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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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은 누가, 어떻게, 무엇으로 정하는가
르네상스 공방에서 AI 경매까지, 미술 생태계 700년의 작동 원리
미술 작품을 이야기할 때 작가의 삶을 이해하고 작품 자체의 형식미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작품이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사회적, 경제적 배경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유통 과정에서 오히려 더 중요한 위상을 얻은 작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즉, 작가의 이름과 작품의 양식만으로는 그 작품을 절반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 책은 나머지 '절반'을 정면으로 다룬다. 미술사와 미술경영을 아우르는 글로벌 아트 디렉터 이지윤은 20년 이상 현장에서 쌓은 이력을 바탕으로 서양미술의 면면을 '미술 생태계art ecology' 속에서 소개한다. 르네상스 주문자들의 권력 다툼, 흑사병 이후 폭등한 작품 가격, 루벤스의 공장형 스튜디오,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탄생과 성장, 인상파를 발굴한 컬렉터들의 안목, AI 미술의 뉴욕 현대미술관 입성 그리고 프리즈 서울과 K-아트의 부상까지.
이 책의 이야기들은 미술 작품이 만들어지는 정치, 경제, 권력적 '맥락'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이해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또, 하나의 미술 작품이 시대별로 어떻게 다른 '가치'와 '목적'을 갖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변화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미술의 가치를 이해하면 비즈니스가 읽히고, 비즈니스를 읽을 수 있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이것은 미술 전공자나 아트테크에 관련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미술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작품을 읽는 새로운 문법을, 비즈니스의 최전선에 선 독자에게는 창조산업의 작동 원리를, 그리고 한국 미술의 다음 장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20여 년의 생생한 현장 기록을 제공할 것이다.
르네상스 공방에서 AI 경매까지, 미술 생태계 700년의 작동 원리
미술 작품을 이야기할 때 작가의 삶을 이해하고 작품 자체의 형식미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작품이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사회적, 경제적 배경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유통 과정에서 오히려 더 중요한 위상을 얻은 작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즉, 작가의 이름과 작품의 양식만으로는 그 작품을 절반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 책은 나머지 '절반'을 정면으로 다룬다. 미술사와 미술경영을 아우르는 글로벌 아트 디렉터 이지윤은 20년 이상 현장에서 쌓은 이력을 바탕으로 서양미술의 면면을 '미술 생태계art ecology' 속에서 소개한다. 르네상스 주문자들의 권력 다툼, 흑사병 이후 폭등한 작품 가격, 루벤스의 공장형 스튜디오,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탄생과 성장, 인상파를 발굴한 컬렉터들의 안목, AI 미술의 뉴욕 현대미술관 입성 그리고 프리즈 서울과 K-아트의 부상까지.
이 책의 이야기들은 미술 작품이 만들어지는 정치, 경제, 권력적 '맥락'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이해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또, 하나의 미술 작품이 시대별로 어떻게 다른 '가치'와 '목적'을 갖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변화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미술의 가치를 이해하면 비즈니스가 읽히고, 비즈니스를 읽을 수 있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이것은 미술 전공자나 아트테크에 관련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미술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작품을 읽는 새로운 문법을, 비즈니스의 최전선에 선 독자에게는 창조산업의 작동 원리를, 그리고 한국 미술의 다음 장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20여 년의 생생한 현장 기록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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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700년 전 그 그림은
누구의 부탁으로 그려졌을까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예배당은 조토 디 본도네의 프레스코화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예배당을 지은 엔리코 스크로베니의 아버지는 파도바에서 악명 높은 고리대금업자였다. 고리대금업자는 천국에 갈 수 없다는 세간의 인식 탓에, 그들 사이에서 예배당을 짓는 일은 일종의 유행이었다. 미술사에서 '조토의 걸작'이라 부르는 그 벽화는, 천국에 이르는 길을 돈으로 사려 한 어느 집안의 주문서에서 시작된 셈이다.
