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감촉
은희경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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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기쁨, 슬픔과 환희가 교차하는
그 모든 문장의 감촉이 눈부시게 찬란하다." _황인찬(시인)
『새의 선물』 『빛의 과거』를 잇는 '시간 3부작'의 대미
'왜 여전히 은희경인가'에 대한 결정적 대답
성격도 외양도 너무 다른 자매 안나와 경선.
서로의 몸에 새겨진 미지의 기억들과
삶의 저녁에 맞이하는 모든 '첫'의 순간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미래를 함께 펼쳐 보이는 이야기
은희경이 장편소설로는 『빛의 과거』(문학과지성사, 2019) 이후 7년 만에 반가운 신작 『시간의 감촉』을 펴낸다. 은희경은 누구인가?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로 누적 발행 100쇄를 돌파하는 신화를 이룩해낸, 삼십여 년간 소설집 일곱 권과 장편소설 여덟 권을 선보이며 한시도 소설쓰기를 멈추지 않은 현역.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그 내면들로 얽힌 사회의 모습을 감상성 없는 냉철한 시선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사유, 치밀하게 벼린 문장으로 풀어헤치며 뭇 독자마다 애정하는 작품이 하나같이 다른 작가. 발표하는 작품이 곧 사건이고 언제나 새로움을 선사하는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거장.
그런 작가가 계간 『문학동네』 2024년 가을호부터 2025년 가을호까지 연재를 마친 후 숙고의 시간을 거쳐 다듬어 펴내는 『시간의 감촉』은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몸'이라는 조건하에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안나와 경선이라는 자매의 모습을 통해 진진하게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작가는 『시간의 감촉』의 '작가의 말'에서 "한 사람의 몸에 담긴 시간과 공간과 사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밝힌다. "발견과 성장의 여정"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장편이 "『새의 선물』과 『빛의 과거』"를 잇는 "'시간 3부작'"의 대미라고도 말한다. 『시간의 감촉』은 사반세기 넘게 회자되며 여전히 뜨겁게 읽히고 있는 데뷔작 『새의 선물』과 과거의 편집을 통해 한 세대의 어둠을 빛으로 되살려낸 근작 『빛의 과거』를 거쳐 이 시대에 도달한 새로운 클래식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한 현재형 시제로 쓰인 문장이 불러일으키는 동시대적 시간 감각, 타인의 살갗과 내면 모두를 감각하게 하는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장면 장면의 디테일, 삶과 죽음의 사유로써 잊지 못할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이번 작품은 은희경을 따라 읽어온, 혹은 처음 접하는 독자 모두에게 단 한 권의 '결정적 소설'로 다가가리라 믿는다.
그 모든 문장의 감촉이 눈부시게 찬란하다." _황인찬(시인)
『새의 선물』 『빛의 과거』를 잇는 '시간 3부작'의 대미
'왜 여전히 은희경인가'에 대한 결정적 대답
성격도 외양도 너무 다른 자매 안나와 경선.
서로의 몸에 새겨진 미지의 기억들과
삶의 저녁에 맞이하는 모든 '첫'의 순간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미래를 함께 펼쳐 보이는 이야기
은희경이 장편소설로는 『빛의 과거』(문학과지성사, 2019) 이후 7년 만에 반가운 신작 『시간의 감촉』을 펴낸다. 은희경은 누구인가?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로 누적 발행 100쇄를 돌파하는 신화를 이룩해낸, 삼십여 년간 소설집 일곱 권과 장편소설 여덟 권을 선보이며 한시도 소설쓰기를 멈추지 않은 현역.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그 내면들로 얽힌 사회의 모습을 감상성 없는 냉철한 시선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사유, 치밀하게 벼린 문장으로 풀어헤치며 뭇 독자마다 애정하는 작품이 하나같이 다른 작가. 발표하는 작품이 곧 사건이고 언제나 새로움을 선사하는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거장.
