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족의 하루(지혜사랑 시인선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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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족의 하루]는 애지문학회 회원 27 명의 시인들의 열 번째 사화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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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지혜사랑 시인선 {유리족의 하루}(김성애 외)는 애지문학회 회원들(회장 민경환)인 강서완, 곽성숙, 권영옥, 김명이, 김성애, 김연종, 김용상, 김인갑, 김정원, 김지요, 김혁분, 김현식, 류현, 박성진, 박종인, 안영민, 유안나, 이명자, 이현채, 이혜민, 이희은, 임덕기, 장효종, 조성례, 조옥엽, 조영심, 황경숙 등, 27 명의 시인들의 열 번째 사화집----{나비, 봄을 짜다}, {날개가 필요하다}, {아, 공중사리탑}, {버거 씨의 금연캠페인}, {떠도는 구두}, {능소화에 부치다}, {엇박자의 키스}, {고고학적인 악수}, {혁명은 민주주의를 목표로 하는가}에 이어서----이 된다. 이 27명의 시인들은 서정시를 쓰는 시인도 있고, 자유시를 쓰는 시인도 있다. 정신분석학적인 측면에서 시를 쓰는 시인도 있고, 자연과학적인 측면에서 시를 쓰는 시인도 있다. 낙천적인 시인도 있고, 회의적인 시인도 있다. 저마다 제각각 사상과 취향이 다르지만, 그러나 모두가 다같이 우리 인간들의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시인 만세'인 시세계를 열어나간다. 애지문학회 사화집인 {유리족의 하루}에는 구석본, 권예자, 김기택, 김혜순, 문인수, 박종은, 손택수, 장요원, 장자통, 함민복 등, 10명의 유명 시인들의 초대시도 수록되어 있고, 반경환 명시감상----구석본, 권예자, 김기택, 김혜순, 박종은, 손택수의 시----도 수록되어있다.
'애지'는 '지혜사랑'이며, 애지문학회 회원들은 이 '지혜사랑의 이름'으로 우리 한국인들을 '사상가와 예술가의 민족'으로 이끌어 나갈 고귀하고 웅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다. {나비, 봄을 짜다}, {날개가 필요하다}, {아, 공중사리탑}, {버거 씨의 금연캠페인}, {떠도는 구두}, {능소화에 부치다}, {엇박자의 키스}, {고고학적인 악수}, {혁명은 민주주의를 목표로 하는가}에 이어서 애지문학회의 열 번째 사화집인 {유리족의 하루}는 절차탁마의 소산이며, 대한민국 사화집의 수준을 한 차원 높게 끌어올린 시집으로 기록될 것이다. '애지문학회'는 가장 아름답고 멋진 문학회가 될 것이며, 해마다 봄날이면, 또다른 멋진 사화집을 들고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다. 우리 한국어의 영광과 우리 한국인들의 영광을 위하여!
파놉티콘이란 1791년 영국의 제레미 밴담이 제안한 개념으로 학교, 공장, 군대, 병원, 감옥 등에서 한 사람에 의한 감시체계를 뜻하고, 따라서 오늘날은 미셸 푸코의 말대로, 컴퓨터에 의한 데이터 베이스가 축적되어,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전면적으로 관리되며 감시를 당하게 된다. 좁은 의미에서 감시하는 자는 자본가와 권력자가 되고, 대부분의 피지배 계급은 감시를 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바라보면 감시하는 자조차도 감시를 당하며, 자본주의 체제의 전면적인 관리와 감시망으로부터 빠져나갈 수가 없게 된다. 사회 자체가 거대한 감옥이며, 어느 누구도 이 원형감시체계를 빠져 나갈 수가 없다.
