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윌 듀런트의 역사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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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5천 년 인류 문명사의 정수를 응축한 통찰
시대를 넘어 전 세계의 리더들이 권하는 고전
역사의 첫 번째 가르침은 '겸손'
듀런트 부부가 가장 먼저 꼽는 역사의 가르침은 '겸손'이다. 우주의 장구하고 광대한 시공간 속에서 인류의 역사는 작은 행성 위 잠시 스치는 흔적에 불과하다. 인간은 스스로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연의 거대한 질서 안에서는 한없이 작은 존재다. 인간의 본성은 지질학적 시간에 걸쳐 느리게 변하기에, 수천 년 정도의 역사 속에서 인간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욕망과 두려움, 경쟁과 협력처럼 인간을 움직이는 힘이 비슷하게 작용하면서 역사의 장면들도 되풀이된다. 그러나 미래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문명이 고도화될수록 이성의 역할이 커지고, 본능과 관습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새로운 환경에 놓인다. 저자들은 "오로지 바보만이 1만 년을 억지로 100여 페이지짜리 위험한 결론 안에 욱여넣으려 할 테지만, 어쨌든 우리는 나아간다."라는 신중한 태도로 서두를 연다. 역사가 가르쳐주는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신보다도,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겸허함일지도 모른다.
삶은 끊임없는 '경쟁'과 '선별'의 과정
불평등은 자연스럽고 타고난 것, 문명의 복잡성으로 더욱 커진다
저자들은 인간의 삶이 생물학의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생명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며, 그 과정에서 일부는 성공하고 일부는 실패한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로 먹이와 짝, 권력을 둘러싼 경쟁을 계속한다. 협동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 또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자 방식이다. 개인과 집단은 욕심과 호전성, 당파심과 자부심 같은 본성을 공유한다. 이러한 집단이 모여 확대된 모습이 국가다. 자연은 진화와 선택의 과정에서 다양한 개체를 만들어내기에, 인간 역시 처음부터 자유롭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한마디로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의 원리다. 사람마다 타고난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차이는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크게 드러난다. 특히 노동이 전문화되고 사회의 기능이 세분화되면서 개인이 사회에서 갖는 역할과 가치, 그에 따른 보상에도 차이가 생긴다. 불평등은 인간이 타고난 차이에서 비롯될 뿐 아니라, 문명의 발전과 함께 더욱 커진다.
인구는 문명을 유지하는 힘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한 문명은 사라진다
인구와 출산은 문명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번영의 정점에 도달한 문명에서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하지만 인구를 지속해서 유지하지 못하는 문명은 사회를 지탱할 기반 자체가 장기적으로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고대 로마의 사례를 비롯해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한 문명이 어떻게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로마의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는 출산율 저하를 우려해 다자녀 가정에 파격적인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여러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 인구 감소의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고, 훗날 로마제국이 멸망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수천 년의 역사를 관찰하며 얻은 듀런트 부부의 통찰은, 출산율 감소가 심각한 사회적 과제가 된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서늘한 경고를 던진다.
모든 경제사는 사회 유기체의 광대한 들숨과 날숨
피할 수 없는 '부의 집중'과 '강제적 재분배'의 반복
경제적 해석은 역사를 깊이 비추어준다. 그리스 사람들이 다르다넬스 해협의 상업 통제권을 노리지 않았다면, 아가멤논이나 오디세우스 같은 이름은 우리 귀에 들리지 못했을 것이다. 트로이 전쟁은 "헬레네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 야심 때문"이었다. 섬세한 그리스 사람들은 경제라는 벌거벗은 진실을 서사시라는 무화과 잎으로 가릴 줄 알았다.
