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쓴맛(문학동네동시집 97)(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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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선생님이 교과서에 낙서하지 말랬는데
장우가 국어를 북어로 바꿨다
우리의 눈과 귀를 와글와글 즐겁게 해 줄
완전히 새로운 동시의 탄생
제13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회의 쓴맛』이 출간되었다. 같은 해 창비어린이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과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양슬기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예년을 상회하는 많은 응모작 중 “기존의 동시 형식을 탈피하는”, “기성의 동시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그동안 보아 왔던 말놀이와 분명히 차별되는” 작품으로 언급되며 심사위원들을 들뜨게 한 『사회의 쓴맛』에는 “생생한 말과 몸을 지닌 존재”(김준현)들이 대거 등장한다. ‘어린이 수다’라는 화법을 동시에 적극 도입해 어린이 삶의 현장을 생생히 그려 낸 50편의 동시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아이들의 일상을 생중계하는 유튜버가 된 듯한 착각”(유강희)에 빠질 것이다.
선생님이 교과서에 낙서하지 말랬는데
장우가 국어를 북어로 바꿨다
우리의 눈과 귀를 와글와글 즐겁게 해 줄
완전히 새로운 동시의 탄생
제13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회의 쓴맛』이 출간되었다. 같은 해 창비어린이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과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양슬기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예년을 상회하는 많은 응모작 중 “기존의 동시 형식을 탈피하는”, “기성의 동시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그동안 보아 왔던 말놀이와 분명히 차별되는” 작품으로 언급되며 심사위원들을 들뜨게 한 『사회의 쓴맛』에는 “생생한 말과 몸을 지닌 존재”(김준현)들이 대거 등장한다. ‘어린이 수다’라는 화법을 동시에 적극 도입해 어린이 삶의 현장을 생생히 그려 낸 50편의 동시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아이들의 일상을 생중계하는 유튜버가 된 듯한 착각”(유강희)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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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읽으면서 빵빵 터질 것이다. 웃다가 문득 쓸쓸해지기도 할 것이다.
어린이들이 '내 이야기다.' '어, 이건 네 이야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_김준현(시인, 심사위원)
"오늘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고민을
어린이 특유의 수다 방식으로 포착하여 유쾌한 상상력으로 풀어내었다.
기존의 익숙한 동시 문법으로부터 튀어 나가려는 강한 원심력이 돋보인다."
_유강희(시인, 심사위원)
국어가 북어가 될 때
사회가 사회(의 쓴맛)이 될 때
은밀하고 쫄깃해지는 교실의 시간
하지만 난 봤다 사회 시간이 되자마자
장우 사회 책이
사회(의 쓴맛)이 되는 걸
_「사회(의 쓴맛)」 부분
초등학생이라면 한 번쯤 해 보았을 '교과서 제목 바꾸기'가 한 편의 동시가 되었다. 표제작 「사회(의 쓴맛)」은 국어 책이 낙서로 인해 '북어' '굵어' '굶어' '꿇어'로 바뀌는 풍경을 생중계한다. 선생님에게 걸려 박박박 지우고 다시 '국어'가 되는가 싶더니, 이제 사회 책이 '사회(의 쓴맛)'으로 바뀐다. '국어'와 '사회'가 품은 무한한 말놀이의 가능성만큼 일탈의 틈도 무한히 넓어진다. 혼날 줄 알면서도 어린이는 금기를 깨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 "기존의 언어 놀이에 사유와 서사를 입힘으로써 동시 문법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유강희)는 평을 받은 양슬기 시인의 대표작이다.
표제작을 비롯한 동시들은 독자를 학교 현장에 데려다 놓는다. 마시기 싫어서 사물함 안에 쌓아 놓은 우유들(「우유 탑」), 떠드는 아이의 이름이 삐뚤빼뚤 적힌 칠판(「떠드는 사람: ㅇㅅㄱ」), 화장실 세면대의 때 낀 손비누(「파란 비누」)의 이미지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학교의 풍경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린이의 학교생활을 그린 동시들은 많으나, 양슬기 시인의 동시가 특별한 이유는 학교생활을 생생히 옮기면서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적으로 도약하기 때문이다. 우유 탑은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돌탑이 되고, 칠판에 적힌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길다는 그물무늬비단뱀만큼 길어진다. 파란 손비누는 오래되고 때가 껴서 친구들이 안 쓰지만, 비누를 좋아하는 화자에게는 아껴 쓰고 싶은 존재다. 친근한 풍경에서 시작해,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었다가, 절묘하게 끝맺는 작품들이 강한 여운을 남긴다.
