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없는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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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피데스가 세상에서 영영 사라진다고요!"
역사상 최초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펼쳐진
세상 하찮은 인간들의 위대한 발악
데뷔작으로 다섯 개의 문학상 수상
"근래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가장 독창적이고 놀라운 데뷔"
클레어 키건, 앤 엔라이트, 칼럼 매캔 등의 세계적인 작가들을 수상자로 배출한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은 그해 가장 뛰어난 작품 활동을 해온 문인에게 주어지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다. 동시에 이 상은 40세 미만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이제 막 작품 세계를 구축해가는 신인의 탄생을 기리고 응원하는 상이기도 하다. 2025년 루니상 선정 위원회는 데뷔작을 낸 신인 작가 퍼디아 레넌에게 이 상을 수여했는데, 이 수상은 놀랍기도 했고 놀랍지 않기도 했다. 먼저 놀라운 점은 수상작 『영광 없는 영웅들』이 종종 '코믹 소설'로 분류되는, 높은 권위의 문학상 수상작과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의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반면 놀랍지 않은 이유는 이 수상작이 여러 협회나 단체 등에서 수차례 수상하며 이미 탄탄히 인정받은 작품이라는 데 있었다.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은 볼랭저 에브리맨 우드하우스 유머소설상, 워터스톤스 올해의 데뷔소설상, 오서스 클럽 최우수 데뷔소설상, 그레고르 폰 레초리상에 이어 이 책에 수여된 다섯 번째 수상이었다.
『영광 없는 영웅들』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한창인 고대 그리스의 도시 시라쿠사를 배경으로, 채석장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테네인 포로들과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연극 무대에 올리려는 두 도공(陶工)의 이야기다. 언뜻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황당한 내용이 아니다. 고전학을 전공한 미국의 소설가 매들린 밀러가 철저히 문헌적인 근거와 원전을 향한 존중 위에서 소설을 창작하듯이, 마찬가지로 고전학을 전공한 레넌 역시 실제 역사적 사건과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
어릴 적부터 고대 그리스에 매료되었던 저자는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고는, 전쟁에 패배해 시라쿠사 외곽의 채석장에 내던져진 수천 명의 아테네인 포로에 대해 쓰고 싶은 마음을 품었으나 어떤 방향으로 써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플루타르코스의 『니키아스의 생애』를 읽던 중 발견했다. 아테네인 포로 중 일부가 에우리피데스의 시구 몇 줄을 시라쿠사인들에게 읊어주며 음식과 술을 얻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적국의 희곡에 그토록 매료되어 대사 몇 줄과 식량을 맞바꾸어 기꺼이 포로에게 아량을 베풀었던 시라쿠사인들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영광 없는 영웅들』은 이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답이다.
역사상 최초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펼쳐진
세상 하찮은 인간들의 위대한 발악
데뷔작으로 다섯 개의 문학상 수상
"근래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가장 독창적이고 놀라운 데뷔"
클레어 키건, 앤 엔라이트, 칼럼 매캔 등의 세계적인 작가들을 수상자로 배출한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은 그해 가장 뛰어난 작품 활동을 해온 문인에게 주어지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다. 동시에 이 상은 40세 미만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이제 막 작품 세계를 구축해가는 신인의 탄생을 기리고 응원하는 상이기도 하다. 2025년 루니상 선정 위원회는 데뷔작을 낸 신인 작가 퍼디아 레넌에게 이 상을 수여했는데, 이 수상은 놀랍기도 했고 놀랍지 않기도 했다. 먼저 놀라운 점은 수상작 『영광 없는 영웅들』이 종종 '코믹 소설'로 분류되는, 높은 권위의 문학상 수상작과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의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반면 놀랍지 않은 이유는 이 수상작이 여러 협회나 단체 등에서 수차례 수상하며 이미 탄탄히 인정받은 작품이라는 데 있었다.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은 볼랭저 에브리맨 우드하우스 유머소설상, 워터스톤스 올해의 데뷔소설상, 오서스 클럽 최우수 데뷔소설상, 그레고르 폰 레초리상에 이어 이 책에 수여된 다섯 번째 수상이었다.
