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사가 좋은 죽음을 묻습니다
죽은 자를 청소하는 길해용이 직접 경험한 삶의 마지막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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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유품과 흔적은 증거,
탐정처럼 유품과 흔적을 읽고,
'홀로 죽은 사람들'의 삶을 16편의 이야기로 복원하다
저자가 기록한 것은 단지 '죽음'만이 아니라, 장례식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의 이야기였다
"유품은 단지 죽은 사람이 남긴 물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말해주는 증거"
탐정은 범인을 찾는다. 그러나 유품정리사 길해용은 사람을 찾는다. 정확하게는 세상을 떠난 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을 복원한다. 바꿔 말해 저자 길해용은 유품을 정리하는 사람이면서, 유품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을 복원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2014년부터 고독사로 삶을 마감한 사람들과 그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블로그와 유튜브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본업을 하면서 기록하는 일이라 쉽지 않았지만 16편의 이야기를 완성하게 되었다. '홀로 죽은 사람들'은 세상을 떠난 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들을 추억하거나 돌아볼 사람도 없다. 이야기의 소재는 모두 어떤 사람이 '홀로 죽은 순간'부터 시작된다.
책에 실린 16편의 이야기는 모두 실제이며, 그 속의 주인공과 가족, 건물주, 이웃 사람, 관계 공무원 등 주변인들의 삶이 기록되어 있다. 보호종료 청년, 20대 여성, 독거노인, 기러기아빠, 가족과 단절된 아버지, 마지막까지 반려동물을 걱정했던 여성, 입주자의 죽음으로 화가 난 건물주, 이웃 사람, 주정뱅이 등이 그들이다. '홀로 죽은 사람'들의 직업과 관계망은 화려하지 않다. 누가 보아도 측은함과 연민이 생길 만큼 보잘 것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우리의 편견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 행복하지 않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외롭고 힘들게 살다가 서른 무렵 고독사를 했던 여성이 있다. 그러나 이 여성은 평소 글쓰기를 좋아했고, 그녀가 소장했던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듯 사용감이 많았다. 힘들게 성장했지만 독서를 즐기며 나름의 멋진 인생을 꿈꾸었다.
또 죽은 순간에도 자기만의 자존감 지키려 했고 감성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는 유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었다.
"진짜 미안한 것은 주인집 할머니, 사모님"
"오랜 고향 친구가 생각나서 연락처 남깁니다. 이쪽으로 연락바랍니다."
고인(故人) 중에는 자식에게 무책임하거나 주변에 피해를 주는 등 우리가 흔히 '나쁜 X'라고 부르는, 그에 해당하는 사람도 있다. 또 어느 순간 그들은 고립감과 생활의 어려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의 의지와 삶의 투지를 발휘하지 못했고 그것이 너무나 견디기 힘들어 홀로 죽을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누군가의 아들·딸이자 친구였고, 또 죽는 순간까지도 누군가에게 미안해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죽기 얼마 전부터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들의 죽음에는 기다림, 적막감 등 모든 것이 뒤섞여 있었다.
유품과 흔적이 알려주는 삶의 기록
유품정리사가 처음 마주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흔적과 유품이다. 유서와 일기장, 방 한구석에 벗어 놓은 낡은 운동화와 비어 있는 냉장고, 몇 달째 넘기지 못한 달력과 한 장의 가족 사진, 손때 묻은 다이어리와 읽다 만 책, 벽에 걸린 메모와 변사체의 냄새가 밴 통장 같은 유품은 물론 변사체의 오염물이 배인 침대와 이불, 변사체에서 흘러나온 인체 기름과 남겨진 피부조직, 변사체 오염물을 먹이로 살아가는 구더기와 파리 등이 그것이다.
