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를 줄게(SF 소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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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편, 시 일곱 편, 그리고 5문 5답
현호정과 임승유의 〈SF 소설×시〉
SF 전문 출판사 허블에서 새로운 형태의 SF를 선보인다. 지난해 시인 열두 명이 참여한 『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 SF 시집』으로 시와 SF의 만남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SF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통해 소설과 시를 한 권에 담았다. 바로 〈SF 소설×시〉다. 각 권은 소설가 한 명과 시인 한 명이 짝을 이루어 SF 소설 한 편과 SF 시 일곱 편을 함께 썼다. 천선란과 임솔아, 이유리와 신이인, 현호정과 임승유, 예소연과 유선혜, 김희선과 김승일이 짝을 이뤘다. 그중 현호정과 임승유의 『청포도를 줄게』에는 SF 소설 「청포도의 빛」과 모두 「숙모」라는 제목을 단 SF 시 일곱 편, 그리고 SF에 대한 공통 질문으로 구성된 「5문 5답」이 수록돼 있다.
소설과 시가 한 권에 나란히 실리는 일은 드물다. 서로 다른 두 장르를 이어줄 연결고리가 마땅치 않아서다. 그런데 SF는 그 역할을 해낸다. SF란 하나의 장르나 형식이라기보다,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태도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열 사람은 바로 그 태도 하나만을 공유한 채 각자의 글을 써 나갔다. 이렇게 쓰인 소설과 시는 한 권 안에서 느슨하게 연결된다. 시의 공백은 소설의 서사에 균열을 내고, 소설의 서사는 시의 공백을 메운다. 그 뒤섞임 속에서, 두 사람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새로운 상상력과 감각이 발현된다. 〈SF 소설×시〉는 그 결과물이다.
두 사람이 함께 쓰는 방식은 각 권마다 달랐다. 같은 주제를 정해두고 각자 써 내려가기도, 한 사람이 상대의 글을 먼저 읽고 뒤이어 쓰기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쓰기도 했다. 그중 『청포도를 줄게』의 두 사람은 각자 글을 써 내려가되, 중간 단계의 원고를 서로 나눠 읽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이렇게 함께 쓰는 과정에서 'SF'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환되는데, 『청포도를 줄게』에서는 지금 여기에 없는 존재를 불러내는 일이다. 다만 그 부름의 방식은 작품마다 달랐는데, 우선 현호정 소설의 부름은 편지의 형식을 띤다. 먼 행성으로 떠난 아버지가 지구에 남기고 온 아이에게 편지를 쓴다. 빛의 속도로 날아가 닿을 즈음이면, 그 아이는 이미 늙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반면 임승유 시의 부름은 하나의 이름을 되풀이하는 일이다. 조카가 '숙모'라는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른다.
「5문 5답」에는 두 사람이 서로의 작품을 읽은 소감도 함께 실려 있다. 현호정은 임승유의 「숙모」 일곱 편에서 "숙모에 대하여 써야만 한다는 예감과 확신"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한다. 그 확신이 시마다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는데, 특히 마지막 두 편에 이르러 그것이 "숙모를 여기로 불러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바뀌는 대목이 좋았다는 것이다. 한편 임승유는 현호정의 소설 「청포도의 빛」을 처음엔 낯설어했다고 털어놓는다. "다른 각도에서 세계를 바라봐야 하는 소설"이라 진입 장벽이 있었지만, 다 읽고 나서 "이거 생각보다 엄청 재밌는 소설이네" 하며 다시 읽었고, "이게 SF소설이구나" 하고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껏 써본 적 없는 방향으로 감각을 뻗어야 했다"고 덧붙인다.
현호정과 임승유의 〈SF 소설×시〉
SF 전문 출판사 허블에서 새로운 형태의 SF를 선보인다. 지난해 시인 열두 명이 참여한 『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 SF 시집』으로 시와 SF의 만남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SF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통해 소설과 시를 한 권에 담았다. 바로 〈SF 소설×시〉다. 각 권은 소설가 한 명과 시인 한 명이 짝을 이루어 SF 소설 한 편과 SF 시 일곱 편을 함께 썼다. 천선란과 임솔아, 이유리와 신이인, 현호정과 임승유, 예소연과 유선혜, 김희선과 김승일이 짝을 이뤘다. 그중 현호정과 임승유의 『청포도를 줄게』에는 SF 소설 「청포도의 빛」과 모두 「숙모」라는 제목을 단 SF 시 일곱 편, 그리고 SF에 대한 공통 질문으로 구성된 「5문 5답」이 수록돼 있다.
