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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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현 존재(Dasein)는 세계 내 존재(In der Welt sein)로 ‘보이지 않는’ 태초로부터 이어져 온 끈에 의해 존재하고 있다. 거기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디엔에이가 작동하여 핏줄로 이어져 왔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존재자들의 ‘잡아주고 끌어주고 밀어주고 살펴주신’ 결과로 현재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섭리에 따라 이어져 온 그 끈, 곧 자연과 인간의 관계망 속에서 생명공동체와 화합하여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
하나의 우주 안에서 개체는 하나의 원으로 연결된 하나의 생명체에 다름이 아니다. 시인은 현시대에 우리가 처한 상황하에서 요구되는 정의와 사회적 가치추구란 명제를 진정성 있는 진솔한 시적 언어로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우주 안에서 개체는 하나의 원으로 연결된 하나의 생명체에 다름이 아니다. 시인은 현시대에 우리가 처한 상황하에서 요구되는 정의와 사회적 가치추구란 명제를 진정성 있는 진솔한 시적 언어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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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공동체 삶을 향한 진정성의 시학
1. 생명공동체, 그 조화로운 세상 꿈꾸기
김정의 시인은 영문학을 전공한 영문학도로서 고향 익산에서 중등 영어교사를 하였다. 상경 후 1992년 수필로 등단하여 수필집을 두 권 내고 여러 권의 공동수필집을 내는 등 수필가로서 익히 그 역량을 선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의 꿈은 다시 시인으로 등단하게 이끌었고 한결같은 열정에 힘입어 이번에 첫 시집을 상재하게 된다.
먼저 시인의 이름을 통해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시인의 이름은 우리가 말하는 '正義'가 아니고 곧을 '정', 바를 '의'의 '貞義'로 쓴다.
하지만 한글로서의 시니피앙으로 '정의'란 이름이 가지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그의 이름은 그의 평생의 삶의 양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이는 그가 발표하는 작품에서 꼭 그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여 독자가 알 수 있게 배려하는 모습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정애야 놀자"
"정희야 학교가자"
나도 헷갈리는 내 이름
유년의 동무들은 제멋대로
잘도 불러 주었다
(중략)
더러는 여전히 '의'를 몰라라
애, 이, 희를 넘나드는 벗들 노여워
어느 날 아버지께 왜? 냐고 물었다
말 없는 아버지 빙그레 웃으시며
한지 펼쳐 붓을 들고
'元亨利貞 天道之常, 仁義禮智 人性至剛'
꾹 눌러 쓰신 한 자 한 자 뜻 짚어
貞과 義를 골라 곧고 의롭게 살라고
생일 생시 획수 맞춰 정성 담은 이름이니
귀히 여겨 사랑하라 하신다
(중략)
이제 나를 바로 세우리라
굳이 한자 표기 고집하며
내 이름 닦고 돌볼 때면
빙그레 아버지 미소 떠오른다.
-「내 이름」 중에서
한학자이신 아버지가 지어주신 '정의'란 이름값에 어긋나지 않게 평생 자신을 바로 세우고 의롭게 살려고 분투노력한 모습을 읽는다. 정의(正義)란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는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철학적으로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라는 뜻일 것이다. 이는 '올바름, 공정성, 형평성'을 함의한다.
고대와 근현대의 많은 철학자를 지나 최근에 마이클 샌델은『정의란 무엇인가』(2014)에서 정의를 이해하려면 행복, 자유, 미덕이라는 세 방법으로 압축할 수 있다면서 공리주의와 자유주의의 딜레마를 예시하고 공동체를 역설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샌델 교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양적 공리주의와 존 스튜어트 밀의 '질적 공리주의' 그리고 자유지상주의에서 나아가, 또한 평등을 옹호하여 복지의 필요성을 강조한 존 롤스에서 나아가 공동체주의와 그 사회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라 할 수 있는 공공선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돌고 돌아 "정치의 목적은 사람들이 고유의 능력과 미덕을 계발하게 만드는 데 있다. 즉 공동선을 고민하고 판단력을 기르며 시민 자치에 참여해 공동체의 운명을 보살피게 하는 것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와 맥락을 같이 한다할 것이다.
