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는 중입니다(J.H CLASSIC 74)(양장본 Hardcover)
이원형 시집
J.H Classic 74권. 이원형 시인의 시집. “시간을 관장하는 신이 기르는 새”란 물론 시간을 의미하는 ‘사이’, 혹은 ‘순간’이나 “찰나”를 의미한다. 하지만 “신이 외출한 사이 새장을 열어 새들을 날려보내고/ 시침 뚝 뗐다”라는 표현을 보면 그것은 분명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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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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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관장하는 신이 기르는 새가 있었다
신의 정원에서 새를 돌보던 동자는
무슨 까닭으로
신이 외출한 사이 새장을 열어 새들을 날려보내고
시침 뚝 뗐다
울화가 치민 신은 동자를 시간속에 가둬버렸다
분침이 한 발 뗄 때 마다
너는 육십 번씩 뛰어라
시간이 간다는 사실을 몰랐다
어느새와 눈깜짝할새가 날아온 후
사람들은 시간의 노예로 살았다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어느새와 눈 깜짝할 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쫓아버릴 수도 없는 새
나는 법을 잊어버린 새
-「어느새 눈깜짝할새」, 전문
"시간을 관장하는 신이 기르는 새"란 물론 시간을 의미하는 '사이', 혹은 '순간'이나 "찰나"를 의미한다. 하지만 "신이 외출한 사이 새장을 열어 새들을 날려보내고/ 시침 뚝 뗐다"라는 표현을 보면 그것은 분명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가 분명하다. 그런데 시인이 만들어낸 "어느새"와 "눈깜짝할새"라는 새는 사람들을 "시간의 노예"로 만든다는 점에서 다시금 시간적 강박관념을 의미하는 찰나와 순간의 의미를 지닌 '짧은 시간의 지속'을 환기한다. 그런데 다시금 시의 마지막에서 "쫓아버릴 수도 없는 새/ 나는 법을 잊어버린 새"라는 구절을 보면, 그것은 하늘을 나는 자유와 비상의 상징으로서의 새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라는 의미와 짧은 시간의 지속을 의미하는 순간과 찰나라는 새의 의미가 중의적인 의미로 포개져 있는 "새"라는 어휘는 묘하게 서로를 비추는 의미자장을 형성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란 자유롭지만,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이며, 그것의 비행 궤적이나 흔적이 좀처럼 명증하게 잡히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시간이라는 것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며, 그것의 궤적과 흔적을 감각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나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사후적으로 그것이 잠깐 명멸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들은 '어느새'이고 '눈깜짝할새'이기도 한 셈이다. 시인의 절묘한 언어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원형 시인은 이 외에도 「오십견 길들이기」에서는 "오십줄에/ 견갑골의 통증을 감수하며 개를 키운다"라고 하면서 '오십견'이라는 회전근개파열증을 어깨 속에 들어온 '개'라고 해석하며 너스레를 떨고 있다. 「벗고 먹는 집」이라는 시편에서는 "벚꽃가든"이라는 식당이 하나 있었는데 간판의 글자가 떨어져서 밤에 불빛이 들어오면 "벚꼬가든"이 된다는 것, 그래서 그 식당은 "웃도리도 벗어놓고 배 두드리며 먹을" 수 있는 "벗고 먹는 집"이 된다는 해학을 늘어놓고 있기도 하다.
또한 「그만」이라는 작품에서는 "고분에서 출토된 고분고분한 여자"라고 하면서 언어유희를 시도하고 있고, 「고분고분」에서는 "반지하 방은 미처 발굴되지 못한 고분 같았다"라고 규정하고 "푸른 곰팡이가 벽화를 그리는 고분에서 고분고분/ 청춘의 반을 보냈다"라고 하면서 역시 언어유희를 시도하면서도 심각한 메시지를 함축해 놓고 있기도 하다. 한편, 「까스 활명수」라는 시에서는 "꽃 좋아하는 여자/ 마흔의 경계를 넘어선 그녀가/ 가슴에 달고 사는 / 부화와 울화를 아시는지"라고 하면서 노엽거나 분한 마음과 마음속에서 답답하여 일어나는 화를 지칭하는 '부화'와 '울화'를 꽃으로 지칭하며 시치미를 떼고 있다. 그러면서도 "화딱지를 꽃핀처럼 달고 사는 민자씨의/ 일회용 소화기/ 부채표 까스활명수를 쏟아붓는다/ 꽃을 죽여 꽃을 살리는 일/ 꽃 좋아하는 그녀도 질색하는/ 울화꽃 부화꽃 치밀어 오르며 핀다"라고 하면서 가슴 먹먹한 울림과 감동을 전해주기도 한다. 다음 작품 또한 시인의 언어감각을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다.
아니 꼬거나 비꼬면 안 돼요
하늘에 핀 목화 잘 여문 구름을
비비 꽈 봐요
울울창창 비가 된다는군요
천상의 목화밭이 궁금하다구요?