경제의 역사는 부가 집중되었다가 다시 재분배되는 거대한 순환이다. 실천적 능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부의 양극화를 피할 수 없지만, 그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면 빈곤한 다수의 수적 우위가 소수의 부가 지닌 힘에 맞서는 지점에 이른다. 결국 부를 재분배하는 혁명·폭동·내전이 일어나고, 다시 부의 축적이 시작된다. 이 책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현대 미국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순환을 살펴본다. 아테네를 혁명에서 구원한 솔론의 개혁은 오늘날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을 풀어가는 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온건한 세력들이 귀족 출신 사업가인 솔론을 최고 권력의 자리인 아르콘에 당선되도록 밀어주었다. 그는 화폐가치를 떨어뜨리고, 그로써 모든 채무자의 짐을 (그 자신은 채권자였는데도) 덜어주었다. 모든 개인 부채를 줄여주고, 채무자를 투옥하는 제도를 없애고, 세금과 대출금 이자의 연체료를 없애주었다. 그리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12배까지 되도록 누진적인 소득세를 도입했다. 그리고 더 대중적인 기반에 맞게 법원을 개혁했다. 전쟁에서 아테네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사람의 아들들을 국가의 경비로 양육하고 교육했다. 부자들은 그의 이런 조치가 명백한 재산 몰수라고 항의하고, 과격파는 그가 토지를 재분배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한 세대가 지나자 거의 모든 사람이 그의 개혁이 아테네를 혁명에서 구원했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88~89쪽)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 역시 역사적 순환의 일부다. 마르크스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여러 나라에서는 자유의 원칙에 맞서는 흐름이 반복되어왔다. 기원전 수메르를 비롯해 이집트, 로마, 고대 중국, 잉카 등 여러 문명에서 사회주의적 실험이 시도되었음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국가 통제는 관료주의와 부패, 생산 의욕의 저하라는 한계에 부딪혔고, 반대로 자유방임은 부의 집중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긴장을 피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자본주의는 재분배와 복지를, 사회주의는 자유와 경쟁을 받아들이며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듀런트 부부는 이를 헤겔의 변증법(정-반-합)에 빗대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이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두 체제의 '합'으로 귀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광범위한 지성을 요구하는 민주주의, 자칫 잘못하면 독재로 이어져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은 교육과 기회의 평등
민주주의가 항구적이거나 완벽한 통치 형태는 아니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한 건 군주정(왕정)이었다.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의 평화'라 불리는 5현제의 시대를 인간이 가장 행복하고 번영을 누린 시기로 평가했다. 귀족정 역시 예술적 취향과 문화를 고양했다는 점에서 문명사에 일정한 공헌을 남겼다. 듀런트 부부는 고대 아테네 민주정과 로마 공화정을 중심으로, 플라톤이 말한 '군주정-귀족정-민주정-독재'라는 통치 형태가 역사에서 어떻게 순환해왔는지 설명한다. 그렇다고 저자들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현대 민주주의를 여러 통치 형태 가운데 장점이 가장 많고 해가 가장 적은 제도로 평가한다. 다만 민주주의는 주권을 가진 시민에게 높은 수준의 지성과 판단력을 요구한다. 계층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정치적 논쟁이 증오로 변하며,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때 민주주의는 흔들린다. 매혹적인 구호로 모두에게 안전을 약속할 줄 아는 누구에게든 독재로 이르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민주주의는 모든 통치 형태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이다. 가장 광범위한 지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권을 갖게 되면 자신을 지적으로 만들기를 잊어버린다." (128쪽)
저자들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조건으로 교육과 기회의 평등을 강조한다. 인간이 능력에서 평등할 수는 없지만,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기르고 시험해볼 기회만큼은 사회가 가능한 한 평등하게 제공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평등이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데 있다.
전쟁은 역사에서 상수
국제 사회의 상호 불가침과 평화로운 공존은 가능할까
듀런트 부부는 기록된 역사 3,421년 동안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불과 268년뿐이라는 말로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문명이 발전하고 민주주의가 등장했다고 해서 전쟁이 역사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쟁은 역사에서 상수(常數)다. 개인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보호를 받기에 전쟁의 불가피성을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가를 보호해줄 초국가가 없는 한 국가는 생존경쟁을 피할 수 없다. 집단 간 경쟁의 가장 궁극적인 형식이야말로 전쟁인 것이다. 저자들은 이 문제를 냉전 시대 미국의 강경파 장군과 철학자 사이의 가상 논쟁을 통해 보여준다. 그들은 국가 간 상호 불가침과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이상이 과연 인간의 본성과 양립할 수 있는가를 묻고 답한다. 냉전은 끝났지만, 전쟁의 기운이 세계 곳곳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오늘날, 이 오래된 질문은 여전히 현재형으로 남아 있다.
