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 여정
생명의 역사와 꿈꾸는 존재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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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20세기 과학 에세이의 고전 ★
★ 이동진 평론가 · 정혜윤 PD 추천 도서 ★
"이 책은 울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_정혜윤(PD, 작가)
사막과 빙하, 강과 심해, 지구와 우주, 그리고 과거와 미래……
광활한 시공간을 통과해온 모든 생명과 인류의 여행기
눈부신 사유와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과학 에세이의 선구자 로렌 아이즐리의 대표작!
20세기 최고의 과학 에세이스트 로렌 아이즐리의 『광대한 여정』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인류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로렌 아이즐리는 그가 사망한 1977년까지 에세이, 자서전, 전기 등 열한 권의 저서를 펴내며 작가로서 큰 명성을 얻었다. 『광대한 여정』은 1957년에 발간된 그의 첫번째 에세이집으로, 이 책에서 아이즐리는 생명의 기원과 인류의 진화에 관해 당대까지 밝혀진 과학적 사실을 충실하게 전하면서도 개인적인 일화와 성찰을 더해 소설처럼 생생하게 생명 진화의 과정을 그려낸다. 『광대한 여정』 출간 후 뉴욕 타임스는 아이즐리를 "시적 감수성, 삶과 자연의 신비에 대한 경외심과 경탄을 담아 글을 쓸 줄 아는 인물"로 높이 평가했고,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현대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며 상찬했다. 이 책은 미국에서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광대한 여정』은 로렌 아이즐리의 대표작으로 과학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초기 인류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로서 현장 연구에 매진해온 경험, 한 고독한 인간의 깊은 사색으로 넘쳐난다. 아이즐리의 문학성은 글의 유려함을 넘어 광막한 우주 속 인간의 위치를 겸허하게 성찰하는 그의 태도에서 나온다. 그의 저작은 과학자는 물론 시인 W. H. 오든, 소설가 레이 브레드버리와 같은 문학가의 열띤 찬사를 받기도 했다. 부고를 통해서도 그가 작가로서 점했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데, 블룸즈버리 리뷰는 "그저 과학은 과학이고 문학은 문학이었던 시절에 이미 도약을 이루"며 "은유, 아이러니, 서사라는 시적인 언어로 과학을 전달한 독보적인 작가"로서 아이즐리를 기렸다. 독자들은 『광대한 여정』을 통해 스티븐 제이 굴드, 리처드 도킨스, 칼 세이건 등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뛰어난 과학 도서의 원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며, 과학 지식과 자전적인 이야기가 결합된 오늘날의 과학 논픽션이 모두 아이즐리의 자장 안에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날 독자에게 경고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여러분을 위한 안내서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세계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기적을 탐색하고, 이해하고, 즐기려고 애써온 한 인간이 세상을 누비며 작성한 다소 관습에서 벗어난 기록이다. (…) 여기에는 옛날에 그리스인들이 말한 네 개의 고대 원소가 모두 들어 있다. 진흙, 그 안에 깃든 생명이라 부르는 불, 방대한 물,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까지. 마지막은 공간과 공기, 그리고 과학으로 분석할 수 없지만 여태껏 인간의 꿈을 빚어낸 재료로, 바로 희망이라는 무형의 물질이다. (26쪽)
"돌이켜보면 나름 괜찮은 여행이었다.
좀 길긴 했어도 상냥한 태양과 함께한 더없이 좋은 여행."
치밀한 분석 너머 생명의 경이를 기록하는 한 과학자,
자연에 남겨진 흔적에서 길어올린 비범한 깨달음
『광대한 여정』에는 생명의 진화와 인류의 기원을 다룬 에세이 열세 편이 담겨 있다. 모든 글이 완결성과 주제 의식을 갖추고 있지만 책 전체를 꿰뚫는 메시지는 진화론적으로 인간이 다른 생물보다 특별히 더 우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진화는 각각의 종이 나름의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한 "우연적인 선택"의 결과이므로 모든 생명체는 제각기 독특한 역사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이즐리는 크게 두 가지 주제를 다룬다. 하나는 과학적 사실과 개인적인 체험을 엮어 흥미롭게 서술한 생명의 진화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적 논쟁으로 보는 인류의 기원에 관한 가설이다.
생명의 진화를 이야기하는 글부터 살펴보자. 아이즐리는 조금은 엉뚱한 방식으로 독자를 매혹한다. 「1장 갈라진 틈」에서 그는 인적이 드문 너른 초원을 말을 타고 달리다 땅을 가르는 좁은 틈을 발견하고 그 아래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두개골을 발굴하며 약 6600만 년 전 공룡 대멸종 이후 나타난 설치류의 한 시대를 떠올리며 언젠가 초원에서 나무로 쫓겨났던 우리의 먼 조상을 떠올린다. 그런가 하면 「2장 강의 흐름」에서는 갑작스러운 충동으로 플랫강 지류에 몸을 맡긴 채 떠내려가다가 물과 하나되는 듯한 경험을 하고, 어쩌면 인간도 물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물이 흐르게 하려는 하나의 방식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 인간이 단지 자연의 생존을 위한 도구일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어느 겨울 얼어붙은 강가를 거닐다 얼음 속에 갇힌 메기를 발견해 집에 들이고는 수조를 가져오라는 메기의 말을 듣고 "수조를 가져오겠습니다"라며 명을 받드는 장면은 그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이 에세이의 백미다.
