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사이 신호등이 있나요(지혜사랑 시선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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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사이 신호등이 있나요』의 표제작인 어제와 오늘 사이 신호등이 있나요은 상반되는 둘을 연결해 주는 “사이”에 관한 사유를 보여준다. 이 시는 “나”가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버스정류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황을 배경으로 한다. 그가 타고 올 “38번 버스”는 곧 도착한다고 “알림판”에 떴으나, “5분 10분 가을이 지나도 오지 않고” 있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주술을 걸어”보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사람”은 오지 않는다. “알림판”에 의하면 “그 사람”을 태운 “버스”는 곧 온다고 하는데 왜 오지 않을까? 이유는 “알림판이 고장 났”다는 사실이다. 이때 “알림판”은 “지수화풍” 혹은 우주적 생명의 원리를 망각한 인간이 맹신해 왔던 현실적 원리이다. 현실의 원리는 만남과 이별을 역설적, 순환적 관계가 아니라 배타적 대립의 관계로 봄으로써 “그와 나 사이의 길이 연기처럼 사라지”게 한 것이다.
“나”는 “그 사람”과의 이별을 극복하기 위해 지수화풍의 원리를 탐구한다. 지수화풍의 원리는 세계에 대한 역설적 인식과 맞닿는다. 하여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즉 만남이 곧 이별이고 이별이 곧 만남이라는 인식을 추구한다. 이 시의 배경인 “여명과 저녁노을”은 밤과 낮 혹은 낮과 밤의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으로서 상반되는 둘을 하나로 잇는 상징적인 의미를 띤다. 이 시간은 “어제”와 “내일”, “하지와 동지”, “차안과 피안”, “밀물과 썰물”, “무덤과 자궁”이 순환하면서 끝내는 하나로 공존하는 지수화풍의 원리가 작동하는 때이다. “나”가 시의 제목에서 “어제와 오늘 사이에 신호등이 있나요”라고 묻는 것은 그러한 시간을 지향하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이러한 인식은 “그와 나 사이의 길”을 만듦으로써, 결국 “나”는 현실의 이별을 극복하고 이별과 만남이 하나라는 더 큰 원리 속에서 “너”를 만나게 해 준다.
지수화풍의 원리에 의하면,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은 이항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끝없이 순환하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다. 그것은 지수화풍 즉 흙, 물, 불, 바람으로 상징되는 모든 존재가 돌고 도는 것이라는 인식과 연관된다. 그러한 인식은 아래의 시에서 말하는 사계절의 순환 원리와 유사하다.
“나”는 “그 사람”과의 이별을 극복하기 위해 지수화풍의 원리를 탐구한다. 지수화풍의 원리는 세계에 대한 역설적 인식과 맞닿는다. 하여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즉 만남이 곧 이별이고 이별이 곧 만남이라는 인식을 추구한다. 이 시의 배경인 “여명과 저녁노을”은 밤과 낮 혹은 낮과 밤의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으로서 상반되는 둘을 하나로 잇는 상징적인 의미를 띤다. 이 시간은 “어제”와 “내일”, “하지와 동지”, “차안과 피안”, “밀물과 썰물”, “무덤과 자궁”이 순환하면서 끝내는 하나로 공존하는 지수화풍의 원리가 작동하는 때이다. “나”가 시의 제목에서 “어제와 오늘 사이에 신호등이 있나요”라고 묻는 것은 그러한 시간을 지향하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이러한 인식은 “그와 나 사이의 길”을 만듦으로써, 결국 “나”는 현실의 이별을 극복하고 이별과 만남이 하나라는 더 큰 원리 속에서 “너”를 만나게 해 준다.
