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진화 중(지혜사랑 시선 232)
김은 시집
지혜사랑 시인선 232권. 김은 시인의 첫 번째 시집.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시이며,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진 '꽃시계'를 꿈꾸는 시라고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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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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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시계는 물 마시느라 모래시계는 모래 삼키느라 기계식 시계는 톱니 씹느라 전자시계는 건전지를 핥느라 시시각각 분절하여 밀고 끌면서 바쁘다
초침 분침 시침들
눈ㆍ코ㆍ귀도 없는 몸통뿐이지만 시계바늘의 노역으로 역사를 이끌어 왔다 문명의 시발점이었던 저 둥근 수레바퀴를 잃는다면 카오스 속 시간의 밥상은 난장판이 될 것이다
인디언들은 시계가 없었다 나무 풀 바람이 맨살에 닿는 느낌과 마음의 움직임으로 계절을 읽고 달력을 만들어 시간을 삼았다
1월,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
4월,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12월, 무소유의 달
외부를 바라보면서 내면을 응시하는 인디언들의 서늘한 눈을 본다 내 시간표도 시계의 틀을 벗어나고 싶다 인디언 달력을 갖고 싶다
7월, 사슴이 뿔을 갖는 달
옥수수 튀기는 달
나의 꽃시계는 진화중이다
김은 시인의 [시계는 진화 중]은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시이며,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진 '꽃시계'를 꿈꾸는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시계는 악마이고, 악마는 잡식성이다. 시계는 자기 자신의 욕망에 따라, 초침, 분침, 시침 등으로 시간을 분절하고, 그 시계바늘의 노역으로 역사를 이끌어 왔지만,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해내기 위한 탐욕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반하여, 김은 시인의 시계는 시계가 없는 시계이며,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진 인디언들의 달력 속의 시계에 지나지 않는다. 인디언 달력 속의 시계에는 사계절이 들어 있고, 풀과 바람과 수많은 생명들의 노래가 들어 있다. 1월은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이고, 4월은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이고, 12월은 무소유의 달이다. 7월은 사슴이 뿔을 갖는 달이며, 옥수수를 튀기는 달이며, 사시사철 꽃시계는 진화 중이다.
인디언의 달력은 자연의 달력이며, 모든 생명들이 살아 있는 달력이다. 돈보다는 무소유를 좋아하고, 소송전보다는 상호공생을 좋아하고, 수많은 음모와 배신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사랑놀음을 더 좋아한다.
꽃시계는 자유롭고, 꽃시계는 아름답다. 김은 시인의 '꽃시계'는 그의 상상의 날개를 달고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김은 시인의 [시계는 진화 중]이라는 시는 얼마나 아름답고 신선하며, 새로운 시구와 원시의 인간들의 세계이란 말인가!!
시집에는 날개가 있다
차명재산처럼 품은 비상飛上의 징표이듯
표지 뒤에 접혀 허공을 꿈꾸고 있다
겉보기 작고 초라한 시의 집이지만
문고리 슬며시 밀고 들어가면
세간 곳곳 비유와 상징으로 못 박힌
시의 궤가 묻혀있다
누구 손도 타지 않은 최초의 상자
뚝뚝 끊긴 행간 사이로
한겨울 봄꽃이 다발로 쏟아지고
천리 밖 번개가 치기도 한다
시의 집, 날개를 달기까지
시말로 쓰일 옥석을 고르고 닦으며
수없이 깨지고 뭉개졌을 시인의 심장
그 절망이 불화살로 날아온다
닿을 수 없는 과녁인 줄 알면서도
전심으로 쏘아올린 무위無爲의 춤과 함께한
시의 집에서 하룻밤,
내가 겨우 수습한 정신의 뼈 속에
치사량에 가까운 고독과 슬픔 맛보고야
새벽 햇살의 탁발을 받는다
영혼의 태엽 감았다가 풀면서
붕새의 날개 구만 리 하늘을 다녀왔다
----「시의 집에서 하룻밤」 전문
