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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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고 말리고 소중히 아껴야 하는 머리카락이 사라졌다.
마침내 모두가 대머리인 세상이 온 것이다.
"전부 다 대머리가 되어버렸으면 좋겠다.
한 명도 빠짐없이, 한 올도 남김없이."
친숙한 일상에 독특한 상상력을 물들여 기발하면서도 진한 여운이 남는 소설을 선보여온 다카세 준코는 직장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다 2019년 데뷔한 일본의 작가다. 스바루문학상과 아쿠타가와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고, 소설과 산문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다카세 준코의 작품에는 직장이나 가정의 고민, 인간관계, 일상적 에피소드처럼 주로 보편적인 재료들이 쓰이지만 그 맛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매일 부대끼는 동료와의 식사에 관한 직장인의 괴로움을 소재로 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돌연 샤워 중단을 선언한 남편 때문에 곤경에 처한 가정 이야기 『샤워』에 이어, 이번에는 탈모 전염병으로 모든 성인이 대머리가 된 사회의 좌충우돌과 고민을 그린 『돋아나다』로 우리 독자를 찾아온다. 주인공 마치카는 어릴 때부터 적은 머리숱이 콤플렉스였기에 모두가 동등하게 대머리가 된 세상을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마침내 모두가 대머리인 세상이 온 것이다.
"전부 다 대머리가 되어버렸으면 좋겠다.
한 명도 빠짐없이, 한 올도 남김없이."
친숙한 일상에 독특한 상상력을 물들여 기발하면서도 진한 여운이 남는 소설을 선보여온 다카세 준코는 직장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다 2019년 데뷔한 일본의 작가다. 스바루문학상과 아쿠타가와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고, 소설과 산문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다카세 준코의 작품에는 직장이나 가정의 고민, 인간관계, 일상적 에피소드처럼 주로 보편적인 재료들이 쓰이지만 그 맛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매일 부대끼는 동료와의 식사에 관한 직장인의 괴로움을 소재로 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돌연 샤워 중단을 선언한 남편 때문에 곤경에 처한 가정 이야기 『샤워』에 이어, 이번에는 탈모 전염병으로 모든 성인이 대머리가 된 사회의 좌충우돌과 고민을 그린 『돋아나다』로 우리 독자를 찾아온다. 주인공 마치카는 어릴 때부터 적은 머리숱이 콤플렉스였기에 모두가 동등하게 대머리가 된 세상을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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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다카세 준코 화제의 신작 ●
'탈모'라는 '콤플렉스'가 사라진 세상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갑자기 발생한 원인 불명의 전염병으로 성인들의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몽땅, 전부, 대머리가 되었다. 물론 세상은 패닉에 빠졌다. 민머리로 남들 앞에 설 수 없어 집안에 틀어박히거나 비관에 빠져 자살하는 사람도 생겼다. 미용과 패션 업계는 줄도산을 피할 수 없었고, 재택근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며, 아직 머리가 빠지지 않은 사람을 폭행하는 범죄도 발생했다. 이렇듯 초반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머리가 빠졌을 뿐 죽는 건 아니라는 사실에 사회는 어느덧 안정을 찾았다. 탈모라는 콤플렉스가 사라졌으니 머리와 외모를 가꿀 필요가 없어 해방감을 만끽하거나, 가발과 두피 타투로 새로운 멋을 뽐내거나, 꾸밈없는 솔직함을 무기로 대머리 아이돌까지 등장하며 세상은 그럭저럭 순조롭게 돌아가는 듯했다.
