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경
이인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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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사모곡
애지중지하며 길러주신 어머니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사모곡입니다. 여기에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겠습니까. 이 시집에는 위와 같은 정서와 연관된 또 다른 시가 들어있는데 그 역시 마음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절절한 속울음의 감춤입니다. 어머니의 끈에 매달려 있던 손을 끝까지 놓기 싫다는, 아무리 가벼워진 깃털일지라도 차마 날려 보낼 수 없다는 사무침의 탄식이지요.
애지중지하며 길러주신 어머니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사모곡입니다. 여기에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겠습니까. 이 시집에는 위와 같은 정서와 연관된 또 다른 시가 들어있는데 그 역시 마음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절절한 속울음의 감춤입니다. 어머니의 끈에 매달려 있던 손을 끝까지 놓기 싫다는, 아무리 가벼워진 깃털일지라도 차마 날려 보낼 수 없다는 사무침의 탄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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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어머니께서 엮어 놓으신 씨줄 날줄의 풍경
요즘 소확행(小確幸)이라는, 한자어를 줄여 붙인 말이 유행입니다. 작지만 자기만의 확실한 행복 누리기를 추구한다는 뜻이지요.
이 방법은 거칠고 각박한 이 세상이 고달픈 이들에게 아주 작은 자기 위로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안에서나마 자기 만족감을 느끼고 그러면서 거기에 자기 존재감을 부여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나만 좋으면 된다는 이기심이 살짝 숨어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 대해서 타인이 이렇다저렇다 판단하는 것 역시 가당치 않은 짓이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하게도 나는 저 말을 들을 때마다 그것에 대한 한 가지 궁금증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소확행을 실천하면서 자존감도 같이 세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에요.
진정한 행복은 자존감이 세워졌을 때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행복감은 내가 좀 힘들고 괴로워도 관계성의 도리를 다했을 때 맛볼 수 있다는 인식인데, 요즘은 이 관계성의 도리를 다하려는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이 느껴져서 쓸쓸해지는군요.
그러나 언제든 어디서는 세상 풍조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시를 쓰고요.
시 쓰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가치유의 수단이 되고, 또 이 어쩔 수 없는 나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간절한 호소라는 사실을 그들은 변해가는 풍조에 대한 깊은 사색을 통해서 점점 더 많이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어떤 누구의 간절한 호소가 또 다른 누구의 마음에 스며들었을 때는 반드시 퉁, 울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건 서로의 마음에 일어난 공명의 확인인데 참 신비한 일이지요.
여기에 더해서 내 호소에 상대가 반응(reaction)하고 내가 다시 응답(an effect)해주는 관계성의 이런 황홀한 체험까지 하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그때부터 그는 평생을 시와
함께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정서적 교감의 참 본질은 이런 것입니다. 좀 마땅치 않은 상대라도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다"라며 서로의 존재감을 인정해주고 존중 해주는 것 말입니다. 이것이 사람에 대한 간절함이죠. 절절함입니다. 시 쓰는 일은 이런 간절함과 절절함을 문자로 표기하는 일이고요.
'절절해야 시'라는 시경(詩經)의 자구(字句) 역시 시 쓰는 정서를 잘 성찰해 놓고 있습니다.
북송 말기의 성리학자 주희(朱熹, 朱子)는 또 어떻고요. 시 쓰는 정서가 무엇인지 더 구체적이며 시원한 죽비(竹?)를 우리의 가슴에 내려칩니다. 절절함은 사람의 심사에 호소하며 닿아 맺히는 심상(心象)이라고요!
저 말에 번뜩 다가오는 게 있나요. 그렇습니다. 심상을 요즘 말로 하면 image입니다. 심상을 그려내는 그게 바로 시라는 것이고요.
시는 자동적이든 타동적이든 이미지의 현현(顯現: 환하게 드러냄, 혹은 감췄더라도 그 감춰진 것이 명백하게 드러남)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한 대상을 두고 시를 쓸 때 시인의 심사에 닿아 맺힌 심상에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를 쓰는 우리가 이것저것 군더더기를 붙여서 시를 비만증에 걸리게 하거나 아니면 이상한 옷을 입히고 야릇한 장식을 걸쳐서 주제가 뒤뚱거리고 이미지가 오염된 괴상한 시를 곧잘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시를 괴상한 장식으로 치장하는 것을 오브제(objet)의 의 식화로 착각하지 마십시오. 그건 설득력 있는 오브제가 아니라 그냥 괴상한 짓일 뿐인 겁니다.
그런데 시 창작에서 그것보다 더 태연하게 저질러지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군살을 잔뜩 둘러 붙인 시는 또 어쩌면 좋을까요. 서정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멋있는 존재입니다. 다 아시잖아요.
그런데 그런 존재를 괴상하게 치장할 필요가 무엇인지요. 더구나 시에 붙은 군더더기는 뒤룩뒤룩 번거롭고 보기 싫지 않던가요. 그러니까 그냥 수수하고 순한 옷을 입어 검소해 보이는 시가 좋은 시라는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인수 시인은 본능적으로 이걸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의 시가 내보이는 서정에는 억지가 없고 기교를 부리지도 않으며 그냥 수수하기만 하니까요.