인간의 죽음이 선언된 이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은 최고의 신이 되었고, 우리 인간들은 "바람의 지문 뒤에 정물로 놓인 책상과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에서 보고서로 보고서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유리족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본은 "파놉티콘의 눈"([유리족의 하루])이 되고, "유리 피라미드 안에서/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고대 이집트 파라오,/ 말끔히 제모하고 신상품 옷 차려입고/ 붉게 염색한 가발 눌러쓰고/ 강요된 부활에 죽어서도 눈감지 못하는"파라오처럼 "속없는 혼은 구천을 떠"(김정원, [마네킹])돌게 된다.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의 전면적인 감시체계 아래서 우리 시인들은 다음과 같은 시적 대응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첫 번째는 김성애의 [유리족의 하루]나 김정원의 [마네킹]에서처럼, 이 세상의 삶의 의욕이나 저항을 포기한 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박종인의 [지구의 이중 장부]나 강서완의 [너무,]에서처럼 자본주의 시대의 전면적인 거부의 몸짓을 드러내는 것이다. 세 번째는 김연종의 [죄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에서처럼 좌우의 이념을 잃고 방황하는 것이고, 네 번째는 류현의 [명함}이나 박성진의 [옥수수와 나]에서처럼 이 세상의 삶을 허무주의로 채색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유안나의 [북채]나 이현채의 [분홍, 분홍, 분홍]에서처럼 아름다운 선율과 그 꽃물결로 삶의 희망을 채색해 놓고 있는 것이다.
유리를 통과한 빛을 엎드려 있다// 시간이 옮겨 앉은 그림자 곁에서 납작해진 그를 본다/ 그림자가 발자국을 찍을 때마다/ 바람은 유리창에 지문을 남긴다// 바람의 지문 뒤에 정물로 놓인 책상과 의자와/ 그 정물에 화석처럼 붙어있는 사내,/ 평면이다/그림이 되지 못한 그림자,/ 평면으로 일렁인다// 전화벨 소리에 고인 공기가 출렁이고/ 컴퓨터에서 보고서로 보고서에서 계산기로/ 그림자를 옮기는 사내/ 과장된 목소리에서 식솔들이 딸려 나온다// 그림자는 유목의 습성이 말라버린 자국일까/ 떠도는 바람의 종아리 주저앉힌,/ 파놉티콘의 눈이/ 사내를 종일 따라간다// 투명 속에 감춰진 얼룩이나 우연이 피워낸 두께가/ 유리족으로 일생을 사느라 납작해진/ 그가 남긴 유일한 자취다// 곡면 벽을 더듬거나/ 책상에 오르던 하루를 어둠으로 덮고/ 그가 유리문을 뚫고 사라진다 ----김성애, [유리족의 하루] 전문
유리 피라미드 안에서/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고대 이집트 파라오,/ 말끔히 제모하고 신상품 옷 차려입고/ 붉게 염색한 가발 눌러쓰고/ 강요된 부활에 죽어서도 눈감지 못하는/ 왕의 주검은 플라스틱,/ 썩을 줄 모른다// 자연은 부족함 없는 천국인데/ 그 좋은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갑갑하고 밋밋한 매장에 갇혀/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된 감옥살이,/ 속없는 혼은 구천을 떠돈다// 머리, 팔, 다리, 몸통을 따로따로 빼내/ 멀쩡한 전인을 병신으로 만드는/ 댓글과 토막글 퍼 나르기,/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떠돈다/ 