그런 작가가 계간 『문학동네』 2024년 가을호부터 2025년 가을호까지 연재를 마친 후 숙고의 시간을 거쳐 다듬어 펴내는 『시간의 감촉』은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몸'이라는 조건하에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안나와 경선이라는 자매의 모습을 통해 진진하게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작가는 『시간의 감촉』의 '작가의 말'에서 "한 사람의 몸에 담긴 시간과 공간과 사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밝힌다. "발견과 성장의 여정"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장편이 "『새의 선물』과 『빛의 과거』"를 잇는 "'시간 3부작'"의 대미라고도 말한다. 『시간의 감촉』은 사반세기 넘게 회자되며 여전히 뜨겁게 읽히고 있는 데뷔작 『새의 선물』과 과거의 편집을 통해 한 세대의 어둠을 빛으로 되살려낸 근작 『빛의 과거』를 거쳐 이 시대에 도달한 새로운 클래식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한 현재형 시제로 쓰인 문장이 불러일으키는 동시대적 시간 감각, 타인의 살갗과 내면 모두를 감각하게 하는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장면 장면의 디테일, 삶과 죽음의 사유로써 잊지 못할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이번 작품은 은희경을 따라 읽어온, 혹은 처음 접하는 독자 모두에게 단 한 권의 '결정적 소설'로 다가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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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지적 교양과 유쾌한 유머로
이성과 감성을 들었다 놓는 색다른 리듬의 서사
『시간의 감촉』의 주인공 안나와 경선은 자매이지만 언니 안나는 1월생, 동생 경선은 12월생으로 출생한 해가 같다. 거의 동일한 생애주기 속에 있으면서도 일 년 정도는 안 보고 지낼 정도로 서로 무심한 사이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작품에서 1부 '몸의 사건들'은 예순다섯 살 생일을 맞은 안나, 그리고 전남편 P의 부고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된 경선의 아침 장면으로 시작한다. 퇴직 연금 생활자로 일 년 전 고층 아파트에 이사온 안나의 "무위"와 "단조로움"(15쪽) 속 고요한 모습, 그리고 그와 대비되게 오피스텔의 암막 커튼 속에서 "무력감"과 "압박감"(17쪽)을 느끼며 잠에서 깬 경선의 모습을 통해 같은 신도시에 살면서도 생활 처지가 다른 두 자매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를 암시한다.
특별한 용건이 있지 않는 한 만나지 않는 두 사람이 조우하게 된 곳은 뜻밖에 병원이다. 경선의 건강검진 결과 신장에서 종양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안나는 예정에 없던 보호자가 되어 경선을 간병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경선 대신 경선의 손녀 다니엘까지 돌보게 되면서 그간 대체로 잔잔하게 흘러갔던 혼자만의 삶에 변화를 맞는다.
안나는 경선의 병간호를 계기로 잊고 지낸 오랜 과거를 떠올린다. 경선의 출생과 백일 사진 촬영 날, 그리고 소식이 끊어진 이웃들과 친척 어른들. 이제는 '낡은 앨범'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기억의 증거들. 이처럼 1부는 안나의 생일, 경선의 수술, 그리고 경선 전남편의 죽음 등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라는 '사건'과 그로 인한 인물 내면의 파동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독자를 깊은 몰입 속으로 빨아들인다.