그걸 다시 파악하게 되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이 시집의 시편들을 해설하면서 그 서정을 잘못 건드리지는 않을지. 오히려 그가 자기 시의 화두(話頭)로 던진 주제들만 가만가만 살펴보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처음 받은 그의 시집 초안본을 또 펼쳐봅니다. 시집 제목과 직접 관련된 시 한 편을 읽어봅니다.
감사엔 조건이 없어
물 한 잔
밥 한 술
김치 국물
나를 살게 하는 건
곡식 한 알
농부의 땀
하늘의 햇볕
감사하지 않은 건 없어
고까운 사람
험한 시간
꽃샘추위
나는 그들의 몸이야
감사로 피는 꽃이야
- 「노모경老母經」 全文
이 시는 나를 애지중지하며 길러주신 어머니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사모곡입니다. 여기에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겠습니까. 이 시집에는 위와 같은 정서와 연관된 또 다른 시가 들어있는데 그 역시 마음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억울하더라도
군말 않겠습니다
크게 슬프더라도
울지 않겠습니다
아프지 않게, 아프지만 않게
그렇게만 해주시면
당장 데려가셔도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미 제 노모는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 「기도」 全文
시는 보통 도입, 전개, 전환, 정돈의 순서를 따르는 게 좋습니다. '시적 질서'를 위해서라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그렇다고 이 형식을 절대적이라고 강조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대체로 좋은 시들은 이런 형식에 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은 말해두고 싶군요.
이제 위에서 말한 형식과 내용을 기준으로 해서 이 시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떤가요? 내용이 절절한가요? 그렇다면 형식은 어떤가요? 도입과 전개와 전환이 함께 진행된 것을 보셨나요?
그러다가 〈이미 제 노모는 깃털처럼 가볍습니다〉라니요. 묘하고 담담한 가장법으로 시를 '정돈'했는데 이렇게 마무리 짓는 형식적 절차가 억지라고 느끼셨나요? 설마요!
이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시의 진술은 언뜻 마음의 관조처럼 읽힙니다. 그러나 이건 절절한 속울음의 감춤입니다. 어머니의 끈에 매달려 있던 손을 끝까지 놓기 싫다는, 아무리 가벼워진 깃털일지라도 차마 날려 보낼 수 없다는 사무침의 탄식이지요.
그런데 「천박한 시」라고 제목 붙인 시, 이건 무슨 또 다른 관조의 방식인지 모르겠습니다. 시 속의 화자는 아예 자신을 〈나는 과연 천박한 인간이〉라고 우겨댑니다. 〈실은 그런 주인 잘못 만난/ 내 시에 대한 안쓰러움〉을 어쩔 수 없다는 역설적 표현일 테지만요.
그러나 시인 이인수는 자기 시에 자기반성의 성찰을 군더더기 붙이지 않고 깨끗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달마산 미황사에서
병과 가난을 밑천 삼아
시를 쓰던 김태정이란 시인은
무슨 문화 재단에서 주겠다는
오 백만 원을
쓸 데가 없다고
끝내 손사래 쳤다고 한다
그래, 그래서
나는 가짜인 거라
- 「참 시인」 全文.
시에는 잘 쓴 시, 못 쓴 시의 우열이 아니라 좋은 시와 그렇지 않은 시가 있을 뿐이고, 또 좀 치우쳐서 말하자면 좋은 시를 써야 좋은 시인입니다. 다시 말해서 좋은 시를 쓰며 성품까지 좋으면 참 좋은 시인이다. 그러나 시는 그렇지 않은데 성품만 좋다면 그는 그냥 좋은 사람일 뿐인 거죠. 그러니까 이인수 시인이 자기가 가짜 시인이라고 한 말도 맞지 않는 겁니다. 아마 자기 삶의 태도가 더 소탈해지고 싶다는 역설적 표현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말하는 것은 자신의 시와 그 시를 읽어주는 이들에게 예의가 아닙니다. 한번 묻겠습니다. 자기가 가짜 시인이라고 우기면서 왜 또 「불황」과 같은 시는 써서 내보였습니까.
이 시 「불황」에는 섬세한 관찰의 '도입'과 가만가만 쓰다듬듯 헤아리는 부드러운 눈길의 '전개'와 대상의 처지에 스스로 쑥 들어가 투사(投射 - projection)하는 '전환'과 너그러운 용납과 격려로 끝맺음하는 '정돈'이 있군요.
다시 읽어봐도 참 좋은 시입니다.
어젠 우물가에서
촘촘한 그물 던지고
주차장 길목에선
밧줄 걸어 당기더니
오늘은 현관 앞에다
올무를 놓다니
끝 모를 안갯속 불황
엎친 데 덮친 코로나에
염치 모르는 장마
실업률 사상 최악
성장률은 마이너스
산 입에 거미줄 칠 순 없고
어린것 연필은 사줘야겠고
단칸방 월세도 밀렸을 테니
이해 하마, 거미야
힘내렴
- 「불황」 全文
시인의 또 다른 시 「나를 만나다」를 읽는데 자기를 순순히 묘사하다가 시를 정돈하는 부분에서 불쑥 엉뚱한 소리가 들리는군요. 정말 〈볼수록 볼썽사나운 저 사내〉가 맞습니까. 우리는 이 말에 절대 속아 넘어가지 않을 텐데요. 그 전 행에 이미 〈시 없이는 못 살겠다고 중얼거리는 사내〉라는… 복선을 깔은 것 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런 시인에게도 「쓰고 싶은 시」가 있습니다.