갈등과 대립보다는 희생과 봉사 그리고 공공선의 가치추구는 이질성 존중 문화의 추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단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문답의 연장선에서 볼 때 정의란 곧 환경문제에서의 생태이론에서 북친(Murray Bookchin)이 이야기하는 바 자연생태에서 나아가 사회생태 차원에서의 '더불어 살아가기'라 할 수 있으며 성경에서의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라는 계명이라고도 할 것이다.
2. 진솔한 어휘의 시적 변주
김정의 시인의 시는 '진솔한 이야기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의 오랜 경륜에서 우러나온 과거의 추억, 현재의 일상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연계하여 표상화 하는데 그의 시어는 화려한 묘사나 수식어, 가식이 없다.
그의 시는 진정성으로 읽히는데 진정성(Authenticity)은 감정의 진실성 등을 의미하는데 이는 리더십의 필수항목으로 여겨지지만, 자신이 평가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진정성을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행동과 태도를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문학에서 시의 말은 그 한마디 한마디가 감정의 크고 작은 굴곡과 일치하는 것으로 여겨질 때 특별한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 진정성의 이데올로기라 하겠는데 김정의의 시에서 읽혀지는 대목이 바로 이 진정성이라 생각된다. 말이 지닌 힘은 진솔함에 있다. 솔직하고 유익한 말, 긍정적이고 선한 말은 자신의 삶도 타인의 삶의 기운도 북돋워 선하고 유익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의 이야기 시는 스토리가 갖는 서사를 자신의 서정적 감성과 연결하여 표출하고 있다. 이는 자아만이 갖는 독특한 경험에서 추출된 기억의 형상화이기에 특수성을 지니며 이는 독자에게 일반화되어 공감을 일으킨다.
해 설핏한 노을녘
걸어온 길 돌아보니
목마른 세월 고비 고비마다
새싹 품고 오신 꽃비의 은택
그 싹 고이 자라나길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기대와 설렘의 시간
아득한 은하의 강 건너기 전
너를 향한 나의 그리움
나를 향한 너의 기다림
출렁출렁 뜨거운 강물로 흐르던
그때가 향기론 삶의 클라이맥스였어
정작, 맺힌 꽃망울 활짝 벙글거리고
초승달 만월 되어 휘영청 빛 부시고
미지 여행의 꿈 이루고 나면
꽃 지고, 달 이울고, 떠날 아쉬움에 젖으니
진정, 간절히 원하는 건
하늘 맑은 날, 둥둥 북소리 울리며
나를 맞아주는 일
그날이 조금 천천히 온들 어떠랴
기다림, 그 시간만이 삶의 절정이던 것을
-「기다림, 그 시간」 전문
이 시는 80여 년 걸어온 인생길을 돌아보며 비로소 깨닫게 되는 인생의 참 의미를 사유하게 된다. 목마른 세월 고비마다 보이지 않는 꽃비의 은택으로 살아왔다.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이루고자 혼신의 노력을 하고 막상 이를 이루고 나니 과연 그 목표를 이룬 그것이 인생의 참 보람이자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 결과 열매란 것이 가져다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 결과가 가져다주는 어떤 성과나 성취보다는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가지게 되는 기대와 소망, 그 절실하였던 기다림 그 자체가 우리의 삶을 참으로 아름답게 한 기쁨이자 보람이었음을 회억하며 하늘 소망을 희구하고 있다.
무릇 예술로서의 시는 나름의 미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하겠는데 김정의의 시에서 나타나는 바 특이한 점은 우리말이 가지는 독특한 어휘의 다의적 해석을 구체적 자아의 경험에 비추어 이를 변주하여 시에 적용하는 점이라 하겠다. 어휘의 다양한 해석으로 펼쳐나가는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어휘의 유희가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3. 체화된 기독 사상의 발현
김정의 시인은 독실한 기독 신앙인으로 일상화되고 체화된 기독 사상을 시로 엮고 녹여 발현하고 있음을 본다. 이 같은 그의 시는 사랑과 희생이 따르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공동체 삶의 추구에 다름이 아니다. 제3부에 실린 시가 이에 해당된다고 하겠는데 이 중 두 편만 살펴보기로 한다.