이런 사연을 알고 나면 그림이 다르게 보인다. 이 책의 축이 되는 개념은 미술사학자 마이클 백샌달이 제시한 '시대의 눈period eye'이다. 우리는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문화와 교육, 종교, 경제, 사회적 경험을 통해 해석한다는 관점이다. 15세기 피렌체 사람과 오늘의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같은 눈을 가졌지만, 인지적 도구로서의 눈은 전혀 다르다.
그 눈으로 다시 보면 익숙한 그림들이 낯설어진다. 우첼로의 전투 그림에서는 쓰러진 군인조차 소실점을 향해 죽어야 했다. 크라나흐는 옆에 큐피드 하나를 그려 넣는 것만으로 '합법적인' 누드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18세기 꽃 정물화에 시들고 꺾인 꽃이 섞여 있는 것은 화가의 실수가 아니라 "죽음을 기억하라."는 시대의 주문이었다. 렘브란트가 평생 유화로만 40점 넘게 남긴 자화상은 내면의 기록인 동시에, 스튜디오를 찾아온 고객 앞에 펼쳐 보이는 포트폴리오이기도 했다.
핵심은 개별 작품의 뒷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사연들이 우연히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반복되어왔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아트 디렉터이자 이 책의 저자 이지윤은 그 시스템을 '미술 생태계art ecology'라 부른다.
시장과 미술관, 컬렉터와 국가
작품의 운명을 바꾼 '작품 밖의 사람들'
미술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14세기다. 흑사병이 유럽을 휩쓴 직후 그림값은 최대 8배 가까이 치솟았고, 부를 과시하려는 신흥 상인과 죽은 이를 추모하려는 수요가 시장을 만들었다. 주문을 받아 만들던 '선주문 후제작'이 먼저 만들어 파는 '선제작 후판매'로 넘어가면서, 미술품은 비로소 상품이 되었다.
이 구조는 이후 700년 동안 정교해진다. 18세기 런던에서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문을 열고, 프랑스 혁명으로 쏟아져 나온 귀족의 재산이 영국으로 흘러들며 경매는 산업이 되었다. 세잔의 작품 150여 점을 싹쓸이해 잊힌 화가를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세운 딜러 볼라르, 마음에 드는 그림을 몇 달씩 거실에 걸어두고 확신이 서야 사들인 컬렉터 코톨드, 마티스와 세잔을 나란히 걸어두었던 거트루드 스타인의 살롱까지. 작품의 운명을 바꾼 것은 언제나 '작품 밖의 사람들'이었다.
여기서 저자는 시장의 작동 원리를 냉정하게 정리한다. 작품 가격은 1차 시장인 갤러리에서 형성되기 시작하고, 학력과 전시 이력, 비영리기관 초대전 횟수, 공신력 있는 미술관의 소장 여부가 차곡차곡 값을 쌓아 올린다. 그리고 한 작가를 꾸준히 지켜보며 작품을 사들이는 컬렉터가 200명쯤 확보되면, 비평이 없고 미술관이 소장하지 않아도 그 작가는 살아남는다. 한편, 미술관 전시도 수상도 거치지 않은 작가가 경매에서 벼락처럼 떠오르는 '매버릭'의 사례도 나란히 놓는다. 공식은 존재하지만, 공식만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구조가 개인의 안목이 쌓인 결과이면서, 동시에 국가가 설계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영국은 2001년 공공 미술관 입장료를 전면 폐지했다. 연 600만 명이 찾는 박물관에서 1인당 1만 원씩만 받아도 연 600억 원인 수입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1851년 만국박람회에서 공산품 디자인이 조악하다는 비판을 받자 박물관과 디자인 학교를 나란히 세웠던 나라, 광고 전략가 찰스 사치가 총리에게 "영국 작가를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던 나라의 선택이었다.