이 물건들은 흔한 말로 화려하지 않다. 보잘 것 없거나 사용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며 어떤 것은 보는 것조차 싫을 때도 있다. 또 이것들은 말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들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서와 일기장에는 고인(故人)의 삶과 애환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고, 작은 거울과 선반 위에 놓인 화장품 몇 개는 죽기 직전 고인의 외로움을 말해주고, 양복과 와이셔츠 2벌, 코트 한 벌과 구두 한 켤레는 긍정적으로는 검소함과 미래를 위한 저축이고, 부정적으로는 가난함을 보여준다. 흔적은 유품만이 아니라 사체(死體)에서 나온 생물학적인 오염물로도 남아 있다. 노란색의 걸쭉한 기름이 있다면 그것은 고인이 비만이었음을 말해주고, 현장이 검붉은색을 띠는 것은 고인이 다량으로 피를 흘렸음을 말해준다.
저자가 복원하는 것은 죽음 직후의 모습만이 아니다. 그 이전의 삶이다. 책을 읽으면 16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어떤 꿈을 꾸고 어떻게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왔는지, 무엇을 끝내 내려놓지 못했는지 등을 상상할 수 있는데, 이야기의 주체는 고인의 유품과 흔적이다.
눈물을 강요하거나 연민을 소비하지 않는다
책에 실린 16편의 이야기에는 착한 사람도,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야기 속 인물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추적하고, 유품이 말해주는 객관적 사실을 기록할 뿐, 연민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죽음을 다룬 이야기는 쉽게 눈물을 자극한다. 여기에 안타까운 사연을 강조하고 슬픔을 덧붙이면 독자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렇게 쓰지 않았다.
저자는 고독사한 갓 서른 여성의 유서를 읽을 때도, 아들이 고독사한 아버지를 보지 않겠다고 말할 때도, 또 건물주가 자기 건물에서 죽은 세입자를 욕할 때도 누가 착하고, 누가 악인인지를 판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행동과 목소리,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객관적으로 기술했다. 또 저자는 고독사 현장에서 반려 동물을 보았을 때도, 반려 동물 입양자를 찾을 때도 담담하게 그 과정을 기록할 뿐 자신의 감정을 개입하지 않는다.
이 책을 쓰면서 저자에게 중요했던 것은 고인에 대한 애정과 함께 "어떻게 이런 삶이 가능했을까, 어떻게 이런 고립감을 견뎌냈을까? 왜 이런 단절이 있었을까?"와 같은 관심과 이에 대한 사실적인 기록뿐이었다. 평범한 사람이 살다가 어느 날부터 관계가 끊어졌으며, 어느 순간 홀로 죽었다. 저자가 복원하려는 것은 죽음 직후 삶의 흔적과 유품만이 아니다. 죽음 이전에 존재했던 한 사람의 삶이다.
죽음을 다루지만 결국 '좋은 삶'과 '좋은 죽음'을 이야기한다
16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살아 있는 독자에게 돌아온다. 나는 지금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나의 마지막에는 무엇이 남을 것인가. 책 제목의 '좋은 죽음'은 결국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동시에 맞닿아 있다.
일반인은 모르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가장 사실적으로 기록한 인문 르포
죽음은 장례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죽음을 안다고 생각한다. 장례식에 참석하고, 영정을 바라보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죽음 후에는 어떤 흔적이 남아 있는지,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무엇이 마지막까지 그의 삶을 증언하는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이 책은 바로 그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는 세계를 가장 사실적으로 기록한 르포이다. 유품정리 현장이라고 했을 때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비어 있는 냉장고, 전기가 끊긴 집, 낡은 신발, 다이어리, 낡은 사진들, 냄새가 밴 통장, 빈 소주병 등이다. 그러나 유품정리현장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범위를 넘어설 때가 많다.
죽은 이의 아들은 아버지의 유품을 버리고 통장만 가져갔다
세입자로 살던 노인이 죽었다. 그러자 건물주는 아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아들은 건물주의 연락에 제대로 호응하지 않았다. 아들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귀찮은 일일뿐이었다. 그러나 건물주가 아버지의 유품에서 현금이 든 통장이 발견되었다고 하자 아들은 곧바로 달려왔고 통장과 도장을 가져갔다. 그러나 아버지의 추억이 서린 사진은 버려 달라고 했다.