〈끙끙 앓으며 쓴 어려운 시〉 말고, 〈정작 내가 바라는 건//상한 영혼을 위한 따뜻한 시이다〉
그러니까 시인 이인수의 시가 확보한 정체성이 저것입니다. 삶의 태도 역시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을 것도 틀림없을 테고요. 그의 시 「새벽기도」를 통해서 보듯 〈향기롭긴 어렵겠지만/ 한결같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것처럼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그의 시는 스스로 자신과 화해하며 이웃을 용납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사실입니다.
「12월 30일」이라는 시 제목은 시제(時制)의 구체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 해가 딱 하루 남은 날. 12월 30일. 굳이 함축을 따지지 않아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제가 제시되니 우리 심사에 촉박감이 생깁니다.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을 어서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런데 시 속의 화자는 뜻밖에도 여유롭습니다. 도입부에서부터 〈그래, 오늘은 용서하기 좋은 날〉이라고 말하더니 이런저런 마땅치 않았던 일들을 늘어놓던 전개에서 갑자기 〈용서라고 해봤자 저 기억들 위에 깨끗한 도화지 한 장 얹으면 될 일〉이라고 전환해버리네요. 그다음이 〈오늘은 신께서도 마지막으로 나를 흔쾌히 용서하실 것만 같다〉는 능청스러운 정돈이고요. 마치 넌 어때? 되묻기라도 하듯 말입니다.
이어서 토닥이는 시 한 편이 또 건너옵니다.
외로워 마라
벌거숭이라는 사람아
동천에 박힌 별은
눈 끔벅이며 견디지 않느냐
숲속 마른 잎 씹는 짐승들
부스럭거리지 않느냐
서러워 마라
밤이면 춥다는 사람아
소나무 여린 가지가
부엉이 울음을 보듬지 않느냐
멀리 잠든 마을에서도
깨어있는 불빛이 있지 않느냐
떨지 마라
가난하다는 사람아
빈 주머니 속 움켜쥔 주먹 따뜻해 오지 않느냐
정작 가난이란 건
영혼 없는 자의 몫이지 않느냐
어깨를 펴라
밤을 지킨 사람아
빈 들판은 윙윙 울며
바람 가득 채웠지 않느냐
어느새 붉은 날개 편 새벽이
앞산에서 날아오르지 않느냐
- 「밤을 지킨 이에게」 全文
살아가면서 한 번도 외롭지 않고 서럽지 않고 떨지 않고 웅크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누가 있을까요. 이처럼 「밤을 지킨 이에게」는 받아들임의 관조를 말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그러려니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을 극복의 방편이라 여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은 유리한(호의적) 환경과 이익을 얻어낼 수 있는 구조를 자꾸 만들어내려 애쓰는 존재랍니다. 예를 들자면 세계의 모든 도시 건설이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적대적 환경에도 맞서서 그걸 극복해내며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미국 네바다 사막에 세워진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그렇고 로스앤젤레스도 그렇습니다.
빼놓을 수 없는 예가 하나 더 있습니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입니다. 18세기 초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스웨덴과의 북방 전쟁에서 어렵게 승리를 거둡니다. 수많은 악전고투를 겪으며 그곳이 교통 및 군사적 요충지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잦은 홍수와 범람으로 습지대가 돼버린 그곳에 어마어마한 희생을 무릅쓰고 도시를 건설한 것이지요. 그 이후 이 도시는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는 통로가 됐고 19세기 러시아 문화의 황금기를 구축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처럼 사람이 만들어내는 모든 일은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의 언행 태도와 그 마음가짐의 심사(心事)에서 비롯됩니다. 이럴 때 어떤 일은 즉각적 반응이 일어나 일이 성사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일은 쌓이고 쌓였던 상처들이 터져 나와서 걷잡지 못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시인 이인수는 이런 사연의 경험도 많은 사람일까요. 그래서 사람의 그 어쩔 수 없음을 잘 알게 됐을까요. 다음과 같은 시를 썼습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오늘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나를 이겼다
날카로운 혀
입안에서 뽑지 않았다
- 「칼집」 全文
이 시의 화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하지만, 왠지 모를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함께 느껴집니다. 무릇 마음이 움직이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이 움직이면 몸이 따르는 것인데 그 이전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마음이 움직이면 생각하게 되는데, 미처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혀가 먼저 토설(吐說)해 버리기를 잘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더 큰 문제는 토설이 시작되면 이걸 멈추기가 어렵고 아예 끝을 보려 내달리기 때문에 무섭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잠언(箴言)은 말합니다. 한 성을 정복하는 것보다 혀를 다스리는 일이 더 어렵다고요.
그러나 그런 마음의 들쑤심이 찾아왔을 때도 이인수 시인은 깊은 헤아림의 감수성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 헤아림의 시선은 따스하고 또 아련합니다. 마치 눈가에 물기를 맺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요.
