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시간
함은숙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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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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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에 놓인 삶의 온도, 뒤늦게 도착한 이해
_함은숙 수필집 『식탁 위의 시간』
함은숙의 수필집 『식탁 위의 시간』은 거창한 사건이나 특별한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고, 남편과 살아가고, 부모와 가족을 돌아보고,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며 살아온 한 사람의 시간이 이 수필집의 중심에 놓여 있다. 그러나 작가는 평범한 일상을 단순히 추억으로 되돌려놓지 않는다. 지나간 장면을 다시 불러내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을 들여다보고, 관계의 이면에 숨어 있던 오해와 상처, 사랑과 책임을 천천히 읽어낸다.
작가는 이 수필집을 "잘 산 삶"이 아니라 "버텨낸 삶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은 완벽해서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흔들린 자리에서 다시 서는 법을 배우며 단단해진다고 고백한다. 『식탁 위의 시간』을 관통하는 정서와 시선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수필집은 크게 '관계의 시작과 거리', '성장과 감정의 흔들림', '돌봄과 삶의 균열', '기억과 존재의 성찰'이라는 네 갈래로 구성되어 있다.
이 네 개의 장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가까이 있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다르다
『식탁 위의 시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관계의 거리'를 바라보는 작가의 섬세한 시선이다. 사람은 가까워지고 싶어 하지만 가까움의 정도와 속도는 서로 다르다. 누군가에게 친밀함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고, 배려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상대에게는 침범이 될 수도 있다.
표제작들의 문을 여는 「관계의 거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운동센터에서 만난 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작가는 가까워지는 것만이 좋은 관계의 조건은 아니라고 깨닫는다. 서로에게 필요한 거리를 인정하고, 상대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남겨주는 일이 오히려 관계를 오래 지속하게 한다. 작가는 결국 "관계는 가까움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의 문제"라는 데까지 생각을 밀고 나간다.
이러한 시선은 세대 간 관계에서도 이어진다. 「같은 계절에 머물다」에서 작가는 아들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기다림 속에서 마음을 키웠던 부모 세대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관계를 확인하는 젊은 세대. 어느 한쪽을 옳다고 말하지 않고 사랑하는 방식이 시대에 따라 달라졌음을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사랑의 무게는 함께한 시간의 길이보다 그 시간 동안 서로가 무엇을 바라보았는가에 있지 않은지 묻는다.
이 수필집에서 관계는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의 속도와 온도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함은숙의 글은 누군가를 쉽게 심판하는 자리보다 이해하려는 자리에 오래 머문다.
아이를 바라보다가, 오래전의 나를 만나다
이 수필집에서 특히 따뜻하면서도 아프게 다가오는 존재는 '아이'다. 작가에게 아이는 가르쳐야 할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어른이 미처 보지 못한 삶의 진실을 보여주는 존재이며, 부모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만나게 하는 거울이 된다.
「낯선 거울 앞에서」에서 작가는 수줍고 조용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돌아본다. 독서반에서 우연히 만난 『빨간 머리 앤』은 당시의 자신에게 '고독'이라는 낯선 감정의 이름을 가르쳐준다. 훗날 사춘기를 통과하는 어린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가는 과거의 자신과 오늘의 아이를 겹쳐 바라본다. 그리고 감정은 억지로 없애야 할 것도, 붙잡아두어야 할 것도 아니라 "제때 지나갈 수 있도록 가만히 바라봐 주어야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에 닿는다.
「말이 남긴 자리」에서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거친 언어를 바라보면서 말과 사람됨의 관계를 생각한다. 부모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아이의 욕설을 금지하는 일이 아니라, 말에 사람의 체온이 깃들어 있음을 가르치는 일이다. 작가는 "언어의 품격은 결국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는 데까지 사유를 확장한다.