아파트에서 고독사가 발생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냄새를 견디지 못했고, 관리사무소 측에 서둘러 유품정리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유품정리를 시작하자마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웃 주민(바로 옆집 여자)이 반대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옆집 사람의 고독사와 유품정리업무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보았다며 막무가내로 유품정리를 반대했다. 알고 보니 그녀의 속셈은 피해 보상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웃 주민(바로 옆집 여자) 때문에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유품정리 현장은 죽음 이후 인간의 욕망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모든 유품정리현장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금전 때문에 고인을 추모하기보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욕망이 심하게 충돌하기도 한다. 세입자의 죽음 때문에 피해를 본 건물주 중에는 고인을 애도하기보다 온갖 욕을 고인에게 퍼부으며 자신의 화를 풀기도 한다.
변사체 오염물은 쓰레기봉투에 버려진다
많은 경우 고인이 사망한지 며칠, 몇 주 만에 발견되지만, 적지 않은 숫자는 몇 달 이상, 심지어 죽은 후 1년이 되었을 때 발견되기도 한다. 또한 고인의 냄새는 침대와 이불 등 생활용품에만 배어있지 않다. 심한 경우 고인의 냄새는 벽지 안쪽의 콘크리트에까지 스며 있다. 사체 오염물도 냄새와 마찬가지로 콘크리트 벽과 바닥으로 스며있기도 하다.
또한 충격적인 것은 변사체 오염물이 쓰레기봉투에 담겨 주택가에 버려지기도 한다. 고독사 현장의 시신에서 흘러나온 오염된 혈액, 체액, 분비물, 인체조직 등이 일반적인 유품과 함께 주택가에 버려지기도 하는 것이다.
상속절차, 비용 부담 등의 법적 다툼까지, 때론 유품정리보다 어려워
유품정리 비용은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세입자가 고독사를 했을 경우, 임대인과 유가족 사이에 법적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세입자 중에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건물주는 임의대로 유품정리를 할 수 없다. 이 순간 건물주는 '고독사 현장을 그대로 보존할 것인가, 정리할 것인가'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는 유가족도 비슷하다.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에도 유가족은 고인의 재산과 관련한 상속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런 법적 절차 때문에 생기는 난감함은 무연고사망자의 자동차에도 적용된다. 자동차가 고인의 명의로 되어 있을 경우,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보관되거나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무연고 사망자의 차량은 상속재산이기 때문에 유가족이 나타날 때까지 무한정 방칠 될 수밖에 없다. 때론 이런 차량이 대포 차량으로 돌아다니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죽음을 소재로 한 에세이가 아니다. '홀로 죽은 사람'들의 삶을 복원하면서 '좋은 죽음'과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또 죽음 이후의 현장을 충실하게 사실적으로 묘사·설명한 독특한 기록이며, 정서적 고립, 가족 관계의 단절과 1인 가구의 증가 등 예전과 다른 사회적 관계가 설정되어 가는 시대의 사회학으로, 인간과 사회를 성찰하게 한다.
'홀로 죽은 이들'의 흔적과 유품에서 발견한 관계의 흔적
우리는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내가 사라졌을 때, 가장 먼저 알아차릴 사람은 누구일까."
1인 가구가 늘고 혼자 사는 일이 일상이 된 시대. 휴대전화와 SNS로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만, 며칠 동안 누구와도 말을 나누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내가 어느 날 연락을 멈춘다면, 가장 먼저 나를 찾을 사람은 누구일까.
이 책은 홀로 죽은 이들이 어떻게 살았고, 누구와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추적한 인문 르포이기도 하다. 12년 넘게 수많은 죽음의 현장을 정리해온 유품정리사 길해용은 홀로 죽은 사람들의 방에서 뜻밖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들은 혼자 죽었지만, 완전히 혼자 살았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관계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세상과 이어진 관계망이 너무 가늘어져 있었다.
죽음을 앞두고 고향 친구를 떠올리고 자신이 죽은 방의 건물주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사람도 있었다. 또 호적상으로 부자지간이지만 실제로 남남이나 마찬가지였던 아버지와 아들,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층에서 단절된 채 살아간 부자,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키우던 작은 생명을 걱정한 사람, 죽음 이후 돌아가신 어머니와 반려견까지 셋이 함께 있게 해달라는 유언을 남긴 20대 아가씨도 있었다.