이 시에서 "시집에는 날개가 있다"는 첫 시구는 의미심장하다. "날개"는 "비상"의 도구일 터, 시인은 "시집"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시집에는 오랜 시간 동안 영혼을 단련하여 쓴 시편들이 모여 있다. 시들이 거주하는 시의 집에는 "세간 곳곳 비유와 상징"으로 치장되어 있다. "비유와 상징"은 시의 가장 기본이 되는 표현 수단이니, 그 집의 기둥이든 서까래든 벽이든 모두 "비유와 상징"으로 구성되어 있을 터이다. 그리고 그 집에는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 찬 "시의 궤"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최초의 상자"이다. 이는 진정한 시인은 다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비유와 상징"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개진하는 속성을 지녔다는 점을 암시해 준다. 시인은 "최초의" 언어, 즉 독창적이고 새로운 언어를 찾아서 영혼을 구원받으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미 낡아버린 관습적인 언어는 시인의 언어일 수 없기에 시인은 "최초의" 언어를 찾아서 시를 쓰고 시집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최초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시의 집, 날개를 달기까지"는 "절망이 불화살로 날아오"거나 "치사량에 가까운 고독과 슬픔을 맛보"아야 한다. 시집에 담긴 한 편 한 편의 시를 얻기까지 시인은 얼마나 많은 고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지 설명이 필요 없다. 그것은 현실의 비루한 세계에서 시를 통해 맑은 영혼을 추구하는 사람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의 집에서 하룻밤"은 "영혼의 태엽을 감았다가 풀면서/ 붕새의 날개 구만 리 하늘을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이 공력을 들인 시집은 "영혼"을 쉼 없이 단련하면서 거대한 "붕새의 날개"를 달고 "구만리 하늘을 다녀오"게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보들레르가 노래했던 「알바트로스」와 같이 "거대한 날개"로 인해 지상에서는 "불구자"로 조롱을 당할지라도 창공에서는 "왕자"라는 시구를 연상케 한다. 시인은 지상에서의 온갖 "절망"과 "고독과 슬픔"을 벗어나기 위해 "붕새의 날개"로 시의 창공을 날아다니는 왕자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김은 시인에게 시는 현실의 고독을 역설적 매개로 삼아 고절한 영혼의 세계에 도달하게 하는 최고(最古/最高)의 언어 형식이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의 배후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시적 디딤돌은 현실의 비움 혹은 허무의 역설적 가치이다.
목차
목차
1부
다리 12
붉은 성체 13
시계는 진화 중 14
마삭줄의 저녁 16
뼈의 완성 18
모눈종이 위의 사내 20
쥐똥나무 일기 22
낙엽의 서사 24
연근 26
폐선 탈출기 27
폭설상자 28
주름꽃 얼굴이 좋다 29
가을 모노프린트 30
똥들의 세계 31
드로잉으로 그려진 비애의 새 32
2부
빛을 뿔로 빚어내다 34
함박꽃 웃음 36
못이 된 연못 37
트롤리 38
고추장論 40
몰래주는 사랑 42
가자미거나 말뚝에 묶인 염소거나 44
사라진 옛길 앞에서 45
시의 집에서 하룻밤 46
환생 48
물방울 집 50
마른 꽃 52
낙엽 태우던 날의 기록 54
미니멀라이프 혁명 55
호박궁의 패망사 56
3부
개 나이 환산법 60
수도자물고기monkfish 61
칼 군무 속의 시 62
진눈깨비의 시 64
고향집 의자에 울다 66
연리지 자전거 67
- 인터넷에 이상한 사진이 떠다니고 있다. 한 자전거가 살아있는 나무에 50년 이상 박혀 지상에서 1.5m까지 공중에 떠 있는 것이다. 안장은 나무속에 박혔는지 보이지 않고 앞바퀴와 핸들, 뒷바퀴 반쯤이 나무 밖으로 나와 있다
뚝배기의 힘 68
불면 70
대추나무포차가 있는 길 71
시詩 든 이 72
공동묘지가 있는 해변에서 73
물 가시에 찔리고 74
자판기 속 벙어리들 75
뒷모습 다시 읽기 76
두 가지 색의 볼펜처럼 78
4부
얼음수도원 80
분재예술학교 유감 81
천변川邊 미사 82
뒤뚱뒤뚱, 아버지 오시네 84
가위, 부부 86
천국행 벚꽃잎들 88
어미소와 송아지 89
느티나무 부처 90
징소리 -문순태 작가의 읽어주는 「징소리」를 듣고 91
터전 일구기 92
극락조꽃을 장례하다 94
살구와 매실 사이에서 95
까치화가를 만나다 96
해설인디언 달력의 세계를 찾아서이형권 100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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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인 {시계는 진화 중}은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시이며,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진 '꽃시계'를 꿈꾸는 시라고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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