지수화풍의 원리에 의하면,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은 이항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끝없이 순환하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다. 그것은 지수화풍 즉 흙, 물, 불, 바람으로 상징되는 모든 존재가 돌고 도는 것이라는 인식과 연관된다. 그러한 인식은 아래의 시에서 말하는 사계절의 순환 원리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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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 책에 대하여
여명과 저녁노을이 신호를 기다립니다
푸른 불이 켜지자 어깨 스치는 얼굴들
어제를 지나온 사람 내일을 뛰는 사람
하지와 동지가 달과 달을 건너갑니다
차안과 피안 사이
지수화풍으로 돌아가면 서로 오고 갈 수 있겠지요
티격태격 사는 것도 참 신명 나는 일이네요
너와 나 서로 함께 걷자는 간절함 아닌가요
침묵이 건너가는 길
밀물과 썰물의 순환
저 강을 건너면 오갈 수 없잖아요
무덤과 자궁 사이 횡단 보도가 있을까요
버스정류소 알림판이 고장 났네요
'38번 버스 1분 후 도착'은 5분 10분 가을이 지나도 오지 않고
그 사람도 나타나지 않네요
주술을 걸어봅니다 하나아 두우울 세에엣…
기어이 오지 않네요
그와 나 사이의 길이 연기처럼 사라지네요
추억으로 향하는 길
빨강 노랑 파랑
----「어제와 오늘 사이 신호등이 있나요」 전문
이 시집의 표제작인 이 작품은 상반되는 둘을 연결해 주는 "사이"에 관한 사유를 보여준다. 이 시는 "나"가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버스정류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황을 배경으로 한다. 그가 타고 올 "38번 버스"는 곧 도착한다고 "알림판"에 떴으나, "5분 10분 가을이 지나도 오지 않고" 있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주술을 걸어"보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사람"은 오지 않는다. "알림판"에 의하면 "그 사람"을 태운 "버스"는 곧 온다고 하는데 왜 오지 않을까? 이유는 "알림판이 고장 났"다는 사실이다. 이때 "알림판"은 "지수화풍" 혹은 우주적 생명의 원리를 망각한 인간이 맹신해 왔던 현실적 원리이다. 현실의 원리는 만남과 이별을 역설적, 순환적 관계가 아니라 배타적 대립의 관계로 봄으로써 "그와 나 사이의 길이 연기처럼 사라지"게 한 것이다.
"나"는 "그 사람"과의 이별을 극복하기 위해 지수화풍의 원리를 탐구한다. 지수화풍의 원리는 세계에 대한 역설적 인식과 맞닿는다. 하여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즉 만남이 곧 이별이고 이별이 곧 만남이라는 인식을 추구한다. 이 시의 배경인 "여명과 저녁노을"은 밤과 낮 혹은 낮과 밤의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으로서 상반되는 둘을 하나로 잇는 상징적인 의미를 띤다. 이 시간은 "어제"와 "내일", "하지와 동지", "차안과 피안", "밀물과 썰물", "무덤과 자궁"이 순환하면서 끝내는 하나로 공존하는 지수화풍의 원리가 작동하는 때이다. "나"가 시의 제목에서 "어제와 오늘 사이에 신호등이 있나요"라고 묻는 것은 그러한 시간을 지향하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이러한 인식은 "그와 나 사이의 길"을 만듦으로써, 결국 "나"는 현실의 이별을 극복하고 이별과 만남이 하나라는 더 큰 원리 속에서 "너"를 만나게 해 준다.
지수화풍의 원리에 의하면,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은 이항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끝없이 순환하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다. 그것은 지수화풍 즉 흙, 물, 불, 바람으로 상징되는 모든 존재가 돌고 도는 것이라는 인식과 연관된다. 그러한 인식은 아래의 시에서 말하는 사계절의 순환 원리와 유사하다.
