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자살 사회
어느 자살 시도자의 사회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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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고 혼자 죽는 절망의 사회
"불평등한 피라미드 사회에서
절망을 상속받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청년들의 삶은 안전할까?"
★ 자살은 절망의 증상이다
★ 월급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 우리는 왜 혼자가 되었을까?
★ 두터운 사회연대를 실현하려면
★ 청년 자살자와 청년 자살 시도자
★ 우리는 사회연대 속에 살고 있다
★ 왜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지 않을까?
★ 피라미드 하층부의 삶은 안전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에서 자살률 1위가 된 2003년에 청년 3,184명이 자살했고, 2008년에 3,762명이 자살했다. 2009년에는 무려 4,448명이 자살했다. 이후 청년 자살자가 거의 3,000명대에 머물고 있다. 요즘 청년들은 매년 IMF 외환위기 혹은 그 이상의 위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자살해서 죽은 사람은 자살 문제라는 빙산의 일부일 뿐이다. 2014년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청년 9,378명이 자살을 시도했다. 2016년에는 청년 자살 시도자가 1만 명을 넘었다. 더구나 2020년대에는 매년 3,000여 명이 자살했으니, 매년 6만 명 정도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2024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9.1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률은 개인들이 그 일부를 구성하는 사회적 집단의 통합 정도와 반비례한다"고 말했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사회의 통합이 덜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하고 사회 전체에서 대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살은 누구에게 마음 편히 털어놓을 수 있는 주제도 아니고, 어떻게든 혼자 끌어안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완의 『청년 자살 사회』에서는 20~30대 청년들에게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 무턱대고 자신만 탓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불평등한 피라미드 사회에서 절망을 상속받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청년들의 삶이 안전할 수는 없다. 자살은 개인의 노력이나 태도보다 사회적 대응을 통해 막아야 하는 사회적 문제다. 청년들은 희망보다 먼저 온 절망을 경험했다. 누가 청년 자살 사회를 만들었는지는 명확하다.
우리는 고통을 나누지 않은 대가로,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의지할 수 없게 되었다. 청소년의 자해, 청년의 자살, 중년의 위기, 노년의 고독사는 고통을 나누지 않아서 생긴 질병이다. 고통을 나누면 각자가 겪는 고통의 양은 줄어들 수 있다. 우리에게는 솔직함이 필요하다. 기분이 별로라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되묻고 일상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분위기와 문제를 발견하고 함께 대응하는 안락한 공동체의 분위기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거기에서 희망이 자라난다. 지금처럼 각자도생하는 한 희망은 없다.
제1장은 저자가 겪은 아르바이트 생활과 집안 상황, 자살 시도에 대한 이야기다. 제2장은 청년들이 자살로 내몰리는 원인을 다룬다. 제3장은 죽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을 살리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을 나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자살 시도를 고백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살의 개인적·사회적 원인과 극복 방안, 우리가 어떤 삶의 태도와 공동체를 지향해야 하는지, 결국 개인적 경험이 어떻게 사회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불평등한 피라미드 사회에서
절망을 상속받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청년들의 삶은 안전할까?"
★ 자살은 절망의 증상이다
★ 월급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 우리는 왜 혼자가 되었을까?
★ 두터운 사회연대를 실현하려면
★ 청년 자살자와 청년 자살 시도자
★ 우리는 사회연대 속에 살고 있다
★ 왜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지 않을까?
★ 피라미드 하층부의 삶은 안전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에서 자살률 1위가 된 2003년에 청년 3,184명이 자살했고, 2008년에 3,762명이 자살했다. 2009년에는 무려 4,448명이 자살했다. 이후 청년 자살자가 거의 3,000명대에 머물고 있다. 요즘 청년들은 매년 IMF 외환위기 혹은 그 이상의 위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자살해서 죽은 사람은 자살 문제라는 빙산의 일부일 뿐이다. 2014년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청년 9,378명이 자살을 시도했다. 2016년에는 청년 자살 시도자가 1만 명을 넘었다. 더구나 2020년대에는 매년 3,000여 명이 자살했으니, 매년 6만 명 정도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2024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9.1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률은 개인들이 그 일부를 구성하는 사회적 집단의 통합 정도와 반비례한다"고 말했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사회의 통합이 덜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하고 사회 전체에서 대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살은 누구에게 마음 편히 털어놓을 수 있는 주제도 아니고, 어떻게든 혼자 끌어안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완의 『청년 자살 사회』에서는 20~30대 청년들에게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 무턱대고 자신만 탓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불평등한 피라미드 사회에서 절망을 상속받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청년들의 삶이 안전할 수는 없다. 자살은 개인의 노력이나 태도보다 사회적 대응을 통해 막아야 하는 사회적 문제다. 청년들은 희망보다 먼저 온 절망을 경험했다. 누가 청년 자살 사회를 만들었는지는 명확하다.