꽃집에는 없을 거라
갈래머리 산골 소녀가 그린
이름 모를 들꽃들
책방에서는 못 보았을 거라
부끄럼 타는 백발 소년이
몰래 읊조린 시편들
저자에서는 알리 없을 거라
93세 노모와 70세 아들이 펴낸
향기로운 시집이란 걸
출판 기념회도 없었을 거라
고향 밭두렁 들꽃들에게
읽어주고 말았을 거라
- 『무명 시인 / 김영기 시집 '무명 시인'을 읽고』 全文
좋은 시를 읽으며 여러 말을 덧붙이다 보니 지면을 너무 많이 차지했군요. 이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시를 쓰면서 늘 염원하는 게 있었습니다. 좋은 시인이 되겠다는 건 당연한 마음가짐이지만, 강한 시인도 돼보고 싶다고요. 이런 생각을 하는 시인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잊지 않고 있는 말도 있습니다. 감정과 과거를 다스릴 줄 알아야 진정 강한 사람이라는 말.
감정을 다스릴 수 있으면 혀를 다스릴 수 있고, 과거를 다스릴 수 있으면 보상심리나 강박증에 빠지지 않습니다.
끝으로 이인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상재(上梓)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시집으로 말미암아 시인의 문운이 더 왕성해지기를 기원합니다. 함께 시를 쓰는 이들이 서로 손잡고 강한 시인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도 감추지 않겠습니다.
요즘 소확행(小確幸)이라는, 한자어를 줄여 붙인 말이 유행입니다. 작지만 자기만의 확실한 행복 누리기를 추구한다는 뜻이지요.
이 방법은 거칠고 각박한 이 세상이 고달픈 이들에게 아주 작은 자기 위로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안에서나마 자기 만족감을 느끼고 그러면서 거기에 자기 존재감을 부여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나만 좋으면 된다는 이기심이 살짝 숨어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 대해서 타인이 이렇다저렇다 판단하는 것 역시 가당치 않은 짓이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하게도 나는 저 말을 들을 때마다 그것에 대한 한 가지 궁금증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소확행을 실천하면서 자존감도 같이 세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에요.
진정한 행복은 자존감이 세워졌을 때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행복감은 내가 좀 힘들고 괴로워도 관계성의 도리를 다했을 때 맛볼 수 있다는 인식인데, 요즘은 이 관계성의 도리를 다하려는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이 느껴져서 쓸쓸해지는군요.
그러나 언제든 어디서는 세상 풍조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시를 쓰고요.
시 쓰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가치유의 수단이 되고, 또 이 어쩔 수 없는 나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간절한 호소라는 사실을 그들은 변해가는 풍조에 대한 깊은 사색을 통해서 점점 더 많이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어떤 누구의 간절한 호소가 또 다른 누구의 마음에 스며들었을 때는 반드시 퉁, 울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건 서로의 마음에 일어난 공명의 확인인데 참 신비한 일이지요.
여기에 더해서 내 호소에 상대가 반응(reaction)하고 내가 다시 응답(an effect)해주는 관계성의 이런 황홀한 체험까지 하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그때부터 그는 평생을 시와
함께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정서적 교감의 참 본질은 이런 것입니다. 좀 마땅치 않은 상대라도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다"라며 서로의 존재감을 인정해주고 존중 해주는 것 말입니다. 이것이 사람에 대한 간절함이죠. 절절함입니다. 시 쓰는 일은 이런 간절함과 절절함을 문자로 표기하는 일이고요.
'절절해야 시'라는 시경(詩經)의 자구(字句) 역시 시 쓰는 정서를 잘 성찰해 놓고 있습니다.
북송 말기의 성리학자 주희(朱熹, 朱子)는 또 어떻고요. 시 쓰는 정서가 무엇인지 더 구체적이며 시원한 죽비(竹?)를 우리의 가슴에 내려칩니다. 절절함은 사람의 심사에 호소하며 닿아 맺히는 심상(心象)이라고요!
저 말에 번뜩 다가오는 게 있나요. 그렇습니다. 심상을 요즘 말로 하면 image입니다. 심상을 그려내는 그게 바로 시라는 것이고요.
시는 자동적이든 타동적이든 이미지의 현현(顯現: 환하게 드러냄, 혹은 감췄더라도 그 감춰진 것이 명백하게 드러남)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한 대상을 두고 시를 쓸 때 시인의 심사에 닿아 맺힌 심상에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를 쓰는 우리가 이것저것 군더더기를 붙여서 시를 비만증에 걸리게 하거나 아니면 이상한 옷을 입히고 야릇한 장식을 걸쳐서 주제가 뒤뚱거리고 이미지가 오염된 괴상한 시를 곧잘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시를 괴상한 장식으로 치장하는 것을 오브제(objet)의 의 식화로 착각하지 마십시오. 그건 설득력 있는 오브제가 아니라 그냥 괴상한 짓일 뿐인 겁니다.
그런데 시 창작에서 그것보다 더 태연하게 저질러지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군살을 잔뜩 둘러 붙인 시는 또 어쩌면 좋을까요. 서정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멋있는 존재입니다. 다 아시잖아요.
그런데 그런 존재를 괴상하게 치장할 필요가 무엇인지요. 더구나 시에 붙은 군더더기는 뒤룩뒤룩 번거롭고 보기 싫지 않던가요. 그러니까 그냥 수수하고 순한 옷을 입어 검소해 보이는 시가 좋은 시라는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인수 시인은 본능적으로 이걸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의 시가 내보이는 서정에는 억지가 없고 기교를 부리지도 않으며 그냥 수수하기만 하니까요.