아름답든 더럽든/ 잊힐 권리가 무참히 짓밟힌 채/ 개인 신상과 풍문이 떠돈다/ 죽어서도 흙으로 돌아가지못하고/ 보이지 않는 피처럼 흘러/ 탯줄 없는 서늘한 기계에서 기계로/ 버젓이 세계를 떠돈다// 내 사랑이여/ 안녕//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비틀거리는 검지로 가까스로 누른다/ 상 떠난 지 꽤 오래 되었지만/ 지울 수 없어, 차마 지울 수 없어/ 그의 뜻도 묻지 않고 내 마음대로 간직해온/ 주인 잃은 전화번호도, 녹슨 사진도, 그리운 이름도/ 이젠// 삭제하시겠습니까?// 예// ----김정원 [마네킹] 전문
삶은 유리족의 하루로 시들고, 삶은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된 파라오로 시든다. 삶은 박종인의 [지구의 이중 장부]----"과속에 길들여진 쇳덩이들 고속으로 빌딩이 치솟고 도시는 광란의 열기로 달아오른다 문명이라는 명목으로 흑자를 가장한 적자를 산출하고, 빙산이 녹고 유빙이 늘어난다 숲이 삭제되고 하늘은 구멍이 나고"-----에서처럼 숲이 삭제되고 하늘은 구멍이 나고, 삶은 강서완의 [너무,]-----"심장이 부풀었다 가슴이 열렸다 붉은 말들이 쏟아졌다 공항검색대가 입국한 트렁크를 의심했다 달나라를 화성을 샅샅이 투시했다 멋쩍은 요원에게도 안녕! 안녕하세요! 보이는 사람들마다 황홀했고 모든 사물에게로 심장이 흘러갔다 그 행성에선 떠도는 심장을 흔히 본다"----에서처럼 달나라와 화성마저도 샅샅이 감시를 하게 된다. 그 가운데 어떤 시인은 "좌측통행이 세상의 진리라고" "나는 늘 바른 사나이라고" 되뇌이면서도 "아직도 헷갈리는" [죄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김연종)의 인간의 삶을 살게 된다. 더욱더 이상하고 가관인 것은 어떤 시인은 아직 젊었는데도 다 살았고, 어떤 시인은 소수의 상류 사회의 삶을 살았는데도 모든 것이 다 허무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껍질 벗기면 드러나는/ 노란 저것들/ 한 번 꼿꼿이 서선/ 이내 버려지고 만다는 것을"라는 박성진의 [옥수수와 나] 가 그것이고, "한 세상 주름잡으며 살다 간/ 이름/ 이름/ 이름들// 이제는 조용히/ 세월의 먼지만 쌓여 가는데/ 흘러간 종이쪽지에/ 불과한 명함들/산 사람의 명함이나/ 죽은 자의 비석이나/ 다를 바 없구나"라는 류현의 [명함]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러나 우리 시인들은 어쨌든 살아 있고, 이 살아 있음으로 서정시를 쓰게 된다. 서정시는 삶의 숨구멍이며,이 거대한 감옥에서의 유일한 탈출구이다.
나 고창에 갔네/ 일가친척 한 사람 없지만 / 목줄기에 흐르는 강물 소리 있어 갔네/ 버드나무 가지 꺾어 피리 불면 어린 뱀이 따라오고/ 송아지 울음소리 그 뒤를 따라오네// 산꿩 푸드덕 날아가고/ 산꿩의 울음소리 같은 붉은 동백꽃 송이째 떨어질 때/ 나는 그 울음을 던져/ 북채 하나를 얻었네/ 내 유년의 한 때를 흠씬 두들기고 싶었네// 나 고창에 갔네/ 북채 손에 쥐고/ 북 찾아갔네/ 손에 든 시뻘건 북채는/ 북을 찾아 두리번거렸네// 신앙촌 호랑이 무늬 담요 덮고/ 낡은 북이 누워있있네/ 가만히 들여다보니/ 구름을 덮고 있는 달이었네/ 붉은 울음이 다 풀릴 때까지 두들기라고 둥그런 등을 내미네// 달의 눈빛이 보낸/ 슬픔의 그물에 걸려 넘어지며/ 등 뒤에서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 들으며/ 내 등은 휘어 둥그러지고/ 북채를 들고 쫓아오는 손에 나도 등을 내미네 ----유안나, [북채] 전문
북채는 삶의 북채이며, 끊임없이 이 세상이 아닌 다른 곳, 머나먼 지상낙원으로 탈주를 꿈꾸는 삶의 북채이다.