인간으로 말하자면, 우리 각자는 서로 격리된 하나의 물웅덩이로 저마다 그 안에 떼 지어 다니는 극미동물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혹시 인간도 강의 물살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물이 흐르게 하려는 한 방식에 불과하지 않을까? 쏟아지는 개울, 그리고 내 안의 신비로운 창조물들이 갉아먹는 표류목(漂流木)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소우주가 곧 나라는 말씀이다. 나는 4분의 3이 물이고, 그 물은 혈관을 두드리는 힘에 따라 차올랐다 비워졌다 한다. 몸속의 미세한 박동은 히말라야산맥을 이영차 들어올릴 것처럼 드세다가도 이어지는 수축에 쓸려나가 잠잠해진다. (37-38쪽)
「3장 심해」 「4장 주둥이코」에서는 세포를 갖춘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조건을 논한다. 이 논쟁은 현재진행형으로, 오늘날엔 심해 바닥의 열수 분출 구멍에서 생명이 시작됐다는 가설이 과학계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 책은 생명에 관해 많은 것들이 베일에 싸여 있던 19세기 말 20세기 초를 다루며, 심해의 표면을 카펫처럼 뒤덮은 진흙에서 생명이 탄생했을 거라는 가설부터 외계에서 왔을 거라는 추측까지, 생명의 기원을 찾기 위한 당대 과학자들의 고투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아이즐리는 생명의 기원은 "바이러스나 결정, 단백질 입자를 아무리 해부해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진리"라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생명은 자신의 한계를 조심스럽게 조정하며 자신을 진화시켜왔고, 인간도 그중 하나의 종일 뿐이라는 것이다. 약 4억 년 전 척박한 늪지에 살던 주둥이코 물고기가 인간이 되기까지, 그 장구한 진화의 여정에는 그 어떤 영웅적인 모험이나 탁월함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생존을 위해 뭍으로 올라와야 했고, 또 뭍에서 살기 위해 뇌 속에 작은 방울 같은 소뇌를 만들어야했던 주둥이코의 은밀한 노력이 있을 뿐이다. 「5장 꽃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가」에서 꽃은 그야말로 인류의 생존 조건으로 다뤄진다. 지금으로부터 1억 년 전만 해도 지구에는 짙은 초록색 식물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최초의 꽃이 그저 제 꽃가루를 공중에 흩뿌렸다. 속씨식물은 매개체를 통해 이전에는 갈 수 없던 먼 거리를 이동했고, 씨방의 보호를 받아 온전히 자란 씨앗이 어디서든 싹을 틔웠다. 거대 파충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시작하자 이 작은 씨앗들이 지구를 뒤덮었고, 이들이 키워낸 실한 식량이 동물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생존 경쟁에서 그닥 별 볼일 없던 영장류 또한 이러한 꽃식물 덕분에 생존하고 진화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11장 새들의 재판」 「12장 새와 기계」 「13장 생명의 비밀」에서는 자연의 메시지를 전하는 고독한 특사로서 아이즐리 특유의 신비롭고 사색적인 매력이 한껏 발휘된다. 어스름한 새벽, 뉴욕 고층 호텔방 창문으로 비둘기떼의 비행을 내려다보고 자신도 인간이 된 꿈을 꾸는 비둘기가 아닐까 하며 창밖으로 몸을 던지고픈 충동을 느끼기도 하고, 5000만 년 세월이 응축된 사막의 흙을 한 움큼 쥐고 광활한 하늘을 내달리는 새 무리와의 화학적 연결을 깨닫거나, 추운 겨울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집을 짓는 거미를 보면서 인생의 허무를 떨쳐낸다. 그리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중년의 아이즐리가 가장 두려워했던 건 인간들 사이에 세상의 경이가 너무나 쉽게 간과된다는 점이었다. 그는 권위 있는 과학자들이 가을날 말라비틀어진 메뚜기 다리와 나무 줄기를 줍고 살피는 자신을 비웃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현미경과 박절기에 붙어서 생명의 단위를 쪼개고 쪼개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한다. 세상의 진실을 알기 위해 과학의 눈으로 더 멀리, 더 깊이 시선을 뻗어나가는 것보다 오히려 개구리가 놀랄까봐 자신의 움직임을 돌아보는 것이 인간이 가장 멀리 가닿을 수 있는 시선의 확장 아니겠느냐고 말하면서.