그들은 왜 홀로 죽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들과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런 질문은 어느 순간 죽은 사람에게서 살아 있는 독자에게로 향한다. 나는 지금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내가 며칠 동안 연락하지 않으면 나를 찾을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누군가의 안부를 마지막으로 언제 물었는가?
수많은 죽음의 현장을 정리한 유품정리사 길해용이 끝내 묻게 된 것은 '죽음'만이 아니었다. 좋은 죽음은 무엇인지, 그리고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였다. 홀로 죽은 이들의 삶을 통해, 결국 나의 삶과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탐정처럼 유품과 흔적을 읽고,
'홀로 죽은 사람들'의 삶을 16편의 이야기로 복원하다
저자가 기록한 것은 단지 '죽음'만이 아니라, 장례식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의 이야기였다
"유품은 단지 죽은 사람이 남긴 물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말해주는 증거"
탐정은 범인을 찾는다. 그러나 유품정리사 길해용은 사람을 찾는다. 정확하게는 세상을 떠난 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을 복원한다. 바꿔 말해 저자 길해용은 유품을 정리하는 사람이면서, 유품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을 복원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2014년부터 고독사로 삶을 마감한 사람들과 그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블로그와 유튜브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본업을 하면서 기록하는 일이라 쉽지 않았지만 16편의 이야기를 완성하게 되었다. '홀로 죽은 사람들'은 세상을 떠난 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들을 추억하거나 돌아볼 사람도 없다. 이야기의 소재는 모두 어떤 사람이 '홀로 죽은 순간'부터 시작된다.
책에 실린 16편의 이야기는 모두 실제이며, 그 속의 주인공과 가족, 건물주, 이웃 사람, 관계 공무원 등 주변인들의 삶이 기록되어 있다. 보호종료 청년, 20대 여성, 독거노인, 기러기아빠, 가족과 단절된 아버지, 마지막까지 반려동물을 걱정했던 여성, 입주자의 죽음으로 화가 난 건물주, 이웃 사람, 주정뱅이 등이 그들이다. '홀로 죽은 사람'들의 직업과 관계망은 화려하지 않다. 누가 보아도 측은함과 연민이 생길 만큼 보잘 것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우리의 편견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 행복하지 않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외롭고 힘들게 살다가 서른 무렵 고독사를 했던 여성이 있다. 그러나 이 여성은 평소 글쓰기를 좋아했고, 그녀가 소장했던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듯 사용감이 많았다. 힘들게 성장했지만 독서를 즐기며 나름의 멋진 인생을 꿈꾸었다.
또 죽은 순간에도 자기만의 자존감 지키려 했고 감성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는 유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었다.
"진짜 미안한 것은 주인집 할머니, 사모님"
"오랜 고향 친구가 생각나서 연락처 남깁니다. 이쪽으로 연락바랍니다."
고인(故人) 중에는 자식에게 무책임하거나 주변에 피해를 주는 등 우리가 흔히 '나쁜 X'라고 부르는, 그에 해당하는 사람도 있다. 또 어느 순간 그들은 고립감과 생활의 어려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의 의지와 삶의 투지를 발휘하지 못했고 그것이 너무나 견디기 힘들어 홀로 죽을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누군가의 아들·딸이자 친구였고, 또 죽는 순간까지도 누군가에게 미안해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죽기 얼마 전부터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들의 죽음에는 기다림, 적막감 등 모든 것이 뒤섞여 있었다.
유품과 흔적이 알려주는 삶의 기록
유품정리사가 처음 마주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흔적과 유품이다. 유서와 일기장, 방 한구석에 벗어 놓은 낡은 운동화와 비어 있는 냉장고, 몇 달째 넘기지 못한 달력과 한 장의 가족 사진, 손때 묻은 다이어리와 읽다 만 책, 벽에 걸린 메모와 변사체의 냄새가 밴 통장 같은 유품은 물론 변사체의 오염물이 배인 침대와 이불, 변사체에서 흘러나온 인체 기름과 남겨진 피부조직, 변사체 오염물을 먹이로 살아가는 구더기와 파리 등이 그것이다.