동시집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각인되는 이름이 있다. 「떠드는 사람: ㅇㅅㄱ」의 ㅇㅅㄱ, 「늑대슬기」의 양슬기 선생님, 「영화가 끝나고」의 조명 담당 ㅇㅅㄱ 선생님은 모두 양슬기 시인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시인은 여러 작품 속에서 '양슬기 선생님'으로 호명되며 스스로를 조연의 자리에 세운다. 「수업 시간에 몰래 노는 방법」 「우리 반에 100년 묵은 다람쥐가 있다」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선생님이 보는 학생'이 아닌 '학생이 보는 선생님'이 그려지며, 어린이들의 입말이 동시집 전체를 장악한다. 선생님은 다람쥐만큼 작아지고, 아이들은 늑대, 곰, 호랑이만큼 커진다.
좌충우돌 종횡무진, '떠든 사람'들의 시적 복권
현실의 억압을 돌파하는 수다의 힘
뜨개질을 하면 생각이 없어진대서 코바늘이랑 털실을 사 왔다
유튜브에 코바늘 토마토 키링을 검색하고
사슬뜨기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
짧은뜨기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
다시 짧은뜨기 하나둘셋넷어제내가왜그랬다섯여섯일곱여덟
다시 짧은뜨기 하나둘셋걔가완전날이상하게봤겠넷다섯여섯일곱여덟
다시 짧은뜨기 하나님제발어제아침으로둘아가게해주셋넷다섯이제학교를어떻게다녀여……
앗 어디까지 떴더라?
_「엉망진창 토마토」 부분
어린이들은 늘 말이 고프다. 궁금한 것도 많고 억울한 일도 많다. 질서와 훈육이라는 명분 아래 말과 행위를 제한받는 어린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다. 시인은 어린이가 갈증을 느끼는 지점을 정확하게 짚고, 그 자리에서 수다와 공상을 펼친다. "단어가 문장이 되고 문장이 문단이 될 때까지"(「찹쌀아」) 나열되는 수다와, 「미안해요 체리 씨」 「눈사람 키우기」 「세균 님의 생일」 등의 작품에서 변화무쌍하게 자라나는 공상은 마음을 탁 트이게 한다. "현실의 억압에 의한 압력이 커질수록 발화의 강도는 점점 더 세"지며(유강희), 이 날것의 수다와 공상은 "어른이 홀로 공글리고 매만진 감정이 아닌, 여과되지 않은 어린이들의 감정"(김준현) 그 자체다.
매일매일 처음을 살아갈 네가
매일매일 소중하다는 것
헤아림과 다독임의 말
내가 너무 밉고 싫은 날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채널만 계속 돌리던 날
나의 처음들이 선반 위에서 속삭였다
너의
꽉 쥔 주먹
살짝 벌린 입
모래가 달라붙은 발바닥
빨갛게 까진 무릎
까만 때가 낀 손톱
양 갈래로 땋은 긴 머리카락
모두
소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매일매일 처음을 살아갈 네가
매일매일 소중하다고
_「액자 속의 나」 부분
양슬기 시인의 말에는 다정한 힘이 있다. 시인은 스스로가 너무 밉고 싫은 날(「액자 속의 나」), 남들에게는 별것도 아닌 일에 한없이 가라앉는 날(「별것」)의 풍경을 사소하게 넘기지 않는다. 그런 날도 있는 것이라며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말로 꽁꽁 언 마음을 녹인다. 그런가 하면, '말의 없음'을 통해서도 말의 힘을 드러낸다. 까만 먹구름 같은 말들을 자기 안에서 없어질 때까지 녹여 먹은 다음 똥으로 싸 버리거나(「어떤 말」), 친구들 앞에서 한 마디 했다가 백 마디 참견으로 돌아오는 상황에서 애써 응답하지 않고 가뿐히 빠져나가기를 택한다(「나 주말에 제주도 간다!」). 할머니 말에 차마 대답하지 못하는 화자의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속사정을 짐작해 보게 하고(「누르지 마 복숭아」), 피구를 하다 선 넘은 아이를 유일하게 목격한 화자는 과연 어떤 말을 할지 독자의 상상에 맡기기도 한다(「선」). 말을 쏟아낼 때와 아낄 때를 정확하게 아는 시인의 사려 깊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배애애애액날 땅 안 파 보면
저어어어얼대 모를 삽질의 효능
모래 놀이터에서 땅 파는데 누나가
너는 또 삽질이냐?