주저하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경이로움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인간의 힘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함의 감각, 우주와 큰 거래를 하고 있는 생명의 본질. 나는 야생에서 특사가 돌아오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경이의 의미를 정의하지 않고 그저 그것을 기록하기 위해 사다리에서 내려오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식으로 그 경이는 인간의 마음속에서 메아리치고, 각자는 기적이 나타난 곳 너머의 영역을 붙잡으려 할 것이다. (250-251쪽)
유인원과 인간 사이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 헤매던 20세기 초,
인류의 기원을 둘러싼 과학적 논쟁과 그 의미
「6장 필트다운인의 진실」 「7장 미로」 「8장 꿈의 동물」 「9장 미래의 인간」 「10장 작은 인간과 비행접시」에서는 인간 진화를 설명하기 위한 20세기 초의 과학적 대립을 상세히 논한다. 1912년, 유인원에서 인류가 진화했다는 진화론을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로서 필트다운인 두개골이 발굴되었으나, 1953년에 이것이 영장류의 두개골과 인간의 턱뼈를 붙여 만든 조작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이즐리는 『하퍼스 매거진』에 진화론의 역사에서 유명한 이 사건을 진지하게 다룬 글을 실었는데(이것이 「6장 필트다운인의 진실」이다), 각자 다른 경로로 진화론을 발전시킨 찰스 다윈과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갈라지는 지점을 밝힌 이 글에서 월리스의 관점을 옹호했던 아이즐리는 일부 생물학자들로부터 "진화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 논쟁의 핵심은 인류가 과연 언제 시작되었는지, 인류 뇌의 진화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와 관련된다.
다윈은 인류의 부상을 자연선택에 의한 느리고 점진적인 과정의 결과로 설명하기 위해 "인간 대 인간, 부족 대 부족 사이의 긴 투쟁"을 가정했다. 이러한 가설은 당시 식민지 무역과 무자비한 경쟁을 정당화했고,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은 상대적으로 열등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월리스는 인간의 공통 특징인 의사소통 능력과 예술 활동 등을 들어 "장비(뇌)는 소유자(인간)의 필요보다 먼저 발달했다"라며 '긴 투쟁' 가설을 부정하고 단시간에 진화한 인간 뇌의 특수성을 주장했다. 다만 월리스가 그것을 어떤 신비로운 힘이 작용한 결과로 봤다면 아이즐리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그 원인이라고 본다. 다른 포유류와 비교해 현저하게 긴 유년기를 사회 속에서 거치며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필트다운인 논쟁' 외에도 인간의 정자세포에 작은 인간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전성설'과 배아가 발생 과정을 통해서만 인간의 형질을 얻는다는 '후성설' 논쟁, 외계에도 인간과 같은 지능적 존재가 있는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 등 당대를 뜨겁게 달궜던 인류에 관한 논쟁들이 흥미롭게 펼쳐져 과학사의 한 장면을 목격하는 듯하다.
비록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지만, 우리가 인간이 되어가는 데 작용한 선택의 힘에는 사회문화적 속성이 있는 것 같다. 달리 말하면,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새로운 환경의 "경계를 넘어간" 후로는 어디까지나 그 생존이 엄격하게 내부에서 선택되었다는 뜻이다. 마치 지느러미를 딛고 해안으로 기어올라왔던 최초의 물고기처럼. 방금 이 신세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한 것은 나름 신중하게 선택한 표현이다. 그 새로운 세계란 인간이 살아가는 주변 환경보다는 인간의 뇌에, 즉 인간이 주변의 자연 세계와 자신의 작은 인간 집단 속에서 만들어내기 시작한 사회적 환경을 바라보는 방식에 존재했다. (133쪽)
아이즐리는 신학, 과학, 과학적 야망이 혼재된 인류 기원에 대한 논쟁에서 한발 떨어져 과학자의 태도로 냉철하게 분석하는 한편, 우주라는 넓은 시공간 속 하나의 생명으로서 인류를 바라본다. 이 책을 옮긴 조은영 번역가가 「옮긴이의 말」에서 언급하듯 이 책이 쓰일 당시는 단백질이 아닌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사실이 확립된 직후였고,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서야 유전학을 적용해 진화적 가계도를 그릴 수 있게 되었기에, 오늘날의 관점으로 본다면 당대 과학 지식의 산물인 필트다운인 논쟁과 인류 기원에 대한 논의의 일부는 무지로 인한 소동으로 일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대에 인간 두뇌의 발달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글들의 가치가 작지 않다.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고갈되어버린 과학 만능의 시대
탐구의 가치를 되묻는 한 인류학자의 낮고 깊은 목소리
이 책이 나온 1957년은 소련이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 발사에 성공하고,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직후로, 그런 만큼 과학에 대한 믿음이 점차 굳건해질 때였다. 하지만 인류학과 생물학은 아직 도약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적어도 학계에서는 자리잡았으나 그 외의 생명현상에 대해서는 오늘날에 비하면 이제 막 바닥을 다지는 수준이었다. 그때와 현재 사이의 70년의 시간과 그 사이에 이뤄진 과학의 비약적 발전만을 생각한다면 이 책의 한계가 두드러져 보일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덜 밝혀졌기에 가능했던 상상과 가정의 영역이 지적 즐거움을 더한다. 또한, 로렌 아이즐리가 과학을 보는 태도는 오늘날 AI기술 발전과 함께 팽배해진 과학지상주의의 맹점을 돌아보게 한다. 아이즐리는 우리 주변의 무수한 생명체를 보고 경험하는 방법, 자연계의 비밀에 비춰 우리 자신의 삶을 감상하는 법을 일러준다. 아이즐리를 따라 시작과 변화, 시간과 자연, 정답과 오답이 있는 과학적 탐구에 동행하다보면 생명의 신비에 대한 우리의 감각이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로렌 아이즐리는 평생 경이를 일깨우기 위해 글을 썼다. 이 책은 두개골, 메기, 말뚝망둥어, 노래참새, 비둘기, 까마귀, 새매 등, 사막과 빙하, 강과 심해, 지구와 우주,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고요하고도 환상적인 만남에 대한 묘사들로 가득차 있다. 정혜윤 피디가 "이 책은 울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책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은 수없이 많은 시선이 등장하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추천한 이유도 이 책의 곳곳에 스민 아이즐리의 겸손한 시선 덕분이 아닐까.