이 물건들은 흔한 말로 화려하지 않다. 보잘 것 없거나 사용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며 어떤 것은 보는 것조차 싫을 때도 있다. 또 이것들은 말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들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서와 일기장에는 고인(故人)의 삶과 애환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고, 작은 거울과 선반 위에 놓인 화장품 몇 개는 죽기 직전 고인의 외로움을 말해주고, 양복과 와이셔츠 2벌, 코트 한 벌과 구두 한 켤레는 긍정적으로는 검소함과 미래를 위한 저축이고, 부정적으로는 가난함을 보여준다. 흔적은 유품만이 아니라 사체(死體)에서 나온 생물학적인 오염물로도 남아 있다. 노란색의 걸쭉한 기름이 있다면 그것은 고인이 비만이었음을 말해주고, 현장이 검붉은색을 띠는 것은 고인이 다량으로 피를 흘렸음을 말해준다.
저자가 복원하는 것은 죽음 직후의 모습만이 아니다. 그 이전의 삶이다. 책을 읽으면 16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어떤 꿈을 꾸고 어떻게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왔는지, 무엇을 끝내 내려놓지 못했는지 등을 상상할 수 있는데, 이야기의 주체는 고인의 유품과 흔적이다.
눈물을 강요하거나 연민을 소비하지 않는다
책에 실린 16편의 이야기에는 착한 사람도,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야기 속 인물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추적하고, 유품이 말해주는 객관적 사실을 기록할 뿐, 연민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죽음을 다룬 이야기는 쉽게 눈물을 자극한다. 여기에 안타까운 사연을 강조하고 슬픔을 덧붙이면 독자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렇게 쓰지 않았다.
저자는 고독사한 갓 서른 여성의 유서를 읽을 때도, 아들이 고독사한 아버지를 보지 않겠다고 말할 때도, 또 건물주가 자기 건물에서 죽은 세입자를 욕할 때도 누가 착하고, 누가 악인인지를 판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행동과 목소리,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객관적으로 기술했다. 또 저자는 고독사 현장에서 반려 동물을 보았을 때도, 반려 동물 입양자를 찾을 때도 담담하게 그 과정을 기록할 뿐 자신의 감정을 개입하지 않는다.
이 책을 쓰면서 저자에게 중요했던 것은 고인에 대한 애정과 함께 "어떻게 이런 삶이 가능했을까, 어떻게 이런 고립감을 견뎌냈을까? 왜 이런 단절이 있었을까?"와 같은 관심과 이에 대한 사실적인 기록뿐이었다. 평범한 사람이 살다가 어느 날부터 관계가 끊어졌으며, 어느 순간 홀로 죽었다. 저자가 복원하려는 것은 죽음 직후 삶의 흔적과 유품만이 아니다. 죽음 이전에 존재했던 한 사람의 삶이다.
죽음을 다루지만 결국 '좋은 삶'과 '좋은 죽음'을 이야기한다
16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살아 있는 독자에게 돌아온다. 나는 지금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나의 마지막에는 무엇이 남을 것인가. 책 제목의 '좋은 죽음'은 결국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동시에 맞닿아 있다.
일반인은 모르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가장 사실적으로 기록한 인문 르포
죽음은 장례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죽음을 안다고 생각한다. 장례식에 참석하고, 영정을 바라보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죽음 후에는 어떤 흔적이 남아 있는지,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무엇이 마지막까지 그의 삶을 증언하는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이 책은 바로 그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는 세계를 가장 사실적으로 기록한 르포이다. 유품정리 현장이라고 했을 때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비어 있는 냉장고, 전기가 끊긴 집, 낡은 신발, 다이어리, 낡은 사진들, 냄새가 밴 통장, 빈 소주병 등이다. 그러나 유품정리현장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범위를 넘어설 때가 많다.
