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것은 살아있다(지혜사랑 255)
손익태 시집
지혜사랑 시인선 255권. 손익태 시인의 첫 시집. 시집 〈모난 것은 살아 있다〉는 시인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그의 시는 자신의 삶이나 인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시인은 삶을 녹여서 시를 형상화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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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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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살기위해/ 최소한의 가치를 뜯어먹고 살아야 해/ 나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 너에게/ 지구는 둥글다고/ 자신이 속한 그 자리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세상 모두 동등하게 살아가라고// 비와 바람, 번개, 천둥이 뾰족하고 모난/ 것을 갈아 둥글게 마모 시키는 일을 하는구나// 미세한 티끌도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아직도 살고싶은 욕망이 남았는지/ 표면이 울퉁불퉁 거칠다// 나도 죽을 때까지 둥글게 깎이고 마모되다가/ 끝내 둥글지 못한 모서리로 사라지겠지// 까끌한 티끌들이/ 혼동 속에서 엎치고 덮쳐 뒹굴다가/ 물과 바람, 태양의 입김으로/ 지상 어디 새롭게 태어나면// 해와 달의 눈에 잘 띄는 난간 한편에 자리 잡고/ 잠시 주인행세하다 사라질 것을
-「모난 것은 살아 있다」 전문
시인이 시집의 표제시로서 선택한 시이다. 독자들로서는 여기에서 "모난 것" 또는 '모나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나다' 또는 그것의 결과로서의 '모난 것'에는 어떤 이중성 또는 복합성이 내재한다. 두 가지 속성 중 하나는 둥글지 못하고 까다롭다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유용한 구석이 있다는 의미이다. 모난 것이 까다로움과 유용성을 동시에 포괄한다는 점이 긴요하다. 손익태는 모난 것을 '뾰족한 것'이나 '모서리'라고도 부르는데 이것들은 '둥근 것'과 대비된다. 일반적으로 모난 것보다 둥근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다수이지만, 시인은 모난 것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모난 것은 살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지구" 또는 "세상"에서 "잠시 주인행세하다 사라질", "티끌들"인지도 모른다. 터무니없는 "욕망"을 내려놓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야겠다.
관객들은 알고 있지/ 서로 속고 속아야 마술이라고/ 흰색과 검은색은 자웅동색이라며/ 마술을 거는 자본의 세계// (……)// 교란과 가증으로 현실보다 더 화려하게/ 포장하는 여의도 원형지붕 금 뺏지의 마술/ 고양이와 개를 사람처럼 옷 입히고/ 삼시세끼 밥상 위에 초식동물과 생선의 살을 놓고/-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사기 치게 하고서-/ 고양이와 개들에게 기도하며 사는 마술의 세계// (……)// 글로벌 네트워크 세계화 시대/ 히말라야 설산이 무너져 내리고/ 남극 빙벽이 녹아내리고/ 북극곰들의 터전이 사라지는/ 절묘하고 신비한 마술의 세계
-「마술의 세계」 부분
손익태가 집중하는 대상은 "자본의 세계"이자 "마술의 세계"이다. '자본' 또는 '돈'은 현대 사회의 '치트 키(cheat key)'이다. 우리는 "흰색과 검은색"이 뒤섞여 있어서 "서로 속고 속"이는 "마술을 거는 자본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곳에는 "현실보다 더 화려하게/ 포장하는", "사기치"는 마술이 난무한다. 오늘날 "히말라야 설산"이나 "남극 빙벽" 또는 "북극곰들" 등 상당수의 "자연"이나 '생물'은 소멸되거나 축소되었다. 반면 "플라스틱 꽃"과 같은 '과학', '기술'의 소산은 크게 활성화되었다. 자본을 최대화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세계화 시대"에 인간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자연이나 생물일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기존 현실을 넘어서는 새로운 현실이며 진정한 마술의 세계일 테다.