2부 '고독과 매혹'은 안나와 경선이 젊었던 시절 사랑에 빠졌던 일화를 들려준다. 안나가 오래전 안나푸르나에 여행 갔을 때 만나게 된 남자와의 미묘한 관계, 그리고 경선이 P와 결혼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후의 결혼생활 이야기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한편, 소설은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는 안나와 경선의 대화를 통해 시종 크고 작은 웃음을 자아낸다. 십대 시절 안나가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을 읽을 때 경선은 『보바리 부인』을 읽었다. 『전후한국문학전집』처럼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의미와 미래에의 태도는 서로 다르게 정립해온 자매의 모습은 때로는 일종의 유쾌한 유머소설처럼, 때로는 한국 현대 문화사를 몸소 지녀 방대한 세부가 살아 숨쉬는 교양소설처럼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경선은 사랑에 대해 제 나름의 통찰이 있었다. '한때는 그토록 찬란했던 빛이었건만 이제는 덧없이 사라져 돌이킬 수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워즈워스의 이 시는 한 글자도 빼지 않고 낭송할 수 있었다. 그처럼 시간과 함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사랑은 식는 거라고 생각했다. 영원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결혼이란 그런 남루하고 무정한 과정을 오랜 시간 동안 서로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일일까. 백년해로가 그런 뜻이라면 역시 결혼은 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경선은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안나의 말도 자신처럼 완전한 진심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스스로 이성에게 인기가 없으리라는 불안과 수긍을 공격적으로 돌려서 표현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것이 안나 방식의 허세라면 경선의 경우는 일종의 위악에 가까웠다. 그 무렵의 경선은 주관이 강하고 당돌하게 보이기를 원했으며 제일 싫어하는 칭찬은 착하다는 말이었다. 때로 어딘가에 있을 운명적 사랑을 상상해본다는 건 비밀 중의 비밀이었다. _139~140쪽
"한 사람의 몸안에는 수많은 장소와 시간이 들어 있다."
삶의 진부함과 상투성을 넘어, 낯선 시간의 흐름을 조각해내다
세대를 불문하고 회자될 은희경 소설의 경이로움
3부 '우리의 첫'은 안나와 경선, 그리고 경선의 손녀 다니엘 세 사람이 온천과 항구도시로 잘 알려진 이국으로의 근거리 해외여행을 떠나는 모험을 그린다. 외국 도시의 언덕과 골목 풍경, 야외 박물관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독자를 단숨에 여행지의 한가운데로 데려간다.
무엇보다 세 사람이 '우리의 첫' 게임을 같이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첫' 게임은 "'나의 첫 OO는 OO입니다'라고 받은 다음에" "자신의 첫번째 경험을 이야기"하는 놀이로, 세 사람은 '나의 첫 여행'과 '나의 첫사랑', '나의 첫 선생님' 등 과거의 내밀한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세 사람이 서로의 몰랐던 진실한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좀더 두터운 관계가 되었음을 감지하게 하는 애틋하고 뭉클한 장면이다. "여행은 장소뿐 아니라 시간의 이동"(203쪽)이라는 말처럼, 멈추고 고여 있던 시간에서 벗어나 새 기억의 역사를 형성해내는 두 할머니와 손녀 세 사람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여운을 전한다.
대망의 4부 '언젠가 멋진 날'은 여행지에서 돌아온 경선의 좀더 나아진 몸과 회복된 일상을 그린다. 수술 후 "죽음이라는 사물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으며, "몸이란 삶의 조건이지만 한편으로 죽음의 조건이기도 하다"(158쪽)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은 경선은 문득 "언제부터 안나와 잘 안 만나게 되었"(327쪽)는지 생각한다. 두 자매는 왜 인생 전반에 걸쳐 서로 친밀감 있는 사이로 지내오지 못한 걸까? 1부에서 안나가 "어린 시절 경선과 헤어지기 전날 꾼" "악몽"(70쪽)으로 암시된 것처럼, 중학생 시절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를 맞아 고향을 등졌을 때 부모가 안나만 도시로 데려가고 경선은 친할머니 집에 남기게 되면서 떨어져 지낸 어두운 시기에서 두 사람의 단절이 시작된 것일까? 4부는 안나와 경선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서로의 기억들을 마침내 소용돌이처럼 펼쳐 보인다. 각자 지니고 있던 상처의 아픔이 실은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하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씨앗이었다는 것을.
『시간의 감촉』은 한 사람의 몸에 깃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매 시간 맞이하는 미래 모두를 감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든 언제나 삶의 순간순간마다 살아내야 할 '첫'이 있음을 알려주는 이번 소설은 오래도록 끊임없이 읽히며 회자될 은희경 소설의 경이로운 성취이다.