그 결과가 터너상이고 테이트 모던이고 YBA이며, 현대미술의 무게중심을 뉴욕에서 런던으로 끌어온 힘이었다.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카타르가 미술에 국부를 쏟아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고리즘이 값을 매기기 시작한 지금,
미술의 가치는 다시 쓰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 700년 만에 이 생태계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2025년 초 크리스티는 주요 경매회사로는 처음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만으로 채운 경매를 열었다. 6,500명에 가까운 작가가 반대 서명에 나섰지만 경매는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총액은 추정가를 훌쩍 넘겼다. 입찰자의 절반 가까이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였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AI가 무엇을 그리느냐가 아니라, AI가 모든 미술품의 가격을 어떻게 들여다보느냐에서 일어난다. 작품 사진만 올리면 추정가를 산출하는 플랫폼이 등장했고, 시장을 24시간 감시하다 저평가된 출품작을 먼저 알아채는 '에이전틱 AI'까지 나왔다. 갤러리스트와 평생 친분을 쌓아야 겨우 들을 수 있던 귀띔이 이제, 질문 하나로 호출되는 데이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변화를 낙관하되 무비판적으로 반기지는 않는다. 전 세계 경매 데이터의 70퍼센트 이상이 서구 백인 남성 작가에 관한 것이라는 분석을 인용하며, 알고리즘이 김환기의 저평가를 교정하기는커녕 통계적으로 '정당화'해버릴 위험을 지적한다. 기술이 공정한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에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누가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읽어낼 것인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는 한국 미술시장을 두고 "지금이야말로 체질을 바꿀 기회"라고 말한다. 2024년 전 세계 미술시장의 총 거래액은 12퍼센트 줄었지만 거래 건수는 오히려 3퍼센트 늘어 4,000만 건을 넘어섰다. 흔들린 쪽은 초고가 시장의 '꼭대기'였고, 두꺼워진 쪽은 여러 작가의 여러 작품이 꾸준히 거래되는 '허리'였다. 더불어 서울은 지금, '프리즈 서울'에 매년 7만 명이 모여들고 세계 3대 경매사가 격전을 벌이는 도시가 되었다. 블루칩 작가의 화려한 수치에 가려져 있던 미술의 진짜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라는 뜻이다.
결국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것은 미술사 지식도, 투자 정보도 아니다. 한 작품 앞에서 "누가, 왜, 무엇을 위해 이것을 만들게 했는가?"를 묻는 습관이다. 그 질문을 익히고 나면 미술관의 그림이 달리 보이고, 브랜드의 아트 컬래버레이션이 왜 그 작가였는지 읽히며, 한 나라가 문화에 돈을 쓰는 이유가 보인다. 이 책의 제목처럼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 그러나 그 불순함의 지도를 손에 쥔 사람에게 미술은 비로소 온전한 얼굴을 드러내고, 새로운 세계의 비즈니스를 열어주기도 한다. 이 책은 그 지도를 독자에게 건넬 것이다.
누구의 부탁으로 그려졌을까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예배당은 조토 디 본도네의 프레스코화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예배당을 지은 엔리코 스크로베니의 아버지는 파도바에서 악명 높은 고리대금업자였다. 고리대금업자는 천국에 갈 수 없다는 세간의 인식 탓에, 그들 사이에서 예배당을 짓는 일은 일종의 유행이었다. 미술사에서 '조토의 걸작'이라 부르는 그 벽화는, 천국에 이르는 길을 돈으로 사려 한 어느 집안의 주문서에서 시작된 셈이다.
이런 사연을 알고 나면 그림이 다르게 보인다. 이 책의 축이 되는 개념은 미술사학자 마이클 백샌달이 제시한 '시대의 눈period eye'이다. 우리는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문화와 교육, 종교, 경제, 사회적 경험을 통해 해석한다는 관점이다. 15세기 피렌체 사람과 오늘의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같은 눈을 가졌지만, 인지적 도구로서의 눈은 전혀 다르다.
그 눈으로 다시 보면 익숙한 그림들이 낯설어진다. 우첼로의 전투 그림에서는 쓰러진 군인조차 소실점을 향해 죽어야 했다. 크라나흐는 옆에 큐피드 하나를 그려 넣는 것만으로 '합법적인' 누드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18세기 꽃 정물화에 시들고 꺾인 꽃이 섞여 있는 것은 화가의 실수가 아니라 "죽음을 기억하라."는 시대의 주문이었다. 렘브란트가 평생 유화로만 40점 넘게 남긴 자화상은 내면의 기록인 동시에, 스튜디오를 찾아온 고객 앞에 펼쳐 보이는 포트폴리오이기도 했다.