배애애애액날 땅 파 봐라 돈이 나오냐 뭐가 나오냐?
빈정빈정 비꼬더니 그네 타러 가 버렸다
(중략)
아무 데나 핀 민들레 한 송이의 키가 얼마나 큰지
배애애애액날 땅 안 파 본 누나는
저어어어얼대 모른다
_「백날 삽질」 부분
양슬기 시인의 동시 세계 안에서 놀다 보면 쓸데없어 보이던 수다가, 엉뚱하게만 보이던 공상이 어떻게 현실 극복의 계기가 되는지 몸소 알게 된다. "뒤죽박죽의 힘"이고 "무질서의 해방감"(김개미)이다. "말을 잇대고 또 잇대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너지"(유강희)를 품은 동시들이 더 마음껏 떠들라고, 더 자유롭게 상상해 보라고 부추긴다. 종알종알 수다스러운 시와 찰떡같이 어울리는 일러스트는 차은정 작가가 그렸다. 작고 소중한 존재들에 활력과 따스함을 불어넣는 차은정 작가의 일러스트에서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당당한 어린이의 목소리가 자동 재생되는 듯하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지만, 어린이의 사회는 어른의 사회보다 결코 덜 치열하지 않다. 끝이 없는 시험, 샤프심처럼 똑 부러질 듯한 우정, 뭘 해도 예쁨 받는 동생을 향한 질투,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을 겪으며 '사회의 쓴맛'을 느끼는 날들이 많다. 그러나 마니또가 슬쩍 두고 간 편지, 살구 냄새로 오는 엄마의 사랑, 어느 날 시작된 두근거림, 절교하려 했던 친구가 보낸 생일 축하 카톡 하나에 '인생의 참맛'을 느끼는 날들도 많다. 오늘도 학교와 집을 오가며, 엉뚱함과 진중함을 오가며, 시트콤과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쓴맛과 단맛을 오가며 어린이는 좌충우돌 종횡무진 자란다. 언제나 할 말이 잔뜩 쌓여 있는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어린이의 속사정을 엿보고 싶은 어른들에게 『사회의 쓴맛』을 권한다.
■ 심사평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과 시적 상상력이 연결되는 지점에 양슬기 시인의 동시가 놓여 있다. 시인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건 그만의 거침없는 독특한 화법 덕분이다. 일반적 의미의 '이야기꾼'이 지니지 못한 생생한 현장음이 시의 주된 배음으로 깔려 있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마치 유튜버의 교실 현장 중계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어린이의 수다를 동시의 장 안으로 과감히 끌어들여 양식화를 시도한 점은 우리 동시의 큰 성취다." _유강희(시인, 심사위원)
"교실 현장의 한가운데서 어린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른의 어설픈 말놀이가 아니라 어린이들이 지금-여기에서 하고 있는 말놀이가 있고, 어른이 홀로 공글리고 매만진 감정이 아닌 여과되지 않은 어린이들의 감정이 살아 있다. 시의 문법이 실재하는 어린이와 정확하게 만나는 순간의 충일감이 좋았다. 어린이 삶의 현장에서 함께 호흡할 작품을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라 반가웠다." _김준현(시인)
"그동안 보아 왔던 말놀이와 분명한 차별성을 보였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의 시끌시끌한 수다로 독자를 집중시키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치달려 전복하는 방식이 돋보였다. 조심하지 않고 내뱉는 다채로운 말들과 그 옆에서 변화무쌍하게 자라는 상상은 독자를 친근하면서도 엉뚱한 공간으로 초대한다." _김개미(시인)
■ 『사회의 쓴맛』을 먼저 읽은 어린이들의 추천사
"우리 반을 엿보고 시를 쓰셨나??내 사물함에도 순함과 악함(수학 익힘) 책,?상황(사회)?책이 있는데 ㅇㅅㄱ 작가님께 들킨 것 같다.?왜 우리 반을 훔쳐보셨나요,?작가님?" _김가온(정읍 동신초 4학년)
"이 동시집은 읽을수록 내 경험이 생각납니다. 특히 「가위바위보, 보, 보!」라는 시가 그랬습니다. 어렸을 때 가위바위보를 해서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던 경험이 기억납니다. 친구를 위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면 시간이 똑딱똑딱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친구와 내가 같은 층에서 만났을 때는 그 친구와 내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친구와 놀던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 이 책을 펼쳐 읽어 보면 아주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_김가인(남양주 풍양초 5학년)