『영광 없는 영웅들』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한창인 고대 그리스의 도시 시라쿠사를 배경으로, 채석장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테네인 포로들과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연극 무대에 올리려는 두 도공(陶工)의 이야기다. 언뜻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황당한 내용이 아니다. 고전학을 전공한 미국의 소설가 매들린 밀러가 철저히 문헌적인 근거와 원전을 향한 존중 위에서 소설을 창작하듯이, 마찬가지로 고전학을 전공한 레넌 역시 실제 역사적 사건과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
어릴 적부터 고대 그리스에 매료되었던 저자는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고는, 전쟁에 패배해 시라쿠사 외곽의 채석장에 내던져진 수천 명의 아테네인 포로에 대해 쓰고 싶은 마음을 품었으나 어떤 방향으로 써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플루타르코스의 『니키아스의 생애』를 읽던 중 발견했다. 아테네인 포로 중 일부가 에우리피데스의 시구 몇 줄을 시라쿠사인들에게 읊어주며 음식과 술을 얻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적국의 희곡에 그토록 매료되어 대사 몇 줄과 식량을 맞바꾸어 기꺼이 포로에게 아량을 베풀었던 시라쿠사인들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영광 없는 영웅들』은 이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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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현대 아일랜드 소설과 그리스 비극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 두 가지가 훌륭하게 결합된 소설을 발견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예상했던 대로 유쾌하고 감동적이며 심오하다."
_R. F. 쿠앙(소설가)
"우정, 예술의 치유력, 그리고 왜 우리가 꿈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훌륭한 소설이다.
나는 첫 페이지부터 완전히 빠져들었다."
_더글러스 스튜어트(소설가)
역사상 최초의 죽음의 수용소를 배경으로 하는
비극 속의 희극, 희극 속의 비극
이야기는 기원전 4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대 그리스 시라쿠사에서 시작된다. 20년 가까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기세등등한 아테네가 시켈리아 땅 전체를 집어삼킬 목적으로 시라쿠사를 포위했으나 시라쿠사 해군은 아테네군을 격파했고 출구를 봉쇄하여 퇴각조차 가로막았다. 살아남은 약 7천 명의 아테네 침략자들은 포로가 되었지만, 당시는 포로를 인도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제네바 협약이 체결되는 시점으로부터 2,361년 전이었다. 포로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식이 없던 시라쿠사 당국은 '채석장'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석회암 가득한 도시 외곽 채석장에 7천의 포로를 가두고 굶어 죽을 때까지 방치하자는 것이었다. 누구도 이 상황을 두고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두 명의 실직한 도공, 겔론과 람포가 예외라면 예외라고 할 수 있었다.
아테네와의 전쟁 탓에 직업을 잃은 람포와 겔론은 가끔 물, 빵, 치즈 같은 먹거리를 바리바리 싸 들고 썩은 내 나는 채석장으로 향한다. 그들이 포로들에게 먹을 것을 건네는 동기는 연민이 아니다. 그저 연극 애호가로서, 아테네의 위대한 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대사를 아는 만큼 좀 읊어달라는 것이다.
이제 곧 아테네를 향한 스파르타의 침공을 앞두고 있고 스파르타는 도시 전체를 몽땅 불태워버릴 기세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이 앞으로 영영 세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겔론은 결심하고 람포를 설득한다. 채석장에서 죽어가는 아테네인 포로들을 모아 『메데이아』를 연극으로 올리자고. 가발이고 갑옷이고 소품도 제대로 갖출 거고, 악사도 부를 거고 관객도 부를 거다. 에우리피데스의 마지막 작품을 지켜내야 하니까. 에우리피데스를 세상에 남겨야 하니까.