맑은 기운의 뿌리에서/ 정령들이 깨어나 누군가의 꿈을 잉태하면/ 땅에서 피어오르는 저 아지랑이 속에 감춰진/ 신파의 묘약들을/ 지상에 흩뿌리며 들숨으로 마신/ 유한의 시간을 모든 이가 빌려/ 잠시 살아가는 피조물의 낙원// 성장을 향한 미숙의 조급함에서/ 욕망이 움트고/ 설익은 사랑으로 인한/ 마주침에서 서로 얼굴 붉히며/ 그로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두 발로 서있는 이곳이 축복의 땅이며/ 모든 뿌리의 시작과 끝인 것을
-「뿌리에게」 부분
시인이 가장 집중하는 공간은 하나이지만 다채로운 다른 이름들로 소개된다. 그곳은 "약속의 땅"이자 "축복의 땅"이다. 또한 "낙원"이자 "지구"이며 "이 땅"이자 "이곳"이다. 여기는 "피조물"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조물주가 만든 모든 것이,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이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이 중요한 공간인 땅의 "뿌리"가 궁금한 것은 자연스럽다. 독자들로서는 땅의 "근원"을 알고 싶을 테다. 손익태가 제시하는 땅의 본질은 "기쁨", "욕망", "사랑", "꿈" 등과 연결될 수 있다. 그에 의하면 우리는 "유한의 시간을", "잠시 살아가는" 존재이다. 시인은 앞에서 살핀 시 「모난 것은 살아 있다」에 이어서 이번 시 「뿌리에게」에서도 거듭 삶의 유한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한한 삶 앞에서 땅의 뿌리, 근원, 본질을 되새기며 기쁨, 욕망, 사랑, 꿈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이 필요하다.
알함브라 궁전의 가등街燈 이었을까// 겨울궁전 쓰고 버린 장식으로/ 훤칠한 뼈대만 덩그러니 방치되어/ 봄의 초입 알리는 백열등 빛이 환하다// 아라베스크 신전 히잡 쓴 여인들/
시절의 흥망성쇠 떨어지는 꽃모가지/ 바람 옷에 피어나는 여인의 살 내음/ 하늘한 옷깃 사이 우윳빛 젖몽오리// 침탈의 수모 견뎌야 했던 절세가인의/ 가슴 아픈 전설이 꽃으로 피어/ 이른 봄 며칠 주변 빛이 훤하다
-「목련」 전문
"봄의 초입" 또는 "이른 봄"에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 중 하나가 "목련"이다. 손익태는 이와 같은 비근한 식물을 대단히 신선하고 낯선 대상으로 변형한다. 그에 따르면 목련은 "꽃"이자 "빛"이며 "여인(들)"이다. 꽃은 "꽃모가지" 등과 하나의 계열을 이루면서 식물로서의 목련을 구성한다. 빛은 "가등街燈", "백열등 빛" 등과 다른 하나의 계열을 이루면서 환한 빛남으로서의 목련을 구성한다. 여인 또는 여인들은 "절세가인" 등과 또 하나의 계열을 이루면서 아름다움으로서의 목련을 구성한다. 특히 이 시는 "알함브라 궁전"이나 "겨울궁전", "아라베스크 신전"이나 "가슴 아픈 전설" 등을 통해 어떤 자유의 확산과 상상력의 심화를 제공한다. 또한 "환하다", "훤하다", "우윳빛" 등에 담긴 시각(視覺) 관련 표현이나 "살 내음" 등에 담긴 후각 관련 표현 등 감각 관련 표현들이 대단한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손익태 시의 미(美, beauty)와 미학(美學, aesthetics)을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손 씻으면 손 사이로 흘러내리는/ 각지거나 모나지 않은 둥근 살점/ 동글동글 미끄러지는 민살의 매끄러움/ 똑똑 떨어지는 순정의 각질// 천상의 기질을 가진 너는 서로를 알아보며/
낮고 낮은 골 찾아 화해의 물길 만들어/ 풀이나 나무나 돌이든 상대의 성질에 맞게/ 잘방잘방 몸 굴린다// 아무런 조건 없이/ 너를 깨고 부수고 먹고 마시는 이에게/ 어미 품속 같은 젖가슴 열어/ 배불리 먹이며/ 上善의 자식으로 키워가는 모성애
-「水」 전문
시인은 「갱년기」, 「모난 것은 살아 있다」 등의 시에서 이미 '모난 것' 또는 '모나다'를 점검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시에도 "각지거나 모나지"라는 표현을 노출함으로써 모난 것을 부정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손익태는 모난 것의 가치가 살아있음을 믿는다. 다만 그에 의하면 물(水)은 각지거나 모난 것과는 다른 차원에 위치한다. 시인은 물을 "둥근 살점"으로서, "동글동글 미끄러지는 민살의 매끄러움"으로서 이해한다. 물은 또한 "순정의 각질"이거나 "천상의 기질"이며 "화해의 물길"일 수도 있다. 그는 "상대의 성질에 맞게/ 잘방잘방 몸 굴"리는 물을 "어미 품속 같은 젖가슴"으로 규정한다. 이제 물은 "모성애"의 대표적인 상징이 된다. 독자들로서는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고, 물은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현이라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경지를 찬찬히 되새겨볼 일이다.