핵심은 개별 작품의 뒷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사연들이 우연히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반복되어왔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아트 디렉터이자 이 책의 저자 이지윤은 그 시스템을 '미술 생태계art ecology'라 부른다.
시장과 미술관, 컬렉터와 국가
작품의 운명을 바꾼 '작품 밖의 사람들'
미술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14세기다. 흑사병이 유럽을 휩쓴 직후 그림값은 최대 8배 가까이 치솟았고, 부를 과시하려는 신흥 상인과 죽은 이를 추모하려는 수요가 시장을 만들었다. 주문을 받아 만들던 '선주문 후제작'이 먼저 만들어 파는 '선제작 후판매'로 넘어가면서, 미술품은 비로소 상품이 되었다.
이 구조는 이후 700년 동안 정교해진다. 18세기 런던에서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문을 열고, 프랑스 혁명으로 쏟아져 나온 귀족의 재산이 영국으로 흘러들며 경매는 산업이 되었다. 세잔의 작품 150여 점을 싹쓸이해 잊힌 화가를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세운 딜러 볼라르, 마음에 드는 그림을 몇 달씩 거실에 걸어두고 확신이 서야 사들인 컬렉터 코톨드, 마티스와 세잔을 나란히 걸어두었던 거트루드 스타인의 살롱까지. 작품의 운명을 바꾼 것은 언제나 '작품 밖의 사람들'이었다.
여기서 저자는 시장의 작동 원리를 냉정하게 정리한다. 작품 가격은 1차 시장인 갤러리에서 형성되기 시작하고, 학력과 전시 이력, 비영리기관 초대전 횟수, 공신력 있는 미술관의 소장 여부가 차곡차곡 값을 쌓아 올린다. 그리고 한 작가를 꾸준히 지켜보며 작품을 사들이는 컬렉터가 200명쯤 확보되면, 비평이 없고 미술관이 소장하지 않아도 그 작가는 살아남는다. 한편, 미술관 전시도 수상도 거치지 않은 작가가 경매에서 벼락처럼 떠오르는 '매버릭'의 사례도 나란히 놓는다. 공식은 존재하지만, 공식만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구조가 개인의 안목이 쌓인 결과이면서, 동시에 국가가 설계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영국은 2001년 공공 미술관 입장료를 전면 폐지했다. 연 600만 명이 찾는 박물관에서 1인당 1만 원씩만 받아도 연 600억 원인 수입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1851년 만국박람회에서 공산품 디자인이 조악하다는 비판을 받자 박물관과 디자인 학교를 나란히 세웠던 나라, 광고 전략가 찰스 사치가 총리에게 "영국 작가를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던 나라의 선택이었다.
그 결과가 터너상이고 테이트 모던이고 YBA이며, 현대미술의 무게중심을 뉴욕에서 런던으로 끌어온 힘이었다.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카타르가 미술에 국부를 쏟아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고리즘이 값을 매기기 시작한 지금,
미술의 가치는 다시 쓰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 700년 만에 이 생태계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2025년 초 크리스티는 주요 경매회사로는 처음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만으로 채운 경매를 열었다. 6,500명에 가까운 작가가 반대 서명에 나섰지만 경매는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총액은 추정가를 훌쩍 넘겼다. 입찰자의 절반 가까이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였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AI가 무엇을 그리느냐가 아니라, AI가 모든 미술품의 가격을 어떻게 들여다보느냐에서 일어난다. 작품 사진만 올리면 추정가를 산출하는 플랫폼이 등장했고, 시장을 24시간 감시하다 저평가된 출품작을 먼저 알아채는 '에이전틱 AI'까지 나왔다. 갤러리스트와 평생 친분을 쌓아야 겨우 들을 수 있던 귀띔이 이제, 질문 하나로 호출되는 데이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변화를 낙관하되 무비판적으로 반기지는 않는다. 전 세계 경매 데이터의 70퍼센트 이상이 서구 백인 남성 작가에 관한 것이라는 분석을 인용하며, 알고리즘이 김환기의 저평가를 교정하기는커녕 통계적으로 '정당화'해버릴 위험을 지적한다. 기술이 공정한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에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누가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읽어낼 것인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는 한국 미술시장을 두고 "지금이야말로 체질을 바꿀 기회"라고 말한다. 2024년 전 세계 미술시장의 총 거래액은 12퍼센트 줄었지만 거래 건수는 오히려 3퍼센트 늘어 4,000만 건을 넘어섰다. 흔들린 쪽은 초고가 시장의 '꼭대기'였고, 두꺼워진 쪽은 여러 작가의 여러 작품이 꾸준히 거래되는 '허리'였다. 더불어 서울은 지금, '프리즈 서울'에 매년 7만 명이 모여들고 세계 3대 경매사가 격전을 벌이는 도시가 되었다. 블루칩 작가의 화려한 수치에 가려져 있던 미술의 진짜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라는 뜻이다.
