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광장이 소란하다(양장본 Hardcover)
현순애 시집
현순애 시인의 첫 시집, {붉은 광장이 소란하다}는 자연과 시간이 빚어내는 심미적 가치를 발굴하는 심미안도 예사롭지 않지만, 발효와 삭힘의 미학적 효과라든가 시간이 빚어내는 구상적이고 추상적인 예술적 효과로서의 무늬를 그려내는 상상력도 범상치 않다. 무엇보다 과장과 허세가 없는 시적 전개와 균형감각, 그리고 정갈하고 단정한 시적 형상화가 시인의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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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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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은 과일이고 상징이며, 기호이다. 곶감은 시인이고, 영웅이고, 영토이다. 곶감이 기호인 한 상징이 될 수도 있고, 우리는 이 상징을 통해 수많은 사상과 이론들을 창출해낼 수도 있다. 고귀하고 거룩한 말이 담겨 있고, 크고 위대한 뜻이 담겨 있다. 아름다움과 훌륭함의 뜻이 담겨 있고, 순수하고 순결한 뜻이 담겨 있다. 맛이 좋고 영양가가 풍부한 뜻이 담겨 있고, 모든 좋음과 행복한 뜻이 담겨 있다.
시는 사상의 꽃이고, 사상은 시의 열매(곶감)이다. 시와 사상, 영혼과 육체가 하나일 때, 이 '곶감의 철학' 속에 모든 새들이 군침을 흘리고, "서리 내린 분"이 하얗게 피어나며, 새로운 지상낙원이 열리게 된다.
현순애 시인의 [곶감을 꿈꾸다]의 주인공은 우리 한국어와 우리 한국인들의 영광 속에 전인류의 스승으로 그 날개를 얻게 될 것이다.
현순애 시인의 시론은 '구멍'인데, 왜냐하면 "구멍은 생의 출발점"이자 "생의 종착점"이기 때문이다. 이 구멍 속에서 "엄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쑥과 마늘을 먹고" 단군 조선인이 되었고, "따뜻하고 아늑한 동쪽 끝 고요 속에서/ 여자를 완성하고/ 한줄기 폭포수로 쏟아질 때/ 스스로 펼쳐진 낙하산처럼/ 우주의 기와 접선했"던 것이다.
환웅과 웅녀,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어 단군을 낳은 웅녀, 맨 처음의 아침의 나라, 그 동방의 나라에서 단군 조선을 건국하게 한 우리들의 영원한 엄마인 웅녀--. 이 우리들의 영원한 엄마 역시도 구멍 속에서 태어났다가 구멍 속의 삶을 살며, 구멍 속으로 돌아갔다가, 또다시 구멍 속에서 태어났던 것이다.
"작은 빛에도 반응했을 눈구멍/ 농밀한 밤꽃에도 벌렁거렸을 콧구멍/ 첫 새벽 목울대 세우던 목구멍/ 소리에 촉각 세워 귀 기울였을 귓구멍/ 또, 은밀한 그 구멍까지/ 엄마를 쏙 빼닮은 여자"---. 하지만, 그러나 "오십 고개 넘어 찾아온 폐경"을 맞이하면 고립의 구멍과 관절에서 바람이 불고, 목젖이 무너져 의식까지 꺼진 밤을 맞이하게 된다. "입 벌린 채 드르렁드르렁 집 한 채 흔들고/ 스스로 흔들다 구멍들 헐거워져/ 집 무너져 내릴 때면/ 다시 왔던 길 되짚어 돌아갈 터----," 요컨대 구멍은 삶의 출발점이자 삶의 종착점이었던 것이다.
구멍은 존재의 기원이며 토대이고, 구멍은 할아버지이자 아버지이며, 그 손자이다. 구멍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이고, 아침의 나라이자 동방의 나라이다. 구멍은 삶의 숨구멍이고 똥구멍이며, 구멍은 일터이자 둥근 우주이다. 우리는 모두가 다같이 구멍 속에서 태어나 구멍 속으로 돌아가지만, 그러나 이 구멍은 시작도 끝도 없고 둥근 원형으로 되어 있다. 둥근 것은 무한하고, 무한한 것은 영원하고, 영원한 것은 구멍이며, 이 '구멍 속의 시학'이 현순애 씨의 시적 철학(주제)인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단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자기 자신의 길만을 간다는 것이며, 그 티없이 맑고 깨끗한 순수예술가의 정신으로 영원한 이상낙원을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영원한 이상낙원인 '이어도'를 찾을 수만 있다면 가난과 고통으로 등이 휘어져 버려도 좋고, 셔터를 누를 힘은 물론, 그의 젊음과 열정마저도 순식간에 냉각시켜버린 루게릭 병도 좋은 것이다.