우리는 하나의 삶을 여러 번 반복하며 사는 건지도 모른다. 현재가 최근이지만 가장 오래된 날이듯이. 언젠가의 나에게는 첫 순간이 되듯이. 우리 모두 그 언젠가의 시간 속 얼굴이 '웃을 때에 가장 예쁜 얼굴'이 되기를 바란다. _'작가의 말'에서
이성과 감성을 들었다 놓는 색다른 리듬의 서사
『시간의 감촉』의 주인공 안나와 경선은 자매이지만 언니 안나는 1월생, 동생 경선은 12월생으로 출생한 해가 같다. 거의 동일한 생애주기 속에 있으면서도 일 년 정도는 안 보고 지낼 정도로 서로 무심한 사이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작품에서 1부 '몸의 사건들'은 예순다섯 살 생일을 맞은 안나, 그리고 전남편 P의 부고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된 경선의 아침 장면으로 시작한다. 퇴직 연금 생활자로 일 년 전 고층 아파트에 이사온 안나의 "무위"와 "단조로움"(15쪽) 속 고요한 모습, 그리고 그와 대비되게 오피스텔의 암막 커튼 속에서 "무력감"과 "압박감"(17쪽)을 느끼며 잠에서 깬 경선의 모습을 통해 같은 신도시에 살면서도 생활 처지가 다른 두 자매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를 암시한다.
특별한 용건이 있지 않는 한 만나지 않는 두 사람이 조우하게 된 곳은 뜻밖에 병원이다. 경선의 건강검진 결과 신장에서 종양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안나는 예정에 없던 보호자가 되어 경선을 간병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경선 대신 경선의 손녀 다니엘까지 돌보게 되면서 그간 대체로 잔잔하게 흘러갔던 혼자만의 삶에 변화를 맞는다.
안나는 경선의 병간호를 계기로 잊고 지낸 오랜 과거를 떠올린다. 경선의 출생과 백일 사진 촬영 날, 그리고 소식이 끊어진 이웃들과 친척 어른들. 이제는 '낡은 앨범'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기억의 증거들. 이처럼 1부는 안나의 생일, 경선의 수술, 그리고 경선 전남편의 죽음 등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라는 '사건'과 그로 인한 인물 내면의 파동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독자를 깊은 몰입 속으로 빨아들인다.
2부 '고독과 매혹'은 안나와 경선이 젊었던 시절 사랑에 빠졌던 일화를 들려준다. 안나가 오래전 안나푸르나에 여행 갔을 때 만나게 된 남자와의 미묘한 관계, 그리고 경선이 P와 결혼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후의 결혼생활 이야기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한편, 소설은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는 안나와 경선의 대화를 통해 시종 크고 작은 웃음을 자아낸다. 십대 시절 안나가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을 읽을 때 경선은 『보바리 부인』을 읽었다. 『전후한국문학전집』처럼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의미와 미래에의 태도는 서로 다르게 정립해온 자매의 모습은 때로는 일종의 유쾌한 유머소설처럼, 때로는 한국 현대 문화사를 몸소 지녀 방대한 세부가 살아 숨쉬는 교양소설처럼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경선은 사랑에 대해 제 나름의 통찰이 있었다. '한때는 그토록 찬란했던 빛이었건만 이제는 덧없이 사라져 돌이킬 수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워즈워스의 이 시는 한 글자도 빼지 않고 낭송할 수 있었다. 그처럼 시간과 함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사랑은 식는 거라고 생각했다. 영원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결혼이란 그런 남루하고 무정한 과정을 오랜 시간 동안 서로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일일까. 백년해로가 그런 뜻이라면 역시 결혼은 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경선은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안나의 말도 자신처럼 완전한 진심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스스로 이성에게 인기가 없으리라는 불안과 수긍을 공격적으로 돌려서 표현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것이 안나 방식의 허세라면 경선의 경우는 일종의 위악에 가까웠다. 그 무렵의 경선은 주관이 강하고 당돌하게 보이기를 원했으며 제일 싫어하는 칭찬은 착하다는 말이었다. 때로 어딘가에 있을 운명적 사랑을 상상해본다는 건 비밀 중의 비밀이었다. _139~140쪽
"한 사람의 몸안에는 수많은 장소와 시간이 들어 있다."
