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사랑 3
손성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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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조 작가의 첫 장편소설 『두 번째 사랑』은 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전반적인 사회의 흐름과 함께 남녀의 사랑의 공통된 이미지를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유장하고도 농밀하게, 무엇보다 감각적이고 깊이 있게 풀어내었다. 『두 번째 사랑』을 단순히 시대소설이나 애정소설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이 소설 속에는 고통의 바다와 같은 현실을 온몸 다 바쳐 관통하며 건너온 인물들에 대한 깨달음이 살 내음 그대로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랑』에서 나오는 혼란스럽고 은밀했던 사랑은 우리나라의 사회와 똑 닮은 모습을 그린다. 큰 역사적인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로 버무리는 작가의 절묘한 화술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쓴 만큼 방대한 조사와 철저한 구성으로 독자에게 새로운 충격과 감동을 전한다.
지영에 대한 연민이 커져갈수록 민수는 도덕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모든 이들이 가슴에 상처를 안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영원할 것 같던 각자의 마음도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되며 아픔 가득한 이별이 찾아오게 되는데….
『두 번째 사랑』에서 나오는 혼란스럽고 은밀했던 사랑은 우리나라의 사회와 똑 닮은 모습을 그린다. 큰 역사적인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로 버무리는 작가의 절묘한 화술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쓴 만큼 방대한 조사와 철저한 구성으로 독자에게 새로운 충격과 감동을 전한다.
지영에 대한 연민이 커져갈수록 민수는 도덕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모든 이들이 가슴에 상처를 안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영원할 것 같던 각자의 마음도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되며 아픔 가득한 이별이 찾아오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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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의 생생한 여행과 그로 인한 삶의 확장
청춘을 불살라 치열하게 살아온 유장한 시대에 대한 이해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농밀하게 드러나는 남녀의 애정선을 따라가는 재미, 시대와 불화하는 남녀의 사랑을 통한 삶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보여준다.
구도소설을 표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생들의 사랑이 전개되는 바탕인 삶과 그 삶을 넘어 서 있는 그 무엇에 대한 타들어가는 갈증과 고통, 번뇌와 깨달음을 처연하게 풀어내고 있다.
경계 지을 수 없는 경계에 서서 묵묵히 5천 매의 원고지, 108만 개의 빈칸을 피땀과 눈물로 아로새겨낸 작가를 발견하게 된 것은 한국 문단에 주어진 2017년 최고의 선물이다.
사랑에 대한 남자의 솔직한 내면과 감각을 보여주는 소설
여느 사랑이 그렇듯 순식간에 불타오르기도 하며 그런 사랑은 활활 타올라서 재만 남기도 한다. 『두 번째 사랑』은 남녀의 사랑에 대한 과감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각적으로 끌고 간다.
첫사랑에 대한 풋풋함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시대적 배경을 통해 튀어나온 녹슨 못과 같은 상처로 인해 점점 썩어간다. 이러한 부분이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럴듯한 변명거리가 생긴 듯 파국으로 치닫는 전개는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1988년에서 2008년에 이르는 사실적 시대 배경
소설의 중요한 흐름을 구성하는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흐름과 매우 동일하게 흘러간다. 픽션이지만 픽션 같지 않은 사실성의 구축이 매우 구체적인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활용함으로써 생겨났다.
한국 사회를 변화시켰던 흐름 속에서 존재하는 이야기로 인해 캐릭터에게 생명력이 생겼으며 재미를 배가시켰다.
시대와 화합하지 못하는 사랑, 도덕과 욕망 사이에서의 위태로운 줄타기
수연과 지영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민수는 언제나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아내에 대한 실망 혹은 아픔으로 격발된 민수의 연민은 두 번째 사랑으로 변질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민수의 도덕적인 외면은 연수와의 결혼 관계를 유지하게 만들지만 욕망의 내면은 언제나 지영을 찾게 만든다. 그 사이에서 끝모를 줄타기 하는 모습에서 무척 비겁하면서도 상처를 주기 싫어하는 민수의 연약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양가감정으로 치닫는 갈등을 신파극이 아닌 현대식 이야기로
『두 번째 사랑』은 수연과 지영의 갈등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수연과 지영의 짧은 일면식을 통해 모든 문제점은 민수에게로 모이게 된다. 이러한 부분이 이 소설만의 색다른 요소일 것이라 생각된다. 흔히 치정문제를 이야기하게 되면 여자끼리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들도 있는데 『두 번째 사랑』은 외모나 분위기는 다르지만 깨어있는 여성이라는 수연과 지영을 앞세움으로써 고루한 신파극이 아닌 현대식 감성에 맞는, 더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책 속으로 추가]
그래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당신이 나를 원한다, 나를 유혹했다, 내가 당신을 연민한다, 병의 고통을 덜게 하겠다, 당신을 팍팍한 이 세상과 위험한 현실에서 지켜주겠다, 당신에게 찝쩍대는 어떤 껄떡쇠들로부터 지켜주겠다, 당신을 웃게 하겠다, 나에 대한 원망을 갈망으로 바꾸어 놓겠다, 모르핀이 어쩌고저쩌고하는 것까지 통틀어서 그 어떤 논리도 변명도 다 허위의식이고 기만이었습니다.