우리는 고통을 나누지 않은 대가로,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의지할 수 없게 되었다. 청소년의 자해, 청년의 자살, 중년의 위기, 노년의 고독사는 고통을 나누지 않아서 생긴 질병이다. 고통을 나누면 각자가 겪는 고통의 양은 줄어들 수 있다. 우리에게는 솔직함이 필요하다. 기분이 별로라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되묻고 일상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분위기와 문제를 발견하고 함께 대응하는 안락한 공동체의 분위기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거기에서 희망이 자라난다. 지금처럼 각자도생하는 한 희망은 없다.
제1장은 저자가 겪은 아르바이트 생활과 집안 상황, 자살 시도에 대한 이야기다. 제2장은 청년들이 자살로 내몰리는 원인을 다룬다. 제3장은 죽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을 살리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을 나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자살 시도를 고백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살의 개인적·사회적 원인과 극복 방안, 우리가 어떤 삶의 태도와 공동체를 지향해야 하는지, 결국 개인적 경험이 어떻게 사회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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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어느 청년의 내밀한 고백
2011년 1월 아빠가 세상을 떠나자 남은 것은 통장 잔고 3만 원과 각종 대출 수천 만 원이었다. 거기에 아빠는 엄마 이름으로도 대출을 받았다. 저자는 엄마의 개인회생을 돕기 위해 19세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개인회생이 끝나려면, 앞으로 5년 동안 매달 빠짐 없이 변제금을 내야 했다. 파리바게트에서 1.5년, 다이소에서 3년, 아트박스에서 1년, 세븐일레븐에서 6개월을 일하며 엄마의 생활비를 보탰다. 파리바케트 사장은 4대 보험료를 내지 않으려고 월급을 현금으로 주었고, 한밤중에 매장으로 와서 월급을 받아가라고 하기도 했다.
2016년 9월 군에 입대한 저자는 자주 과호흡 상태에 빠졌다. 더구나 긴장한 탓에 목이 메이고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았으며, 낭떠러지가 보이면 차라리 떨어져서 크게 다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 결국 군대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저자는 현역부적합심사로 전역했지만, 하루 종일 머리가 무겁고 기운이 없었으며, 한 번 걱정을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 것도 여전했다. 그럴 때마다 항우울제를 먹었다. 저자의 머릿속에서는 '고통 끝에 고통뿐이라면, 그 고통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누군가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하면, 자살이 유일한 해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자신이 어딘가 아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특별한 일 없이 머리가 멍해지거나 명치가 답답했다. 학교 복도에서 다리 힘이 풀려서 주저앉은 적도 있었고, 평소에 잔걱정도 많았다. 온갖 생각과 감정이 주의력을 갉아먹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그렇게 마음속 병은 계속 곪아갔고, 결국 저자는 화장실에서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죄로 지옥에 갈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을 느꼈다.
혼자 살고 혼자 죽는 사회
자살해서 죽은 사람은 자신이 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 순전히 자기 의지로 삶을 끝낸 것일까? 삶의 희망이 없다고 여긴다면, 날카로운 송곳으로 죽음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생존은 모든 동물의 근본 욕구이고,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죽기 위해 태어나는 동물은 없고, 사람은 자신을 해칠 능력을 타고나지 않는다. 이처럼 자살은 본능이 거부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자살해서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걸까?
미국의 심리학자 토머스 조이너는 사람을 자살로 몰아가는 세 가지 조건을 발견했다. 첫째는 자신을 해칠 능력을 얻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이 주변에 짐이 된다고 느끼는 것이고, 셋째는 타인과 깊게 교류하지 못하거나, 사랑과 보살핌을 주고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이 갖춰질 때, 사람은 심각한 자살 생각에 빠지거나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사람이 고통 앞에서 절망감을 느끼는데 사회적 연결망에서 단절되면 어떻게 될까? 마음속 시야가 위축된 사람은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사고방식에 빠진다.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고 스스로 고통에서 빠져나갈 방법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의 마음속 시야는 최종 해법에만 초점을 둔다. '터널 시야'에 갇힌 사람은 유일한 탈출구처럼 보이는 곳으로 성급하게 달려든다. 여기서 그 탈출구가 자살이라면, 생존 욕구마저 잊어버린다. 더구나 고립된 청년은 그렇지 않은 청년보다 자살 문제를 겪는 비율이 더 크다. 실제로 청년 자살자의 절반은 학생이거나 무직자였다. 누군가가 자살했다면 그 사람은 결정적인 순간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거나 그렇다고 믿게 되었을 수 있다.
