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의 바다에 눕다(지혜사랑 시인선 131)
심기선 시집
심기선 시집 『수직의 바다에 눕다』. 주위의 수다한 존재들에 대한 시인의 깊은 감성이 드러나 있는 시집이다. 그의 시들에는 맨드라미, 머위, 함박꽃, 딱다구리, 꽃, 둥지, 나무와 같은 자연과 화분, 햇살, 일상, 그리고 누이, 할머니, 엄마 등의 사람들이 나타나며 그러한 존재들은 시인의 감성을 따라 움직인다. 또한 시인은 일상과 사물을 통해 자신의 서정을 발견하며 전개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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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심기선 시인의 충남 강경에서 태어났고, 2014년 {애지}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심기선 시인의 『수직의 바다에 눕다』는 주위의 수다한 존재들에 대한 시인의 깊은 감성이 드러나 있는 시집이다. 그의 시들에는 맨드라미, 머위, 함박꽃, 딱다구리, 꽃, 둥지, 나무와 같은 자연과 화분, 햇살, 일상, 그리고 누이, 할머니, 엄마 등의 사람들이 나타나며 그러한 존재들은 시인의 감성을 따라 움직인다. 또한 시인은 일상과 사물을 통해 자신의 서정을 발견하며 전개해 간다.
{수직의 바다에 눕다}는 그의 첫 시집이지만, 그의 서정적인 감수성이 진한 감동으로 울려퍼지고 있는 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오래 묵은 밭이다
꽃을 따라서
꿀벌을 몰고 오던 사내가
밭을 가로질러 가슴을 펼쳐놓았다
해종일 벌들은
볕바른 꽃의 사연을 안고 날아와
속삭이듯 들려주었고
사내는 며칠 동안
차곡차곡 받아 적어 가슴속을 가득 채웠다
꽃잎이 시들고
쑥대궁이에 그림자만 남았다
빈 밭이 고요하다
내 묵은 가슴속에도
입술자국만 남기고 떠난
그리운 이가 있었다.
----[떠난 사람] 전문
며칠째 대숲에서 파도소리가 들렸다
뒤꼍으로 난 창을 열고 귀를 기울였다 바람이 대숲 사이를 서성이다가 그중 제법 실하고 살결 고운 대나무 하나를 슬쩍 건드려 산 쪽으로 눕히자 한순간 숲은 모래톱이 무너지듯 덩어리가 되어 밀려갔다 다시 밀려오면서 길게 울고 있었다
바람소리에 마음이 수척해졌다
먼 바다에서 새들이 돌아왔다 숲에 새들이 가뭇가뭇 섞여들어 지친 깃을 다듬는 동안 바다빛깔 푸른 솜털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더러는 흘러서 마디에 가만히 스며들었고 스민 곳에서 파도소리가 버짐처럼 피어났다 미처 스미지 못한 갯내음이 바닥으로 번져서 숲 사이를 걸어 다녔다
밤새
대숲은 해초처럼 바람에 밀려갔다 밀려오고
내 안은
파도소리로 헛헛하고
수직의 바다에 맨몸으로 누워
젖어
잠기는 동안
등짝이
소라껍데기 속처럼 깊고 깜깜해졌다
-?수직의 바다에 눕다? 전문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파도소리를 통해 허허로운 자아를 갖게 된다. 그러한 헛헛함은 '맨몸'의 가벼움과 같다. 수직의 바다에 몸을 적시는 동안 시적 화자는 소라껍데기 속처럼 깊고 깜깜한 존재 속으로 파고든다. 모든 것을 버려 세상 속에 맨몸으로 서 있는 것, 모든 것을 떨쳐낸 가벼움을 가져야 자기만의 깊은 세계로 침잠할 수 있으리라. 존재에 담긴 시간을 읽어내는 힘은 심기선 시가 가진 깊이이다. 그의 시에서 기다림은 묵어버린 것들의 시간으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물론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의 기다림은 여전히 묵어진 것들의 시간 안에 아직도 묶여 있다. 오랜 동굴의 경이처럼, 텅 비어 있는 적막은 그 흘러간 시간만큼의 경이로움을 준다. 그러나 '천지를 붉은 가슴으로 흩날리던/ 지난 시절이 겨우// 눈/ 한점인 줄 이제야 알겠다'(《눈 한 점》)는 시구는 고고하고 깊이 있는 깨달음의 혜안을 가장하지 않는다. 그의 시는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연약함에 놓여 있다. 일상의 존재와 시간의 허무를 관조하는 자의 쓸쓸함이 여기에 묻어 있다. 지나간 시간의 껍데기, 거기서 느끼는 쓸쓸함과 허전함은 차라리 인간적이다. 젖은 소금을 등에 진 자들처럼, 그렇게 자기 삶의 무게를 견딜 뿐이다.