나는 단지 당신에게 매료되었을 뿐입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내가 묘하게 뒤집어서 언어유희를 하고 논리 조작을 하고 내러티브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게 우리 운동권 출신들의 오래된 습성이며 스타일이 아니겠습니까? 별로 솔직하지 못한 것,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본능적으로 자기방어를 하고, 자기 의지를 어떤 대의로 포장하려 드는 것 말입니다.
-178p
"난 말이야. 우리가 과거의 노예가 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과거를 부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내가 정치적으로 근신하겠다는 건 과거의 노예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인(否認)하겠다는 것도 아니야."
"오빠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근신을 해? 그러지 마."
"아니야. 사람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데. 또 바뀌어야 한다면 바뀌기도 해야지.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고 금세 돌아서서 어제의 내 생각은 틀렸다고 나발을 불면서 마치 뭔가 깨달은 것처럼 지랄하는 것도 별로 진정성은 없어 보이더라. 그런 자식들도 있지, 있기야.
하지만 가슴 속에 묻어놓고 가야 할 때가 있고 표현해야 할 때가 따로 있는 거지. 진지한 생각이었던 만큼 적어도 일정한 공백을 가지고 그 정도의 성찰을 해볼 필요도 있다고 봐 나는. 걱정 마. 나도 파멸한 건 아니에요. 한지영 씨."
-210p
"오빠… 그냥 들어 와."
당신은 웃으면서 손으로 욕조 물을 두드려서 철썩거렸습니다.
"들어 와서… 발라 줘."
첨벙. 나도 욕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덕분에 순간 물이 넘쳐 흘렸습니다. 당신이 오른발을 내 허벅지에 올렸습니다. 오른쪽 발을 만지자 아프지 않은 쪽이라 감각이 살았는지 간지럼을 탔습니다.
"아이. 간지러워. 호호. 간지러워"
당신이 몸을 흔들어대며 요란을 떨었습니다. 물이 출렁거리며 욕실 바닥으로 넘쳤습니다.
"이 아가씨 왜 이래? 가만 좀 있어 봐."
"간지러워…."
당신이 앙갚음으로 오른발을 뻗어 내 가슴을 간지럽히러 들었습니다. 내가 경고로 물을 튀겨 당신의 얼굴에 뿌렸습니다. 당신도 지지 않고 손으로 물을 튀겼습니다. 이제 멘소래담은 내려놓고 우리는 여러 번 상대에게 물 튀기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물속으로 당신이 나를 끌어당겼고 나는 당신의 가슴으로 미끄러졌습니다. 따뜻하게 덥혀진 당신의 유두가 눈 앞에서 한층 분홍빛으로 도드라졌습니다. 참을 수 없어 한입 가득 물었습니다. 당신이 손을 뻗어 젖은 내 속옷을 벗겨 바닥으로 던졌습니다.
당신의 왼발을 욕조 턱에 그대로 걸쳐놓고 우리는 물속에서 엉켰습니다. 철퍽철퍽. 철퍼덕거리는 우리 때문에 물이 계속 넘쳐 바닥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224p
소비는 욕망입니다. 상품은 당신의 욕망을 건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혁명이 왜 마케팅에게 졌겠습니까? 혁명가와 운동가가 왜 마케터와 세일즈맨에게 졌겠습니까? 인간의 내밀한 욕망, 무의식에 단단히 뿌리박은 그 욕망을 알고 바라보는 데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249p
"여보, 그런데 포탈(portal)이 뭐야? 뭘 포탈이라고 하는 거야?"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책을 보던 아내가 이렇게 물어왔습니다.