대청마루에 누워 사계절을 듣는다
몸에서 나는 새소리 바람소리
그 선율에 나를 얹어다오
고요하고 느린 걸음으로 들길을 걷고 싶다
사계절은 기 승 전 결
싹트고 자라서 물들고 타버릴 동안
소설이 탄생하고 역사가 이루어진다
그렇다 너는 시간 위에 있어야거늘
어쩌자고 내 작은 심장을 덮치는가
얼었다 끓었다 풀렸다 엉겨붙고 불타는
혼돈
이 공간은 네 집이 아니다
오래된 시간으로 되돌아 가라
여름 지나고 가을햇살로 빚은 단풍에 씨앗 민들레 덮치니
심장에 불이 붙을 수 밖에
나더러 미쳤다고 손가락질이다
오, 계절아 나를 내버려다오
대청마루 위에 계절의 기운을 토해낸다
코끝을 스치는 흙의 리듬으로
비발디가 흘러간다
----「비발디」 전문
이 시의 "나"는 "대청마루에 누워" 비발디의 명곡 「사계」를 듣고 있다. 그 음악에 몰입한 "나"는 "사계절은 기승전결"이라고 생각한다. "기승전결"은 시나 소설에서 하나의 완결 형식을 위해 활용하는 구성법이다. 그런데 그러한 구성법이 인간의 역사에도 적용된다. 춘하추동의 "사계절"은 "싹트고 자라서 물들고 타버릴 동안/ 소설이 탄생하고 역사가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나아가 "사계절"은 사람의 마음에도 작용한다. "사계절"이 "내 작은 심장"에서도 "얼었다 끓었다 풀렸다 엉겨붙고 불타는" 것이다. 이렇듯 "사계절"은 자연의 리듬을 구성하는 동시에 인간의 "역사"와 "마음"까지도 지배하는 "시간"의 원리이자 우주의 원리이다. 하여 "계절아 나를 내버려다오"라고 외쳐보고, "대청마루 위에 계절의 기운을 토해내"지만, 결국은 "코끝을 스치는 흙의 리듬"에 몸과 마음을 맡길 수밖에 없다. "흙의 리듬", 혹은 "사계절"과 "기승전결'의 원리는 자연과 우주와 "나"의 마음을 하나의 리듬 속에 모은다. 하여 "흙의 리듬으로/ 비발디가 흘러간다"는 것이다. 이때 "흙"은 지수화풍의 한 요소로서 다른 요소들과 순환하는 것이므로, 자연과 우주와 삶의 원리로서의 "사계절"이나 "기승전결" 혹은 4요소를 제유한다.
생명과 우주의 순환 원리는 결국 모든 것들이 하나의 합체라는 인식과 닿는다. 처음이 돌고 돌아 끝이 되고 그 끝이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이 된다. 그것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로 이어진 전체를 구성한다. 가령 "선정삼매에 든 엉덩이가 보름달로 부푼다// 나도 진달래 곁에 앉아 꽉 찬 방광을 비운다/ 진달래 하나 둘 셋… 나란히 앉아/ 세상을 본다// 물만골 계곡이 넘쳐흐른다/ 풀들이 일제히 지휘봉을 잡고/ 물만골 교향곡을 연주한다(「웰컴투 물만골」 부분)는 시구는 흥미롭다. "보름달"과 "나"와 "진달래", "세상" 등이 하나가 되어 "물만골 교향곡을 연주한다"고 한다. "물만골"은 우주와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순수하고 건강한 생명의 세계이다. "물만골 교향악"은 계곡의 물소리를 넘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매개인 셈이다. 이러한 합일과 조화는 생명이 탄생하는 원리이다.