출렁이는 물가에
한쪽 다리로 중심 잡고
꼿꼿이 서 있는
두루미의 의젓한 자세
세찬 바람결에
무수히 흔들리면서
중심을 움켜쥔 풀잎의 몸부림
어둔 세상 밝히려
수직으로, 수평으로 뻗은 팔
그 만남의 중심에 품은 사랑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붉은 십자가의 뜨거운 고뇌
아집과 비방의 예리한 날 세우고
상대방을 향해선
귀 막고 눈 가린 사람, 사람들
대자연을 스승으로 모시면
세상의 중심 바로 잡히려나
-「중심 잡기」 전문
한쪽 다리로 중심 잡고 서 있는 의젓한 두루미의 자세를 보며 수직의 하나님 사랑, 수평의 이웃 사랑, 그 십자가의 희생과 무조건적 용서와 사랑을 잊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며 대자연을 스승으로 삼아 살아가면 흐트러진 세상의 중심도 바로 잡히리라는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더 잘 듣기 위해 눈을 감는다
눈 감으면 좀 더 잘 보일 때가 있다
검정 연미복 지휘자의 앞모습이 그렇다
정적을 휘젓는 지휘봉은 권위로 감싸여
그의 눈빛 따라 천둥 치듯, 잔물결 찰랑대듯
때론 미풍이 꽃잎 어루만지는 듯한 소리
켜고, 불고, 두드리는 저마다의 악기로
하나의 조화로운 화음을 내기 위하여
해산하는 어미처럼 참아내는 아픔의 희열
청중의 영혼을 적시는 경이로움이여
만추의 아름다운 연주를 위하여
나 어떻게 내 마음을 지휘해야 할까
삶의 절묘한 하모니 만들어 낼
'아홉 열매' 단원을 기어코 모셔야 하리
사랑·희락·화평·인내·자비·양선·충성·온유·절제
이들이 조화로운 화음에 녹아들도록
부친께서 사랑의 선물로 주신 '성실', 그를
오보에 주자로 삼아 기준음 '라'를 불고
모두가 자기의 악기를 조율, 튜닝을 마치면
누에고치 비단실 뽑아내듯
하나의 목표 위한 최상의 소리 뽑은 후
인생의 뜨거운 박수 받으며
서산마루 넘는 해처럼 퇴장할 수 있다면….
-「내 마음의 오케스트라」전문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삶의 절묘한 하모니'가 필요하다. 어느 한 악기가 제멋대로 튀어서도 안 되고 일사불란한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오보에 주자'의 '기준음'에 맞추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최상의 음률을 생산해 내야 한다. 그리하여 성령의 아홉 열매를 우리 마음과 삶에서 맺어 '조화로운 화음'이 가득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4. 고향과 가족 그리고 어머니
김정의의 시에 있어 고향과 어머니는 칼 융이 이야기하는 존재의 원형질로 나타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바 존재론의 제일 원리이기도 하다. 이는 느리고 정겹던 아날로그 시절의 풍속과 추억에 대해 근원적 향수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리트로(Retro) 즉 복고감성은 반드시 구세대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만은 아니며 때론 젊은 세대들의 구시대적 문
물에 대한 정서가 작동하여 과거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라 뉴트로(New+Retro)란 신조어로 유행하기도 한다. 고향과 어머니라는 단어가 주는 인간의 원형적 안락과 그리움은 초현대 문명사회가 될수록 오히려 그 속도와 반비례하여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어미 우렁이 속살 녹여
제 새끼 키워내듯
여섯 남매
그리 길러내신 어머니
날만 새면
원댕이골 보리밭, 콩밭에서
풀과 씨름하며 외로움 흥얼거리실 때
객지에서 공부하던 자식들
어쩌다 어머니 곁으로
밭이랑 뭉기며 달려가면
까슬한 갈퀴손으로 감싸 안으며
우리들 발자국마저 아껴 두셨던 어머니
시린 하늘 아래 당신 남겨두고
저희 둥지 만들어 날아가 버린 새끼들
생신이라 명절이라 우르르 몰려왔다
썰물처럼 죄다 빠져나갈 때면
동구 밖 늙은 은행나무 밑까지
눈물 그렁그렁 따라 나오셔
"언제 또 올래?"
