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 왜 바다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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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당연하게 받아들인 삶의 굴레를 향해 던지는 도발적인 질문
안에서 무너지는 여자, 밖에서 웃는 여자
소금이 왜 바다에 있냐고 묻는 어린 딸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사람들이 소금을 싣고 와서 바다에 뿌렸다고. 어머니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버지가 틀린 말을 해도 어머니는 웃으며 받아들인다. 이 짧은 장면 하나가 이 소설 전체를 압축한다. 남자가 말하면 여자는 웃는다. 그것이 이 가정의, 이 사회의 질서다.
1977년 오스트리아에서 출간된 브리기테 슈바이거의 자전적 데뷔작 《소금이 왜 바다에 있지》는 독일어권에서만 50만 부가 팔리고 20개국 언어로 번역되며 전후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이후 최대 발행 부수를 기록한 작품이다. 1970년대 독일어권 페미니즘 문학 운동의 흐름 속에서 시대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여성 문학이 독자적인 문학 갈래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다.
소설은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여주인공은 인습적인 결혼식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가족의 뒤를 따라 식장으로 들어선다. 그렇게 그녀는 장래가 촉망되는 유능한 남편 롤프의 아내가 된다. 유복한 집안의 사랑받는 딸로 자란 그녀는 스스로도 인정한다. 자신이 칠칠치 못하고, 쓸모없고, 게으르다고. 밥상을 차리고,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저녁엔 무얼 먹지? 1년에 365번 질문한다." 이 문장 하나가 그녀의 삶 전체를 말해 준다. 소설 속 여주인공에게 이름이 주어지지 않은 것은 여러 모로 의미심장하다.
소설은 약 2년에 걸친 결혼생활을 여주인공의 내적 독백으로 서술한다. 그녀는 결혼을 통해 위선적인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났지만 결혼생활은 또 다른 형태의 정교한 감옥이었다. 남편과 시댁, 그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현숙한 아내'와 '우아한 중산층 여성'이라는 각본에 맞춰 살아가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개성과 목소리가 서서히 마모되는 위기를 겪는다. 남편의 지적 우월감과 가부장적 권위 아래서 그녀의 일상은 숨 막히는 권태와 지독한 고독으로 채워진다. 소설은 격렬한 고발이나 선명한 이념 대신, 아이러니와 자조를 언어로 택한다. 그녀는 남편을, 사회를, 아버지를 비판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비웃는다. 그러나 그 자조의 이면에는 중산층 가정의 위선과 남녀 간 수직 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흐른다. 의사인 아버지는 집안을 지배하고, 어머니의 행복과 불행은 오로지 아버지의 표정에 달려 있다. 아버지가 음식 타박을 할 때 어머니는 이 세상 누구보다 불행하다. 이 가정의 풍경이 그녀의 결혼생활에 그대로 반복된다.
소설에는 나치 협력 세대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다. 아버지는 나치 독일이 전쟁에 진 것을 아쉬워하고, 할머니는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귀중본이라며 보관한다. 반성 없는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은 같은 시기 토마스 베른하르트 등 오스트리아 작가들이 공유한 주제이기도 하다.
무기력과 지루함 속에서 그녀가 찾아낸 출구는 동창 알베르트와의 연애였지만, 그것도 결국 상처로 끝난다. 마침내 그녀는 남편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두 사람은 이혼을 결정한다. 소설은 그녀가 독립을 앞두고 여러 생각에 잠기는 장면으로 끝난다. 열린 결말이다. 자유를 얻었지만 그 자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요란한 페미니즘 선언 대신 섬세한 내면 묘사와 매력적인 문체로 한 여성의 일상을 해부한 이 소설은,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소금이 왜 바다에 있는지, 우리는 아직도 제대로 된 답을 듣고 있는가.
안에서 무너지는 여자, 밖에서 웃는 여자
소금이 왜 바다에 있냐고 묻는 어린 딸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사람들이 소금을 싣고 와서 바다에 뿌렸다고. 어머니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버지가 틀린 말을 해도 어머니는 웃으며 받아들인다. 이 짧은 장면 하나가 이 소설 전체를 압축한다. 남자가 말하면 여자는 웃는다. 그것이 이 가정의, 이 사회의 질서다.