주인공 겔론과 람포는 둘 다 노동 계급이면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웃사이더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둘은 자신들의 눈동자 색깔(얕은 바닷물 색깔과 똥빛 갈색)처럼이나 서로 매우 다른 인물이다. 겔론은 가수가 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그것을 이루지 못했고 끝내 예술적 상상력을 발산할 수 없었다. 또한 그는 병마로 죽은 아들의 아버지이며 그 슬픔으로 떠나버린 아내의 남편이다. 아테네 포로들을 통해 에우리피데스를 무대에 올리려는 그의 집착은 자신의 좌절과 고통에서 비롯된 것임이 분명하다.
반면 람포는 평범하고 천박하고 가벼운 청년이다. 연극에 대한 애호도 대단한 것은 아니다. 에우리피데스에 미쳐 있는 겔론과 달리 람포가 조금이나마 아테네 비극에 흥미를 가진 이유는 오직 친구인 겔론이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에겐 연극보다 매일 밤 싸구려 포도주를 마시며 술집에서 일하는 노예 소녀 리라에게 말을 거는 것이 오히려 훨씬 큰 즐거움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람포는 희극에서 나온 인물이고 겔론은 비극의 주인공이다. 『영광 없는 영웅들』의 성공은 저자가 겔론이 아닌 람포를 화자로 삼은 결정 덕분이 크다. 이 결정으로 인해 겔론의 깊고 절박하고 진지한 감정이 람포의 경쾌한 어조를 통해 굴절되어 전달되고, 결과적으로 비극과 희극을 왔다 갔다 하는 효과를 작품 전반에서 자아내게 되었다.
죽이고 부수고 불태우는 잔혹한 세계에서
그럼에도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무언가를 위하여
역사 속에서는 시라쿠사 당국이 아테네 포로들을 채석장에 가두어 굶어 죽게 했으나 만약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 시라쿠사가 패배했다면, 당연히 아테네가 도시를 불태우고 시라쿠사인들을 가차 없이 노예로 삼았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는 실제로 도시가 멸망하고 문화가 통째로 지워져버리는 잔혹한 곳이었다. 레넌은 시라쿠사인 연출가와 아테네인 포로의 관계를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미화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포로들에게 먹거리를 가져다주는 겔론과 람포의 행동은 결코 자비와 연민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아테네는 굶어 죽어가는 벌을 받고 나아가 멸망하는 것이 마땅한 적국(敵國)이다. 이는 포로이자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두 주인공의 바람에 따라 연기를 시작한 것은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살아남게 하려는 숭고한 욕망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치즈와 올리브를 얻어 먹으며 며칠, 몇 주라도 더 살고자 하는 단순한 절박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메데이아』와 『트로이아의 여인들』을 연습하며 연극을 통해 인간의 고통을 조명하기 위해 적국의 인간과 협력하는 경험은 양쪽 모두에게 스스로도 몰랐던 이타적인 충동을 일깨워준다. 아테네의 연극을 향한 겔론의 사랑과 집착을 보며 포로들은 아테네 문화를 향한 잃어버린 자긍심을 느끼고 이야기를 함께 만들며 적국의 인간이 하나로 녹아들 수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겔론과 람포는 포로들의 너덜너덜한 옷 아래로 그들의 앙상한 다리와 쇠사슬에 묶인 발목을 드디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레넌의 작품에 등장하는 연극이란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상상을 할 수 있는 매개'인 셈이다.
『영광 없는 영웅들』은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예술과 문화가 인간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책으로 평가받는데, 이는 전 세계가 전쟁에 시달리는 시대이기에 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에서 엿보이는 예술의 주제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예술이란 반복되는 반증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믿음을 고수하는 것이다." 『영광 없는 영웅들』은 순진하거나 위선적이지 않은 태도로 이러한 예술의 가치를 옹호하는 작품이다.
_R. F. 쿠앙(소설가)
"우정, 예술의 치유력, 그리고 왜 우리가 꿈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훌륭한 소설이다.