매번 되풀이하시던
뜨거운 그 목소리….
-「언제 또 올래」 전문
에리히 프롬에 의하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시간은 언제든지 현재로 뛰어나올 수 있다. 기억은 우리의 내부에서 흘러 다니며 확장되기도 하고 서서히 배출되어 망각으로 흐르기도 한다. 그러한 기억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의 근원인 고향과 어머니는 언제나 가슴 맨 밑바닥에 자리잡아 어렵고 힘들 때나 인생길의 굽이마다 떠올라 새 삶에의 활력소를 제공한다. 자신의 '속살'을 녹여 키워주신 어머니, 자식들 다 떠나간 뒤에도 빈 둥지에서 '언제 또 올래' 애타게 부르는 고향 그리고 어머니의 무조건적 사랑이 눈물겹게 아름답다.
그의 시는 이러한 고향과 어머니의 근원적 관계망에서 나아가 아들, 손자, 남편과 친지와의 교류와 사랑, 그리고 주변 이웃, 나아가 보다 큰 범주로는 자연과 인간 전반에 이르기까지 그 관계망의 범주를 넓혀 그 관계의 소중함과 그들과 조화로운 삶의 이상을 도모하고 있다.
5. 나가며
김정의 시인의 시는 고향과 어머니가 존재의 근원으로 자리잡아 근원적 향수와 뿌리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근원은 좀 더 나아가면 가족과 친지, 이웃에 이르러 존재론적 관계망을 구축하고 좀 더 시야를 넓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망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그러한 관계망 형성은 체화된 기독 사상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리하여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이 이해관계의 경계를 깨뜨린 이웃 사랑을 통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추구가 큰 범주를 이루게 된다.
하나의 우주 안에서 개체는 하나의 원으로 연결된 하나의 생명체에 다름이 아니다. 시인은 현시대에 우리가 처한 상황하에서 요구되는 정의와 사회적 가치추구란 명제를 진정성 있는 진솔한 시적 언어로 보여주고 있다.
_노유섭 시인
1. 생명공동체, 그 조화로운 세상 꿈꾸기
김정의 시인은 영문학을 전공한 영문학도로서 고향 익산에서 중등 영어교사를 하였다. 상경 후 1992년 수필로 등단하여 수필집을 두 권 내고 여러 권의 공동수필집을 내는 등 수필가로서 익히 그 역량을 선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의 꿈은 다시 시인으로 등단하게 이끌었고 한결같은 열정에 힘입어 이번에 첫 시집을 상재하게 된다.
먼저 시인의 이름을 통해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시인의 이름은 우리가 말하는 '正義'가 아니고 곧을 '정', 바를 '의'의 '貞義'로 쓴다.
하지만 한글로서의 시니피앙으로 '정의'란 이름이 가지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그의 이름은 그의 평생의 삶의 양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이는 그가 발표하는 작품에서 꼭 그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여 독자가 알 수 있게 배려하는 모습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정애야 놀자"
"정희야 학교가자"
나도 헷갈리는 내 이름
유년의 동무들은 제멋대로
잘도 불러 주었다
(중략)
더러는 여전히 '의'를 몰라라
애, 이, 희를 넘나드는 벗들 노여워
어느 날 아버지께 왜? 냐고 물었다
말 없는 아버지 빙그레 웃으시며
한지 펼쳐 붓을 들고
'元亨利貞 天道之常, 仁義禮智 人性至剛'
꾹 눌러 쓰신 한 자 한 자 뜻 짚어
貞과 義를 골라 곧고 의롭게 살라고
생일 생시 획수 맞춰 정성 담은 이름이니
귀히 여겨 사랑하라 하신다
(중략)
이제 나를 바로 세우리라
굳이 한자 표기 고집하며
내 이름 닦고 돌볼 때면
빙그레 아버지 미소 떠오른다.