지도자들이 변화의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회는 쇠퇴
어떤 국가도 영원할 수는 없다
문명은 성장과 번영을 거듭하지만, 변화하는 환경과 내부의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순간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 가뭄과 토양의 황폐, 무역로의 변화, 과도한 세금, 부의 양극화로 인한 계급 갈등 등 문명을 위협하는 도전은 시대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문명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도전 그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지도자의 능력이다.
"한 그룹이나 문명이 쇠퇴한다면, 이것은 공동체적 생명의 신비로운 한계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지적 지도자들이 변화의 도전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153쪽)
그렇다고 문명의 쇠퇴를 반드시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영원히 지속되는 개인도, 국가도 없다. 문명의 쇠퇴가 곧 그 문명의 완전한 소멸을 뜻하지도 않는다. 그리스 문명이 로마를 거쳐 서유럽과 아메리카로 이어졌듯, 어떤 문명은 훗날 더 큰 꽃을 피울 수도 있다.
역사는 진보하고 있는가
인류 문명이 성장과 쇠퇴를 그저 '반복'하기만 한다면 과연 '진보'란 실재할까? 듀런트 부부는 진보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과거의 유산을 물려받고 그 위에 새로운 유산을 더해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역사는 분명히 진보한다. 국가와 문명은 사라지더라도, 인간이 축적한 지식과 기술, 예술과 사상은 다음 문명으로 건너가며 더욱 풍부해진다. 우리가 받은 문명의 유산을 가능한 한 많이 모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지속되는 삶'이며 바로 진보다.
20세기 미국인으로서 듀런트 부부는 자신들이 살았던 시대와 사회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며, 역사를 지나치게 생물학적·순환론적으로 설명하는 등 오늘날의 시선에서 다시 살펴볼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듀런트 부부의 한계를 발견하고 비판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역사 속에서 지식과 관점이 축적되며 진보해왔다는 증거다. 우리는 저자들의 유산 위에서 더 풍부해진 지식과 관점으로 역사를 다시 바라본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은 시대를 넘어 문명의 유산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대를 넘어 전 세계의 리더들이 권하는 고전
역사의 첫 번째 가르침은 '겸손'
듀런트 부부가 가장 먼저 꼽는 역사의 가르침은 '겸손'이다. 우주의 장구하고 광대한 시공간 속에서 인류의 역사는 작은 행성 위 잠시 스치는 흔적에 불과하다. 인간은 스스로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연의 거대한 질서 안에서는 한없이 작은 존재다. 인간의 본성은 지질학적 시간에 걸쳐 느리게 변하기에, 수천 년 정도의 역사 속에서 인간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욕망과 두려움, 경쟁과 협력처럼 인간을 움직이는 힘이 비슷하게 작용하면서 역사의 장면들도 되풀이된다. 그러나 미래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문명이 고도화될수록 이성의 역할이 커지고, 본능과 관습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새로운 환경에 놓인다. 저자들은 "오로지 바보만이 1만 년을 억지로 100여 페이지짜리 위험한 결론 안에 욱여넣으려 할 테지만, 어쨌든 우리는 나아간다."라는 신중한 태도로 서두를 연다. 역사가 가르쳐주는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신보다도,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겸허함일지도 모른다.
삶은 끊임없는 '경쟁'과 '선별'의 과정
불평등은 자연스럽고 타고난 것, 문명의 복잡성으로 더욱 커진다
저자들은 인간의 삶이 생물학의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생명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며, 그 과정에서 일부는 성공하고 일부는 실패한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로 먹이와 짝, 권력을 둘러싼 경쟁을 계속한다. 협동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 또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자 방식이다. 개인과 집단은 욕심과 호전성, 당파심과 자부심 같은 본성을 공유한다. 이러한 집단이 모여 확대된 모습이 국가다. 자연은 진화와 선택의 과정에서 다양한 개체를 만들어내기에, 인간 역시 처음부터 자유롭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한마디로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의 원리다. 사람마다 타고난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차이는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크게 드러난다. 특히 노동이 전문화되고 사회의 기능이 세분화되면서 개인이 사회에서 갖는 역할과 가치, 그에 따른 보상에도 차이가 생긴다. 불평등은 인간이 타고난 차이에서 비롯될 뿐 아니라, 문명의 발전과 함께 더욱 커진다.