이처럼 함은숙의 수필에서 양육은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다.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동안 아이 역시 엄마를 성장시킨다. 아이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침묵 하나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이 수필집의 부제인 '아이와 엄마, 기억과 오해로 이어진 이야기'는 수필집 전체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돌봄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곁을 내어주는 일
수필집의 중반을 넘어서면 개인적 기억은 조금 더 넓은 삶의 자리로 이동한다. 가족과 아이, 상담 현장과 돌봄의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이 등장하면서 '한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깊어진다.
함은숙의 글에서 돌봄은 영웅적인 희생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마음이 흔들리며,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순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삶을 대신 결정해주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의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곁에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아이를 바라보는 장면에서도 반복된다. 어른들의 선택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자리가 바뀌어야 하는 아이 앞에서 작가는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한다. 사랑은 언제나 붙잡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상대의 시간을 해치지 않도록 보내주는 것, 떠나는 사람이 새로운 삶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마음의 안전지대를 마련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식탁 위의 시간』은 개인의 추억을 기록한 생활수필을 넘어선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장면을 통해 돌봄, 책임, 부모됨, 상처,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보편적인 질문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특별한 철학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삶 자체에서 질문을 길어 올린다는 점이 이 수필집의 미덕이다.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늦게 도착하는 사람들
이 수필집에서 '시간'은 단순히 과거를 뜻하지 않는다. 시간은 오해를 이해로 바꾸어주는 힘이며,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사람의 마음을 뒤늦게 발견하게 하는 거리이기도 하다.
젊은 날에는 몰랐던 남편의 무게를 세월이 흐른 뒤 알게 되고, 아이를 바라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해하며, 한때 서운했던 사람을 돌아보면서 그 사람 역시 자기 삶을 견디고 있었음을 헤아리게 된다. 그래서 기억은 이 수필집에서 과거를 보존하는 창고가 아니라 현재의 시선으로 과거를 다시 읽는 공간이 된다.
수필집 후반으로 갈수록 이러한 성찰은 더욱 깊어진다. 젊은 날 함께했던 사람들과 다시 만나고, 세월이 지워버린 것과 끝내 지우지 못한 것을 확인하며, 작가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결국 무엇을 오래 기억하는 일인지 묻는다. 군복도 계급도 젊음도 세월 앞에서는 사라지지만 함께 견뎠던 시간과 마음은 뜻밖의 순간 다시 살아난다.
마지막 작품 「함박눈은 소리가 없었다」가 보여주는 풍경도 오래 남는다. 소리 없이 쌓이는 눈처럼 사람의 외로움 역시 들리지 않는 곳에서 쌓일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랑은 붙잡아 소유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너무 늦기 전에 들여다보는 일에 가까워진다. 이 수필집의 많은 이야기들이 결국 '눈빛', '침묵', '거리', '온도', '식탁' 같은 일상적 이미지로 되돌아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식탁'이 있다. 식탁은 밥을 먹는 장소이면서 가족의 말이 오가는 곳이고, 때로는 말하지 못한 감정이 머무는 자리다.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고, 부부가 서로의 시간을 확인하며, 지나간 기억이 불현듯 되살아나는 곳이다. 그래서 『식탁 위의 시간』이라는 제목은 이 수필집 전체를 품어내는 상징처럼 읽힌다.
함은숙은 자신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정답'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작은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며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식탁 위의 시간』은 결국 이해에 관한 수필집이다
가족이라서 다 안다고 생각했던 마음, 부모라서 안다고 믿었던 아이의 마음, 오래 함께 살았기에 알고 있다고 여겼던 배우자의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는 사랑하면서도 오해하고, 가까이 있으면서도 서로를 놓치며 살아간다. 어떤 마음은 그 순간에는 보이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고 삶의 자리를 한참 돌아온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마음이 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는 언제나 시간이 조금 늦게 도착한다."