외로움은?분홍색이네// 한?기억이?나를?방문하면/ 한?여자가/ 국수를?먹네// 자살한?아이를?강물에?뿌리고?온/?외숙모?같은/ 감옥에?갇힌?남편을?면회?갔다?온/ 이웃집?여자?같은// 외로움은?분홍색이네// 저만치?앉아?있는/ 한?여자가/ 국수를?먹네// 긴?머리칼을?늘어뜨리고/ 가느다란?흐느낌으로/ 젓가락질을?하네// 외로움에?색칠을?하네
----이현채 [분홍, 분홍, 분홍] 전문
분홍빛은 봄의 이미지가 강하고, 가련하며, 개방적이고, 다른 색들과의 조화가 뛰어난 색이라고 한다. 이현채 시인은 [분홍, 분홍, 분홍]에서"외로움은?분홍색이네"라고 단정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그 외로움에 반하여 삶에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자살한?아이를?강물에?뿌리고?온/?외숙모?같은" 외로움, "감옥에?갇힌?남편을?면회?갔다?온/ 이웃집?여자?같은"외로움----. 하지만, 그러나 그는 그 외로움 속에서도 국수를 먹는다."저만치?앉아?있는/ 한?여자가/ 국수를?먹네// 긴머리칼을?늘어뜨리고/ 가느다란?흐느낌으로/ 젓가락질을?하네// 외로움에?색칠을?하네." 외로움이 눈물이 되고, 눈물은 국수가 된다. 국수는 한 여자를 살려주는 힘이 되고, 그 여자는 흐느낌 속에서도 외로움에 색칠을 하게 된다. 자살한 아이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으로, 또는 머나먼 영어囹圄의 몸이 된 남편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으로----.
한 여자가 국수를 먹으며 외로움에 색칠을 하면 마침내 봄이 온다. 온산천에 진달래 피듯이, 그리운 사람들이 그 분홍색의 꽃물결을 타고, 마치, 나비처럼, 나풀나풀 날아서 온다.
파놉티콘이란 실존의 덫이며, 우리 인간들의 존재의 근거는 무가 된다. 그 무는 비극의 근거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시의 토대가 되고 있는 만큼 무한한 가능성도 된다. 시는 억압이 아닌 자유, 시는 몰락이 아닌 무한한 가능성의 숨구멍이다. 시는 바슐라르의 말대로, 세계의 열림이며, 세계에로의 초대이다.
'애지'는 '지혜사랑'이며, 애지문학회 회원들은 이 '지혜사랑의 이름'으로 우리 한국인들을 '사상가와 예술가의 민족'으로 이끌어 나갈 고귀하고 웅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다. {나비, 봄을 짜다}, {날개가 필요하다}, {아, 공중사리탑}, {버거 씨의 금연캠페인}, {떠도는 구두}, {능소화에 부치다}, {엇박자의 키스}, {고고학적인 악수}, {혁명은 민주주의를 목표로 하는가}에 이어서 애지문학회의 열 번째 사화집인 {유리족의 하루}는 절차탁마의 소산이며, 대한민국 사화집의 수준을 한 차원 높게 끌어올린 시집으로 기록될 것이다. '애지문학회'는 가장 아름답고 멋진 문학회가 될 것이며, 해마다 봄날이면, 또다른 멋진 사화집을 들고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다. 우리 한국어의 영광과 우리 한국인들의 영광을 위하여!
파놉티콘이란 1791년 영국의 제레미 밴담이 제안한 개념으로 학교, 공장, 군대, 병원, 감옥 등에서 한 사람에 의한 감시체계를 뜻하고, 따라서 오늘날은 미셸 푸코의 말대로, 컴퓨터에 의한 데이터 베이스가 축적되어,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전면적으로 관리되며 감시를 당하게 된다. 좁은 의미에서 감시하는 자는 자본가와 권력자가 되고, 대부분의 피지배 계급은 감시를 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바라보면 감시하는 자조차도 감시를 당하며, 자본주의 체제의 전면적인 관리와 감시망으로부터 빠져나갈 수가 없게 된다. 사회 자체가 거대한 감옥이며, 어느 누구도 이 원형감시체계를 빠져 나갈 수가 없다.