팽팽한 빗줄기를 잡고 거슬러 오르면
목화언덕
악공의 집에 닿을 수 있어요
수 만 가닥 현을 조율하는 틈을 타
슬쩍 악보를 가져오죠 뭐
비의 현을 켜 볼까요
저요저요
음표들이 통통 튀어오르겠죠
모데라토 알레그로 안단테
저만의 속도로 한 뼘씩 자라는 푸른 악보들
비오는 날엔 비올라를 켜봐요
비올라만큼 비의 리듬을 잘 타는 악기는 없죠
비나리 비나리
비의 화음에 젖어 좌우로 건들건들
음악 좀 아는 나무들은
비올라 연주를 들으며 커요
나도 그래요
-「비올라」, 전문
물론 "비올라"란 서양 현악기의 하나로서 바이올린보다 조금 크고 네 줄로 되어 있으며, 바이올린의 바로 아래 음역을 맡는데 대체로 어둡고 둔한 느낌의 소리는 내는 악기이다. "비오는 날엔 비올라를 켜봐요/ 비올라만큼 비의 리듬을 잘 타는 악기는 없죠"라는 구절을 보면 분명 비올라는 바이올린과의 악기를 지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팽팽한 빗줄기를 잡고 거슬러 오르면/ 목화언덕/ 악공의 집에 닿을 수 있어요"라는 표현이나 "수 만 가닥 현을 조율하는 틈을 타/ 슬쩍 악보를 가져오죠 뭐/ 비의 현을 켜 볼까요"라는 대목을 보면 '비올라'라는 악기는 자연의 현상으로서 강우(降雨) 현상이 일으키는 천상의 연주임을 짐작할 수 있다. 비올라의 연주는 비가 오면서 내는 소리의 화음으로서 자연의 소리가 만들어내는 천상의 음악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모데라토 알레그로 안단테/ 저만의 속도로 한 뼘씩 자라는 푸른 악보들/ 비오는 날엔 비올라를 켜봐요"라는 대목을 보면, '비올라의 연주'란 초목의 성장을 촉진하는 비의 연주로서 비를 맞고 자신에게 특유한 개성으로 자라는 식물의 성장 속도가 연출하는 어떤 화음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비올라'라는 악기의 연주는 비오는 날에 어울리는 약간 어둡고 둔한 느낌의 현악기의 연주이기도 하지만, 비가 오면서 내는 소리의 화음, 혹은 초목들이 비를 맞고서 자라는 그 성장의 움직임이 그려내는 어떤 질서와 조화를 의미하기도 한 것이다. '비올라'라는 어휘를 가지고 이 만큼 풍부한 이미지와 의미 자장을 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인의 언어감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목차
목차
1부
어느새 눈깜짝할새 12
외식 13
사월 열아흐렛날 14
귀뜸하다 16
꽃게 아가씨 17
유리창을 닦는 스파이더맨 18
소변 20
자궁성 출신입니다 22
목련설비 24
할 말 있어요 26
소나무 침술원 27
전전긍긍 28
삐닥해서 29
그리고의 쓸모 30
고마리의 은유 31
화요일 33
달방을 놓다 34
2부
바람이 뜨고 내리는 갈대역 36
벚나무 아래 뻥튀기기 38
달을 켜둔 채 잠이 들었다 40
환상통 42
베껴쓴 시 44
까치식당 46
엉덩이의 쓸모 47
쎈 48
705호 49
구름을 끌어본 적 있나 51
밥값 얼마예요 52
오십견 길들이기 53
등 55
비올라 56
개심사 배롱나무 58
그만 60
까스활명수 61
3부
끼니 64
도시락 66
시월 68
돼지국밥 69
산동리 동막골 70
그늘은 어디서 오나 71
브레이크 72
쇠가죽 구두 73
봉안이 버스 74
팽나무 76
나는 왜 오른쪽을 편애하는가 77
만성이 78
꽃의 발명 80
석천암 81
잘 풀리는 집 82
엄마의 등 84
모과의 꿍꿍이 85
4부
날마다 빛잔치 88
집어등 89
무단복제를 금함 90
반딧불이 91
머라카노 92
사용설명서 93
벗고 먹는 집 94
첫눈 95
긍휼 96
똥 97
백제 칼국수 99
고분고분 100
싸움닭 101
꺾쇠 103
고것 참 105
쇠붙이 -용접사 친구를 위한 노래 106
이별하는 중입니다 107
해설이 땅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을
위한 헌사獻詞황치복 110
저자
저자
이원형 시인의 첫시집 {이별하는 중입니다}에서는 어딘지 어눌하고 부족하며, 불완전하고 유한한 현상에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접근하며, 그러한 틈과 허점을 통해서 인간적인 매력을 발견하려고 한다. 따라서 이원형 시인의 {이별하는 중입니다}는 이 땅의 이름 없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간난신고를 위로하고 그들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굴하는 아름다운 헌사獻辭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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