대머리란 가리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 말인가. 머리카락으로 두피를 가리지 못하는 걸 두고 벗어졌다고 말하는 것인가. 마치카는 나 있는 머리카락은 길게 길렀다. 그 머리카락으로 가르마와 정수리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덮었고, 두피는 가려졌으니 대머리는 아닌 셈이다. 겨드랑이 털도 음모도 팔다리 털도, 심지어 입 주위 솜털까지도 남들만큼 나 있는데, 어째서 머리카락이나 눈썹같이 내가 원하는 털만은 만족스레 자라주지 않는 걸까. 전부 다 대머리가 되어버렸으면 좋겠다. 한 명도 빠짐없이, 한 올도 남김없이. (본문 35p)
지금은 염색이건 파마건 두발 자유화인 학교가 더 많다. 금발이든 빨간 머리든 상관없고, 파마든 폭탄머리든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 이렇게 바뀌기 전에는 남학생의 장발을 금지하는 학교도 있었는데, 지금은 머리 모양을 성별에 따라 규제하지 않는다. 길든 짧든 상관없다. 이런 세상이 된 지금, 언젠가 반드시 머리카락을 잃게 될 청소년들은 머리에 무슨 짓을 하든 허용된다. (본문 60p)
주인공 마치카는 어릴 때부터 적은 머리숱이 콤플렉스였기에 별안간 맞이한 대머리 생활이 꽤 만족스럽다. 과거엔 행여 두피가 상할까 엄두도 못 냈던 탕 목욕에 재미를 붙여 매주 뜨끈하고 개운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특히 즐겁다. 하지만 이런 행복도 잠시, 어느 날 마치카의 매끈한 두피 위로 온통 검정 머리카락이 돋아난다. 일시적인 현상일 뿐 전부 빠져버리겠지 싶었지만 머리는 점점 자라났다. 대머리 과도기를 지나 이제 겨우 사회가 안정되었는데 자신만 머리가 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들통나면 회사는 계속 다닐 수 있을까. 가발로 숨기고 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치카는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갈까.
고작 머리카락 하나로 갈리는 행복과 불행
머리카락처럼 얽히고설킨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다
겉으론 모두가 동등하게 대머리가 되었지만 사람들의 속마음은 훨씬 복잡했다. 수년이 흘렀음에도 자신이 대머리라는 사실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하거나, 머리카락이 사라졌을 뿐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니니 여전히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며 외모 강박에 빠지거나, 또다른 비교 대상을 만들어 우월의식을 즐기는 등 결국 저마다의 굴레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처음에는 그중 멋스럽고 세련된 사람들만 민머리인 채로 밖을 돌아다녔다. 화장이나 타투, 피어싱과 목걸이는 머리카락이 사라진 만큼 과잉되기 시작했다. 그다음 민머리를 내놓게 된 건 원래부터 멋에 전혀 흥미가 없었던 사람들로, 귀찮으니까 그냥 살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남달리 멋부릴 줄 아는 사람과 남달리 멋에 관심이 없는 사람 사이, 자기 옷차림에 그럭저럭 관심을 가져온 이들만이 유행에 뒤처진 듯 가발을 쓰고 있었다. (본문 92p)
데라와 언제까지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머리카락이 난 게 내가 아니고 데라였다면 괜찮았을까. 남을 때리는 것보다는 내가 맞는 편이 낫다. 어느 쪽도 때리지 않고, 맞지 않는 관계를 맺을 수가 없다면. 머리카락이 있고 없고 하나로 이렇게나 고달파야 한다는 게 우스웠다. 우습지만, 우스워지지 않으면서 누구와 관계를 맺는 법 또한 알지 못했다. (본문 163p)
마치카 역시 그 누구보다 만족스럽게 대머리 생활을 해나가면서도, 과거 적은 머리숱 때문에 겪었던 굴욕적인 경험과 그때의 감정들에 자꾸 사로잡히곤 한다. 자신의 콤플렉스 때문에 늘 진심으로 대하지 못했던 친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 동등하게 대머리가 되었다고 해서 좀더 진실되게 친구를 마주할 용기가 생기는 것도 아닌 듯하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머리카락, 그리고 그 머리카락이 모두 빠져 사라진 세상에서 마치카는 다시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탈모'라는 '콤플렉스'가 사라진 세상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갑자기 발생한 원인 불명의 전염병으로 성인들의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몽땅, 전부, 대머리가 되었다. 물론 세상은 패닉에 빠졌다. 민머리로 남들 앞에 설 수 없어 집안에 틀어박히거나 비관에 빠져 자살하는 사람도 생겼다. 미용과 패션 업계는 줄도산을 피할 수 없었고, 재택근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며, 아직 머리가 빠지지 않은 사람을 폭행하는 범죄도 발생했다. 이렇듯 초반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머리가 빠졌을 뿐 죽는 건 아니라는 사실에 사회는 어느덧 안정을 찾았다. 탈모라는 콤플렉스가 사라졌으니 머리와 외모를 가꿀 필요가 없어 해방감을 만끽하거나, 가발과 두피 타투로 새로운 멋을 뽐내거나, 꾸밈없는 솔직함을 무기로 대머리 아이돌까지 등장하며 세상은 그럭저럭 순조롭게 돌아가는 듯했다.