인간의 죽음이 선언된 이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은 최고의 신이 되었고, 우리 인간들은 "바람의 지문 뒤에 정물로 놓인 책상과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에서 보고서로 보고서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유리족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본은 "파놉티콘의 눈"([유리족의 하루])이 되고, "유리 피라미드 안에서/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고대 이집트 파라오,/ 말끔히 제모하고 신상품 옷 차려입고/ 붉게 염색한 가발 눌러쓰고/ 강요된 부활에 죽어서도 눈감지 못하는"파라오처럼 "속없는 혼은 구천을 떠"(김정원, [마네킹])돌게 된다.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의 전면적인 감시체계 아래서 우리 시인들은 다음과 같은 시적 대응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첫 번째는 김성애의 [유리족의 하루]나 김정원의 [마네킹]에서처럼, 이 세상의 삶의 의욕이나 저항을 포기한 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박종인의 [지구의 이중 장부]나 강서완의 [너무,]에서처럼 자본주의 시대의 전면적인 거부의 몸짓을 드러내는 것이다. 세 번째는 김연종의 [죄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에서처럼 좌우의 이념을 잃고 방황하는 것이고, 네 번째는 류현의 [명함}이나 박성진의 [옥수수와 나]에서처럼 이 세상의 삶을 허무주의로 채색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유안나의 [북채]나 이현채의 [분홍, 분홍, 분홍]에서처럼 아름다운 선율과 그 꽃물결로 삶의 희망을 채색해 놓고 있는 것이다.
유리를 통과한 빛을 엎드려 있다// 시간이 옮겨 앉은 그림자 곁에서 납작해진 그를 본다/ 그림자가 발자국을 찍을 때마다/ 바람은 유리창에 지문을 남긴다// 바람의 지문 뒤에 정물로 놓인 책상과 의자와/ 그 정물에 화석처럼 붙어있는 사내,/ 평면이다/그림이 되지 못한 그림자,/ 평면으로 일렁인다// 전화벨 소리에 고인 공기가 출렁이고/ 컴퓨터에서 보고서로 보고서에서 계산기로/ 그림자를 옮기는 사내/ 과장된 목소리에서 식솔들이 딸려 나온다// 그림자는 유목의 습성이 말라버린 자국일까/ 떠도는 바람의 종아리 주저앉힌,/ 파놉티콘의 눈이/ 사내를 종일 따라간다// 투명 속에 감춰진 얼룩이나 우연이 피워낸 두께가/ 유리족으로 일생을 사느라 납작해진/ 그가 남긴 유일한 자취다// 곡면 벽을 더듬거나/ 책상에 오르던 하루를 어둠으로 덮고/ 그가 유리문을 뚫고 사라진다 ----김성애, [유리족의 하루] 전문
유리 피라미드 안에서/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고대 이집트 파라오,/ 말끔히 제모하고 신상품 옷 차려입고/ 붉게 염색한 가발 눌러쓰고/ 강요된 부활에 죽어서도 눈감지 못하는/ 왕의 주검은 플라스틱,/ 썩을 줄 모른다// 자연은 부족함 없는 천국인데/ 그 좋은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갑갑하고 밋밋한 매장에 갇혀/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된 감옥살이,/ 속없는 혼은 구천을 떠돈다// 머리, 팔, 다리, 몸통을 따로따로 빼내/ 멀쩡한 전인을 병신으로 만드는/ 댓글과 토막글 퍼 나르기,/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떠돈다/ 