그래서 이 수필집을 덮고 나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식탁을 떠올리게 된다. 그 식탁 맞은편에 앉아 있던 사람, 미처 듣지 못했던 말, 무심히 지나쳤던 눈빛, 뒤늦게 이해하게 된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평범해서 지나쳐버렸던 하루가 사실은 한 사람의 생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식탁 위의 시간』은 그렇게 사소한 하루의 장면들을 오래 바라보며,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사람과 말, 눈빛과 침묵, 그리고 함께 둘러앉는 작은 식탁 위에 이미 한 사람의 생애가 놓여 있다고.
_함은숙 수필집 『식탁 위의 시간』
함은숙의 수필집 『식탁 위의 시간』은 거창한 사건이나 특별한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고, 남편과 살아가고, 부모와 가족을 돌아보고,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며 살아온 한 사람의 시간이 이 수필집의 중심에 놓여 있다. 그러나 작가는 평범한 일상을 단순히 추억으로 되돌려놓지 않는다. 지나간 장면을 다시 불러내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을 들여다보고, 관계의 이면에 숨어 있던 오해와 상처, 사랑과 책임을 천천히 읽어낸다.
작가는 이 수필집을 "잘 산 삶"이 아니라 "버텨낸 삶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은 완벽해서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흔들린 자리에서 다시 서는 법을 배우며 단단해진다고 고백한다. 『식탁 위의 시간』을 관통하는 정서와 시선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수필집은 크게 '관계의 시작과 거리', '성장과 감정의 흔들림', '돌봄과 삶의 균열', '기억과 존재의 성찰'이라는 네 갈래로 구성되어 있다.
이 네 개의 장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가까이 있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다르다
『식탁 위의 시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관계의 거리'를 바라보는 작가의 섬세한 시선이다. 사람은 가까워지고 싶어 하지만 가까움의 정도와 속도는 서로 다르다. 누군가에게 친밀함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고, 배려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상대에게는 침범이 될 수도 있다.
표제작들의 문을 여는 「관계의 거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운동센터에서 만난 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작가는 가까워지는 것만이 좋은 관계의 조건은 아니라고 깨닫는다. 서로에게 필요한 거리를 인정하고, 상대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남겨주는 일이 오히려 관계를 오래 지속하게 한다. 작가는 결국 "관계는 가까움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의 문제"라는 데까지 생각을 밀고 나간다.
이러한 시선은 세대 간 관계에서도 이어진다. 「같은 계절에 머물다」에서 작가는 아들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기다림 속에서 마음을 키웠던 부모 세대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관계를 확인하는 젊은 세대. 어느 한쪽을 옳다고 말하지 않고 사랑하는 방식이 시대에 따라 달라졌음을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사랑의 무게는 함께한 시간의 길이보다 그 시간 동안 서로가 무엇을 바라보았는가에 있지 않은지 묻는다.
이 수필집에서 관계는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의 속도와 온도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함은숙의 글은 누군가를 쉽게 심판하는 자리보다 이해하려는 자리에 오래 머문다.
아이를 바라보다가, 오래전의 나를 만나다
이 수필집에서 특히 따뜻하면서도 아프게 다가오는 존재는 '아이'다. 작가에게 아이는 가르쳐야 할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어른이 미처 보지 못한 삶의 진실을 보여주는 존재이며, 부모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만나게 하는 거울이 된다.
「낯선 거울 앞에서」에서 작가는 수줍고 조용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돌아본다. 독서반에서 우연히 만난 『빨간 머리 앤』은 당시의 자신에게 '고독'이라는 낯선 감정의 이름을 가르쳐준다. 훗날 사춘기를 통과하는 어린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가는 과거의 자신과 오늘의 아이를 겹쳐 바라본다. 그리고 감정은 억지로 없애야 할 것도, 붙잡아두어야 할 것도 아니라 "제때 지나갈 수 있도록 가만히 바라봐 주어야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에 닿는다.
「말이 남긴 자리」에서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거친 언어를 바라보면서 말과 사람됨의 관계를 생각한다. 부모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아이의 욕설을 금지하는 일이 아니라, 말에 사람의 체온이 깃들어 있음을 가르치는 일이다. 작가는 "언어의 품격은 결국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는 데까지 사유를 확장한다.