죽은 이의 아들은 아버지의 유품을 버리고 통장만 가져갔다
세입자로 살던 노인이 죽었다. 그러자 건물주는 아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아들은 건물주의 연락에 제대로 호응하지 않았다. 아들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귀찮은 일일뿐이었다. 그러나 건물주가 아버지의 유품에서 현금이 든 통장이 발견되었다고 하자 아들은 곧바로 달려왔고 통장과 도장을 가져갔다. 그러나 아버지의 추억이 서린 사진은 버려 달라고 했다.
아파트에서 고독사가 발생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냄새를 견디지 못했고, 관리사무소 측에 서둘러 유품정리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유품정리를 시작하자마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웃 주민(바로 옆집 여자)이 반대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옆집 사람의 고독사와 유품정리업무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보았다며 막무가내로 유품정리를 반대했다. 알고 보니 그녀의 속셈은 피해 보상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웃 주민(바로 옆집 여자) 때문에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유품정리 현장은 죽음 이후 인간의 욕망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모든 유품정리현장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금전 때문에 고인을 추모하기보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욕망이 심하게 충돌하기도 한다. 세입자의 죽음 때문에 피해를 본 건물주 중에는 고인을 애도하기보다 온갖 욕을 고인에게 퍼부으며 자신의 화를 풀기도 한다.
변사체 오염물은 쓰레기봉투에 버려진다
많은 경우 고인이 사망한지 며칠, 몇 주 만에 발견되지만, 적지 않은 숫자는 몇 달 이상, 심지어 죽은 후 1년이 되었을 때 발견되기도 한다. 또한 고인의 냄새는 침대와 이불 등 생활용품에만 배어있지 않다. 심한 경우 고인의 냄새는 벽지 안쪽의 콘크리트에까지 스며 있다. 사체 오염물도 냄새와 마찬가지로 콘크리트 벽과 바닥으로 스며있기도 하다.
또한 충격적인 것은 변사체 오염물이 쓰레기봉투에 담겨 주택가에 버려지기도 한다. 고독사 현장의 시신에서 흘러나온 오염된 혈액, 체액, 분비물, 인체조직 등이 일반적인 유품과 함께 주택가에 버려지기도 하는 것이다.
상속절차, 비용 부담 등의 법적 다툼까지, 때론 유품정리보다 어려워
유품정리 비용은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세입자가 고독사를 했을 경우, 임대인과 유가족 사이에 법적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세입자 중에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건물주는 임의대로 유품정리를 할 수 없다. 이 순간 건물주는 '고독사 현장을 그대로 보존할 것인가, 정리할 것인가'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는 유가족도 비슷하다.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에도 유가족은 고인의 재산과 관련한 상속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런 법적 절차 때문에 생기는 난감함은 무연고사망자의 자동차에도 적용된다. 자동차가 고인의 명의로 되어 있을 경우,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보관되거나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무연고 사망자의 차량은 상속재산이기 때문에 유가족이 나타날 때까지 무한정 방칠 될 수밖에 없다. 때론 이런 차량이 대포 차량으로 돌아다니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죽음을 소재로 한 에세이가 아니다. '홀로 죽은 사람'들의 삶을 복원하면서 '좋은 죽음'과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또 죽음 이후의 현장을 충실하게 사실적으로 묘사·설명한 독특한 기록이며, 정서적 고립, 가족 관계의 단절과 1인 가구의 증가 등 예전과 다른 사회적 관계가 설정되어 가는 시대의 사회학으로, 인간과 사회를 성찰하게 한다.
'홀로 죽은 이들'의 흔적과 유품에서 발견한 관계의 흔적
우리는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내가 사라졌을 때, 가장 먼저 알아차릴 사람은 누구일까."
1인 가구가 늘고 혼자 사는 일이 일상이 된 시대. 휴대전화와 SNS로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만, 며칠 동안 누구와도 말을 나누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내가 어느 날 연락을 멈춘다면, 가장 먼저 나를 찾을 사람은 누구일까.