그걸 다시 파악하게 되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이 시집의 시편들을 해설하면서 그 서정을 잘못 건드리지는 않을지. 오히려 그가 자기 시의 화두(話頭)로 던진 주제들만 가만가만 살펴보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처음 받은 그의 시집 초안본을 또 펼쳐봅니다. 시집 제목과 직접 관련된 시 한 편을 읽어봅니다.
감사엔 조건이 없어
물 한 잔
밥 한 술
김치 국물
나를 살게 하는 건
곡식 한 알
농부의 땀
하늘의 햇볕
감사하지 않은 건 없어
고까운 사람
험한 시간
꽃샘추위
나는 그들의 몸이야
감사로 피는 꽃이야
- 「노모경老母經」 全文
이 시는 나를 애지중지하며 길러주신 어머니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사모곡입니다. 여기에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겠습니까. 이 시집에는 위와 같은 정서와 연관된 또 다른 시가 들어있는데 그 역시 마음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억울하더라도
군말 않겠습니다
크게 슬프더라도
울지 않겠습니다
아프지 않게, 아프지만 않게
그렇게만 해주시면
당장 데려가셔도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미 제 노모는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 「기도」 全文
시는 보통 도입, 전개, 전환, 정돈의 순서를 따르는 게 좋습니다. '시적 질서'를 위해서라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그렇다고 이 형식을 절대적이라고 강조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대체로 좋은 시들은 이런 형식에 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은 말해두고 싶군요.
이제 위에서 말한 형식과 내용을 기준으로 해서 이 시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떤가요? 내용이 절절한가요? 그렇다면 형식은 어떤가요? 도입과 전개와 전환이 함께 진행된 것을 보셨나요?
그러다가 〈이미 제 노모는 깃털처럼 가볍습니다〉라니요. 묘하고 담담한 가장법으로 시를 '정돈'했는데 이렇게 마무리 짓는 형식적 절차가 억지라고 느끼셨나요? 설마요!
이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시의 진술은 언뜻 마음의 관조처럼 읽힙니다. 그러나 이건 절절한 속울음의 감춤입니다. 어머니의 끈에 매달려 있던 손을 끝까지 놓기 싫다는, 아무리 가벼워진 깃털일지라도 차마 날려 보낼 수 없다는 사무침의 탄식이지요.
그런데 「천박한 시」라고 제목 붙인 시, 이건 무슨 또 다른 관조의 방식인지 모르겠습니다. 시 속의 화자는 아예 자신을 〈나는 과연 천박한 인간이〉라고 우겨댑니다. 〈실은 그런 주인 잘못 만난/ 내 시에 대한 안쓰러움〉을 어쩔 수 없다는 역설적 표현일 테지만요.
그러나 시인 이인수는 자기 시에 자기반성의 성찰을 군더더기 붙이지 않고 깨끗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달마산 미황사에서
병과 가난을 밑천 삼아
시를 쓰던 김태정이란 시인은
무슨 문화 재단에서 주겠다는
오 백만 원을
쓸 데가 없다고
끝내 손사래 쳤다고 한다
그래, 그래서
나는 가짜인 거라
- 「참 시인」 全文.
시에는 잘 쓴 시, 못 쓴 시의 우열이 아니라 좋은 시와 그렇지 않은 시가 있을 뿐이고, 또 좀 치우쳐서 말하자면 좋은 시를 써야 좋은 시인입니다. 다시 말해서 좋은 시를 쓰며 성품까지 좋으면 참 좋은 시인이다. 그러나 시는 그렇지 않은데 성품만 좋다면 그는 그냥 좋은 사람일 뿐인 거죠. 그러니까 이인수 시인이 자기가 가짜 시인이라고 한 말도 맞지 않는 겁니다. 아마 자기 삶의 태도가 더 소탈해지고 싶다는 역설적 표현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말하는 것은 자신의 시와 그 시를 읽어주는 이들에게 예의가 아닙니다. 한번 묻겠습니다. 자기가 가짜 시인이라고 우기면서 왜 또 「불황」과 같은 시는 써서 내보였습니까.
이 시 「불황」에는 섬세한 관찰의 '도입'과 가만가만 쓰다듬듯 헤아리는 부드러운 눈길의 '전개'와 대상의 처지에 스스로 쑥 들어가 투사(投射 - projection)하는 '전환'과 너그러운 용납과 격려로 끝맺음하는 '정돈'이 있군요.
다시 읽어봐도 참 좋은 시입니다.
어젠 우물가에서
촘촘한 그물 던지고
주차장 길목에선
밧줄 걸어 당기더니
오늘은 현관 앞에다
올무를 놓다니
끝 모를 안갯속 불황
엎친 데 덮친 코로나에
염치 모르는 장마
실업률 사상 최악
성장률은 마이너스
산 입에 거미줄 칠 순 없고
어린것 연필은 사줘야겠고
단칸방 월세도 밀렸을 테니
이해 하마, 거미야
힘내렴
- 「불황」 全文
시인의 또 다른 시 「나를 만나다」를 읽는데 자기를 순순히 묘사하다가 시를 정돈하는 부분에서 불쑥 엉뚱한 소리가 들리는군요. 정말 〈볼수록 볼썽사나운 저 사내〉가 맞습니까. 우리는 이 말에 절대 속아 넘어가지 않을 텐데요. 그 전 행에 이미 〈시 없이는 못 살겠다고 중얼거리는 사내〉라는… 복선을 깔은 것 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런 시인에게도 「쓰고 싶은 시」가 있습니다.
