그 덤불 숲에
어리숙한 어미 새 둥지 틀어/ 생명을 품을 수 있을지도
- 「마음 밭」
문혜영 시인 본연의 자아, 품 넓은 마음 밭은 살아 있다. 생명을 크게, 널리 품어 안을 마음으로 살아온 세월이 시 한 편에 녹아있다.
어미 배 속에서 나오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들
본능적으로 아는 걸까/ 생존의 고난을
엄청난 확률로 선택된 생명/ 그 삶의 흔적이 비록 뜬구름이어도/ 제풀에 스러지는 파도여도/ 눈물겹게 아름다운 생명의 몸짓
앞산에서 우는 멧비둘기가/ 쉰 소리로 파장을 보내온다
한 생애 울다가, 울다가 가더라도/ 생명이 축복임을 의심치 않는다고
- 「생명으로 태어남이」
출생에서 마침까지, 생의 고난을 되새기는 시, 하지만 "울다가, 울다가 가더라도 생명이 축복임을 의심치 않는다"는 문 시인의 인생을 위한 결론에 축도를 보낸다. 생명으로 태어남에 대한 경건한 의미 부여로 지난했던 투병의 생마저 초긍정의 마음으로 갈음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마침내 고백한다.
고열 감기와 코피로 시달리며/ 멘탈 관리 최악일 때
천사 대신 보내준 제자 유연샘/ 불쑥 던져준 잠언 한 구절로/ 또 나를 붙들어 주시네/ 그분의 사랑 놀라워라
- 「네 마음을 지키라」
문 시인은 구약성서 욥기. 시편에 이어지는 잠언에 마음 밭을 일구려 한다.
의인의 길은 돋는 햇볕 같아서 점점 빛나서 원만한 광명에 이르거니와/ 악인의 길은 어둠 같아서 그가 거쳐 넘어져도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느니라/ (중략) 무릇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19~23
문 시인은 『잠언』 4장 23절을 주석으로 달았다. 기쁜 소식이다. 인생은 카뮈나 사르트르 등 무신론적 실존주의자처럼 궁극적 의미가 절멸한 무無의 존재가 아니다.
문혜영 시인은 평설자가 근무한 성심(聖心, Sacred Heart)여자대학(지금의 가톨릭대학교) 출신이다. 직계 사제 관계는 아니라도, 성심 출신 특유의 온유함이 기본 품성인 탁월한 재원才媛이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인 1800년(나폴레옹 시기) 21세의 마들렌 소피 바라 수녀(성녀)가 "한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이 세상 끝까지 가기를 마다하지 않겠습니다."는 뜻으로 창립한 교육기관이 성심 학교이다. 초창기에는 경기여고, 춘천여고 등 유수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한 "소수 정예 교육"의 특수 학교였다.
문혜영 시인 역시 이 소수 정예 교육 시대에 성심여대에서 수학하였던 영재英才였다. 그가 성서 말씀에 깊이 감동한 대목에서 성심인다운 소명을 읽는다.
(5) 예술적 천분
문혜영 시인은 예술가적 천분을 부여받은 탁월한 예술가요 사유思惟의 주인공이다. 그가 사랑하는 시 5편을 보기로 한다.
태양은/ 제 뜨거움으로/ 하루 종일 창공을 가로질러 간다
서녘 산그늘에서 숨 한번 챙기고/ 다시 이어지는 행군
?
나도 매일 길을 나선다/ 오 년째 다져졌는데/ 매번 낯설고 서러운/ 투병의 하루, 하루,/ 혼자 뚜벅이로/ 허공을 가로지른다
- 「길을 간다」
구체적인 고통의 실상이 추상화된 삶의 궤적이다. '뜨거움으로', '낯설고 서러운', '허공'이 분위기와 서정과 어조를 조절한다. 주지시적 어조(Tone)에 근접해 있다.
내 기억 속 풍경들이/ 하나씩 사라져간다
고통의 도가니에서/ 정신 줄 놓고 허우적대며
고통을 잊으려고 나를 지운다
살아온 날의 흔적들이/ 뜬구름보다 빠르게 흩어져 가는데
빈 들녘 전신주에서/ 아이처럼 울고 있는 통증
- 「나를 지운다」
통증에서 해방되기 위한 존재론적 장치다. 주관의 객관화, 대상화를 통하여 정신적 우주에서 자아 멸각의 철학적 명제를 정립한다. 눈물겨운 행위라는 마음마저 무화無化하려는 지성적 용단이다.
?
시집을 엮으면서/ 시를 골라 버린다/ 머리에서 뽑아낸
기계면 같은 시들은/ 어쩐지 가짜 같아서
울퉁불퉁 거칠고/ 때론 늑골까지 다 드러나/ 부끄럽고 민망해져도
가슴에서 펌프질로 퍼낸 시/ 그게 진짜 나니까/ 물맛이 안 나면 시를 버린다
?
