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드러머(J. H Classic 35)(양장본 HardCover)
김완수 시집
김완수 시집 [꿈꾸는 드러머].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저자는 이번 시집을 통해 그간의 창작물을 선보인다. 개인의 삶 속에서 건져올린 시어에는 시인 한 사람에 그치지 않고, 타인과 사회를 아우르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때론 감성적으로, 때론 날카롭게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처지나가는 잔상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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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록 밴드가 급속한 안구 운동을 하면
나는 꿈꾸는 멤버들 가운데서
드러머부터 찾는다
기타가 소리 숲을 만들고
보컬의 노래가 메아리를 만들 때
멤버들은 무대 앞으로 나서지만
내 드러머는 제자리를 지킨다
드러머의 꿈은 내향적이어서
무대 뒤에서 밴드의 꿈을 두드린다
보이지 않는 꿈일수록 단단한 법
어둑한 숨소리로 멤버들을 떠밀면
숲 속엔 함성의 불이 켜진다
두드림은 흥을 살리는 최면
드러머의 꿈에서 구슬땀이 흘러내린다
드러머의 팔뚝에 포효 같은 힘이 솟는다
리듬이 죽은 소리를 베어 낼 때마다
숲이 고갯짓으로 넘실거린다
숨 쉬는 박자가 척척 맞는다
시근시근 꿈꾸는 사람들
드러머는 꿈 깨지 않는다
드러머는 드리머
-「꿈꾸는 드러머」전문
무대는 광장과 비슷하여 무대가 갖는 확장성은 의외로 크다.?관객들은 밴드의 전면에 선 보컬에 눈길을 준다.?정면은 언제나 주목의 대상이다.?하지만 정면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후면이나 측면의 소리를 응시한다는 건 시인이 가져야 할 덕목일 것이다.?"꿈꾸는 멤버들 가운데서/?드러머부터 찾는" 감수성은 세상의 측면을 바라보는 행위가 오래 누적되었음을 반증한다.?"무대 앞으로 나서"는 멤버들과 달리 "무대 뒤에서 밴드의 꿈을 두드"리는 드러머.?그의 위치가 겉으로는 조연일지라도 드러머가 두드리는 비트가 음악의 메인 리듬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드럼은 공기를 진동시켜 관객에게 울림을 전한다.?"보이지 않는 꿈일수록 단단한 법/?어둑한 숨소리로 멤버들을 떠밀면" 비어있는 부분이 꽉 차오른다.?파장은 연주자와 관객을 연결하며 그때 그들은 하나의 음악이 된다.?이것은 시에서도 마찬가지다.?시인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두드리는 드러머이고,?김완수 시인이 드러머의 '위치'보다는 "꿈"을 두드리는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이 시집에서 의미 깊게 살펴볼 부분이다.
시집 전반에 깔린 "꿈"은 사물을 응시한 시인의 이데아에 맞닿아 있다.?"비겁하게 한 시대를 건너뛰고 싶지 않"(「이집트」)다는 고백은 그래서 중요한 단서이다.?"건조물을 쌓아 올린 사람들의 한숨 섞인 꿈이/?영생의 주문(呪文)보다 화창하게 풀릴"(「이집트」)?세계란 "이집트"로 비유된 시적 가치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마크 노플러가 오른손잡이로 전향한 사실에 대해
시대의 편견에 돋은 한숨을 토하며
그의 투박한 핑거 피킹 연주법을
어설픈 말소리로라도 시늉할 줄 알면 좋겠다
-「마크 노플러를 아는 여자와의 사랑」부분
"미라가 중얼거리는 꿈"(「이집트」)이 시인을 관통하여 발현하는 과정은 다양하다.?왼손잡이임에도 오른손으로 기타를 연주한 "마크 노플러"처럼 편견을 깨고 시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사람들이 남긴 메시지는 설득력이 강하다.?마크 노플러가 제시한 현상이 음악이었다면 시란 비껴선 삶에서 반사된 소리를 낯선 언어로 옮겨 적는 과정이다.?그런 시도는 "달리가 두통으로 기억을 더듬던 것처럼/?몽롱한 꿈을 꾸는 길"(「달리의 콧수염」)을 걷는 과정임을 부인할 수 없다.?그러므로 김완수 시인의 시는,?"낮이 쏟아낸 말들도 바닥에 축 늘어지면/?잠귀 밝은 길은/?구부정한 잠버릇으로 낮의 생각을 풀어낸다"라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닥의 언어들은 '베이스 드럼'처럼 묵직한 신음을 지니고 있다.?"세상과 삐걱거리는 그림/?상투적인 배경은 사라지고/?내 몸 어딘가에서 태엽 자국이 만져"(「에곤 실레와의 포옹」)지는 것처럼 삶이라는 태엽이 감기고 풀리는 반복된 과정에서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편곡하는 드러머의 모습이야 말로 김완수의 시가 지향하는 가치가 아닐까.
