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라고는 다녀 본 일이 없는 것처럼(낮은산 키큰나무 22)
설흔 장편소설
작품 속에는 한 반의 고등학생들이 돌아가면서 각 챕터의 화자로 등장한다. 재서는 글쓰기 수업 시간에 선생님을 “늙은 개”로 변신시키는가 하면. 지루한 수업을 버티게 해준다는 Db 약물 명상 프로그램을 수강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몽땅 털어 애리조나로 떠난다. 성훈과 재욱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의미심장한 사진 한 장으로 학교 발굴 작업에 돌입하고, 재섭은 35년 전에 실종된 소년과 함께 검은 말을 타고 학교에 존재하지 않는 6층 복도로 사라진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소설을 읽다 보면 모종의 쾌감을 얻게 되는데, 학교의 본질 혹은 학생의 본분이라 여겨져 온 모든 반듯한 생각들을 전복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학교의 숨겨진 본질을 탐색하는 여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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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학교라는 장소에 관한 날카로운 풍자
"학교에 들어서는 자, 모든 희망을 쓰레기통에 쏟아버려라."
-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파 점성술사 콤모도스 베르길리우스, 기원전 5세기
설흔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학교라고는 다녀 본 일이 없는 것처럼》은 '학교'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을 '픽션'이라는 도구로 능란하게 버무린 독특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위와 같은 불온한 경구로 시작한다. 베르길리우스는 고대 로마의 시인이었지만, 실제로 위와 같은 말을 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물론 그는 조로아스터파 점성술사도 아니다. 이 소설의 매 챕터는 학교와 관련한 경구로 시작되는데, 출처는 물론이고 진위도 신뢰하기 어렵다. "미얀마풍 금박불당 건축업자 프리드리히 에디슨"이라든가 "신라에 귀화한 네덜란드 홍이포 제조업자 처용 맥베스"라든가 "나일강 남부 유역 파피루스 관리자 압둘 파스칼" 등의 인물들은 허구와 실재를 마구 뒤섞어 놓은 것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학교라는 장소 역시 의심쩍기는 마찬가지. "지난 2년간 존재하지 않았던 복도 끝에" 갑자기 나타난 "공무실(空無室)"이라든가, "시간 구멍이 뚫린 교실", 운동장 한가운데서 발견되는 미스터리한 타임캡슐 등은 이 소설이 '말짱 거짓말'임을 지속적으로 알려주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 거짓말이 어쩐지 현실보다 더 소스라치게 닮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학교의 본질은 신축 건물과 인조 잔디와
우레탄 트랙이 닿지 않는 곳에 꼭꼭 숨겨져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학교'를 '일정한 목적·교과 과정·설비·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이 정의만으로는 학교라는 장소가 어떤 곳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설흔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 학교란 어떤 공간일지 한 톨의 미화도 없이 파고들어 보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거침없는 장광설로 빚어낸
학교라는 근대적 산물의 부조리극
작가 설흔은 믿을 수 없는 화자, 현실과 비현실 틈새에서 출렁대는 물리적 공간, 진짜와 가짜를 넘나드는 정보들을 거침없는 장광설 속에 녹여냄으로써 '학교'라는 근대적 산물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학교 안에서 푸른빛이 감도는 동고비가 말을 걸고, 입이 거친 코끼리가 운동장을 맴돌고, 바나나 나무들이 신관과 구관 사이를 열대우림처럼 가득 채운 초현실적인 풍경이 느닷없이 펼쳐진다. 꿈인 듯 환상인 듯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중에도, 교실과 선생과 학생의 모습은 2019년, 2029년, 2039년을 거쳐 2099년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판에 박은 듯 똑같아서 그 대비가 더 극명하게 다가온다. 소설이 "진실들로 이루어진 거짓말"이라면, '학교'라는 공간을 드러내는 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형식이 있을까?
목차
목차
2. 공무실의 모네 _18
3. 지독한 꿈 _34
4. 위조지폐 _44
5. 목소리 _53
6. 동아리 _63
7. 발굴 작업 _73
8. 미래의 숫자 _86
9. 영원한 학생 _100
10. 상담실 _113
11. No pain, no gain _124
12. 5교시 수업 _136
13. 학급회의 _148
14. 추억 _160
15. 악몽 _171
16. 또 다른 학교 _187
17. 그리고 _194
작가의 말 _197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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