-「내 이름」 중에서
한학자이신 아버지가 지어주신 '정의'란 이름값에 어긋나지 않게 평생 자신을 바로 세우고 의롭게 살려고 분투노력한 모습을 읽는다. 정의(正義)란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는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철학적으로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라는 뜻일 것이다. 이는 '올바름, 공정성, 형평성'을 함의한다.
고대와 근현대의 많은 철학자를 지나 최근에 마이클 샌델은『정의란 무엇인가』(2014)에서 정의를 이해하려면 행복, 자유, 미덕이라는 세 방법으로 압축할 수 있다면서 공리주의와 자유주의의 딜레마를 예시하고 공동체를 역설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샌델 교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양적 공리주의와 존 스튜어트 밀의 '질적 공리주의' 그리고 자유지상주의에서 나아가, 또한 평등을 옹호하여 복지의 필요성을 강조한 존 롤스에서 나아가 공동체주의와 그 사회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라 할 수 있는 공공선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돌고 돌아 "정치의 목적은 사람들이 고유의 능력과 미덕을 계발하게 만드는 데 있다. 즉 공동선을 고민하고 판단력을 기르며 시민 자치에 참여해 공동체의 운명을 보살피게 하는 것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와 맥락을 같이 한다할 것이다.
갈등과 대립보다는 희생과 봉사 그리고 공공선의 가치추구는 이질성 존중 문화의 추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단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문답의 연장선에서 볼 때 정의란 곧 환경문제에서의 생태이론에서 북친(Murray Bookchin)이 이야기하는 바 자연생태에서 나아가 사회생태 차원에서의 '더불어 살아가기'라 할 수 있으며 성경에서의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라는 계명이라고도 할 것이다.
2. 진솔한 어휘의 시적 변주
김정의 시인의 시는 '진솔한 이야기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의 오랜 경륜에서 우러나온 과거의 추억, 현재의 일상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연계하여 표상화 하는데 그의 시어는 화려한 묘사나 수식어, 가식이 없다.
그의 시는 진정성으로 읽히는데 진정성(Authenticity)은 감정의 진실성 등을 의미하는데 이는 리더십의 필수항목으로 여겨지지만, 자신이 평가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진정성을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행동과 태도를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문학에서 시의 말은 그 한마디 한마디가 감정의 크고 작은 굴곡과 일치하는 것으로 여겨질 때 특별한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 진정성의 이데올로기라 하겠는데 김정의의 시에서 읽혀지는 대목이 바로 이 진정성이라 생각된다. 말이 지닌 힘은 진솔함에 있다. 솔직하고 유익한 말, 긍정적이고 선한 말은 자신의 삶도 타인의 삶의 기운도 북돋워 선하고 유익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의 이야기 시는 스토리가 갖는 서사를 자신의 서정적 감성과 연결하여 표출하고 있다. 이는 자아만이 갖는 독특한 경험에서 추출된 기억의 형상화이기에 특수성을 지니며 이는 독자에게 일반화되어 공감을 일으킨다.
해 설핏한 노을녘
걸어온 길 돌아보니
목마른 세월 고비 고비마다
새싹 품고 오신 꽃비의 은택
그 싹 고이 자라나길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기대와 설렘의 시간
아득한 은하의 강 건너기 전
너를 향한 나의 그리움
나를 향한 너의 기다림
출렁출렁 뜨거운 강물로 흐르던
그때가 향기론 삶의 클라이맥스였어
정작, 맺힌 꽃망울 활짝 벙글거리고
초승달 만월 되어 휘영청 빛 부시고
미지 여행의 꿈 이루고 나면
꽃 지고, 달 이울고, 떠날 아쉬움에 젖으니
진정, 간절히 원하는 건
하늘 맑은 날, 둥둥 북소리 울리며
나를 맞아주는 일
그날이 조금 천천히 온들 어떠랴
기다림, 그 시간만이 삶의 절정이던 것을
-「기다림, 그 시간」 전문
이 시는 80여 년 걸어온 인생길을 돌아보며 비로소 깨닫게 되는 인생의 참 의미를 사유하게 된다. 목마른 세월 고비마다 보이지 않는 꽃비의 은택으로 살아왔다.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이루고자 혼신의 노력을 하고 막상 이를 이루고 나니 과연 그 목표를 이룬 그것이 인생의 참 보람이자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 결과 열매란 것이 가져다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 결과가 가져다주는 어떤 성과나 성취보다는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가지게 되는 기대와 소망, 그 절실하였던 기다림 그 자체가 우리의 삶을 참으로 아름답게 한 기쁨이자 보람이었음을 회억하며 하늘 소망을 희구하고 있다.