〈끙끙 앓으며 쓴 어려운 시〉 말고, 〈정작 내가 바라는 건//상한 영혼을 위한 따뜻한 시이다〉
그러니까 시인 이인수의 시가 확보한 정체성이 저것입니다. 삶의 태도 역시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을 것도 틀림없을 테고요. 그의 시 「새벽기도」를 통해서 보듯 〈향기롭긴 어렵겠지만/ 한결같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것처럼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그의 시는 스스로 자신과 화해하며 이웃을 용납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사실입니다.
「12월 30일」이라는 시 제목은 시제(時制)의 구체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 해가 딱 하루 남은 날. 12월 30일. 굳이 함축을 따지지 않아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제가 제시되니 우리 심사에 촉박감이 생깁니다.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을 어서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런데 시 속의 화자는 뜻밖에도 여유롭습니다. 도입부에서부터 〈그래, 오늘은 용서하기 좋은 날〉이라고 말하더니 이런저런 마땅치 않았던 일들을 늘어놓던 전개에서 갑자기 〈용서라고 해봤자 저 기억들 위에 깨끗한 도화지 한 장 얹으면 될 일〉이라고 전환해버리네요. 그다음이 〈오늘은 신께서도 마지막으로 나를 흔쾌히 용서하실 것만 같다〉는 능청스러운 정돈이고요. 마치 넌 어때? 되묻기라도 하듯 말입니다.
이어서 토닥이는 시 한 편이 또 건너옵니다.
외로워 마라
벌거숭이라는 사람아
동천에 박힌 별은
눈 끔벅이며 견디지 않느냐
숲속 마른 잎 씹는 짐승들
부스럭거리지 않느냐
서러워 마라
밤이면 춥다는 사람아
소나무 여린 가지가
부엉이 울음을 보듬지 않느냐
멀리 잠든 마을에서도
깨어있는 불빛이 있지 않느냐
떨지 마라
가난하다는 사람아
빈 주머니 속 움켜쥔 주먹 따뜻해 오지 않느냐
정작 가난이란 건
영혼 없는 자의 몫이지 않느냐
어깨를 펴라
밤을 지킨 사람아
빈 들판은 윙윙 울며
바람 가득 채웠지 않느냐
어느새 붉은 날개 편 새벽이
앞산에서 날아오르지 않느냐
- 「밤을 지킨 이에게」 全文
살아가면서 한 번도 외롭지 않고 서럽지 않고 떨지 않고 웅크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누가 있을까요. 이처럼 「밤을 지킨 이에게」는 받아들임의 관조를 말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그러려니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을 극복의 방편이라 여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은 유리한(호의적) 환경과 이익을 얻어낼 수 있는 구조를 자꾸 만들어내려 애쓰는 존재랍니다. 예를 들자면 세계의 모든 도시 건설이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적대적 환경에도 맞서서 그걸 극복해내며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미국 네바다 사막에 세워진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그렇고 로스앤젤레스도 그렇습니다.
빼놓을 수 없는 예가 하나 더 있습니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입니다. 18세기 초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스웨덴과의 북방 전쟁에서 어렵게 승리를 거둡니다. 수많은 악전고투를 겪으며 그곳이 교통 및 군사적 요충지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잦은 홍수와 범람으로 습지대가 돼버린 그곳에 어마어마한 희생을 무릅쓰고 도시를 건설한 것이지요. 그 이후 이 도시는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는 통로가 됐고 19세기 러시아 문화의 황금기를 구축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처럼 사람이 만들어내는 모든 일은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의 언행 태도와 그 마음가짐의 심사(心事)에서 비롯됩니다. 이럴 때 어떤 일은 즉각적 반응이 일어나 일이 성사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일은 쌓이고 쌓였던 상처들이 터져 나와서 걷잡지 못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시인 이인수는 이런 사연의 경험도 많은 사람일까요. 그래서 사람의 그 어쩔 수 없음을 잘 알게 됐을까요. 다음과 같은 시를 썼습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오늘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나를 이겼다
날카로운 혀
입안에서 뽑지 않았다
- 「칼집」 全文
이 시의 화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하지만, 왠지 모를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함께 느껴집니다. 무릇 마음이 움직이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이 움직이면 몸이 따르는 것인데 그 이전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마음이 움직이면 생각하게 되는데, 미처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혀가 먼저 토설(吐說)해 버리기를 잘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더 큰 문제는 토설이 시작되면 이걸 멈추기가 어렵고 아예 끝을 보려 내달리기 때문에 무섭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잠언(箴言)은 말합니다. 한 성을 정복하는 것보다 혀를 다스리는 일이 더 어렵다고요.
그러나 그런 마음의 들쑤심이 찾아왔을 때도 이인수 시인은 깊은 헤아림의 감수성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 헤아림의 시선은 따스하고 또 아련합니다. 마치 눈가에 물기를 맺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요.
