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수선하다(지혜사랑 시인선 168)
조성례 시집
조성례 시집『가을을 수선하다』. 조성례의 시는 이미 지나간 기억의 세계에 시작(詩作)의 근거를 두고 있다. ‘이미 지나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시인에게 기억은 ‘현재 진행되는’ 의미 또한 지니고 있다. 과거이면서 현재인 기억의 세계는 ‘노모(老母)’를 비롯한 다양한 시적 대상과 어울려 조성례의 시 세계를 수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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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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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마따나 돌담은 지금 "우리들의 과거를 모두 함구한 채, 함께 그렇게 등이 굽어간다". 돌담을 스쳐간 시간은 그곳에서 풋내 나는 추억을 쌓은 이들의 시간으로 그대로 되돌아온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이제는 등 굽은, 동네 처녀총각들의 무수한 도발을 오래 묵인해 온 태양" 밖에 없다. 태양이라고 해서 변하지 않을 리 있겠는가. 새파란 청춘이 등 굽은 노인으로 변한 사람들에 비한다면, 태양은 지금도 여전히 제 빛을 내며 묵묵히 동네 청춘들의 무수한 도발을 지켜보고 있다. "능청스레 허리를 펴며 저녁 먹으러 서산을 넘는, 저녁마을"의 풍경은 태양이 지고 뜨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속적으로 펼쳐진다. 그곳에는 태양이 있었고, 사람들이 있었다. 태양이 뜨고 지는 시간의 순환성을 따라 그들은 '뜨고 지는' 저마다의 삶을 살며 저마다의 추억을 쌓았다. 조성례의 시작(詩作)은 무엇보다 해가 지는 저녁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돌담을 고치는 사내의 이 마음에 근본적인 정서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셈이다.
'가을을 수선하다'라는 시의 제목은 이런 점에서, 가을에 이른 존재가 바라보는 생의 어떤 지점을 예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가을에 돌담을 고쳐야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현실적인 이유이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돌담에는 무수한 기억의 흔적들이 스며들어 있다.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에 이르렀으니, 가을을 수선하는 존재의 마음에는 이미 봄과 여름의 흔적들이 아름드리 쌓여 있을 것이다. 가을을 수선하는 것은 그러므로 지나온 봄과 여름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행위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한쪽으로 기운 돌담의 현재는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이 모이고 모여 이루어진 결과이다. ?폭우, 그 끝?을 따른다면, 이러한 돌담의 현재는 어머니의 "주름진 저 손"과 다르지 않은 시적 의미망을 형성한다. 어머니의 주름진 손에 드리워진 고통의 흔적들은 그러나 돌담처럼 '수선'할 여지가 전혀 없다. 가을을 수선하는 시인이 어머니의 이 손을 시의 중심에 배치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조성례의 시는 어미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긴 소리의 끈들"(같은 시)을 따라 가을을 수선하는 존재의 내면을 하나하나 드러내기 시작한다. 돌려 말하면 그녀가 살아낸 봄과 여름의 기억들은 어미의 주름진 손과 더불어 '주름진 채' 한쪽으로 기운 돌담의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다.
목차
목차
1부
가을을 수선하다 12
폭우, 그 끝 14
올빼미 16
일곱 마디 ―입관식 18
보리, 분얼의 가계家系 20
바람에게 세놓다 22
음지식물 24
기억을 복원하다 26
생을, 분실하다 28
바다 고물상 30
꽃문양 팬티 31
아가미 32
할복 33
거룩한 탄생 34
불면증 35
부딪친다는 것은 36
영광, 대한민국 37
깻잎을 재우며 38
송판 39
2부
기억의 힘 42
벽 속의 사막 44
새만금으로 가는 버스 46
수면 무호흡증 48
대추 50
우화羽化 51
저녁의 흘레 53
사흘 54
바람의 뿌리들 55
드라이플라워 56
서리 거듬 58
먹는다는 것은 59
아버지의 주전자 60
뼈의 집 62
새 63
치어들을 위하여 65
길 66
선풍기 68
꽃을 지우던 날 69
3부
세월을 담는다 72
바퀴의 기억 73
나는 햇살과 숨바꼭질을 하는 중이다 74
전생 76
그들은 어리다 77
전선수리공 ―아멘 78
벽화 79
초복 80
옹도 81
귀가 밝다 82
가벼워지는것들에 대하여 83
검은장미꽃 84
국화 85
모자母子 87
밥심 89
가시 90
들깨를 털며 91
벌초 92
4부
환절기 94
달항아리 95
모르스부호 96
천상 음악회 97
질량 계산법 99
어떤 죽음 100
맹삼숙 씨 101
유채꽃 102
모든 소리는 직선으로 온다 103
겨울 연밭 104
밤비 105
떡 두꺼비 106
바람의 통로 107
강구항 109
친환경 볍씨의 말씀 110
출입금지에 대한 상상 111
소낙비 112
용접 113
해설세상 밖의 때를 씻어내는
수류水流의 언어오홍진 116
저자
저자
시는 고통의 꽃이며, 이 꽃은 사상으로 그 열매를 맺게 된다. 너와 내가 우리로서 하나가 되는 꽃, 이 꽃의 열매가 조성례 시인의 <가을을 수선하다>의 시들이라고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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