이 책은 홀로 죽은 이들이 어떻게 살았고, 누구와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추적한 인문 르포이기도 하다. 12년 넘게 수많은 죽음의 현장을 정리해온 유품정리사 길해용은 홀로 죽은 사람들의 방에서 뜻밖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들은 혼자 죽었지만, 완전히 혼자 살았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관계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세상과 이어진 관계망이 너무 가늘어져 있었다.
죽음을 앞두고 고향 친구를 떠올리고 자신이 죽은 방의 건물주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사람도 있었다. 또 호적상으로 부자지간이지만 실제로 남남이나 마찬가지였던 아버지와 아들,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층에서 단절된 채 살아간 부자,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키우던 작은 생명을 걱정한 사람, 죽음 이후 돌아가신 어머니와 반려견까지 셋이 함께 있게 해달라는 유언을 남긴 20대 아가씨도 있었다.
그들은 왜 홀로 죽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들과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런 질문은 어느 순간 죽은 사람에게서 살아 있는 독자에게로 향한다. 나는 지금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내가 며칠 동안 연락하지 않으면 나를 찾을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누군가의 안부를 마지막으로 언제 물었는가?
수많은 죽음의 현장을 정리한 유품정리사 길해용이 끝내 묻게 된 것은 '죽음'만이 아니었다. 좋은 죽음은 무엇인지, 그리고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였다. 홀로 죽은 이들의 삶을 통해, 결국 나의 삶과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목차
목차
들어가며
1장 누군가를 기다리던 마음
다이어리에 남겨진 문장들
19살 청년의 마지막 겨울
전해지지 못한 유서 한 장
20대 여성의 죽음과 반려견, 그리고 이웃들
마지막 친구, 도마뱀붙이 3마리
2장 나의 사랑은 어디에
검소했던 기러기아빠
아버지를 왜 봐야 하죠
건물주의 하소연
3장 남겨진 질문들
골판지와 양변기
주정뱅이
상속 포기
통장과 한 장의 사진
반지하와 3층
4장 작은 온기를 생각하며
이웃 주민
그냥 쓰레기봉투에 버리세요
1년 후, 발견된 시신
부록: 홀로 죽은 자들이 남긴 실제 삶의 흔적들
1장 누군가를 기다리던 마음
다이어리에 남겨진 문장들
19살 청년의 마지막 겨울
전해지지 못한 유서 한 장
20대 여성의 죽음과 반려견, 그리고 이웃들
마지막 친구, 도마뱀붙이 3마리
2장 나의 사랑은 어디에
검소했던 기러기아빠
아버지를 왜 봐야 하죠
건물주의 하소연
3장 남겨진 질문들
골판지와 양변기
주정뱅이
상속 포기
통장과 한 장의 사진
반지하와 3층
4장 작은 온기를 생각하며
이웃 주민
그냥 쓰레기봉투에 버리세요
1년 후, 발견된 시신
부록: 홀로 죽은 자들이 남긴 실제 삶의 흔적들
저자
저자
길해용 2012년부터 유품정리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유품정리사협회 회장이며 유품정리·특수청소 전문업체 스위퍼스의 대표이다. KBS, MBC, JTBC, 연합뉴스, EBS, TV조선, 국민일보 등 다양한 미디어에 출연, 고독사의 사회적인 문제는 물론 삶의 마지막 모습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를 우리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유품정리를 시작했던 초기, 단순히 죽음의 현장에서 참혹한 흔적만을 지우는 것으로 일에 접근했다. 그러나 수많은 주검과 남은 유품을 접하면서, 고인(故人)은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라는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나아가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것을 되묻게 되었다.
저자는 이 시대에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고, 관계의 고립, 정서적 고립 속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거나 존중받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하는 일이 없도록 사회가 시스템을 갖춰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와 고독사 예방을 위한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품정리를 시작했던 초기, 단순히 죽음의 현장에서 참혹한 흔적만을 지우는 것으로 일에 접근했다. 그러나 수많은 주검과 남은 유품을 접하면서, 고인(故人)은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라는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나아가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것을 되묻게 되었다.
저자는 이 시대에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고, 관계의 고립, 정서적 고립 속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거나 존중받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하는 일이 없도록 사회가 시스템을 갖춰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와 고독사 예방을 위한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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