"「고래 낙하」라는 시를 읽을 때 외할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리며 작별하던 마음이 떠올랐다. 솔직한 내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시를 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 시를 더 많이 찾아 읽고, 내 마음을 담은 시도 써 보고 싶다." _김지율(서울 두산초 5학년)
"이 동시집에서 가장 재미있던 시는 「나 주말에 제주도 간다!」이다. 내가 첫 소절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엄마, 아빠, 동생이 킥킥거리다가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동생이랑 엄마도 시 속 주인공들처럼 티키타카할 때 나를 웃게 한다. 가끔 나와 친구들도 학교에서 아무 말 대잔치 하듯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논다. 딱 나와 친구들 이야기다." _이태양(서울 두산초 6학년)
"마치 양슬기 시인님께서 우리들의 마음에 들어갔다 나오신 것같이, 너무나도 시로 잘 표현을 해 주셨습니다. 이 동시집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린이들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의 쓴맛'이 무엇인지 궁금한 초등학교 고학년에게 추천합니다." _채다은(시흥매화초 6학년)
어린이들이 '내 이야기다.' '어, 이건 네 이야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_김준현(시인, 심사위원)
"오늘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고민을
어린이 특유의 수다 방식으로 포착하여 유쾌한 상상력으로 풀어내었다.
기존의 익숙한 동시 문법으로부터 튀어 나가려는 강한 원심력이 돋보인다."
_유강희(시인, 심사위원)
국어가 북어가 될 때
사회가 사회(의 쓴맛)이 될 때
은밀하고 쫄깃해지는 교실의 시간
하지만 난 봤다 사회 시간이 되자마자
장우 사회 책이
사회(의 쓴맛)이 되는 걸
_「사회(의 쓴맛)」 부분
초등학생이라면 한 번쯤 해 보았을 '교과서 제목 바꾸기'가 한 편의 동시가 되었다. 표제작 「사회(의 쓴맛)」은 국어 책이 낙서로 인해 '북어' '굵어' '굶어' '꿇어'로 바뀌는 풍경을 생중계한다. 선생님에게 걸려 박박박 지우고 다시 '국어'가 되는가 싶더니, 이제 사회 책이 '사회(의 쓴맛)'으로 바뀐다. '국어'와 '사회'가 품은 무한한 말놀이의 가능성만큼 일탈의 틈도 무한히 넓어진다. 혼날 줄 알면서도 어린이는 금기를 깨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 "기존의 언어 놀이에 사유와 서사를 입힘으로써 동시 문법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유강희)는 평을 받은 양슬기 시인의 대표작이다.
표제작을 비롯한 동시들은 독자를 학교 현장에 데려다 놓는다. 마시기 싫어서 사물함 안에 쌓아 놓은 우유들(「우유 탑」), 떠드는 아이의 이름이 삐뚤빼뚤 적힌 칠판(「떠드는 사람: ㅇㅅㄱ」), 화장실 세면대의 때 낀 손비누(「파란 비누」)의 이미지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학교의 풍경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린이의 학교생활을 그린 동시들은 많으나, 양슬기 시인의 동시가 특별한 이유는 학교생활을 생생히 옮기면서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적으로 도약하기 때문이다. 우유 탑은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돌탑이 되고, 칠판에 적힌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길다는 그물무늬비단뱀만큼 길어진다. 파란 손비누는 오래되고 때가 껴서 친구들이 안 쓰지만, 비누를 좋아하는 화자에게는 아껴 쓰고 싶은 존재다. 친근한 풍경에서 시작해,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었다가, 절묘하게 끝맺는 작품들이 강한 여운을 남긴다.
