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진화, 그 역동적 정치에 관하여(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 생명학 CLAS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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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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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섭리'보다는 이 관계 자체를 '정치'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 도나 해러웨이는 『종과 종이 만날 때(When Species Meet)』에서 "내 몸이라고 부르는 공간에서, 전체 세포 가운데 10퍼센트만 인간의 게놈이 발견된다"라고 했다. 나머지 90퍼센트는 다른 것들로, 즉 박테리아, 균류, 원생생물(protists) 등의 게놈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중 일부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능에 협조한다. 또 일부는 이리저리 이동하면서도, 다른 부분에 큰 해를 끼치지 않은 채 공존한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우리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아주 작은 반려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 개별 생물상들 가운데에는 분명히 위험한 존재들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 몸에서는 매일 같이 암세포가 생성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즉각 암에 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식세포(macrophage)를 비롯한 면역 체계가, 매우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균형이 단 한 순간이라도 미끄러지면, 그때 암에 걸리게 된다.
그러니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이것이다. 이 모든 존재들은 잠재적으로 위험하지만, 그러나 인간의 세포와, 인간이 아닌 다른 모든 존재들이 협조함으로써, 위험이 관리되고, 우리가 살아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덕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의식을 지닌 '나'라는 존재가 존재한다. 이런 내가 죽고 나면, 내 몸에 있던 많은 존재들은 아주 잠시 내 몸을 이용할 것이다. 불에 태워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다시 각자의 길로 흩어져 갈 것이다.
이렇게 자기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과정을, 우리는 과연 선(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인간이 아닌 자연에 대해 '섭리'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런데 섭리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사실상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저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공동의 존재 조건이다. 왜 우리는 박테리아와 함께 살게 되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신은 음식이 필요하지 않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필멸의 존재이다. 생명체는 모두 필멸적이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언가를 먹어야 하고, 무언가를 이용해야만 한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존재론적 조건이다. 필멸한 존재는 혼자서 완결될 수 없고, 다른 것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은, 단순히 도움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만큼 다른 것들과의 관계가 생존의 조건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러한 관계들을 전부 하나로 뭉뚱그려 "섭리"라고 말해 버리면, 그것은 설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덮어버리는 말에 가깝다.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관계 자체를 '정치'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왜냐하면 이 관계 안에는 언제나 서로 다른 권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세균은 상대적으로 큰 존재이고, 잡아먹는 쪽이다. 박테리아는 작은 존재이고, 잡아먹히는 쪽이다. 분명 이 둘은 서로 다른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관계는 일방적인 지배의 관계도 아니고, 권력이 작은 쪽이 일방적으로 수동적으로 굴복하는 관계도 아니다. 함께 산다는 것은, 그들 사이의 관계가 이미 매우 정치적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 아닐까? 바로 이 질문이, 이 책을 통해 던지고자 한 도전적인 과제다.