인간은 개념만 손에 넣으면 어떻게든 자연을 개량한다. 이렇듯 인간은 아주 잘하고 있고 그래서 지금 내가 눈으로는 신문을 훑어보면서 머릿속으로는 그 새 두 마리와 푸르던 산의 햇살을 떠올리는 것이다. 책상 위에 '기계는 매일 점점 똑똑해진다'라는 제목의 잡지 기사가 펼쳐져 있다.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나는 새들을 고집한다. 그들은 기계가 아니라 생명이니까. (257쪽)
※ 편집자의 말
로렌 아이즐리가 일흔의 문턱에서 쓴 자서전, 『그 모든 낯선 시간들』 또한 새로운 번역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이 책에서 아이즐리는 부모 사이의 불화와 가난, 병약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시작해, 과학이란 학문에서 늘 아웃사이더였던 자신의 발자취를 천천히 더듬어간다. 세계사의 격변 속에서 방황했던 한 지식인, 내향적인 성향으로 인해 자신의 위치를 끊임없이 질문할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 그리고 자연계에서 인류의 위치를 깊이 생각한, 한 인간의 매력적인 자화상이 담겨 있는 탁월한 자기 기록이다.
★ 이동진 평론가 · 정혜윤 PD 추천 도서 ★
"이 책은 울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_정혜윤(PD, 작가)
사막과 빙하, 강과 심해, 지구와 우주, 그리고 과거와 미래……
광활한 시공간을 통과해온 모든 생명과 인류의 여행기
눈부신 사유와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과학 에세이의 선구자 로렌 아이즐리의 대표작!
20세기 최고의 과학 에세이스트 로렌 아이즐리의 『광대한 여정』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인류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로렌 아이즐리는 그가 사망한 1977년까지 에세이, 자서전, 전기 등 열한 권의 저서를 펴내며 작가로서 큰 명성을 얻었다. 『광대한 여정』은 1957년에 발간된 그의 첫번째 에세이집으로, 이 책에서 아이즐리는 생명의 기원과 인류의 진화에 관해 당대까지 밝혀진 과학적 사실을 충실하게 전하면서도 개인적인 일화와 성찰을 더해 소설처럼 생생하게 생명 진화의 과정을 그려낸다. 『광대한 여정』 출간 후 뉴욕 타임스는 아이즐리를 "시적 감수성, 삶과 자연의 신비에 대한 경외심과 경탄을 담아 글을 쓸 줄 아는 인물"로 높이 평가했고,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현대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며 상찬했다. 이 책은 미국에서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광대한 여정』은 로렌 아이즐리의 대표작으로 과학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초기 인류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로서 현장 연구에 매진해온 경험, 한 고독한 인간의 깊은 사색으로 넘쳐난다. 아이즐리의 문학성은 글의 유려함을 넘어 광막한 우주 속 인간의 위치를 겸허하게 성찰하는 그의 태도에서 나온다. 그의 저작은 과학자는 물론 시인 W. H. 오든, 소설가 레이 브레드버리와 같은 문학가의 열띤 찬사를 받기도 했다. 부고를 통해서도 그가 작가로서 점했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데, 블룸즈버리 리뷰는 "그저 과학은 과학이고 문학은 문학이었던 시절에 이미 도약을 이루"며 "은유, 아이러니, 서사라는 시적인 언어로 과학을 전달한 독보적인 작가"로서 아이즐리를 기렸다. 독자들은 『광대한 여정』을 통해 스티븐 제이 굴드, 리처드 도킨스, 칼 세이건 등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뛰어난 과학 도서의 원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며, 과학 지식과 자전적인 이야기가 결합된 오늘날의 과학 논픽션이 모두 아이즐리의 자장 안에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날 독자에게 경고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여러분을 위한 안내서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세계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기적을 탐색하고, 이해하고, 즐기려고 애써온 한 인간이 세상을 누비며 작성한 다소 관습에서 벗어난 기록이다. (…) 여기에는 옛날에 그리스인들이 말한 네 개의 고대 원소가 모두 들어 있다. 진흙, 그 안에 깃든 생명이라 부르는 불, 방대한 물,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까지. 마지막은 공간과 공기, 그리고 과학으로 분석할 수 없지만 여태껏 인간의 꿈을 빚어낸 재료로, 바로 희망이라는 무형의 물질이다. (26쪽)
"돌이켜보면 나름 괜찮은 여행이었다.
좀 길긴 했어도 상냥한 태양과 함께한 더없이 좋은 여행."