1977년 오스트리아에서 출간된 브리기테 슈바이거의 자전적 데뷔작 《소금이 왜 바다에 있지》는 독일어권에서만 50만 부가 팔리고 20개국 언어로 번역되며 전후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이후 최대 발행 부수를 기록한 작품이다. 1970년대 독일어권 페미니즘 문학 운동의 흐름 속에서 시대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여성 문학이 독자적인 문학 갈래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다.
소설은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여주인공은 인습적인 결혼식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가족의 뒤를 따라 식장으로 들어선다. 그렇게 그녀는 장래가 촉망되는 유능한 남편 롤프의 아내가 된다. 유복한 집안의 사랑받는 딸로 자란 그녀는 스스로도 인정한다. 자신이 칠칠치 못하고, 쓸모없고, 게으르다고. 밥상을 차리고,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저녁엔 무얼 먹지? 1년에 365번 질문한다." 이 문장 하나가 그녀의 삶 전체를 말해 준다. 소설 속 여주인공에게 이름이 주어지지 않은 것은 여러 모로 의미심장하다.
소설은 약 2년에 걸친 결혼생활을 여주인공의 내적 독백으로 서술한다. 그녀는 결혼을 통해 위선적인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났지만 결혼생활은 또 다른 형태의 정교한 감옥이었다. 남편과 시댁, 그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현숙한 아내'와 '우아한 중산층 여성'이라는 각본에 맞춰 살아가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개성과 목소리가 서서히 마모되는 위기를 겪는다. 남편의 지적 우월감과 가부장적 권위 아래서 그녀의 일상은 숨 막히는 권태와 지독한 고독으로 채워진다. 소설은 격렬한 고발이나 선명한 이념 대신, 아이러니와 자조를 언어로 택한다. 그녀는 남편을, 사회를, 아버지를 비판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비웃는다. 그러나 그 자조의 이면에는 중산층 가정의 위선과 남녀 간 수직 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흐른다. 의사인 아버지는 집안을 지배하고, 어머니의 행복과 불행은 오로지 아버지의 표정에 달려 있다. 아버지가 음식 타박을 할 때 어머니는 이 세상 누구보다 불행하다. 이 가정의 풍경이 그녀의 결혼생활에 그대로 반복된다.
소설에는 나치 협력 세대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다. 아버지는 나치 독일이 전쟁에 진 것을 아쉬워하고, 할머니는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귀중본이라며 보관한다. 반성 없는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은 같은 시기 토마스 베른하르트 등 오스트리아 작가들이 공유한 주제이기도 하다.
무기력과 지루함 속에서 그녀가 찾아낸 출구는 동창 알베르트와의 연애였지만, 그것도 결국 상처로 끝난다. 마침내 그녀는 남편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두 사람은 이혼을 결정한다. 소설은 그녀가 독립을 앞두고 여러 생각에 잠기는 장면으로 끝난다. 열린 결말이다. 자유를 얻었지만 그 자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요란한 페미니즘 선언 대신 섬세한 내면 묘사와 매력적인 문체로 한 여성의 일상을 해부한 이 소설은,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소금이 왜 바다에 있는지, 우리는 아직도 제대로 된 답을 듣고 있는가.
목차
목차
소금이 왜 바다에 있지
해설
브리기테 슈바이거의 삶과 문학?'여성적 자아' 문제를 중심으로 / 장순란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해설
브리기테 슈바이거의 삶과 문학?'여성적 자아' 문제를 중심으로 / 장순란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저자
저자
브리기테 슈바이거 브리기테 슈바이거(Brigitte Schwaiger, 1949∼2010)는 1949년 오스트리아에서 비교적 유복한 중산층 가정의 딸로 태어났다. 그러나 나치 신봉자였던 폭력적이고 억압적이었던 의사 아버지와 무기력한 어머니와 함께한 유년 시절은 그녀의 무의식에 각인되어 이후 그녀의 삶과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68년 빈 대학 재학 중 스페인인 남자를 만나 결혼하나 4년간의 불행한 결혼 생활 끝에 이혼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소금이 왜 바다에 있지》를 발표한다. 이후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나 고질적인 우울증과 신경증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 병원에 스스로 입원한다. 2006년 정신병원에서의 경험을 담은 마지막 작품 《내려놓기》를 발표하고 4년 뒤 2010년 빈의 도나우강 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1984년 오버외스터라이히주 문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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