"응, 사전적으로는 관문, 현관, 입구 이런 뜻인데. 여기서는 좀 더 감각적으로 말해서 당신이 인터넷에 접속했을 때 맨 처음 방문하는 페이지, 바로 그 사이트가 포탈이 되는 거지. 그건 왜?"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인터넷에서 ISP보다 중요한 거야?"
"그래, 난 아주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 첫 번째 페이지로 권력이 이동할 것이라고 생각해."
"권력이 이동한다고?"
"그냥, 내가 생각하는 하나의 표현인데. '포탈로 파워 시프트 될 것이다.' 그런 사이트를 해보고 싶은 거야. 사실은 내가."
-286p
당신의 침대를 사기 위해 바보같이 할부 처리한 그 카드 대금을 그 후로도 몇 개월 동안 내가 계속 결제를 해야 했던 것을 당신은 알고 있나요? 남자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있어요. 의심 가는 애인에게는 뭘 선물할 때 절대 카드 할부는 안 하는 것이 좋다고요. 나는 잊고 싶어도 절대로 잊지 않고 날라 오는 그 카드 할부 내역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유체이탈을 하는 자신을 볼 수도 있을 겁니다.
-338p
어느 순간에 보니 철 이른 바닷가 모래사장에 내가 앉아있더군요. 어깨 위에 빗물이 흘러내리고 머리칼은 속까지 젖어갔습니다.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멀리 군데군데 우산을 쓴 연인들이 보였습니다.
비 내리는 어두운 바다를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바다는 가만있어도 되는데 끝없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으르렁댔습니다. 바다만은 비에 젖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상념이 밀려오고 밀려가듯 수없는 고뇌가 생멸(生滅)하듯 모래사장에 앉아 그 파도를 바라보았습니다.
얼마나 바라보았을까요?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혼자 생각이 미친 망아지처럼 날뛰었습니다.
-345p
혹시 그를 만난다면 당신의 아내, 한지영을 절대 모독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거센 세파와 운명으로 인해 부부의 연이 혹시 끊긴다 하더라도 7년을 가슴 속에서 기다렸던 그 여자를 당신은 추억해야 한다고 일러주고 싶습니다. 타인의 인생에서 주로 저속한 것만을 찾아 씹어보려는 세상 사람들의 그런 잣대를 들이대지 말기 바란다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당신의 아내는 고상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고 나는 진심으로 증언해주고 싶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리의 요동쳤던 감정이 모두 가라앉고 미혹과 욕망이 빛바랜 사진첩처럼 남는 그런 시절이 온다면 말입니다.
-366p
청춘을 불살라 치열하게 살아온 유장한 시대에 대한 이해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농밀하게 드러나는 남녀의 애정선을 따라가는 재미, 시대와 불화하는 남녀의 사랑을 통한 삶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보여준다.
구도소설을 표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생들의 사랑이 전개되는 바탕인 삶과 그 삶을 넘어 서 있는 그 무엇에 대한 타들어가는 갈증과 고통, 번뇌와 깨달음을 처연하게 풀어내고 있다.
경계 지을 수 없는 경계에 서서 묵묵히 5천 매의 원고지, 108만 개의 빈칸을 피땀과 눈물로 아로새겨낸 작가를 발견하게 된 것은 한국 문단에 주어진 2017년 최고의 선물이다.
사랑에 대한 남자의 솔직한 내면과 감각을 보여주는 소설
여느 사랑이 그렇듯 순식간에 불타오르기도 하며 그런 사랑은 활활 타올라서 재만 남기도 한다. 『두 번째 사랑』은 남녀의 사랑에 대한 과감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각적으로 끌고 간다.
첫사랑에 대한 풋풋함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시대적 배경을 통해 튀어나온 녹슨 못과 같은 상처로 인해 점점 썩어간다. 이러한 부분이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럴듯한 변명거리가 생긴 듯 파국으로 치닫는 전개는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1988년에서 2008년에 이르는 사실적 시대 배경
소설의 중요한 흐름을 구성하는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흐름과 매우 동일하게 흘러간다. 픽션이지만 픽션 같지 않은 사실성의 구축이 매우 구체적인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활용함으로써 생겨났다.
한국 사회를 변화시켰던 흐름 속에서 존재하는 이야기로 인해 캐릭터에게 생명력이 생겼으며 재미를 배가시켰다.