꽃집에는 없을 거라
갈래머리 산골 소녀가 그린
이름 모를 들꽃들
책방에서는 못 보았을 거라
부끄럼 타는 백발 소년이
몰래 읊조린 시편들
저자에서는 알리 없을 거라
93세 노모와 70세 아들이 펴낸
향기로운 시집이란 걸
출판 기념회도 없었을 거라
고향 밭두렁 들꽃들에게
읽어주고 말았을 거라
- 『무명 시인 / 김영기 시집 '무명 시인'을 읽고』 全文
좋은 시를 읽으며 여러 말을 덧붙이다 보니 지면을 너무 많이 차지했군요. 이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시를 쓰면서 늘 염원하는 게 있었습니다. 좋은 시인이 되겠다는 건 당연한 마음가짐이지만, 강한 시인도 돼보고 싶다고요. 이런 생각을 하는 시인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잊지 않고 있는 말도 있습니다. 감정과 과거를 다스릴 줄 알아야 진정 강한 사람이라는 말.
감정을 다스릴 수 있으면 혀를 다스릴 수 있고, 과거를 다스릴 수 있으면 보상심리나 강박증에 빠지지 않습니다.
끝으로 이인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상재(上梓)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시집으로 말미암아 시인의 문운이 더 왕성해지기를 기원합니다. 함께 시를 쓰는 이들이 서로 손잡고 강한 시인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도 감추지 않겠습니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05
1부
노모경老母經· ··············· 14
봄, 꿈· ·················· 15
질경이·················· 16
어머니·················· 17
어머니·2· ················ 18
반환품 확인요청서· ············ 19
여자··················· 20
영원한 약속· ··············· 22
노을··················· 23
기도··················· 24
마른꽃에 대한 명상·2· ·········· 25
선녀춤·················· 26
무조건이란 말· ·············· 28
기적··················· 29
홀아비 단합대회· ············· 30
별···················· 32
말하는 나보다 · ·············· 33
코스모스는 예쁘다 · ············ 34
약속··················· 36
가장··················· 37
즐거운 식사· ··············· 38
등산화에게················ 39
땅빈대 꽃· ················ 40
반달··················· 41
쉽사리꽃················· 42
점을 떼다· ················ 43
2부
푸른 주먹· ················ 46
땀의 향기· ················ 47
꽃인 줄은 모르고· ············· 48
그리움에게················ 49
별을 줍다· ················ 50
하느님께················· 51
채송화·················· 52
설마··················· 53
똥 누는 일· ················ 54
연포에서················· 55
돈가스가 달았다· ············· 56
득음··················· 58
씀바귀 꽃· ················ 59
인연론·················· 60
모란 공작· ················ 61
비 오는 아침· ··············· 62
푼수들·················· 64
할머니 이름은 이쁜이였다· ········· 65
버리지 못한 것들· ············· 66
달팽이·················· 67
타협··················· 68
향유享有· ················· 69
보험적 삶· ················ 70
천박한 시· ················ 72
꼬리··················· 73
3부
봄밤, 빗소리· ··············· 76
간절곶으로 가야겠다· ··········· 77
피납골 옹달샘· ·············· 78
봄날··················· 80
참 시인· ················· 81
카누를 타고· ··············· 82
호호의 비밀· ··············· 84
시의 족속· ················ 86
삼지닥나무, 꽃· ·············· 87
거룩한 발· ················ 88
저···················· 90
불꽃··················· 91
억새꽃·················· 92
네 덕이다· ················ 93
그리운 것은· ··············· 94
초승달 단상·7··············· 95
가을 산책· ················ 96
그리움은 비겁하다· ············ 97
무명이 되어· ··············· 98
그렇게 돌려주는· ············· 100
불황··················· 101
청련계원聽蓮契員 모집· ··········· 102
부추꽃·················· 103
무명 시인· ················ 104
빵꾸··················· 105
실화··················· 106
번개 · ················· 107
4부
시간의 진심· ··············· 110
목련··················· 111
그늘의 깊이· ··············· 112
나의 시는· ················ 113
소통의 원리· ··············· 114
까닭··················· 115
낙엽이 가는 길· ·············· 116
남쪽에서 온 편지· ············· 118
불꽃의 노래· ··············· 120
고요한 눈· ················ 121
다릅나무 차받침· ············· 122
구르는 돌· ················ 123
과꽃··················· 124
사랑··················· 125
마당이나 쓸고· ·············· 126
완전한 사랑· ··············· 127
풀을 뽑다· ················ 128
오월의 시· ················ 129
하느님 전상서· ·············· 130
상처가 꽃이 되네· ············· 132
칼집··················· 133
동백꽃·················· 134
깨를 털면서· ··············· 135
가을 기차· ················ 136
5부
노을의 시· ················ 139
좋아하는 사람· ·············· 140
수박밥·················· 142
불멸··················· 143
나를 만나다· ··············· 144
불량한 기도· ··············· 145
꽃의 고백· ················ 146
그대가 꽃밭이다· ············· 147
쓰고 싶은 시· ··············· 148
찔레, 하고· ················ 149
선물 사용법· ··············· 150
불일암 가는 길· ·············· 151
오동도 오동동· ·············· 152
취한 봄· ················· 153
매화 보러 간다· ·············· 154
맨발··················· 156
즐거운 봄날· ··············· 157
봄은 올 것이다· ·············· 158
낮달··················· 159
깨지다·················· 160
절값··················· 161
밤을 지킨 이에게· ············· 162
구름··················· 164
12월 30일· ················ 166
인사동 까마중· ·············· 167
새벽기도················· 168