인구는 문명을 유지하는 힘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한 문명은 사라진다
인구와 출산은 문명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번영의 정점에 도달한 문명에서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하지만 인구를 지속해서 유지하지 못하는 문명은 사회를 지탱할 기반 자체가 장기적으로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고대 로마의 사례를 비롯해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한 문명이 어떻게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로마의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는 출산율 저하를 우려해 다자녀 가정에 파격적인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여러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 인구 감소의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고, 훗날 로마제국이 멸망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수천 년의 역사를 관찰하며 얻은 듀런트 부부의 통찰은, 출산율 감소가 심각한 사회적 과제가 된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서늘한 경고를 던진다.
모든 경제사는 사회 유기체의 광대한 들숨과 날숨
피할 수 없는 '부의 집중'과 '강제적 재분배'의 반복
경제적 해석은 역사를 깊이 비추어준다. 그리스 사람들이 다르다넬스 해협의 상업 통제권을 노리지 않았다면, 아가멤논이나 오디세우스 같은 이름은 우리 귀에 들리지 못했을 것이다. 트로이 전쟁은 "헬레네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 야심 때문"이었다. 섬세한 그리스 사람들은 경제라는 벌거벗은 진실을 서사시라는 무화과 잎으로 가릴 줄 알았다.
경제의 역사는 부가 집중되었다가 다시 재분배되는 거대한 순환이다. 실천적 능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부의 양극화를 피할 수 없지만, 그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면 빈곤한 다수의 수적 우위가 소수의 부가 지닌 힘에 맞서는 지점에 이른다. 결국 부를 재분배하는 혁명·폭동·내전이 일어나고, 다시 부의 축적이 시작된다. 이 책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현대 미국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순환을 살펴본다. 아테네를 혁명에서 구원한 솔론의 개혁은 오늘날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을 풀어가는 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온건한 세력들이 귀족 출신 사업가인 솔론을 최고 권력의 자리인 아르콘에 당선되도록 밀어주었다. 그는 화폐가치를 떨어뜨리고, 그로써 모든 채무자의 짐을 (그 자신은 채권자였는데도) 덜어주었다. 모든 개인 부채를 줄여주고, 채무자를 투옥하는 제도를 없애고, 세금과 대출금 이자의 연체료를 없애주었다. 그리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12배까지 되도록 누진적인 소득세를 도입했다. 그리고 더 대중적인 기반에 맞게 법원을 개혁했다. 전쟁에서 아테네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사람의 아들들을 국가의 경비로 양육하고 교육했다. 부자들은 그의 이런 조치가 명백한 재산 몰수라고 항의하고, 과격파는 그가 토지를 재분배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한 세대가 지나자 거의 모든 사람이 그의 개혁이 아테네를 혁명에서 구원했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88~89쪽)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 역시 역사적 순환의 일부다. 마르크스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여러 나라에서는 자유의 원칙에 맞서는 흐름이 반복되어왔다. 기원전 수메르를 비롯해 이집트, 로마, 고대 중국, 잉카 등 여러 문명에서 사회주의적 실험이 시도되었음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국가 통제는 관료주의와 부패, 생산 의욕의 저하라는 한계에 부딪혔고, 반대로 자유방임은 부의 집중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긴장을 피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자본주의는 재분배와 복지를, 사회주의는 자유와 경쟁을 받아들이며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듀런트 부부는 이를 헤겔의 변증법(정-반-합)에 빗대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이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두 체제의 '합'으로 귀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광범위한 지성을 요구하는 민주주의, 자칫 잘못하면 독재로 이어져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은 교육과 기회의 평등
민주주의가 항구적이거나 완벽한 통치 형태는 아니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한 건 군주정(왕정)이었다.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의 평화'라 불리는 5현제의 시대를 인간이 가장 행복하고 번영을 누린 시기로 평가했다. 귀족정 역시 예술적 취향과 문화를 고양했다는 점에서 문명사에 일정한 공헌을 남겼다. 듀런트 부부는 고대 아테네 민주정과 로마 공화정을 중심으로, 플라톤이 말한 '군주정-귀족정-민주정-독재'라는 통치 형태가 역사에서 어떻게 순환해왔는지 설명한다. 그렇다고 저자들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현대 민주주의를 여러 통치 형태 가운데 장점이 가장 많고 해가 가장 적은 제도로 평가한다. 다만 민주주의는 주권을 가진 시민에게 높은 수준의 지성과 판단력을 요구한다. 계층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정치적 논쟁이 증오로 변하며,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때 민주주의는 흔들린다. 매혹적인 구호로 모두에게 안전을 약속할 줄 아는 누구에게든 독재로 이르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민주주의는 모든 통치 형태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이다. 가장 광범위한 지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권을 갖게 되면 자신을 지적으로 만들기를 잊어버린다." (128쪽)
저자들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조건으로 교육과 기회의 평등을 강조한다. 인간이 능력에서 평등할 수는 없지만,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기르고 시험해볼 기회만큼은 사회가 가능한 한 평등하게 제공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평등이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데 있다.
