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쓴 사랑
아이들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 내면서 스스로 땅을 일궈 함께 나누는 밥을 먹고 싶어 했던 저자 황시백은 세상을 지독히도 사랑했고, 세상은 그를 불편해했다. 그러했기에 그의 영혼은 세상과는 끝끝내 불화할 수밖에 없었다.『애쓴 사랑』 은 세상을 사랑했던 한 영혼이 써 내려 간 아름다운 불화의 내면을 기록한 것이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아름다운 불화, 그 내면의 기록
"산 끝자락에 내려와 서성이던 고라니 한 마리가 사람 기척에 냅다 등성이 쪽으로
치닫는다. 고라니 몸에 시누대 댓잎 스치는 소리, 발굽에 가랑잎 밟히는 소리가
산을 흔들어 깨운다.
나는 오늘 이 새벽에 고라니한테 애걸하고 싶은 심정이다.
제발 그렇게 달아나지 마. 너한테 내가 무섭다는 게 너무나 끔찍하다.
어린 짐승한테, 어린 아이한테, 어린 목숨한테 내가 무섭다면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게 나아!"
황시백이라는 이가 있었다
황시백이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였고 농사를 짓는 농부였고 동무들 집을 짓는 목수였다. 그는 동무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어 살고 싶어 했다. 그런 그가 평생 기대고 싶어 했던 것은 아이들, 함께 나누는 밥상, 괭이로 곡식 일궈 먹는 산자락이었다. 그가 기대고 싶었던 것은 결국 그가 평생에 걸쳐 지켜 내고자 했던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 내면서 스스로 땅을 일궈 함께 나누는 밥을 먹고 싶어 했던 그는 세상을 지독히도 사랑했고, 세상은 그를 불편해했다. 그러했기에 그의 영혼은 세상과는 끝끝내 불화할 수밖에 없었다. 『애쓴 사랑』은 세상을 사랑했던 한 영혼이 써 내려 간 아름다운 불화의 내면을 기록한 것이다.
황시백은 강원도 양양 사잇골이라는 마을에 깃들어 살았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괭이로 곡식 일궈 먹는 산자락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도 그저 행복할 수만은 없었음을 고백한다.
이 글이 쓰여진 때는 2003년 3월이었고, 이때는 미국이 이라크 바그다드에 미사일을 퍼부으며 침략한 바로 직후였다. 소식을 접한 그는 어디에서도 편한 숨을 쉴 수 없어 새벽에 집 뒷산 샛길을 걷고 있었고 때마침 산 끝자락에 내려와 있던 고라니를 만났던 것이다.
그런데 인기척에 놀란 고라니가 냅다 도망을 친다. 그 모습을 보며 황시백은 고라니한테 애걸한다. 제발 그렇게 달아나지 말라고, 어린 짐승한테 어린 목숨한테 자신이 무섭다면 자기는 이 세상에 없는 게 낫다며 절규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엇인가를 애타고 찾고 있는 것이다. 끝끝내 놓지 말아야 할 작은 무엇, 절망만이 아닌 다른 무엇, 아주 조그맣고 약하고 눈물겨운 무언가를 찾아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는 것이다.
논농사 두 해째/지난해에는 그런 줄 몰랐는데/어쩌자고 이리 허전한지./도랑에 손 담그고 물을 만지면서 보낸다./잘 가라. 애 많이 썼다./물바구미가 뿌리 갉아 엉성하게 선 벼들/
벼들 세워 두고 물은 간다.//애썼지만 잘 안 되던 사랑/잊어버리려고 서둘러 가는지./바다가 멀지 않으니/곧 바다에 닿아 그 많은 물에 섞이면/여기 잘 안 되던 사랑보다야 덜 힘들라나./물은 어서어서 간다./잘 가라. 그래도 애 많이 썼다./나는……./나는 그냥 여기 있을게.
황시백은 세상 무엇보다 농부이기를 바랐다. 이 글은 추수를 위해 논물을 빼면서 쓴 시다. 논을 빠져나가는 물을 보며 잘 가라고, 물바구미가 뿌리 갉아 엉성하게 서 있는 벼일망정 그 벼들 키우느라 애 많이 썼다고 인사를 한다. 그러면서 "나는……"이라며 멈칫거린다. 그러고는 독백이듯 "나는 그냥 여기 있을게."라고 읊조린다.
"나는 그냥 여기 있을게."라는 그의 말이 환청을 불러온다. 왠지 "감당해 볼게. 그래, 나머지는 여기서 내가 감당해 볼게."라고 그가 입 밖으로 소리 내 하지 않은 말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존재는 이렇게 자기 삶에, 스스로 발 딛고 선 그곳에 깃드는 것이다.
세상을 사랑했고, 끝끝내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한 영혼이 또 다른 이에게는 어떤 것이었을까. 또 다른 영혼은 그를 이렇게 기억한다.
부끄럼 많고, 자신을 괴로워했고, 끝까지 가서 닿으려 했던 나의 형, 나의 선생님. 그는 여러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서툴게 손만 주뼛 내밀었다가 저쪽으로 사라지는 거지 노인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술이란 건 뼈가 빠지게 마셔야 한다는 노인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토라졌다가 금방 사이좋게 지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도 그가 보였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를 냈다가 후회하는 나한테도 그가 있었다. 시험지를 인쇄하고 경리장부 정리하는 게 잘하는 선생인 줄 알았던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세상에 안 길들여지기 위한 길을 찾아보려 했다. 나의 자랑이 그의 자랑이 되기를 바랐다.
목차
목차
화천에 다녀와서/우리 시대의 선생님/홍경전 선생이 디딘, 노동으로 꽃피는 땅/농사짓는 이야기 1/농사짓는 이야기 2/두려운 건 오히려 '이긴 사람' 모습/반찬/새로 옮긴 학교에서/성자의 모둠일기/고등학생 글쓰기 지도
사잇골에서
사잇골에서/다시 쓴 글/책 읽고 일하는 이야기/길택이에게/고욤 잔치/한티재 하늘로 똥 누고 가는 새/봄날 하루/밥상/희망/콩 터는 날/추운 날
태백에서
태백에서 1/태백에서 2/태백에서 3/빈 마을에서/첫눈/장터/길택이 무덤
다시 사잇골에서
비/책을 읽고/콩대/메밀꽃/다시 사잇골에서/바그다드/벗에게/배추흰나비/책상 만들기/밥 1/밥 2/밥 3
품어라, 뭐든 다른 것
어진내 식구들/낮술, 태풍/다시, 눈/철쭉/싸리꽃/샘골/겨울 샘골/밭 갈기/봇물/길 끝에/봇도랑/진달래꽃/목수학교/오늘/논/농막일기/희망/네 웃음
달걀
리어카/목수학교/길/길택,/밥/달걀
그가 있어서 참 좋았다
저자
저자
1951년 마산에서 태어나 2008년 사잇골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그이는 교사였고, 농사꾼이었고, 목수였다. 그토록 그 자신이 찾아 헤매이던 눈물겨운?삶이 거기에 있었다.?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