나는 첫 페이지부터 완전히 빠져들었다."
_더글러스 스튜어트(소설가)
역사상 최초의 죽음의 수용소를 배경으로 하는
비극 속의 희극, 희극 속의 비극
이야기는 기원전 4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대 그리스 시라쿠사에서 시작된다. 20년 가까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기세등등한 아테네가 시켈리아 땅 전체를 집어삼킬 목적으로 시라쿠사를 포위했으나 시라쿠사 해군은 아테네군을 격파했고 출구를 봉쇄하여 퇴각조차 가로막았다. 살아남은 약 7천 명의 아테네 침략자들은 포로가 되었지만, 당시는 포로를 인도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제네바 협약이 체결되는 시점으로부터 2,361년 전이었다. 포로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식이 없던 시라쿠사 당국은 '채석장'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석회암 가득한 도시 외곽 채석장에 7천의 포로를 가두고 굶어 죽을 때까지 방치하자는 것이었다. 누구도 이 상황을 두고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두 명의 실직한 도공, 겔론과 람포가 예외라면 예외라고 할 수 있었다.
아테네와의 전쟁 탓에 직업을 잃은 람포와 겔론은 가끔 물, 빵, 치즈 같은 먹거리를 바리바리 싸 들고 썩은 내 나는 채석장으로 향한다. 그들이 포로들에게 먹을 것을 건네는 동기는 연민이 아니다. 그저 연극 애호가로서, 아테네의 위대한 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대사를 아는 만큼 좀 읊어달라는 것이다.
이제 곧 아테네를 향한 스파르타의 침공을 앞두고 있고 스파르타는 도시 전체를 몽땅 불태워버릴 기세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이 앞으로 영영 세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겔론은 결심하고 람포를 설득한다. 채석장에서 죽어가는 아테네인 포로들을 모아 『메데이아』를 연극으로 올리자고. 가발이고 갑옷이고 소품도 제대로 갖출 거고, 악사도 부를 거고 관객도 부를 거다. 에우리피데스의 마지막 작품을 지켜내야 하니까. 에우리피데스를 세상에 남겨야 하니까.
주인공 겔론과 람포는 둘 다 노동 계급이면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웃사이더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둘은 자신들의 눈동자 색깔(얕은 바닷물 색깔과 똥빛 갈색)처럼이나 서로 매우 다른 인물이다. 겔론은 가수가 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그것을 이루지 못했고 끝내 예술적 상상력을 발산할 수 없었다. 또한 그는 병마로 죽은 아들의 아버지이며 그 슬픔으로 떠나버린 아내의 남편이다. 아테네 포로들을 통해 에우리피데스를 무대에 올리려는 그의 집착은 자신의 좌절과 고통에서 비롯된 것임이 분명하다.
반면 람포는 평범하고 천박하고 가벼운 청년이다. 연극에 대한 애호도 대단한 것은 아니다. 에우리피데스에 미쳐 있는 겔론과 달리 람포가 조금이나마 아테네 비극에 흥미를 가진 이유는 오직 친구인 겔론이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에겐 연극보다 매일 밤 싸구려 포도주를 마시며 술집에서 일하는 노예 소녀 리라에게 말을 거는 것이 오히려 훨씬 큰 즐거움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람포는 희극에서 나온 인물이고 겔론은 비극의 주인공이다. 『영광 없는 영웅들』의 성공은 저자가 겔론이 아닌 람포를 화자로 삼은 결정 덕분이 크다. 이 결정으로 인해 겔론의 깊고 절박하고 진지한 감정이 람포의 경쾌한 어조를 통해 굴절되어 전달되고, 결과적으로 비극과 희극을 왔다 갔다 하는 효과를 작품 전반에서 자아내게 되었다.