무릇 예술로서의 시는 나름의 미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하겠는데 김정의의 시에서 나타나는 바 특이한 점은 우리말이 가지는 독특한 어휘의 다의적 해석을 구체적 자아의 경험에 비추어 이를 변주하여 시에 적용하는 점이라 하겠다. 어휘의 다양한 해석으로 펼쳐나가는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어휘의 유희가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3. 체화된 기독 사상의 발현
김정의 시인은 독실한 기독 신앙인으로 일상화되고 체화된 기독 사상을 시로 엮고 녹여 발현하고 있음을 본다. 이 같은 그의 시는 사랑과 희생이 따르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공동체 삶의 추구에 다름이 아니다. 제3부에 실린 시가 이에 해당된다고 하겠는데 이 중 두 편만 살펴보기로 한다.
출렁이는 물가에
한쪽 다리로 중심 잡고
꼿꼿이 서 있는
두루미의 의젓한 자세
세찬 바람결에
무수히 흔들리면서
중심을 움켜쥔 풀잎의 몸부림
어둔 세상 밝히려
수직으로, 수평으로 뻗은 팔
그 만남의 중심에 품은 사랑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붉은 십자가의 뜨거운 고뇌
아집과 비방의 예리한 날 세우고
상대방을 향해선
귀 막고 눈 가린 사람, 사람들
대자연을 스승으로 모시면
세상의 중심 바로 잡히려나
-「중심 잡기」 전문
한쪽 다리로 중심 잡고 서 있는 의젓한 두루미의 자세를 보며 수직의 하나님 사랑, 수평의 이웃 사랑, 그 십자가의 희생과 무조건적 용서와 사랑을 잊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며 대자연을 스승으로 삼아 살아가면 흐트러진 세상의 중심도 바로 잡히리라는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더 잘 듣기 위해 눈을 감는다
눈 감으면 좀 더 잘 보일 때가 있다
검정 연미복 지휘자의 앞모습이 그렇다
정적을 휘젓는 지휘봉은 권위로 감싸여
그의 눈빛 따라 천둥 치듯, 잔물결 찰랑대듯
때론 미풍이 꽃잎 어루만지는 듯한 소리
켜고, 불고, 두드리는 저마다의 악기로
하나의 조화로운 화음을 내기 위하여
해산하는 어미처럼 참아내는 아픔의 희열
청중의 영혼을 적시는 경이로움이여
만추의 아름다운 연주를 위하여
나 어떻게 내 마음을 지휘해야 할까
삶의 절묘한 하모니 만들어 낼
'아홉 열매' 단원을 기어코 모셔야 하리
사랑·희락·화평·인내·자비·양선·충성·온유·절제
이들이 조화로운 화음에 녹아들도록
부친께서 사랑의 선물로 주신 '성실', 그를
오보에 주자로 삼아 기준음 '라'를 불고
모두가 자기의 악기를 조율, 튜닝을 마치면
누에고치 비단실 뽑아내듯
하나의 목표 위한 최상의 소리 뽑은 후
인생의 뜨거운 박수 받으며
서산마루 넘는 해처럼 퇴장할 수 있다면….