우리가 청년 자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청년은 미래의 중노년이다. 청년기에 자살 생각을 겪었거나 자살을 시도해보았다면, 중노년 자살률 통계에 포함될 위험이 크다. 게다가 지금 청년 일부는 청소년의 부모다. 청년 부모의 절망은 아동과 청소년 자녀에게 여러 방향으로 전염될 수 있다. 자살을 한 번 시도해본 사람은 또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청소년기의 자해와 자살 시도는 청년기의 자살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청년 자살 예방은 중노년과 청소년 자살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자살은 나쁜 사회를 향한 기소장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리 오코너는 "자살은 나쁜 사회를 향한 기소장"이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수만 장의 기소장이 쌓여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을 상당히 불균형하게 나누고 있고, 그 영향으로 여기저기가 아픈 상태다. 거기에 OECD 주요국 사이에서 상당히 불평등한 편이고, 복지국가들에 비해 재분배에 게으른 편이다. 소득 불평등이 오래 쌓이다 보면, 결국 기회도 불평등해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무상교육 같은 적극적인 기회 재분배를 시도하지 못했다. 소득은 불평등한데 사교육비는 높은 나라, 어린 시절 빈곤감과 자살 생각을 조장하는 나라, 그런 나라는 기회를 균등하게 나누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자살 생각이나 자살 시도는 혼자 힘만으로 대처하기 매우 힘든 고통이다. 어떤 고통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공통으로 대응하고 예방해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래야 할까? 왜 누군가의 절망을 막기 위해 아직 절망에 빠지지 않은 사람들이 움직여야 할까? 무인도에 갇히지 않는 한, 누구도 남들과 완벽히 단절되어 있을 수 없다. 사회구성원은 어느 정도 의존하며 영향을 주고받으며 산다. 연대는 각자도생과 반대되는 공동책임을 가리킨다. 그리고 공동책임의 범위를 사회 전체 단위로 확대한 것을 '사회연대'라고 부른다. 이런 호혜주의가 사회적 협력의 기본이다.
누군가의 자살 생각은 공중보건과 경제질서의 실패다. 그리고 자살 시도는 사회적인 방치 또는 방조의 결과다. 자살이 절망의 증상이고, 많은 사람이 경제적 문제 때문에 절망하고 있다면, 자살 문제를 정신건강만의 영역으로 다룰 수는 없다. 자살은 자살 문제의 마지막 단계다. 자살 생각 자체가 고통일 뿐만 아니라, 삶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며 즐거움을 추구할 기회마저 빼앗아가는 질병이다.
자살 예방은 궁극적으로 죽음을 초래하는 '절망'을 덜어낼 때 가능하다. 죽지 못하게 막는 것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더 많은 죽음을 막으려면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더 두터운 사회연대가 필요하다. 사회는 절망에 대한 집단 대응을 선택할 수 있다.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위기 앞에 혼자가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죽고 싶지 않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2011년 1월 아빠가 세상을 떠나자 남은 것은 통장 잔고 3만 원과 각종 대출 수천 만 원이었다. 거기에 아빠는 엄마 이름으로도 대출을 받았다. 저자는 엄마의 개인회생을 돕기 위해 19세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개인회생이 끝나려면, 앞으로 5년 동안 매달 빠짐 없이 변제금을 내야 했다. 파리바게트에서 1.5년, 다이소에서 3년, 아트박스에서 1년, 세븐일레븐에서 6개월을 일하며 엄마의 생활비를 보탰다. 파리바케트 사장은 4대 보험료를 내지 않으려고 월급을 현금으로 주었고, 한밤중에 매장으로 와서 월급을 받아가라고 하기도 했다.
2016년 9월 군에 입대한 저자는 자주 과호흡 상태에 빠졌다. 더구나 긴장한 탓에 목이 메이고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았으며, 낭떠러지가 보이면 차라리 떨어져서 크게 다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 결국 군대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저자는 현역부적합심사로 전역했지만, 하루 종일 머리가 무겁고 기운이 없었으며, 한 번 걱정을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 것도 여전했다. 그럴 때마다 항우울제를 먹었다. 저자의 머릿속에서는 '고통 끝에 고통뿐이라면, 그 고통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누군가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하면, 자살이 유일한 해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자신이 어딘가 아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특별한 일 없이 머리가 멍해지거나 명치가 답답했다. 학교 복도에서 다리 힘이 풀려서 주저앉은 적도 있었고, 평소에 잔걱정도 많았다. 온갖 생각과 감정이 주의력을 갉아먹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그렇게 마음속 병은 계속 곪아갔고, 결국 저자는 화장실에서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죄로 지옥에 갈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을 느꼈다.
