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면, 비(지혜사랑 시인선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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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 시집 [뒤돌아보면, 비].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저자의 다양한 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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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정숙 시인의 {뒤돌아보면, 비}에는 슬픔과 그리움의 정서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슬픔은 있어야 할 것이 없는 부재와 결핍에서 기인하는 정서이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상실하고 살아간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모든 것이 충만한 과거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언젠가 있었던 것처럼 상상하게 만든다. 이정숙 시인은 이 과거와 단절을 통해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의 실체를 찾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지금 여기의 삶이 가지고 있는 삭막함과 고통과 비어있음을 생생한 묘사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 보여주기는 그 너머를 생각하게 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현실의 풍경을 보여 주지만 그것은 현실 너머의 그리움의 실체를 생각하게 만든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언어들로 이루어진 쉬운 시들이지만 결코 상투적인 감상에만 머물지 않고 독자들로 하여금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황정산 시인, 문학평론가
이정숙 시인의 시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몸을 비운 사물의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사물은 무언가를 채우기도 하고 비우기도 한다. 감각은 인접한 다른 사물에 부딪쳐 파장을 일으킨다.
사물과 사물의 공간에서 빈 세계를 찾고자 하는 이정숙 시인의 어법은 담백하다. 이런 담백함이 지닌 떨림은 잔잔하다. "어둑한 카운터 밑, 뒤집힌/ 검정 슬리퍼 한 짝"(「흔적」)을 삶에 적용시키는 시인의 몸짓을 따라가다 보면 불쑥 어떤 그리움과 조우하게 된다.
그러니 정적인 몸짓이 던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시인이 품은 사유가 따뜻한 까닭이 삶의 지근거리에서 찾아낸 맑음 때문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채워진 세계에서 비어있는 세계를 풀어내는 방법이 시인의 말처럼 "발의 무게"(「배려의 손과 발」)를 빼는 일이라고 한다면, 그때 세계는 경계가 사라지고 완전한 空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이정숙의 호흡을 통해 읽기로 한다.
----최은묵, 시인
저녁비가 소슬하게 내린다
모두가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
불빛이 명멸하듯 시들어지면
빗줄기는 굳은 길목으로 파고든다
깊은 어둠속으로 흘러가는 길
어느 창백한 가로등 아래 서면
우수憂愁로 부르튼 날들
가슴깊이 젖어드는데
무심히 발길 닿는 곳마다
물웅덩이
마음속에 쌓인 눈물일까
끝내 비워내지 못한 채 서성이며
안개가 밀어낸 바람결에
소리 없이 찾아 드는 슬픔
거기, 꺼지지 않는 한 시절
그 빗속을 거닐고 있다
- 「뒤돌아보면, 비」 전문
비를 눈물로 비유하는 다소 상투성을 보여주긴 하지만 골목과 비를 함께 등치 시키는 것으로 독특한 효과를 내고 있다. 자신이 살아온 모든 길이 이 슬픔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이 슬픔의 정체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꺼지지 않는 한 시절"이라는 말에서 불빛처럼 항상 자신의 길을 밝혀주고 있는 어떤 그리움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이 모든 슬픔의 근원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 중요한 것은 "뒤돌아보면"이라는 제목의 표현이다. 자신의 삶이 이 그리움으로부터 항상 멀어져 가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왔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리운 대상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그것의 부재는 더욱 강화되고 그만큼 슬픔은 커져가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비라는 소재가 진지한 비유로 탈바꿈한 이유는 바로 삶을 대하는 이런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다음 시에서의 그리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찬바람 속
가을비가 휘날린다
머리칼 오므리며 낯선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긴 숨 허공에 매달며
떠나가는 기차에
아련히 젖어드는 외로움
빗물지는 차창에 어리는 얼굴
아직도 기억의 갈피마다
그리움은 차올라
끝내 지울 수 없는
사랑의 꽃 진 자리
귀로의 내 발길 닿는 곳에
이제 어둠은 흩어지고
가로등 홀로 불 밝힌
길 위를 걷고 있다
- 「돌아오는 길」 전문
시인은 어디로부터 돌아오고 있을까? 바로 그리움의 대상이 존재했을 것 같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돌아오고 있다. "아직도 기억의 갈피마다 / 그리움은 차올라"라는 구절이 그것을 말해준다. 돌아온다는 것은 그러한 기억 속의 그리움의 존재로부터 멀어져 현실로 되돌아 오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이렇게 항상 그리운 것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그리고 가끔은 일상의 삶 속에서 그러한 그리운 존재마저 망각하고 살고 있다. 시인은 끊임없이 이 존재를 불러내서 우리의 삶이 상투적인 일상의 세계에 매몰되지 않도록 우리를 각성시키는 사람이다. 이 시에서의 "낯선 기차"는 바로 익숙한 일상의 세계에서 우리를 시적 순간으로 이르게 하는 매개일 것이다.
하지만 이 보여주기는 그 너머를 생각하게 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현실의 풍경을 보여 주지만 그것은 현실 너머의 그리움의 실체를 생각하게 만든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언어들로 이루어진 쉬운 시들이지만 결코 상투적인 감상에만 머물지 않고 독자들로 하여금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황정산 시인, 문학평론가
이정숙 시인의 시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몸을 비운 사물의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사물은 무언가를 채우기도 하고 비우기도 한다. 감각은 인접한 다른 사물에 부딪쳐 파장을 일으킨다.
사물과 사물의 공간에서 빈 세계를 찾고자 하는 이정숙 시인의 어법은 담백하다. 이런 담백함이 지닌 떨림은 잔잔하다. "어둑한 카운터 밑, 뒤집힌/ 검정 슬리퍼 한 짝"(「흔적」)을 삶에 적용시키는 시인의 몸짓을 따라가다 보면 불쑥 어떤 그리움과 조우하게 된다.