-「내 마음의 오케스트라」전문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삶의 절묘한 하모니'가 필요하다. 어느 한 악기가 제멋대로 튀어서도 안 되고 일사불란한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오보에 주자'의 '기준음'에 맞추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최상의 음률을 생산해 내야 한다. 그리하여 성령의 아홉 열매를 우리 마음과 삶에서 맺어 '조화로운 화음'이 가득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4. 고향과 가족 그리고 어머니
김정의의 시에 있어 고향과 어머니는 칼 융이 이야기하는 존재의 원형질로 나타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바 존재론의 제일 원리이기도 하다. 이는 느리고 정겹던 아날로그 시절의 풍속과 추억에 대해 근원적 향수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리트로(Retro) 즉 복고감성은 반드시 구세대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만은 아니며 때론 젊은 세대들의 구시대적 문
물에 대한 정서가 작동하여 과거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라 뉴트로(New+Retro)란 신조어로 유행하기도 한다. 고향과 어머니라는 단어가 주는 인간의 원형적 안락과 그리움은 초현대 문명사회가 될수록 오히려 그 속도와 반비례하여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어미 우렁이 속살 녹여
제 새끼 키워내듯
여섯 남매
그리 길러내신 어머니
날만 새면
원댕이골 보리밭, 콩밭에서
풀과 씨름하며 외로움 흥얼거리실 때
객지에서 공부하던 자식들
어쩌다 어머니 곁으로
밭이랑 뭉기며 달려가면
까슬한 갈퀴손으로 감싸 안으며
우리들 발자국마저 아껴 두셨던 어머니
시린 하늘 아래 당신 남겨두고
저희 둥지 만들어 날아가 버린 새끼들
생신이라 명절이라 우르르 몰려왔다
썰물처럼 죄다 빠져나갈 때면
동구 밖 늙은 은행나무 밑까지
눈물 그렁그렁 따라 나오셔
"언제 또 올래?"
매번 되풀이하시던
뜨거운 그 목소리….
-「언제 또 올래」 전문
에리히 프롬에 의하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시간은 언제든지 현재로 뛰어나올 수 있다. 기억은 우리의 내부에서 흘러 다니며 확장되기도 하고 서서히 배출되어 망각으로 흐르기도 한다. 그러한 기억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의 근원인 고향과 어머니는 언제나 가슴 맨 밑바닥에 자리잡아 어렵고 힘들 때나 인생길의 굽이마다 떠올라 새 삶에의 활력소를 제공한다. 자신의 '속살'을 녹여 키워주신 어머니, 자식들 다 떠나간 뒤에도 빈 둥지에서 '언제 또 올래' 애타게 부르는 고향 그리고 어머니의 무조건적 사랑이 눈물겹게 아름답다.
그의 시는 이러한 고향과 어머니의 근원적 관계망에서 나아가 아들, 손자, 남편과 친지와의 교류와 사랑, 그리고 주변 이웃, 나아가 보다 큰 범주로는 자연과 인간 전반에 이르기까지 그 관계망의 범주를 넓혀 그 관계의 소중함과 그들과 조화로운 삶의 이상을 도모하고 있다.
5. 나가며
김정의 시인의 시는 고향과 어머니가 존재의 근원으로 자리잡아 근원적 향수와 뿌리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근원은 좀 더 나아가면 가족과 친지, 이웃에 이르러 존재론적 관계망을 구축하고 좀 더 시야를 넓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망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그러한 관계망 형성은 체화된 기독 사상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리하여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이 이해관계의 경계를 깨뜨린 이웃 사랑을 통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추구가 큰 범주를 이루게 된다.
하나의 우주 안에서 개체는 하나의 원으로 연결된 하나의 생명체에 다름이 아니다. 시인은 현시대에 우리가 처한 상황하에서 요구되는 정의와 사회적 가치추구란 명제를 진정성 있는 진솔한 시적 언어로 보여주고 있다.
