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하다, 그대 눈썹(지혜사랑 시인선 212)
전민호 시집
전민호 시집 『아무 일 없는 것처럼』은 크게 4부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으며 전민호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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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간절하게 머물던 날들
달빛에 어린 잎새
떨고 섰는 그림자
보고 싶다, 그대 이마
마주보는 목숨이던 날들
겨울은 서서 언덕을 넘는데
온기 없는 방으로 돌아올 때마다
주저앉는 슬픔
걱정이다, 젖은 치마
기적 없는 밤기차로 보내던 날들
그대 떠난 철길 위에
폭설은 내려도
묻어지지 않는 그리움
----{아득하다, 그대 눈썹} 전문
전민호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인 『아득하다, 그대 눈썹』은 한국의 전통서정에 기초해 있으며, 유교적인 선비정신과 전통서정의 시인정신을 절묘하게 변주해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득음의 경지이고 해탈이고, 절창이라고 할 수가 있다.
흔들리는
불을 켜고
네게로 간다
문 앞에서
너를 불러
담장보다 낮게
웃어 주고는
두근두근
불을 끄고
집으로 온다
- 「어린 사랑」 전문
먼저 시인은 겸허한 자세로 대상에 접근하고 있다. 대상을 인식하고 그를 찾아가는 첫걸음이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그에게로 가는 〈불〉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서 〈흔들리는〉 것은 의지나 확신이 부족한 데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 확신이 충일하기 때문에 오는 흔들림이다. 그것은 〈두근두근/ 불을 끄고/ 집으로 돌아온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상대에게 특정 행위를 하지 않고 다만 웃어주는 행위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결여가 극복된다는 확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
전민호 시인의 시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언어를 극도로 절제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 시도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그는 상당히 예민한 감성을 빈번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감정에 탐닉하지 않고 감정의 노출을 지극히 절제하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그 여백에서 무한히 많은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시 또한 〈웃어 주고는〉이라는 말에서 일일이 열거하지 않은 무수히 많은 언행과 인식을 읽을 수 있다.
못만 못하랴
못 하나가 천 근을 버틴다는데
가슴에 박힌 대못쯤이야
녹슬 때까지
견디는 거다
이기는 거다
- 「못」 전문
부조리한 상황에서 그가 그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선택하는 것이 묵묵히 인고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작은 〈못 하나가 천 근을 버틴다는데〉라는 진술은 그의 의식이 매우 견고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나는 말이다. 못은 흩어져 있던 것들을 하나로 모아 건축자가 의도하는 건물을 형성하게 하고, 모진 비바람과 세월 속에서도 그 원형을 오래오래 지탱해 준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도 몇 개의 못이 필요하다. 가치관이 급변하여 어제의 윤리와 도덕이 고리타분한 구사상으로 매도, 질타당하는 세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그러진 것들을 회복하여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못이 필요한 시대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못 하나가 천 근을 버틴다는〉 진술에는 아무리 가치가 전도된 세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영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 있다.
그러나 〈못〉은 언제나 박혀야 할 곳에 박혀서 긍정적 힘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때로 못이 가슴에 박히기도 한다. 그 못은 그리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때로 그 못은 영원히 제거되지 않을 것처럼 깊이 박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시인은 못을 빼내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 못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조급해 하지 않고 묵묵히 견딘다면 언젠가는 녹이 슬어 빠지고 말리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속/ 썩으면/ 진다고// 경계에 있어야/ 자유롭다고// 근심걱정/ 내려놓으니// 아침/ 새소리가// 들린다"(「해탈」)는 시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신념을 견지하고 살아가는 그는 마침내 인고의 시간을 극복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 안분지족의 경지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열락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리라.
그렇다. 그는 분명 거기에 도달할 것이다. 지금 그는 멀리 그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
널,
사랑하니
내 안에 꽃이 펴
동백보다
붉은
꽃
- 「동백」 전문
목차
목차
1부 말씀
가을별사別辭 12
말씀 13
약손 14
함박눈 15
쑥 16
영혼이 영혼에게 17
독작獨酌 18
어느 부부의 저녁 19
겨울냉면 20
토광 21
봄날의 서사 22
알겠습디다 23
자귀꽃 24
가을에 부친 편지 26
다시 구월 27
사월창가 28
혼자 가는 봄 29
눈 내린 아침 30
어린 사랑 31
태풍이 지나간 숲 32
난초 33
이 또한 지나가기에 34
저녁 무렵 35
귀가 37
너라서 38
2부 새벽 이슬로 흐르는 江
가을 소나기 40
풍경 41
여름새 42
첫 눈 43
동백 44
사람꽃 45
차茶를 마시며 46
그 자리 47
새벽 이슬로 흐르는 江 48
제비꽃 49
북서풍 50
이슬처럼 51
그냥 52
고비사막 53
먼 그대 54
아득하다, 그대 눈썹 55
바람 길 56
봄과 겨울 사이 57
너 58
외연도 59
기도 60
겨울화가 61
봄비 62
동행 63
3부 눈은 부서져 내리고
득음 66
너도바람꽃 67
적송 68
해탈 69
강아지풀 70
은진미륵 71
산목련 72
여승 73
발등에 지는 꽃 74
감꽃은 하늘에서 지고 75
소풍 76
야행 77
눈은 부서져 내리고 78
매양 저렇거늘 79
풍년초꽃 80
젖은 산길 81
하늘 길 82
겨울나무 그늘 83
백로 84
먼 산 보더니 85
저녁 새 86
말할 수 없다 87
젖은 치마 88
암자 89
바람 90
4부 벼루도 묻어야지
벼루도 묻어야지 92
못 93
시詩방 94
깨순네집 95
겨울 십자가 97
잔디위에 98
둘이서 99
외딴집 100
문병 102
공덕역에서 103
그리고 놀뫼 104
저 외길 106
목숨 107
세월 108
설악에 와서 110
인디안 부메랑 111
청산도 113
새해를 맞으며 115
동창회에서 -기민중학교 117
크로키 119
그림자 속 그림자 120
끌리는 사람 121
거울 122
풀 123
나무의사 124
해설저 먼, 아름다운 세상을 본다 권선옥 126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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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호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인 『아득하다, 그대 눈썹』은 한국의 전통서정에 기초해 있으며, 유교적인 선비정신과 전통서정의 시인정신을 절묘하게 변주해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득음의 경지이고 해탈이고, 절창이라고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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