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은 일요일처럼(지혜사랑 234)
박영 시집
박영 시인은 부산에서 태어났고, 2006년 {애지}로 등단했다. {독백은 일요일처럼}은 박영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며, 현실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소외 의식,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기득권에 대한 저항의식과 길들여진 구조에 대한 거부, 약자에 대한 연민과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 등, 매우 다양한 면에서 아주 매력적이고 뛰어난 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요컨대 유유자적한 분위기 속에서 위트와 유머, 풍자와 해학 등은 언어의 사제로서 그의 시적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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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독백은 일요일처럼」 전문
일요일이다. 기나긴 여정을 마친 여행자가 닻을 내려놓고 망중한을 지내는 모습이다. 물론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이나 짧게나마 새로운 계획을 세워 보기도 한다. 거창한 무엇이 아니래도 상관없다. 일요일에 갑작스러운 일로 바쁠 수도 있겠지만 일요일이란 말 그 자체에서 주는 편안함과 평화로운 분위기가 있다. 몇 권의 책을 펴서 뒤적거리다가, 티브이를 보다가, 베란다의 화초를 감상하다가 물도 주었다가 소파 위에 다시 드러누워 멍 때리기도 한다. 인용시에서 시인이 묘사한 일요일의 풍경은 평화롭고 편안해 보이지만 약간은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그렇지만 혼자가 천하무적이다. 약간 외로울 뿐 무엇 하나 꺼리길 것이 없다. 이 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매력적이고 뛰어난 작품이다. 유유자적한 분위기 속에서 위트와 유머, 풍자적인 표현도 섞여있는 반면 날카로운 느낌의 말도 눈에 띈다. "인간들이란/ 두부같이 머릿속이 차가워지면/ 생각들을 손으로 다 으깨버려도 좋아"와 같은 매우 뛰어난 문장에서 시인의 시적 역량을 엿볼 수도 있다. 일요일의 자세는 편안하다. 주로 누워있거나 앉아 있거나 엎드린 자세를 취한다. 내 집의 물건과 사물들과 음식들과 함께 하며 소통한다. 사물이란 용도와 필요에 의한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나의 삶에 개입한다. 즉 사물은 물질적인 대상이 아니라 심미적이고 사유적인 대상이다. 시 속의 화자는 느린 것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냉장고와 냉장고 속의 먹거리들과 알콩달콩한 관계를 형성한다.
누워 뒤척이다가 팟캐스트 이동형 김용민 듣다가 까무룩 블랙홀로 빠져 더디게 흐른 몇 분 한참 먼 길 다녀온 듯하다가 눈 뜨고 움직이지 않는 뇌 살짝 찔러보다가 무딘 게 아무 반응하지 않아 뇌가 무딘가 찌른 것이 무딘가 리모컨 발로 당겨 TV 켜니 뇌는 가만히 있는데 뇌막이 부풀어 오른 것 같다가 쉬는 날 쉬는 데 불안한 건 왜 생각하다가 입 꾹 다물고 있는 노트북 째려보다가 TV 예능에 빠져 실실 웃다가 냉장고 수박 꺼내 씨까지 먹어치우고 요즘 대세 바나나 파이 하나 입에 넣고 우유 마시며 라면 끓이다가 하는 짓은 나이 먹어도 그대로라는 생각에 3초 멍해지다가 정익진 샘 시는 계속 쓰냐 전화로 물으시는데 쉬고 있어요,라고 했다가 시를 쉬는 건 안 쓰는 건가 못 쓰는 건가 노트북 열다가 어둠이 짙다 불 들어온다
-「잘 쉬고 있는 나를 툭 건드려보다가」 전문
엎치락뒤치락하며 휴식은 계속된다. 쉬고 있으면서도 불안하다. 아직 아무것도 결론 내지 못해서 불안한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하지 못해서 불안하다. 쉬고 있어도 마음 한구석에 돌덩이가 자리 잡고 있다. 일을 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처럼 쉬고 있어도 쉬는 게 아니다. 행동의 반경이 내 방안에 한정되다 보니 한계에 다다른 것이기도 하겠지만 시인의 입장에서는 시작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 불편하기만 하다. 그래서 자문한다. "시를 쉬는 건 안 쓰는 건가 못 쓰는 건가 노트북 열다가 어둠이 짙다 불 들어온다."라고 토로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여러 가지 정신적인 피곤함을 느낀다. 그중 하나가 번아웃 증상(소진 증후군)이다. 첫째,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자신이 근사하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둘째 기억력이 옛날 같지 않고 자주 깜빡깜빡한다. 셋째. 전에는 그냥 넘기던 일도 요즘은 더 짜증이 나고 화를 참는 게 잘 안 된다. 넷째. 어디론가 훌쩍 멀리 떠나고 싶다. 다섯째. 이전에는 즐거웠던 일들이 요즘은 재미가 없다. 꼭 소진 증후군이 아니더라도 이 같은 증상은 누구를 막론하고 몇 번쯤을 겪어보았을 것이다. 시인들의 경우에는 불안감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시를 잘 쓰는 것이다. 시를 쓰려는 마음은 가득해도 왜 작업에 진전이 없는 것일까. 그래서 시를 쓰지 않고 있으면 초등학생이 숙제를 하지 않은 것처럼 마음이 불안한 것이다. 시인들은 이 한 가지만 해결되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꿋꿋하게 잘 살아갈 것이다.
목이 잘린 닭/ 달아난 닭대가리를 향해 중얼거린다고 생각해 봐/ 날개를 펴지 않을 거라 웅크리고 있다/ 껍질을 벗겨내기 전 내 뒤통수를 칠지도 몰라/ 사과 바나나 밥통/ 꼭지와 뚜껑의 차이// 냉장고 안에 있는 두부/ 유통기한이 이렇게 길어도 되나/ 얼마나 살고 싶은지 물어보지도 않고/ 인간들이란/ 두부같이 머릿속이 차가워지면/ 생각들을 손으로 다 으깨버려도 좋아// 주전자/ 수증기는 잘 도착했을까/ 가스 불빛 너도 반가워/ 사라진다는 도로 일요일
--「독백은 일요일처럼」부분
박영 시에 돋아났던 주요 주제는 복고(리트로)에 대한 선호와 그리움, 차가운 현실(물질문명)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소외의식,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으로 쟁취한 기득권에 대한 저항의식, 길들여진 구조에 대한 거부, 약자에 대한 연민, 약자뿐 만아니라 모든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의 편린들이다. 이 요인들은 시집『독백은 일요일처럼』전편을 통하여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고 또한 그 연민의 가지가 부챗살처럼 퍼져나가 박영 시인의 시세계에 중요한 모티프로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아무쪼록 박영의 첫 시집 『독백은 일요일처럼』이 여기저기에서 꽃 피우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정익진 시인
목차
목차
1부
고등어구이는 무제한
밥이 먹고 싶은데 빵을 먹었다
눈이 오는 날은 배가 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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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능주역에서 만나다
홍룡사 가거든
며느리 선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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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대리인생 콜센터
어디쯤에서 사라진 걸까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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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칠월 순천만 습지
무의 사생활
불을 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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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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