시대와 화합하지 못하는 사랑, 도덕과 욕망 사이에서의 위태로운 줄타기
수연과 지영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민수는 언제나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아내에 대한 실망 혹은 아픔으로 격발된 민수의 연민은 두 번째 사랑으로 변질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민수의 도덕적인 외면은 연수와의 결혼 관계를 유지하게 만들지만 욕망의 내면은 언제나 지영을 찾게 만든다. 그 사이에서 끝모를 줄타기 하는 모습에서 무척 비겁하면서도 상처를 주기 싫어하는 민수의 연약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양가감정으로 치닫는 갈등을 신파극이 아닌 현대식 이야기로
『두 번째 사랑』은 수연과 지영의 갈등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수연과 지영의 짧은 일면식을 통해 모든 문제점은 민수에게로 모이게 된다. 이러한 부분이 이 소설만의 색다른 요소일 것이라 생각된다. 흔히 치정문제를 이야기하게 되면 여자끼리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들도 있는데 『두 번째 사랑』은 외모나 분위기는 다르지만 깨어있는 여성이라는 수연과 지영을 앞세움으로써 고루한 신파극이 아닌 현대식 감성에 맞는, 더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책 속으로 추가]
그래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당신이 나를 원한다, 나를 유혹했다, 내가 당신을 연민한다, 병의 고통을 덜게 하겠다, 당신을 팍팍한 이 세상과 위험한 현실에서 지켜주겠다, 당신에게 찝쩍대는 어떤 껄떡쇠들로부터 지켜주겠다, 당신을 웃게 하겠다, 나에 대한 원망을 갈망으로 바꾸어 놓겠다, 모르핀이 어쩌고저쩌고하는 것까지 통틀어서 그 어떤 논리도 변명도 다 허위의식이고 기만이었습니다.
나는 단지 당신에게 매료되었을 뿐입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내가 묘하게 뒤집어서 언어유희를 하고 논리 조작을 하고 내러티브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게 우리 운동권 출신들의 오래된 습성이며 스타일이 아니겠습니까? 별로 솔직하지 못한 것,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본능적으로 자기방어를 하고, 자기 의지를 어떤 대의로 포장하려 드는 것 말입니다.
-178p
"난 말이야. 우리가 과거의 노예가 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과거를 부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내가 정치적으로 근신하겠다는 건 과거의 노예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인(否認)하겠다는 것도 아니야."
"오빠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근신을 해? 그러지 마."
"아니야. 사람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데. 또 바뀌어야 한다면 바뀌기도 해야지.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고 금세 돌아서서 어제의 내 생각은 틀렸다고 나발을 불면서 마치 뭔가 깨달은 것처럼 지랄하는 것도 별로 진정성은 없어 보이더라. 그런 자식들도 있지, 있기야.
하지만 가슴 속에 묻어놓고 가야 할 때가 있고 표현해야 할 때가 따로 있는 거지. 진지한 생각이었던 만큼 적어도 일정한 공백을 가지고 그 정도의 성찰을 해볼 필요도 있다고 봐 나는. 걱정 마. 나도 파멸한 건 아니에요. 한지영 씨."
-210p
"오빠… 그냥 들어 와."
당신은 웃으면서 손으로 욕조 물을 두드려서 철썩거렸습니다.
"들어 와서… 발라 줘."
첨벙. 나도 욕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덕분에 순간 물이 넘쳐 흘렸습니다. 당신이 오른발을 내 허벅지에 올렸습니다. 오른쪽 발을 만지자 아프지 않은 쪽이라 감각이 살았는지 간지럼을 탔습니다.
"아이. 간지러워. 호호. 간지러워"
당신이 몸을 흔들어대며 요란을 떨었습니다. 물이 출렁거리며 욕실 바닥으로 넘쳤습니다.
"이 아가씨 왜 이래? 가만 좀 있어 봐."
"간지러워…."
당신이 앙갚음으로 오른발을 뻗어 내 가슴을 간지럽히러 들었습니다. 내가 경고로 물을 튀겨 당신의 얼굴에 뿌렸습니다. 당신도 지지 않고 손으로 물을 튀겼습니다. 이제 멘소래담은 내려놓고 우리는 여러 번 상대에게 물 튀기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물속으로 당신이 나를 끌어당겼고 나는 당신의 가슴으로 미끄러졌습니다. 따뜻하게 덥혀진 당신의 유두가 눈 앞에서 한층 분홍빛으로 도드라졌습니다. 참을 수 없어 한입 가득 물었습니다. 당신이 손을 뻗어 젖은 내 속옷을 벗겨 바닥으로 던졌습니다.