아름답든 더럽든/ 잊힐 권리가 무참히 짓밟힌 채/ 개인 신상과 풍문이 떠돈다/ 죽어서도 흙으로 돌아가지못하고/ 보이지 않는 피처럼 흘러/ 탯줄 없는 서늘한 기계에서 기계로/ 버젓이 세계를 떠돈다// 내 사랑이여/ 안녕//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비틀거리는 검지로 가까스로 누른다/ 상 떠난 지 꽤 오래 되었지만/ 지울 수 없어, 차마 지울 수 없어/ 그의 뜻도 묻지 않고 내 마음대로 간직해온/ 주인 잃은 전화번호도, 녹슨 사진도, 그리운 이름도/ 이젠// 삭제하시겠습니까?// 예// ----김정원 [마네킹] 전문
삶은 유리족의 하루로 시들고, 삶은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된 파라오로 시든다. 삶은 박종인의 [지구의 이중 장부]----"과속에 길들여진 쇳덩이들 고속으로 빌딩이 치솟고 도시는 광란의 열기로 달아오른다 문명이라는 명목으로 흑자를 가장한 적자를 산출하고, 빙산이 녹고 유빙이 늘어난다 숲이 삭제되고 하늘은 구멍이 나고"-----에서처럼 숲이 삭제되고 하늘은 구멍이 나고, 삶은 강서완의 [너무,]-----"심장이 부풀었다 가슴이 열렸다 붉은 말들이 쏟아졌다 공항검색대가 입국한 트렁크를 의심했다 달나라를 화성을 샅샅이 투시했다 멋쩍은 요원에게도 안녕! 안녕하세요! 보이는 사람들마다 황홀했고 모든 사물에게로 심장이 흘러갔다 그 행성에선 떠도는 심장을 흔히 본다"----에서처럼 달나라와 화성마저도 샅샅이 감시를 하게 된다. 그 가운데 어떤 시인은 "좌측통행이 세상의 진리라고" "나는 늘 바른 사나이라고" 되뇌이면서도 "아직도 헷갈리는" [죄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김연종)의 인간의 삶을 살게 된다. 더욱더 이상하고 가관인 것은 어떤 시인은 아직 젊었는데도 다 살았고, 어떤 시인은 소수의 상류 사회의 삶을 살았는데도 모든 것이 다 허무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껍질 벗기면 드러나는/ 노란 저것들/ 한 번 꼿꼿이 서선/ 이내 버려지고 만다는 것을"라는 박성진의 [옥수수와 나] 가 그것이고, "한 세상 주름잡으며 살다 간/ 이름/ 이름/ 이름들// 이제는 조용히/ 세월의 먼지만 쌓여 가는데/ 흘러간 종이쪽지에/ 불과한 명함들/산 사람의 명함이나/ 죽은 자의 비석이나/ 다를 바 없구나"라는 류현의 [명함]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러나 우리 시인들은 어쨌든 살아 있고, 이 살아 있음으로 서정시를 쓰게 된다. 서정시는 삶의 숨구멍이며,이 거대한 감옥에서의 유일한 탈출구이다.
나 고창에 갔네/ 일가친척 한 사람 없지만 / 목줄기에 흐르는 강물 소리 있어 갔네/ 버드나무 가지 꺾어 피리 불면 어린 뱀이 따라오고/ 송아지 울음소리 그 뒤를 따라오네// 산꿩 푸드덕 날아가고/ 산꿩의 울음소리 같은 붉은 동백꽃 송이째 떨어질 때/ 나는 그 울음을 던져/ 북채 하나를 얻었네/ 내 유년의 한 때를 흠씬 두들기고 싶었네// 나 고창에 갔네/ 북채 손에 쥐고/ 북 찾아갔네/ 손에 든 시뻘건 북채는/ 북을 찾아 두리번거렸네// 신앙촌 호랑이 무늬 담요 덮고/ 낡은 북이 누워있있네/ 가만히 들여다보니/ 구름을 덮고 있는 달이었네/ 붉은 울음이 다 풀릴 때까지 두들기라고 둥그런 등을 내미네// 달의 눈빛이 보낸/ 슬픔의 그물에 걸려 넘어지며/ 등 뒤에서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 들으며/ 내 등은 휘어 둥그러지고/ 북채를 들고 쫓아오는 손에 나도 등을 내미네 ----유안나, [북채] 전문
북채는 삶의 북채이며, 끊임없이 이 세상이 아닌 다른 곳, 머나먼 지상낙원으로 탈주를 꿈꾸는 삶의 북채이다.