치밀한 분석 너머 생명의 경이를 기록하는 한 과학자,
자연에 남겨진 흔적에서 길어올린 비범한 깨달음
『광대한 여정』에는 생명의 진화와 인류의 기원을 다룬 에세이 열세 편이 담겨 있다. 모든 글이 완결성과 주제 의식을 갖추고 있지만 책 전체를 꿰뚫는 메시지는 진화론적으로 인간이 다른 생물보다 특별히 더 우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진화는 각각의 종이 나름의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한 "우연적인 선택"의 결과이므로 모든 생명체는 제각기 독특한 역사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이즐리는 크게 두 가지 주제를 다룬다. 하나는 과학적 사실과 개인적인 체험을 엮어 흥미롭게 서술한 생명의 진화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적 논쟁으로 보는 인류의 기원에 관한 가설이다.
생명의 진화를 이야기하는 글부터 살펴보자. 아이즐리는 조금은 엉뚱한 방식으로 독자를 매혹한다. 「1장 갈라진 틈」에서 그는 인적이 드문 너른 초원을 말을 타고 달리다 땅을 가르는 좁은 틈을 발견하고 그 아래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두개골을 발굴하며 약 6600만 년 전 공룡 대멸종 이후 나타난 설치류의 한 시대를 떠올리며 언젠가 초원에서 나무로 쫓겨났던 우리의 먼 조상을 떠올린다. 그런가 하면 「2장 강의 흐름」에서는 갑작스러운 충동으로 플랫강 지류에 몸을 맡긴 채 떠내려가다가 물과 하나되는 듯한 경험을 하고, 어쩌면 인간도 물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물이 흐르게 하려는 하나의 방식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 인간이 단지 자연의 생존을 위한 도구일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어느 겨울 얼어붙은 강가를 거닐다 얼음 속에 갇힌 메기를 발견해 집에 들이고는 수조를 가져오라는 메기의 말을 듣고 "수조를 가져오겠습니다"라며 명을 받드는 장면은 그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이 에세이의 백미다.
인간으로 말하자면, 우리 각자는 서로 격리된 하나의 물웅덩이로 저마다 그 안에 떼 지어 다니는 극미동물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혹시 인간도 강의 물살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물이 흐르게 하려는 한 방식에 불과하지 않을까? 쏟아지는 개울, 그리고 내 안의 신비로운 창조물들이 갉아먹는 표류목(漂流木)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소우주가 곧 나라는 말씀이다. 나는 4분의 3이 물이고, 그 물은 혈관을 두드리는 힘에 따라 차올랐다 비워졌다 한다. 몸속의 미세한 박동은 히말라야산맥을 이영차 들어올릴 것처럼 드세다가도 이어지는 수축에 쓸려나가 잠잠해진다. (37-38쪽)
「3장 심해」 「4장 주둥이코」에서는 세포를 갖춘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조건을 논한다. 이 논쟁은 현재진행형으로, 오늘날엔 심해 바닥의 열수 분출 구멍에서 생명이 시작됐다는 가설이 과학계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 책은 생명에 관해 많은 것들이 베일에 싸여 있던 19세기 말 20세기 초를 다루며, 심해의 표면을 카펫처럼 뒤덮은 진흙에서 생명이 탄생했을 거라는 가설부터 외계에서 왔을 거라는 추측까지, 생명의 기원을 찾기 위한 당대 과학자들의 고투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아이즐리는 생명의 기원은 "바이러스나 결정, 단백질 입자를 아무리 해부해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진리"라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생명은 자신의 한계를 조심스럽게 조정하며 자신을 진화시켜왔고, 인간도 그중 하나의 종일 뿐이라는 것이다. 약 4억 년 전 척박한 늪지에 살던 주둥이코 물고기가 인간이 되기까지, 그 장구한 진화의 여정에는 그 어떤 영웅적인 모험이나 탁월함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생존을 위해 뭍으로 올라와야 했고, 또 뭍에서 살기 위해 뇌 속에 작은 방울 같은 소뇌를 만들어야했던 주둥이코의 은밀한 노력이 있을 뿐이다. 「5장 꽃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가」에서 꽃은 그야말로 인류의 생존 조건으로 다뤄진다. 지금으로부터 1억 년 전만 해도 지구에는 짙은 초록색 식물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최초의 꽃이 그저 제 꽃가루를 공중에 흩뿌렸다. 속씨식물은 매개체를 통해 이전에는 갈 수 없던 먼 거리를 이동했고, 씨방의 보호를 받아 온전히 자란 씨앗이 어디서든 싹을 틔웠다. 거대 파충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시작하자 이 작은 씨앗들이 지구를 뒤덮었고, 이들이 키워낸 실한 식량이 동물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생존 경쟁에서 그닥 별 볼일 없던 영장류 또한 이러한 꽃식물 덕분에 생존하고 진화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11장 새들의 재판」 「12장 새와 기계」 「13장 생명의 비밀」에서는 자연의 메시지를 전하는 고독한 특사로서 아이즐리 특유의 신비롭고 사색적인 매력이 한껏 발휘된다. 어스름한 새벽, 뉴욕 고층 호텔방 창문으로 비둘기떼의 비행을 내려다보고 자신도 인간이 된 꿈을 꾸는 비둘기가 아닐까 하며 창밖으로 몸을 던지고픈 충동을 느끼기도 하고, 5000만 년 세월이 응축된 사막의 흙을 한 움큼 쥐고 광활한 하늘을 내달리는 새 무리와의 화학적 연결을 깨닫거나, 추운 겨울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집을 짓는 거미를 보면서 인생의 허무를 떨쳐낸다. 그리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중년의 아이즐리가 가장 두려워했던 건 인간들 사이에 세상의 경이가 너무나 쉽게 간과된다는 점이었다. 그는 권위 있는 과학자들이 가을날 말라비틀어진 메뚜기 다리와 나무 줄기를 줍고 살피는 자신을 비웃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현미경과 박절기에 붙어서 생명의 단위를 쪼개고 쪼개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한다. 세상의 진실을 알기 위해 과학의 눈으로 더 멀리, 더 깊이 시선을 뻗어나가는 것보다 오히려 개구리가 놀랄까봐 자신의 움직임을 돌아보는 것이 인간이 가장 멀리 가닿을 수 있는 시선의 확장 아니겠느냐고 말하면서.