동시집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각인되는 이름이 있다. 「떠드는 사람: ㅇㅅㄱ」의 ㅇㅅㄱ, 「늑대슬기」의 양슬기 선생님, 「영화가 끝나고」의 조명 담당 ㅇㅅㄱ 선생님은 모두 양슬기 시인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시인은 여러 작품 속에서 '양슬기 선생님'으로 호명되며 스스로를 조연의 자리에 세운다. 「수업 시간에 몰래 노는 방법」 「우리 반에 100년 묵은 다람쥐가 있다」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선생님이 보는 학생'이 아닌 '학생이 보는 선생님'이 그려지며, 어린이들의 입말이 동시집 전체를 장악한다. 선생님은 다람쥐만큼 작아지고, 아이들은 늑대, 곰, 호랑이만큼 커진다.
좌충우돌 종횡무진, '떠든 사람'들의 시적 복권
현실의 억압을 돌파하는 수다의 힘
뜨개질을 하면 생각이 없어진대서 코바늘이랑 털실을 사 왔다
유튜브에 코바늘 토마토 키링을 검색하고
사슬뜨기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
짧은뜨기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
다시 짧은뜨기 하나둘셋넷어제내가왜그랬다섯여섯일곱여덟
다시 짧은뜨기 하나둘셋걔가완전날이상하게봤겠넷다섯여섯일곱여덟
다시 짧은뜨기 하나님제발어제아침으로둘아가게해주셋넷다섯이제학교를어떻게다녀여……
앗 어디까지 떴더라?
_「엉망진창 토마토」 부분
어린이들은 늘 말이 고프다. 궁금한 것도 많고 억울한 일도 많다. 질서와 훈육이라는 명분 아래 말과 행위를 제한받는 어린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다. 시인은 어린이가 갈증을 느끼는 지점을 정확하게 짚고, 그 자리에서 수다와 공상을 펼친다. "단어가 문장이 되고 문장이 문단이 될 때까지"(「찹쌀아」) 나열되는 수다와, 「미안해요 체리 씨」 「눈사람 키우기」 「세균 님의 생일」 등의 작품에서 변화무쌍하게 자라나는 공상은 마음을 탁 트이게 한다. "현실의 억압에 의한 압력이 커질수록 발화의 강도는 점점 더 세"지며(유강희), 이 날것의 수다와 공상은 "어른이 홀로 공글리고 매만진 감정이 아닌, 여과되지 않은 어린이들의 감정"(김준현) 그 자체다.
매일매일 처음을 살아갈 네가
매일매일 소중하다는 것
헤아림과 다독임의 말
내가 너무 밉고 싫은 날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채널만 계속 돌리던 날
나의 처음들이 선반 위에서 속삭였다
너의
꽉 쥔 주먹
살짝 벌린 입
모래가 달라붙은 발바닥
빨갛게 까진 무릎
까만 때가 낀 손톱
양 갈래로 땋은 긴 머리카락
모두
소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매일매일 처음을 살아갈 네가
매일매일 소중하다고
_「액자 속의 나」 부분
양슬기 시인의 말에는 다정한 힘이 있다. 시인은 스스로가 너무 밉고 싫은 날(「액자 속의 나」), 남들에게는 별것도 아닌 일에 한없이 가라앉는 날(「별것」)의 풍경을 사소하게 넘기지 않는다. 그런 날도 있는 것이라며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말로 꽁꽁 언 마음을 녹인다. 그런가 하면, '말의 없음'을 통해서도 말의 힘을 드러낸다. 까만 먹구름 같은 말들을 자기 안에서 없어질 때까지 녹여 먹은 다음 똥으로 싸 버리거나(「어떤 말」), 친구들 앞에서 한 마디 했다가 백 마디 참견으로 돌아오는 상황에서 애써 응답하지 않고 가뿐히 빠져나가기를 택한다(「나 주말에 제주도 간다!」). 할머니 말에 차마 대답하지 못하는 화자의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속사정을 짐작해 보게 하고(「누르지 마 복숭아」), 피구를 하다 선 넘은 아이를 유일하게 목격한 화자는 과연 어떤 말을 할지 독자의 상상에 맡기기도 한다(「선」). 말을 쏟아낼 때와 아낄 때를 정확하게 아는 시인의 사려 깊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배애애애액날 땅 안 파 보면
저어어어얼대 모를 삽질의 효능
모래 놀이터에서 땅 파는데 누나가
너는 또 삽질이냐?