사그라져 가는 것, 죽어가는 것, 떠난 것들의 빈자리를 오래도록 지켜보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버려야 할 것들에 시달리며, 갖는 일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우리들은 그 적막함과 허무를 견대는 힘을 갖지 못했다. 그의 시가 그 쓸쓸함이, 시간이 스쳐간 모든 존재들의 허무함이 오히려 시간 속에 오래 묵어 스며들듯 그렇게 사그라지길,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기다림을 발견하기를 문득 희원해 보는 것이다. 그 옆에서 우리도 유사한 기다림의 자세로 삶을 관조하고 세월만큼 깊어진 것들을 끌어안고, 그렇게 시간 안에 적막해지기를 바래본다. 오래된 나무처럼, 시간이 내 내면에 깊은 웅덩이를 만들었으니 죽음에 가까운 존재는 '매미허물'처럼 그렇게 가벼운 시간의 존재가 되리라. 존재가 가볍다는 것은 무던히 자신을 덜어낸 노력의 결과이다.
말라버린 식물은 그것의 세상인 화분의 모양을 닮아간다. 떠나버린 새 둥지를 쓰다듬는 내 손길도 그 둥지의 모양을 닮아 있다. 모든 존재는 그것이 담긴 세상의 흔적을 그대로 담아낸다. 사람이 자신의 세상의 흉터를 그대로 가슴 속에 지니고 살듯, 사물은 그 세상과 그리 멀지 않은 존재다. 이제야 말라버린 식물이 왜 시간 속에 그렇게 동그랗게 몸을 만 채 그것이 담긴 화분의 모양을 닮아갔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것이다. 묵어져 사라져가는 존재에 대한 따스한 시선, 존재의 허무를 지켜보는 내면의 단단함, 그 묵어진 것에서부터 깊이를 발견하는 시심에서 심기선 시가 가진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목차
목차
1부
봄 꿈 12
아카시아 나무 13
동그란 햇살 14
생강나무 16
불임나무 17
두릅나무 18
봄 감기 19
고욤나무 20
떠난 사람 21
딱따구리 사연 22
낮달 24
봄을 걷다 25
낙화 26
봄을 기다리다 27
어깨가 깊어졌다 28
입춘 30
2부
하짓날 34
가뭄 35
자운영꽃 36
감자꽃 37
꽃뱀 38
함박꽃 39
능소화 40
맨드라미 41
배추농사 42
머위 43
파밭 44
이슬방울 45
틈바구니 46
치자꽃 향기 47
하늘을 닦다 48
탱자나무 농사 49
3부
적막의 무게 52
호두 두 알 53
소래에서 54
가을 숲을 건너는 법 56
간 고등어 58
다도해 59
계절에 베이다 60
문턱을 베고 눕다 62
집이 강을 건너갔다 63
우둔저수지 64
묵은 나무 속살 65
달의 꽃 66
익숙한 풍경 68
환한 기다림 69
벽을 유영하다 70
수직의 바다에 눕다 72
4부
스며든 풍경 76
눈 한 점 77
겨울나비 78
매미허물 79
겨울 내린천 80
버려진 밥상 82
겨울 비 83
간결한 결혼식 84
틈새 85
대숲의 고요 86
아름다운 조화 87
요망스러운 벽 88
빈 의자 90
마음의 물결 92
저녁의 부력 94
울음의 온도 95
해설연민의 감성,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오윤정 98
저자
저자
심기선 시인의 『수직의 바다에 눕다』는 주위의 수다한 존재들에 대한 시인의 깊은 감성이 드러나 있는 시집이다. 그의 시들에는 맨드라미, 머위, 함박꽃, 딱다구리, 꽃, 둥지, 나무와 같은 자연과 화분, 햇살, 일상, 그리고 누이, 할머니, 엄마 등의 사람들이 나타나며 그러한 존재들은 시인의 감성을 따라 움직인다. 또한 시인은 일상과 사물을 통해 자신의 서정을 발견하며 전개해 간다.
{수직의 바다에 눕다}는 그의 첫 시집이지만, 그의 서정적인 감수성이 진한 감동으로 울려퍼지고 있는 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먼지의 침묵을 구체화시키게 된다. 김석 시인의 침묵은 그만큼 강렬하고, 그만큼 순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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