생태주의자들이 종종 "우리는 원래 평등한 세계에 살고 있었고, 그래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문명이 시작되면서부터 우리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라는 식의 가설을 많이 한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하라는 걸까? 이러한 이야기로는 아무런 실천적 지침도 만들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으면서, 그 원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더 이상 비인간들을, 인간만의 공동체인 '지구'를 유지하기 위한 치안(police)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정치적 파트너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한다. 언어가 없는 그들이 어떻게 정치적 파 트너가 될 수 있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말은 그저 하나의 의사소통 수단일 뿐이다. 말이 아니어도 우리는 서로의 관계를 알 수 있다. 정치란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들을 정치적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관계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 생명학 CLASS〉를 기획하며
: 오늘날 우리는 '생명'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만, 그 의미를 깊이 성찰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근대 과학과 서구적 사유 속에서 정립된 '생명' 개념은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었지만, 동시에 인간과 자연, 기계와 생명의 경계를 엄격히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기후 위기, 인구 구조의 변화, 첨단 기술의 발전, 인공지능(AI)의 등장과 같은 거대한 전환을 맞이하면서, 기존의 생명관은 더 이상 충분한 설명력이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금 묻는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생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가? 생명과 생명을 잇는 관계 속에서 돌봄과 책임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기술 발전과 함께 생명윤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의 생명학 CLASS 시리즈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기획되었다. 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는 동아시아적 전통 속에서 생명 개념을 탐구하고, 현대 과학기술 및 인문학적 사유를 융합하여 생명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시도를 이어가고자 한다. 이 강연록은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이 주축이 되어 학술적,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생명을 해석하고, 현대 사회가 직면한 생명 관련 난제들을 조망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특히, 현재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돌봄(care)'과 '생명윤리(bioethics)'의 가치에 주목하며, 생명과 생명 사이의 관계성을 조명한다. 이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근대적 생명관의 한계를 넘어, '돌봄'과 '생명윤리'를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 기술과 생명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다. 생명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사회적 논의를 확장함으로써, 보다 지속 가능하고 공생적인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도나 해러웨이는 『종과 종이 만날 때(When Species Meet)』에서 "내 몸이라고 부르는 공간에서, 전체 세포 가운데 10퍼센트만 인간의 게놈이 발견된다"라고 했다. 나머지 90퍼센트는 다른 것들로, 즉 박테리아, 균류, 원생생물(protists) 등의 게놈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중 일부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능에 협조한다. 또 일부는 이리저리 이동하면서도, 다른 부분에 큰 해를 끼치지 않은 채 공존한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우리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아주 작은 반려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 개별 생물상들 가운데에는 분명히 위험한 존재들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 몸에서는 매일 같이 암세포가 생성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즉각 암에 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식세포(macrophage)를 비롯한 면역 체계가, 매우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균형이 단 한 순간이라도 미끄러지면, 그때 암에 걸리게 된다.
그러니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이것이다. 이 모든 존재들은 잠재적으로 위험하지만, 그러나 인간의 세포와, 인간이 아닌 다른 모든 존재들이 협조함으로써, 위험이 관리되고, 우리가 살아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덕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의식을 지닌 '나'라는 존재가 존재한다. 이런 내가 죽고 나면, 내 몸에 있던 많은 존재들은 아주 잠시 내 몸을 이용할 것이다. 불에 태워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다시 각자의 길로 흩어져 갈 것이다.
이렇게 자기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과정을, 우리는 과연 선(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인간이 아닌 자연에 대해 '섭리'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런데 섭리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사실상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저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공동의 존재 조건이다. 왜 우리는 박테리아와 함께 살게 되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신은 음식이 필요하지 않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필멸의 존재이다. 생명체는 모두 필멸적이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언가를 먹어야 하고, 무언가를 이용해야만 한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존재론적 조건이다. 필멸한 존재는 혼자서 완결될 수 없고, 다른 것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은, 단순히 도움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만큼 다른 것들과의 관계가 생존의 조건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러한 관계들을 전부 하나로 뭉뚱그려 "섭리"라고 말해 버리면, 그것은 설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덮어버리는 말에 가깝다.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관계 자체를 '정치'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왜냐하면 이 관계 안에는 언제나 서로 다른 권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세균은 상대적으로 큰 존재이고, 잡아먹는 쪽이다. 박테리아는 작은 존재이고, 잡아먹히는 쪽이다. 분명 이 둘은 서로 다른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관계는 일방적인 지배의 관계도 아니고, 권력이 작은 쪽이 일방적으로 수동적으로 굴복하는 관계도 아니다. 함께 산다는 것은, 그들 사이의 관계가 이미 매우 정치적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 아닐까? 바로 이 질문이, 이 책을 통해 던지고자 한 도전적인 과제다.
