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링고 장편소설
링고 로맨스 장편소설 [뷰티풀]. 갓 대학을 졸업한 나령에게 세상은 온통 처음인 것투성이지만 그중에서도 사랑은 가장 낯설고 가장 강렬하다. 신비로운 남자 장주윤. 부드러운 여자 임나령. 그들이 시작하는 아름다우면서 조금은 아릿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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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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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사랑은 가장 낯설고 가장 강렬하다.
"이런 밤엔 그래. 누구나 조금은 시니컬해지지.
뭐든지 그래. 세상을 알아 가는 것과도 비슷한 거야."
"사랑이?"
"응. 사랑이."
신비로운 남자 장주윤.
부드러운 여자 임나령.
그들이 시작하는 아름다우면서 조금은 아릿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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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웃으면서 그 말에 동의했다. 나령은 거품이 잔을 비우는 걸 보면서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다음엔 커피 말고 녹차라도 좀 갖다 놓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은 잘 보고 있어. 돌려줄 테니 걱정하지 마."
그의 말에 나령은 최면에라도 걸린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꼭 돌려받고 말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나타난 그는 기억보다 더 아름답고 말 붙이기 힘든 남자였다. 쉽사리 추궁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아니, 원래 그 책의 주인은 그 남자고 자신은 잠시 그걸 맡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
왜 그런 생각이 들지?
나령은 속으로 생각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 그녀를 보던 그가 다시 웃으면서 거품을 가리켰다.
"거품이, 빌려줄까?"
"네?"
나령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책을 빌렸으니 나도 거품이 빌려줄게. 당분간 데리고 있어. 이런 산골에 혼자 있으려면 개 한 마리 정도는 데리고 있는 게 좋아."
"하지만……."
"사료랑 거품이 집은 이따 갖다 주라고 할게. 쓰던 거 같이 보낼 테니까. 사료 떨어지면 보충해 줄게."
어. 이 남자 좀 봐.
나령은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남자는 은근히 혼자 사는 데 필요한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혼자 뚝 떨어진 기분이 들 때, 강아지나 고양이가 곁에 있으면 외로움은 확실히 덜어질 게 분명했다. 그건 대학시절 자취하는 친구들에게서 항상 들은 경험담이었다. 그래서 나령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긴, 생존이 우선인 곳에 온 것 같아요. 뭔가 처음부터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기분 같달까. 살아남으려면 거품이 같은 아이가 꼭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생존이 우선이라."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령을 보았다. 나령은 어깨를 움츠리며 웃었다. 솔직하게 심정을 이야기하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남자가 눈부신 듯 눈가를 좀 더 가늘게 그었다. 나령은 그게, 눈이 부셔서라고 생각했다.
"사랑스러운 여자야."
"네?"
"사랑 많이 받고 컸나 봐. 스스럼없고, 사랑스럽고 귀여워. 웃음은 햇살처럼 밝고 예쁘고."
나령은 귀밑까지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갑자기 남자의 말이 가슴속으로 슥 치고 들어와 말을 잃어버리게 했다.
남자는 기분이 좋은 듯 빙긋 웃었다. 거품이 다가와 손을 핥았다. 나령은 쑥스러운 얼굴을 들키기 싫어 일부러 거품의 긴 털을 헝클어트리고 거기 고개를 파묻었다.
"불은 피웠어?"
남자는 이제 자연스럽게 나령의 행적을 묻고 있었다. 그런데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너무 자연스럽게 나령도 술술 대답하고 있었다.
"아니요. 불 피우는 방법도 모르는걸요. TV에서 하는 걸 본 적은 있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렇겠지. 춥진 않았어?"
"어, 그게……."
나령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잠시 궁리하다 그냥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이불에 질식당해 죽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엄청나게 두꺼운 솜이불이라."
"하하하."
남자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환하게 웃었다. 나령은 입을 삐죽거렸다. 남은 엄청 힘들었는데 저렇게 웃다니. 꼭 비웃는 것 같잖아.
남자가 웃음을 멈추고 다정하게 보았다. 그 시선에 당황한 나령은 고개를 돌렸다.
"고생했겠네. 책을 빌려준 사례로 하나 더 알려 줄게."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작이 쌓인 헛간을 가리켰다.
"장작 아래쪽에 보면 열쇠가 있어. 잠긴 문 좀 열어 볼래?"
나령은 의아해하면서 헛간으로 갔다. 과연 장작 아래 덮인 헝겊을 들추자 열쇠가 나왔다. 그 열쇠로 장작 옆의 잠긴 문을 열었다. 거기엔 자전거가 한 대 있었다.
"이건……."
"응. 자전거야."
남자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걸 타고 길을 따라 죽 내려가. 오솔길이라 드라이브하는 기분이 엄청 좋아. 길이 끝나는 쪽에 간판 없는 가게가 하나 있거든? 철물점이야. 거기 가면 알바 하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그 친구한테 불 피우는 거랑 이것저것 부탁할 수 있을 거야."
"철물점이요?"
알쏭달쏭해진 나령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걸 본 남자가 다시 다정하게 시선을 맞췄다.
"음. 가 보면 알아."
"하지만 눈이 오는데요? 자전거로 가기엔……."
남자가 쿡 웃었다. 하지만 놀리는 기색은 없었다. 그냥 뭔가 마냥 우스운 모양이었다.
"그거 산악용이야. 게다가 눈길 주행용으로 바퀴도 더 굵은 놈이지. 누가 타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을 거야."
나령은 새삼스럽게 자전거를 보았다. 과연 바퀴도 더 굵고 삐죽삐죽한 무늬로 가득 차 있었고 브레이크도 앞뒤 두 개나 달려 있었다. 예사 자전거는 아니었다.
계속 신기한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나령은 그가 누구인지, 왜 이 집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지 묻는 것도 잊어버렸다. 게다가 그의 말에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기묘한 힘이 있었다. 강요하지도 않고, 말투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울 뿐인데.
나령은 잠시 망설이다 자전거를 꺼내 올라타 보았다. 거품이 컹컹 짖으며 자전거 뒤를 따랐다. 금세 차가운 바람이 볼을 쓸고 지나갔다. 나령은 자전거에서 내려 후드를 단단히 조이고 다시 자전거를 탔다. 그러고는 거품에게 손을 흔들고 자전거를 몰았다.
남자가 여전히 따뜻한 시선으로 격려하듯 바라보다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령도 잠시 망설이다, 손을 마주 흔들었다. 그러고는 쑥스러움을 감추려고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목차
목차
2. 방 계약 29
3. 생존이 우선 47
4. 첫 번째 여자 77
6. 두 번째 여자 119
7.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고 141
8. 아픈 사람의 잔인함 183
9. 사랑할 기회는 생각처럼 공평하지 않다 215
10. You are so beautiful 257
11. 바뀐 계절에는 285
12. 화장을 지울 수 있는 눈물은 세상에 없다 323
13. 뷰티풀 353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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