주저하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경이로움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인간의 힘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함의 감각, 우주와 큰 거래를 하고 있는 생명의 본질. 나는 야생에서 특사가 돌아오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경이의 의미를 정의하지 않고 그저 그것을 기록하기 위해 사다리에서 내려오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식으로 그 경이는 인간의 마음속에서 메아리치고, 각자는 기적이 나타난 곳 너머의 영역을 붙잡으려 할 것이다. (250-251쪽)
유인원과 인간 사이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 헤매던 20세기 초,
인류의 기원을 둘러싼 과학적 논쟁과 그 의미
「6장 필트다운인의 진실」 「7장 미로」 「8장 꿈의 동물」 「9장 미래의 인간」 「10장 작은 인간과 비행접시」에서는 인간 진화를 설명하기 위한 20세기 초의 과학적 대립을 상세히 논한다. 1912년, 유인원에서 인류가 진화했다는 진화론을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로서 필트다운인 두개골이 발굴되었으나, 1953년에 이것이 영장류의 두개골과 인간의 턱뼈를 붙여 만든 조작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이즐리는 『하퍼스 매거진』에 진화론의 역사에서 유명한 이 사건을 진지하게 다룬 글을 실었는데(이것이 「6장 필트다운인의 진실」이다), 각자 다른 경로로 진화론을 발전시킨 찰스 다윈과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갈라지는 지점을 밝힌 이 글에서 월리스의 관점을 옹호했던 아이즐리는 일부 생물학자들로부터 "진화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 논쟁의 핵심은 인류가 과연 언제 시작되었는지, 인류 뇌의 진화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와 관련된다.
다윈은 인류의 부상을 자연선택에 의한 느리고 점진적인 과정의 결과로 설명하기 위해 "인간 대 인간, 부족 대 부족 사이의 긴 투쟁"을 가정했다. 이러한 가설은 당시 식민지 무역과 무자비한 경쟁을 정당화했고,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은 상대적으로 열등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월리스는 인간의 공통 특징인 의사소통 능력과 예술 활동 등을 들어 "장비(뇌)는 소유자(인간)의 필요보다 먼저 발달했다"라며 '긴 투쟁' 가설을 부정하고 단시간에 진화한 인간 뇌의 특수성을 주장했다. 다만 월리스가 그것을 어떤 신비로운 힘이 작용한 결과로 봤다면 아이즐리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그 원인이라고 본다. 다른 포유류와 비교해 현저하게 긴 유년기를 사회 속에서 거치며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필트다운인 논쟁' 외에도 인간의 정자세포에 작은 인간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전성설'과 배아가 발생 과정을 통해서만 인간의 형질을 얻는다는 '후성설' 논쟁, 외계에도 인간과 같은 지능적 존재가 있는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 등 당대를 뜨겁게 달궜던 인류에 관한 논쟁들이 흥미롭게 펼쳐져 과학사의 한 장면을 목격하는 듯하다.