당신의 왼발을 욕조 턱에 그대로 걸쳐놓고 우리는 물속에서 엉켰습니다. 철퍽철퍽. 철퍼덕거리는 우리 때문에 물이 계속 넘쳐 바닥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224p
소비는 욕망입니다. 상품은 당신의 욕망을 건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혁명이 왜 마케팅에게 졌겠습니까? 혁명가와 운동가가 왜 마케터와 세일즈맨에게 졌겠습니까? 인간의 내밀한 욕망, 무의식에 단단히 뿌리박은 그 욕망을 알고 바라보는 데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249p
"여보, 그런데 포탈(portal)이 뭐야? 뭘 포탈이라고 하는 거야?"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책을 보던 아내가 이렇게 물어왔습니다.
"응, 사전적으로는 관문, 현관, 입구 이런 뜻인데. 여기서는 좀 더 감각적으로 말해서 당신이 인터넷에 접속했을 때 맨 처음 방문하는 페이지, 바로 그 사이트가 포탈이 되는 거지. 그건 왜?"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인터넷에서 ISP보다 중요한 거야?"
"그래, 난 아주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 첫 번째 페이지로 권력이 이동할 것이라고 생각해."
"권력이 이동한다고?"
"그냥, 내가 생각하는 하나의 표현인데. '포탈로 파워 시프트 될 것이다.' 그런 사이트를 해보고 싶은 거야. 사실은 내가."
-286p
당신의 침대를 사기 위해 바보같이 할부 처리한 그 카드 대금을 그 후로도 몇 개월 동안 내가 계속 결제를 해야 했던 것을 당신은 알고 있나요? 남자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있어요. 의심 가는 애인에게는 뭘 선물할 때 절대 카드 할부는 안 하는 것이 좋다고요. 나는 잊고 싶어도 절대로 잊지 않고 날라 오는 그 카드 할부 내역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유체이탈을 하는 자신을 볼 수도 있을 겁니다.
-338p
어느 순간에 보니 철 이른 바닷가 모래사장에 내가 앉아있더군요. 어깨 위에 빗물이 흘러내리고 머리칼은 속까지 젖어갔습니다.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멀리 군데군데 우산을 쓴 연인들이 보였습니다.
비 내리는 어두운 바다를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바다는 가만있어도 되는데 끝없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으르렁댔습니다. 바다만은 비에 젖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상념이 밀려오고 밀려가듯 수없는 고뇌가 생멸(生滅)하듯 모래사장에 앉아 그 파도를 바라보았습니다.
얼마나 바라보았을까요?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혼자 생각이 미친 망아지처럼 날뛰었습니다.
-345p
혹시 그를 만난다면 당신의 아내, 한지영을 절대 모독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거센 세파와 운명으로 인해 부부의 연이 혹시 끊긴다 하더라도 7년을 가슴 속에서 기다렸던 그 여자를 당신은 추억해야 한다고 일러주고 싶습니다. 타인의 인생에서 주로 저속한 것만을 찾아 씹어보려는 세상 사람들의 그런 잣대를 들이대지 말기 바란다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당신의 아내는 고상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고 나는 진심으로 증언해주고 싶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리의 요동쳤던 감정이 모두 가라앉고 미혹과 욕망이 빛바랜 사진첩처럼 남는 그런 시절이 온다면 말입니다.
-366p
목차
목차
제5부
태풍이 지나간 날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모든 사랑은 남는 장사
'사랑해'라는 흔한 말
두 번째 사랑
제6부
구척 담장 아래 길고 깊은 그늘
지옥도(地獄圖)
러브홀릭(loveholic)
준법서약서
흙비가 내리던 날
강릉 밤바다
태풍이 지나간 날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모든 사랑은 남는 장사
'사랑해'라는 흔한 말
두 번째 사랑
제6부
구척 담장 아래 길고 깊은 그늘
지옥도(地獄圖)
러브홀릭(loveholic)
준법서약서
흙비가 내리던 날
강릉 밤바다
저자
저자
손성조
저자 손성조는 1966년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참이 지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예창작콘텐츠학과 석사를 마쳤다. 여러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지금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일하고 있다.
첫 소설 '두 번째 사랑'을 2년 동안 구상하고 5년 동안 집필했는데 어느덧 원고지 5천 매가 넘는 장편소설이 되었다. 늦깎이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전할 이야기가 많다.
첫 소설 '두 번째 사랑'을 2년 동안 구상하고 5년 동안 집필했는데 어느덧 원고지 5천 매가 넘는 장편소설이 되었다. 늦깎이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전할 이야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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