생태주의자들이 종종 "우리는 원래 평등한 세계에 살고 있었고, 그래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문명이 시작되면서부터 우리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라는 식의 가설을 많이 한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하라는 걸까? 이러한 이야기로는 아무런 실천적 지침도 만들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으면서, 그 원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더 이상 비인간들을, 인간만의 공동체인 '지구'를 유지하기 위한 치안(police)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정치적 파트너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한다. 언어가 없는 그들이 어떻게 정치적 파 트너가 될 수 있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말은 그저 하나의 의사소통 수단일 뿐이다. 말이 아니어도 우리는 서로의 관계를 알 수 있다. 정치란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들을 정치적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관계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 생명학 CLASS〉를 기획하며
: 오늘날 우리는 '생명'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만, 그 의미를 깊이 성찰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근대 과학과 서구적 사유 속에서 정립된 '생명' 개념은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었지만, 동시에 인간과 자연, 기계와 생명의 경계를 엄격히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기후 위기, 인구 구조의 변화, 첨단 기술의 발전, 인공지능(AI)의 등장과 같은 거대한 전환을 맞이하면서, 기존의 생명관은 더 이상 충분한 설명력이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금 묻는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생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가? 생명과 생명을 잇는 관계 속에서 돌봄과 책임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기술 발전과 함께 생명윤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의 생명학 CLASS 시리즈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기획되었다. 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는 동아시아적 전통 속에서 생명 개념을 탐구하고, 현대 과학기술 및 인문학적 사유를 융합하여 생명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시도를 이어가고자 한다. 이 강연록은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이 주축이 되어 학술적,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생명을 해석하고, 현대 사회가 직면한 생명 관련 난제들을 조망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특히, 현재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돌봄(care)'과 '생명윤리(bioethics)'의 가치에 주목하며, 생명과 생명 사이의 관계성을 조명한다. 이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근대적 생명관의 한계를 넘어, '돌봄'과 '생명윤리'를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 기술과 생명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다. 생명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사회적 논의를 확장함으로써, 보다 지속 가능하고 공생적인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목차
기획의 말
생명의 진화, 그 역동적 정치에 관하며
1. 들어가며
2. 서로에게 이끌리는 존재들
3. 진화의 동력은 '섹스'보다 '먹기'다
4. 과학, 설명력을 갖춘 이야기
5. 기계가 번역하는 생물 이야기
6. 모든 생명체는 개체가 아니라 집합체다
7. 모든 생명의 공동의 조건, 필멸성
8. 아테네의 정치가 은폐한 것
9. 로고스의 정치로는 불충분하다
10. 정치의 시작, 먹기
11. 동물의 정치, 누구도 먹이가 아니다
12. 식물의 정치, 증여에는 대가가 있다
13. 기회주의적인 생존은 협력의 정치다
14. 회복의 정치가 계속성을 만든다
15. 기후격변은 비인간의 정치다
Q&A
생명의 진화, 그 역동적 정치에 관하며
1. 들어가며
2. 서로에게 이끌리는 존재들
3. 진화의 동력은 '섹스'보다 '먹기'다
4. 과학, 설명력을 갖춘 이야기
5. 기계가 번역하는 생물 이야기
6. 모든 생명체는 개체가 아니라 집합체다
7. 모든 생명의 공동의 조건, 필멸성
8. 아테네의 정치가 은폐한 것
9. 로고스의 정치로는 불충분하다
10. 정치의 시작, 먹기
11. 동물의 정치, 누구도 먹이가 아니다
12. 식물의 정치, 증여에는 대가가 있다
13. 기회주의적인 생존은 협력의 정치다
14. 회복의 정치가 계속성을 만든다
15. 기후격변은 비인간의 정치다
Q&A
저자
저자
최유미
KAIST 화학과에서 이론물리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IT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에 참여했으며, 지식공동체 수유너머 파랑에서 철학과 과학학,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강의했다. 현재 에코페미니스트 연구센터 달과 나무 연구위원으로서 저술과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 『감응의 유물론과 예술』(공저)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해러웨이의 『트러블과 함께하기』, 『종과 종이 만날 때』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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