_노유섭 시인
목차
목차
시인의 말 04
작품해설-공동체 삶을 향한 진정성의 시학 ㆍ 노유섭 시인 157
1부 여름 속으로
나목 12
수혈(輸血) 14
날자, 좀 더 날자 15
여름 속으로 16
관심 18
참기름 19
별똥별 20
찰거머리 22
밤송이 23
개망초 24
능소화ㆍ2 25
이 봄의 장미 곁에서 26
노랑에 대한 기억 28
석양에 시를 짓다 30
울긋불긋 31
덩굴손 32
틈 33
2부 흐르는 것을
거북이의 귓속말 36
기다림, 그 시간 38
생각에 대한 생각 40
흐르는 것들 42
새해가 오셨네 44
보이지 않는 끈 45
어느 날 46
2월이시여 48
억새 50
꽃차를 마시며 51
진분홍빛 함성 52
토요 사랑 54
낮달 56
가을입니다 58
12월의 창가에서 59
오늘 60
꿈틀, 그 존재에 대하여 61
3부 또 하나의 기도
그 책에 길이 있어 64
중심 잡기 66
내 마음의 오케스트라 68
보금자리 70
나무처럼 71
눈들 위의 불꽃 눈동자 72
빠지다 74
창을 닦으며 76
첫~, 모든 처음은 78
또 하나의 기도 80
그대 뉘신가 81
눈물 82
사람아 사람아 84
뿌리에 대한 안부 86
알에 대하여 87
포도, 포도주로 88
달리다굼 89
4부 대숲 안 집
동백꽃 떨어지듯 92
입춘방(立春榜) 93
언제 또 올래 94
무화과 96
어부바 98
얄미운 녀석 100
파란 유리목걸이 102
무주의 품에서 104
대숲 안 집 106
5주기(週忌)에 108
숨 쉬는 항아리 110
어머니의 동치미 112
작품해설-공동체 삶을 향한 진정성의 시학 ㆍ 노유섭 시인 157
1부 여름 속으로
나목 12
수혈(輸血) 14
날자, 좀 더 날자 15
여름 속으로 16
관심 18
참기름 19
별똥별 20
찰거머리 22
밤송이 23
개망초 24
능소화ㆍ2 25
이 봄의 장미 곁에서 26
노랑에 대한 기억 28
석양에 시를 짓다 30
울긋불긋 31
덩굴손 32
틈 33
2부 흐르는 것을
거북이의 귓속말 36
기다림, 그 시간 38
생각에 대한 생각 40
흐르는 것들 42
새해가 오셨네 44
보이지 않는 끈 45
어느 날 46
2월이시여 48
억새 50
꽃차를 마시며 51
진분홍빛 함성 52
토요 사랑 54
낮달 56
가을입니다 58
12월의 창가에서 59
오늘 60
꿈틀, 그 존재에 대하여 61
3부 또 하나의 기도
그 책에 길이 있어 64
중심 잡기 66
내 마음의 오케스트라 68
보금자리 70
나무처럼 71
눈들 위의 불꽃 눈동자 72
빠지다 74
창을 닦으며 76
첫~, 모든 처음은 78
또 하나의 기도 80
그대 뉘신가 81
눈물 82
사람아 사람아 84
뿌리에 대한 안부 86
알에 대하여 87
포도, 포도주로 88
달리다굼 89
4부 대숲 안 집
동백꽃 떨어지듯 92
입춘방(立春榜) 93
언제 또 올래 94
무화과 96
어부바 98
얄미운 녀석 100
파란 유리목걸이 102
무주의 품에서 104
대숲 안 집 106
5주기(週忌)에 108
숨 쉬는 항아리 110
어머니의 동치미 112
저자
저자
김정의
ㆍ 이리여고, 전북대학교 문리과 대학 영어영문학과 졸업
ㆍ 익산중학교 교사 역임 ㆍ 창작수필에서 수필 등단문학시대에서 시로 등단
ㆍ 수상: 창작수필 문학상, 관악문학상 수상, 인헌 강감찬 백일장 우수상
ㆍ 저서: 〈햇빛 노래하는 풀꽃〉 (2004), 〈노을빛에 익어 가는 열매〉 (2017),
ㆍ 6인 공저: 〈꿈꾸는 역마살〉 (1995), 〈내가 지나가는 소리〉 (1998)
ㆍ 소속: 한국문인협회, 창작수필문인회, 관악문인협회, 수수문학회
ㆍ 익산중학교 교사 역임 ㆍ 창작수필에서 수필 등단문학시대에서 시로 등단
ㆍ 수상: 창작수필 문학상, 관악문학상 수상, 인헌 강감찬 백일장 우수상
ㆍ 저서: 〈햇빛 노래하는 풀꽃〉 (2004), 〈노을빛에 익어 가는 열매〉 (2017),
ㆍ 6인 공저: 〈꿈꾸는 역마살〉 (1995), 〈내가 지나가는 소리〉 (1998)
ㆍ 소속: 한국문인협회, 창작수필문인회, 관악문인협회, 수수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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