샛별··················· 169
동학사 가는 길· ·············· 170
11월의 비· ················ 172
불일암 채마밭· ·············· 173
해설 | _박정규(시인)
어머니께서 엮어 놓으신 씨줄 날줄의 풍경· ·· 176
1부
노모경老母經· ··············· 14
봄, 꿈· ·················· 15
질경이·················· 16
어머니·················· 17
어머니·2· ················ 18
반환품 확인요청서· ············ 19
여자··················· 20
영원한 약속· ··············· 22
노을··················· 23
기도··················· 24
마른꽃에 대한 명상·2· ·········· 25
선녀춤·················· 26
무조건이란 말· ·············· 28
기적··················· 29
홀아비 단합대회· ············· 30
별···················· 32
말하는 나보다 · ·············· 33
코스모스는 예쁘다 · ············ 34
약속··················· 36
가장··················· 37
즐거운 식사· ··············· 38
등산화에게················ 39
땅빈대 꽃· ················ 40
반달··················· 41
쉽사리꽃················· 42
점을 떼다· ················ 43
2부
푸른 주먹· ················ 46
땀의 향기· ················ 47
꽃인 줄은 모르고· ············· 48
그리움에게················ 49
별을 줍다· ················ 50
하느님께················· 51
채송화·················· 52
설마··················· 53
똥 누는 일· ················ 54
연포에서················· 55
돈가스가 달았다· ············· 56
득음··················· 58
씀바귀 꽃· ················ 59
인연론·················· 60
모란 공작· ················ 61
비 오는 아침· ··············· 62
푼수들·················· 64
할머니 이름은 이쁜이였다· ········· 65
버리지 못한 것들· ············· 66
달팽이·················· 67
타협··················· 68
향유享有· ················· 69
보험적 삶· ················ 70
천박한 시· ················ 72
꼬리··················· 73
3부
봄밤, 빗소리· ··············· 76
간절곶으로 가야겠다· ··········· 77
피납골 옹달샘· ·············· 78
봄날··················· 80
참 시인· ················· 81
카누를 타고· ··············· 82
호호의 비밀· ··············· 84
시의 족속· ················ 86
삼지닥나무, 꽃· ·············· 87
거룩한 발· ················ 88
저···················· 90
불꽃··················· 91
억새꽃·················· 92
네 덕이다· ················ 93
그리운 것은· ··············· 94
초승달 단상·7··············· 95
가을 산책· ················ 96
그리움은 비겁하다· ············ 97
무명이 되어· ··············· 98
그렇게 돌려주는· ············· 100
불황··················· 101
청련계원聽蓮契員 모집· ··········· 102
부추꽃·················· 103
무명 시인· ················ 104
빵꾸··················· 105
실화··················· 106
번개 · ················· 107
4부
시간의 진심· ··············· 110
목련··················· 111
그늘의 깊이· ··············· 112
나의 시는· ················ 113
소통의 원리· ··············· 114
까닭··················· 115
낙엽이 가는 길· ·············· 116
남쪽에서 온 편지· ············· 118
불꽃의 노래· ··············· 120
고요한 눈· ················ 121
다릅나무 차받침· ············· 122
구르는 돌· ················ 123
과꽃··················· 124
사랑··················· 125
마당이나 쓸고· ·············· 126
완전한 사랑· ··············· 127
풀을 뽑다· ················ 128
오월의 시· ················ 129
하느님 전상서· ·············· 130
상처가 꽃이 되네· ············· 132
칼집··················· 133
동백꽃·················· 134
깨를 털면서· ··············· 135
가을 기차· ················ 136
5부
노을의 시· ················ 139
좋아하는 사람· ·············· 140
수박밥·················· 142
불멸··················· 143
나를 만나다· ··············· 144
불량한 기도· ··············· 145
꽃의 고백· ················ 146
그대가 꽃밭이다· ············· 147
쓰고 싶은 시· ··············· 148
찔레, 하고· ················ 149
선물 사용법· ··············· 150
불일암 가는 길· ·············· 151
오동도 오동동· ·············· 152
취한 봄· ················· 153
매화 보러 간다· ·············· 154
맨발··················· 156
즐거운 봄날· ··············· 157
봄은 올 것이다· ·············· 158
낮달··················· 159
깨지다·················· 160
절값··················· 161
밤을 지킨 이에게· ············· 162
구름··················· 164
12월 30일· ················ 166
인사동 까마중· ·············· 167
새벽기도················· 168
샛별··················· 169
동학사 가는 길· ·············· 170
11월의 비· ················ 172
불일암 채마밭· ·············· 173
해설 | _박정규(시인)
어머니께서 엮어 놓으신 씨줄 날줄의 풍경· ·· 176
저자
저자
이인수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2007년 첫시집 『길을 묻다』로 등단.
㈜한국야쿠르트에서 고문을 역임한 후 이천 땅 편운재(片雲齋)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두 번째 시집 『국밥』(2017)을 펴내었다.
현재 '시창'과 '한 편의 시'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야쿠르트에서 고문을 역임한 후 이천 땅 편운재(片雲齋)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두 번째 시집 『국밥』(2017)을 펴내었다.
현재 '시창'과 '한 편의 시'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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