저 궁창에서 흘레라니
대낮이 제집인 태양과
별밤이 제집인 달은
따가운 시선 따윈 안중에 없구나
밤이 그렇게 낮을 베어 먹고
온 하늘에 붉은 깃발을 흔드는가
금환일식
둘의 짓거리가 금반지라니
저 빛나는 테두리가 텅 빈 물음의 幻을 품고 있지 않은가
저 모든 합체가 수억 년 생명임을 어찌 아는지
'저것 좀 보소 저것 좀 보소'
구관조가 노래한다
궁창이 내린 성전이다
우리가 그렇게 태어났다 한다
당신과 나는 어떤 스캔들의 답인가
----「개기일식 스캔들」 전문
이 시는 우주의 원리가 인생의 원리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환기한다. 그 원리는 서로 다른 두 존재가 만나 새 생명을 만들어내는 일과 관련된다. "개기일식"은 그러한 일의 상징이다. 일반적으로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서 대낮에도 태양을 볼 수 없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자연 현상을 시인은 "궁창에서 흘레"를 하는 것, 즉 "대낮이 제집인 태양과/ 별밤이 제집인 달"이 하나가 되는 것으로 본다. 낮과 밤, 태양과 달이 하나가 되는 순간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것이다. 또한 "금환일식"을 "금반지"에 비유하고 있다. "금환일식"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했을 때 달 주변으로 태양이 금테처럼 남아있는 상태를 말한다. "개기일식"과 "금환일식"은 시간이나 지역에 따라 바뀌어 가는 혼성일식을 연출하기 마련이다. "나"는 "금환일식" 현상을 "금반지" 또는 "텅 빈 물음의 幻"에 비유하면서 "저 모든 합체가 수억 년 생명"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나"는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듯, 해와 달이 만나 "합체'가 되듯, 생명과 우주는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하나가 되는 혼융의 원리를 발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원리는 또한 거창한 우주나 보편적인 생명의 것일 뿐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당신과 나는 어떤 스캔들의 답인가"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에 대한 자각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것들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존재를 창출하는 일은 지수화풍의 이음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가령 "오, 성배! 그것은 술잔이었다// 술병이 깨어진 주변에는/ 누군가에게 짓밟힌 벌레가 기어가고/ 내가 외면했던 노숙자가 그곳에 엎드려 있었다// 그릇 앞에 성스럽게 엎드린 그는 푸른 이슬로 덮혀 있었다// 깨어진, 내가 있었다(「聖 계단 성당」 부분)는 시구는 의미심장하다. "그릇 앞에 성스럽게 엎드린" 모습의 "노숙자"에서 성스러운 가치를 발견한다. 밥을 얻기 위해 새벽까지 구걸하면서 "푸른 이슬로 덮혀 있"는 속된 그의 모습에서 성자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노숙자"는 비록 현실에서 소외된 부적응자이긴 하지만, 밥에 대한 그의 진지한 태도는 현실에서 성공한 그 누구보다도 성스럽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과 속이 역설적 원리에 의해 하나가 된 모습이다. 거기서 "깨어진, 내가 있었다"는 것은 "노숙자"에도 못 미치는 자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언어이다. 이 언어로 인하여 나 역시 "노숙자"의 성스러운 태도에 근접하는데, 이것이 바로 성찰의 힘이다.
여명과 저녁노을이 신호를 기다립니다
푸른 불이 켜지자 어깨 스치는 얼굴들
어제를 지나온 사람 내일을 뛰는 사람
하지와 동지가 달과 달을 건너갑니다
차안과 피안 사이
지수화풍으로 돌아가면 서로 오고 갈 수 있겠지요
티격태격 사는 것도 참 신명 나는 일이네요
너와 나 서로 함께 걷자는 간절함 아닌가요
침묵이 건너가는 길
밀물과 썰물의 순환
저 강을 건너면 오갈 수 없잖아요
무덤과 자궁 사이 횡단 보도가 있을까요
버스정류소 알림판이 고장 났네요
'38번 버스 1분 후 도착'은 5분 10분 가을이 지나도 오지 않고
그 사람도 나타나지 않네요
주술을 걸어봅니다 하나아 두우울 세에엣…
기어이 오지 않네요
그와 나 사이의 길이 연기처럼 사라지네요
추억으로 향하는 길
빨강 노랑 파랑
----「어제와 오늘 사이 신호등이 있나요」 전문
이 시집의 표제작인 이 작품은 상반되는 둘을 연결해 주는 "사이"에 관한 사유를 보여준다. 이 시는 "나"가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버스정류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황을 배경으로 한다. 그가 타고 올 "38번 버스"는 곧 도착한다고 "알림판"에 떴으나, "5분 10분 가을이 지나도 오지 않고" 있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주술을 걸어"보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사람"은 오지 않는다. "알림판"에 의하면 "그 사람"을 태운 "버스"는 곧 온다고 하는데 왜 오지 않을까? 이유는 "알림판이 고장 났"다는 사실이다. 이때 "알림판"은 "지수화풍" 혹은 우주적 생명의 원리를 망각한 인간이 맹신해 왔던 현실적 원리이다. 현실의 원리는 만남과 이별을 역설적, 순환적 관계가 아니라 배타적 대립의 관계로 봄으로써 "그와 나 사이의 길이 연기처럼 사라지"게 한 것이다.