이어도를 본 사람은 없지만, 이어도를 본 사람은 이내 그 목숨을 빼앗기고 만다. 영원히 불가능한 풍랑과 맞섰던 풍경 사냥꾼, 그러나 그 신성모독적인 열정으로 남기고 간 [갤러리 두모악], 이 [갤러리 두모악]에는 좀처럼 맛볼 수 없었던 평화와 고요가 자라나고, 그의 영혼과 순수예술의 정신이 영원불멸의 삶을 산다. 현순애 시인의 [갤러리 두모악]은 한 사진작가의 예술정신을 이해하고, 그 사랑의 힘으로 창출해낸 언어의 신전이라고 할 수가 있다. 순수예술이란 이처럼 자기 자신과 타인들을 높이높이 끌어올리는 정신이며, 그 모든 구성원들을 고급문화인으로 인도하는 전인류의 스승의 길이기도 한 것이다. 순수예술가는 사랑의 대상까지도 창조하고, 그의 붉디 붉은 피(언어)로 이상낙원의 신전을 짓는다.
하지만, 그러나, 화진포는 호수와 바다가 만나 통정하는 곳이며, "연어와 숭어떼가 서로 희롱하고", "동해가" "산줄기와 은밀히 내통하다가/ 바람도 물결도 잠이 들면/ 전설에 잠긴 마을을 잠깐 보여"주는 곳이라고 할 수가 있다. "고운 모래사장 모래톱으로/ 부지런히 먼 이야기 퍼 나르는/ 파도가 부려놓고 간 물기 스민 첩첩산중에 묻혀/ 한 사나흘 살아보자/ 일렁이는 물결에 서리서리 얽힌 세상살이/ 실마리도 풀어보고/ 생각 많은 머릿속은 솔바람에 헹궈도 보자"라는 시구가 그것을 말해주고, "하늘과 바다가 절정이 되는/ 저 농밀한 세상에서/ 절묘하게 선경이 되는 화진포 해안가/ 모래 밟는 소리에 홀려/ 고니처럼 한 계절 살다 보면/ 살맛 다시 찾을 수 있을까"라는 시구가 그것을 말해준다.
화진포는 옛이야기의 전설의 마을이고, 하늘과 바다가 절정이 되는 선경의 마을이며, 그 모든 꿈과 희망이 다 이루어지는 살맛 나는 마을이다. 현순애 시인의 [철새 도래지, 화진포]는 살맛나는 마을이고 유토피아이며, 내가 '나'로서 나의 행복을 연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된다.
집 나갔던 강생이/ 지난 계절 어디서 쏘다니다 왔는지/ 묻지 않기로 하자// 한때 광야에서/ 드넓은 초원에서/ 갈기 휘날리던 수컷이다// 명지바람 꽁지/ 붓끝에 묶어/ 탱탱이 부푼 젖멍울 건들건들 희롱하는,// 허공에 대고 속살 여는/태어난 것들의 아비다// 봄물결 출렁이는/ 목덜미 붉은 어린 사월이 초상/ 수채화로 완성하고/ 홀연히 떠나가는 화공이다// 싱싱하게 물오르는 오월이년 엉덩짝 그리며/ 지느러미에 근육 만들고 있다는/ 풍문,/ 뜨겁다
--[봄바람] 전문
현순애 시인은 무정형의 [봄바람]을 인간화시키고, 그 봄바람을 너무나도 엄청난 '성의 향연'의 주인공이자 명품인간으로 변모시켜, 이 세상의 최고급의 '성의 향연을 연출해놓는다.
목차
목차
1부
구멍
칼로 물 베기
달팽이
피아노
봄바람
때밀이 하나님
해탈
하늘 나는 물고기
명태
하이힐
쥘부채
고수동굴, 오감으로 읽어보면
변기
소나기
시에 입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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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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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몬드리안의 하루
굽은 소나무
미역
나이를 구워 먹다
아버지와 비닐우산
신발
꽃숨
텃밭
어머니의 수세미
체
골목길
은수저
몽돌 해변에서
아버지의 사과
주민등록번호
해설ㆍ시간의 무늬, 혹은 발효醱酵의 미학ㆍ황치복
명시감상ㆍ반경환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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