비록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지만, 우리가 인간이 되어가는 데 작용한 선택의 힘에는 사회문화적 속성이 있는 것 같다. 달리 말하면,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새로운 환경의 "경계를 넘어간" 후로는 어디까지나 그 생존이 엄격하게 내부에서 선택되었다는 뜻이다. 마치 지느러미를 딛고 해안으로 기어올라왔던 최초의 물고기처럼. 방금 이 신세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한 것은 나름 신중하게 선택한 표현이다. 그 새로운 세계란 인간이 살아가는 주변 환경보다는 인간의 뇌에, 즉 인간이 주변의 자연 세계와 자신의 작은 인간 집단 속에서 만들어내기 시작한 사회적 환경을 바라보는 방식에 존재했다. (133쪽)
아이즐리는 신학, 과학, 과학적 야망이 혼재된 인류 기원에 대한 논쟁에서 한발 떨어져 과학자의 태도로 냉철하게 분석하는 한편, 우주라는 넓은 시공간 속 하나의 생명으로서 인류를 바라본다. 이 책을 옮긴 조은영 번역가가 「옮긴이의 말」에서 언급하듯 이 책이 쓰일 당시는 단백질이 아닌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사실이 확립된 직후였고,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서야 유전학을 적용해 진화적 가계도를 그릴 수 있게 되었기에, 오늘날의 관점으로 본다면 당대 과학 지식의 산물인 필트다운인 논쟁과 인류 기원에 대한 논의의 일부는 무지로 인한 소동으로 일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대에 인간 두뇌의 발달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글들의 가치가 작지 않다.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고갈되어버린 과학 만능의 시대
탐구의 가치를 되묻는 한 인류학자의 낮고 깊은 목소리
이 책이 나온 1957년은 소련이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 발사에 성공하고,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직후로, 그런 만큼 과학에 대한 믿음이 점차 굳건해질 때였다. 하지만 인류학과 생물학은 아직 도약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적어도 학계에서는 자리잡았으나 그 외의 생명현상에 대해서는 오늘날에 비하면 이제 막 바닥을 다지는 수준이었다. 그때와 현재 사이의 70년의 시간과 그 사이에 이뤄진 과학의 비약적 발전만을 생각한다면 이 책의 한계가 두드러져 보일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덜 밝혀졌기에 가능했던 상상과 가정의 영역이 지적 즐거움을 더한다. 또한, 로렌 아이즐리가 과학을 보는 태도는 오늘날 AI기술 발전과 함께 팽배해진 과학지상주의의 맹점을 돌아보게 한다. 아이즐리는 우리 주변의 무수한 생명체를 보고 경험하는 방법, 자연계의 비밀에 비춰 우리 자신의 삶을 감상하는 법을 일러준다. 아이즐리를 따라 시작과 변화, 시간과 자연, 정답과 오답이 있는 과학적 탐구에 동행하다보면 생명의 신비에 대한 우리의 감각이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로렌 아이즐리는 평생 경이를 일깨우기 위해 글을 썼다. 이 책은 두개골, 메기, 말뚝망둥어, 노래참새, 비둘기, 까마귀, 새매 등, 사막과 빙하, 강과 심해, 지구와 우주,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고요하고도 환상적인 만남에 대한 묘사들로 가득차 있다. 정혜윤 피디가 "이 책은 울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책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은 수없이 많은 시선이 등장하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추천한 이유도 이 책의 곳곳에 스민 아이즐리의 겸손한 시선 덕분이 아닐까.
인간은 개념만 손에 넣으면 어떻게든 자연을 개량한다. 이렇듯 인간은 아주 잘하고 있고 그래서 지금 내가 눈으로는 신문을 훑어보면서 머릿속으로는 그 새 두 마리와 푸르던 산의 햇살을 떠올리는 것이다. 책상 위에 '기계는 매일 점점 똑똑해진다'라는 제목의 잡지 기사가 펼쳐져 있다.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나는 새들을 고집한다. 그들은 기계가 아니라 생명이니까. (257쪽)
※ 편집자의 말
로렌 아이즐리가 일흔의 문턱에서 쓴 자서전, 『그 모든 낯선 시간들』 또한 새로운 번역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이 책에서 아이즐리는 부모 사이의 불화와 가난, 병약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시작해, 과학이란 학문에서 늘 아웃사이더였던 자신의 발자취를 천천히 더듬어간다. 세계사의 격변 속에서 방황했던 한 지식인, 내향적인 성향으로 인해 자신의 위치를 끊임없이 질문할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 그리고 자연계에서 인류의 위치를 깊이 생각한, 한 인간의 매력적인 자화상이 담겨 있는 탁월한 자기 기록이다.
목차
목차
1장 갈라진 틈
2장 강의 흐름
3장 심해
4장 주둥이코
5장 꽃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가
6장 필트다운인의 진실
7장 미로
8장 꿈의 동물
9장 미래의 인간
10장 작은 인간과 비행접시
11장 새들의 재판
12장 새와 기계
13장 생명의 비밀
옮긴이의 말
2장 강의 흐름
3장 심해
4장 주둥이코
5장 꽃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가
6장 필트다운인의 진실
7장 미로
8장 꿈의 동물
9장 미래의 인간
10장 작은 인간과 비행접시
11장 새들의 재판
12장 새와 기계
13장 생명의 비밀
옮긴이의 말
저자
저자
로렌 아이즐리 (Loren Eiseley, 1907~1977)
미국의 인류학자, 교육자이자 저술가. 네브라스카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인류학을 공부했고,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캔자스대학교, 오벌린칼리지,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하버드대학교, 컬럼비아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등 유수의 대학에서 강의했다. 미국과학진흥협회,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국립예술문학아카데미, 미국철학학회를 비롯한 여러 저명한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이즐리는 네브라스카주의 외곽에 살면서 일찍이 자연에 관심을 가졌고, 대학교 입학 후 맞닥뜨린 대공황 시기에는 미국 전역을 방랑하기도 했다. 수년간 미국 서부 지역과 로키산맥 인근의 고원, 사막 등 넓은 지역에 걸쳐 빙하기 이후 초기 인류 화석 발굴 작업에 참여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인류학과 그 인접 학문인 고고학, 고생물학을 활용해 인간의 진화 조건을 논했다.