12편의 시를 중심으로 시집 「모난 것은 살아 있다」를 점검하였다. 손익태가 조성한 시 세계에서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대목은 인간의 노화(老化)와 무관하지 않다. 「유튜브」, 「백세 요양원」, 「갱년기」 등의 작품들에서 찾을 수 있는 바는 무엇인가. 그는 주위에 적응하면서 근원으로 회귀하는 노인을 보여준다. 죽음에 순응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웰 다잉으로서의 삶을 제시하는 것이다. 시인에 의하면 노인은 인간이라는 생물에 속하지만 돌이나 물 또는 흙 등의 무생물에 가깝다. 그는 무생물을 활용하여 노인의 특성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또한 독자들에게 디테일의 리얼리티를 보여줌으로써 노년기를 눈앞에 둔 과도기로서의 갱년기를 오롯이 재현한다.
다음으로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은 현대 사회의 핵심으로서의 자본(資本)과 연결된다. 「나의 미래」, 「마술의 세계」 등의 작품들에서 찾을 수 있는 바는 무엇인가. 시인에 따르면 '자본' 또는 '돈'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일 수 있다. "나의 미래"를 "자본의 미래"로 규정하는 솔직함은 숨길 수 없는 그의 장점일지도 모른다. 손익태에 의하면 "자본의 세계"는 거짓이 난무하는 "마술의 세계"에 가깝다. 다만 우리가 여기에서 기억해야 할 바는 그가 규정하는 마술의 세계에 '자연'이나 '생물'이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시인은 시집 「모난 것은 살아 있다」에서 '노화'와 '자본' 등의 키워드들을 활용하여 시 세계를 전개하였다. 손익태는 노화를 젊음의 상실로서 이해하지 않는다. 노화는 부정적인 상황의 급박한 도래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새로운 기회와 힘을 제공하는 빛나는 무대일 수 있다. 또한 그에 따르면 자본의 목적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 더 나은 삶을 확산하는 원동기로서 작동할 수 있다. 시인은 지금, 여기에서 노화와 자본 등의 시적 대상들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수용하고 환하게 밝히는 중이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이 환희의 송가처럼 지속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목차
목차
1부
끈
끈 1 12
끈 2 13
끈 3 14
곰탕 15
아침 항구 16
한진현 兄 17
하루의 끝 18
눈물 19
사진을 태우며 20
수선집이 있는 골목 22
녹슨 삽 23
유튜브 24
이석증 耳石症 26
풍선껌 27
백세 요양원 28
잃어버린 우정 29
어쩜 - 故 노무현대통령 국민장 중계방송 보며 30
2부
틈
유리로 살아 온 34
진골목 -대구 종로 골목 35
은적사 가는 길 37
밀림에서 살아 남기 39
틈 41
유리 인형 - 故 박원순 서울시장 생각 42
아홉수 43
비만 肥滿 44
문이 열리면 45
나의 미래 46
갱년기 47
오락 게임 48
옥상광고 50
튼튼 영어 51
孤養而 時間 53
3부
못
모난 것은 살아 있다 56
사과를 깎으며 58
못 59
回 -입속의 입 60
어둠, 사용 설명서 62
별 - 故 이인숙 시인을 추모하며 63
기호로 진열된 거리 64
누가 나를 잊었나 65
티끌 + 혼돈 = 그림자 66
마술의 세계 68
수신인 불명 70
길의 교향곡 71
씨앗의 탄생 72
카톡, 카톡, 73
뿌리에게 75
소금 77
4부
水
삼월애 三月愛 80
日出 81
풀잎 살이 82
순천만 84
동촌 유원지 - 어느 커피점 테라스 85
유월을 전지하다 86
홀로 피는 꽃 87
겨울 나무 88
수직의 나무처럼 89
목련 90
나이테 91
가을 눈물 92
水 93
무화과 無花果 94
추억 95
오솔길, 그 집 - 용계성당 류재균님께 96
그 사람 98
해설새로운 기회와 힘의 무대에서
더 나은 삶을 확산하다권 온 99
저자
저자
모난 것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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