외로움은?분홍색이네// 한?기억이?나를?방문하면/ 한?여자가/ 국수를?먹네// 자살한?아이를?강물에?뿌리고?온/?외숙모?같은/ 감옥에?갇힌?남편을?면회?갔다?온/ 이웃집?여자?같은// 외로움은?분홍색이네// 저만치?앉아?있는/ 한?여자가/ 국수를?먹네// 긴?머리칼을?늘어뜨리고/ 가느다란?흐느낌으로/ 젓가락질을?하네// 외로움에?색칠을?하네
----이현채 [분홍, 분홍, 분홍] 전문
분홍빛은 봄의 이미지가 강하고, 가련하며, 개방적이고, 다른 색들과의 조화가 뛰어난 색이라고 한다. 이현채 시인은 [분홍, 분홍, 분홍]에서"외로움은?분홍색이네"라고 단정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그 외로움에 반하여 삶에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자살한?아이를?강물에?뿌리고?온/?외숙모?같은" 외로움, "감옥에?갇힌?남편을?면회?갔다?온/ 이웃집?여자?같은"외로움----. 하지만, 그러나 그는 그 외로움 속에서도 국수를 먹는다."저만치?앉아?있는/ 한?여자가/ 국수를?먹네// 긴머리칼을?늘어뜨리고/ 가느다란?흐느낌으로/ 젓가락질을?하네// 외로움에?색칠을?하네." 외로움이 눈물이 되고, 눈물은 국수가 된다. 국수는 한 여자를 살려주는 힘이 되고, 그 여자는 흐느낌 속에서도 외로움에 색칠을 하게 된다. 자살한 아이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으로, 또는 머나먼 영어囹圄의 몸이 된 남편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으로----.
한 여자가 국수를 먹으며 외로움에 색칠을 하면 마침내 봄이 온다. 온산천에 진달래 피듯이, 그리운 사람들이 그 분홍색의 꽃물결을 타고, 마치, 나비처럼, 나풀나풀 날아서 온다.
파놉티콘이란 실존의 덫이며, 우리 인간들의 존재의 근거는 무가 된다. 그 무는 비극의 근거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시의 토대가 되고 있는 만큼 무한한 가능성도 된다. 시는 억압이 아닌 자유, 시는 몰락이 아닌 무한한 가능성의 숨구멍이다. 시는 바슐라르의 말대로, 세계의 열림이며, 세계에로의 초대이다.
목차
목차
애지문학회 제10집
유리족의 하루를 펴내면서 5
애지문학회원
강서완
저울 사용법을 들었습니까 14
너무, 16
수원성 한 바퀴 17
곽성숙
홍시 단물 18
어쩌다 나를 만나 19
큰언니의 간 20
권영옥
선글라스 대소동 21
청빛 환상 22
붙이다 23
김명이
그녀들의 동굴 24
낙원 잃어버린 26
얼음왕국 27
김성애
유리족의 하루 29
반영反映되다 31
바람인형 32
김연종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 33
싱크홀 35
김용상
자리끼 36
투명우산 38
김인갑
황혼의 시대 41
문신文身 42
파도치는 집 43
김정원
까치밥 45
닻과 배 46
마네킹 48
김지요
토마토 축제 50
위키위키 51
병病 52
김혁분
철화백자 53
황태찜을 먹다 54
김현식
비보호 좌회전 56
이면도로의 신호등 57
인생대학원 58
류 현
너섬의 까마귀들 59
명함 60
박성진
비누에 대하여 62
옥수수와 나 64
박종인
지구의 이중장부 65
당신은 복입니까? 독입니까? 66
뿌리의 방식 68
안영민
절름거리는 무대 69
스침 70
사이키 72
유안나
배달의 기수 73
북채 75
달빛이 슬며시 내려와 지붕에 앉아보는 저녁 77
이명자
남한강 나루터에서 78
길이 휘청거린다 79
견인 80
이현채