"나"는 "그 사람"과의 이별을 극복하기 위해 지수화풍의 원리를 탐구한다. 지수화풍의 원리는 세계에 대한 역설적 인식과 맞닿는다. 하여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즉 만남이 곧 이별이고 이별이 곧 만남이라는 인식을 추구한다. 이 시의 배경인 "여명과 저녁노을"은 밤과 낮 혹은 낮과 밤의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으로서 상반되는 둘을 하나로 잇는 상징적인 의미를 띤다. 이 시간은 "어제"와 "내일", "하지와 동지", "차안과 피안", "밀물과 썰물", "무덤과 자궁"이 순환하면서 끝내는 하나로 공존하는 지수화풍의 원리가 작동하는 때이다. "나"가 시의 제목에서 "어제와 오늘 사이에 신호등이 있나요"라고 묻는 것은 그러한 시간을 지향하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이러한 인식은 "그와 나 사이의 길"을 만듦으로써, 결국 "나"는 현실의 이별을 극복하고 이별과 만남이 하나라는 더 큰 원리 속에서 "너"를 만나게 해 준다.
지수화풍의 원리에 의하면,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은 이항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끝없이 순환하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다. 그것은 지수화풍 즉 흙, 물, 불, 바람으로 상징되는 모든 존재가 돌고 도는 것이라는 인식과 연관된다. 그러한 인식은 아래의 시에서 말하는 사계절의 순환 원리와 유사하다.
대청마루에 누워 사계절을 듣는다
몸에서 나는 새소리 바람소리
그 선율에 나를 얹어다오
고요하고 느린 걸음으로 들길을 걷고 싶다
사계절은 기 승 전 결
싹트고 자라서 물들고 타버릴 동안
소설이 탄생하고 역사가 이루어진다
그렇다 너는 시간 위에 있어야거늘
어쩌자고 내 작은 심장을 덮치는가
얼었다 끓었다 풀렸다 엉겨붙고 불타는
혼돈
이 공간은 네 집이 아니다
오래된 시간으로 되돌아 가라
여름 지나고 가을햇살로 빚은 단풍에 씨앗 민들레 덮치니
심장에 불이 붙을 수 밖에
나더러 미쳤다고 손가락질이다
오, 계절아 나를 내버려다오
대청마루 위에 계절의 기운을 토해낸다
코끝을 스치는 흙의 리듬으로
비발디가 흘러간다
----「비발디」 전문
이 시의 "나"는 "대청마루에 누워" 비발디의 명곡 「사계」를 듣고 있다. 그 음악에 몰입한 "나"는 "사계절은 기승전결"이라고 생각한다. "기승전결"은 시나 소설에서 하나의 완결 형식을 위해 활용하는 구성법이다. 그런데 그러한 구성법이 인간의 역사에도 적용된다. 춘하추동의 "사계절"은 "싹트고 자라서 물들고 타버릴 동안/ 소설이 탄생하고 역사가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나아가 "사계절"은 사람의 마음에도 작용한다. "사계절"이 "내 작은 심장"에서도 "얼었다 끓었다 풀렸다 엉겨붙고 불타는" 것이다. 이렇듯 "사계절"은 자연의 리듬을 구성하는 동시에 인간의 "역사"와 "마음"까지도 지배하는 "시간"의 원리이자 우주의 원리이다. 하여 "계절아 나를 내버려다오"라고 외쳐보고, "대청마루 위에 계절의 기운을 토해내"지만, 결국은 "코끝을 스치는 흙의 리듬"에 몸과 마음을 맡길 수밖에 없다. "흙의 리듬", 혹은 "사계절"과 "기승전결'의 원리는 자연과 우주와 "나"의 마음을 하나의 리듬 속에 모은다. 하여 "흙의 리듬으로/ 비발디가 흘러간다"는 것이다. 이때 "흙"은 지수화풍의 한 요소로서 다른 요소들과 순환하는 것이므로, 자연과 우주와 삶의 원리로서의 "사계절"이나 "기승전결" 혹은 4요소를 제유한다.