배애애애액날 땅 파 봐라 돈이 나오냐 뭐가 나오냐?
빈정빈정 비꼬더니 그네 타러 가 버렸다
(중략)
아무 데나 핀 민들레 한 송이의 키가 얼마나 큰지
배애애애액날 땅 안 파 본 누나는
저어어어얼대 모른다
_「백날 삽질」 부분
양슬기 시인의 동시 세계 안에서 놀다 보면 쓸데없어 보이던 수다가, 엉뚱하게만 보이던 공상이 어떻게 현실 극복의 계기가 되는지 몸소 알게 된다. "뒤죽박죽의 힘"이고 "무질서의 해방감"(김개미)이다. "말을 잇대고 또 잇대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너지"(유강희)를 품은 동시들이 더 마음껏 떠들라고, 더 자유롭게 상상해 보라고 부추긴다. 종알종알 수다스러운 시와 찰떡같이 어울리는 일러스트는 차은정 작가가 그렸다. 작고 소중한 존재들에 활력과 따스함을 불어넣는 차은정 작가의 일러스트에서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당당한 어린이의 목소리가 자동 재생되는 듯하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지만, 어린이의 사회는 어른의 사회보다 결코 덜 치열하지 않다. 끝이 없는 시험, 샤프심처럼 똑 부러질 듯한 우정, 뭘 해도 예쁨 받는 동생을 향한 질투,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을 겪으며 '사회의 쓴맛'을 느끼는 날들이 많다. 그러나 마니또가 슬쩍 두고 간 편지, 살구 냄새로 오는 엄마의 사랑, 어느 날 시작된 두근거림, 절교하려 했던 친구가 보낸 생일 축하 카톡 하나에 '인생의 참맛'을 느끼는 날들도 많다. 오늘도 학교와 집을 오가며, 엉뚱함과 진중함을 오가며, 시트콤과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쓴맛과 단맛을 오가며 어린이는 좌충우돌 종횡무진 자란다. 언제나 할 말이 잔뜩 쌓여 있는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어린이의 속사정을 엿보고 싶은 어른들에게 『사회의 쓴맛』을 권한다.
■ 심사평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과 시적 상상력이 연결되는 지점에 양슬기 시인의 동시가 놓여 있다. 시인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건 그만의 거침없는 독특한 화법 덕분이다. 일반적 의미의 '이야기꾼'이 지니지 못한 생생한 현장음이 시의 주된 배음으로 깔려 있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마치 유튜버의 교실 현장 중계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어린이의 수다를 동시의 장 안으로 과감히 끌어들여 양식화를 시도한 점은 우리 동시의 큰 성취다." _유강희(시인, 심사위원)
"교실 현장의 한가운데서 어린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른의 어설픈 말놀이가 아니라 어린이들이 지금-여기에서 하고 있는 말놀이가 있고, 어른이 홀로 공글리고 매만진 감정이 아닌 여과되지 않은 어린이들의 감정이 살아 있다. 시의 문법이 실재하는 어린이와 정확하게 만나는 순간의 충일감이 좋았다. 어린이 삶의 현장에서 함께 호흡할 작품을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라 반가웠다." _김준현(시인)
"그동안 보아 왔던 말놀이와 분명한 차별성을 보였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의 시끌시끌한 수다로 독자를 집중시키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치달려 전복하는 방식이 돋보였다. 조심하지 않고 내뱉는 다채로운 말들과 그 옆에서 변화무쌍하게 자라는 상상은 독자를 친근하면서도 엉뚱한 공간으로 초대한다." _김개미(시인)
■ 『사회의 쓴맛』을 먼저 읽은 어린이들의 추천사
"우리 반을 엿보고 시를 쓰셨나??내 사물함에도 순함과 악함(수학 익힘) 책,?상황(사회)?책이 있는데 ㅇㅅㄱ 작가님께 들킨 것 같다.?왜 우리 반을 훔쳐보셨나요,?작가님?" _김가온(정읍 동신초 4학년)
"이 동시집은 읽을수록 내 경험이 생각납니다. 특히 「가위바위보, 보, 보!」라는 시가 그랬습니다. 어렸을 때 가위바위보를 해서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던 경험이 기억납니다. 친구를 위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면 시간이 똑딱똑딱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친구와 내가 같은 층에서 만났을 때는 그 친구와 내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친구와 놀던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 이 책을 펼쳐 읽어 보면 아주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_김가인(남양주 풍양초 5학년)