갇힌 여자 81
분홍, 분홍, 분홍 82
이혜민
옻단풍 들라 83
무늬만 84
말 달리자 85
이희은
월식 87
질문 88
헐렁한 등고선 89
임덕기
봄, 무르익다 90
아랫목 91
절묘한 봄 92
장효종
동결선凍結線 93
버리는 법을 익히다 94
단추구멍 96
조성례
불면증 97
수면무호흡증 98
가을을 수선하다 100
조옥엽
응급실 102
몸부림 104
조영심
소리의 정원 106
새벽을 탁발하다 107
헛발 108
황경숙
일인칭의 문장 110
빙하 혀 112
잠 113
초대시인
구석본
추억론 116
권예자
알 수 없는 책 118
김기택
스마트폰 120
김혜순
떨어진 별처럼 122
문인수
집근처 큰 길 124
박종은
나는 누구인가? 125
손택수
리라 126
장요원
결 128
장자통
외도外島 130
함민복
달의 후회 131
부록
반경환 명시감상 134
─ 구석본, 권예자, 김기택, 김혜순, 박종은, 손택수의 시
유리족의 하루를 펴내면서 5
애지문학회원
강서완
저울 사용법을 들었습니까 14
너무, 16
수원성 한 바퀴 17
곽성숙
홍시 단물 18
어쩌다 나를 만나 19
큰언니의 간 20
권영옥
선글라스 대소동 21
청빛 환상 22
붙이다 23
김명이
그녀들의 동굴 24
낙원 잃어버린 26
얼음왕국 27
김성애
유리족의 하루 29
반영反映되다 31
바람인형 32
김연종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 33
싱크홀 35
김용상
자리끼 36
투명우산 38
김인갑
황혼의 시대 41
문신文身 42
파도치는 집 43
김정원
까치밥 45
닻과 배 46
마네킹 48
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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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분
철화백자 53
황태찜을 먹다 54
김현식
비보호 좌회전 56
이면도로의 신호등 57
인생대학원 58
류 현
너섬의 까마귀들 59
명함 60
박성진
비누에 대하여 62
옥수수와 나 64
박종인
지구의 이중장부 65
당신은 복입니까? 독입니까? 66
뿌리의 방식 68
안영민
절름거리는 무대 69
스침 70
사이키 72
유안나
배달의 기수 73
북채 75
달빛이 슬며시 내려와 지붕에 앉아보는 저녁 77
이명자
남한강 나루터에서 78
길이 휘청거린다 79
견인 80
이현채
갇힌 여자 81
분홍, 분홍, 분홍 82
이혜민
옻단풍 들라 83
무늬만 84
말 달리자 85
이희은
월식 87
질문 88
헐렁한 등고선 89
임덕기
봄, 무르익다 90
아랫목 91
절묘한 봄 92
장효종
동결선凍結線 93
버리는 법을 익히다 94
단추구멍 96
조성례
불면증 97
수면무호흡증 98
가을을 수선하다 100
조옥엽
응급실 102
몸부림 104
조영심
소리의 정원 106
새벽을 탁발하다 107
헛발 108
황경숙
일인칭의 문장 110
빙하 혀 112
잠 113
초대시인
구석본
추억론 116
권예자
알 수 없는 책 118
김기택
스마트폰 120
김혜순
떨어진 별처럼 122
문인수
집근처 큰 길 124
박종은
나는 누구인가? 125
손택수
리라 126
장요원
결 128
장자통
외도外島 130
함민복
달의 후회 131
부록
반경환 명시감상 134
─ 구석본, 권예자, 김기택, 김혜순, 박종은, 손택수의 시
저자
저자
김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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