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바스(미네르바시선 35)
박수중 시집
자연을 통해 자각되는 목소리와 부패하지 않는 영원성의 자연의 순환성은 곧 은폐된 물질문명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파편화된 세계를 구원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적 화자의 의지는 ‘시간의 뒤엉’킴을 통해 카오스적인 물질문명의 폭력성에서 생명력의 가치가 존중되며 우주와 소통하는 영원성의 세계로의 환원을 지향하고 있다. ‘미지未知와의 조우遭遇’를 통해 물질문명으로 거세된 목소리를 발견하는 힘은 곧 세계를 구원하려는 시인의 시 정신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박수중 시 세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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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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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시적 화자가 자기 응시를 통해 내면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방식은 자연의 힘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사물과의 교감을 통해서이다. 자연을 통해 자각되는 목소리와 부패하지 않는 영원성의 자연의 순환성은 곧 은폐된 물질문명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파편화된 세계를 구원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적 화자의 의지는 '시간의 뒤엉'킴을 통해 카오스적인 물질문명의 폭력성에서 생명력의 가치가 존중되며 우주와 소통하는 영원성의 세계로의 환원을 지향하고 있다. '미지未知와의 조우遭遇'를 통해 물질문명으로 거세된 목소리를 발견하는 힘은 곧 세계를 구원하려는 시인의 시 정신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박수중 시 세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동물병원 애완견 철창속에
족보꼬리표가 붙어있던 나는
어느 날 35층 아파트로 팔려갔다
주인은 나를 목욕시킨 뒤 내 피부를
스님의 독두禿頭처럼 깨끗이 밀어버렸다
그리고는 붉고 푸른 그러나 나에게는
옥죄기만 하는 죄수복을 입혔다
먹는 것은 정체불명의 알약이었고
늘 같은 것이었다
나는 점차 맛을 잃어갔다
그들에게 재롱을 소모할 때를 빼고는
나는 거의 골방구석에 갇혀 지냈다
며칠에 한번씩 식구들이 나를 끌고
산책을 할 때에만
나는 목이 끌리면서도 조금 살아 났다
그렇게 두 살쯤 나이를 먹자
주인은 나의 생식기를 제거해 버렸다
저 심장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분노를
울부짖고 싶었지만
성대는 이미 절제切除되어 있었다
- 「규격론 規格論」전문
「규격론 規格論」에서 '나=애완견'으로 은유화 된 시적 상황을 통해 주인과 나의 관계가 적대적인 대결구도를 취하고 있다. '나'는 애완견처럼 주인의 거대 권력 앞에서 의지와 자율성이 거세된 존재일 뿐이다. 애완견인 '나'가 처한 상황은 '동물병원 애완견 철창', '35층 아파트', '깨끗이 밀어버린 피부', '옥죄기만 하는 죄수복', '알약', '골방', '생식기와 성대 절제' 가 알려주듯 통제된 감옥과 같은 공간에 격리되어 있다. 시에서 애완견인 '나'와 주인과의 관계는 철저히 계급적이고 수직적이라 '나'는 주인이 가하는 폭력에 적절하게 저항하고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인이 생식 기능과 분노를 표출할 '성대'까지 인위적으로 제거한 탓에 분노의 의지 표출이 원천 봉쇄된 비극적 존재이다.
이 때 애완견인 '나'에게 가해지는 주인의 권력과 폭력성은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애완견인 '나'는 생명의 고귀함과 유일한 가치를 지닌 존재가 아니라, 주인의 기호에 의해 선택되고 소모되는 상품인 동시에 다른 상품으로 교체될 수 있는 일종의 사물로 전락하고 있다. '나'가 처한 현실은 '벽 위로 높이/사각형의 하늘이 걸려 있'(「적막寂寞의 실루엣」부분)는 감옥과 같은 곳일 뿐이다. 목소리의 제거와 불임의 신체로 표상되는 '나'는 도구적 이성으로 전락한 현대인의 비극적 삶의 양태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목차
목차
13│크레바스crevasse
15│늙은 토루소torso
16│허공을 메꾸다 ─b-boying
17│풀등
19│연鳶 3
21│다시, 강변역에서
23│잔서殘暑
24│빈 시간의 집
25│풍등風燈 스케치
26│허리우드 극장
28│눈먼 그리움에의 단상斷想 1 ─겨울 빗속에서
2
31│'사만다'에게
33│기억도 입체화 될까
34│구름 터널
36│벼락
38│모든 물체가 인터넷을 해야 하나
40│시간의 잔상殘像
41│터치다운touchdown
42│소매물도小每勿島
43│벽 속의 여자
44│조춘早春
45│눈먼 그리움에의 단상斷想 2 ─봄빛
3
49│잊혀질 권리
50│생각의 행로行路
51│엘리펀트 맨 ─The Elephant Man
52│도취陶醉
54│슈퍼 문, 뒤늦은 우연
56│카메오cameo
57│나무, 생애를 걷다
59│목 디스크
60│어느 빗櫛 이야기
62│매월당 부도梅月堂 浮屠
63│눈먼 그리움에의 단상斷想 4 ─기억 터널
4
67│규격론規格論
68│물속의 잠
70│수화手話
71│래퍼rapper
72│적막寂寞의 실루엣
73│예감豫感
74│망상 장애妄想 障碍
76│검은등뻐꾸기에 관한 명상瞑想
78│중력파 소고重力波 小考
79│비렁길
80│눈먼 그리움에의 단상斷想 3 ─너무나 늦은 눈
5
83│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84│그림자놀이
85│가상현실假想現實
87│中性論
88│우체통은 왜 모두 빨갛지?
89│프리다 칼로의 초상
90│반평생半平生
91│오래된 가구
92│겨울 일기
93│쿨cool
94│찰나와 티끌
96│눈먼 그리움에의 단상斷想 5 ─여전히 섬
97│해설_서안나
문명의 은폐된 폭력성과 세계의 구원 방식
저자
저자
京畿中高 서울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재학중 駱山문학회 회장 (현 법대문우회fides)
일본 교토대 대학원 수학
삽십수년 금융 투자업계 종사하였으며
재직중 일본 홍콩 미국에 주재하였고
외환코메르츠 투신운용(주)대표를 끝으로 퇴직
은퇴후 문학시대(2008)를 거쳐
미네르바 작가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시인협회 회원이다
첫 시집으로 '꿈을 자르다'(미네르바 시선21)가 있다
아호- 有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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