"「고래 낙하」라는 시를 읽을 때 외할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리며 작별하던 마음이 떠올랐다. 솔직한 내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시를 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 시를 더 많이 찾아 읽고, 내 마음을 담은 시도 써 보고 싶다." _김지율(서울 두산초 5학년)
"이 동시집에서 가장 재미있던 시는 「나 주말에 제주도 간다!」이다. 내가 첫 소절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엄마, 아빠, 동생이 킥킥거리다가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동생이랑 엄마도 시 속 주인공들처럼 티키타카할 때 나를 웃게 한다. 가끔 나와 친구들도 학교에서 아무 말 대잔치 하듯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논다. 딱 나와 친구들 이야기다." _이태양(서울 두산초 6학년)
"마치 양슬기 시인님께서 우리들의 마음에 들어갔다 나오신 것같이, 너무나도 시로 잘 표현을 해 주셨습니다. 이 동시집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린이들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의 쓴맛'이 무엇인지 궁금한 초등학교 고학년에게 추천합니다." _채다은(시흥매화초 6학년)
목차
목차
1부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우유 탑 10
떠드는 사람: ㅇㅅㄱ 12
늑대슬기 14
사회(의 쓴맛) 16
수업 시간에 몰래 노는 방법 20
얼음땡 22
나 주말에 제주도 간다! 24
키가 커서 좋겠다고? 26
우리 반에 100년 묵은 다람쥐가 있다 30
2부 애들은 나를 어떤 날씨라고 생각할까요
오늘 날씨는 36
안경 너머 38
마니또니마 40
진짜 완전 대박 42
돌사람 46
소희와 나 49
파란 비누 50
원시인들의 오후 52
무엇이든 열쇠 54
3부 일부러 잡아먹은 건 아니에요
조난자 58
미안해요 체리 씨 60
말았다 62
백날 삽질 64
눈사람 키우기 68
잘 먹었습니다 72
귤붕어 74
봄밤의 뱀 76
세균 님의 생일 78
그림자 분신술 80
4부 나의 처음들이 속삭였다
똥쟁이들 84
누르지 마 복숭아 86
어떤 말 90
난 생각해 92
살구잼 94
고래 낙하 96
찹쌀아 100
별것 102
노바디 104
액자 속의 나 108
별똥별 110
5부 가위바위보, 보, 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전에 114
가위바위보, 보, 보! 116
먹고살려면 118
치킨의 참맛 120
가장 큰 생일 선물 122
엉망진창 토마토 124
이일은이나 128
선 130
괜찮다 132
음파음파 134
영화가 끝나고 136
해설 유강희 138
우유 탑 10
떠드는 사람: ㅇㅅㄱ 12
늑대슬기 14
사회(의 쓴맛) 16
수업 시간에 몰래 노는 방법 20
얼음땡 22
나 주말에 제주도 간다! 24
키가 커서 좋겠다고? 26
우리 반에 100년 묵은 다람쥐가 있다 30
2부 애들은 나를 어떤 날씨라고 생각할까요
오늘 날씨는 36
안경 너머 38
마니또니마 40
진짜 완전 대박 42
돌사람 46
소희와 나 49
파란 비누 50
원시인들의 오후 52
무엇이든 열쇠 54
3부 일부러 잡아먹은 건 아니에요
조난자 58
미안해요 체리 씨 60
말았다 62
백날 삽질 64
눈사람 키우기 68
잘 먹었습니다 72
귤붕어 74
봄밤의 뱀 76
세균 님의 생일 78
그림자 분신술 80
4부 나의 처음들이 속삭였다
똥쟁이들 84
누르지 마 복숭아 86
어떤 말 90
난 생각해 92
살구잼 94
고래 낙하 96
찹쌀아 100
별것 102
노바디 104
액자 속의 나 108
별똥별 110
5부 가위바위보, 보, 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전에 114
가위바위보, 보, 보! 116
먹고살려면 118
치킨의 참맛 120
가장 큰 생일 선물 122
엉망진창 토마토 124
이일은이나 128
선 130
괜찮다 132
음파음파 134
영화가 끝나고 136
해설 유강희 138
저자
저자
양슬기
2024년 『창비어린이』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사회의 쓴맛』으로 제13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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