생명과 우주의 순환 원리는 결국 모든 것들이 하나의 합체라는 인식과 닿는다. 처음이 돌고 돌아 끝이 되고 그 끝이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이 된다. 그것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로 이어진 전체를 구성한다. 가령 "선정삼매에 든 엉덩이가 보름달로 부푼다// 나도 진달래 곁에 앉아 꽉 찬 방광을 비운다/ 진달래 하나 둘 셋… 나란히 앉아/ 세상을 본다// 물만골 계곡이 넘쳐흐른다/ 풀들이 일제히 지휘봉을 잡고/ 물만골 교향곡을 연주한다(「웰컴투 물만골」 부분)는 시구는 흥미롭다. "보름달"과 "나"와 "진달래", "세상" 등이 하나가 되어 "물만골 교향곡을 연주한다"고 한다. "물만골"은 우주와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순수하고 건강한 생명의 세계이다. "물만골 교향악"은 계곡의 물소리를 넘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매개인 셈이다. 이러한 합일과 조화는 생명이 탄생하는 원리이다.
저 궁창에서 흘레라니
대낮이 제집인 태양과
별밤이 제집인 달은
따가운 시선 따윈 안중에 없구나
밤이 그렇게 낮을 베어 먹고
온 하늘에 붉은 깃발을 흔드는가
금환일식
둘의 짓거리가 금반지라니
저 빛나는 테두리가 텅 빈 물음의 幻을 품고 있지 않은가
저 모든 합체가 수억 년 생명임을 어찌 아는지
'저것 좀 보소 저것 좀 보소'
구관조가 노래한다
궁창이 내린 성전이다
우리가 그렇게 태어났다 한다
당신과 나는 어떤 스캔들의 답인가
----「개기일식 스캔들」 전문
이 시는 우주의 원리가 인생의 원리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환기한다. 그 원리는 서로 다른 두 존재가 만나 새 생명을 만들어내는 일과 관련된다. "개기일식"은 그러한 일의 상징이다. 일반적으로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서 대낮에도 태양을 볼 수 없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자연 현상을 시인은 "궁창에서 흘레"를 하는 것, 즉 "대낮이 제집인 태양과/ 별밤이 제집인 달"이 하나가 되는 것으로 본다. 낮과 밤, 태양과 달이 하나가 되는 순간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것이다. 또한 "금환일식"을 "금반지"에 비유하고 있다. "금환일식"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했을 때 달 주변으로 태양이 금테처럼 남아있는 상태를 말한다. "개기일식"과 "금환일식"은 시간이나 지역에 따라 바뀌어 가는 혼성일식을 연출하기 마련이다. "나"는 "금환일식" 현상을 "금반지" 또는 "텅 빈 물음의 幻"에 비유하면서 "저 모든 합체가 수억 년 생명"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나"는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듯, 해와 달이 만나 "합체'가 되듯, 생명과 우주는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하나가 되는 혼융의 원리를 발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원리는 또한 거창한 우주나 보편적인 생명의 것일 뿐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당신과 나는 어떤 스캔들의 답인가"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에 대한 자각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것들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존재를 창출하는 일은 지수화풍의 이음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가령 "오, 성배! 그것은 술잔이었다// 술병이 깨어진 주변에는/ 누군가에게 짓밟힌 벌레가 기어가고/ 내가 외면했던 노숙자가 그곳에 엎드려 있었다// 그릇 앞에 성스럽게 엎드린 그는 푸른 이슬로 덮혀 있었다// 깨어진, 내가 있었다(「聖 계단 성당」 부분)는 시구는 의미심장하다. "그릇 앞에 성스럽게 엎드린" 모습의 "노숙자"에서 성스러운 가치를 발견한다. 