동료들로부터 지나치게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아웃사이더였던 그는 교수로 부임한 초기부터 강의와 글쓰기에 두각을 나타냈다. 과학적 발견에 개인적인 경험과 사색을 결합해 과학사, 전기,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며 과학 저술가로 이름을 알렸다. 로렌 아이즐리의 첫 책 『광대한 여정』(1957)이 출간되자 뉴욕 타임스는 "상상력과 우아함을 겸비한 글"이라고 호평했고,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그를 "현대의 소로"라고 칭했으며, 소설가 레이 브레드버리는 "모든 작가의 작가이자 모든 인간의 인간"으로 칭송했다. 『광대한 여정』은 주둥이코 물고기에서 영장류와 인류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생명의 역사를 진화론자의 시각으로 그리며 시간의 깊이와 우주의 광대함에 대한 경이를 전하는 과학 에세이다. 이 책은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1958년 『다윈의 세기(Darwin's Century)』로 미국에서 그해 과학 및 수학 분야의 탁월한 도서에 수여하는 파이베타카파상을 받았고, 1976년에는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보스턴과학박물관에서 수여하는 브래드포드워시번상을 받았다. 2016년 미국 문학사의 뛰어난 고전을 새롭게 펴내는 출판사 '라이브러리오브아메리카(LOA)'는 그의 에세이들을 모아 두 권짜리 전집으로 출간했다. 1994년 네브라스카공영방송에서는 그의 일생과 작업을 다룬 다큐멘터리 〈화석 사냥꾼의 회상(Reflections of a Bonehunter)〉을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다.
평생 글쓰기에 헌신한 그는 과학 에세이 『시간의 창공』(1960), 『예기치 않은 우주(The Unexpected Universe)』(1969), 『보이지 않는 피라미드(The Invisible Pyramid)』(1970), 『밤의 나라(The Night Country)』(1971), 『별을 던지는 사람(The Star Thrower)』(1978, 사후 출간)과 전기 『다윈의 세기』, 자서전 『그 모든 낯선 시간들』(1975) 등 다수의 저작을 남겼다.
미국의 인류학자, 교육자이자 저술가. 네브라스카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인류학을 공부했고,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캔자스대학교, 오벌린칼리지,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하버드대학교, 컬럼비아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등 유수의 대학에서 강의했다. 미국과학진흥협회,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국립예술문학아카데미, 미국철학학회를 비롯한 여러 저명한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이즐리는 네브라스카주의 외곽에 살면서 일찍이 자연에 관심을 가졌고, 대학교 입학 후 맞닥뜨린 대공황 시기에는 미국 전역을 방랑하기도 했다. 수년간 미국 서부 지역과 로키산맥 인근의 고원, 사막 등 넓은 지역에 걸쳐 빙하기 이후 초기 인류 화석 발굴 작업에 참여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인류학과 그 인접 학문인 고고학, 고생물학을 활용해 인간의 진화 조건을 논했다.
동료들로부터 지나치게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아웃사이더였던 그는 교수로 부임한 초기부터 강의와 글쓰기에 두각을 나타냈다. 과학적 발견에 개인적인 경험과 사색을 결합해 과학사, 전기,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며 과학 저술가로 이름을 알렸다. 로렌 아이즐리의 첫 책 『광대한 여정』(1957)이 출간되자 뉴욕 타임스는 "상상력과 우아함을 겸비한 글"이라고 호평했고,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그를 "현대의 소로"라고 칭했으며, 소설가 레이 브레드버리는 "모든 작가의 작가이자 모든 인간의 인간"으로 칭송했다. 『광대한 여정』은 주둥이코 물고기에서 영장류와 인류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생명의 역사를 진화론자의 시각으로 그리며 시간의 깊이와 우주의 광대함에 대한 경이를 전하는 과학 에세이다. 이 책은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1958년 『다윈의 세기(Darwin's Century)』로 미국에서 그해 과학 및 수학 분야의 탁월한 도서에 수여하는 파이베타카파상을 받았고, 1976년에는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보스턴과학박물관에서 수여하는 브래드포드워시번상을 받았다. 2016년 미국 문학사의 뛰어난 고전을 새롭게 펴내는 출판사 '라이브러리오브아메리카(LOA)'는 그의 에세이들을 모아 두 권짜리 전집으로 출간했다. 1994년 네브라스카공영방송에서는 그의 일생과 작업을 다룬 다큐멘터리 〈화석 사냥꾼의 회상(Reflections of a Bonehunter)〉을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다.
평생 글쓰기에 헌신한 그는 과학 에세이 『시간의 창공』(1960), 『예기치 않은 우주(The Unexpected Universe)』(1969), 『보이지 않는 피라미드(The Invisible Pyramid)』(1970), 『밤의 나라(The Night Country)』(1971), 『별을 던지는 사람(The Star Thrower)』(1978, 사후 출간)과 전기 『다윈의 세기』, 자서전 『그 모든 낯선 시간들』(1975) 등 다수의 저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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