이처럼 함은숙의 수필에서 양육은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다.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동안 아이 역시 엄마를 성장시킨다. 아이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침묵 하나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이 수필집의 부제인 '아이와 엄마, 기억과 오해로 이어진 이야기'는 수필집 전체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돌봄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곁을 내어주는 일
수필집의 중반을 넘어서면 개인적 기억은 조금 더 넓은 삶의 자리로 이동한다. 가족과 아이, 상담 현장과 돌봄의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이 등장하면서 '한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깊어진다.
함은숙의 글에서 돌봄은 영웅적인 희생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마음이 흔들리며,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순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삶을 대신 결정해주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의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곁에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아이를 바라보는 장면에서도 반복된다. 어른들의 선택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자리가 바뀌어야 하는 아이 앞에서 작가는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한다. 사랑은 언제나 붙잡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상대의 시간을 해치지 않도록 보내주는 것, 떠나는 사람이 새로운 삶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마음의 안전지대를 마련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식탁 위의 시간』은 개인의 추억을 기록한 생활수필을 넘어선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장면을 통해 돌봄, 책임, 부모됨, 상처,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보편적인 질문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특별한 철학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삶 자체에서 질문을 길어 올린다는 점이 이 수필집의 미덕이다.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늦게 도착하는 사람들
이 수필집에서 '시간'은 단순히 과거를 뜻하지 않는다. 시간은 오해를 이해로 바꾸어주는 힘이며,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사람의 마음을 뒤늦게 발견하게 하는 거리이기도 하다.
젊은 날에는 몰랐던 남편의 무게를 세월이 흐른 뒤 알게 되고, 아이를 바라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해하며, 한때 서운했던 사람을 돌아보면서 그 사람 역시 자기 삶을 견디고 있었음을 헤아리게 된다. 그래서 기억은 이 수필집에서 과거를 보존하는 창고가 아니라 현재의 시선으로 과거를 다시 읽는 공간이 된다.
수필집 후반으로 갈수록 이러한 성찰은 더욱 깊어진다. 젊은 날 함께했던 사람들과 다시 만나고, 세월이 지워버린 것과 끝내 지우지 못한 것을 확인하며, 작가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결국 무엇을 오래 기억하는 일인지 묻는다. 군복도 계급도 젊음도 세월 앞에서는 사라지지만 함께 견뎠던 시간과 마음은 뜻밖의 순간 다시 살아난다.
마지막 작품 「함박눈은 소리가 없었다」가 보여주는 풍경도 오래 남는다. 소리 없이 쌓이는 눈처럼 사람의 외로움 역시 들리지 않는 곳에서 쌓일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랑은 붙잡아 소유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너무 늦기 전에 들여다보는 일에 가까워진다. 이 수필집의 많은 이야기들이 결국 '눈빛', '침묵', '거리', '온도', '식탁' 같은 일상적 이미지로 되돌아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식탁'이 있다. 식탁은 밥을 먹는 장소이면서 가족의 말이 오가는 곳이고, 때로는 말하지 못한 감정이 머무는 자리다.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고, 부부가 서로의 시간을 확인하며, 지나간 기억이 불현듯 되살아나는 곳이다. 그래서 『식탁 위의 시간』이라는 제목은 이 수필집 전체를 품어내는 상징처럼 읽힌다.
함은숙은 자신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정답'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작은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며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식탁 위의 시간』은 결국 이해에 관한 수필집이다
가족이라서 다 안다고 생각했던 마음, 부모라서 안다고 믿었던 아이의 마음, 오래 함께 살았기에 알고 있다고 여겼던 배우자의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는 사랑하면서도 오해하고, 가까이 있으면서도 서로를 놓치며 살아간다. 어떤 마음은 그 순간에는 보이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고 삶의 자리를 한참 돌아온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마음이 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는 언제나 시간이 조금 늦게 도착한다."
