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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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909호 -
위령탑의 돌에 새겨진 이름이 지워져서 보이지 않을 때쯤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때로는 마음에 새긴 이름이 더 빨리 잊히기를 바랐다. 잊어버려야겠다고 마음먹은 날마다 비가 왔다. 그래서 다시 상처는 덧나 점점 더 큰 상처가 되었다.
- 손가락을 사랑한 남자 -
가만히 바라본 그녀의 손가락은 가늘고, 길고, 하얀, 언제나 따뜻함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손가락이다. 가느다랗고 길고 하얀 손가락이 커피잔에 닿을 때 잔에 칠해진 검은 유약이 여자의 따뜻한 손길에 녹아 번지는 것 같았다.
- 아포리아 -
부고는 문자로 돌아다니고 죽음의 소식은 무감각하게 다가온다. 타인의 죽음의 소식에 잠깐 고개를 숙이다가도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웃거나 치기 어린 장난스러움에 빠져든다.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
새하얗게 빛나는 광물로 만들어진 벽은 환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바닥에는 까만 대리석이 반짝거렸다. 어디에서인지 갑자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이 날아와 골목을 채우기 시작했다.
- 가죽구두 -
남자는 허공에서 자신이 뱉은 말들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덥석덥석 잡아서 다시 삼킨다. 삼켜진 말들은 남자의 식도와 위장, 십이지장, 소장, 대장을 거쳐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머리로 가서 다른 단어들을 끌고 나온다.
- 토순이 -
나는 오늘이 어머니 기일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야기를 아내에게 꺼내기 싫었다. 이유는 나도 생각하기 싫었다. 아내가 토끼를 데리고 방으로 왔다. 아이들도 토끼를 따라 줄줄이 안방으로 들어왔다. 토끼가 이리저리 방 안을 쏘다니기 시작했다.
- 소백 -
"철쭉의 꽃말이 사랑의 기쁨인데 꽃에는 독이 있다고 하니 사랑도 때때로 위험한가 보네요."
"진달래 같은 짝사랑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 아닐까? 그건 위험이 아니고 차라리 아픔이라고 해야 맞겠다. 그렇지?"
위령탑의 돌에 새겨진 이름이 지워져서 보이지 않을 때쯤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때로는 마음에 새긴 이름이 더 빨리 잊히기를 바랐다. 잊어버려야겠다고 마음먹은 날마다 비가 왔다. 그래서 다시 상처는 덧나 점점 더 큰 상처가 되었다.
- 손가락을 사랑한 남자 -
가만히 바라본 그녀의 손가락은 가늘고, 길고, 하얀, 언제나 따뜻함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손가락이다. 가느다랗고 길고 하얀 손가락이 커피잔에 닿을 때 잔에 칠해진 검은 유약이 여자의 따뜻한 손길에 녹아 번지는 것 같았다.
- 아포리아 -
부고는 문자로 돌아다니고 죽음의 소식은 무감각하게 다가온다. 타인의 죽음의 소식에 잠깐 고개를 숙이다가도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웃거나 치기 어린 장난스러움에 빠져든다.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
새하얗게 빛나는 광물로 만들어진 벽은 환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바닥에는 까만 대리석이 반짝거렸다. 어디에서인지 갑자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이 날아와 골목을 채우기 시작했다.
- 가죽구두 -
남자는 허공에서 자신이 뱉은 말들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덥석덥석 잡아서 다시 삼킨다. 삼켜진 말들은 남자의 식도와 위장, 십이지장, 소장, 대장을 거쳐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머리로 가서 다른 단어들을 끌고 나온다.
- 토순이 -
나는 오늘이 어머니 기일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야기를 아내에게 꺼내기 싫었다. 이유는 나도 생각하기 싫었다. 아내가 토끼를 데리고 방으로 왔다. 아이들도 토끼를 따라 줄줄이 안방으로 들어왔다. 토끼가 이리저리 방 안을 쏘다니기 시작했다.
- 소백 -
"철쭉의 꽃말이 사랑의 기쁨인데 꽃에는 독이 있다고 하니 사랑도 때때로 위험한가 보네요."
"진달래 같은 짝사랑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 아닐까? 그건 위험이 아니고 차라리 아픔이라고 해야 맞겠다. 그렇지?"
목차
목차
909호
손가락을 사랑한 남자
아포리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가죽구두
토순이
소백
손가락을 사랑한 남자
아포리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가죽구두
토순이
소백
저자
저자
김상
『사진이 時가 되는 시간』(2020 지식과감성), 『아직 거기 있었구나』(2024 지식과감성) 두 권의 사진시집이 있다.
『아포리아』에는 6편의 단편과 마지막에 1편의 중편을 실었다.
『아포리아』에는 6편의 단편과 마지막에 1편의 중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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