시를 버리듯/ 나를 버릴 날도 오겠지/ 언젠가는
- 「시를 버린다」
물맛이라는 단어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예술의 진실에 대한 문혜영 시인의 관점은 비정하리만큼 매섭다. 오직 진심, 그것만이 예술의 진수眞髓라는 그의 시론이다.
관객 없는 독무대에서/ 온종일 곡예를 한다/ 어둠이 깊어지면 아슬아슬/ 생사 경계 넘나들기도 하지만/ 날 밝으면 또 태연하게 하루를 맞는다
한목숨 동아줄 놓친다 한들
밤하늘 무수한 별 중/ 별똥별 하나 획을 그은 거고
바람이 스쳐 간 자리/ 꽃잎 하나 지는 거다
누군가 머물다 떠난 후에도/ 햇살은 여전히 생명을 깨우고
새들은 날갯짓하며/ 아침을 노래하리라/ 내가 품고 가고픈 우주
- 「내가 사랑한 우주」
광대무변한 우주 속의 여러 현상, 특히 '나'라는 존재 그 개아個我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광폭적 생명 철학, 우주론을 펼친 시다. 현존과 비현존의 의미에 대한 우주론적 사유다.
어느 한 시절도/ 괜찮아 본 적 없으면서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고 살았지
내 문간방에서 평생 함께 사는/ 아홉 살짜리 어린아이 때문에/ 울 줄도, 떼쓸 줄도 모르면서/ 홀로 감당하려고 애쓰는
그 눈빛이 시려서 다독이던 말,/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내일모레가 여든 살인데/ 여전히 내 안에서 떠나지 않는/ 아홉 살 아이
- 「괜찮아」
우주론적 생명관에서 달관에 이르려던 철학적 자아와 현실적 불안감이 길항을 빚는 장면이다. 문혜영 선생의 진실한 자아상이다. 하지만, 우주론적 존재관으로 자아를 객관화하는 문혜영 시인의 사유는 그 나름 위대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오래전 철인 키르케고르마저 사람에 대한 『불안의 개념』을 쓰지 않았던가. 불안은 실존의 본질이다.
3. 맺는말
무릇 창작이란 진실, 진리를 탐색하는 고도의 정신 활동이다. 예술 창작은 그 모색 과정에서 감성과 지성이 혼연일체가 된 자기 고백적 표출 행위를 통해 독자를 감동케 한다. 그 대상이 아무리 일반적인 것이라도 궁극적으로 자아상의 표출과 무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문혜영 시인의 시집 『축배』에 실린 102편의 시는 현저한 자기 고백록이다. 그는 극한의 병고와 20년을 함께했고, 그 고통의 치명적 실사까지도 숨김없이 고백하고 있다. 그의 시를 읽으며 그의 통고 체험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는 진실의 힘이다.
그는 일찍이 탁월한 수필가로 문명文名을 날렸고, 시단에 나온 이후에는 수필과 시로 우리 문단의 정신세계를 실팍하게 한 우리 문예계의 중진이다.
그런 귀한 재사才士가 극한에 직면해 지금 현존과 비현존의 어름(Borderline)에서 더할 나위 없이 위중한 통고 체험痛苦體驗에 부대끼고 있다. 현존의 위기다. 그럼에도 그의 시가 품은 철리哲理와 심미안, 고통의 무게는 불가사의하게 양립해 있다.
이런 통고의 시기에도 문혜영 시인의 예술적 재기才氣는 촉수를 벼리며 생기를 잃지 않는다. 특히 순수 자연 현상을 조응照應하기에 익숙하며, 그 자체를 '관계의 미학'으로 관조하는 자세야말로 경이롭다. 그의 시적 화법話法은 '보여주기 기법(A way of showing)'이어서, 독선에 빠져들 위험은 원초적으로 배제된다. 그가 말로 그린 아픈 그림을, 우리는 그의 시에서 보게 된다.
6·25전쟁으로 인한 문혜영 시인의 비극적 가족사는 그의 시 정신의 심층에서 집요하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더욱이 극한적 병고 체험은 오죽해야 "온전한 몸으로/ 한 삼 년 누려봤으면" (시 「한 삼 년」 전문)이라 하겠는가. 오래된 암 투병 중에 '세 번째로 겪는 압박 골절상' 역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자신의 처지를 프로메테우스의 운명적 고투에 비유할 만큼 처절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는 그 극한의 병고에도 꺾이지 않는다. 그의 정신 밑바닥엔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묵묵히 견디며 살아낸 어머니가 신앙처럼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살이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전설로 새겨진 겨울 칼바람 속 어머니는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나를 견디게 하는 근원이 되었다
- 시 「모도의 겨울 밤바다」
문혜영 시인 역시 어머니가 살아오신 것처럼 묵묵히 삶의 자리에 순응하며 늘 대긍정의 자세를 지키며 힘든 시간을 견디어 왔다.
