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쏟아지는 눈물(지혜사랑 시인선 110)
정명순 시집
정명순 시집 [웃음으로 쏟아지는 눈물]. 사랑과 이별, 인간 소외와 육체적인 쇠약, 절망과 죽음 등이 그 허수아비와도 같은 존재를 옭아매지만 ‘웃음으로 쏟아지는 눈물’에서처럼 그러한 삶의 세목들을 더없이 아름답고 슬픈 시로 승화시켜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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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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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아포리즘 요소를 지닌다. 정명순의 시 또한 서정적 시어 속에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어조로 황폐한 세상을 위로하는 문구들로 가득 차 있다. 그녀의 시가 독자의 마음에 스며들어 치유(healing)의 언어로 승화되고 있다. 특히 그녀의 시 「답게」는 현대를 사는 이들의 인간성, 인간 철학, 인간의 도리, 윤리, 도덕, 가치관 등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나에게 나는/ 잊고 산 사람/ 가까워 너무 가까워/ 잊은 듯 없는 듯/ 잃어버리고 산 사람이다 - 「답게」 부분
문득 시인은 잃었던 자아를 되찾는다. 그것은 진정한 "나의 발견"으로 새삼 순수성을 간직한 자아를 인식한 과정이다. 그 순수성은 초심과 연결된다. 무슨 일에든 "초심을 잃지 말라"는 구절은 이미 널리 알려진 경구다. 처음 등단한 시인, 갓 결혼한 새댁, 갓 부임한 교사, 첫아이를 출산한 엄마는 대부분 초심을 갖고 생활한다. 초심에서 느껴지는 "첫" - 갓, 처음 - 이라는 글자가 불러오는 향기와 신선한 기운은 그 자체가 설렘이고 기쁨이며 선한 마음이다.
중국의 문호 유협은 저작 『문심조룡』에서 문학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즉, 상상력의 미묘함을 통하여 정신은 외부의 사물과 접촉한다. 정신은 마음속에 거주하는데 그것의 활동작용을 다스리는 것은 사람의 의지와 성격이다.
정명순의 시를 읽으면 유협의 말처럼, 그녀의 시어 속에 비치는 건강한 인격, 정신과 표현을 통하여 마음의 안식(healing)을 얻는다. 모쪼록 두 번째 시집 『웃음으로 쏟아지는 눈물』이 고독하고 황폐한 시대를 정화하는 치유책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선주 문학평론가, 건국대 교수
허수아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어수룩하고 초점 없는 눈빛
만취한 아버지처럼 서있지만
그 속은 사람답고 싶은 바람으로 가득하다
강해 보이려는 과장된 표정과 몸짓
하지만 참새는 무서워하지 않는다
뒤뚱거리는 허수의 실체를 안다
허수가 서있는 까닭이
참새를 쫓으려는 것이 아니란 걸
근질거리는 바람의 유혹
흔들리고 싶은 마음을
훠이훠이 쫓고 있다는 걸 안다
전부라고 믿었던 현실이
모두 떠난 텅 빈 들녘으로
바람이 들어차도
움직일 수 없는 허수 곁에는
참새, 이룰 수 없는 사랑
평생을 거부했지만
진정 기다린 건 참새였을까
기다림으로 빚어져
보내는 것이 운명인 허수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고적한 시골 마을 어디쯤에서 "텅 빈 들녘"에 우두커니 서 있는 허수아비를 만난다.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쳤지만 진지한 마음으로 "허수"에게 다가간다.
보통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사람을 허수아비에 비유한다. 하지만 세상 그 누구라도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 저편의 허수아비 또한 그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인적이 끊긴 논배미 한가운데서 인간이 하지 못하는 우주사랑, 자연 사랑, 인간 사랑을 발효시키는 중이다.
바람에도 생명이 있다는 어느 시구가 생각난다. 솔솔 부는 바람이 "사람답고 싶은" 마음은 오늘날 21세기를 견디는 사람의 "바람"과 그 뜻을 같이한다. 시에서 "사람답고 싶은 바람"은 중의성을 내포한다. 즉, 허수아비가 닮고 싶은 "사람"은 단순한 모형이 아닌 그 안에 내재한 실체를 의미한다. 시에 드리운 "바람"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경건한 의식으로 뜨거운 눈물을 동반한다. 그것은 간혹 자연의 바람(wind)이기도 하고, 간절한 기원을 담은 정신의 바람(desire)이기도 하다. 사람을 닮은 허수아비 가슴을 파고들어 대화를 시도하는 바람처럼 자신의 텅 빈 가슴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우리는 숱한 이별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믿었던 사람이 떠나고 고통과 허무의 밤을 지낸 후 그제야 삶의 범주 속 만남과 이별을 재인식한다. 어느덧 이별의 아픔이 상품화된 시대,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무의미한 시대에 돌입했다. 인간성이 퇴색하고 인간관계가 변화한 현실에서 소통의 아름다운 빛마저 소멸해간다.
그래도 시인은 허수아비와 참새, 참새와 허수아비의 관계 및 속성을 통하여 인간성 회복을 꿈꾼다.
목차
목차
1부 둥지
우리 사이 12
풍경風磬 14
하늘은 멀어서 좋다 15
적신호 16
상사화 17
다시, 오늘이어도 18
절벽 19
달맞이꽃 20
온다와 안 온다 사이 21
월척 22
덤 23
허공의 사랑 24
하현달은 지고 26
허수아비 27
고백 29
멈출 수 없을 때가 있다 30
둥지 31
詩같은 33
2부 다육질 웃음
답게 36
네비게이션 여자 38
다육질 웃음 40
곱슬을 펴다 41
잘 살아있다 43
남은 둘은 44
짐은 꽃으로 핀다 45
도깨비는 그렇게 믿었다 46
아름다운 그늘 48
타, 버려라 50
꽃몸살 51
매듭을 향해 52
비 맞아 봐요 53
바람에 맡기고 55
흔들릴 수 있는 행복 57
동지 58
마티즈에 대한 추억 59
3부 파랑주의보
매화 62
겨울 사랑 63
빛으로 가는 길 64
맥문동꽃에서 매미소리가 난다 65
예당저수지에서 66
애인 67
일력日曆을 넘기며 68
부드러운 날은 가슴을 벤다 69
바람 속에 답이 있다 70
여로 72
나, 그리고 나 73
연체된 시간 74
파랑주의보 75
첫눈이라는 핑계 76
가을이 오는 소리 77
아픔도 일상이 되면 78
이승과 저승의 경계엔 막걸리가 있다 79
몸이 말을 하다 80
4부 마음의 밀도
외로움을 털다 82
접신接神 83
기둥서방 85
동력動力 86
2차나 할까 87
업보타령 88
아름다운 뒷방 90
마음의 밀도 92
행복은 질긴 뿌리를 가지고 있다 93
맹독 94
고향 96
겨우 죽음이라니 97
아무거나 속엔 '오직'이 숨어있다 98
울기 좋은 날 99
주홍색 스웨터 100
낡은 지갑 101
인생론 103
해설노화된 몸(身)이 언어(言)를 일깨우다김선주 106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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