죽이고 부수고 불태우는 잔혹한 세계에서
그럼에도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무언가를 위하여
역사 속에서는 시라쿠사 당국이 아테네 포로들을 채석장에 가두어 굶어 죽게 했으나 만약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 시라쿠사가 패배했다면, 당연히 아테네가 도시를 불태우고 시라쿠사인들을 가차 없이 노예로 삼았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는 실제로 도시가 멸망하고 문화가 통째로 지워져버리는 잔혹한 곳이었다. 레넌은 시라쿠사인 연출가와 아테네인 포로의 관계를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미화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포로들에게 먹거리를 가져다주는 겔론과 람포의 행동은 결코 자비와 연민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아테네는 굶어 죽어가는 벌을 받고 나아가 멸망하는 것이 마땅한 적국(敵國)이다. 이는 포로이자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두 주인공의 바람에 따라 연기를 시작한 것은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살아남게 하려는 숭고한 욕망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치즈와 올리브를 얻어 먹으며 며칠, 몇 주라도 더 살고자 하는 단순한 절박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메데이아』와 『트로이아의 여인들』을 연습하며 연극을 통해 인간의 고통을 조명하기 위해 적국의 인간과 협력하는 경험은 양쪽 모두에게 스스로도 몰랐던 이타적인 충동을 일깨워준다. 아테네의 연극을 향한 겔론의 사랑과 집착을 보며 포로들은 아테네 문화를 향한 잃어버린 자긍심을 느끼고 이야기를 함께 만들며 적국의 인간이 하나로 녹아들 수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겔론과 람포는 포로들의 너덜너덜한 옷 아래로 그들의 앙상한 다리와 쇠사슬에 묶인 발목을 드디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레넌의 작품에 등장하는 연극이란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상상을 할 수 있는 매개'인 셈이다.
『영광 없는 영웅들』은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예술과 문화가 인간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책으로 평가받는데, 이는 전 세계가 전쟁에 시달리는 시대이기에 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에서 엿보이는 예술의 주제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예술이란 반복되는 반증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믿음을 고수하는 것이다." 『영광 없는 영웅들』은 순진하거나 위선적이지 않은 태도로 이러한 예술의 가치를 옹호하는 작품이다.
목차
목차
저자
저자
퍼디아 레넌 1988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아일랜드인 어머니와 리비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더블린 대학교에서 역사 및 고전학 학사학위를,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에서 소설 창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어릴 적부터 고대 그리스에 매료되었던 그는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고 시라쿠사 외곽의 채석장에 던져진 약 7천 명의 아테네 포로들 이야기를 접했고 그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몇 년을 보내던 중, 플루타르코스가 쓴 『니키아스의 생애』에서 귀향한 아테네인 포로 몇몇이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기억하고 낭독한 덕분에 시라쿠사인들로부터 음식과 음료를 얻고 살아남았다는 내용을 읽었고 이를 자신의 이야기로 삼기로 결심했다.
데뷔작 『영광스러운 위업』에서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역사와 유머를 절묘하게 엮어내며 큰 호평을 받았고, 이 한 권으로 워터스톤스 데뷔소설상,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 볼린저 에브리맨 우드하우스상 등을 동시에 수상했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7년에 걸쳐 집필한 이 장편소설은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개 이상의 국가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어릴 적부터 고대 그리스에 매료되었던 그는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고 시라쿠사 외곽의 채석장에 던져진 약 7천 명의 아테네 포로들 이야기를 접했고 그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몇 년을 보내던 중, 플루타르코스가 쓴 『니키아스의 생애』에서 귀향한 아테네인 포로 몇몇이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기억하고 낭독한 덕분에 시라쿠사인들로부터 음식과 음료를 얻고 살아남았다는 내용을 읽었고 이를 자신의 이야기로 삼기로 결심했다.
데뷔작 『영광스러운 위업』에서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역사와 유머를 절묘하게 엮어내며 큰 호평을 받았고, 이 한 권으로 워터스톤스 데뷔소설상,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 볼린저 에브리맨 우드하우스상 등을 동시에 수상했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7년에 걸쳐 집필한 이 장편소설은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개 이상의 국가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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