혼자 살고 혼자 죽는 사회
자살해서 죽은 사람은 자신이 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 순전히 자기 의지로 삶을 끝낸 것일까? 삶의 희망이 없다고 여긴다면, 날카로운 송곳으로 죽음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생존은 모든 동물의 근본 욕구이고,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죽기 위해 태어나는 동물은 없고, 사람은 자신을 해칠 능력을 타고나지 않는다. 이처럼 자살은 본능이 거부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자살해서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걸까?
미국의 심리학자 토머스 조이너는 사람을 자살로 몰아가는 세 가지 조건을 발견했다. 첫째는 자신을 해칠 능력을 얻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이 주변에 짐이 된다고 느끼는 것이고, 셋째는 타인과 깊게 교류하지 못하거나, 사랑과 보살핌을 주고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이 갖춰질 때, 사람은 심각한 자살 생각에 빠지거나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사람이 고통 앞에서 절망감을 느끼는데 사회적 연결망에서 단절되면 어떻게 될까? 마음속 시야가 위축된 사람은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사고방식에 빠진다.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고 스스로 고통에서 빠져나갈 방법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의 마음속 시야는 최종 해법에만 초점을 둔다. '터널 시야'에 갇힌 사람은 유일한 탈출구처럼 보이는 곳으로 성급하게 달려든다. 여기서 그 탈출구가 자살이라면, 생존 욕구마저 잊어버린다. 더구나 고립된 청년은 그렇지 않은 청년보다 자살 문제를 겪는 비율이 더 크다. 실제로 청년 자살자의 절반은 학생이거나 무직자였다. 누군가가 자살했다면 그 사람은 결정적인 순간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거나 그렇다고 믿게 되었을 수 있다.
우리가 청년 자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청년은 미래의 중노년이다. 청년기에 자살 생각을 겪었거나 자살을 시도해보았다면, 중노년 자살률 통계에 포함될 위험이 크다. 게다가 지금 청년 일부는 청소년의 부모다. 청년 부모의 절망은 아동과 청소년 자녀에게 여러 방향으로 전염될 수 있다. 자살을 한 번 시도해본 사람은 또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청소년기의 자해와 자살 시도는 청년기의 자살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청년 자살 예방은 중노년과 청소년 자살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자살은 나쁜 사회를 향한 기소장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리 오코너는 "자살은 나쁜 사회를 향한 기소장"이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수만 장의 기소장이 쌓여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을 상당히 불균형하게 나누고 있고, 그 영향으로 여기저기가 아픈 상태다. 거기에 OECD 주요국 사이에서 상당히 불평등한 편이고, 복지국가들에 비해 재분배에 게으른 편이다. 소득 불평등이 오래 쌓이다 보면, 결국 기회도 불평등해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무상교육 같은 적극적인 기회 재분배를 시도하지 못했다. 소득은 불평등한데 사교육비는 높은 나라, 어린 시절 빈곤감과 자살 생각을 조장하는 나라, 그런 나라는 기회를 균등하게 나누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자살 생각이나 자살 시도는 혼자 힘만으로 대처하기 매우 힘든 고통이다. 어떤 고통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공통으로 대응하고 예방해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래야 할까? 왜 누군가의 절망을 막기 위해 아직 절망에 빠지지 않은 사람들이 움직여야 할까? 무인도에 갇히지 않는 한, 누구도 남들과 완벽히 단절되어 있을 수 없다. 사회구성원은 어느 정도 의존하며 영향을 주고받으며 산다. 연대는 각자도생과 반대되는 공동책임을 가리킨다. 그리고 공동책임의 범위를 사회 전체 단위로 확대한 것을 '사회연대'라고 부른다. 이런 호혜주의가 사회적 협력의 기본이다.
누군가의 자살 생각은 공중보건과 경제질서의 실패다. 그리고 자살 시도는 사회적인 방치 또는 방조의 결과다. 자살이 절망의 증상이고, 많은 사람이 경제적 문제 때문에 절망하고 있다면, 자살 문제를 정신건강만의 영역으로 다룰 수는 없다. 자살은 자살 문제의 마지막 단계다. 자살 생각 자체가 고통일 뿐만 아니라, 삶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며 즐거움을 추구할 기회마저 빼앗아가는 질병이다.