전쟁은 역사에서 상수
국제 사회의 상호 불가침과 평화로운 공존은 가능할까
듀런트 부부는 기록된 역사 3,421년 동안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불과 268년뿐이라는 말로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문명이 발전하고 민주주의가 등장했다고 해서 전쟁이 역사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쟁은 역사에서 상수(常數)다. 개인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보호를 받기에 전쟁의 불가피성을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가를 보호해줄 초국가가 없는 한 국가는 생존경쟁을 피할 수 없다. 집단 간 경쟁의 가장 궁극적인 형식이야말로 전쟁인 것이다. 저자들은 이 문제를 냉전 시대 미국의 강경파 장군과 철학자 사이의 가상 논쟁을 통해 보여준다. 그들은 국가 간 상호 불가침과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이상이 과연 인간의 본성과 양립할 수 있는가를 묻고 답한다. 냉전은 끝났지만, 전쟁의 기운이 세계 곳곳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오늘날, 이 오래된 질문은 여전히 현재형으로 남아 있다.
지도자들이 변화의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회는 쇠퇴
어떤 국가도 영원할 수는 없다
문명은 성장과 번영을 거듭하지만, 변화하는 환경과 내부의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순간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 가뭄과 토양의 황폐, 무역로의 변화, 과도한 세금, 부의 양극화로 인한 계급 갈등 등 문명을 위협하는 도전은 시대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문명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도전 그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지도자의 능력이다.
"한 그룹이나 문명이 쇠퇴한다면, 이것은 공동체적 생명의 신비로운 한계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지적 지도자들이 변화의 도전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153쪽)
그렇다고 문명의 쇠퇴를 반드시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영원히 지속되는 개인도, 국가도 없다. 문명의 쇠퇴가 곧 그 문명의 완전한 소멸을 뜻하지도 않는다. 그리스 문명이 로마를 거쳐 서유럽과 아메리카로 이어졌듯, 어떤 문명은 훗날 더 큰 꽃을 피울 수도 있다.
역사는 진보하고 있는가
인류 문명이 성장과 쇠퇴를 그저 '반복'하기만 한다면 과연 '진보'란 실재할까? 듀런트 부부는 진보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과거의 유산을 물려받고 그 위에 새로운 유산을 더해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역사는 분명히 진보한다. 국가와 문명은 사라지더라도, 인간이 축적한 지식과 기술, 예술과 사상은 다음 문명으로 건너가며 더욱 풍부해진다. 우리가 받은 문명의 유산을 가능한 한 많이 모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지속되는 삶'이며 바로 진보다.
20세기 미국인으로서 듀런트 부부는 자신들이 살았던 시대와 사회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며, 역사를 지나치게 생물학적·순환론적으로 설명하는 등 오늘날의 시선에서 다시 살펴볼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듀런트 부부의 한계를 발견하고 비판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역사 속에서 지식과 관점이 축적되며 진보해왔다는 증거다. 우리는 저자들의 유산 위에서 더 풍부해진 지식과 관점으로 역사를 다시 바라본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은 시대를 넘어 문명의 유산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목차
목차
서문
1. 망설임
2. 역사와 지구
3. 생물학과 역사
4. 종족과 역사
5. 성격과 역사
6. 도덕과 역사
7. 종교와 역사
8. 경제와 역사
9. 사회주의와 역사
10. 통치 형태와 역사
11. 역사와 전쟁
12. 성장과 쇠퇴
13. 진보는 실재하는가?