삶의 진부함과 상투성을 넘어, 낯선 시간의 흐름을 조각해내다
세대를 불문하고 회자될 은희경 소설의 경이로움
3부 '우리의 첫'은 안나와 경선, 그리고 경선의 손녀 다니엘 세 사람이 온천과 항구도시로 잘 알려진 이국으로의 근거리 해외여행을 떠나는 모험을 그린다. 외국 도시의 언덕과 골목 풍경, 야외 박물관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독자를 단숨에 여행지의 한가운데로 데려간다.
무엇보다 세 사람이 '우리의 첫' 게임을 같이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첫' 게임은 "'나의 첫 OO는 OO입니다'라고 받은 다음에" "자신의 첫번째 경험을 이야기"하는 놀이로, 세 사람은 '나의 첫 여행'과 '나의 첫사랑', '나의 첫 선생님' 등 과거의 내밀한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세 사람이 서로의 몰랐던 진실한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좀더 두터운 관계가 되었음을 감지하게 하는 애틋하고 뭉클한 장면이다. "여행은 장소뿐 아니라 시간의 이동"(203쪽)이라는 말처럼, 멈추고 고여 있던 시간에서 벗어나 새 기억의 역사를 형성해내는 두 할머니와 손녀 세 사람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여운을 전한다.
대망의 4부 '언젠가 멋진 날'은 여행지에서 돌아온 경선의 좀더 나아진 몸과 회복된 일상을 그린다. 수술 후 "죽음이라는 사물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으며, "몸이란 삶의 조건이지만 한편으로 죽음의 조건이기도 하다"(158쪽)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은 경선은 문득 "언제부터 안나와 잘 안 만나게 되었"(327쪽)는지 생각한다. 두 자매는 왜 인생 전반에 걸쳐 서로 친밀감 있는 사이로 지내오지 못한 걸까? 1부에서 안나가 "어린 시절 경선과 헤어지기 전날 꾼" "악몽"(70쪽)으로 암시된 것처럼, 중학생 시절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를 맞아 고향을 등졌을 때 부모가 안나만 도시로 데려가고 경선은 친할머니 집에 남기게 되면서 떨어져 지낸 어두운 시기에서 두 사람의 단절이 시작된 것일까? 4부는 안나와 경선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서로의 기억들을 마침내 소용돌이처럼 펼쳐 보인다. 각자 지니고 있던 상처의 아픔이 실은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하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씨앗이었다는 것을.
『시간의 감촉』은 한 사람의 몸에 깃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매 시간 맞이하는 미래 모두를 감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든 언제나 삶의 순간순간마다 살아내야 할 '첫'이 있음을 알려주는 이번 소설은 오래도록 끊임없이 읽히며 회자될 은희경 소설의 경이로운 성취이다.
우리는 하나의 삶을 여러 번 반복하며 사는 건지도 모른다. 현재가 최근이지만 가장 오래된 날이듯이. 언젠가의 나에게는 첫 순간이 되듯이. 우리 모두 그 언젠가의 시간 속 얼굴이 '웃을 때에 가장 예쁜 얼굴'이 되기를 바란다. _'작가의 말'에서
목차
목차
1부 몸의 사건들 _007
2부 고독과 매혹 _119
3부 우리의 첫 _187
4부 언젠가 멋진 날 _307
작가의 말 _378
2부 고독과 매혹 _119
3부 우리의 첫 _187
4부 언젠가 멋진 날 _307
작가의 말 _378
저자
저자
은희경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상속』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중국식 룰렛』 『장미의 이름은 장미』, 장편소설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그것은 꿈이었을까』 『마이너리그』 『비밀과 거짓말』 『소년을 위로해줘』 『태연한 인생』 『빛의 과거』,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 『또 못 버린 물건들』 등이 있다. 문학동네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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