대머리란 가리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 말인가. 머리카락으로 두피를 가리지 못하는 걸 두고 벗어졌다고 말하는 것인가. 마치카는 나 있는 머리카락은 길게 길렀다. 그 머리카락으로 가르마와 정수리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덮었고, 두피는 가려졌으니 대머리는 아닌 셈이다. 겨드랑이 털도 음모도 팔다리 털도, 심지어 입 주위 솜털까지도 남들만큼 나 있는데, 어째서 머리카락이나 눈썹같이 내가 원하는 털만은 만족스레 자라주지 않는 걸까. 전부 다 대머리가 되어버렸으면 좋겠다. 한 명도 빠짐없이, 한 올도 남김없이. (본문 35p)
지금은 염색이건 파마건 두발 자유화인 학교가 더 많다. 금발이든 빨간 머리든 상관없고, 파마든 폭탄머리든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 이렇게 바뀌기 전에는 남학생의 장발을 금지하는 학교도 있었는데, 지금은 머리 모양을 성별에 따라 규제하지 않는다. 길든 짧든 상관없다. 이런 세상이 된 지금, 언젠가 반드시 머리카락을 잃게 될 청소년들은 머리에 무슨 짓을 하든 허용된다. (본문 60p)
주인공 마치카는 어릴 때부터 적은 머리숱이 콤플렉스였기에 별안간 맞이한 대머리 생활이 꽤 만족스럽다. 과거엔 행여 두피가 상할까 엄두도 못 냈던 탕 목욕에 재미를 붙여 매주 뜨끈하고 개운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특히 즐겁다. 하지만 이런 행복도 잠시, 어느 날 마치카의 매끈한 두피 위로 온통 검정 머리카락이 돋아난다. 일시적인 현상일 뿐 전부 빠져버리겠지 싶었지만 머리는 점점 자라났다. 대머리 과도기를 지나 이제 겨우 사회가 안정되었는데 자신만 머리가 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들통나면 회사는 계속 다닐 수 있을까. 가발로 숨기고 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치카는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갈까.
고작 머리카락 하나로 갈리는 행복과 불행
머리카락처럼 얽히고설킨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다
겉으론 모두가 동등하게 대머리가 되었지만 사람들의 속마음은 훨씬 복잡했다. 수년이 흘렀음에도 자신이 대머리라는 사실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하거나, 머리카락이 사라졌을 뿐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니니 여전히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며 외모 강박에 빠지거나, 또다른 비교 대상을 만들어 우월의식을 즐기는 등 결국 저마다의 굴레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처음에는 그중 멋스럽고 세련된 사람들만 민머리인 채로 밖을 돌아다녔다. 화장이나 타투, 피어싱과 목걸이는 머리카락이 사라진 만큼 과잉되기 시작했다. 그다음 민머리를 내놓게 된 건 원래부터 멋에 전혀 흥미가 없었던 사람들로, 귀찮으니까 그냥 살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남달리 멋부릴 줄 아는 사람과 남달리 멋에 관심이 없는 사람 사이, 자기 옷차림에 그럭저럭 관심을 가져온 이들만이 유행에 뒤처진 듯 가발을 쓰고 있었다. (본문 92p)
데라와 언제까지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머리카락이 난 게 내가 아니고 데라였다면 괜찮았을까. 남을 때리는 것보다는 내가 맞는 편이 낫다. 어느 쪽도 때리지 않고, 맞지 않는 관계를 맺을 수가 없다면. 머리카락이 있고 없고 하나로 이렇게나 고달파야 한다는 게 우스웠다. 우습지만, 우스워지지 않으면서 누구와 관계를 맺는 법 또한 알지 못했다. (본문 163p)
마치카 역시 그 누구보다 만족스럽게 대머리 생활을 해나가면서도, 과거 적은 머리숱 때문에 겪었던 굴욕적인 경험과 그때의 감정들에 자꾸 사로잡히곤 한다. 자신의 콤플렉스 때문에 늘 진심으로 대하지 못했던 친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 동등하게 대머리가 되었다고 해서 좀더 진실되게 친구를 마주할 용기가 생기는 것도 아닌 듯하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머리카락, 그리고 그 머리카락이 모두 빠져 사라진 세상에서 마치카는 다시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목차
목차
저자
저자
다카세 준코 1988년 일본 에히메현 출생. 리쓰메이칸대학교 문학부 졸업 후 2019년 『개의 모양을 한 것』으로 제43회 스바루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2021년 『샤워』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으며, 2022년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로 제167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2024년 『착한 아이의 하품』으로 제74회 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신인상을 수상했다.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생활의 표리를 예리하고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작가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으며, 일상의 다양한 모습을 독특하고 절묘하게 그려내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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