그래서 이 수필집을 덮고 나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식탁을 떠올리게 된다. 그 식탁 맞은편에 앉아 있던 사람, 미처 듣지 못했던 말, 무심히 지나쳤던 눈빛, 뒤늦게 이해하게 된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평범해서 지나쳐버렸던 하루가 사실은 한 사람의 생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식탁 위의 시간』은 그렇게 사소한 하루의 장면들을 오래 바라보며,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사람과 말, 눈빛과 침묵, 그리고 함께 둘러앉는 작은 식탁 위에 이미 한 사람의 생애가 놓여 있다고.
목차
목차
작가의 말 04
서평 │ 일상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 권대근 216
Ⅰ 관계의 시작과 거리
관계의 거리 12
같은 계절에 머물다 16
낯선 거울 앞에서 20
비껴가는 마음 25
말이 남긴 자리 30
번역되지 않은 말 34
검은 베레모의 기억 37
우정의 닻을 내리며 42
차창 너머의 분노 47
흑기사의 계절 51
야전상의 안주머니 56
Ⅱ 성장과 감정의 흔들림
억새는 바람을 붙잡지 않는다 66
사추기 소녀의 일탈 69
이른 성숙의 밥을 먹는 아이들 75
은숙이와 은석이 79
반쪽 나비의 선물 85
납작만두와 애플힙 90
쌈 마이 웨이 94
물 찬 제비의 꿈 99
폭우에 피워낸 사랑 104
장대비 속 빨간 운동화 109
김치통이 비어 있던 날들 113
누군가의 가장 여린 시절 118
잘 보이는 사랑 123
Ⅲ 돌봄과 삶의 균열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숨 130
그 다음 장 134
호의가 흐르는 자리 138
말없이 지나간 밤 143
세 나라의 칼날 147
착한 마녀의 식탁 152
복대 156
폐차장에 두고 온 것 161
Ⅳ 기억과 존재의 성찰
검열을 통과한 마음 168
여백이 사라진 자리에서 174
담요가 사라진 겨울 179
등 위의 시간 184
고방산 중턱의 그 집 188
끊어지지 않은 것 192
비밀의 온도 196
별이 숨었던 여름의 숲 200
비교라는 이름의 시선 204
함박눈은 소리가 없었다 209
서평 │ 일상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 권대근 216
Ⅰ 관계의 시작과 거리
관계의 거리 12
같은 계절에 머물다 16
낯선 거울 앞에서 20
비껴가는 마음 25
말이 남긴 자리 30
번역되지 않은 말 34
검은 베레모의 기억 37
우정의 닻을 내리며 42
차창 너머의 분노 47
흑기사의 계절 51
야전상의 안주머니 56
Ⅱ 성장과 감정의 흔들림
억새는 바람을 붙잡지 않는다 66
사추기 소녀의 일탈 69
이른 성숙의 밥을 먹는 아이들 75
은숙이와 은석이 79
반쪽 나비의 선물 85
납작만두와 애플힙 90
쌈 마이 웨이 94
물 찬 제비의 꿈 99
폭우에 피워낸 사랑 104
장대비 속 빨간 운동화 109
김치통이 비어 있던 날들 113
누군가의 가장 여린 시절 118
잘 보이는 사랑 123
Ⅲ 돌봄과 삶의 균열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숨 130
그 다음 장 134
호의가 흐르는 자리 138
말없이 지나간 밤 143
세 나라의 칼날 147
착한 마녀의 식탁 152
복대 156
폐차장에 두고 온 것 161
Ⅳ 기억과 존재의 성찰
검열을 통과한 마음 168
여백이 사라진 자리에서 174
담요가 사라진 겨울 179
등 위의 시간 184
고방산 중턱의 그 집 188
끊어지지 않은 것 192
비밀의 온도 196
별이 숨었던 여름의 숲 200
비교라는 이름의 시선 204
함박눈은 소리가 없었다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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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은숙 ㆍ 2022년 계간 《에세이문예》 겨울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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