결국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것은 미술사 지식도, 투자 정보도 아니다. 한 작품 앞에서 "누가, 왜, 무엇을 위해 이것을 만들게 했는가?"를 묻는 습관이다. 그 질문을 익히고 나면 미술관의 그림이 달리 보이고, 브랜드의 아트 컬래버레이션이 왜 그 작가였는지 읽히며, 한 나라가 문화에 돈을 쓰는 이유가 보인다. 이 책의 제목처럼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 그러나 그 불순함의 지도를 손에 쥔 사람에게 미술은 비로소 온전한 얼굴을 드러내고, 새로운 세계의 비즈니스를 열어주기도 한다. 이 책은 그 지도를 독자에게 건넬 것이다.
목차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 미술의 가치를 발견하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보인다
PART1 미술 생태계, 대전환의 시기를 맞다
- 미술 생태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다른 차원으로 진화하는 21세기 미술|시카고의 랜드마크가 말해주는 것|물질과 공간으로 관람객을 압도하다|'보는 미술'에서 '경험하는 미술'로|신기술의 등장과 미디어아트
- 순수한 미술은 애초에 없었다
매버릭 아티스트의 등장|미술 생태계의 허리를 받치고 있는 것들|언제, 누가, 무엇을 그렸는가| 미술시장에 정답은 없다|'시대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미술 생태계
PART2 미술은 그 시대의 산물이다
- 초기 르네상스, 작품을 주문한 사람들
화가의 이름이 남기 시작하다|르네상스 걸작의 주문자들|작품 속 군인은 소실점을 향해 죽는다|작품 속 오브제에 숨겨진 작가의 메시지
- 시대의 철학과 가치를 반영하는 미술
보티첼리의 유일한 비너스, 시모네타|신화의 이름으로 그린 '합법적' 누드화|왕에게 보낸 그림에 숨은 경고|400년 뒤에야 비로소 재조명된 화가|룰을 파괴할 때, 시대를 뛰어넘는다|터너, 자연 자체를 주제로 삼은 미술|시대, 권력과 돈 그리고 미술
PART3 예술적 가치와 시장의 가치는 일치하지 않는다
- 상품으로 거래되기 시작한 미술
최초의 화상, 프란체스코 다티니|팬데믹이 오면 미술시장을 주목하라|어떤 그림이 잘 팔렸을까
- 시대가 작품의 값을 매긴다
그랜드 투어가 낳은 포스트카드 화가|최고의 프로듀서 루벤스, 공장형 미술의 탄생|국가와 컬렉터의 손에 작품은 재평가된다|렘브란트의 자화상은 포트폴리오?|현대미술로 이어진 '스틸 라이프'|전통과 혁신,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PART4 뮤지엄, 국가의 전략이 되다
- 과거와 현재, 미래를 창조하는 공간
곰브리치의 책이 살아 있는 박물관|영국박물관의 무료화 정책|그레이트 코트, 박물관의 심장을 열다
- 영국박물관에는 영국이 없다
엘긴 마블, 약탈인가 보존인가|이집트에서 아프리카까지, 문명을 모으다|영국박물관에 한국관이 생기기까지|영국은 어떻게 디자인 강국이 되었나|복제품이 컬렉션이 되기까지|감옥과 사창가 자리에 들어선 미술관|미술을 국가 전략으로 수립하다
PART5 미술 생태계를 움직이는 사람들
- 경매, 미술시장의 꽃
경매사와 경매회사는 무슨 일을 할까?|코로나가 연 온라인 경매 시대|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등장|엘리자베스 여왕이 참석한 역사적인 경매|현대미술 컬렉션에 주목하는 이유
- 세기의 컬렉터들
프랑스 부르봉 가문의 보물이 런던에 있는 이유|앙브루아즈 볼라르, 위대한 현대미술 딜러|새뮤얼 코톨드, 인상파를 만든 컬렉터|거트루드 스타인, 전설의 현대미술 살롱|"나의 모토는 매일 하나의 그림을 사는 것"
PART6 미술은 어떻게 자산이 되는가
- 미술, 주목자본이 되다
더 이상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다|광고판이 전시장이 된 사연|아트 마케팅의 문을 연 BMW 아트카|루이비통은 왜 일본 작가를 택했나|사회적 책임이 된 아트 컬래버레이션|비즈니스 리더는 미술을 주목한다
- 미술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1차 시장과 2차 시장의 구분|데이미언 허스트의 역사적인 경매 프로젝트|작품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공식을 깨는 매버릭 작가들