때론 불교적 무상감을 빌려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견뎌내기도 하지만, 마침내 구약성서 『잠언』을 붙들고 오르막길을 더위잡는다. 성심聖心여자대학에서 가톨릭 신앙, 그 거룩한 사랑에 순명順命하던 본연의 모습으로 회귀한 것이기를 바란다.
요컨대, 그는 타고난 예술적 천분과 심도 있는 이성과 드높은 초월관으로 명시들을 남긴다. 「길을 간다」 「나를 지운다」 「시를 버린다」 「내가 사랑한 우주」 「괜찮아」로 대표되는 명작들이다.
현존과 비현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쓴 그의 시집 『축배』의 상재上梓에 축도를 보내며, 신약 성서 『야고보서』 5장 15절 말씀으로 우뚝 일어서기를 빈다. 평설자는 이 글을 쓰는 동안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참기 어려웠다. 결론이 길어진 부득이한 이유다.?
목차
목차
차례
시인의 말__5
1부
꽃잎 하나의 무게로
낙화
흐르는 대로
딱새 한 마리
초대
유월의 풍경
나는 달팽이
그림자
매미 울음
망망대해
미친 사랑
이 여자
꿀벌이 되어
여생?
숨 다하면
나를 지운다
벌거숭이 삶
용광로
달관
네 마음을 지키라
2부
내가 사랑한 우주
더듬이
시를 버린다
마음 밭
풍경 하나
부처님 오신 날
생명으로 태어남이
배경
꽃비 내리던 날
하얀 나비
딱따구리
생강나무꽃이 피었습니다
실없는 날들
마음 접기
봄밤
다 잊힌 줄 알았건만
병꽃
동창
순간과 영원
발자국을 남기면
3부
시간이 길을 만든다
중심
도돌이표
괜찮아
치악산
모도의 겨울 밤바다
슈퍼대디
뒷모습
시간아, 제발
아직 거짓말 같다
빈 둥지
항아리
친구
우리는
화양연화 시절
언젠간
노인
골든타임
병풍
배웅
어둠이 나를 데리고 논다
4부
견인
새들은
한 삼 년
꿈길
길을 간다
꿈에서조차
목구멍
모난 돌
딜
마지노선
뜨락
기적
정글
비상사태
활화산
사슬
허공을 움켜쥔다
해피엔딩
타이밍
더할 나위 없는
잡초의 독백
5부
부러운 사람
능소화
봄날
속앓이
정체성
근사체험近死體驗
길냥이
은신처
토룡 도사
참 다행이다
안마
부스럼
돌돌이
속잎
커피
굴레방다리 장국밥
다시 오르막길에
비빔밥
행보
시간의 간극
■ 평설: '현존과 비현존의 어름' 그 통고 체험
시인의 말__5
1부
꽃잎 하나의 무게로
낙화
흐르는 대로
딱새 한 마리
초대
유월의 풍경
나는 달팽이
그림자
매미 울음
망망대해
미친 사랑
이 여자
꿀벌이 되어
여생?
숨 다하면
나를 지운다
벌거숭이 삶
용광로
달관
네 마음을 지키라
2부
내가 사랑한 우주
더듬이
시를 버린다
마음 밭
풍경 하나
부처님 오신 날
생명으로 태어남이
배경
꽃비 내리던 날
하얀 나비
딱따구리
생강나무꽃이 피었습니다
실없는 날들
마음 접기
봄밤
다 잊힌 줄 알았건만
병꽃
동창
순간과 영원
발자국을 남기면
3부
시간이 길을 만든다
중심
도돌이표
괜찮아
치악산
모도의 겨울 밤바다
슈퍼대디
뒷모습
시간아, 제발
아직 거짓말 같다
빈 둥지
항아리
친구
우리는
화양연화 시절
언젠간
노인
골든타임
병풍
배웅
어둠이 나를 데리고 논다
4부
견인
새들은
한 삼 년
꿈길
길을 간다
꿈에서조차
목구멍
모난 돌
딜
마지노선
뜨락
기적
정글
비상사태
활화산
사슬
허공을 움켜쥔다
해피엔딩
타이밍
더할 나위 없는
잡초의 독백
5부
부러운 사람
능소화
봄날
속앓이
정체성
근사체험近死體驗
길냥이
은신처
토룡 도사
참 다행이다
안마
부스럼
돌돌이
속잎
커피
굴레방다리 장국밥
다시 오르막길에
비빔밥
행보
시간의 간극
■ 평설: '현존과 비현존의 어름' 그 통고 체험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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