소설과 시가 한 권에 나란히 실리는 일은 드물다. 서로 다른 두 장르를 이어줄 연결고리가 마땅치 않아서다. 그런데 SF는 그 역할을 해낸다. SF란 하나의 장르나 형식이라기보다,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태도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열 사람은 바로 그 태도 하나만을 공유한 채 각자의 글을 써 나갔다. 이렇게 쓰인 소설과 시는 한 권 안에서 느슨하게 연결된다. 시의 공백은 소설의 서사에 균열을 내고, 소설의 서사는 시의 공백을 메운다. 그 뒤섞임 속에서, 두 사람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새로운 상상력과 감각이 발현된다. 〈SF 소설×시〉는 그 결과물이다.
두 사람이 함께 쓰는 방식은 각 권마다 달랐다. 같은 주제를 정해두고 각자 써 내려가기도, 한 사람이 상대의 글을 먼저 읽고 뒤이어 쓰기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쓰기도 했다. 그중 『청포도를 줄게』의 두 사람은 각자 글을 써 내려가되, 중간 단계의 원고를 서로 나눠 읽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이렇게 함께 쓰는 과정에서 'SF'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환되는데, 『청포도를 줄게』에서는 지금 여기에 없는 존재를 불러내는 일이다. 다만 그 부름의 방식은 작품마다 달랐는데, 우선 현호정 소설의 부름은 편지의 형식을 띤다. 먼 행성으로 떠난 아버지가 지구에 남기고 온 아이에게 편지를 쓴다. 빛의 속도로 날아가 닿을 즈음이면, 그 아이는 이미 늙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반면 임승유 시의 부름은 하나의 이름을 되풀이하는 일이다. 조카가 '숙모'라는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른다.
「5문 5답」에는 두 사람이 서로의 작품을 읽은 소감도 함께 실려 있다. 현호정은 임승유의 「숙모」 일곱 편에서 "숙모에 대하여 써야만 한다는 예감과 확신"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한다. 그 확신이 시마다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는데, 특히 마지막 두 편에 이르러 그것이 "숙모를 여기로 불러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바뀌는 대목이 좋았다는 것이다. 한편 임승유는 현호정의 소설 「청포도의 빛」을 처음엔 낯설어했다고 털어놓는다. "다른 각도에서 세계를 바라봐야 하는 소설"이라 진입 장벽이 있었지만, 다 읽고 나서 "이거 생각보다 엄청 재밌는 소설이네" 하며 다시 읽었고, "이게 SF소설이구나" 하고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껏 써본 적 없는 방향으로 감각을 뻗어야 했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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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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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지 못할 걸 알면서도, 계속 닿으려는 마음
희망이 안 보여도 너무 안 보이는 날에는 절망 쪽으로 손을 흔들어라. 그럼 그림자 속에서 아버지가 손을 흔들게.
-「청포도의 빛」 중에서
산이와 경이가 돌리는 줄을 넘다가 그길로 빠져나와 나이를 먹었다.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되고 쉰이 되었다. 숙모가 되었다.
-「숙모」 중에서
현호정의 소설과 임승유의 시는 지금 여기에 없는 사람을 자꾸 불러낸다. 부르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없던 사람이 거기 있게 된다.
현호정의 소설 「청포도의 빛」은 편지다. 지구를 떠나 먼 행성으로 간 아버지가, 지구에 남기고 온 아이에게 쓰는 편지다. 아버지가 도착한 행성 '망울'은 중력이 강해 모든 것이 납작하고, 사람들은 눈동자로 각도를 재고 광합성으로 살아간다. 그곳에서 '루'는 청포도이자 눈동자이자 태양을 함께 가리키는 말이고, 사전의 마지막 뜻은 '희망'이다. 지구는 전쟁으로 대기가 망가져 아이들이 숨을 쉬지 못하고 죽어가는 중이고, 아버지가 떠나온 것도 그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다. 빛의 속도로 날아온 터라, 편지가 아이에게 닿을 즈음이면 아이는 이미 늙어 죽은 뒤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버지는 쓴다. 지금의 아이인지, 그때의 아이인지, 언젠가의 아이인지 알 수 없는 채로. 없을지도 모르는 그 아이를 향해 계속 말을 건다.