그러니 정적인 몸짓이 던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시인이 품은 사유가 따뜻한 까닭이 삶의 지근거리에서 찾아낸 맑음 때문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채워진 세계에서 비어있는 세계를 풀어내는 방법이 시인의 말처럼 "발의 무게"(「배려의 손과 발」)를 빼는 일이라고 한다면, 그때 세계는 경계가 사라지고 완전한 空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이정숙의 호흡을 통해 읽기로 한다.
----최은묵, 시인
저녁비가 소슬하게 내린다
모두가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
불빛이 명멸하듯 시들어지면
빗줄기는 굳은 길목으로 파고든다
깊은 어둠속으로 흘러가는 길
어느 창백한 가로등 아래 서면
우수憂愁로 부르튼 날들
가슴깊이 젖어드는데
무심히 발길 닿는 곳마다
물웅덩이
마음속에 쌓인 눈물일까
끝내 비워내지 못한 채 서성이며
안개가 밀어낸 바람결에
소리 없이 찾아 드는 슬픔
거기, 꺼지지 않는 한 시절
그 빗속을 거닐고 있다
- 「뒤돌아보면, 비」 전문
비를 눈물로 비유하는 다소 상투성을 보여주긴 하지만 골목과 비를 함께 등치 시키는 것으로 독특한 효과를 내고 있다. 자신이 살아온 모든 길이 이 슬픔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이 슬픔의 정체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꺼지지 않는 한 시절"이라는 말에서 불빛처럼 항상 자신의 길을 밝혀주고 있는 어떤 그리움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이 모든 슬픔의 근원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 중요한 것은 "뒤돌아보면"이라는 제목의 표현이다. 자신의 삶이 이 그리움으로부터 항상 멀어져 가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왔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리운 대상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그것의 부재는 더욱 강화되고 그만큼 슬픔은 커져가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비라는 소재가 진지한 비유로 탈바꿈한 이유는 바로 삶을 대하는 이런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다음 시에서의 그리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찬바람 속
가을비가 휘날린다
머리칼 오므리며 낯선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긴 숨 허공에 매달며
떠나가는 기차에
아련히 젖어드는 외로움
빗물지는 차창에 어리는 얼굴
아직도 기억의 갈피마다
그리움은 차올라
끝내 지울 수 없는
사랑의 꽃 진 자리
귀로의 내 발길 닿는 곳에
이제 어둠은 흩어지고
가로등 홀로 불 밝힌
길 위를 걷고 있다
- 「돌아오는 길」 전문
시인은 어디로부터 돌아오고 있을까? 바로 그리움의 대상이 존재했을 것 같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돌아오고 있다. "아직도 기억의 갈피마다 / 그리움은 차올라"라는 구절이 그것을 말해준다. 돌아온다는 것은 그러한 기억 속의 그리움의 존재로부터 멀어져 현실로 되돌아 오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이렇게 항상 그리운 것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그리고 가끔은 일상의 삶 속에서 그러한 그리운 존재마저 망각하고 살고 있다. 시인은 끊임없이 이 존재를 불러내서 우리의 삶이 상투적인 일상의 세계에 매몰되지 않도록 우리를 각성시키는 사람이다. 이 시에서의 "낯선 기차"는 바로 익숙한 일상의 세계에서 우리를 시적 순간으로 이르게 하는 매개일 것이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1부
날아라 나비
라일락 꽃 익어갈 때
물의 숲
뒤돌아보면, 비
엄마의 달
.
.
.
2부
바람의 덫
안녕
낙엽의 귀
빗방울 사람
메타세퀘이아 숲길에서
사랑은
.
.
.
3부
양말 한 짝
고독한 빙수
흰 눈 소나타
봄의 미소
이런 된장
.
.
.
4부
손 편지
저녁 7시, 플라타너스
손끝의 가을
흔적
비의 연가
.
.
.
해설ㆍ너머의 풍경을 보여주다ㆍ황정산
1부
날아라 나비
라일락 꽃 익어갈 때
물의 숲
뒤돌아보면, 비
엄마의 달
.
.
.
2부
바람의 덫
안녕
낙엽의 귀
빗방울 사람
메타세퀘이아 숲길에서
사랑은
.
.
.
3부
양말 한 짝
고독한 빙수
흰 눈 소나타
봄의 미소
이런 된장
.
.
.
4부
손 편지
저녁 7시, 플라타너스
손끝의 가을
흔적
비의 연가
.
.
.
해설ㆍ너머의 풍경을 보여주다ㆍ황정산
저자
저자
이정숙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났고, 2015년 {호서문학} 우수작품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한국낭송문학대상, 목원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시인, 시낭송가, 한국낭송문학협회 부회장, (사) 아노복지재단 '전국글짓기 공모전' 대회 심사위원, 자서전 전문 제작 '추억의 뜰'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관세 신문}에 '이정숙의 시와 사람'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이정숙 시인의 시집 {뒤돌아보면, 비}의 시적 주제는 그리움이며, 그리움은 어떤 대상의 부재와 욕망의 결핍에서 기인한다. 비는 눈물이 되고, 눈물은 슬픔이 되어, 이루지 못한 사랑과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더욱더 간절하게 찾아 헤매게 한다.
이정숙 시인의 시집 {뒤돌아보면, 비}의 시적 주제는 그리움이며, 그리움은 어떤 대상의 부재와 욕망의 결핍에서 기인한다. 비는 눈물이 되고, 눈물은 슬픔이 되어, 이루지 못한 사랑과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더욱더 간절하게 찾아 헤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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