기나긴 연장 승부 끝에
승리의 끝내기 안타라도 터지면
누구보다 먼저 필드로 달려가
스포츠 신문 일면을
대문짝만 한 등번호로 장식하는 너
내일이면 상대 벤치에 앉아 있을지 모를 삶이어도
오늘만은 화끈하게 소리 지를 배짱 두둑하니
너의 엉덩이는 강타자의 불방망이보다 뜨겁다
어쩌다 운 좋게 타석에 서도
서툰 스윙으로 맥없이 물러나
기회는 또 홈런의 꿈같이 아득해지지만
먹튀란 손가락질 받을 일 없으니
어깨 맘껏 펴도 좋겠다
타석이 벤치보다 어색한 똑딱이여도
공이 수박만 하게 보인다는 말이 통 믿기지 않아도
자유 계약 앞둔 동료처럼 달뜬 가슴 가져라
상대 투수 앞에서 기죽을 줄 모르는 너
너의 이름은
더그아웃에서 더 뜨거운 필드를 꿈꾸는 벤치 워머
-「벤치 워머」부분
「벤치 워머」를 "나 자신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니체의 말에 얹어 읽어보면,?그라운드에서 활약하고 싶어 하는 후보 선수의 심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여기서도 "꿈"은 여전히 이데아를 형성하고 있다.?"벤치 워머"를 통해 시인은 바닥의 소리를 두드리는 드러머가 된다.?간절함은 아래로 향할수록 처절하다.?맘껏 드러내지 못하는 소리는 그래서 더욱 무거워진다.?이름이나 등번호가 아니라 "벤치 워머"로 통틀어 불리는 이 시대의 삶에도 리듬을 얹으려는 시인의 감성은 따스하다.?드러내고 싶은 욕망은 편법이 아니라 "타석"에 서는 것으로 이뤄야 한다.?하지만 기회라는 것은 균등한 값이 아니다.?실력이 기준이 아니라 세력이 기준이 되는 세상의 불합리에 맞설 수 있는 것이라곤 "어쩌다 운 좋게 타석에" 서거나,?"더그아웃에서 더 뜨거운 필드를 꿈꾸는"게 전부일지라도 "꿈"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다.
목차
목차
1부 꿈을 꾸며
레몬 12
벤치 워머 14
등목 16
압록강을 건너는 순이 18
스티브 매퀸의 얼굴 20
전라도 22
별 24
달리의 콧수염 25
에곤 실레와의 포옹 27
이집트 29
화석 31
일용할 시詩 32
꿈꾸는 드러머 34
넓은잎딱총나무 36
마크 노플러를 아는 여자와의 사랑 38
2부 아직은 집
이상의 방 42
독방 일기日記 44
뮌하우젠 증후군 46
신경정신과 닥터 김의 하루 48
새벽 고양이 50
체중계 52
국민 체조 54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56
팝콘 브레인 58
철길 옆의 집 60
대머리 공주 ―반시反詩 62
청문회 64
말무덤言塚 66
오래된 여관 68
기러기 김씨 70
3부 길 위에 서다
군화를 신다 74
여름 75
토끼는 없다 76
소설가 무명씨의 하루 78
송어회 80
제비 떠난 뒤 82
울음의 기원起源 83
달빛을 훔친 그림쇼를 위한 마티에르 85
꼬막 87
풍어 89
이방인 91
스턴트우먼 93
자클린 뒤 프레 95
장의자 97
아코디언 99
4부 광장으로
반디의 시위 102
혀짤배기 사관史觀 104
초 106
부정 교합 108
우울한 선거일 110
아가미 112
여우와 포도 114
홍어 거시기 116
죽은 시계탑 118
스모크 온 더 워터 120
1939년의 여름 122
고래 124
놀이터 유감 126
메르스 128
수족 냉증 130
해설광장으로 불러 모은 측면의 언어들최은묵 134
저자
저자
김완수 시인의 첫 번째 시집 『꿈꾸는 드러머』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호명한 사물을 광장으로 모으고 있다."시인의 말이 뜨거워야 하는 것이라면"(「일용할 시」)김완수 시인은 광장의 언어들을 자신의 몸으로 투과시켜 뜨거움을 얻고자 한다.그것은 마치 박자를 잡아주는 드럼처럼 제 몸을 두드려 세상의 메트로놈의 역할을 담당하려는 몸짓과 흡사하다.
타악기가 내는 소리는 비명보다는 신음에 가깝다.김완수는 낮은 곳을 더듬으며 깔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런 소리는 프레임 바깥에 주로 있어 정면이 아닌 측면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자의와 상관없이 타악기가 되어버린 삶들이 광장에 모이면 스틱을 잡고 그들의 신음을 맘껏 연주하는 시인 김완수,그가 바로『꿈꾸는 드러머』다.
E-mail : 4to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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