- 한국미술의 화려한 막이 오르다
한국 미술시장의 고질적 문제|MZ세대가 연 새로운 미술시장|과연 좋은 작품이란 무엇일까?|서울, 세계 미술의 무대가 되다|K-아트, 미술사의 새 장을 열다
에필로그 데이터가 붓을 쥐는 시대, 미술 생태계의 다음 장
도판 목록
프롤로그 미술의 가치를 발견하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보인다
PART1 미술 생태계, 대전환의 시기를 맞다
- 미술 생태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다른 차원으로 진화하는 21세기 미술|시카고의 랜드마크가 말해주는 것|물질과 공간으로 관람객을 압도하다|'보는 미술'에서 '경험하는 미술'로|신기술의 등장과 미디어아트
- 순수한 미술은 애초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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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미술은 그 시대의 산물이다
- 초기 르네상스, 작품을 주문한 사람들
화가의 이름이 남기 시작하다|르네상스 걸작의 주문자들|작품 속 군인은 소실점을 향해 죽는다|작품 속 오브제에 숨겨진 작가의 메시지
- 시대의 철학과 가치를 반영하는 미술
보티첼리의 유일한 비너스, 시모네타|신화의 이름으로 그린 '합법적' 누드화|왕에게 보낸 그림에 숨은 경고|400년 뒤에야 비로소 재조명된 화가|룰을 파괴할 때, 시대를 뛰어넘는다|터너, 자연 자체를 주제로 삼은 미술|시대, 권력과 돈 그리고 미술
PART3 예술적 가치와 시장의 가치는 일치하지 않는다
- 상품으로 거래되기 시작한 미술
최초의 화상, 프란체스코 다티니|팬데믹이 오면 미술시장을 주목하라|어떤 그림이 잘 팔렸을까
- 시대가 작품의 값을 매긴다
그랜드 투어가 낳은 포스트카드 화가|최고의 프로듀서 루벤스, 공장형 미술의 탄생|국가와 컬렉터의 손에 작품은 재평가된다|렘브란트의 자화상은 포트폴리오?|현대미술로 이어진 '스틸 라이프'|전통과 혁신,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PART4 뮤지엄, 국가의 전략이 되다
- 과거와 현재, 미래를 창조하는 공간
곰브리치의 책이 살아 있는 박물관|영국박물관의 무료화 정책|그레이트 코트, 박물관의 심장을 열다
- 영국박물관에는 영국이 없다
엘긴 마블, 약탈인가 보존인가|이집트에서 아프리카까지, 문명을 모으다|영국박물관에 한국관이 생기기까지|영국은 어떻게 디자인 강국이 되었나|복제품이 컬렉션이 되기까지|감옥과 사창가 자리에 들어선 미술관|미술을 국가 전략으로 수립하다
PART5 미술 생태계를 움직이는 사람들
- 경매, 미술시장의 꽃
경매사와 경매회사는 무슨 일을 할까?|코로나가 연 온라인 경매 시대|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등장|엘리자베스 여왕이 참석한 역사적인 경매|현대미술 컬렉션에 주목하는 이유
- 세기의 컬렉터들
프랑스 부르봉 가문의 보물이 런던에 있는 이유|앙브루아즈 볼라르, 위대한 현대미술 딜러|새뮤얼 코톨드, 인상파를 만든 컬렉터|거트루드 스타인, 전설의 현대미술 살롱|"나의 모토는 매일 하나의 그림을 사는 것"
PART6 미술은 어떻게 자산이 되는가
- 미술, 주목자본이 되다
더 이상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다|광고판이 전시장이 된 사연|아트 마케팅의 문을 연 BMW 아트카|루이비통은 왜 일본 작가를 택했나|사회적 책임이 된 아트 컬래버레이션|비즈니스 리더는 미술을 주목한다
- 미술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1차 시장과 2차 시장의 구분|데이미언 허스트의 역사적인 경매 프로젝트|작품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공식을 깨는 매버릭 작가들
- 한국미술의 화려한 막이 오르다
한국 미술시장의 고질적 문제|MZ세대가 연 새로운 미술시장|과연 좋은 작품이란 무엇일까?|서울, 세계 미술의 무대가 되다|K-아트, 미술사의 새 장을 열다