임승유의 시 일곱 편은 모두 제목이 「숙모」다. 줄넘기를 하다 그길로 빠져나와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되고 쉰이 되어 숙모가 된 사람, 곤로와 풍로 사이에서 전을 부치는 숙모, 옷장 속 파란 것을 뒤집어쓰고 "그것이 되었다"는 사람. 숙모는 건넛마을에 살거나 산 넘고 물 건너 살아서, 이야기 속에 좀처럼 자리가 없다. 그런데도 질녀는 자꾸 숙모를 불러낸다. 장례식장에서 절을 할 때는 질녀였다가, 육개장에 소주 몇 잔을 기울일 때쯤엔 자신이 숙모가 되어 있다. 그렇게 부르고 또 부르다, 마지막 시에서 질녀는 숙모에게 도착한다. "숙모 미안해요. 숙모한테 왔어요."
소설은 아버지가 왜 그 편지를 멈추지 못하는지를 시간과 거리로 쌓아 올리고, 시는 없는 존재를 부르는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되풀이되는 목소리로 들려준다. 지금 여기에 없는 것을 끝내 불러내려는 태도가, 소설과 시 양쪽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한 권 안에 나란히 놓인 소설과 시는 그렇게 서로를 비춘다.
희망이 안 보여도 너무 안 보이는 날에는 절망 쪽으로 손을 흔들어라. 그럼 그림자 속에서 아버지가 손을 흔들게.
-「청포도의 빛」 중에서
산이와 경이가 돌리는 줄을 넘다가 그길로 빠져나와 나이를 먹었다.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되고 쉰이 되었다. 숙모가 되었다.
-「숙모」 중에서
현호정의 소설과 임승유의 시는 지금 여기에 없는 사람을 자꾸 불러낸다. 부르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없던 사람이 거기 있게 된다.
현호정의 소설 「청포도의 빛」은 편지다. 지구를 떠나 먼 행성으로 간 아버지가, 지구에 남기고 온 아이에게 쓰는 편지다. 아버지가 도착한 행성 '망울'은 중력이 강해 모든 것이 납작하고, 사람들은 눈동자로 각도를 재고 광합성으로 살아간다. 그곳에서 '루'는 청포도이자 눈동자이자 태양을 함께 가리키는 말이고, 사전의 마지막 뜻은 '희망'이다. 지구는 전쟁으로 대기가 망가져 아이들이 숨을 쉬지 못하고 죽어가는 중이고, 아버지가 떠나온 것도 그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다. 빛의 속도로 날아온 터라, 편지가 아이에게 닿을 즈음이면 아이는 이미 늙어 죽은 뒤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버지는 쓴다. 지금의 아이인지, 그때의 아이인지, 언젠가의 아이인지 알 수 없는 채로. 없을지도 모르는 그 아이를 향해 계속 말을 건다.
임승유의 시 일곱 편은 모두 제목이 「숙모」다. 줄넘기를 하다 그길로 빠져나와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되고 쉰이 되어 숙모가 된 사람, 곤로와 풍로 사이에서 전을 부치는 숙모, 옷장 속 파란 것을 뒤집어쓰고 "그것이 되었다"는 사람. 숙모는 건넛마을에 살거나 산 넘고 물 건너 살아서, 이야기 속에 좀처럼 자리가 없다. 그런데도 질녀는 자꾸 숙모를 불러낸다. 장례식장에서 절을 할 때는 질녀였다가, 육개장에 소주 몇 잔을 기울일 때쯤엔 자신이 숙모가 되어 있다. 그렇게 부르고 또 부르다, 마지막 시에서 질녀는 숙모에게 도착한다. "숙모 미안해요. 숙모한테 왔어요."
소설은 아버지가 왜 그 편지를 멈추지 못하는지를 시간과 거리로 쌓아 올리고, 시는 없는 존재를 부르는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되풀이되는 목소리로 들려준다. 지금 여기에 없는 것을 끝내 불러내려는 태도가, 소설과 시 양쪽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한 권 안에 나란히 놓인 소설과 시는 그렇게 서로를 비춘다.
목차
목차
현호정
청포도의 빛
ㆍ007
임승유
-숙모
-숙모
-숙모
-숙모
-숙모
-숙모
-숙모
ㆍ045
5문 5답
ㆍ061
청포도의 빛
ㆍ007
임승유
-숙모
-숙모
-숙모
-숙모
-숙모
-숙모
-숙모
ㆍ045
5문 5답
ㆍ061
저자
저자
현호정 소설가. 소설집 『한 방울의 내가』, 장편소설 『단명소녀 투쟁기』 『고고의 구멍』, 소설 『삼색도』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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