자살 예방은 궁극적으로 죽음을 초래하는 '절망'을 덜어낼 때 가능하다. 죽지 못하게 막는 것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더 많은 죽음을 막으려면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더 두터운 사회연대가 필요하다. 사회는 절망에 대한 집단 대응을 선택할 수 있다.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위기 앞에 혼자가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죽고 싶지 않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목차
목차
프롤로그 : 고통을 나누지 않으면 ㆍ 5
제1장 나의 비정규직 일기
첫 경험은 즐겁지 않았다 ㆍ 15
수원지방법원 개인회생 절차 ㆍ 21
알바천국에 가입하다 ㆍ 28
월급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ㆍ 34
입영통지서를 받다 ㆍ 41
우발적 발작성 불안 ㆍ 48
다이소에 다시 취업하다 ㆍ 56
풀타임으로 일하다 ㆍ 63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ㆍ 70
나는 자살 시도자였다 ㆍ 77
제2장 혼자 살고 혼자 죽는 사회
청년 자살자와 청년 자살 시도자 ㆍ 87
우리는 선택할 수 없다 ㆍ 94
자기 자신을 해치는 능력 ㆍ 101
친밀감과 애착감이 없다 ㆍ 108
절망을 상속받다 ㆍ 115
왜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지 않을까? ㆍ 123
자살에 노출되는 청소년 ㆍ 130
불평등한 피라미드 사회 ㆍ 138
피라미드 하층부의 삶은 안전하지 않다 ㆍ 146
기회 불평등 사회 ㆍ 154
제3장 청년 없는 사회
우리는 왜 혼자가 되었을까? ㆍ 165
이 고통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ㆍ 172
살아야 할 이유를 찾다 ㆍ 178
사람은 마음대로 죽기 어렵다 ㆍ 185
나 혼자 사는 건 불가능하다 ㆍ 191
우리는 사회연대 속에 살고 있다 ㆍ 198
자살은 절망의 증상이다 ㆍ 206
두터운 사회연대를 실현하려면 ㆍ 213
복지를 확대하려면 ㆍ 219
근로장려금이 왜 필요한가? ㆍ 225
에필로그 : 혼자가 되지 않는 사회 ㆍ 231
참고문헌 ㆍ 237
제1장 나의 비정규직 일기
첫 경험은 즐겁지 않았다 ㆍ 15
수원지방법원 개인회생 절차 ㆍ 21
알바천국에 가입하다 ㆍ 28
월급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ㆍ 34
입영통지서를 받다 ㆍ 41
우발적 발작성 불안 ㆍ 48
다이소에 다시 취업하다 ㆍ 56
풀타임으로 일하다 ㆍ 63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ㆍ 70
나는 자살 시도자였다 ㆍ 77
제2장 혼자 살고 혼자 죽는 사회
청년 자살자와 청년 자살 시도자 ㆍ 87
우리는 선택할 수 없다 ㆍ 94
자기 자신을 해치는 능력 ㆍ 101
친밀감과 애착감이 없다 ㆍ 108
절망을 상속받다 ㆍ 115
왜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지 않을까? ㆍ 123
자살에 노출되는 청소년 ㆍ 130
불평등한 피라미드 사회 ㆍ 138
피라미드 하층부의 삶은 안전하지 않다 ㆍ 146
기회 불평등 사회 ㆍ 154
제3장 청년 없는 사회
우리는 왜 혼자가 되었을까? ㆍ 165
이 고통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ㆍ 172
살아야 할 이유를 찾다 ㆍ 178
사람은 마음대로 죽기 어렵다 ㆍ 185
나 혼자 사는 건 불가능하다 ㆍ 191
우리는 사회연대 속에 살고 있다 ㆍ 198
자살은 절망의 증상이다 ㆍ 206
두터운 사회연대를 실현하려면 ㆍ 213
복지를 확대하려면 ㆍ 219
근로장려금이 왜 필요한가? ㆍ 225
에필로그 : 혼자가 되지 않는 사회 ㆍ 231
참고문헌 ㆍ 237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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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1994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개인회생을 돕기 위해 19세 때부터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일했다. 파리바게트에서 1.5년, 다이소에서 3년, 아트박스에서 1년, 세븐일레븐에서 6개월을 일하며 생활비를 보탰다. '얼룩소' 에어북 공모전에 당선되어 전자책 2권을 출간했다. 사회구성원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버스 기사가 일에 지쳐 깜빡 졸면 무고한 사람이 대형사고에 휘말릴 수 있듯이 누군가의 고난과 절망은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전염된다. 따라서 사회구성원은 서로의 짐을 거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연대해야 한다. 이런 믿음을 갖고 정치철학을 공부하며 글을 쓰고 있다. 2026년 3월부터 『주간조선』에 '이완의 생활형 진보주의'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2026년 5월부터 싱크탱크 '전인미답'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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