에필로그 데이터가 붓을 쥐는 시대, 미술 생태계의 다음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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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이지윤 글로벌 아트 디렉터, 큐레이터
영국박물관 한국관 설립 실무로 경력을 시작해, 20년 넘게 유럽과 한국의 현대미술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온 큐레이터다. 2003년 런던에서 '숨 프로젝트SUUM Project'를 설립한 이래 〈Seoul Until Now〉(코펜하겐, 2005), 〈Korean Eye: Fantastic Ordinary〉(런던 사치 갤러리, 2010) 등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 무대에 세운 굵직한 전시를 기획했다.
2006년 부산비엔날레, 2008년 리버풀비엔날레,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부대전시 기획자로 활약했고, 2012년에는 삼성전자와 협력한 런던올림픽 IOC 미디어 아트 컬렉션 감독으로 선정되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총괄하며 MMCA 현대차 시리즈, 한진해운 박스 프로젝트 등 기업 협업 프로그램을 안착시켜 국립현대미술관이 글로벌 뮤지엄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베이징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초청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미술사 석사, 시티 대학에서 미술관·박물관 경영학 석사, 코톨드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로 '창조산업과 예술경영'을 강의했고, LG전자, 하나은행 아트 컬렉션 자문위원을 맡았다.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 회원
이며, 2022년부터 해마다 세계 미술계 인사들을 초청하는 '숨 아트포럼'을 열고 있다.
숨 프로젝트 홈페이지 suumproject.com / 유튜브? 큐레이터이지윤
영국박물관 한국관 설립 실무로 경력을 시작해, 20년 넘게 유럽과 한국의 현대미술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온 큐레이터다. 2003년 런던에서 '숨 프로젝트SUUM Project'를 설립한 이래 〈Seoul Until Now〉(코펜하겐, 2005), 〈Korean Eye: Fantastic Ordinary〉(런던 사치 갤러리, 2010) 등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 무대에 세운 굵직한 전시를 기획했다.
2006년 부산비엔날레, 2008년 리버풀비엔날레,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부대전시 기획자로 활약했고, 2012년에는 삼성전자와 협력한 런던올림픽 IOC 미디어 아트 컬렉션 감독으로 선정되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총괄하며 MMCA 현대차 시리즈, 한진해운 박스 프로젝트 등 기업 협업 프로그램을 안착시켜 국립현대미술관이 글로벌 뮤지엄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베이징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초청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미술사 석사, 시티 대학에서 미술관·박물관 경영학 석사, 코톨드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로 '창조산업과 예술경영'을 강의했고, LG전자, 하나은행 아트 컬렉션 자문위원을 맡았다.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 회원
이며, 2022년부터 해마다 세계 미술계 인사들을 초청하는 '숨 아트포럼'을 열고 있다.
숨 프로젝트 홈페이지 suumproject.com / 유튜브? 큐레이터이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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