참고문헌
미주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1. 망설임
2. 역사와 지구
3. 생물학과 역사
4. 종족과 역사
5. 성격과 역사
6. 도덕과 역사
7. 종교와 역사
8. 경제와 역사
9. 사회주의와 역사
10. 통치 형태와 역사
11. 역사와 전쟁
12. 성장과 쇠퇴
13. 진보는 실재하는가?
참고문헌
미주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저자
저자
윌 듀란트 (Will Durant, 1885~1981)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문명사학자이자 철학자. 윌 듀런트는 188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나 신앙심 깊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가톨릭 교육을 받았다. 성직자의 길을 걸으려 했으나, 다윈·헉슬리·스펜서의 진화론적 세계관을 접하며 신앙과 인간관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후 사회주의에 깊이 공감하며 이를 신앙과 조화시키려 했지만, 스피노자의 철학을 탐독하면서 가톨릭과 사회주의를 결합하려던 구상을 재고하게 되었다. 마침내 신학교를 그만두고 성인 교육에 힘쓰는 한편, 『철학과 사회 문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의 진보적인 노동자 교육기관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철학·문학·과학·예술을 가르치던 중, 그의 플라톤 강의에 감명받은 출판인 리처드 사이먼의 권유로 강의를 원고로 정리해 1926년 『철학 이야기』를 출간했다. 이 책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본격적인 저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평생의 동반자이자 연구 파트너인 아내 에어리얼 듀런트와 함께 50여 년에 걸쳐 11권에 달하는 대작 《문명 이야기》를 집필했다. 윌 듀런트는 방대하고 심오한 학문적 내용을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데 탁월했으며, 저술에만 머물지 않고 동일 임금, 여성 참정권, 노동자들의 공정한 근무 조건, 인종 평등 문제 등 사회적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문명 이야기》로 1968년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고, 1977년에는 미국 최고 민간 훈장인 대통령 자유 메달을 받았다. 에어리얼 듀런트가 1981년 10월 25일 세상을 떠나자, 윌 듀런트는 보름도 채 지나지 않은 11월 7일 그녀의 곁에 묻혔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문명사학자이자 철학자. 윌 듀런트는 188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나 신앙심 깊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가톨릭 교육을 받았다. 성직자의 길을 걸으려 했으나, 다윈·헉슬리·스펜서의 진화론적 세계관을 접하며 신앙과 인간관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후 사회주의에 깊이 공감하며 이를 신앙과 조화시키려 했지만, 스피노자의 철학을 탐독하면서 가톨릭과 사회주의를 결합하려던 구상을 재고하게 되었다. 마침내 신학교를 그만두고 성인 교육에 힘쓰는 한편, 『철학과 사회 문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의 진보적인 노동자 교육기관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철학·문학·과학·예술을 가르치던 중, 그의 플라톤 강의에 감명받은 출판인 리처드 사이먼의 권유로 강의를 원고로 정리해 1926년 『철학 이야기』를 출간했다. 이 책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본격적인 저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평생의 동반자이자 연구 파트너인 아내 에어리얼 듀런트와 함께 50여 년에 걸쳐 11권에 달하는 대작 《문명 이야기》를 집필했다. 윌 듀런트는 방대하고 심오한 학문적 내용을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데 탁월했으며, 저술에만 머물지 않고 동일 임금, 여성 참정권, 노동자들의 공정한 근무 조건, 인종 평등 문제 등 사회적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문명 이야기》로 1968년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고, 1977년에는 미국 최고 민간 훈장인 대통령 자유 메달을 받았다. 에어리얼 듀런트가 1981년 10월 25일 세상을 떠나자, 윌 듀런트는 보름도 채 지나지 않은 11월 7일 그녀의 곁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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