밥을 얻기 위해 새벽까지 구걸하면서 "푸른 이슬로 덮혀 있"는 속된 그의 모습에서 성자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노숙자"는 비록 현실에서 소외된 부적응자이긴 하지만, 밥에 대한 그의 진지한 태도는 현실에서 성공한 그 누구보다도 성스럽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과 속이 역설적 원리에 의해 하나가 된 모습이다. 거기서 "깨어진, 내가 있었다"는 것은 "노숙자"에도 못 미치는 자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언어이다. 이 언어로 인하여 나 역시 "노숙자"의 성스러운 태도에 근접하는데, 이것이 바로 성찰의 힘이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5
1부
할미꽃 12
웰컴투 물만골 13
바퀴들에 대하여 15
오래된 식탁 17
봄날은 간다 19
얼음집 21
어제와 오늘 사이 신호등이 있나요 22
챠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을 듣다 24
달핸드백 26
수면내시경 27
허바허바사진관 천구백칠십년 28
바코드를 읽다 29
맹물같은 사람 31
수족관 옆 예식장 33
팬데믹 34
2부
지구는 알사탕 36
비발디 37
내 사랑 지니 39
고래를 외치다 41
곶자왈 편지 43
꽃분홍신 45
고드름, 플라스틱 들통 46
聖 계단 성당 47
개기일식 스캔들 48
심지 49
온통 복사꽃이야 50
기도 52
푸른 심장을 드리리 54
접시꽃 56
산수유 삼월 -눈이 앉았던 자리 57
3부
혈주상흉검 60
인디언의 노래 61
물향수 63
애인 64
킬리만자로의 눈물 66
배터리의 밤 68
노을 70
엄마의 난간 71
3층 간판, 2층 간판 72
24시 편의점 73
오늘도 편지를 74
해골성당 76
씨앗의 꿈 78
숙녀여사 80
유리입술 82
4부
입술꽃 동아리 86
소설을 쓰다 87
검은꽃 88
유령상념 89
출구 90
크리넥스 고해성사 92
돌 하나 밥 한 톨 93
'물방울 캔버스'에 부쳐 95
가위의 辯 96
어떤 평화 97
붉은 커튼 99
왜가리에게 묻다 100
길을 비추다 101
거울을 보다 102
냉정과 열정 사이 -냉장고 103
해설지수화풍과 푸른 심장의 시ㆍ이형권 106
1부
할미꽃 12
웰컴투 물만골 13
바퀴들에 대하여 15
오래된 식탁 17
봄날은 간다 19
얼음집 21
어제와 오늘 사이 신호등이 있나요 22
챠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을 듣다 24
달핸드백 26
수면내시경 27
허바허바사진관 천구백칠십년 28
바코드를 읽다 29
맹물같은 사람 31
수족관 옆 예식장 33
팬데믹 34
2부
지구는 알사탕 36
비발디 37
내 사랑 지니 39
고래를 외치다 41
곶자왈 편지 43
꽃분홍신 45
고드름, 플라스틱 들통 46
聖 계단 성당 47
개기일식 스캔들 48
심지 49
온통 복사꽃이야 50
기도 52
푸른 심장을 드리리 54
접시꽃 56
산수유 삼월 -눈이 앉았던 자리 57
3부
혈주상흉검 60
인디언의 노래 61
물향수 63
애인 64
킬리만자로의 눈물 66
배터리의 밤 68
노을 70
엄마의 난간 71
3층 간판, 2층 간판 72
24시 편의점 73
오늘도 편지를 74
해골성당 76
씨앗의 꿈 78
숙녀여사 80
유리입술 82
4부
입술꽃 동아리 86
소설을 쓰다 87
검은꽃 88
유령상념 89
출구 90
크리넥스 고해성사 92
돌 하나 밥 한 톨 93
'물방울 캔버스'에 부쳐 95
가위의 辯 96
어떤 평화 97
붉은 커튼 99
왜가리에게 묻다 100
길을 비추다 101
거울을 보다 102
냉정과 열정 사이 -냉장고 103
해설지수화풍과 푸른 심장의 시ㆍ이형권 106
저자
저자
강정이
강정이 시인은 경남 삼천포에서 출생했고, 2004년 계간시전문지 {애지}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꽃똥}과 {난장이꽃}이 있다. 강정이 시인은 지수화풍 사상을 근대 문명과 팬데믹으로 인한 비정한 시대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긴다. 하여 강정이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어제와 오늘 사이 신호등이 있나요}는 철학적 깊이를 담보하고 있는데, 그 깊이를 시적 감각으로 형상화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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